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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문턱, 노인위한 '전북'이 없다 ⑥ 독일·오스트리아 복지정책 - 요양시설 대신 거주지역서 노후 즐기도록 지원

에를랑겐市 프레우스 시장

▲ 독일 바이에른주 에를랑겐시가 시행하는 대학생과 노인간 공동생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만 프레드(오른쪽) 씨가 함께 거주하는 대학생과 인터넷을 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노인복지정책을 수립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개념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ageing in place)’다. 노인들이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자신이 살던 집과 지역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이 최고의 노인복지 서비스라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노인복지 선진국들은 노인과 젊은 사람의 공동 거주, 노인협동조합 등 다양한 ‘고령친화 커뮤니티’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노인들에게 정서적 유대감과 안정감을 줄 수 있으며, 한 번 형성된 커뮤니티의 지속성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독일과 이를 목전에 둔 오스트리아는 오래전부터 관련 정책을 준비해 많은 시행착오를 줄였다. 두 국가도 ‘저출산 고령화’ 파도가 몰아쳤지만, 고령친화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구축된 사회 공동 안전망이 방파제 역할을 하며 부작용을 줄이고 있다.

▲ 독일 바이에른 주 에를랑겐시가 실시하는 대학생과 노인간 공동생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만 프레드(76·왼쪽) 씨가 함께 거주하는 대학생과 요리를 하고 있다.

△노인과 대학생의 ‘유쾌한 동거’

 

독일 바이에른 주 에를랑겐시에 살고 있는 키엔제를(Kienzerle Hedwig·82)씨는 지멘스 본사 임원으로 일하다 지난 1997년 은퇴했다. 은퇴 후 부인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여유로운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함께 생활했던 자녀들이 직장을 구해 해외로, 독일 내 다른 지역으로 하나 둘 떠나면서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늘 그의 주위에는 사람이 넘쳤지만 부인과 둘만 남게 되면서 그는 ‘외로움’이라는 새로운 환경과 마주해야 했다. 외로움이 계속되자 심한 스트레스성 질환까지 앓게 됐다.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지역 병원 중환자실에서 자원봉사활동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견디다 못해 자녀들이 있는 곳으로 이주를 고민하던 그에게 에를랑겐시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지역 내 대학생들과 공동으로 생활하는 프로젝트(Wohnen fur Hilfe, 보넨 퓨어 힐페: 거주를 돕는 삶)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노인들이 살고 있는 집의 빈 공간을 학생들에게 무료로 임대해 주고 학생들은 가사노동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지난 2011년부터 에를랑겐시와 뉘렌베르크-에를랑겐 대학의 협력사업으로 시작됐다.

 

그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이를 수락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프로젝트가 그의 삶을 바꿔 놓을지 상상치 못했다.

 

그는 지난 2011년 뉘렌베르크-에를랑겐 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과 같이 생활하기 시작했다. 이 학생이 함께 거주하면서 그는 활기를 되찾았다. 대화가 없어진 집이 떠들썩해졌고, 수년 동안 방치됐던 물품에서 윤기가 나기 시작했다. 이 학생이 떠난 뒤로도 그는 12명의 대학생을 더 받았으며, 현재도 중국인 유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는 “누군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행복을 느끼게 해준 점이 이 프로젝트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면서 “학생들과 요리도 하고 영화도 같이 보며 인간적 유대관계를 맺었으며,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그들의 가족까지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서 얻어지는 행복은 돈으로는 환산이 안된다”면서 “주변에 있는 노인들에게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대학생 공동 거주 프로젝트

 

10만8000여명이 살고 있는 에를랑겐시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만5000여명에 달한다. 시는 노인들의 고독함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여름 뉘렌베르크-에를랑겐 대학교와 협력해 노인·대학생 공동 거주 프로젝트(Wohnen fur Hilfe)를 시작했다.

 

주거 등 생활비 마련에 허덕이는 대학생에게 도움이 되고, 외로움을 겪는 노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방안을 고민하다 이 프로젝트가 탄생한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청소, 빨래, 병원 같이 가기, 산책 등 자신이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 목록을 제출하면, 노인들은 이를 검토한 뒤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파트너십 성사 여부를 결정한다. 시와 대학은 이 과정에서 중계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500여명의 학생들이 이 프로젝트에 신청을 했고 이 중 상당수가 파트너십으로 연결됐다. 많은 사람들이 학생들과 노인 간의 파트너십에 대한 생각에 공감을 한 결과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에를랑겐시 직원 2명이 일주일에 15시간 정도 일을 하며, 1년에 8000유로(960만 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 프로젝트가 비용 대비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에를랑겐시 직원 헤셀(Hesel·46)씨는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점은 노인들의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면서 “이에 참여한 노인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만족도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나왔으며, 노인들의 경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 독일 바이에른 주 에를랑겐시의 노인·대학생 공동 거주 프로젝트 담당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세심한 배려…노인 지역 거주 늘려

 

오스트리아는 올해 전체 인구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에 육박했다.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는 오스트리아 정책의 핵심은 ‘노인과 함께하는 정책’이다.

 

오스트리아 노인 대표들은 연방과 지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노인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 나가고 있으며, 정당과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노인들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분수령이 된 것이 1998년 제정된 연방노인법이다. 이 법을 통해 오스트리아 노인회가 법적인 대표성을 갖게 됐으며 경영자·노동자·농부 대표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갖게 됐다.

 

노인회의 목소리가 커지자 각종 정책이 쏟아졌고, 노인들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비율도 점차 늘어났다.

 

오래된 건물이 많은 오스트리아의 노인거주 주택에 승강기를 설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무이자 공공대부, 노인 아파트 소유자에게 주거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환불을 보다 쉽게 하도록 하는 특수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또한 노인주거 시설에 대한 위생 및 난방 서비스 등의 개선이 정책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 에를랑겐市 프레우스 시장

 

- "초고령 사회 정책 세대간 공감 중요"

독일 에를랑겐 시(市) 프레우스(Preuss) 시장은 “초고령 사회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세대간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대학생 공동 거주 프로젝트(Wohnen fur Hilfe)를 시작하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이 점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의 취지는 좋으나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이는 것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또 초기에는 학생들이 청소 등 계약했던 일들을 이행하지 않아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는 “초기에 시 직원들은 중재 역할을 맡았지만 양 측의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그러나 성공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지역 신문에서 호평이 이어졌고 프로젝트가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인들의 고립을 막기 위해 지방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재정적 한계가 있겠지만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전략을 짜면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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