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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투약자는 언제부터 위험해지는가

사건은 언제나 갑작스러운 사고처럼 보도된다. 뉴스는 ‘적발, 검거, 처벌’이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대중은 누군가 책임을 졌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한다. 그러나 수사 현장에서 나는 다른 질문을 던지곤 했다. 사건은 정말 그 뉴스 속 순간에 시작된 것일까. 대부분은 처음부터 파멸을 예상하고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냥 잠이 안 와서요. 친구가 괜찮다고 하기에 딱 한 알만 먹었어요.” 집중력을 높이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하고 싶어서, 혹은 “이 정도는 괜찮다”는 가벼운 위로에 기대어 넘긴 선택들. 그 순간에 당사자들은 자신이 벼랑 끝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주변과 사회 역시 그 신호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단 한 번의 선택이 일상이 되고, 투약의 빈도가 늘며 약을 찾는 이유가 변질될 때 위험은 몸집을 불린다. 이 위태로운 과정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기록도 남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그 어떤 경고음도 듣지 못한 채, 한 사람의 삶이 무너지는 시간을 조용히 흘려보낸다. 나는 오랫동안 사건의 가장 끝자리에 서 있었다. 마약 수사관으로서 이미 모든 선택이 지나간 뒤, 되돌릴 수 없는 결과 앞에 선 사람들을 만났다. 분명 꼭 필요한 역할이었지만, 마음 한편엔 늘 너무 늦게 도착했다는 부채감이 남았다. 현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 두더지잡기 게임 같았다. 한 명을 검거해 조사실에 앉혀두면, 그 빈자리를 채울 또 다른 누군가가 어디선가 곧바로 튀어나온다. 단속의 그물망은 언제나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다크웹수사팀에서 마약 거래를 추적하고 가상화폐 지갑 주소를 분석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무력하게 만든 건 범죄의 정교함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 방치된 거대한 공백이었다. 누군가 처음 다크웹에 접속하고, 가상화폐로 약값을 송금하던 그 결정적인 찰나를 사회는 포착하지 못한다. 사건이 터진 뒤에야 비로소 모든 경로가 선명해질 뿐이다.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 위험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우리 사회가 거의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사람을 수사관과 피의자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만날 방법은 없었을까.’ 비극의 시작점은 사건이 터진 순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아직 문제라고 부르지 않는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학생이 되기로 했다. 과거를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경험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기 위해서다. 두더지를 잡으려 망치를 휘두르는 역할에서, 두더지가 구멍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는 환경을 설계하는 역할로 삶의 방향을 틀고 싶었다. 약학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약품 전문가로서 중독과 회복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치유와 예방의 길을 만들고 싶다.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답보다 질문이 더 많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사회는 늘 사건 이후에 가장 많은 자원을 쏟아붓지만 안전한 사회는 사후 대응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위험을 얼마나 일찍 알아차리는지, 그 위기를 얼마나 일상 가까운 곳에서 다루는지에 따라 사회의 온도는 달라진다. 이번 연재를 통해 나는 독자들과 하나의 질문을 계속 나누고자 한다. “우리는 왜 늘 끝에서야 움직이는가.” 이 뒤늦은 질문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선택지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윤서원 전직 마약수사관·약학도는 검찰청 마약수사관으로 5년 8개월간 근무했으며, 현재 우석대학교 약학과에 재학 중이다. 또한 전주시 청년희망도시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역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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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5 18:41

[금요칼럼] 누구를 위한 행정대통합인가

2026년 새해 벽두부터 주목받고 있는 국민적 관심사의 하나는 행정대통합이다. 5극 3특(5개의 광역경제권과 3개 특별자치권) 체제로 대표되는 행정대통합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대전·충남 행정대통합은 민주당의 특별법 발의와 특별추진위원회를 설립할 정도로 추진 속도가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를 해소하고, 수도권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권역별 행정대통합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축소사회, 인구감소, 초고령사회, 지방소멸, 지역양극화 등 한국 사회의 숱한 위기를 해소하고 완화하기 위한 해결책이라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 필자 역시 당면한 한국 사회 위기를 해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데 행정대통합의 설계와 추진 과정을 보면서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우선 수도권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행정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명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쟁이란 기본적인 여건 자체가 유사한 조건을 갖추어야 하며, 공정한 경기를 전제로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과 실제 상황은 이를 반대로 증명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 관련 자료에 의하면, 인구의 약 51%, 국내 500대 기업 본사 중 약 80%에 달하는 385곳, 331개 종합병원 중 수도권 소재 병원 수(상위 16개 상급병원 중 15개)나 전체 병상의 40% 이상 수도권 소재, 영화관 수 역시 51.6%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건과 기반은 혹 어찌하여 행정대통합을 한다 하더라도 수도권과 공정한 경쟁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지방소멸 위기 완화 역시 행정대통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통합 지역 내의 지역 간 불균형과 특정 지역으로의 편중 문제(시작도 전에 통합시의 본청 소재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 양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역 주민들의 삶에 어떤 구체적인 영향을 미쳐 ‘나의 삶’을 향상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하지 않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서 이러한 행정대통합을 반기고 있는 이들 대부분은 지역 내 이해관계가 있거나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소수의 기득권으로 보인다. 행정대통합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과 이득을 선점하려는 이들에게는 이번 기회가 매우 반가울 수 있겠지만, 지역 주민들 대부분에게는 불편한 행정체계 개편이 불과한 껍데기뿐인 ‘대통합’이 될 것이다. 지방소멸 위기와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과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필요성이 해당 지역 주민인 이유이다. 정책 입안자의 말 한마디나 추진위원회의 준비 과정 및 해당 지역 행정관료들의 이해관계와 지역 기득권의 유불리에 매몰되지 않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행정대통합’과 ‘지역경쟁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행정대통합 자체가 목적이 아닌 잘 준비된 과정과 수단이 되어야 할 것은 자명하다. 행정대통합이라는 수단이 목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전제로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행정대통합의 실체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지역의 대의와 공익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세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이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둘째, 단순한 ‘인구 합치기’나 행정대통합이 아니라 대통합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세부 계획을 영역별로 수립해야 한다. 외형적인 대통합이 아니라 지역에 맞는 실질적인 대통합의 구체적 영역과 특성을 앞에 놓고 이를 중심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수도권과의 경쟁이 목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하는 방법의 대통합 과정과 준비이어야 한다. 학벌이 존재하고, 지역 간 격차와 불평등이 심화한 작금의 상황에서 단순한 순위 경쟁은 의미 없는 몸부림과 변화이기 때문이다. ‘나의 삶’을 이해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행정대통합을 고대해 본다. △김종법 교수는 현재 대전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정치사상·정당과 선거·문화정치학이 주 연구 분야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EU센터 HK사업단 연구교수, 한양대 국가전략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대전발전연구원·대전세종연구원 자문위원, 코레일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등 조직경영 및 공공자문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현재 한국정치연구회 회장과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개선 자문위원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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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5 18:41

