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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 석연치 않은 공동취재단

▲ 엄철호 익산본부장

언론계 관행 중에 ‘풀(Pool) 기사’란게 있다.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 중에서 몇 사람의 대표 기자를 뽑아 어떤 사건을 공동으로 취재하여 그 기사와 원고, 사진 등을 다른 언론사와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신문이나 방송에 가끔 ‘청와대 공동취재단’ 또는 ‘국회 공동취재단’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풀 시스템에 의해 취재가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사에 풀 시스템은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취재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거나 단순한 동정(動靜)기사인데 기자를 보내기도 그렇고 안 보내기도 그런 경우 괜찮은 방안이다.

 

또 언론사간 지나친 과열 취재 경쟁을 막을 수 있고, 시간과 경비를 절약해 다른 뉴스에 집중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풀기사는 언론계의 오랜 관행으로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필요한 상황에 따라 그때 그때 운영되는 풀기사에도 나름의 원칙과 규칙이 있다. 기자나 언론사간의 사전약속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에 관해 정확한 팩트(Facts)를 타사 기자들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슈를 부각시키고 어떻게 해석할지는 자유지만, 원재료 만큼은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게 풀기사의 가장 큰 핵심 요건이다.

 

익산시가 네덜란드 바네벨트시 시장의 20일 익산 방문을 앞두고 뜬금없는 공동취재단 꾸려 뒷말이 무성하다.

 

신변 보호와 안전을 위한 경호상의 문제로 부득이 취재 인력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한 나라의 국가 원수도 아니고 그저 유럽 한 나라의 인구 5만여명 작은 중소도시 시장 방문에 공동취재단까지 꾸려야 했는지 일단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것도 기자나 언론사가 사전에 약속하고 합의를 봐야 할 공동취재단 선정 절차도 없이 시정에 우호적인 몇몇 언론사 기자를 중심으로 자의적인 공동취재단 꾸리기에 나섰다고 하니 정말 생뚱맞아도 한참 생뚱맞은 발칙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익산시는 이들 반쪽짜리 공동취재단의 기자들에게만 취재 표찰을 만들어 배포했다고 한다.

 

공동취재단 구성과 관련해 사전에 그 어떤 정보 제공이나 언질도 받지 못한 언론사는 물론 취재 표찰이 없는 기자는 아예 취재할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통보다.

 

역사에 전례가 없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익산을 방문한다고 시내 곳곳에 홍보 현수막을 내걸며 떠벌였던 익산시의 그 호기는 어설픈 공동취재단에 묻히게 된 셈이다.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싶고, 무엇이 두려워 많은 기자들의 다양한 취재를 원천 봉쇄하는 공동취재단까지 꾸려야 했을까. 혹시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네덜란드 바네벨트시 경제사절단이라는 거창한 슬로건까지 내건 그들의 이번 방문이 단순한 답방 방문으로 투자계약체결 등 익산시에 특별하게 내놓을 선물이 없어서 그랬는지 등 이런저런 의구심을 들게 한다. 아니면, 방문단을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익산시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만을 베껴 쓰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바네벨트시 시장 방문단이 익산에 머무는 4일간의 공식 일정에 기자간담회가 단 한차례도 없는 것을 보면 이들의 방문 목적이 어느정도 짐작 되기도 한다. 언론은 독자나 시청자를 위해 존재한다. 정보에 대한 해석과 판단은 궁극적으로 시민사회의 몫이다.

 

행위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갈래로 나뉠 수 있다. 그러나 행위에 대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원재료 자체를 덮거나 덮으려고 공동취재단이 꾸려졌다면 그것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과 공영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으로 편향되고 비뚤어진 언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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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철호 eomc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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