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인권단체 활동가 피해자
“같은 소속 2명에게도 당해 진정성 있는 사과·처벌 원해”
지난 2일 전북대학교 졸업생이 학교 강사로 만난 인권단체 활동가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익명의 ‘미투(metoo, 나도 당했다)’였지만 기억은 선명했다. 피해자가 더 늘어나기 전, 사과와 처벌을 촉구하는 작성자를 직접 만났다.
“국제 NGO에서 일하기 위해 프랑스 유학까지 진행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을 만난 이후 질려버려 꿈을 접었습니다. 이 바닥에선 편히 일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죠.”
지난 4일 전주의 한 카페에서 김모 씨(29)가 심정을 밝혔다. 5년 전 김 씨가 꿈을 포기한 건, 좁은 지역에서 가해자의 얼굴을 볼 우려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는 “전북지역 인권 분야에서는 ‘탑’이라고 자평한 그들을 무조건 만날 것 같다. 꿈이고 뭐고, 이젠 인권활동가에게 환멸을 느낀다”고 했다.
2013년 사용했던 다이어리를 펼쳐 보였다. 4월 12일 ‘송광사’라고 적혀있었다. 김 씨는 “평소 손을 잡고 학교를 거니는 등 부적절한 만남을 유도했던 전북대학교 ‘인권의 이해’ 강사 J씨와 송광사를 간 날”이라고 밝혔다.
“당시 J씨는 아내에게는 사랑이 없다. ○○(김씨)이는 나랑 연예할까라고 물었어요. 또 어느 날 전주에서 민물새우를 먹다가 워크숍을 단둘이 가자. 방은 하나 잡고 내가 너 안아주면 되지라고 했어요.”
김 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NGO의 꿈을 위해 이같은 수모도 버텼다고 한다. 졸업을 앞두고도 밤에 불러내 인권단체의 일이라며 ‘정의구현사제단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같은 인권단체에 속한 두 명의 K씨도 수법은 비슷했다. 김 씨는 2009년 전북대학교 ‘비판적사고와 논리’ 강사 K씨를 만났는데, 2013년 J씨의 소개로 찾은 인권단체에서 또 만났다. 김 씨는 K씨가 손을 잡으며 “연애하는 기분이 든다”는 말을 내뱉었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저녁자리에서 소주를 먹고 가게맥주집을 거쳐, 3차는 자신의 집으로 가기를 강권했다는 게 김 씨의 기억이다.
그는 이 단체 소속 또 다른 K씨에 대해서도 “나를 계속 쳐다보면서 손등을 만졌다. 또 나를 집요하게 밖으로 불러냈다”고 했다.
다이어리에 적힌 2013년 3~4월의 기억. 김 씨는 당시 충격으로 J씨 수업과 인권단체에 발길을 끊었다. 그러자 J씨는 “내가 너 성적 뭐 줬을 것 같냐”고 전화로 협박했다. 김 씨는 “규정에 따라 12시간을 빠지면 F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연락을 끊은 5월부터 J씨 수업에 나가지 않았는데,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최고 성적을 줬다”고 했다.
현재 심정과 향후 계획에 대해서 그는 단호했다. “ ‘왜 차를 마시고 술을 같이 마셨냐’며 ‘미투’를 혐오하는 분위기를 일부 느낍니다. 이는 너무 잘못된 상황인 것 같습니다. J씨와 두 K씨는 꿈을 짓밟았습니다. 그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고, 이를 강력히 요구할 것입니다. 안 그러면 피해자는 더 생길 테니까요.”
5일 전주 덕진경찰서는 이 사건과 관련, 피해자 조사에 나섰다. 전북대 관계자는 “J씨 등은 현재 대학에서 수업하지 않는다”면서, “대학가 미투 사태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승현·김보현 기자>남승현·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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