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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미술이야기] 교동미술관, 이경섭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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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작가 작품/사진=이숭우 작가 제공

자·타칭 지리산 작가인 이경섭 작가가 전주 한옥마을의 터줏대감 격인 교동미술관 1관에서 개인전을 마련했다.

그의 작업은 원래 갖출구(具)를 사용한 구상(具象)으로, 묘사 중심의 구상(構想)이 아니라 오히려 추상적(抽象的)개념이 많아서 반추상 (半抽象) 미술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순수 추상의 개념에서는 상당히 멀리 있는 관계로 오히려 구상화(構想畵)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내는 것이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올려진 구상화(具象畵)에 대한 인식이다.

구상화(構想畵)에선 사실적인 형태에 가려 이야기를 많이 전개할 수 없는 것도 구상화(具象畵)에서는 어느 정도 뭉개진 형태의 마디마디, 사이사이마다 화가가 원하는 이야기를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추상화에선 나름의 어법 때문에, 구상화(構想畵)에선 사실성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을 구상화(具象畵)는 교묘하게 그사이를 파고들어 발생한 미술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래서 구상화(構想畵)만큼 구상화(具象畵)도 일반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

일반 대중은 도무지 알 수 없는 난해한 추상미술보다 자세하게 보면 하나씩 내가 기왕에 알고 있었던 것을 발견한다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마치 "화가, 네놈들이 아무리 아는 체 잘난체해도 나도 알아냈거든"하는 심정에 다가가면 매입하려는 의도도 갖기 쉽다.

왜냐하면 ‘나’보다 세상 사람들이 조금 더 우매해 내가 돋보이고 싶은 의도를 내재한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에 이경섭 작가가 마련한 전시회는 그런 아무런 의도도 없이, 마치 장자의 소요유(消遙遊)처럼 그저 자연과 아무렇지도 않을 사물에 손과 마음을 맡긴 듯하다.

그의 작가 노트를 한번 살펴보자.

"걸어가다 보니 그림 그리는 일이 직업이 되어, 그림 그리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행인지 불행인지~. / 지난 겨울을 버티면서 작업했던 자전적 이야기들을 이 봄에 내보낸다. / 불멸의 작품을 하리라 다짐했던 호기는 청춘의 미련과 함께 다 달아나 버리고 늙어가는가. 지금 덤덤한 일상이 편안하다"에서도 느껴지듯 욕심이나 야망 같은 것은 다 내려놓고 이제 자연이나 현실을 덤덤하게 보겠다는 경지가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림에서도 보이듯 어떤 그림에서도 "잘 그려야지"라는 강박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려지는 대로, 어느 부분이 좀 내 맘과 달리 나왔어도 거기에는 또 다른 뜻이 생길 거라고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렸다.

실경으로 그리고 싶으면 실경으로, 지금껏 이해하고 살아준 아내를 생각하면서는 그 애틋한 마음은 두 나무가 서로 엉켜있는 연리지(連理枝)로, 황량해진 내 마음은 또 그것대로, 욕심 없이 보이는 대로, 생각되는 대로 그리고 있었다.

거기에는 특별히 잘 그려야지 하는 욕심도 버린 것 같았다.

이렇게 말하자니, 개인적으로 이 작가를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나이깨나 훔친 그늘 공원의 점잖은 노인네로 여겨질 수 있으나, 이제 60대 중반을 갓 넘어선 팔팔한 청춘이 한 마디로 까불고 있기는 하나, 그것은 막걸릿집에서의 겉모습이었고, 그가 고독이라는 것을 느낄 때의 내면은 어느새 이렇게 성숙해 왔나 보다.

그러나 외로움은 혼자라고 느낄 때의 불행이고, 고독은 오히려 혼자 있을 때의 즐거움이라는 것도 알아주기를 바란다.

아무튼 얘깃거리가 많고, 또 스무고개까지 안 가고도 편안하게 간파되는 그림이 널려있는 전시장에서 일우가 즐겁기만 했다.

물론 전시장을 나올 때까지 작가의 심연 속에만 있을 진짜배기 그윽한 고독과 그리움은 알 길이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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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미술관 #한옥마을 #지리산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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