[금요수필] 수평선 너머에서 길어올린 여정

2026년을 첫 장을 열며 나는 스스로를 유배 보내듯 남행길에 올랐다. 도시의 소음이 채 가시지 않은 새해의 초입. 화려한 덕담과 떠들썩한 건배사가 난무하는 세상을 뒤로 하고 홀로 제주도를 찾은 것은, 내 안에 고여 있는 낡은 질문들에 답하기 위함이었다. 그 여정의 시간 동안에 제주의 거친 바람을 정면으로 ‘미래’라는 막연한 섬과 ‘나’라는 깊은 심연을 탐색하기로 했다. 이른 아침부터 제주의 속살을 닮은 섭지코지의 언덕에 섰다. 그곳은 단순히 빼어난 경관을 가진 관광지가 아니었다. 깍아지른 절벽과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사이로, 인생이라는 거대한 풍경화가 실시간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갓 피어난 꽃처럼 싱그러운 신혼부부였다. 바람에 날리는 신부의 하얀 베일과 그를 바라보는 신랑의 수줍은 미소는 이제 막 시작된 봄의 햇살 같았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파도 소리에 섞여 은하수처럼 반짝였고, 미래라는 단어는 그들에게 오직 찬란한 빛으로만 존재하는 듯 보였다. 그 풋풋한 생동감을 보며 나는 잠시 잊고 있었던 생의 설렘을 떠올렸다. 하지만 내 시선이 오래도록 머문 곳은 그들 너머,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입은 어느 60대 노부부의 뒷모습이었다. 두 손을 꼭 잡은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그들의 눈빛에는 세상 그 어떤 보석보다 깊은 사랑이 일렁이고 있었다. 남편의 야윈 어깨를 감싸 쥔 아내의 손길은 간절했고, 아내의 눈물 자국을 가만히 손가락으로 훔쳐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고맙소, 이토록 아름다운 바다를 함께 봐주어서.” 그것은 비극이 아니라 완성에 가까운 아름다움이었다. 신혼부부의 삶이 화려한 유채꽃이라면, 노부부의 사랑은 모진 해풍을 견디고 바위에 붙어 핀 강인한 해국(海菊)이었다. 서로를 안아주고, 눈물을 닦아주며, 다가올 이별조차 사랑의 한 조각으로 품어 안는 그들의 모습은 내 가슴속에 잊히지 않을 한 폭의 인생 풍경화로 각인되었다.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떠나온 나에게 그들은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진정한 미래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곁에 있는 이의 눈물을 닦아주는 오늘 이 순간의 손길이라는 것을. 여행의 막바지,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곶자왈의 숲으로 들어갔다. 바위와 나무뿌리가 뒤엉켜 도저히 생명이 자랄 것 같지 않은 척박한 땅에서, 나무들은 서로를 놓지 않은 채 삶을 지탱하고 있었다. 미래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오늘이라는 척박한 바위 위에 내린 인내의 뿌리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숲이다. 내 마음의 갈등과 불안 또한 곶자왈의 뿌리처럼 엉켜 있지만, 그것들이 결국 나를 고요히 일러주었다. 마지막 날, 제주를 떠나 다시 고향의 품으로 돌아오는 길. 비행기 창밖으로 내려다본 강진과 부안의 해안선이 제주와 닮아 있음을 느꼈다. 그동안 나는 제주의 바람에 씻어낸 맑은 눈과 노부부에게서 배운 숭고한 사랑의 무게를 안고 돌아왔다. 이제 나는 다시 일상의 전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전의 내가 아니다. 홀로 떠난 여정의 끝에서 나는 비로소 내 마음의 진정한 주인과 조우했다. 2026년이라는 시간의 파도가 아무리 거칠지라도, 섭지코지의 그 노부부처럼 소중한 가치를 꼭 붙든 채 뚜벅뚜벅 걸어갈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당신의 미래가 두렵고 마음이 길을 잃었을 때, 곁에 있는 이의 손을 한 번 더 꼭 잡아보라고. 그 온기 속에 우리가 찾는 모든 답이 이미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종순 수필가는 문학박사이다. 월간 종합문예지 <문예사조>와 <시조문학>을 통해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호원대 유아교육과, 우석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창의숲 프로젝트 연구소 대표와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주걸스카우트연맹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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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5 18:40

[딱따구리] 요동치는 군산 선거판 ⋯그러나 분열되면 안된다

“분열된 집은 바로 설 수 없다.” 미국 제 16대 대통령을 지낸 ‘에이브러햄 링컨’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이는 대립과 갈등은 결국 나라를 위기에 내몰리게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을 것이다. 신영대 국회의원이 지난 8일 전 선거캠프 사무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로 인해 오는 6월, 시장 및 시·도의원을 뽑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선거가 함께 치러질 예정이다. 특히 두 선거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후보 간 연대와 지지 구도 등 지역 정치권의 셈법도 복잡하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판이 격량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다가올 선거에 유능하고 역량 있는 일꾼을 선출해 군산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치열한 경선 등이 예고되면서 선거과정에서의 분열과 갈등‧시민 편가르기 등 오히려 군산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 군산의 경우, 선거운동 기간 내내 후보들 간 폭로전‧비방전으로 얼룩진 바 있다. 당시 선거가 갈등과 분열 자체였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 총선 때는 어떠했는가. 대의기관인 군산시의회 마저 ‘신영대계-김의겸계‘로 나눠 충돌하는 등 지역정치권 양분 현상이 뚜렷했고 이 같은 현상은 선거 이후에도 지속됐다. 매번 선거가 마무리되면 군산발전에 대한 비전 제시보다는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민심수습과 갈등 해결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를 정도였다. 지역 경제가 어렵다. 상인들마다 힘들다고 호소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갈등의 골과 상처가 고스란히 남겨져 지역 발전을 발목 잡아서는 안된다.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모두가 군산이라는 공동체에 사는 시민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반드시 군산발전을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화합과 통합 모드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다시금 링컨이 강조했던 말을 새겨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펭귄이 혹한의 날씨에서도 살아남는 방법을 아는가. 혹한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 바깥쪽 펭귄이 안으로, 안쪽 펭귄이 밖으로 교대하며 집단의 체온을 유지하는 허들링(huddling)법칙 때문이다. 펭귄의 이런 허들링의 협력과 배려가 지역사회에 스며들기를 기대해본다. 군산=이환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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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환규
  • 2026.01.15 13:25

