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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전주기린초 6학년 1반의 크리스마스 파티

구세군의 종소리가 자선냄비에 십시일반 온정의 손길을 모으는 연말이다. 전주 노송동주민센터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얼굴 없는 천사가 현금 2000만원을 보냈다는 소식이 들린다. 경기침체 속에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이런 훈훈한 소식을 접하면 마음이 한결 따뜻하다.성탄절을 앞두고 자신의 끼와 재능을 다른 친구들과 함께 나누며 즐거워하는 어린이들을 만나봤다."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내가 봤다면 불붙는다 했겠지~"22일 전주기린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에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산타 모자를 쓴 34명 어린이들이 친구들에게 서로 산타가 돼주었다. 리코더와 하모니카로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주하고, 오카리나의 아름다운 선율과 멜로디언 연주, 베토벤 바이러스의 가악합주, 노래 'Nobody'에 맞춰 춤을 추는 5인조 및 가수 '비'의 춤을 멋지게 추는 어린이까지 그야말로 교실 가득 성탄 분위기를 한껏 자아냈다.담임 선생님인 양명순씨가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 "학교 밖에는 다양한 문화체험이 많이 있지만 아이들은 항상 그를 감상하는데 그치고 만다"며 "이제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곧 중학생이 되는데 그들 스스로 문화의 주체가 되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행사를 준비하며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얻은 자신감과 배려심이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주춧돌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리코더 연주를 한 백종태군은 "졸업을 앞두고 6학년을 마무리하며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며 초등시절을 즐겁게 맺고 싶었단다. "친구들 앞인데도 쑥스럽고 떨려서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지금까지 선물을 받기만 했는데 이제부터는 다른 친구들과 나누며 살고 싶다고.1학년부터 5학년까지는 선생님께 꾸중을 자주 들었는데, 6학년 때는 오히려 칭찬을 많이 들었다는 박승기(남) 어린이는 "연습하는 동안 서로 끌어주고 양보하며 친구들과의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슈퍼맨 노래를 부른 김윤근군은 "처음에 7명이 조를 이루어 깃발 춤을 추려고 했는데 한 명이 빠져 나가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며 "파트너가 쑥스러운지 자꾸 입을 가리고 노래를 불러서 약간 속상했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용기를 내어 춤까지 췄다"고 최선을 다한 자신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다.친구들과 노래 'Nobody'에 맞춰 춤을 춘 박진이양은 학교 끝나고 1시간 30분 정도씩 일주일을 연습을 했고,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주말엔 친구들과 함께 집에 모여서까지 연습을 했다. 노력한 만큼 안무를 잘 하지 못했지만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소정양은 "작년까지는 크리스마스에 가족끼리 외식하고 선물도 받았는데, 담임선생님의 배려로 올 크리스마스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고, 이런 힘으로 중학교에 가서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선생님은 우리가 잘못하면 꾸중도 창의적으로 해요.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바꿔서 꾸짖으시기 때문에 우리가 스스로 잘못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요"라고 말하는 서원희양. 담임선생님이 항상 엄마의 입장에서 설득력 있게 말하기 때문에 참 좋았단다.이들은 20년 후 2월4일에 전주기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성인으로 성장한 그때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각자 어려운 곳에 따뜻함을 나누어주는 산타가 되어 있기를 소망했다고 입모아 말했다. 지금까지 산타할아버지 선물을 기쁘게 받아왔던 마음처럼 말이다./박예분(여성객원기자)

