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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식초문화도시’

박인환 논설위원

식초(食醋)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발효식품이자 천연 조미료이다. 곡물·과일 등을 발효시켜 알코올로 변환시킨뒤 여기에 아세토박터균을 넣어주면 아세트산(초산, CH₃COOH)성분이 3∼5% 정도 함유된 특유의 신맛을 내는 식초가 얻어진다. 막걸리등 저알콜 술이 공기중에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시어지는 것이 그 이유다.

식초는 비교적 쉽게 제조가 가능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문화권 사람들이 쉽게 접했던 조미료이다. 역사적으로 서양에서는 기원전 5000년경에 바빌로니아에서 술을 발효시켜 식초를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양조법이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으므로 식초도 비슷한 시기에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조때 편찬된 ‘해동역사(海東繹史)’에 따르면 고려시대에 식초가 식품의 조리에 쓰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식초는 제조방법과 성분에 따라 천연발효식초, 합성식초, 양조식초로 나눌 수 있다. 합성식초는 석유에서 뽑는 순도 99% 이상의 아세트산을 말한다. 순수한 것은 16℃ 이하에서 얼음처럼 결정상태가 되므로 빙초산(氷醋酸)이라 부른다. 원액 그대로 마시면 인체에 심각한 손상이 일어나며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양조식초는 속성발효를 위해 알코올에 초산균을 넣어 2∼3일만에 숙성시킨 식초다. 비타민이나 미네랄등 생리활성 물질이 충분하지 않다. 반면 천연발효식초는 곡류나 과일 100%로 만들기 때문에 원료가 가지고 있는 성분을 모두 지니고 있어 인체 건강에 도움을 준다. 천연발효 식초 관련 연구에 3번이나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 것만 보아도 식초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세계적인 명품식초로는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지방의 ‘발사믹’식초, 일본 가고시마현의 ‘흑초(黑醋)’, 프랑스 오를레앙의 ’포도식초‘, 중국 산시성의 ’노진초(老陳醋)‘와 강수성의 ’진강향초(鎭江香醋)‘등이 꼽힌다. 모두 천연발효 식초로 최소 1년이상 장기 숙성시킨 제품들로 맛도 뛰어나다.

복분자로 대표되는 농생명식품 수도 고창군이 빼어난 자연환경과 먹거리를 활용해 국내 식초산업을 선도적으로 이끌기 위한 야심찬 계획으로 지난 1일 ‘식초문화도시’ 선포식을 가졌다. 국내에는 이제껏 ‘식초도시’가 없어 고창군이 첫 번째 ‘식초도시’인 셈이다. 고창군은 식초 원료가 되는 쌀과 보리등 곡류와 배리류(복분자· 아로니아)등의 국내 최대 산지로 유명하다. 복분자주 덕분에 발효분야 전문 인력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게르마늄(Ge) 함량이 높은 온천수를 발효수로 활용할 수 있다. 웰빙시대를 맞아 고창식초가 세계적인 명품식초로 탄생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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