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이라는 이유 수많은 편법 불법 행위들이 묵인돼
4년전 지금처럼 활동가와 일을 병행하지 않고, 일에 몰두했었다. 지방 중소기업에서의 일이란 여러명 몫을 혼자 해나가는 것이라, 하루의 일과는 8시에 시작해 밤 11시에 퇴근을 해도 업무가 끝나지 않았다. 물론 주말에도 일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일을 시작할 때 마음가짐은 회사에 기여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했다. 회사를 위해서 일하고 미진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면 회사와 내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선의의 노력이 좋은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2년간의 노력은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회사의 급여는 조금 올랐으나 업무의 강도는 올라간 급여보다 가중되었다. 업무 수행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업무에 소홀해서가 아니라, 혼자하기에는 너무 과중한 업무 탓이었다. 회사에 기여하면 좋은 파트너로서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업주에게 나는 파트너가 아니라 낮은 임금에도 일을 더 시킬 수 있는 수입원에 불과했다. 더 화나는 것은 일인분 이상의 일을 수행하는 나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남이 해야 하는 노동을 빼앗았다. 정당한 대가를 받지도 못하면서 남의 일자리까지 뺏어 왔던 것이 나의 노동이었던 것이다. 나는 노동법 위반에 동조한 것이고, 누군가에게 생계가 될 수 있는 지역의 소중한 일자리도 빼앗은 것이다. 물론 나도 피해를 본 것이지만, 이런 행태를 묵인하면서 또다른 피해자를 만드는데 한 몫 거든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관행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편법 불법 행위들이 묵인되고 있다. 견적서를 부풀리거나 세금을 덜내기 위해 계산서를 고치는 행위는 어느 회사에서나 항상 해오던 일이었고, 연구비의 일부 내역을 속여 횡령하는 행위는 주변에 공공연하게 들리는 이야기다. 갖가지 사고로 안전에 대해 민감한 지금도 여전히 자격증을 대여하여 직원 혼자 여러명 몫의 업무를 하는 것은, 회사의 수익을 위해 마땅히 해야하는 일이 되었다.
문제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입을 모아 법이 현장과 맞지 않다고, 법까지 다 지키면서 먹고 살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법은 시민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그런 안전망은 관행이 앞서서 작동되지 않고 있고, 지역의 대부분의 청년들을 법 테두리 밖의 노동자로 만들었다. 불법체류자처럼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을 하고 있다. 해마다 하는 최저임금 인상안을 보며 지역에서는 법조차 지키지 않는 현실에 최저임금 1만원이 우리에게 무슨 소용일까란 생각을 할때가 많았다. 일자리창출에 목을 매고 있지만 청년은 일자리의 질을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고 일자리의 질은 거창한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지역에서 최소한 노동자로서 인정을 받는 것, 적어도 법의 테두리에 넣어 달라고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으로 하루를 살아가면서, 그래도 의미있는 하루를 보내고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는 보람과 잘못된 부분을 방관하며 불평등한 구조에 협조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같이 느끼고 있다. 열심히 일할수록 부끄러워져야 하고, 부끄러움에 무뎌지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곳에서, 퇴사와 니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그나마 낼 수 있는 작은 용기가 아닐까 싶다. 당신의 판단은 올바르다고 조금 더 용기내자고 힘내자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지역살이에서 적어도 노동법이라는 안정망이 청년들을 지켜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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