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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협 공동기획 지방분권 개헌] 제1부 자치분권 선진국을 가다 ③ 독일 자를란트주 - 재정력 높은 주가 낮은 주 지원…'균형 위한 분권' 실현

인구·면적 가장 작은 자를란트주 수평·수직 지원 통해 삶의 질 높여 / 지원받은 돈, 기업활성화 등 지출…자체적 재원확보 위한 노력 병행

▲ 독일 자를란트 주는 부유한 주로부터 받은 조정교부금을 주로 주민복지와 교육부문에 지출해왔으나 얼마전부터는 기업활성화를 위한 비즈니스 파크 조성 등의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부터 5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하고 있는 자를란트 비즈니스 파크 전경. 사진 제공=자를란트 주정부

독일 서남부에 자리잡고 있는 자를란트 주는 독일의 16개 주(州) 가운데 도시주를 제외하곤 면적과 인구가 가장 작다. 프랑크푸르트가 있는 헤센 주와 같이 금융과 산업의 중심지도 아니고,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 주처럼 뛰어난 문화유산도 물려받지 못했다. 거기다 프랑스와 국경과 맞닿아 있어 20세기 초까0지 수차례 영토 분쟁의 대상이었다. 그러다보니 주민들의 삶은 항상 불안했고, 산업이라고는 오래된 광산개발 뿐이었다. 하지만 자를란트 주는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어느 주보다 풍요로운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숲으로 뒤덮힌 자연환경을 가진데다 최근에는 철강·가스·도자기 산업이 비즈니스 파크를 중심으로 활성화됐고, 주민들은 도서관·체육시설·공공주택 등 다양한 공공시설의 혜택을 누리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균형발전을 위한 분권정책

 

자를란트 주가 이처럼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독일 특유의 지방재정조정제도(Finanzausg

 

leich) 덕분이라고 현지인들은 입을 모은다. 연방국가인 독일은 지역 간의 경제력 차이와 지방정부간의 재정력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재정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우선 주정부간의 ‘수평적’ 재정조정제도가 있다. 쉽게 말해 부유한 주정부가 가난한 주정부에 각종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주민 한 사람의 재정력이 전국 평균의 70% 이하인 주는 전국 평균의 91% 수준까지 재정조정이 이뤄진다. 또 주민 1인의 재정력이 71~80%인 주는 93.5%까지, 81~90%인 주는 96% 수준까지 상향적 재정조정이 이뤄진다. 재정력이 전국 평균(100%)에 가까운 주는 재정조정대상에서 제외된다. 재정력이 105~110%인 주는 104%까지, 재정력이 111~120%인 주는 106.5%까지, 121~130%인 주는 109% 수준까지 하향적 재정조정이 이뤄진다. 한마디로 독일의 재정분권 정책은 ‘균형을 위한 분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를란트는 2016년 기준 3억 2900만 유로의 조정교부금을 다른 주들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난민의 급격한 유입과 대학과 공공병원 등의 시설확충, 주 경찰의 보호장비 구매, 종일학교의 보건교사 확충 등 막대한 비용을 추가 지출하면서 재정위기가 닥쳤다고 한다.

 

이처럼 수평적 재정조정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의 재정상황이 어려워지면 연방정부가 나선다. 연방정부에서 지방정부에 보충교부금을 지원하는 것인데 ‘수직적’ 지방재정조정이라고 표현한다. 이 역시 주민 한 사람의 재정력과 재정수요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자를란트 주는 지난 해부터 2019년까지 2억 6000만 유로의 보충교부금을 연방정부로부터 지급받는다.

 

△지방재정조정이 가져온 변화

▲ 자를란트 주민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

자를란트 주는 연방정부나 다른 주로부터 지원받는 재원을 주민들의 이해관계와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분권의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조정교부금을 주로 공공부문에 사용해왔다. 주민들의 주거안정을 책임지는 공공주택,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수영장 등 체육시설, 그리고 주민 서비스를 보강할 수 있는 공무원 증원 등이 그것이다.

