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5개 시군, 평균 이하 재정자립도로 지원금 지급
전문가 “현금 지원보다 재정 효율화·기업 유치 시급”
일본은 지자체 자급자족 경쟁, 한국은 중앙정부 의존 심화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았지만, 지방정부가 독립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크다.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 감액으로 재정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일부 지자체는 부족한 예산을 아끼고 보충하기보다 ‘현금 살포’에 나서며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체 수입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정부 예측보다 덜 걷힌 세입 예산은 30조 8000억 원에 달했다. 정부의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향후 1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세수 결손의 직격탄은 지방 재정으로 향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우 당초 받기로 했던 교부세 가운데 누락된 금액이 2023년에만 1조 원을 넘었으며, 지난해에도 4000억 원에 달했다. 국비 지원이 줄면서 두 해 동안 전북자치도가 발행한 지방채는 3000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지방의 세입세출 구조를 보면 사실상 중앙정부의 지역 사무소 역할에 머물고 있다. 세금 수입 비율은 국가와 지방 75 대 25 수준인데 지출 비율은 5 대 5에 달한다. 100원의 세금이 걷혔을때 75원은 국가, 25원은 지방 몫인 반면 100원의 세금을 사용하려면 지자체가 절반을 부담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대부분이 사회복지와 보건 예산으로 배정되며 지방이 자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재량 예산은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지방세입 증가보다 부담률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재정 압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 올해 전북 지역에서는 완주군과 남원시, 진안군, 김제시, 정읍시가 민생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재정자립도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재정 취약 지자체다. 지난해 12월 기준 완주군의 재정자립도는 17.67%, 남원시는 8.68%, 진안군은 6.69%, 김제시는 10.02%, 정읍시는 9.69%에 불과하다.
특히 김제시는 1인당 50만 원이라는 가장 높은 금액을 지급했으며, 해당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만 404억5000만 원에 달한다. 정읍시도 308억 원을 책정했다.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48.6%, 시군 평균은 24.35%이다.
재정자주도는 전국 평균 70.9%, 시군 평균 61.15%인데, 남원시(62.22%)를 제외한 진안군(56.5%), 정읍시(55.99%), 완주군(54.41%), 김제시(53.93%) 등 4개 시군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지방이 자율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가 자체 예산을 소진한 뒤 결국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국고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의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지원 없이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가고 있다. 일본은 지방교부세가 거의 없으며, 각 지자체가 자체 세수를 확보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일본 사가현 같은 지역에서는 공무원들이 전통 복장을 입고 지방 공항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처럼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이라는 안전망이 보장된 환경에서는 지방정부가 재정 자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중앙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관계자는 "지방자치는 단순한 예산 지원이 아니라 각 지자체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며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재정을 운용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