  • 여성·생활
  • 박예분
  • 2008.12.25 23:02

[여성 공감] 어머니를 만나다

호수 둘레에는 이팝나부, 부처꽃, 물푸레나무, 수수꽃다리, 목련, 소나무가 있다. 마치 어머니와 우리 자식들의 모습과 같다. 호수는 고요하고 넉넉하고 아름답다. 그곳엔 새가 깃들고, 물고기가 자라고, 주변에선 꽃이 피어난다. 호수는 찌꺼기들을 밑으로 침전시키고 맑음만을 보여준다.우리 어머니는 투박한 뚝배기 같은 분이셨다. 평생을 머슴처럼 일하며 오로지 자식만을 위하여 사셨다. 여자로서의 삶은 물론이거니와 친구 사귀는 일도, 친적집과 이웃에 놀러가는 일도 없으셨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욕구마저도 묻어버린 인생이었다.새벽에 밭으로 나가면 별을 보고서야 집에 들어오는 철인의 여인. 밭고랑 누비며 호미 끝을 달구어 빨간 황토지에서 먹거리를 일궈내셨다. 어머니가 지나간 자리는 금세 깨끗해졌고, 어머니의 손끝에선 필요한 것들이 제꺼덕 만들어지곤 했다.그리 궁핍한 생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항상 "배부르다, 나는 안 좋아한다"하시며 당신은 제대로 된 음식 한 번 드시지 않으셨다. 젖가슴 풀어헤치고 우리 팔 남매 비단 명주실 가없이 풀어주시던 어머니. 평생 손톱 한 번 깎아 보지 못했던 팔순 노모는 아직도 빈 가슴 자식들에게 물리려하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이제는 번데기처럼 주름진 육신에 죽음의 고비 고비를 넘기고 계신다. 복사꽃 밑에서 눈물짓던 설움도, 옹이처럼 굳어진 모진 세월의 회한도, 삶의 의욕도 다 놓아버리시고 1월에 저승으로 떠나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그리며 곁에 가시기만을 되뇌이신다. 교통사고에 뇌수술까지 그것도 모자라 투석실에서 피를 걸러내야만 하루하루 삶의 끈을 이어나갈 수 있는 내 어머니. 오늘도 집 앞 호숫가를 걸으며 나는 어머니를 본다./이정숙(수필가)

  • 여성·생활
  • 전북일보
  • 2008.12.25 23:02

[여성 공감] '지나친 보호 NO!' 성폭력예방치료센터

'성에 대해 보수적인 사회가 성폭력으로부터 '보호'만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성폭력을 일으키는 권력관계에 맞설 '자기결정권'을 키우는데 소홀했다'사단법인 성폭력예방치료센터(소장 황지영)는 자신의 성문제를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 곳이다. 성폭력도 곧 '폭력'이며, 성폭력을 가능케 하는 권력관계를 주목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들은 아직도 속으로만 울분을 삭혔을 지도 모를 일.남원에서 발생된'김부남 사건'을 계기로 박상희 목사가 총대를 메고 1993년 성폭력예방치료센터 준비위를 발족해 이듬해 성폭력예방치료센터를 사단법인화시켰다."21년간 김부남씨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싶었어요.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얼마나 잊혀지지 않았으면 그 사람을 찾아가 죽였을까 했죠. 정당화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을 더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고 여겼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있겠다 했죠."하지만 성폭력에 관한 관심 자체가 전무하던 시기라 무턱대고 뛰어들긴 힘들었다. 때마침 서울여성신문사가 박목사를 도울 수 있겠다는 연락을 먼저 취했고, 당시 그가 여성위원장으로 몸담고 있던 전북인권선교협의회측이 지지기반이 됐다.무엇보다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게 시급했다. 가해자들이 쫓아 다니며 괴롭혔고, 그들을 보호하는 박목사의 신변까지 위협하는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왔다.당시 성폭력예방치료센터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백남운 목사는 "정부 혹은 개인 지원이 전무하던 시기였으나 성폭력예방치료센터 필요성을 절감한 이들의 후원으로 피해자보호시설인 '디딤터'를 꾸릴 수 있었다"며"남성들은 출입금지라 '디딤터'가 어디 있는지 모를 정도로 철저히 보안에 부쳐졌다"고 말했다.현재 성폭력예방치료센터는 어린이·청소년(녀)·장애인·직장·친족 성폭력에서부터 데이트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폭력 사례 상담과 예방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대구 초등생 집단 성폭력사건' 등 아동성폭력은 심각한 우려를 낳는 피해유형 중 하나. 음란물에 노출된 연령대가 낮아짐에 따라 학교 폭력과 연관돼 성폭력이 이뤄지고, 동성간 성폭력도 심심치 않게 발생되고 있다.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성폭력 예방을 위한 어린이·청소년 캠프'등이 더욱 강화돼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황지영 소장은 "성폭력이 폭력이 아니라, 놀이로 여겨지는 분위기 자체가 문제"라며 "피해자들에겐 자기 방어 훈련 등을 통한 예방 교육을, 가해자들에겐 '누구나 자신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변화를 위한 교육 등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 여성·생활
  • 이화정
  • 2008.12.25 23:02

