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역사적 명소인 경기전 경내 수목들이 고사위기에 처했단다. 수목이 심어진 주변으로 많은 관람객들이 오가면서 땅이 굳어져 나무가 자라기에 부적합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경기전의 소중한 수목들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현재 경기전 경내에는 보호수인 ‘와룡매’를 비롯해 매화나무, 소나무, 대나무, 느티나무, 베롱나무 등 15종 427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경기전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그 중 일부 나무들에서 지난해부터 생육 부진과 말라짐, 구멍 뚫림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제대로 된 울타리나 보호시설 없이 나무 주변 땅을 관광객들이 밟으면서 답압(땅 경화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나무들의 뿌리가 뻗지 못하거나 뿌리 호흡과 배수, 양분섭취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14년 132만 명, 2015년 119만 명, 지난해 112만 명 등 경기전 입장객 수가 매년 100만명을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나무 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다.
경기전은 전체가 사적지로 보호되고 있고, 국보인 태조어진과 보물인 경기전 정전, 지방유형문화재인 조경묘, 지방민속자료인 예종대왕실록비 등 소중한 유적과 유물을 간직한 곳이다. 그러나 역사의 숨결을 느끼는 데 있어 국보급 보물만이 전부는 아니다. 경내의 조경도 경기전을 이루는 주요 부분이다. 한옥마을의 많은 관광객들이 경기전을 찾는 이유 중에도 나무가 주는 그늘과 휴식, 경관을 빼놓을 수 없다. 경기전 주변 경관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았다. 이런 경관이 관리소홀로 훼손된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전주시는 일단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한 모양이다. 그 결과 고사한 나뭇가지 제거와 외과수술, 영양제 주사 등의 응급처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생육환경 개선을 위해 일정 크기 이상의 나무에는 울타리 설치와 땅속에 수목 뿌리를 감싸는 구멍이 뚫린 관 매설, 흙 뒤짚기 실시 등을 조언했다.
이를 위해 시는 문화재청에 4억원의 사업비 지원을 요청했고, 문화재청도 그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한다.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당연히 지원을 받아야겠지만, 시의성을 다투는 문제라면 문화재청의 지원만 기다릴 일이 아니다. 이 정도 사업은 전주시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이번 기회에 경기전 수목들의 적정성까지 전반적으로 살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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