[사설] 국민연금 앞장서 전북금융중심지 이끌라

전북의 제3금융중심지 지정 신청이 해를 넘기도록 표류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제출할 신청 일정은 아직도 확정되지 못한 채 금융위원회와의 협의만 이어지고 있다. 전북도는 당초 전북혁신도시와 만성지구 일대 3.59㎢를 중심으로 자산운용·농생명 특화 금융중심지 개발계획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금융위는 자산운용 중심 비전에는 공감하면서도, 금융 생태계 전반에 대한 구체성과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전북이 어떤 금융중심지가 될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 것이다. 전북 금융중심지 구상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불가피해졌다. 전북 금융중심지 논의의 출발점이자 핵심 축은 단연 국민연금공단이다. 2017년 기금운용본부 이전 당시 600조 원대였던 연기금은 1400조 원을 넘는 글로벌 연기금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위상에 걸맞은 지역 자산운용 생태계는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일부 글로벌 금융기관이 전주에 사무소를 열었지만, 대부분 정보 전달이나 수탁 지원에 그치는 소규모 연락사무소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기금의 규모와 영향력이 지역 경제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이라는 단일 기관만으로는 자산운용 생태계 조성에 분명 한계가 있다. 한국투자공사 등 주요 공공·공제 금융기관의 이전과 연계를 통해 집적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금융위가 요구한 보완 사항도 분명하다. 전북이 자산운용 중심지로서 어떤 금융기관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전문 인력과 기업 유입은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낼 것인지에 대한 실천 계획이다. 선언적 청사진이 아니라 연도별 목표와 성과 지표, 점검 체계를 담은 실행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북 금융중심지의 정체성과 국가적 필요성을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앞장서 금융기관 연계 모델을 제시하고, 자산운용 기능의 단계적 지역 확장을 주도할 때 비로소 전북 금융중심 지 논의는 현실성을 갖게 된다. 정치권과 도의 기민한 대응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일정이 늦춰지는 동안 전략을 재정비하는데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금융중심지 지정은 중장기 과제지만, 준비와 실행까지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 이제 답해야 할 차례다. 전북 금융중심지의 문은 국민연금이 앞장설 때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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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1.14 18:35

[사설] ‘농생명산업 수도 전북’ 실현, 정책적 지원을

전북특별자치도는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농생명산업 수도, 전북’ 비전을 선포했다.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간 총 7조3800억원을 투자해 농업 혁신과 농민 행복을 실현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이같은 비전을 선포한지 올해 4년째로 접어든다. 물론 스마트농업 인프라 구축과 정책기반 마련 등 일정한 성과는 있었다. 하지만 ‘농생명산업 수도’ 까지는 갈 길이 멀다. 현장의 체감온도는 낮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대한민국 농생명산업 수도 전북’ 비전은 지역 발전 전략이자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한반도 농경문화의 발상지이자 중심인 전북은 스마트 농업, 공공형 수직농장, 농생명 클러스터 등 확산 가능한 농경 모델을 먼저 실험할 수 있는 지역이다. 전북의 농생명산업 육성 성과가 곧 대한민국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농특위)와 전북특별자치도가 지난 13일 전주에서 ‘대한민국 농어업, 현장에서 답을 찾다’를 주제로 ‘농어업 대전환 설명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정부의 농정방향을 현장에서 공유하고 국정과제의 성공적 추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소통의 장으로, 농특위가 올해 첫 순회 설명회 장소로 전북을 택한 것이다. 농특위는 올해를 ‘농어업·농어촌 정책의 대전환을 논의에서 실행으로 옮기는 해’로 규정했다. 기후위기, 식량위기, 지역소멸 등 복합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정책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다. 전북의 농생명산업 수도 비전은 충분한 명분을 갖고 있다. 이미 형성된 국가자산을 체계화하자는 것으로, 지역발전 슬로건을 넘어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어디에서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제안이다.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전환하고, 첨단기술과 데이터, 바이오가 결합된 농생명산업으로 키우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전략이다. 이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전북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중앙정부의 정책적 결단이다. 농업의 구조적 위기, 기후위기, 식량안보의 중요성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고려할 때, 전북 농생명산업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프로젝트로 중점 관리돼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1.14 18:33

[오목대] 지방선거 쟁점 된 스포츠마케팅

농구팬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농구영신’이라는 말이 있다. 매년 12월 31일 밤 늦은 시간에 경기를 열고 농구장에서 새해를 맞이 하는 이벤트인데 송구영신과 농구를 합쳐 소위 ‘농구영신’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구랍 31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농구영신에는 총 7066명의 관중이 입장하는 대박을 쳤다. 놓친 물고기가 가장 커 보이듯 전주시민들로서는 아쉽기 그지없다. 당연히 전주에서 열려야 할 농구영신이 부산에서 개최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전주 KCC프로농구단을 부산에 빼앗긴 결과다. 프로농구단 부산 이전을 두고 전주시의 미숙한 행정을 지적하는 이도 있고, 뒤통수를 친 농구단의 얄팍한 상술을 말하는 이도 있으나 어쨋든 전주시장 선거전의 핵심 쟁점임엔 틀림이 없다. 조지훈 후보는 전주시의 재정 문제와 KCC 농구단의 부산 이전 등을 정면 겨냥하고 있고, 우범기 시장측은 반박 논리를 펼치고 있다. 전주 KCC가 연고지를 부산으로 바꾼 것과 관련, 지역정가에서는 "책임소재는 별개로 하고 산토끼를 잡는 것보다 집토끼를 잘 관리하는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잘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말하고 있다. 기업 유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묵묵히 전북에서 가동중인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서 이들이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비단 전주시장 선거전뿐 아니라 올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바로 스포츠마케팅이다. 김관영 지사는 재임중 최대 치적중 하나로 서울시를 제압하면서 일궈낸 2036 올림픽 유치를 내세우고 있는데, 경쟁자인 안호영, 이원택 의원측은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분위기다. 향후 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도 올림픽 유치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도내 체육인들은 지사 선거과정에서 올림픽 의제가 떠오르면 자연스럽게 각 후보들이 지역 체육에 더 큰 관심을 가지면서 한단계 더 도약하는 반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런 상황에서 역시 지사 선거에 나선 정헌율 익산시장은 전북 1호 공약으로 ‘100만 광역야구 시대’를 제안하고 나섰다. 전주·익산·군산·완주가 함께하는 전주권 100만 광역 프로야구단 유치 구상인데 소위 11구단을 유치하겠다는 거다. 스포츠 마케팅은 사실 선거에서 매우 강한 휘발성이 있는 소재다. 10여년 전 김완주 전 지사는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에 나섰으나 실패했고 당시 LH 본사 유치 실패와 겹치면서 3선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전북현대모터스 프로축구단은 가장 성공적인 스포츠마케팅의 하나로 꼽힌다. 전북이라는 단어를 사용중인 것중에 가장 지명도가 높고 성공적인 사례가 바로 ‘전북’현대모터스 아니던가. 체육인들의 이목이 온통 정치 쟁점화 하고 있는 스포츠 마케팅으로 쏠리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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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1.14 18:33

