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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직도문제' 정부는 신뢰부터 쌓아야 - 박양일

군산시가 지난해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시설유치문제에 이어 올해 또 다시 직도사격장문제로 떠들썩하다.군산 직도사격장의 매향리 대체사격장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는 직도에 자동채점장비를 강행하려고 하고 시민단체는 시민동의 없는 직도폭격장은 결사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국방부는 ▲직도에 자동정밀채점장비를 설치하는 것외에 달라지는 것 없슴 ▲어로통제구역 현재의 4분의 1로 축소 ▲ 토· 일요일과 공휴일 자유로운 어로작업보장등을 밝히면서 ‘매향리 사격장의 대체설은 근거없다’고 일축했다.그러나 군산발전비상대책협의회등 시민단체들과 많은 시민들은 직도사격장 폐쇄, 일방적인 직도 미 공군폭격장 검토철회를 요구하면서 직도상륙투쟁을 시도하는등 반대활동수위를 높여가고 있다.국방부는 지난 16일 자동채점장비설치를 위해 산지전용허가신청서를 시에 제출했고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이를 강행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시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정부불신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4월 향후 직도와 관련된 문제는 시의회를 비롯한 지자체를 통해 주민의견을 반영해 조치해 나갈 예정이라고 해 놓고 아무런 사전협의없이 올해 2월 산지전용허가신청서를 시에 접수시켰다.시가 불허방침을 세우자 ‘설명회등을 통한 시민공감대형성후 사업재추진’을 이유로 자진 철회해 놓고 국방부는 지난 16일 산지전용허가신청서를 다시 접수시켰다. 약속한 내용이 지켜지지 않았다.특히 지난해 시민들에게 갈등과 허탈감만을 남겨 놓은 방폐장탈락지역에 대해 정부는 후속지원대책을 강구키로 해 놓고 현재까지 흐지부지된 상태다.이러다보니 시민들은 정부가 어떤 주장을 한다고 해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군산시도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어떠한 노력과 성의도 없이 국방과 외교논리만을 내세워 밀어붙이기식으로 직도사격장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경제성장과 더불어 국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지역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판단되는 사업들에 대해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소위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현상이 고개를 들었다.님비현상은 1989년이후 급기야 발전소· 폐기물처리시설설치· 댐건설과 관련된 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은 물론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법률등을 탄생시켰다.전력수요가 급증, 발전소건립이 현안으로 부상했으나 님비현상이란 복병과 부딪혔고 정부는 1989년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또한 격렬한 반대로 19년동안 표류해 온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의 설치가 현안으로 대두되자 2005년 3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해결을 보았다.정부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 희생을 요구해야 했고 보상성격의 지원을 해야 했으며 지원의 신뢰성을 법률로 담보해 왔다.국방부는 백날 직도사격장은 매향리 대체성격이 아니라고 강변해 보았자 시민들은 신뢰치 않는다.직도사격장문제는 정부신뢰의 문제다.국가안보를 위해 군산지역의 일부인 섬을 희생하는 만큼 정부도 이에 상응하는 한·미공군사격장 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신뢰부터 쌓는게 해법이 아닐지. /박양일(군산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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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8.24 23:02

[이치백의 一日五話] 독일, 젯트기 첫 비행 성공

《8월 24일》①강문봉 중장도 추가 구속육군특무부대장 김창룡 소장을 죽인 허태영 대령과 운전병 이유회의 총살형이 1957년 오늘, 대구 근교에서 집행됐다. 허대령은 1956년 1월 30일 서울 원효로에서 깁부대장을 권총으로 죽인 후 2월 27일 구속됐다. 이 사건에 육군중장 강문봉도 연루돼 추가 구속된 바 있다. ②젯트기의 첫 비행젯트기가 처음 비행에 성공한 것은 1939년의 오늘이었다. 이 젯트기는 독일의 하인켈 He 178형으로 헌스 폰 오화인 박사가 설계한 것이다. 젯트기는 연소한 가스를 분출시킬 때 생기는 반동을 이용하여 추진하는 항공기다. 그때에 이미 프로펄라기의 속도를 앞섰다.③잿속에 묻힌 폼페이이탈리아의 나폴리에 가까운 폼페이가 AD 79년의 오늘, 베스비오 화산의 폭발로 재 덤이 속에 묻혀 버렸다. 이로 인해 2만5천 명의 시민 중 2천여 명이 생매장 돼버렸다. 당시 폼페이는 2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투기장을 비롯, 극장 2, 대중목욕탕이 있었던 근대도시였다. ④럭비경기의 발상럭비경기의 발상에 대해서 재미나는 이야기가 있다. 1823년의 오늘, 영국의 퍼블릭 스쿨에서는 축구시합 중 헨드볼은 용서치 않는다는 룰을 무시한 채, 볼을 안고 돌진하는 소년이 있었다. 그 이름은 월리엄 에리스였다. 이것이 유명한 럭비경기의 발상이 되었다는 에피소드. ⑤부자가 한날 홀인원골프는 매우 유익한 운동이다. 또한 재미도 있다. 거기에 홀인원을 하면 더욱 재미난다. 이는 만분의 일의 확률밖에 없다는 것이니, 그 재미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1932년의 오늘, 미국의 챨스 카르판 부자는 워싱턴 골프장 3번 홀에서 홀인원을 하여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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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8.24 23:02