[여성] 익산시 여성단체 150여명 참석 올 활동결산대회

2008년도 익산시 여성단체 활동결산대회가 17일 익산국민생활관에서 전종수 부시장을 비롯한 여성단체회원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올 한해동안 지역사회를 위해 많은 봉사활동을 펼쳐온 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채숙)와 개별단체들의 사업성과 및 활동사항 등을 뒤돌아보고자 열린 이날 대회에서는 내년도의 활동계획이 보고되기도 했다.익산시 여성단체협의회는 주부교실외 15개 단체 1,890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와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위한 봉사를 실시하고 있다.특히 이들 여성단체회원들은 많은 봉사활동 중에도 설과 추석 명절때에는 이웃돕기 및 시설을 방문해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사랑과 정성을 아끼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여성단체 역량강화 교육, 여성주간 행사 등을 추진하면서 모범적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이와함께 익산시여성단체협의회는 출산장려를 위한 다복상 선발, 저소득층 합동결혼식 후원, 소외계층 김장김치 나누기 등 지역사회와 여성을 위해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김채숙 회장은 "앞으로 회원 모두와 힘을 합쳐 여성들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서 봉사하고, 시정에도 적극 참여하여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권익 신장으로 여성 친화적 도시 만들기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 여성·생활
  • 엄철호
  • 2008.12.18 23:02

[여성 공감] "행복한 도시 만들기, 여성이 주인돼야"

익산시의 정책 제안인 '여성이 행복한 도시'실현을 위해서는 여성이 행복한 도시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여성을 위한 실질적인 예산 편성 등 여성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익산 여성의전화(회장 하춘자)는 지난 12일 성인지 예산과 지역예산운동, 익산시 여성정책 및 예산분석을 주제로 가진 '2008년 익산시 성인지 예산 토론회' 개최 결과를 발표하고 남녀 모두에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예산집행을 위한 새로운 평등적 대안마련을 촉구했다.익산시 시민참여예산위원회 장희 위원은 '익산시 여성정책과 예산분석'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2008년 익산시의 여성관련 정책 예산의 경우 일반회계 6,735억원 가운데 여성정책 관련예산은 401억원으로 불과 5.96%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그나마 85% 가량이 보육관련예산으로 나타나 여성복지와 인권강화, 여성의 경제적 역량강화 사회통합과 평등문화 정착에 대한 예산 배분이 필요성이 시급한것으로 지적했다.장 위원은 이어 현재 익산시의 경우 5급 이상 여성공무원 2명, 익산시 여성의원 2명, 익산시 위원회의 여성참여율 13.1% 등으로 익산시 여성정책의 개선이 그어느때보다도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면서 정책결정과정에의 여성참여 확대, 정책에 대한 성인지적 평가 실시,공공건물의 아동보호 시설구축,모유 수유 공무원에 대한 모유 착유시간 배정 등을 요구했다.또한 전북여성단체연합 이윤애 공동대표는 "익산시가 여성이 행복한 도시 조성을 위해 물리적인 도시공간을 여성 친화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 제도와 정책에서 성주류화를 꾀하고 일상적인 삶에서 여성들이 불평등을 체험하지 않는 성인지적 도시를 조성하는게 더욱 중요하다"며 여성이 행복한 도시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어야한다고 밝혔다.익산여성의전화 하 회장은 "성인지적 정책이란 단순히 여성관련 예산을 많이 또는 분리하여 편성하는 것이 아니다. 정책과 사업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고 이 평가를 정부의 예산체계와 편성에 반영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여성·생활
  • 엄철호
  • 2008.12.18 23:02