[딱따구리] 없던 갈등도 만들어 떠안고 가는 전북도

“안 될 사업이라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업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건의 사업 7개 중 3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주~김제~광주 철도 신설안이 불필요한 지역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이를 국토교통부에 직접 건의한 전북특별자치도가 내놓은 해명이다. 필요성이 인정돼 건의는 했지만 국가 재정 여건상 반영이 어려우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구색을 맞추거나 곁다리로 끼워 넣은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아무리 곱씹어도 납득하기 어렵다. 3개라도 반영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나머지가 불필요한 지역 갈등 가능성을 안고 있다면, 굳이 떠안고 갈 이유가 없다. 호남 철도 관문인 익산은 도시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문제라며 전주~광주 신설안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도는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 김관영 지사는 지난 12일 익산시민과의 대화에서 전주~광주 철도 신설안이 익산 패싱의 시작점이자 익산 죽이기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는 익산시애향본부의 목소리를 묵살했다. 호남의 철도 관문인 익산역의 수요 감소와 지역 쇠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사의 사과와 신설안 건의 철회를 요구했지만 외면했다. 1조 2400억 원 규모의 전주~광주선 반영이 사실상 어렵다는 걸 전북도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국토부에 건의를 했다. 그에 대한 지적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빼는 것보다 3개라도 반영시키는데 집중을 해야 한다고 한다. 기가 막힌 논리다. 김제가 요청한 것은 현실성이 없어도 들어줘야 하고, 정면 투쟁 각오까지 내비친 익산의 철회 요구는 무시해도 된다는 건가. 없던 갈등이 생겨도 어떻게든 해소해야 할 전북도가 스스로 갈등을 유발하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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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승욱
  • 2026.01.14 18:33

[의정단상]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면 답이 보인다

2026년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전북은 올해 국비 10조 원 시대를 열며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았다. ‘여민유지(與民由之)’, 도민과 함께 가겠다는 새해 도정 운영 방향처럼, 전북이 도민과 함께 올바른 길로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정부와 주요 기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대 성장률과 비교하면 수치상 회복 신호로 읽힐 수 있지만, 성장률이라는 숫자와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우리 경제의 뿌리이자 민생과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인 전국 766만 소상공인은 여전히 회복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는 “아직은 버티는 단계”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KDI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이 소상공인 매출을 평균 4.93% 증가시켰고, 고용 지표 개선과 함께 체감 경기 회복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한 해는 이러한 지원 덕분에 소상공인이 간신히 숨을 고를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국적으로 자영업자 수는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소상공인의 폐업 부담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에 따르면, 전북은 지난해 5월 말 기준 자영업자 수가 전년 대비 약 10% 감소했고, 숙박·음식업 폐업 건수는 26% 증가했다. 이는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은 올해 경영환경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물가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상가 공실 증가까지 겹치며 지역 상권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대선 기간 전국 16개 시도를 돌며 진행한 ‘소상공인 경청 투어’에서도 가장 많이 제기된 문제는 상가 공실과 골목상권 붕괴였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까지 더해지며 유통환경과 소비패턴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문제는 변화 자체가 아니라 그 속도와 비용이다. 키오스크 도입이나 온라인 판매를 위한 초기 투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매출 감소와 부채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특히 온라인플랫폼 시장에서는 수수료와 광고비가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매출이 늘어도 이익은 줄어드는 구조가 반복된다. 최근 쿠팡 사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단가 인하 강요와 입점업체 데이터 무단 활용 등 불공정 거래가 개별 업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다행히 전북은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전북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총 1조 4500억 원 규모의 보증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단기 유동성 위기와 고금리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정치의 역할은 새로운 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현장에 있는 답을 제도로 옮기는 데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지역 산업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의 진짜 의미다. 소상공인이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도, 무조건적인 보호도 아니다.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는 최소한의 규칙이다. 부안 출신 국회의원이자 더불어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새해에도 현장을 부지런히 찾으며 소상공인과 끝까지 함께하겠다. 병오년 새해를 맞아 전북일보 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한다. △오세희 국회의원은 국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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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4 18:31

