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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동화작가- 윤일호‘거의 다 왔어!

‘거의 다 왔어’ 표지/사진=교보문고

“아직 멀었어?” “거의 다 왔어!”

산에 오르면 으레 묻는 말과 이 물음에 답하는 말이다. 다 왔다고? 그러나 말과 다르게 정상은 요원하고 숨은 더 거칠어진다. 몸이 부서지기 일보 직전. 화가 치밀고 당장 포기하고 싶지만, “거의 다 왔어”라는 반복에 천근만근 발을 들어 올린다. 그렇게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면 그토록 갈망했던 정상. 산꼭대기에 오르는 기적을 경험한다.

윤일호 작가의 동화 『거의 다 왔어』에도 하얀 거짓말에 속으며 지리산을 종주하는 용감무쌍한 아이들이 나온다. 행복초등학교 학생들이다.

주인공 지호는 엄마의 막무가내 결정으로 수원에서 진안 행복초로 전학을 온다. 이 학교는 매년 고학년을 지리산 종주에 참여시키는 곳. 산악 학교도 아니고, 힘들게 지리산에 왜 오르나 싶어 지호는 불만이 가득하다. 게다가 “편하게 자라서 등산을 시킨다.”라는 말에 뾰족한 마음이 솟는다. 왜 편하게 자라면 안 되고 고생을 해 봐야 하느냐, 하면서 말이다.

정말 고생해 봐야 성장하는 걸까? 고생을 모르고 자라야 나중에도 고생스럽게 살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데, 그렇다면 굳이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 고생을 모르고 자랐다고 해서 인내심과 도전정신이 부족할까?

이런 질문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겠지만, 행복초 ‘킹콩샘’이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고생은 자기 내면을 정면으로 바라볼 기회다. 자기 한계를 알고 그것에 부딪혔을 때 나오는 태도와 생각을 바라보며, 나란 사람을 더 잘 아는 계기가 된다. 더불어 고생은 남과 다른 경험의 누적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타인과 어울리는 법, 조율하고 타협하는 방법을 알아 가는 과정이라고. 그러니 고생은 단순히 힘듦이 아니라 자기를 이해하는 성장 포인트라고 말이다.

결국, 지호는 지리산 등반을 위한 준비 운동에 돌입했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틈날 때마다 엄마와 걷기 연습을 하고, 킹콩샘에게 밥 짓는 법을 배운다. 연습 등반으로 운장산에 오르다가 큰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드디어 지리산에 가는 날. 지호의 걱정과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로 작품의 시작부터 긴장이 느껴졌다. 동시에 지호가 무사히 산에 오를 수 있을까? 어떤 사건이 지호를 가로막을까? 산에서 사고가 나면 어쩌지? 밥은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지호를 쫓았고, 지호와 함께 산에 올랐다. 힘에 벅찬 지호가 걸음을 멈출 때면 호흡도 함께 멈췄다. 친구들과 초콜릿바를 먹으며 쉴 때는 같이 배가 고프고 입에 침이 고였다. 너무 힘들어서 자기도 모르게 욕하며 눈물 흘리는 장면에서는 토닥이고 싶어졌다. 등산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지호를 격려하고 위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동화는 진안 장승초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다. 작품 속 킹콩샘은 윤일호 작가 본인이다. 작가는 살아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에게 노동의 가치와 고생의 참 의미를 경험케 하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진짜 교육은 인생의 희로애락이라는 여러 경험으로 자신을 알아가고 타인을 이해하며 나를 둘러싼 사회를 더욱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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