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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펀치'에 비친 검찰

▲ 객원논설위원
한 보육원 미니버스가 원아들을 태우고 아파트 앞을 출발한다. 여검사 신하경(김아중)이 딸을 차에 태워 보내고 돌아 서는데 이 버스가 굉음을 내며 질주한다. 무서운 속도로 도심을 휘젓던 버스는 운전사의 응급 대처로 겨우겨우 가로등을 들이받고 멈춰선다. 신검사는 자신의 소형 승용차로 이 버스를 뒤따르고 사고 현장의 확실한 목격자로서 누가 봐도 급발진이 분명한 이 교통사고의 수사에 착수한다. 지난해 12월 시작하여 방송내내 시청률 1위(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를 기록하고 있다는 SBS 월·화 드라마 ‘펀치’의 첫 방송 내용이다.

 

출세 위해 저지르는 온갖 부조리

 

이 드라마는 출발은 급발진 사고를 보여주고 있지만 기둥 줄거리는 검찰 고위 권력을 정조준하며 비리의 커넥션을 파헤치려는 젊은 검사 부부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양심과 정의를 지키려는 용기있는 검사들과 욕망에 사로잡혀 상사의 끄나풀 노릇을 서슴치 않는 출세 지상주의 검사들 간에 경쟁과 음모, 갈등 등이 리얼하게 묘사되고 있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검사가 된 박정환(김래원)은 이태준(조재현) 검찰총장에게 충성을 다바쳐 대검 고위 간부에 오른다. 그러나 거듭되는 배신과 공작·조작으로 추락을 거듭하고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 판정까지 받는다. 그의 부인 신하경 검사는 이 총장의 친형이 연관된 운수회사의 급발진 사고를 수사하려 하지만 총장의 방해로 되레 이 회사 연구원의 죽음에 연루되고 살인 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어떻게 사건을 조작하고 어떻게 범인을 은폐까지 할 수 있는지 그 수사 메커니즘을 세세하게 보여줘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게 한다.

 

그 뿐이 아니다. 법무장관 윤지숙(최명길)은 가장 고고한 척, 원칙주의자인 척 하지만 자신 아들의 병역비리를 감추기 위해 온갖 악을 행하고 검찰총장 이태준은 그의 심복이었던 박정환 검사가 자신의 뒤를 캐자 역으로 그를 비리 혐의로 옭아 맨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박검사가 비상시에 대비해 확보해 둔 진통제 캡슐을 깨트리며 “네가 빨리 가야 내가 편하겠다”고 조롱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소름마저 끼칠 정도다.

 

드라마는 이밖에도 검찰권력의 온갖 부조리를 백화점 식으로 보여준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대학 강사 취업비리와 이를 꼬투리 잡아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커넥션을 이뤄 그를 공격하기도 하고 회유하기도 한다. 윤지숙 법무부장관은 특별검사로 임명되고도 사건을 공정히 처리하기는커녕 뒷거래를 위해 원로 법조 선배들을 불러 모으는데 그 원로라는 법조인들이 보이는 노회하면서도 비열한 모습들 또한 도무지 우리 법조의 민낯이 이 정도인지 영 속이 불편하다. 그러나 이런 장면들에 너무 실망할 일은 아니다. 이 드라마는 매회마다 자막으로 실제 상황이 아니고 드라마의 재미를 돋우기 위해 가상으로 꾸민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 드라마 속에는 온갖 에피소드가 가득하고 반전(反轉)에 반전을 거듭하는 빠른 진행과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양심 정의 지키려는 용기있는 검사

 

그동안 17회째 방영했던 ‘펀치’는 오늘과 내일로 대미를 장식할 모양이다.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여검사 신하경과 선(善)과 악(惡)을 적당히 섞어가며 불의에 도전했던 노련한 검사 박정환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임종이 임박한 박검사가 그가 여러차례 공언한대로 악의 화신처럼 보이는 검찰총장 이태준과 법무부장관 윤지숙을 교도소로 보내고 생을 마감할지 아니면 세상사 결국 ‘세라비’라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릴지 궁금하다. 결론은 권선징악(勸善懲惡)일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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