[타향에서] 전북이 다시 살아나려면

64년 전 만들어진 ‘전북도민의 노래’를 기억하는 이가 얼마나 남아 있을까. 초등학교 시절 모두 배워 부르던 노래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존재조차 모른다. “노령에 피는 햇살 강산은 열려…”로 시작되는 그 노래는 전라북도의 자부심이자 연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자부심은 소멸되고 전북도민의 수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1962년 김해강 시, 김동진 작곡으로 만들어진 ‘전북도민의 노래’가 처음 울려 퍼질 때, 전북의 인구는 약 250만 명이었다. 해방 후 4년 뒤였던 1949년 전북의 인구는 200만명으로 전체 인구 2000만명의 10분의 1을 자랑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전북의 인구는 173만 명. 같은 비율이 유지됐다면 520만 명이 되어야 하는데 무려 350만 명이 사라진 셈이다. 전북이 한국 현대사 속에서 점점 주변으로 밀려난 이유는 명확하다. 산업 기반이 약해 일자리가 없어지고, 청년층이 떠났기 때문이다. 고용, 교육, 주거, 복지, 문화 어느 하나 청년들이 머물고 싶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청년 유출은 출산율 저하를 부르고, 다시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최근 5년간 청년 인구 비율이 24.4%에서 22.2%로 떨어진 수치가 이를 말해준다. 그렇다고 모든 지역이 같은 운명을 맞은 것은 아니다. 완주군만은 2022년부터 4년 연속 인구가 늘었다. 산업단지 조성, 기업 유치, 신도시 개발, 전주시와의 접근성, 출산·돌봄 지원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자리와 주거, 복지가 함께 움직였을 때 인구는 움직였다. 하지만 전북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완주의 성공은 밑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다. 대체로 전주와 완주 사이의 인구 이동일 뿐, 도 전체 인구는 여전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 성과에 안주할 수 없는 이유다. 전라북도 전체가 살아나려면 청년이 돌아오고, 외지인이 찾아오며, 머무는 사람이 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삶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교통비와 숙박비 같은 가장 현실적인 비용부터 줄여야 한다. 예컨대 한 달 5-10만 원의 정기권으로 철도·시외버스·광역교통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빈 집이나 폐교를 리모델링해 한 달 1만 원 수준의 ‘마을호텔’을 운영하는 방안이 있다. 이런 정책은 단순한 관광 유치용이 아니다. 외지인이 와서 잠시 머물다 가는 체험이 아니라, 전북에서 살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경북 경주나 전남 강진, 경남 함양 등이 이미 시도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북이라고 왜 못하겠는가. 물론 더 큰 비전과 도전은 필수적이다. 새만금, 농생명·바이오 산업, 피지컬 AI,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전북의 미래를 떠받칠 중추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결국 지역을 살리는 힘은 작은 실행에서 나온다.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일터, 가족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 외지인이 부담 없이 찾아와 머무를 수 있는 도시. 이 세 가지 조건이 갖춰질 때 전북은 조금씩 살아날 것이다. 64년 전 전북인들이 불렀던 노래에는 ‘밝아오는 내 나라, 우리 대전북’이라는 가사가 있었다. 지금 전북은 다시 그 구절을 떠올릴 시점이다. 사라진 노래를 되살리는 일보다 더 시급한 것은, 사람이 돌아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전북을 만드는 일이다.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는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초대 게임물등급위원장(차관급), KOBACO(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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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4 18:29

[기고] 초인을 기다리며

올 6월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놀라운 풍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1986년 전남과 분리됐던 광주광역시, 1989년 충남과 분리됐던 대전광역시가 ‘통합 특별시’라는 이름으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4개였던 기초·광역자치단체가 2개의 특별시로 단출해진다. “통합해야 미래가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그 추동력이다.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는 행정통합은 전북에게 유독 뼈아프다. 지난해 전북은 전주·완주 통합을 위해 온 힘을 쏟았지만 결과를 얻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군산·김제·부안을 아우르는 새만금특별자치단체 설립도 요원하긴 마찬가지다. 행정통합 논의는 남의 집 잔치다. 전북의 앞마당은 허허롭고 쓸쓸하다. 이쯤 되면 전북인이라는 게 천형처럼 느껴진다. 왜 우리는 안 되는 것일까. 불 보듯 뻔히 소멸이 다가오는데, 우리는 여전히 머뭇거린다. 서로 믿지 못하고 헐뜯는다. 전북이라는 전체를 보지 못하고 내 동네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이래서는 미래가 없다. 행정통합의 흐름을 거스르면 전북은 사라진다. 대한민국은 극심한 수도권 1극 체제의 나라다. 이대로 가면 국가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진다. 그래서 정부는 ‘5극 3특’전략을 꺼내들었다. 5극은 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이고 3특은 전북, 제주, 강원특별자치도다. 이 중 가장 행보가 빠른 곳은 대전·충남이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에는 257개 특례조항과 약 9조 원의 국세를 통합 특별시로 이양하는 내용이 담겨 있고,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대전·충남특별시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광주시장과 전남지사도 ‘광주·전남 대통합 공동발표문’을 내놓았다. 광주 5개 자치구, 전남 22개 시군은 현행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주민 투표 대신 시의회와 도의회 의결로 행정통합에 관한 최종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이 기세로라면 6월 지방선거 이전에 통합 특별시가 탄생할 공산이 크다. 40년 행정 경계를 단숨에 뛰어넘어 새로운 도약의 길을 택한 것이다. 자, 이제 전북을 보자. 통합 논의도 먼저 시작했고, 특별자치도도 앞서 설립했다. 333개 특례조항을 만들고 특구를 조성 중이지만, 가장 중요한 전주·완주 통합은 갈등 이슈 취급을 받는다. 새만금특별자치단체 설립도 내 것 빼앗길까 싶어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 얼마나 더 밀려나야 서로 손을 맞잡을까. 내 이득 챙기기가 우선이라면 통합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행정통합이라는 극단적 처방을 꺼낸 이유는, 그것만이 지방소멸을 극복할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이자, 살을 깎는 고통이기도 하다. 광주라고 해서 잃을 것이 없겠는가. 전남이라고 해서 흡족하기만 하겠는가. 한 톨의 손해도 보지 않고 모두가 이득 보는 통합은 없다. 눈앞의 이득을 내려놓아야 미래로 갈 수 있다. 그래서 통합은 고통스럽다. 전북은 소멸을 향해 가고 있다. 광역시가 각광받을 때는 광역시가 없어서, 행정통합이 대세일 때는 통합을 못 해서, 이래저래 천덕꾸러기처럼 늙어만 간다. 기껏 특별자치도 만들어놨더니 위아래서 특별시를 하겠다고 난리다. 어떤 이는 전북을 일컬어 “항공모함 틈바구니에 끼어 이리 떠밀리고 저리 흔들리는 쪽배 신세”에 비유했다. 참으로 기막힌 표현이다. 한때는 의병 봉기와 혁명으로 나라를 뒤엎을 만큼의 기세를 지닌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쪽배 신세다. 이 사면초가, 고립무원에서 전북을 살려낼 기수는 누구인가. /거친 풍랑을 당당히 헤쳐나갈 암팡진 바이킹 선/을 호령할 지도자는 누구인가. 말 타고 광야를 질주하는 초인이 기다려지는 겨울이다. /김연근 전 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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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4 18:27

