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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전북, 가난한 전북

며칠전 참 낯선 풍경 하나가 전국적인 뉴스가 됐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달 29일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 시민 총궐기 대회’에서 삭발식을 한 것이다. 울산시는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물적분할)에 따라 생기는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를 촉구했다. 울산 현대중공업 종업원 수는 호황기 때 협력업체 포함 6만7000여 명을 자랑했으나 현재는 구조조정으로 3만2000여 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 여파로 2015년 120만 명에 가깝던 울산 인구는 현재 115만2000여 명으로 줄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현대중공업이 곧 울산’이라며 배수진을 친 것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과연 누구던가. 1980년대 부산·울산 지역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인권·노동 변호사 3인방’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집권여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얼마든지 청와대나 관련 부처와 협의할 수 있었음에도 상당한 부담을 떠안으면서 이렇게까지 강수를 둔 것은 정치적 제스처 이기는 하지만 어쨋든 지역민의 고충을 덜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한달여 전에 송철호 시장은 전국 종합 건설사 260곳에 매우 이례적인 편지를 보낸 바 있다. 울산에서 공사를 하고 있거나 예정된 공사에 지역 근로자와 지역에서 만든 자재·장비를 쓰고 하도급 공사에도 지역 기업을 많이 참여시켜 달라는 호소문이었다. “보여주기식 삭발 쇼 한번 하고 건설업체들에게 호소문 좀 보낸게 무슨 대수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울산은 소득수준이 전북의 두배가 넘는 곳이다. 2017년 기준 전북 도민의 연간 GNI(지역내 총소득)이 2455만원이나 울산은 5033만원이나 된다. 원래 가난한 집은 더 어려워져도 큰 불편이 없는데 잘사는 집은 어려워졌을때 더 고통스럽다는 얘기다.

문득 IMF때 서점가를 강타했던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란 책이 떠오른다. 전세계적으로 4000만 부 가까이 팔린 밀리언셀러다. 교육은 많이 받았지만 가난했던 친아버지와 정규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부자가 된 친구 아버지의 대조적인 사고방식을 자세하게 풀어낸 도서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사회에서는 경제에 대해 묘한 잣대가 있다. 속으로는 부자가 되고 싶지만, 겉으로는 돈을 경멸하는 이중적 태도 말이다. 지역 정치인이나 행정 책임자들이 가난한 아빠를 지향한다면 우리에겐 영원히 반 지하방에서 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영화 ‘기생충’의 송강호네 처럼 말이다.

이젠 부자 전북이 될지, 가난한 전북이 될지 결단하고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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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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