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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또 다른 사람 피카소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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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 키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카소의 일에 대한 무서운 집념이나 초인적인 정열과 상상력, 또는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함과 활달함, 모든 생명에 관한 강한 애착에 연유한 삶의 결과물을 보면 어느 편견으로만 그를 평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늦은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마친 그는 이미 예약된 몇 사람의 방문자를 맞은 후에는 곧바로 작업실에 들어가서 이튿날 아침까지 지칠 줄 모르는 힘으로 일을 하던 사람이다. 마치 사랑하는 여자와 사랑을 하듯 즐겁게 일을 하는 까닭에, 마치 칼릴 지브란의 ‘일은 눈에 보이는 사랑이다’라는 말을 연상하게 하는 사람이다.

모든 문화적 행사나 정치적인 집회 같은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심지어는 자신의 전시회조차 가는 일이 드물었다. 참으로 위대함을 알고 감복할 줄 아는 사람에게 인간사의 어느 한 단면으로 이루어진 평가를 그의 전체인 것처럼 말하기는 극히 어려운 것이리라.

식사를 하다 말고 드러난 생선뼈를 보며 생각에 잠기다가 앞마당에 있는 도자기 흙을 가져와 그 위에 생선 뼈를 늘러 박아 화석의 형태를 만들고는 다시 그 부분을 떼어 내 접시에 붙이고 “걱정할 것 없소. 이것들을 흙속에 넣고 구워내면 모두 변할 것이요. 이건 에메랄드 색으로 저건 청색으로, 그러나 이 물고기들이 나중에 어디서 자기의 물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고 놀라지 않겠소?”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식사 도중에라도 뭔가가 생각나면 곧바로 접시를 밀어버리고는 그 접시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샤를 보들레르는 “천재란 의지에 의하여 되찾은 아이의 영혼”이라고 하였고, 조각가 브랑쿠지는 “우리들이 아이의 마음을 버렸을 때 우리는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는데, 이것을 피카소의 말이나 생활에 대입해 보면 그는 거의 아이의 마음으로 살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인에게 싫증을 빨리 느끼는 것까지--. 

자기 집에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 것”이라는 엄한 법률을 만들어 놓고, 어른들이 자신의 법을 어기면 불같이 화를 냈으나 아이들이 만지거나 심지어 애지중지하는 것을 파손시킨 경우에도 “좋아 좋아” 또는 “이런 장난꾼들”이라 말하며 들여다볼 뿐이지 “하지 마”라거나 화를 내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어느 날 파티에서 피카소가 갑자기 없어졌다. 조금 후에 나타난 피카소는 피에로의 복장과 분장을 하고 내려와 한쪽에서 시무룩하게 서 있었던 7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 앞에 가서 재롱을 부리는 것이었다. 그 파티장에 모인 다른 어른들은 자신들의 사교를 위해 아무도 그 소년의 표정을 보지 못했음에도 말이다. 이는 우리들의 큰 스님 성철 스님에게도 유명한 일이다. 당시 그 무서웠던 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절에 왔어도 내다보지도 않았던 스님은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해서 아이들을 곁에 두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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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 #또 다른 사람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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