[사설] 전북, 반드시 방산클러스터에 선정돼야

전북자치도가 정부가 추진하는 방산혁신클러스터 공모에 도전키로 했다. 방산혁신클러스터 사업은 2026년 국방 첨단, 함정 MRO 분야를 선정할 계획이며 전북은 첨단소재 산업 특화 지역으로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방위산업은 최근 K-방산의 인기가 보여주듯 중남미와 동남아까지 시장이 확대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북은 늦었지만 이 분야에 뛰어들어 국가 안보는 물론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면 한다. 방산혁신클러스터 사업은 당초 국방중소·벤처 기업의 성장을 위해 방위사업청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역의 산·학·연·군의 다양한 산업 주체가 참여하는 방위산업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과 방산기업의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이미 선진국들은 100여 년 전부터 미국의 헌츠빌과 포트워스, 프랑스의 뚤루즈 등을 중심으로 방위 및 항공, 우주, MRO 등의 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매진해 왔다. 이는 방위산업이 국가전략산업임과 동시에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역 핵심 산업의 하나로 활용돼 왔음을 보여준다. 우리 정부도 2020년부터 주요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첨단 방위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2020년 경남 창원을 시작으로 2022년 대전, 2023년 경북 구미 등 3곳을 방산혁신클러스터로 지정했다. 이어 방위사업청은 2026년까지 클러스터를 6개 지역으로 확대키로 했다. 전북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500억 원(국비 250억원, 지방비 250억원)을 투입해 전주시 탄소산단, 완주군 국가산단, 새만금 부안군 일대에 올해 2~3월 중 방위사업청 공모 사업을 통해 첨단복합소재 기반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전북이 탄소, 수소, 이차전지 등 첨단소재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역량과 산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경기 북부지역이 포천의 경기국방벤처센터 설립을 계기로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고 광주시 등도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주도면밀한 전략으로 이번에 반드시 선정되었으면 한다. 낙후된 산업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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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1.13 18:39

[사설] 제설제 가로수 피해 최소화 방안 강구를

소한을 넘어 대한을 향해 달리는 요즘 안전운전을 위해 제설제 사용은 불가피하다. 다행히 전주지역은 많은 눈이 내리지 않았으나 지난 주말 산간부에는 상당량의 눈이 내리기도 했다. 도시 지역은 차도뿐 아니라 보행로 주변에도 제설제를 뿌리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러한 염화칼슘 제설제 사용은 겨울철 교통안전 확보와 보행자 낙상사고 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살포 과정은 물론, 뒤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제설제가 가로수 생육에 악영향을 주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간 간과해 오던 쪽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도로 안전의 필수품인 제설제는 사실 양날의 칼처럼 다른 한편으로는 환경과 인프라에 악영향을 미친다. 주로 쓰고있는 염화칼슘, 염화나트륨 등 염화물계 제설제는 도로 포장재 손상과 차량 부식, 토양및 식물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염화물계 제설제는 쉽게말해 도로 균열을 유발해 포트홀을 증가시키고, 차량 하부 금속 부식을 가속화하며 가로수 고사나 하천 염류화 같은 2차 환경피해를 유발한다는 거다. 전문가들은 제설제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으면 수종을 불문하고 뿌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나무뿌리가 물을 흡수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광합성을 저해시킨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해 1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가로수 수종인 이팝나무, 왕벚나무, 은행나무 모두 제설제에 의해 잎 가장자리가 변색되거나 크기가 작아지는 등의 반응을 확인했다. 가로변에 식재된 이팝나무의 경우 건강한 가로수에 비해 제설제 성분 농도가 무려 10~39배나 높아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나무들은 초봄에 잎눈이 마르며 잎이 나오지 않거나 어린 나무가 고사하는 등 피해도 발생했다. 소나무 등 침엽수들도 잎에 붙은 제설제로 인해 기공이 막히면서 잎이 마르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 염화칼슘 제설제로 인한 피해를 막기위해 전주시의 경우 해마다 가로수 주변에 방풍막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결론은 제설제 사용을 하지 않을 수 없는만큼 친환경 제설제를 쓰거나 봄철에 뿌리와 토양의 염분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가로수종별 염화칼슘 피해 반응 특성을 고려한 식재와 관리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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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1.13 18:38

[오목대] ‘보이저호’ 이후에 남은 것

우주 탐사를 향한 인류의 도전이 시작된 것은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면서부터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인류 최초의 우주 탐사선은 스푸트니크가 아니다. 1958년 미국 NASA가 발사한 <파이오니어>가 그 주인공이다. 스푸트니크가 ‘올라갈 수 있다’는 선언이었다면, 파이오니어는 ‘가서 바라본다’는 것을 증명한 첫 탐사선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에도 인류의 우주를 향한 질문은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의미 있는 존재가 된 우주선이 있다. 1970년대 쏘아 올린 미국 NASA의 <보이저호>다. 보이저호가 항해를 시작한 것은 1977년이다. 그해 8월 보이저 2호가, 9월에는 보이저 1호가 각각 지구를 떠났다. 그때 보이저호에 실린 특별한 물건이 있었다.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라 이름 붙인 기록이자, 혹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외계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인사였다. 이쯤 되면 ‘골든 레코드’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궁금해진다. 뜻밖에도 여기에 실린 것은 바람, 파도, 천둥, 새소리, 심장 박동 같은 지구의 소리와 한국어 ‘안녕하세요’를 포함한 55개 언어의 인사말, 지구의 모습이 담긴 이미지, 그리고 스물일곱 곡의 음악이었다. 보이저호의 이름은 잊혀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골든 레코드’를 기억하는 것은 이 스물일곱 곡의 음악 때문이 아닐까. 음악 선정위원이었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과 그의 동료들이 고른 음악은 다섯 곡의 서양 클래식을 비롯해 인간의 뿌리가 된 세계의 민속음악, 말 이전의 언어라 할 수 있는 아프리카의 리듬, 자유와 상처를 담은 재즈와 블루스, 그리고 에너지 넘치는 록앤롤 등이었다. 이들 음악을 들여다보면 이런 추측이 가능해진다. 이를테면 칼 세이건이 기술의 성취보다는 인간의 감정에, 힘의 과시보다는 내면의 목소리와 인간성에 더 주목하며 음악을 선정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다. 레코드의 마지막에 베토벤이 완전히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 쓴 현악 사중주곡 <카바티나>를 놓은 선택은 이러한 추측을 더 짙게 만든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져 우주로 떠났던 보이저는 이미 오래전 자신의 임무를 끝냈지만, 아직 항해 중이다. 아마도 머지않아 그 항해는 할 일을 다 한 존재가 맞이하는 침묵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들여다보니 우주 탐사선이라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앞선 기술에 가장 인간적인 질문을 던진 보이저의 존재가 더 명료해진다. 기술과 과학의 시대, 오늘의 기술은 얼마나 빠른가를 묻지만, 보이저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놀라운 기술이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1.13 18:37