[여성 공감] 순창군 결혼 이민자 가족 멘토링 평가회

순창군이 결혼 이민자 가족의 한국생활 적응을 돕기위해 지난 6월부터 추진해 온 멘토링에 대한 평가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지난 12일 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이남숙)주관으로 순창군 청소년센터 2층 청소년 극장에서 열린 평가회에는 강인형 군수, 양승종 군의장, 이남숙 여성단체 협의회장을 비롯 여성공무원, 여성단체 회원으로 구성된 멘토 70명과 멘티인 결혼이민자 가족 여성 70명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이날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1부 행사에서는 모범멘토 4명에 대한 시상식과 우수사례 발표가, 2부 행사에서는 멘토와 멘티간 화합 한마당이 열려 서로간의 우정을 다지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우수 멘토상에는 새마을 부녀회 전오옥씨(55,적성면 괴정리)와 한국부녀회 신승의씨(46,풍산면 죽전리), 임옥녀씨(45, 순창군청 장수복지과), 설경순씨(46,순창군 쌍치면사무소)가 바쁜 생활 속에서도 남다른 따뜻한 애정으로 멘티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줘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이번 행사를 주관한 이남숙 회장은 "그동안 멘토와 멘티의 많은 만남으로 한국생활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한다"며 "멘티 여러분 곁에는 항상 멘토가 있다는 것을 잊지말고 여러분들의 용기를 주는 말 한 마디와 작은 배려가 다문화 가족에게는 큰 힘이 되고 등불이 됨을 명심하고 많은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여성·생활
  • 임남근
  • 2008.12.18 23:02

[여성 공감] 빈곤 女가장 홀로서기 돕는 '전북여성노동자회'

전북 노동운동 불씨는 1985년 열악한 근무여건에 '뿔난' 여성들에 의해 이뤄졌다. 당시 도내엔 쌍방울, 태창, 백양 등 국내 굴지의 섬유기업이 몰려 있었다. 수출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4∼48시간 내내 풀가동된 여성들의 월급은 고작 9만8000원. 남몰래 눈물을 흘려야 했던 여성들이 주축이 돼 근로 조건 처우 개선을 외치며 민주노동조합 슬로건을 내걸고 적극 나서게 됐다. 가담한 여성들은 블랙 리스트에 올라 다른 현장에서도 취업이 안 됐지만, 꿋꿋했다. 이도 저도 안 될 바에야 끝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5∼6년간 복직 투쟁에 나선 '태창 사건'은 그래서 유명해졌다.'교도소에 갔더니 8시간 일하고, 8시간 자고, 8시간 일한다는 것을 처음 누렸다''자유가 억압되는 답답함은 있지만, 꿈같은 이야기를 여기 와서 경험해본다'는 우스갯소리가 공감을 얻던 시절이었다.대규모 노동자 대투쟁은 1987년 울산이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됐다. 기계·조선 공장단지가 들어서자 남성들이 전면전을 치르기 위해 힘을 결집했기 때문. 굵직한 섬유공장들은 하강 국면에 들어섰고, 생계 자체를 꾸리기가 힘들어진 여성 활동가들이 하나 둘 빠지면서 등 지지기반이 약해지게 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유 업종에 종사하는 몇몇 여성 노동자들은 소모임 '푸른 굴레'를 꾸렸다. 이후 익산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전자·식품에 근무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여성회'로 그 맥을 이어갔다. 아이 서넛을 들쳐 업고,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면서도 기꺼이 고통을 감수했던 것은 열정 때문이었다.10년 후 박영숙 이금자 추영숙 허옥희씨 등을 주축으로 전북 여성노동자회가 결성됐다. 이어 터진 IMF 사태는 여성노동자회 활동가들에게 '일복'을 가져다 줬다. 경제난이 가정 파탄으로 이어져 무수한 여성 가장들이 길거리로 나앉게 된 것. 이들은 여성가장실업대책본부를 결성해 쌀 쿠폰제, 의료 지원을 위한 '희망의 카드', 여성가장 희망 상담실, 평등의 전화와 고용평등사무실 등을 꾸려 빈곤 여성들의 자립을 지원했다.올해 또다시 찾아온 제2의 IMF. 전북 여성노동자회는 최저생계비 대비 120~15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여성가장(실질적 여성가장 포함)을 대상으로 최고 500만원 대출을 하는 여성가장 긴급지원 캐쉬SO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BS가 사회환원기금으로 내놓은 20억원을 기반으로 연리 2% 여성가장 대상 대출사업을 시행하는 것. 여성가장이 300만원을 대출받아 3년 분할 상환할 경우 1년 거치로 매달 8만6000원씩 갚고 있다. 자녀 또는 본인 학비와 의료비, 주거비 등으로 고생하는 여성가장들을 위한 사업이다.허옥희 대표는 "최근엔 경력이 단절된 40∼50대 여성 가장들을 대상으로 간병·산모 도우미 등으로 여성들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차상위·차차상위에 해당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 여성·생활
  • 이화정
  • 2008.12.18 23:02

