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충분해도 거짓말하는 강심장
물론 공적인 관계에서도 기억의 왜곡이 문제를 일으킨다. 가령 어떤 사건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을 때 한쪽에선 앞뒤 자르고 전혀 다른 의미로 짜깁기 해서 보도한다며 펄펄 뛰고 다른 쪽에선 분명히 그렇게 말해 놓고 왜 뻔한 거짓말을 하느냐고 비난한다. 하지만 이럴 때 정신의학자들은 그들의 눈으로 보면 양쪽 모두의 입장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면서 누구의 손도 확실히 들어주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리 훈련받고 열심히 공부했더라도 작심하고 거짓말 하는 머리 좋고 돈이나 힘이 센 사기꾼을 당해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고나 사건에서 DNA 증거나 CCTV·비디오 등 증거가 충분하더라도 거짓말을 그럴듯 하게 하는 강심장들한테는 아무도 당해 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엊그제 북한의 평양방송이 보여준 대북 간첩의 기자회견 장면도 그런 류의 본보기 중 하나라고 본다. 지금까지 그런 식의 대남 선전 선동 책동은 한 두번이 아니었지 않은가. 남북대화의 물꼬를 하루라도 빨리 터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익어가는 마당에 사회 전체를 전율케 하는 이런 일이 벌어진 점이 매우 안타깝다.
말이 옆으로 흘렀지만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가나 경제인들의 거짓말은 단골 농담이나 풍자의 소재가 될 정도라 누구 하나를 꼭 집어서 핏대를 올리며 비난할 필요는 없다. ‘인간의 DNA에는 거짓말 능력이 포함돼 있다’거나 ‘우리의 몸과 마음도 우리 자신을 속인다’든지 ‘경제 발전도 거짓말이 없다면 이뤄질 수 없다’는 주장도 있는가 하면 심지어 해맑은 눈동자의 어린아이들도 곧잘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심리학자가 거짓말과 잔머리에 능한 아이들에 비해 외부에서 감시하는 눈이 없어도 스스로 도덕적이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학업 성취도와 자기 만족도가 높다는 실험 결과를 공통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권선징악이나 인과응보 같은 좀 낡아 보이는 가치에 진리가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스스로 도덕적이어야 만족도 높아
요즘 종합편성 TV채널에서 가수 태진아의 도박설을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시사저널 USA 보도에 따르면 그가 LA의 도박장에서 1억원 대 판돈이 오간 도박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태 씨는 새빨간 거짓말로 오히려 돈을 요구했다가 거절 당하자 협박조로 나왔다고 펄펄 뛰고 있다. 물증이 있으며 추가 폭로를 하겠다는 시사저널 측이나 한 발 물러 섰다가 다시 공세에 나선 태진아나 둘 중 한 쪽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바른 영혼을 가진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승리하는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은 그동안 ‘잘난 거짓말쟁이’들이 어지럽게 지면이나 화면을 점령하는 꼴 사나움에 진저리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디 종말이 어떨지 관심 좀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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