몇 년 전(2008년)에 ‘연금 스트레스’라는 제목으로 이 난에 칼럼을 쓴 일이 있다. 당시 국민연금 가입자는 1700만 명, 적립기금 200조원 대를 넘어섰을 때다. 여기에 공무원 연금 가입자가 따로 100만 명을 헤아렸다. 당시 필자가 받는 국민연금은 월 45만원 선으로 그야말로 쥐꼬리에 불과했다. 필자 주변의 친구들 중 일반 기업체 근무 경력자, 자영업을 했던 친구들도 비슷한 수준의 연금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거의 같은 시기만큼 공무원이나 교직에 근무했던 친구들은 연금 수령액이 월등히 높았다. 대략 국민연금 수령액에 비해 4~5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 여론 커져
물론 국민연금 도입은 1985년이고 불입기간이 짧기 때문에 연금 수령액을 수평적으로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공무원 연금의 경우 1960년 도입 당시 평균 급여율 40%가 90년대 초 76%로 수혜폭이 꾸준히 오른 것을 고려하면 공직 프리미엄이 평균치를 넘은 것만은 분명하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당시 국민연금을 개혁하고 공무원연금 개혁도 강력히 주장했던 유시민 복지부장관의 우려가 그대로 적중한 것이 오늘의 공무원연금 현실이다. 누적 적립금의 적자로 해마다 1~2조원씩 국가예산을 투입하면서 공무원들의 철밥통을 두고두고 지켜주는 현행 공무원연금은 하루라도 빨리 개혁돼야 맞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금년내로 개혁을 마무리 해 달라고 당부하자 새누리당이 개혁안을 마련했고 행정자치부도 개정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미적거리던 공무원연금 개혁에 발동이 걸린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과단성 있는 추진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국민들의 호응도 크다. 엊그제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찬성이 65%를 넘어서 여론은 성숙된 게 분명하다.
그런데 개혁 당사자들인 공무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극렬하고 조직적인 반대에 부닥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원의 98.64%가 새누리당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더 내고 덜 받자는 데 순순히 응할 공무원들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그들의 반발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반대 투쟁의 강도가 너무 세고 궤도를 벗어난 것 같다. 그들은 부산, 춘천, 광주, 대전 등 네 곳에서 열린 행정자치부 주최 포럼을 물리력으로 무산시켰다. 장관에게 면박을 주거나 개혁안을 기초한 대학교수를 친일파라고 인터넷에 올려 망신주기도 서슴지 않았다. 한마디로 지금 이대로가 좋은데 왜 남의 밥에 숟가락을 올리려 하느냐는 심술인 것 같다.
공무원들은 단결하고 투쟁해서 공직연금을 지키고 정권을 심판하자는 거친 구호까지 쏟아내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데도 공무원들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따끔하게 한마디 충고하는 원로·선배 공무원 출신이 별로 안 보인다는 점이다. 여기서 고액 연금 받으면 호의호식하는 연금 귀족도 적지 않다는 세간의 여론을 옮길 생각은 없다. 다만 매년 수 조원의 세금으로 연금 구멍을 계속 메워야 한다면 이는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안기는 부도덕한 실책이라는 점만은 분명히 해야 한다.
연금 구멍, 세금으로 메워야 하나
지금 국민들은 고위 공무원들이 연금 개혁에 동참하겠다고 결의문에 서명한 것을 두고 ‘쇼’라고 비하하는 공무원노조의 만용을 지켜보고 있다. 또한 한국납세자연맹이 집회를 갖고 ‘공무원연금 적당히 받아가라’거나 ‘공무원연금도 철밥통이냐’는 규탄에 소리 없이 응원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박봉과 열악한 근무여건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공무원들의 엄살(?)에도 불구하고 9급 공무원 공채에 수만 명씩 몰려드는 현상을 뭐라고 설명할 것인지 듣고 싶어 한다. 대통령 말대로 이번 기회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제대로 못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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