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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시심과 철학 담은 유고 시집 ‘언제나 어제는 내일’

고 김형진 작가의 시 세계를 모은 유고 시집이 출간됐다. 평생 교육자로 살아온 그의 삶과 문학 정신을 기리는 시집<언제나 어제는 내일>(북매니저)에는 생전 남긴 시 약 50편이 담겼다. 김 작가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언어와 글을 통해 인간과 삶을 이해하도록 제자들을 이끈 인물로 기억된다. 교직을 떠난 뒤에도 수필 동인인 순수필동인 회원들을 지도하며 문학적 사유의 깊이를 강조했다. 그가 자주 강조했던 말은 “인간을 향한 집요한 사유와 문학성, 철학성, 예술성이 어우러질 때 작품의 깊이가 완성된다”였다. 동인들은 그의 가르침 아래 문학이 왜 아름다워야 하는지, 왜 진실을 향해야 하는지를 배웠다고 회고한다. 그의 작품 세계는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도 본질을 묻는 태도가 담겨 있으며, 끊임없는 성찰을 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입니다./ 어제도 걷고, 오늘도 걸었는데 제자립니다./ 달려도, 달려도 제자리입니다./ 재작년에도 달리고, 올해도 달렸는데 제자립니다./ 구덩이에 빠져 헛바퀴만 돌리는/ 흙탕물 흩뿌리며 헛바퀴만 돌리는/ 자동차를 본적이 있습니다./ 이제 그만, 이제 그만/ 앞을 막는 헛것들 제치고/ 나아가야 하는데 말입니다”(시 ‘공회전(空回轉)’ 전문) “자고 일어나보니 꽃이 졌다./ 어제까지 향기 뿜던 자태 간곳없다./ 하양, ᄈᆞᆯ강, 노랑/ 바닥에서 시들어 간다./ 내려다보는 태양/ 숨을 고른다./ 꽃이 진 자리/ 이슬로 맺힌 방울방울/ 진주 되어 쏟아진다./ 천년을 불어온 바람이 봄을 앗아가도/ 천년을 피어 온 꽃은 피고 또 피는데/ 이슬 한 방울 맺지 못한/ 나의 봄날은 간다.”(시‘봄날은 간다’ 전문) 이처럼 이번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삶의 무게와 사유가 응축된 언어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시 ‘공회전’과 ‘봄날은 간다’ 등에는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 사이에서 성찰하는 인간의 고독과 희망, 삶의 아름다움과 슬픔이 고스란히 담겼다. 신영규 순수필동인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지도 벌써 1년이 돼 간다”며 “함께 글을 읽고 문학을 이야기하던 시간이 멈춘 듯한 허전함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육신은 떠났지만 정신과 문학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시집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선생님과 다시 만나게 된다. 이번 시집이 오늘의 독자와 다음 세대까지 이어져 사라지지 않는 숨결로 오래 살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25 17:57

전북 근대미술의 선구자, 권영술 소장품전

평범한 시장 풍경인가 싶었는데 들여다보니 하얀 닭을 품에 안은 사내, 비취색 한복을 입고 장터에 서 있는 여인 등 장터에서 마주한 이웃들의 모습이다. 1960년대 전주의 시장 공기를 세밀하고 생생하게 표현한 권영술 화백(19201~1997)의 ‘시장’은 평생 산과 바다 등 풍경을 소재로 작업해 온 화백의 보기 드문 인물 군상화다. 우진문화재단은 권영술 화백의 유작 26점을 선보이는 ‘전북 근대미술의 선구자, 권영술’ 소장품전을 오는 3월 31일까지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북 근대 서양화단의 형성을 들여다보는 자리로, 지역 미술사의 거대한 한 축을 이룬 권 화백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특히 그의 작품 ‘시장’은 풍경에 머물던 화백의 시선이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내려와 예술적 외연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주 이서 출생인 화백은 서울 경신고보 재학 시절 당시 미술교사였던 스승 도상봉의 권유로 동경미술학교에 입학하여 1943년 졸업했다. 그해 동경독립미술협회전에서 입선하여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귀국 후 식민지 문화정책에 회의를 느끼고 고향으로 낙향, 1945년 군산중학교를 시작으로 36년간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후학 지도와 지역미술을 주도했다. 1946년 군산에서 일지회를 창립했고 1954년에는 신상미술회 창립회원으로 전북지역 근대 서양화 도입에 노력했다. 박영준 관장은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과 시골풍경은 가난했지만 소박했던 이웃들의 모습으로 단순하지만 풍부한 색채표현으로 강한 여운을 준다”며 “전북근대미술의 출발점을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긴 예술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사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 기자

  • 전시·공연
  • 박은
  • 2026.02.24 18:02

개관 25년차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리모델링 골든타임 놓치나?

