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6-05-17 20:51 (일)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열린광장

[열린광장] 동학농민혁명 정신, 이제 헌법 전문으로

Second alt text
유호연 정읍시장 권한대행

5월은 짙은 녹음으로 푸르르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역사의 결은 어느 때보다 깊고 묵직하다. 부패한 권력과 외세의 침탈에 맞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군부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피로 지켜낸 5·18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이 깃든 달이기도 하다.

1894년 정읍 고부에서 시작된 동학농민혁명은 만민평등과 자주독립을 외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그 뜨거운 함성은 항일 독립운동을 거쳐 4·19 혁명과 5·18민주화운동, 촛불 혁명, 빛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우리 현대사에 면면히 이어져 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역시 5월 11일 국가기념일 축사를 통해 이 혁명의 숭고한 가치와 시대적 의미를 분명히 짚었다. 대통령은 “동학농민혁명은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자 주인임을 일깨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첫 발걸음”이라고 했다.

아울러 “사람답게 사는 세상, 모두가 잘사는 대동 세상을 꿈꾸며 부당한 권력에 항거하던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은 우리의 가슴 속에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1894년 농민들이 간절히 꿈꾸었던 ‘대동 세상’이 오늘날 국민주권 시대의 철학과 정확히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통찰이다. 동학의 정신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세계가 주목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꽃피워낸 원천인 셈이다.

이처럼 동학농민혁명은 우리 헌정사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튼튼한 토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3·1운동과 4·19 민주이념의 계승만을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서술은 대한민국의 근간을 온전히 담아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역사를 헌법에 새기는 일은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최근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으려던 개헌안조차 정치권의 대립에 부딪혀 결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역사적 정당성이 충분한 사안이라도 정치적 논쟁으로 번지는 순간, 그 본질이 퇴색되고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렵다는 뼈아픈 현실을 우리는 다시 한번 확인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동학농민혁명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정치적 셈법을 내려놓고 우리 민주주의의 시발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수한 역사적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 132년 전 이름 없는 농민들이 낫과 죽창을 들고 나섰던 이유는 대단한 권력을 쥐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원했던 절박한 외침이었다. 이 소박하고도 위대한 꿈은 특정 시대나 정파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국민 누구나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헌법이라는 그릇에 담길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정읍은 동학농민혁명이 시작된 역사의 고장이다. 이에 헌법 수록을 향한 험난한 여정에서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묵묵히 앞장서 걸으려 한다. 단순히 유적지를 정비하고 역사를 알리는 수준에 머물지 않겠다.

학계를 넘어 일반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동학의 정신에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단단한 토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1894년 농민들의 간절한 꿈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들의 땀과 눈물이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실리는 날을 차분하고 치열하게 준비하겠다.

5월의 싱그러운 바람에 실려, 동학의 숭고한 정신이 국민 모두의 마음에 깊이 닿기를 간절히 바란다.

유호연 정읍시장 권한대행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