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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그들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

▲ 김상윤 전라북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공무원연금을 다룰 때 언론에서 흔히 쓰는 표현들이 있다. “세금 먹는 하마”, “수령액이 국민연금의 2.6배”, “국민의 혈세로 주는 귀족연금” 등 표현도 다양하다. 공무원연금의 역사, 제도적 특수성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균형감있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기사는 찾아 보기 힘들다. 그저 정부와 새누리당에서 발표하는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쓸 뿐이다. 대표적인 왜곡과 호도는 먼저 공무원연금을 파탄낸 주범이 공무원이라는 보도이다. 재정 고갈의 주범이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공무원들이 잘못해서 재정적자가 발생한 것처럼 몰아가는 정부와 새누리당에 공무원들은 허탈함과 배신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IMF 외환위기시 공무원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수당 4조 7169억원』,『2005년 철도공사 전환 당시 지급해야 했던 퇴직수당 2277억원』, 『퇴직수당 사망 조위금, 재해 부조금, 기금지출분 미납액 1조 4425억원』, 『군복무 소급부담금 미납액 5863억원』, 『공단관리운영비 지출 456억원』, 『공공예탁금 이자손실 4700억원』, 『정부책임준비금 미납 7조2000억원』등 정부가 당연히 부담해야 되거나 의무적립해야 함에도 책임지지 않았던 돈이 2013년 현가기준으로 무려 32조 3613억원이다. 이래도 공무원연금을 파탄낸 주범이 공무원들이란 말이 나올까?

 

이뿐만이 아니라 공무원연금 수령액이 국민연금의 2.6배라는 선동적인 보도 역시 거짓이다. 기금 적립률부터 국민연금은 월급의 9%, 공무원연금은 14%이다. 수급자격 역시 국민연금은 10년, 공무원연금은 20년이며 대부분 33년 만기까지 납부하고 있다.

 

퇴직금 역시 민간기업의 39%수준이며 고용·산재보험의 혜택은 당연히 없다. 기초연금 역시 공무원들에겐 지급되지 않는다. 이처럼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단순비교하는것 자체가 무리이며 여러 가지 사항들을 종합하여 비교하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거의 같다. 오히려 2010년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인해 이후 입사한 젊은 공무원들의 수익비는 국민연금보다 더 낮다. 사정이 이런대도 정부와 새누리당, 언론에선 공무원연금 수령액이 국민연금의 2.6배라고 계속 호도하니 공무원들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실 공무원연금은 단순한 연금이 아니라 후불 임금의 성격이 강하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노동 3권은 물론 정치표현의 자유조차 없으며 겸업도 금지되어 있다. 임금 역시 일반직 기준으로 100인 이상 민간기업의 77.6% 수준이다. 이런 신분상 특수성과 낮은 보수, 열악한 처우에 대한 보상과 적정 수준의 노후보장이 어우러져 도입된 것이 바로 현재의 공무원연금이기 때문에 국민의 기본 생활보장을 위해 설계된 국민연금과의 단순 비교는 매우 적절치 못하다.

 

공무원은 누가 뭐래도 공무원이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헌신, 희생, 봉사 정신은 그 어느 직업보다 높아야 함이 당연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 및 임금대폭 삭감에도 반발하는 공무원은 없었다. 국가 경제가 힘들고, 국민이 고통받는데 함께 고통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I, 구제역 등 재난 때마다 매일 방역초소에 근무하며 살아있는 동물을 살처분 하고, 그로인한 트라우마로 고통받거나 과로로 쓰러져 숨져도 이것 또한 공무원의 숙명이라 생각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목숨을 끊는 사회복지 공무원, 생명을 걸고 화마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공무원, 생사를 넘나들며 범죄와 싸우는 경찰공무원. 오늘도 이들은 현장에서 묵묵히 업무를 수행중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했지만 돌아온 것은 극심한 모멸감과 수모뿐이다.

 

우리가 충성하고 헌신해야 할 대상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공직자라는 명예 하나로 살아가는 공무원들을 “세금 도둑”이라 비하하며 더 이상 모욕하지 말것을 강력히 경고한다. 군사작전 펼치듯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 공무원들의 억울함과 분노가 정권과 새누리당의 목을 죄는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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