[새벽메아리] ‘일손’이 아닌 사람: 외국인 노동자 인권의 공백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돼지농장 외국인 근로자 피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외국인 근로자를 어떤 존재로 대하고 있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축산 현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폭언과 폭행,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었다는 사실은 일부 현장에만 국한된 사실이 아닐 것이다. 이주민 지원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만나온 센터장으로서, 이번 사건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온 구조적 문제의 한 단면이라 느껴진다. 전북은 농촌과 축산업, 제조업 노동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이미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었으며,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내국인 노동력이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는 지역 산업을 떠받치는 핵심 인력이 되었다. 특히 돼지농장을 비롯한 축산업은 노동 강도가 높고 근무 여건이 열악해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은 분야다. 그럼에도 이들의 노동은 여전히 “일손을 때우는 비용”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인권과 안전은 현장에서 뒷순위로 밀리기 일쑤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공통된 어려움을 호소한다. 근로계약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일을 시작하고,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부당한 지시나 폭언을 겪어도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 고립된 생활환경은 이들을 더욱 취약한 위치로 내몬다. 특히 농촌과 축산 현장은 외부의 감시와 지원이 닿기 어려워, 인권 침해가 장기간 방치될 위험이 크다. 이번 돼지농장 사건 역시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누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개인의 일탈이나 특정 사업주의 문제로만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외국인 근로자를 값싼 노동력으로만 인식하고, ‘말 못 하니 참을 것’이라는 왜곡된 시선 속에서 유사한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다.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노동 현장은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고, 숙련 인력은 떠나며, 결국 지역산업 전체가 타격을 입는다. 이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 지원은 복지 차원이 아니라 안전망 구축이다. 한국어 교육과 노동권 교육은 권리 보호뿐 아니라 현장의 안전과 직결되고, 지역사회와의 연결망은 고립을 줄이고 위기 시 도움을 청할 수 있게 한다. 더 나아가 상담·통역·주거·의료 지원 등은 최소한의 인권 기반을 마련하는 장치다. 이러한 지원이 작동할 때 외국인 근로자는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리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 보호는 특정 집단의 권익을 확대하는 문제가 아니라, 전북 농업·축산업·제조업의 노동 기반을 안정시키는 정책 과제다. 노동권과 주거, 안전, 교육, 통역·상담 등 기본적 지원 체계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일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투자이며,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인프라다. 지자체와 중앙정부, 사업장, 지역사회가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할 수 있는 정책적 장치를 마련할 때 외국인 근로자는 단순 노동력이 아닌 지역의 인적 자원으로 자리할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이 이루어질 때 전북은 안정적인 노동 수급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사회도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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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3 18:37

[위병기의 화룡점정] 명백한 매관매직, 돈공천 고리를 끊자

얼마 전 도내 한 국회의원 자녀의 결혼식이 서울에서 성황리에 치러졌다. 장관을 겸한 현역 국회의원인지라 지인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때가 때인지라 지역위 주변 인사는 물론, 지역 기업인, 지방선거 출마예상자들도 앞다퉈서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 후보들은 결혼식에 참석해서 해당 국회의원과 촬영한 사진을 자랑하듯 떠벌리고 다녔음은 물론이다. 은연중 “나는 지역위원장과 이처럼 친분이 두텁다”며 소위 선거마케팅을 하는 심정을 이해못할 바 아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도내 지방선거 후보자들 사이에서 한동안 소란이 일었다. 특정 국회의원의 결혼식 등에 참석해 함께 촬영한 사진을 지방선거 과정에서 활용하지 말라는 엄명이 당 차원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주시장이나 도의원, 시의원 등이 자신의 SNS에서 해당 사진을 삭제했음은 물론이다. 사건의 발단은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병기 전 원내대표, 탈당한 강선우 국회의원 , 김경 서울시의원이 공천헌금 등으로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면서 구태여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사실 강선우-김경 사건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보장된 영남이나 호남에서는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1991년 지방선거가 부활한 이래 전북에서는 돈으로 공천을 주고받거나 사후에 약속한 점이 빌미가 돼 형사처벌을 받는 등 크고작은 사건이 많았다. 하지만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권력과 명예를 돈으로 산 사람이 자폭하는 상황이 아닌 한 이를 먼저 떠벌리고 다닐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엔 과거처럼 공천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위험하고 촌스럽게 목돈 거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평소 위원장의 활동비용이나 처세비용을 대신내주면서 집사처럼 움직이는게 주는자나 받는자 모두에게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때마다 당 차원에서는 시스템 공천을 약속했으나 허울만 그럴뿐 사실은 나눠먹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공천관리위원은 직업이나 성비 등이 그럴듯하게 구성되지만 사실은 각 지역위의 대리인에 불과한 경우도 많았다. 4년전 지방선거때 각 지역위에서는 한명씩 대리인을 내세웠으나 도내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그것도 못미더워 자신이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해서 제몫찾기에 혈안이 되기도 했다. 조선 말기 사회의 부패상을 상징하는 두 단어가 있다. 백골징포(白骨徵布)와 황구첨정(黃口簽丁)이 바로 그것이다. 죽은 사람을 산 사람인 것처럼 군적과 세금 대장에 올려놓고 군포를 징수하던 일과 병역 적령에 이르지 못한 젖먹이 어린애까지 군적에 올려 군포를 징수하던 관원의 횡포를 이르는 말이다. 이같은 가렴주구가 판을 친것은 조선팔도의 수령과 방백이 돈으로 벼슬을 샀으니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과거는 그렇거니와 이제라도 돈으로 공천장을 주고받는 매관매직은 없애야 한다. 공천 직전 수억원을 갖다주고 공천장을 받는 것이나, 평소 지속적으로 조금씩 받는 것이나 방식만 다를뿐 똑같은 매관매직이다. 이번 지방선거부터라도 지역위원장 입김을 최소화해야만 돈 공천 소문이 없어질 수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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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3 18:37

