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도 당한 여우의 꾀 / 라퐁텐의 우화 속 욕심 / 정치인들 경구 삼아야
농사를 짓는데 쟁기질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어떤 농부가 있었는데 쟁기질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쟁기를 끄는 소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바람에 곧게 가는 길이 없었던 것이다. 화가 난 농부가 외쳤다. “이 못된 놈의 소야! 너를 늑대에게 주어버리겠다. 네놈을 보는 것도 이제 끝장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늑대가 그 소리를 들었다. “아이고 이게 웬 떡이냐.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늑대는 벌써 군침이 돌았다. 농부가 쟁기에서 소를 풀자 늑대는 자신의 먹이를 가지려고 나섰다. 곧장 농부에게 가서 소를 달라고 했다. “이런 미친놈의 늑대가 있나? 내 소가 어떻게 네 것이냐?” 농부는 펄펄 뛰었고 늑대 또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말싸움이 끝이 없자 그들은 재판관을 찾기로 했다. 그때 떠돌이 여우가 그곳을 지나가다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다투느냐고 물었다. 농부는 여우에게 일의 전말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농부의 하소연이 끝나자 여우가 말했다. “좋아요. 내가 바로 당신들이 찾는 재판관이오. 올바른 판결을 내리기 전에 당신들 각자와 은밀히 할 얘기가 있소.” 그러고는 농부를 따로 불러 속삭였다. “만약 내가 당신을 도와주면 닭 한 마리를 주시겠소? 그리고 내 아내에게도 한 마리 주면 도와드리겠소.” 농부는 여우가 원하는 것을 모두 약속했다.
여우는 이번에는 늑대를 불러 말했다. “늑대 친구, 내가 당신을 도와준다면 보답을 하시겠지? 저 농부가 당신을 쫓아주면 나에게 치즈를 주겠다고 약속했단 말씀이야. 의심나면 나하고 같이 가자고.” 그리하여 여우와 늑대는 함께 떠났다. 이윽고 밤이 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걸어 마침내 한 우물에 이르렀다. 둥근 달이 하늘에 떠 있었다. 여우가 늑대를 보고 말했다. “늑대 친구, 저 우물 바닥에 있는 멋진 치즈를 보라고. 저걸 먹고 싶으면 그냥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고.” 늑대는 우물 속에 반사된 달을 보았다. 아주 둥글고 멋진 치즈였다.
늑대가 군침을 삼키며 말했다. “좋아 그런데 저 치즈는 너무 커서 혼자서 들고 올 수가 없겠군. 그러니 우리 둘이 함께 내려가자. 내가 네 뒤를 따르마.” 마침 양쪽 끝에 물통이 하나씩 매달린 밧줄이 우물 위에 걸려 있었다. 그건 한 쪽 물통이 내려가면 다른 쪽 물통이 올라오도록 된 도르레식이었다. 먼저 여우가 물통을 타고 우물 속으로 내려갔다. 위에서 늑대가 소리쳤다. “치즈를 가져와야 해.” 그러자 여우가 대답했다. “치즈가 너무 무거워서 나 혼자 들어올릴 수가 없다고. 그러니 내려와서 나를 도와줘. 그렇지 않으면 치즈를 못 가져.”
그리하여 늑대도 물통을 타고 우물 속으로 내려갔다. 늑대의 물통이 내려가자 여우의 물통이 올라왔다. 우물 속 중간쯤에서 서로 만났을 때 여우가 웃으며 말했다. “늑대 친구, 어서 내려가서 너의 치즈를 먹으라고. 나는 필요 없으니까.” 그렇게 해서 늑대는 아직도 우물 속에 갇혀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의 풍자 작가 장 드 라퐁텐의 우화집(寓話集) 중에서 ‘욕심이 지나치면’에 나오는 농부와 늑대와 여우의 이야기이다.
이 쯤 읽었으면 내가 왜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인용하면서 사설(辭說)을 늘어 놓았는지 독자들은 눈치 챘을 것이라 믿는다. 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폼이,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다툼이 꼭 이 우화와 들어맞지 않는가 싶다. 과연 누가 농부이고 누가 늑대이고 누가 여우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오늘 열리는 중앙위가 일차 고비가 되는 모양이지만 흔한 말로 정치는 생물인지라 ‘달 같이 둥근 치즈’로 늑대를 속인 ‘여우의 미소’를 점치기는 누구도 속단하기 힘들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상대편으로 하여금 패자(敗者)로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승자(勝者)가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회남자(淮南子)에도 ‘욕심이 지나쳐서 망하는 사람은 있어도 욕심이 없어서 위급에 몰리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이 새겨들을만한 경구(警句)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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