[여성의 힘 2050] 일제고사 부활

아이 성적이 곧 엄마 성적으로 대변되는 시대. 새 정권으로 교육정책이 바뀜에 따라 초등생까지 일제고사를 치르게 되면서, 엄마들이 예민해졌다. 아이가 시험 치러 가면 더 긴장하는 엄마들이 한 둘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겠지만 '시계 보면서 국어 시험 시작됐겠다' '이젠 수학 치고 있겠네' 신경쓰는 건 당연지사. 본보 여성객원기자들은 일제고사 부활을 두고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중간·기말 고사, 도학력평가까지 보는 상황에서 일제고사로 학업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지우는 것은 문제라는 게 주된 논거. 학생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아 인성이나 전인교육은 발디딜 틈이 없게끔 한다고 입모아 말했다. 강남 8학군 등 사교육에 '올인'하는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 원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 선택이나 재량에 맡겨두어야 할 일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중간·기말고사를 안 보고 일제고사를 치른다고 하면 모를까, 이것 저것 다 보면, 아이들은 대체 언제 쉬나요.""도내 학교도 안 본다고 하면 교육부에 찍혀서 예산 못 받을까봐 어쩔 수 없이 본다는 곳이 더러 있어요. 교육 자율성이 침해되는 처사라고 생각합니다."일제고사 부활에 관한 체계적인 설문조사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설문지를 돌리지 않은 곳도 있는 데다 중간·기말고사를 보고 또 보는 것인지, 일제고사만 보는 것인지 잘 모르는 학부모도 있다는 것.특히 객원기자들은 일제고사를 반대했던 전교조 소속 공립교사 7명을 파면(3명)·해임(4명)한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는 과정에서 학교장 결재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 체험학습을 떠나도록 유도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왜곡이라고 주장했다.일부 여성객원기자들은 일제고사 부활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제고사를 보게 하더라도, 사교육을 할 것인지 말것인지 부모 재량에 맡기는 게 타당하다는 이야기다. 어차피 사교육은 각자의 경제적 형편에 맞게 결정되는 일인 만큼 부모 철학과 자녀 생각을 물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일제고사라는 단어 어감 자체도 일제 교육 산물인 것처럼 느껴진다며, 용어 자체도 바뀌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여성·생활
  • 이화정
  • 2008.12.18 23:02

