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전시장은 시선에 걸림이 없는 가급적 넓고 시원한 공간을 요구하는 데 반해 여기저기 막힌 공간을 그대로 유지해 일반 가옥 속에 그림을 좀 많이 진열한 것처럼 한, 갤러리 공간으로는 좀 특이한 공간으로 설계된 갤러리가 있으니 그곳이 바로 전주 숲정이길에 위치한 지후갤러리이다.
이것만 봐도 그 갤러리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이정희 관장의 정신세계가 짐작된다.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것에 안주하고 즐기는 것보다, 차라리 개척과 모험을 택하는 것은 어딘가 대단히 믿을 구석이 있나 보다.
있다면 그녀는 조용한 크리스천이라는 것밖에 없다. 남에게 숙달된 언어로 전도하려고도 하지 않는, 그렇지만 자기 내면만은 왕성한 믿음에 연유한 확고한 신념으로 밖에 설명할 수밖에 없다.
나서지 않지만 물러서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무신론자인 내가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그림에서도 그런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겉으로 표방하는 것은 수채화였다.
수채화라고 하면 투명 수채화를 일반적으로 뜻하고 투명 수채화는 무채색을 혼합하지 않아 맑고, 물맛을 중요시한다. 그녀가 그린 수채화에서는 기막힌 물맛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겹친 시행착오의 경험 속에서만 가능하다. 또 구매권이 있는 관객들에게는 그런 작품들이 인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을 버리고 다시 없는 길을 찾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옳은 수채화를 배우고 익혀왔다 하겠다. 그녀가 설계하는 그림에서의 짜임새, 흔히 구도 또한 세련되었다.
그런데도 또 다른 존재하지 않았던 길을 찾고 있다. 물론 안주하여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항상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우리들 창작자의 길임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녀가 그동안 익혀왔고 발표되었던 업적들을 너무 빨리 거둬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
그녀는 옳은 길로 가고 있는데 주위에서는 못내 아쉬움을 느끼는 격이다. 그녀가 지금 토해내는 작품들이 자꾸 특정 종교로 가고 있다는 것은 나 혼자의 생각일까?
그녀는 그 흔하디흔한 미술대학과는 인연이 없다. 그런데도 대학 평생교육원의 수채화 반 강사를 했을 정도이면 각고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대를 졸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같이 붓을 잡는 사람들에게 질시를 받아 불이익을 당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런 악조건을 다 이겨내고 있는 그녀가 지금 자신의 갤러리에서 자신의 그림으로 전시하고 있다.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말은 어떤 의미로는 어느 곳에도 얽매임이 없이 자유롭다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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