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새만금 관할권과 행정통합 등 지자체 간 갈등 폭발
광역지자체인 전북도 조정기능에 대한 비판론, 지속제기
정치적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광역자치단체 개입 시 또다른 갈등 양상
권력 분쟁과 지역 이권 조정 사실상 같은 자치단체 차원서 불가능
분쟁 조정 대부분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는 경우 대부분
전북이 특별자치도로 출범한 첫해부터 지역 이익을 둘러싼 기초자치단체 간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전북은 특히 정치적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 지역정치권이 격하게 대립하면서 사분오열하는 모습이다.
전북은 크게 군산·김제·부안의 새만금 관할권 다툼, 전주·완주 행정구역 통합, 제2혁신도시 조성 문제와 관련해 각 지역의 이권이 첨예하게 맞붙은 상황이다.
그러자 도내 기초지자체와 지방의회, 일부 지역 언론에선 광역자치단체인 전북도의 갈등 조정 및 중재력이 부족한 탓이라며 화살을 돌렸다.
이에 대해 도는 각 지자체의 갈등은 당사자들의 합의가 우선이며, 지자체에는 구속력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에 전북일보는 광역자치단체의 중재력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또 비슷한 사례에서 지자체 간 갈등 조정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사실 관계를 따져봤다.
△민선 지방자치제의 속성
전북도가 도내 14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갈등을 조정하거나 중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본질은 지역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민선 지방자치단체와 의회의 속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자가 주민들이 선출하고 구성한 ‘선출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는 말 그대로 예속된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 있다.
한마디로 전주시나 완주군, 군산시 등의 지방자치단체 또 시·군의회가 하는 결정은 중앙정부나 전북도의 권한에 귀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법 등은 지방자치제도에 대해 주민 스스로가 자치단체장을 선출하여 공공행정을 담당하게 하고, 역시 주민들이 선출하고 구성한 지방의회를 통하여 지방행정을 감시, 견제해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전북도가 중재안을 내더라도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의견이 될 뿐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구속력을 가지지 못하는 배경도 도의 중재나 조정기능이 구속력을 띨 수 없어서다.
△광역자치단체 딜레마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시행된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전북특별법)에 따르면 전북특별자치도의 관할 구역은 종전의 전라북도 관할 구역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 법에서 정하는 범위에서 특수한 지위를 가지는데, 관할권 분쟁이나 행정구역 문제는 도는 물론 국가에서도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관할 구역이 전북 전체인 만큼 새만금 등 현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각종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
그러나 각 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전북도가 특정 입장을 취하면 정치적으로 난감한 입장에 몰리는 경우가 생기면서 결과적으로 광역자치단체의 방관을 부른다.
쉽게 말해 전북도 입장에선 직접 각 자치단체의 이해관계에 개입할 수도, 그렇다고 모른척할 수도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구조다. 그렇다고 확실한 결정을 내릴 경우 특정 지역 편들기라는 논란이나 독단이라는 비판에 휘말릴 수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으로 넘어간 지역분쟁
새만금 매립지 관할권과 관련해 분쟁이 생기는 경우 지방자치법에 따라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이에 불복하는 경우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도록 정해 도에서 중재할 권한이 없다. 3개 시군이 뒤엉켜 5년을 끌어온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 법적분쟁은 지난 2021년 1월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일단락됐지만, 군산시는 헌법소원 절차에 들어갔으나 지난해 3월 기각됐다.
문제는 새만금에 들어설 큰 SOC(사회간접자본)와 용지 등의 관할권은 아직도 미정이어서 추가 다툼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특히 신항만 자체는 아직 매립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관할 결정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또 남북도로와 수변도시, 농생명용지 등 새만금 내측 매립지역의 관할권 결정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매립 공사가 완료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중분위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치단체들은 중분위의 결정을 그대로 수락하는 경우보다 법적 분쟁으로 이를 끌고가 법원의 판단에 따르고 있다. 전북도가 새만금 특별자치단체를 대안으로 내민 것도 이러한 배경에 있으나 관할 자치단체의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이미 중분위와 법원에서 이 갈등을 조정하는 상황에서 도가 나설 여지는 없다.
△광역자치단체의 중재기능 '유명무실'
지자체나 정부, 공공기관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갈등 조정 기구는 마련돼 있으나 그 실효성이 유명무실해 휴업 상태다.
지자체 간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로는 2000년 설치된 지자체 중앙분쟁조정위원회(광역기관 간 갈등)와 1994년 만들어진 지방분쟁조정위원회(광역기관 내 갈등)가 있다. 하지만 설립 후 올해 까지 처리한 분쟁은 각각 20건도에도 못 미쳤다. 또 각 부처는 의무적으로 산하에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두게 돼 있으나 이 역시 제대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었다.
전북도 마찬가지다. 광역자치단체의 갈등 중재나 조정 기능은 미미한 제도로 그 기능에 한계가 뚜렷했다.
전북도에도 갈등조정자문위원회가 있으나 위원회는 조례가 제정된 2013년 서남권 공용 화장장 건립에 따른 정읍·김제·고창·부안 간 갈등 조정을 위해 열린 뒤로 10년간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 2023년 7월 다시 전북지역 공공갈등의 예방 및 조정·해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갈등관리심의위원회로 공식 출범했으나 이렇다 할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이들은 출범 당일 첫 안건으로 특히 새만금 매립지 관할권 관련 분쟁 사안의 공공갈등 관리대상 지정 여부, 사안별 갈등조정협의회 구성 방안 및 옥정호 수변개발 사안의 상생협의체 운영에 대해서도 논의했었다. 이 위원회는 공공갈등의 사안, 규모 등에 따라 중점 관리대상 사업을 선정하고 갈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갈등이 예상되는 사안까지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었지만 현실화하는 데 한계가 명확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사례의 해결방안의 실마리를 제시할 제도 자체가 없는 것을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강원대학교 비교법학연구소가 발간한 논문 자료인 <지방자치단체 갈등사례와 해결방안>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간 관할구역 경계 갈등사례의 경우 시·군·구간 갈등은 광역단체가, 시·도간 갈등은 정부가 중재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논문의 저자이자 43대 한국공법학회 회장을 지낸 김재광 교수는 “새로 만들어야 할 법률에는 자치단체 경계조정을 위한 전담기구, 경계조정의 원칙 및 기준(고려사항), 경계조정의 대상, 경계조정절차, 협의체의 운영, 손실보상 등에 관한 규정들이 모두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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