[여성의 힘 2050] 마시고 또 마시는 '亡년회'는 가라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송년모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파티나 송년회는 직장을 비롯한 특별한 모임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처럼 여겨졌으나, 이제는 가족이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송년회를 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송년회가 대중화되면서, 송년회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예전처럼 삼겹살과 소주, 2차 노래방으로 대변되던 송년모임은 지양하고, 새로운 형태의 송년회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송정숙씨(44·전주 평화동)는 5년 전부터 대학동기들끼리 송년모임을 해오고 있다. 송씨가 갖는 송년모임은 해마다 미리 주제를 정해 그 주제에 맞게 옷차림이나 파티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송년파티 주제를 짜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송씨는 "작년에는 옷장에 있는 사 놓고 못 입는 옷을 꺼내서 최대한 섹시하게 입고 나오는 것이 주제였어요, 여자들은 누구나 한 두 벌쯤은 큰 맘 먹고 샀지만, 차마 입을 용기가 없어서 못 입고 넣어두기만 하는 옷들이 있거든요, 그걸 꺼내 입고 오는 거죠" 라며, 자신들만의 파티를 자랑한다. 삶에 지친 사십대 중년의 주부들에게, 송년파티는 일상에서 벗어나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결혼전부터 친구들끼리의 송년모임을 이어오던 최경철씨(33·전주 서신동)는 "각자 결혼을 해 가족이 생기면서 가족끼리 해마다 찜질방 송년모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찜질방이라는 장소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에도 마음이 놓이고 서로의 등을 밀어주면서 한해의 묵은 감정도 씻어버리자"는 게 찜질방 송년모임을 갖게 된 이유라고.가족 송년회를 십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는 장경진씨(42·전주 효자동)는 "가족 송년회라고 하면, 맏아들 집에서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고 첫 말을 열었다. 그래서 지금은 "형제들끼리 집을 돌아가면서 해마다 송년모임을 갖고 있다"며 게다가 최근에는 각자의 집에서 한두 가지 음식을 해갖고 오는 포틀럭 파티를 열면서 주부들의 부담이 더욱 줄어들었다고 한다.가족 송년회는 온가족이 함께 즐겨야하는데, 명절이나 마찬가지로 주부들만의 짐이 된다면 없느니만 못하다는 게, 그녀의 얘기다. 각자 집에서 해오는 음식도 불고기나 잡채처럼 비교적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에서부터 스파게티나 피자·쿠키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장만해오기도 한다고. 그 때문에, 가족의 송년회는 여느 명절에 못지않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한다. 덧붙여 그녀는 "이 자리에서는 한해를 마감하며 서로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던 일을 말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장씨의 경우처럼, 가족 송년회를 갖는 사람을 요즘은 자주 만날 수 있다. 예년 같으면 송년회에서 항상 술에 취해 들어오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게 가족들의 몫이었다면, 이제는 아버지를 가정으로 불러들여 가족들만의 뜻 깊은 송년회를 갖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이제 연말 송년회는 온 가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송년회의 형태도 무조건 먹고 마시고 놀자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나만의 특별한 송년모임,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자는 취지로 변하고 있다. 아직 송년모임을 갖지 않았다면, 늘 하던 방식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송년모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이지현(여성객원기자)

  • 여성·생활
  • 이지현
  • 2008.12.18 23:02

[여성 공감]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전주지부

법률에 호소한다는 것은 '끝장'을 보자는 이야기거나, '끝내' 자신의 권리를 양도할 수 없다는 뜻이다.탤런트 옥소리씨가 간통죄를 두고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한 것은 지난 1월.여성의 불륜만이 아니라 부부의 불륜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고 항변한 것이다. 나아가 부부 '상호 불륜'을 법으로 어디까지 단죄할 수 있는지 물은 것.한국가정법률상담소 전주지부(소장 전정희)와 부설기관인 가정폭력상담소는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이혼상담 등을 20년째 고민한 단체다. 네 명의 활동가들은 턱없이 낮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하루 10시간 가까이 상담에 매달려왔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복잡한 법리를 이해하기 힘든 이들을 위해 무료 법률상담과 함께 화해·조정, 무료 대서, 무료 변론 등 소송을 돕고 있는 것. 사명의식이 없다면 쉽게 덤벼들지 못할 일이다.들어서자마자 울고 불고 하소연하는 여성들도 있고, 두서 없이 말하다가 갑작스레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꽉꽉 들어찬 가슴의 응어리를 털어놓으며,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켜보겠다고 용기 내 찾은 이들이기 때문에 활동가들은 하나라도 허투루 다룰 수가 없다.김영수 가정폭력상담소장(46)은 "예전엔 힘들어도 함께 살겠다는 믿음으로 이곳을 찾았는데, 요즘엔 헤어져야 겠다는 결정을 내린 뒤 어떻게 하면 유리한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있을까 이혼 상담 받으러 오는 일이 많다"며 "이혼숙려제가 시행됐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80% 이상이 배우자 외도로 인한 문제. 간통죄가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도 법적 테두리가 없으면, 고민없이 더 쉽게 가정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최근 2∼3년 사이 가정법률상담소를 찾는 남성들도 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 배우자 외도로 인한 상담 사례가 많지만, '가정폭력행위자 치료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이곳을 찾는 단골 손님이다."처음엔 얘기 안 하겠다고 등 돌리며 이야기하는 분도 있지만, 이런 분일 수록 나중에 차나 한 잔 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게 됩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게 된다는 사실을 시간이 흐를수록 절감하게 되요."가정법률상담소는 얼마 전 시청 민원실 앞 사무실로 옮겼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인후동으로 이사한 후부터 사람들 발길이 끊기면서 상담 사례도 크게 줄어 고민이 많았다. 여력이 안됐으나, 올해 전북도와 전주시의 지원으로 꿈에 그리던 상담실을 갖게 됐다. '여인숙에서 호텔로 옮겼다'는 우스갯소리가 오고 가는 것도 마냥 기쁘다. 활동가들의 봉급도 줄 형편이 안 돼 가정폭력특별법 지원금으로 가정폭력상담소를 꾸려 충당해야만 했던 말 못할 사연도 있었다."전화기와 저만 있으면 상담소는 꾸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현재까지 꾸려왔습니다. IMF 이후 후원금이 대폭 줄어 운영하기가 어렵지만, 당당하게 일어서는 사람들을 보면, 힘들어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안 들어요. 사무실만 나오면 집안일은 다 잊는 저를 배려해주는 가족들이 늘 고맙기만 해요."한편, 전주가정법률사무소 20주년 기념식·이전식은 18일 오전 11시 전주시청 앞 전주빌딩에서 갖는다.