[오목대] 윤(閏)7월

오늘이 윤(閏)7월 초하루다.옛 사람들은 윤달을 ‘여벌 달’ ‘공달’ ‘덤달’ 또는 ‘썩은 달’이라고 불렀다.다른 달과는 달리 걸릴 것도 없고,탈도 없는 달이라 해서 평소 주저하던 궂은 일을 하는 관습이 내려오고 있다.조상의 묘를 이장(移葬)하거나 화장(火葬)을 하고 맘놓고 이사를 하기도 한다.지상의 모든 잡신이 쉬는 달이어서 액(厄)이 없다고 믿었던 것이다. 조선시대 세시풍속을 집대성해 놓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도 우리 조상들이 지켜온 윤달 관습이 나온다.‘윤달에는 결혼하기 좋고 수의(壽衣)만드는데도 좋다.이때 불공을 드리고 공양을 하면 극락세계에 간다고 하여 노인들이 분주히 절을 찾는다’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윤달을 상서롭지 못한 달이라 하여 결혼을 꺼리거나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심지어는 윤달에 출산하지 않도록 출산을 앞당기기위해 제왕절개 수술까지 한다.올해의 경우 윤달이 여름 끝무렵에 겹쳐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반면 수의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묘 이장이나 화장 요청으로 장묘업체들은 호황을 톡톡히 누리는 모양이다. 윤달은 양력과 음력간 차이를 보전하기 위해 고안됐다.양력으로 1태양년은 365.2422일인데 음력 1년은 이보다 약 11일이 짧아 19년에 7번의 윤달을 두어 태양력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이것을 맞춰놓지 않으면 동지 섣달에 무더위가 닥치는 일이 일어난다.윤달을 두는 방법은 24절기에 맞춘다.절기는 입춘(立春)과 같이 양력의 상순에 들어가는 12절기와 춘분(春分) 같은 12중기(中氣)로 나눈다.음력 한달에는 원칙적으로 1개의 절기와 1개의 중기가 들게된다.윤달은 중기가 없는 달을 그 전달의 윤달로 정하는 것이다.이것이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이다.올해의 경우 윤7월에는 절기인 백로(白露)만 들어있고 중기는 없다. 윤달은 지구와 달이 태양을 도는 공전속도가 가장 더딘 여름에 주로 생긴다.따라서 5월의 빈도수가 가장 많다.겨울에는 좀처럼 윤달이 나타날 수 없다. 과학문명시대에 결혼을 미루는 등 윤달의 속설은 과학적 방법으로 윤달을 도입한 조상들의 지혜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굳이 윤달의 의미를 찾는다면 평소 액운이 두려워 미뤄둔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시기로 생각하는 것이 현명할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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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8.24 23:02