 

볼프강 휘스터 주정부 재정국장은 “자를란트 주는 연방정부가 주는 보충교부금의 20%를 매년 순부채를 상환하는데 사용하게 되며, 그 밖에 주민들의 복지와 교육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업에 조정교부금을 주로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를란트 주정부는 최근부터 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조정교부금 지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테판 토스카니 주정부 재무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토스카니 장관은 “우리는 올해(2017년) 1억 6800만 유로에 달했던 신규부채를 2018년에는 5000만 유로 미만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소득과 노동 조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Saar(자를란트의 약칭) 투자 이니셔티브’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Saar 투자 이니셔티브의 대표적인 사례가 미래전망이 밝은 기업들을 한 곳에 모아 지원하는 ‘비즈니스 파크’이다. 이곳에는 현재 50여개 기업이 입주해 경영과 기술협력 등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재정조정제도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한다. 휘스터 국장은 “주 간의 재정조정으로 인해 소위 ‘부자 주’ 주민들의 반감이 커져 헌법적 분쟁이 생기는 등 지방재정제도에 대한 불만도 많다”며 “주정부들이 과세 체계의 개편을 통해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조정제도의 혜택을 받는 주가 자체적인 재정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는 “독일에는 구조적으로 재정상태가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주가 있다”며 “대부분의 주정부는 재정조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세원발굴, 예산절감 등의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옛 동독지역 주들이 주로 혜택받아

 

2011년을 기준으로, 독일의 16개 주들 중 전국 평균재정력 100%를 초과하는 주는 헤센, 바이에른, 바덴-뷔르템베르크, 함부르크 등 4개가 있고, 이들이 다른 주에 조정교부금을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 12개 주는 전국 평균재정력 100% 이하 수준에 머물러 조정교부금을 받았다. 특히 도시주인 베를린은 동-서 베를린 통합의 후유증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어 재정력 지수가 전국 평균의 68.1%에 불과하다. 이밖에 브란덴부르크, 작센, 튀링엔, 메클렌부르크-포어폼머른, 작센-안할트 등 주로 옛 동독지역 주들이 주로 조정교부금의 수혜를 받고 있다.

 

아무리 많은 자치권을 지방정부에 준다고 해도 물적기반이 갖춰지지 못하면 그 권한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독일의 재정조정제도는 분권화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한 제도라는 사실을 자를란트 주의 현재 모습을 통해 볼 수 있었다.

 

● 시민예산으로 오픈한 글램핑 파크

 

- "내가 사는 지역의 미래, 내가 설계한다"

▲ 자를란트 주민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

독일의 시민예산은 참가형 예산이라고도 불린다. 경상경비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작업에 주민의 의견을 반영시키는 시스템이다.

 

주민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주민이 요구하는 것과는 다른 정책이나 주민들에게 불필요한 시설이 만들어질 수 있다. 결국 주민은 행정을 불신하게 되고 정치에도 흥미를 잃게 된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예산 계획작성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주민을 주체적으로 예산의 설계자로 참여시키고 있다. 자를란트주의 주도인 자르뷔르켄시가 2017년 만든 ‘글램핑 파크’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다.

 

이 도시에서는 한 해 사업에 대해 전년도 3월부터 예산계획안을 만들기 시작한다. 7월에는 시민예산을 위한 시민회의가 시내 6개 지구에서 개최된다. 이 때 시 담당자가 예산계획안의 내용을 설명한다. 여기서 주민들은 국적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필요한 사업을 제안한다.

 

2016년에는 12건의 시민예산안이 제안됐는데 시의회는 해당 위원회와 재정위원회의 공익성·효율성 검토를 거쳐 5건을 승인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글램핑 파크다. 자르뷔르켄시의 북쪽에는 수백년 된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지만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큰 규모의 호텔을 짓겠다는 사업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천혜의 관광자원은 썰렁하게 방치됐다.

 

시민예산에서 제안된 글램핑 파크는 나무로 만들어진 32동의 친환경 숙박시설이다. 난방 시스템과 고급 침구류 등을 갖춰 호텔과 같은 편안함을 제공해 숲 속에서 낭만적인 하룻밤을 지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프로젝트의 총 비용은 150만 유로인데 주정부로부터 20%(30만 유로)의 보조금을 받았다. 지난해 가을부터 객실을 오픈했는데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물론 시의 재정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자르뷔르켄 처럼 시민예산안을 시의회가 승인하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인터넷 투표를 통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지역도 있다. <독일 자르뷔르켄="부산일보" 박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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