[기고] 정치에 매몰된 전북, 그러나 도약할 전북

전북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는 이상할 정도로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본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정치의 언어는 넘쳐나지만, 선거가 끝나면 전북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정치는 늘 격렬했지만, 산업과 일자리, 인구와 재정의 구조는 오히려 더 취약해졌다. 문제는 정치가 없어서가 아니다. 전북의 문제는 정치가 너무 많았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전북을 위해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우리는 지금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 전북을 정치에 매몰시킬 것인가, 아니면 정치를 도구로 삼아 전북을 발전시킬 것인가. 그동안 전북의 정치는 ‘누가 이기느냐’에 지나치게 집중해 왔다. 정책은 선거를 위한 장식이 되었고, 지역의 현안은 중앙 정치의 논리 속에서 소비되었다. 선거 때마다 거창한 약속은 쏟아졌지만, 임기 중반이 지나면 책임지는 주체는 흐려졌다. 정치는 남았지만 성과는 남지 않았다. 이 구조가 반복되는 동안 전북은 인구 감소, 산업 공백, 청년 유출이라는 삼중의 위기에 직면했다. 농업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농업만으로 지역의 미래를 지탱하기는 어렵다. 제조업은 약화되었고, 신산업은 구호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는 치열했지만, 전북의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에는 실패해 왔다. 이제는 정치의 역할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정치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정치의 성과는 선거 승리가 아니라, 산업이 만들어졌는지, 일자리가 늘었는지, 지역에 사람이 남았는지로 평가되어야 한다. 전북에 필요한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정책의 실행 구조’다. 국가사업을 얼마나 따왔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전북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되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대규모 예산 유치보다 중요한 것은, 그 예산이 지역 기업과 노동, 청년에게 어떻게 귀속되는가이다. 정치가 앞에 서는 방식이 아니라, 정치가 뒤에서 길을 터주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전북이 중앙 정치의 ‘안전한 지역’으로 소비되어 온 현실이다. 선거 결과가 비교적 예측 가능하다는 이유로, 전북은 정책 실험과 도전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왔다. 정치적 안정이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안정이 아니라 정체에 가깝다. 이제 전북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해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어떤 산업을 키울 것인지 어떤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재정과 권한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정치는 그 설계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정치가 앞에 나서 박수를 받는 동안, 지역의 문제가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 정치가 강해졌다고 느껴질수록, 전북의 삶이 실제로 나아졌는지를 더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 전북은 정치의 무대가 아니다. 전북은 정치가 봉사해야 할 대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치가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정치다. 정치가 전북을 소모시키는 구조를 끝내고, 정치가 전북의 산업과 일자리, 미래를 만들어내는 도구로 쓰일 수 있을지, 그 선택의 책임은 이제 우리 모두에게 있다. 전북을 정치에 매몰시킬 것인가, 정치를 이용해 전북을 발전시킬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앞으로 전북의 10년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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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3 18:35

[사설] 집권당 포진한 전북정치권 성과로 말할 때

집권여당 수뇌부에 전북 정치인들이 대거 포진됐다. 전북출신 4명의 장관에 이어 집권당을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핵심적인 자리에 전북의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는 엄청나게 커졌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은 한병도 의원(3선 익산을)을 원내대표로, 이성윤 의원(초선 전주을)을 최고위원으로 선출했다. 당대표와 더불어 사령탑격인 원내대표에 한병도 의원이 선출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노른자위인 국회 예산결산위원장 직책까지 던지면서 사즉생의 각오로 나선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의 당선을 우선 축하한다. 여야 접점의 최선봉에 선 한 원내대표는 당연직 최고위원으로서 향후 정국 운영의 키맨 역할을 할것이다. 이성윤 최고위원의 당선으로 집권 민주당 9명의 최고위원중 무려 3명이 전북 출신으로 채워짐에 따라 전북의 목소리는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이 커질 수 있게됐다. 앞서 정치 경험이 일천함에도 불구하고 원외 박지원 최고위원이 진입하면서 전북몫 찾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이번에 한병도 원내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이 동시에 중심축으로 등장하면서 병오년 새해 도민들의 기대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말로만 원팀 운운하면서 그동안 전북 정치인들이 선출직 당직을 맡지 못한게 벌써 20년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변곡점을 맞은 전북 정치권의 분위기는 겹경사 그 자체다. 하지만 지금은 축배를 들때가 아니다. 국정전반에 걸쳐 개혁과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고, 좁게 지역으로서는 존폐의 기로에 서있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 호남과 충청, 영남 등이 몸집을 불려가며 대도약을 꿈꾸는 상황에서 왜소하기 그지없는 전북은 남이 한발 걸을 때 두발, 세발을 뛰어야 겨우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다. 전주하계올림픽을 최종적으로 유치하는 문제를 비롯, 법정 다툼으로 중단상태인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시군통합 등 산적한 과제는 열거하기 조차 어렵다. 정치인 개인의 영광은 사실 수많은 도민들의 헌신과 희생에 따른 작은 보상일 뿐이다. 이제는 앞선 자들이 역할을 해야한다. 주요 당직이나 각료 자리는 오래가지 않는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제대로 살려 어려움에 처한 도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라. 전북 정치권이 다시한번 각오를 다질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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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2 18:45

[사설] 도지사 후보, 완전·새만금통합 해법 밝혀라

6·3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행정통합 논의가 재부상되었다. 대전·충남에 이어 광주·전남의 행정통합 이슈가 급물살을 타면서 전북도지사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확산된 것이다. 다른 지역은 광역간 통합이 초스피드로 진행되는데 전북은 기초간 통합도 못해, 소외되고 있다는 도민들의 위기의식이 고조된 탓이다. 그동안 어정쩡한 입장을 보인 도지사 후보들이 타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는 도지사 후보들은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특별지자체(군산·김제·부안)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나아가 구체적 일정과 방법까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전북의 미래를 이끌 지도자라면 전북의 최대 현안에 대해 당연히 가져야 할 태도다. 행정통합 논의는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고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이미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와 대구·경북이 먼저 발동을 걸었으며 이재명 정부 들어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이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광주·전남은 올들어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이 직접 나서면서, 통합을 위한 특별법 제정까지 속전속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청와대 초청 오찬에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해 통합에 의견일치를 보았다. 덕분에 해묵었던 전남 국립의대 신설과 광주 군·민간공항 무안 이전뿐 아니라 2차 공공기관 집중 배치 등에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전북은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이 같은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소지역주의와 발목잡기로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특별지자체 결성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 둘은 전북이라는 공동체가 소멸하지 않고 성장동력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최대 과제다. 이 문제에 대해 민주당 소속 4명의 도지사 후보들은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임기 초기에 엉거주춤하다 뒤늦게 뛰어든 김관영 지사를 비롯해 반대 또는 소극적 입장을 보인 안호영 의원과 이원택 의원, 그리고 가장 늦게 합류한 정헌율 시장 등은 분명한 입장과 함께 로드맵까지 밝혀야 할 것이다. 특히 안 의원은 그동안 전주·완주 통합 반대에서 전주·완주·익산 통합, 최근에는 전주·완주 지방의회 동반성장 협력기구 구성 등 모호한 입장이었다. 4명의 후보들은 최대한 빠른 시일내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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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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