[명상칼럼] '광주 사건'의 교훈 - 권이복

´ B- 52 폭격기를 동원 하거나 150㎜ 포를 쏘아서라도 광주를 진압해야 한다. ′ ′ 북한 공작원들이 침투하여 독침을 놓았다.′′ 김 대중 빨갱이 일당의 선동으로 광주가 빨갱이의 도시가 되었다′ 등등.....무수한 얘기들을 하루 종일 듣고 살았다. 소위 정훈 장교라고 하는 숙련된 홍보 담당관들은 우리가 행여 졸을 세라 갖은 유머, 온갖 시청각 자료들을 총 동원하며 군대가 요구하는 정보들을 쉴 새 없이 쏟아 댔다. 처음에는 가증스러웠다. 거짓말해서 밥 벌어 먹고 사는 그들이 불쌍했다. 나는 노란 다이아몬드 훈련 준사관이고 그들은 무궁화 두개, 세 개 중령, 대령일지라도 참 딱해 보였다. 그래도 그들은 끊임없이 똑 같은 내용을 반복, 반복 했다. 정말이지 지겹도록 들어줘야 했다. ′ 김 대중은 빨갱이의 앞잡이다.′ ′ 광주 사태는 이북 공산당들의 게릴라전의 본보기 이다. ′ ′광주 폭도들을 쓸어내야 한다.′......꾸준히 일관되게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연병장에는 북쪽에서 내려온 수많은 전투병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오후 5시쯤이 되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민군, 즉 빨갱이라 부르는 젊은이들을 굴비 엮듯이 줄줄이 묶어와 이놈이 치고 저놈이 걷어차다가 연병장 끝에 원산폭격 ( 양팔을 등 뒤로 묶은 채 머리와 발끝으로만 몸을 지탱하게 하는 일종의 벌) 시켜 놓았다. 쉴 새 없이 뜨고 내리는 헬리콥터들, 시퍼렇게 겁에 질린 채 출병하는 병사들.....당시 광주는 완전히 전쟁터였다. 이러한 시간이 하루 이틀....... 일주일, 이주일 한달 여를 지나면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 어이없는 주장들이 사실이 되어 가면서 나 또한 그들과 꼭 같은 판단과 주장을 펴가는 한 군인이 되어 갔다. 어느 사이 내 입에서도 ′광주 폭도′ ′ 싹 쓸어 버려야 할 광주′ ′북한의 남파 공작원들로부터 보호하지 않으면 안되는 광주′ 가 되어 버렸다. 이 어이없는 오류에서 벗어나기 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대전에서 장교로 임관한 후 다시 광주로 배속되어 통합병원 505 병동에 감금 되어 있던 오 병문, 조 아라 여사 등 평소에 알고 존경하던 재야인사들을 접촉 하면서, 나는 서서히 그 최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 우리부대에 갇혀 있던 조 비오 신부, 김 성룡 신부, 유 현석 김 대중 측 변호사들로부터 들은 정보들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몰아넣었다. 군인들이 아닌 시민들이 말하는 정보- 그 정보들을 들으면서야 서서히 그 오류로부터 벗어 날 수가 있었다. 그 기간이 대략 반년이 걸렸는데 이는 매우 빠른 변화였다. 같이 근무하던 육군 군종신부는 그 이후까지도 군인이라는 최면에서 벗어나지 못해 수명의 동료 사제들이 자기로 인해서 보안대의 포로로 잡혀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 최면에서 깨어 날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가슴 저미는 사연들을 통해서야 나는 알게 되었다.사람, 사람은 자신이 듣는 정보, 자신이 살고 있는 무리들이 누구냐에 따라,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판단 할 수 있는가! 를./권이복(전주 우아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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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8.24 23:02

전국 첫 생산·소비자 친환경농산물 자율관리단 출범

“정부의 친환경농업육성 정책과 최근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은 Well-Being(참살이)문화의 확산으로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은 매년 빠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친환경농산물의 급격한 증가는 최근 일부 언론기관에서 제기하고 있는 바와 같이 농관원을 비롯한 민간인증 기관의 부족한 인력난으로 친환경농산물 사후관리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실정입니다”22일 전국 최초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하는 ‘김제시 친환경농산물 자율관리단(이하 · 자율관리단)’을 출범시킨 한강희 단장(46,사진)은 “이러한 친환경농산물 사후관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율관리단을 출범시켰다”고 말했다.한 단장은 “우리 농업의 대외 경쟁력을 높이고 농업의 환경 보전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지난 97년 12월 친환경농업육성법을 제정하고, 현재 친환경농업직불 사업, 친환경농업지구조성 사업 등 여러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총 5개 반으로 구성된 자율관리단은 앞으로 매월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친환경농업 재배농장을 직접 방문해 생산과정 조사를 실시하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친환경농산물 전문매장에 대해서는 시판품조사를 실시하는 등 생산단계와 유통단계의 자율관리 감시기능을 강화해 친환경농산물의 신뢰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사후관리 시스템으로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한 단장은 또 “이제 김제지역의 친환경농업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지 않고 김제 농업을 살리는 주춧돌이 되고 농가소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우리 농가 스스로가 신뢰를 다지는 길만이 남아 있다”면서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에서 믿음과 신뢰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친환경농산물이 그 대안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한 단장은 2005년 농림부 신지식인 농업인장을 수상하는 등 자타가 인정하는 친환경농산물의 선두주자로, 1만여평의 과수원에서 배를 유기재배하고 있다.