  • 여성·생활
  • 이화정
  • 2008.12.11 23:02

[여성 공감]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 사랑

한창 바쁜 점심시간이었다. 카운터 쪽이 시끄러워 가 보니 할아버지 한 분이 직원에게 나무라고 계셨다. 현금영수증 때문인 듯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금영수증이 제대로 발급되지 않는다며 여러 번 다시 해보라고 하신 모양이다. 번호를 불러주십사 했더니 종이를 주신다. 나란히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있다."어르신, 어떤 걸로 해드릴까요?"여쭈었더니 두 개로 나눠서 해달라신다. 혼자서 식사 하신 금액이 5천원. 그것을 위에 적힌 번호로 하나는 3천원, 아래 적힌 번호에는 2천원을 나눠서 해달라는 거다."잘 알겠다"고 답을 드리고는 영수증 발급기를 작동했는데 받아보신 할아버지가 다시 화를 내셨다."아니, 아직도 안 되는고만. 해주기 싫으면 싫다고 하든가!"영수증은 제대로 잘 발급됐는데 어르신이 화를 내는 게 이상했다."어르신, 정상적으로 발급된 거에요. 이제 되셨어요.""아니 여기 아직도 휴대전화 번호가 안 찍혔는데 되긴 뭐가 돼?"아하! 그제야 상황이 이해됐다. 현금영수증에 찍히는 휴대전화 번호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개인정보 보안을 위해 뒷 네자리는 ****로 표시가 되는데, 그 부분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으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이었다.평소 현금영수증에 대해 꼼꼼히는 알지 못했던 직원도 이런 내용을 몰라 할아버지와 함께 헷갈려했던 모양이었다. 상황을 잘 설명을 했더니 그제서야 웃음을 지으신다.콩나물 한 봉지를 담아 어르신께 드리면서 살짝 여쭤보았다."그런데 전화번호가 두 개던데 누구 꺼에요?""어, 위에는 우리 큰 며느리, 아래는 작은 아들. 둘 다 공무원인데 하나한테만 해줄 수 없잖아. 그거 연말에 가면 돈으로 돌려받는다며?""5천원을 두 개로 나눠서 받을 생각은 어떻게 하셨을까"궁금했다. 내친김에 여쭈었다. "그런데 며느리는 왜 3천원이고 아들은 2천원이지요?"할아버지께서 활짝 웃으셨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 사랑이라는 말도 몰러?"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런 시아버지를 두신 며느님은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그러나저러나 어르신 덕분에 5천원짜리 국밥 한 그릇에 긁어댄 현금영수증이 얼마인가.그후로도 제일 바쁜 시간에 우리 식당을 찾는 할아버지는 어김없이 5천원을 꼬박 꼬박 두 개의 현금영수증으로 나누어 받아가신다. 그런 할아버지를 뵙는 일이 즐겁다./유대성(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대표)

  • 여성·생활
  • 전북일보
  • 2008.12.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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