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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다문화가족센터서 '열공'하는 외국인들 "한글 배우며 친구 사귀고 좋아요"

글쓰기 첫 강의 수강생들 눈빛 '초롱초롱' / 다양한 형식 글 모아 문예지 발간도 계획

▲ 한글날을 사흘 앞둔 6일 전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자신의 이름 쓴 종이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안봉주 기자

“여러분 10월 9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한글날이요~”

 

“그러면 한글을 만든 사람이 누구죠?” “세종대왕이요~”

 

제570돌 한글날(9일)을 앞둔 6일 오전 10시. 전주시 완산구에 위치한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는 강의실마다 20명 남짓의 결혼이주여성 등 외국인들이 모인 가운데 한국어 교육이 한창이었다.

 

우리 사회에 줄임말과 은어, 비속어 등이 난무하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한글을 처음 배우는 참가자들의 눈은 강사와 교재를 번갈아 쳐다보며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이날 ‘다문화가족 글쓰기 교육’의 첫 강의가 시작된 센터 내 도서관에서는 한국어로 서로 웃고 이야기하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참가자 대부분 제각각의 이유로 한글을 배우고 있지만, 모두 한국이 좋아져 한글도 사랑하게 됐다고 한다.

 

강의실 내 청일점인 일본인 가타오카 타다아키 씨(67) 역시 마찬가지다. 35년 전 전주가 고향인 한국인 아내와 결혼을 하며 우리나라와 연을 맺게 됐다는 타다아키 씨는 노후를 한국에서 보내기 위해 한글을 배우고 있다.

 

타다아키 씨는 “일본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생활하면서도 한국 생각이 많이 났다”며 “2년 전 일본 생활을 접고 노후를 위해 한국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에 직장을 구한 중국인 남편을 따라 중국 청도에서 한국에 온 중국인 서해나 씨(29)는 “한글을 배우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한글을 공부하며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됐다”며 “이제는 즐겁게 배우고 있어 이번 기회를 통해 한글로 마음속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에게 한국어 강의를 하는 선생님은 생활 속에 넘쳐나는 줄임말과 은어 속에서 올바른 한국어를 접하는 것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이날 강의를 한 이태옥 강사는 “참가자들이 친구나 인터넷을 통해 접한 줄임말이나 은어, 심지어 욕의 뜻을 물어보거나 직접 사용하기도 해 당황하고 부끄러웠던 경험이 있다”며 “한글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참가자의 한국어 수준에 따라 1~4단계로 나누어 한글 교육을 진행하고, 원할 경우 한국어 자격증 준비까지 돕고 있다.

 

이번에 실시되는 ‘다문화가족 글쓰기 교육’은 11월까지 일반교육과 심화교육 등 11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전문 강사로부터 글쓰기 방법을 배우고, 시인과 수필가 등 전문가를 초청해 그동안 경험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시간도 갖는다.

 

전주시는 이번 교육을 통해 다문화가족의 진솔한 이야기를 시와 수필 등 다양한 형식의 글로 엮어 올 연말 문예지도 발간할 계획이다. 문예지 발간을 통해 다문화가족의 성취감과 자존감 상승은 물론 지역사회에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변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교육생 대부분 결혼을 통해 우리나라로 이주해 온 여성들로, 한글을 배우려는 열의가 대단하다”며 “한국 사회에서 한글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강사들 모두가 느끼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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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 1000ks@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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