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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웅치전적지 사적지화부터 시작하는 게 순서

임진왜란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호남이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순신 장군이 해전에서 제해권을 장악하고, 전주로 진격하는 일본군의 침입을 ‘웅치·이치전투’에서 격퇴한 것이 호남을 지킨 양대 축이었다. 그러나 호남의 곡창을 보전함으로써 나라를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웅치·이치 전투가 여전히 역사적 위상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웅치·이치 전투는 그간 학술대회 등을 통해 그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꾸준히 이루어졌다. 40여년 전에 이미 두 전적지가 전북도 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학자에 따라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알려진 한산·행주·진주대첩에 버금가는 전투로 평가하는 이 전투는 지역의 임란사에 머물고 있다. 전북에서조차도 자랑스러운 역사로 자리매김 되지 못한 채 변방의 역사로 방치됐다.

 

전북도와 완주군, 전북사학회가 지난 15일 웅치·이치전적지의 역사재조명을 위한 학술대회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임진왜란에서 웅치·이치전투가 갖는 의미를 더 분명히 했고, 현재 전적지 관리상황과 전적지 정비 및 활용방안 등도 제시됐다. 그러나 학술대회 개최로 끝난다면 또 한 번의 행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학술대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현실에 반영시키는 일이다.

 

특히 이날 학술대회에서 제기된 역사의 현장인 웅치·이치전적지가 문화재 지정에서부터 관리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점을 살펴야 한다. 웅치전적지나 이치전적지 모두 전투와 관련이 없거나 극히 일부 지역만 문화재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며, 그 결과 핵심지역의 상당 부분이 크게 변형된 채 방치되고 있단다. 심지어 이치전적지의 경우에는 전북도와 충남도가 각각 별도의 서로 다른 지역으로 문화재로 지정해놓고 있다. 두 전투지의 사적지화를 위해서는 전적지의 범위부터 올바르게 설정하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날 제기된 웅치·이치전투를 지역의 역사문화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충무공 이순신이 일기로 남긴 ‘호남이 없다면 이는 국가도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는 기록이 정치인들만의 립서비스로만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임란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웅치·이치전투의 역사를 덜렁 기념비 하나로 담아낼 수는 없다. 임란 때 호남의 역할을 상징하는 기념물 혹은 기념관·박물관 건립, 역사문화공원 조성 등을 통해 임란사의 빛나는 중심으로 우뚝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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