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감성 소비하는 문화 '제철 코어', 인스타·블로그서 관심 급증
절기 달력부터 제철 레시피까지⋯다양한 제철 코어 콘텐츠 등장
유행은 돌고 돈다. 빨라도 너무 빨리 돈다. 괜히 아는 척한다고 "요즘 유행인데 몰랐어?" 이야기했다가 유행이 끝나 창피당하는 일도 다반사다.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들, 트민기가 떴으니 이제 걱정 없다.
이 기사를 읽는 순간에도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유행이 올라오고 트렌드가 진화한다. 트민기는 빠르게 흐름을 포착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게 목표다.
 
   토마토 컵, 토마토 시집, 토마토 빙수까지⋯.
최근 여름 제철 채소 중 하나인 토마토가 생활소품부터 시집까지 폭 넓게 쓰이고 있다. 계절감을 느끼는 문화인 ‘제철 코어’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덕이다.
제철 코어는 제철 먹거리나 장소, 분위기 등 계절의 감성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공유하는 문화를 뜻한다. ‘핵심’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core(코어)’에 ‘제철’을 붙인 신조어다. 여름이면 토마토, 초당옥수수, 콩국수 등 제철 음식이 떠오르고 겨울이면 대방어, 붕어빵 어묵 등 겨울과 관련된 콘텐츠가 떠오르는 식이다.
제철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올해 열기가 유독 뜨겁다.
트렌드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을 기준으로 한 달간 블로그에서 ‘제철’이 언급된 건수는 7만 85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67% 증가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제철’ 관련 게시물이 8만 3000건을 넘겼다.
 
   이처럼 제철 코어가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특정 계절을 대표하는 먹거리나 콘텐츠도 호황을 맞았다.
절기마다 제철음식이 적혀있는 달력이 판매되는가 하면 계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특정 동네를 매달 산책하자는 취지의 ‘열두 달 산책’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출판계도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도서를 출간하고 있다. 지난해 출간된 시집인 <토마토 컵라면>이 다시 서점 매대에 올라왔다. 절기마다 다른 제철 음식, 분위기에 관해 서술한 책 <제철 행복>도 눈에 띈다.
 
   SNS에선 제철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여름 과일인 참외를 이용한 참외 샐러드 레시피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조회수 670만 회를 넘겼다. 이외 여름 제철 재료를 활용한 레시피 모음 게시물은 1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제철 열풍의 배경은 극단적으로 짧아진 봄과 가을, 춥지 않은 겨울 등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인해 사라진 계절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비중은 전체의 53.2%였다.
실제로 올해 초 1년 중 가장 춥다는 ‘대한’이 평년보다 포근해 화제였다. 지난해 10월에는 완주 소양에 위치한 한 카페 앞에 때아닌 벚꽃이 피는 이상기후가 관측됐다.
기후 변화는 제철 작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기후변화로 동해와 남해 연안 삼림생태계에서 특산식물 다양성 감소가 예측된다”는 결과를 내놨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국내 특산식물 179종 중 다수가 고지대와 북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연안과 남해 연안에서는 특산식물의 다양성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제철 코어’의 유행은 이러한 기후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계절의 경계가 흐려지고 제철 음식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오히려 관심이 급증한 것이다. 최근 X(구 트위터)에는 “금수저보다 제철 과일 수저가 더 부럽다”는 말까지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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