  • 지역일반
  • 최대우
  • 2006.08.23 23:02

[이치백의 一日五話] 일제, 정신대 강제동원 20만명

《8월 23일》①북행 서신이 2배나 많아광복 후, 남북간의 우편물 교환이 1946년 오늘, 여현역에서 있었다. 이날 북행 서신은 총 8천6백통(엽서 1천3백95통·서류 5백9통)이었으며, 남행 서신은 총 4천2백78통(엽서 7백23통·서류 5백25통)으로 북행 우편물이 배가 더 많은 4천3백22통이었다.②농촌처녀 강제 동원태평양전쟁 말기에 접어들면서 일제는 여자정신대라는 이름으로 한국농촌처녀를 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했다. 1944년의 오늘 공포 시행된 '여자정신대 근무령'에 따라 당시 강제로 끌려간 한국인 위안부는 적어도 20만 명은 넘었다는 추계이다. 이들은 중국과 남방전선까지 끌려갔다.③제갈량이 세상 떠나중국 삼국시대 유비의 촉나라 재상 제갈량은 뛰어난 지략과 충의의 사람으로 중국의 역사상 만인으로부터 추앙을 받는 큰 인물이다. 그는 234년의 오늘, 조조의 부하 '사마 의'가 지휘하는 위군과 싸움 중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53세였다.④안락사 국제회의 개최1977년의 오늘, 미국·영국·화란·호주·필립핀·마레이시아·일본 등 7개국 대표들은 일본의 동경에 모여 "인간은 품위 있는 죽음의 권리를 갖는다."는 안락사에 대한 선언을 채택했다. 안락사란 회복가망이 없는데도 생명유지를 위한 치료를 환자의 의사에 의해 중지한다는 것을 말한다.⑤처 서오늘은 처서―. 24절기의 하나로 입추와 백로 사이에 있다. 이 날이 되면 무덥고 기나긴 여름은 사실상 막을 서서히 내리고,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고 했다. 앞으로 뜻하지 않은 재앙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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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6.08.23 23:02

[오목대] 명품족

전국을 방랑하며 살았던 매월당 김시습은 산문(山門)에 들면 그 산에서 자란 나무 한토막을 베어 금(琴) 통을 깎았다. 그리고 그 산에 사는 짐승을 잡아 심줄을 빼어 금줄을 만들었다. 거칠디 거친 조품(粗品)이지만 손때 묻혀 길들인 뒤 그 금에서 나는 소리를 즐겼다. 금줄 튕기는 손가락에 피가 아홉번 난 후에야 비로소 음의 청탁을 알게 된다. 다른 산문에 들면 또다시 그런 식으로 산금(山琴)을 만들어 산마다 달라지는 오묘한 음색을 즐겼다고 한다. 명연주는 명기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거듭된 훈련으로 신묘한 경지를 터득할 때 가능하다. 명기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명품 골프채를 갖고 있다고 해서 아무나 언더타수를 내지 못하는 것처럼. 최근 가짜 명품 사건이 불거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빈센트 앤 코'라는 시계 가격은 약 580만~9750만원. 원가는 8만~20만원. 이쯤되면 대동강 물 팔아먹은 김선달에 버금간다. 100년 이상의 전통, 황실에서만 주문제작해 쓴 명품이라는 말에 내노라하는 인사들이 사족을 못쓰고 다 넘어갔다. 골빈 부자라던지, 연애인, 재벌마누라, 국회의원 사모님, 허영심 많은 '된장녀' 등등이 그들이다. 현대사회에서 명품은 신분과 능력을 드러내는 징표다. 사람들이 명품에 열광하는 건 명품 자체의 사용가치보다 그것이 갖고 있는 '후광효과' 때문이다. 명품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질적인 차이와 다름을 추구하고 그 다름에서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지나친 자기과시욕과 허영심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어쩌랴. 가짜 명품 사건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사치와 허영의 단면이다. 개인의 인격이나 능력과는 상관없이 값비싼 명품을 걸쳐야 대접받는 사회, 내실보다는 겉치레, 능력보다는 외모로 자신감을 얻으려는 세태가 우리 사회를 허영공화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명품으로 치장하기 위해 곗돈을 붓고 있는 사람도 있다. 명품으로 치장한다고 해서 사람마저 명품이 되는 건 아니다. 그렇게 착각하는 게 문제다. 천박한 부자라고나 할까.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한국병’은 세계적인 명품 깜이다. 이 한국병에 명기를 만들고 길들이며 즐긴 김시습의 금(琴)은 좋은 교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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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8.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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