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위한 역사적 전환점
장황하게 반려동물 사고를 떠올린건 다름 아니다.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일주년 날 기억이 떠올라서다. 그날 새벽 방송에서 한 희생자 유족 어머니는 아직도 딸 아이의 방을 치우지 않았고 딸이 쓰던 학용품·책장·휴대폰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벽에 걸린 딸의 사진 액자를 보면 당장이라도 엄마를 부르며 돌아올 것 같은 환영(幻影)에 시달린다는 그녀는 집을 나서면서 환하게 웃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참을 수 없다며 소리 내어 울었다. 아직 침대에 엎어져 방송을 듣던 나는 베개가 다 젖도록 눈물을 쏟았다. 애완견을 잃었을 때의 내 슬픔이 그랬을진대 하물며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북받치는 슬픔과 분노, 상실감으로 한동안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 지경이었다.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났다. 그 비극의 현장에서 304명 망자들의 원혼이 구천을 헤매고 있지만 우리는 겨우 ‘통한의 반성문’이나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자괴감이 든다. 그동안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고 그 시행령이 국무회의까지 통과됐지만 유가족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지는 못하고 있다. 희생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계획이나 세월호 인양계획 등도 마련되긴 했지만 역시 실행되기까진 숱한 난관이 가로놓인듯이 보인다. 그날의 비극에 눈물까지 보였던 대통령은 아직까지 침묵 속에 잠겨있으며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따라 세월호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일부 극단 세력들은 유족들의 단식 농성을 악의적으로 왜곡 폄하하고 그 옆에서 피자를 먹으며 조롱하는 패악질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도 많은 자원봉사자들이나 시민사회단체 등이 유족들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공감과 배려로 상처를 어루만지려는 노력을 보여준 점은 우리사회의 성숙도를 한단계 높인 긍정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결국 세월호 사고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미래지향적으로 시민의식을 함양하고 승화시켜 나가야 할 과제를 우리에게 안겨준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러기 위해 이 시점에 꼭 한 번 되돌아 볼 사소한 행위들을 짚어 봤으면 한다.
진상규명 촉구 메시지 충분히 전달
전주시내 주요 간선도로변에 나부끼는 저 세월호 추모 현수막은 이제 걷어 들였으면한다. 지난해 9월부터 게시되기 시작해서 현재 내걸린 숫자가 군산·정읍·남원지역까지 합치면 몇 천 개나 된다는데 이 현수막을 보고 시민들의 생각이 한결같지 않다는 사실을 대책위는 모르는가? 주로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회원 중심으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호소가 담겨 있는데 이미 게시자들의 주장을 이해 못할 시민들은 없으리라고 본다. 의지를 메시지로 전했으면 결과는 시민들의 감정·인지능력에 맡겨 두면 된다. 불법 게시물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까지 시야에 걸림돌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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