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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송지호 작가의 '내 안의 행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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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호 작가 작품/사진=이승우 화백 제공

언젠가부터 토끼를 주로 그리는 특정작가의 토끼 그림이 자주 눈에 띄었다.

올해가 토끼년이라기 자연스럽게 그 작가가 생각이 나고, 화랑 여러 곳에서 띠 전을 기획 발표한다는 소문을 접하면서도 그 토끼 작가에게는 "올해가 참 행복하겠다"는 지극히 단편적인 생각을 하며 송지호 그 작가와의 짧은 인연이 생각났다.

같은 고장에서 붓을 잡고 산다는  것 외에는 전공도 다르고 해서 적어도 내 기억에서는 일면식도 없었던 그가 무슨 인연이었는지 어느 날 술에 취한 나를 경사가 가파른 2층 내 작업실로 부축해준 일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많이 취해있었음에도 이 젊은 작가가 매우 극진하고 공손한 성격이나 전혀 흐트러짐이 없고 주관이 확실한 사람임을 그날의 만남으로 강하게 느꼈었다.

그것으로 개인적인 만남은 시작이자 끝이었으나 그가 그린 의인화된 토끼 그림은 도처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서양미술사에서는 토끼가 심심찮게 등장했는데 혹시 한국 미술사에서도 토끼를 일삼아 그리는 작가가 있었나 생각해봐도 그쪽은 무식해서인지 확실하게 떠오르는 작가도 없다. 혹시나 다산을 기원하는, 토끼가 달 속에서 방아를 찧는다는(달은 음이고 토끼는 양이니, 확실한 성 교섭의 행위) 설화에서 근거를 찾았냐고 생각해도 그런 음양의 이치를 생각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이해하기 난감하다가 이번 전시에 가서 어렵게 구한 그의 전시 도록에 수록된 작가의 변을 보고 나서야 작가의 뜻을 헤아리게 되었다.

토끼는 이 작가에게 신이 내려주신 딸을 상징하는 것이었고 그 딸을 보며, 딸과 "사탕 한 개로 딸아이의 웃음을 거래하는" 엄청난 행복을 표현하는 일종의 육아일기였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타인에게는 소소하게 보일지언정 본인에게만은 크나큰 행복감의 또 다른 이야기였음도, 소소한 일상을 따뜻한 언어로 만들 줄 아는 더할 나위 없이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였음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꽃바구니를 실은 자전거를 타고 있는 토끼, 막 꽃다발을 전하려는 수줍은 몸짓 등 그의 그림 속에서는 사랑과 행복만이 가득하다.

그런 마음을 표현하는 것들이기에 지치지도 않게 오랫동안 다양한 형태와 색깔로 표현될 수 있었음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딸과의 행복한 거래는 앞으로도 다양하게 지속해 이루어질 테니까.

그래서 송 작가의 그림에 나타난 다양하게 의인화된 토끼가 우화처럼 행복했었다는 것을 알고 난 뒤 내 마음에도 겨울을 녹이는 다사로운 햇빛이 비쳤다.

그리고 그가 작가의 변에서 인용한 "행복이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즐기는 것이다"라는 흔히 들어봤음 직한 이 말도 더욱 절실해지고 "과연 나는"이라는 회한의 마음으로 가슴을 여미게 한다.

한마디로 봄날의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쌀쌀한 날씨에서의 손수건처럼 좁은 양지가 주는 안도감처럼, 그런 행복한 그림이었다.

이 전시회의 제목인 '내 안의 행복한 이야기'는 진정한 작은 행복을 전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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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청목미술관 #송지호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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