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떠나 야인 신분이 되어 나는 주어진 일상의 시간을 어떻게 지낼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곤 했다. 일상의 삶 자체가 인생이며, 나에게는 직업에 종속되지 않은 황금 같은 시간이 열려져 있었다. 이것을 평범한 방식으로 소모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자유롭게 가고싶은 곳을 가고, 적절히 즐기면서 사는 게 싫은 것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휴가라는 것이고, 이를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을 추구하고 누리고 싶다는 욕구였다.
우선 내가 잘 할 수 있는 현대미술에 관한 개인 강좌를 열었고, 벌써 3학기 째 하고 있다. 그리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면서 발표를 하는 것이다. 그동안 개인전 2번과 아트 페어 1번, 국제 행위미술 행사 1번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실험적 성격을 갖춘 작가들을 추려 그룹 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북화단이 전반적으로 포퓰리즘에 젖어 있고 상업주의적 관행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대한 반성이었다. 그래서 모두 9명의 작가들이 모여 AX 그룹을 만들게 되었다.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대 사회적 개입을 포함하여 외연을 넓히면서 각자가 자유로운 시대정신을 펼치려는 것이다. 6월 창립전을 앞두고 구체화한 선언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삶의 길과 예술이 일치한다고 믿으며
예술이 사회적 문제에 개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예술적 혁신이 곧 정신적 혁신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예술이 상품화되는 것에 반감을 느끼며
또한 제도적 틀에 안주하는 것을 거부한다.
예술은 날마다 새로워야 하며
그 어떤 강령도 일방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반대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가의 창의성은 가장 궁극적인 인간의 가치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목숨을 걸어야 한다.
AX는 그러한 뜻을 공동으로 발현코자 한다.
선언문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이것을 실현하는 것은 전혀 참여작가들의 몫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로 그 실천 방안을 토의해왔다. 결국 작가들은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고 AX와 결부된 작품의 의도를 두고 논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작품이란 작가 개인의 것이지만, 예술이라는 열린 공론의 장에서 첨예하게 논의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는 AX의 방향성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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