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폭염과 집중호우, 한파에 이르기까지 ‘역대급’ 기록이 매년 갱신되고 있는 이상기후는 이미 우리의 일상을 흔들고 있다. 세계는 이러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탄소중립’을 새로운 경제 질서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탄소를 얼마나 감축하느냐도 중요하지만, 탄소 감축 과정에서 어떤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가가 국가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되고 있다.
이 거대한 전환의 한복판에서 익산시와 전북특별자치도가 탄소중립의 길에 과감한 선택을 했다. 개발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을 전제로 한 새로운 개발 방식을 실험하는 길이다.
익산이 그 변화의 출발점에 서 있다. 왕궁 자연환경복원사업과 용안 생태습지는 과거의 상처를 넘어 도시의 미래를 다시 그리는 상징적 사례다. 오랫동안 오염과 악취로 고통받았던 왕궁은 총 2,437억 원 규모의 복원사업이 본격화되며 생태와 문화가 공존하는 ‘회복의 공간’으로 재탄생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용안 생태습지는 생태관광지와 지방정원 조성을 통해 자연이 지역경제의 자산으로 전환되는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환경 보전이 지역 발전을 제약하는 요소라는 오래된 인식을 바꾸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변화다. 난개발과 오염의 상징이었던 공간이 탄소를 흡수하고 생태를 복원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의 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도심형·정원형 탄소중립 프로젝트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전북연구원 부지에 조성될 ‘탄소플러스 정원’과 탄소중립 교육홍보관은 연간 1,800톤 이상의 탄소를 줄이는 도심 속 기후대응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2027년 초에는 새만금에 국내 첫 해안형 ‘국립새만금수목원’이 들어설 예정인데 수목원이 거대한 탄소흡수원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북은 도내 기업들과 함께 ‘해상풍력 블레이드 클러스터 조성’을 천명했는데 이를 통해 탄소소재 산업과 재생에너지 기술력을 결합시켜 대표적인 도내 탄소중립 산업 기반으로 만들 전망이다. 물론 새만금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RE100 산단 조성을 위한 노력 또한 계속되고 있다.
전북은 이러한 변화가 도청과 몇몇 지자체의 성과로만 머무르지 않도록 이미 탄소중립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을 도내 곳곳에서 추진하며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익산에서 시작된 생태 회복의 움직임과 새만금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략은 다시 전북 전체의 미래 산업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태 숲 조성, 하천 복원, 정원도시 개발, 해상풍력 산업화, 첨단 연구시설 유치 등 전북의 여러 시도들은 한 방향으로 수렴한다. 바로, 전북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개발 전략을 통해 지역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탄소중립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과거의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과 사람이 기후위기 시대에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도시 모델을 이미 만들어내고 있다. 익산과 전북이 보여주는 변화는 그 좋은 예이다. 탄소중립에 기반한 발전의 길이 이제 기후위기 시대 전북이 살아남는, 가장 지속가능성이 높은 길이 될 수 있다. 지역의 지속가능성은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익산과 새만금, 그리고 전북에서 시작된 변화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익산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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