개관 25년차를 맞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 대한 리모델링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무대 핵심 장비의 내구연한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북특별자치도가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부분 보수로 일관하고 있어 예산 운영의 효율성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소리전당은 2001년 개관 이후 단 한 차례도 전면적인 대수선(리모델링)을 거치지 않았다. 현행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보면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준공 후 20년이 경과하면 안전과 기능 유지를 위해 대규모 수선을 검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도는 전면 리모델링을 위한 로드맵 수립 대신 고장 난 부품만 갈아끼우는 시설 보수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3개년 시설개선 현황을 보면 소리전당에 투입된 시설보수비는 총 28억200만원이다. 연도별로 2023년 9억4200만원, 2024년 10억200만원, 2025년 8억5800만원이 집행됐다. 그러나 세부 내역을 보면 공조기 코일, 순환펌프, 화물용 승강기 교체 등 단발성 소모품 수선에 치중되어 있다. 약 300억원을 투입해 전면 리모델링을 진행한 광주예술의전당 등 타 시도 사례와 비교하면 경제성이 떨어진다. 매년 10억원 안팎으로 투입되는 예산이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닌 땜질식 처방에만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대 기계장치 역시 기술적 절벽에 봉착했다. 해외 제조사의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무대 기술팀이 자체적으로 부품을 조달하며 버티는 실정이다. 전당 관계자는 “무대 파트 전체가 아날로그 형식의 구형 구조여서 전면 교체가 필수적”이라며 “아날로그 기반 시설에 디지털 부품을 이식해 운영 중이나 부품 단종으로 고장 시 즉각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무대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이용하는 일반 편의시설까지 노후화된 만큼 특정 부분의 보수가 아닌 전체적인 대수선 검토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행정적인 밑그림을 그려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다. 대규모 공공건축물 수선은 사전타당성 조사부터 국비 확보까지 최소 2~3년의 준비 기간을 필요로 한다. 특히 도가 기존 수탁 운영사와 2027년까지 위탁 연장 계약을 체결한 점을 고려하면 차기 운영 주기가 시작되는 2028년 착공을 위해 지금부터 공론화와 행정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대수선(리모델링)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단순 논의를 넘어 시설 점검과 실무적인 개보수 로드맵 수립 등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전북도는 올 하반기 관련 용역을 통해 중장기 로드맵을 구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예산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역예술계는 “소리전당은 전북 문화예술을 상징하는 공간"이라며 “단순한 시설보수를 넘어 안전사고 예방과 고품격 문화서비스 제공할 수 있도록 전면 리모델링 계획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6.02.23 17:31

‘K-아트’ 지원사업 시범 운영⋯지역 청년 예술인 ‘성장 사다리’ 될까

정부가 청년 창작자들의 안정적인 예술 활동을 위한 신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전북 지역 청년 예술인들의 자생력을 높이는 실질적 발판이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전국 17개 시·도 광역문화재단과 함께 다음 달 3일부터 31일까지 ‘K-아트 청년 창작자 지원’ 시범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소득이 불안정해 창작 활동에 전념하기 어려운 기초예술 분야 청년 창작자(만 39세 이하) 3000명을 대상으로 연간 900만 원의 창작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북 지역에서는 100명의 청년 예술인이 지원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그간 예술계에서 꾸준히 지적돼 온 ‘단발성·단년도 지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년도 지원 체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선정된 창작자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내년까지 지원을 보장받게 된다. 지원 대상은 문학, 시각예술, 공연예술(연극·뮤지컬·무용·클래식·전통예술), 다원예술, 융·복합예술 등 기초예술 전 분야다. 다만 대중음악이나 영화 등 대중예술 분야는 제외된다. 하지만 지역 예술 현장에서는 사업에 대한 홍보 부족과 더불어, 이번 사업이 기존의 일시적인 ‘생계 구호형 지원’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교차하고 있다. 도내 청년 예술인 A 씨는 “언론을 통해 사업 소식은 접했으나 정작 지역 내에서는 구체적인 안내가 없어 전북이 제외된 줄 알고 있었다”며 지역 밀착형 홍보의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년 지원 방식은 환영할 일이지만, 단순히 생계비를 보조하는 수준에서 머물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지역 미술계에서 활동 중인 청년 예술가 B 씨 역시 “최근 레지던시 사업의 위축과 소규모 아트페어 활성화 등 급변하는 도내 예술 생태계 속에서 작가들은 ‘시장 경쟁력’ 확보에서 갈증을 느끼고 있다”며 “시범 운영 기간 청년들이 전문 창작자로 도약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유통 판로 개척 등 구조적 보완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성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정책 효과를 검증할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K-컬처의 뿌리인 기초예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지속가능성을 결정한다”며 “중앙과 지방이 연계한 창작 지원을 강화하고, 예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후속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사업의 신청은 문예위 누리집과 17개 시도 광역문화재단 누리집에 게시된 공고문을 참고하면 된다. 선정 결과는 전국 17개 시도 광역문화재단 누리집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6.02.23 17:31

커피향에 스며든 하얀 예술의 여백, ‘스노잉 아트 갤러리’ 첫 선

스노잉아트갤러리가 오는 3월 13일까지 개관기념전 ‘스노잉, 첫눈에 반하다’를 개최한다. 전주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카페 스노잉과 협업으로 탄생한 이번 전시는 일상의 생활문화와 동시대 미술이 자연스럽게 맞닿는 새로운 시각예술 플랫폼의 출발을 알리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굳이 의도하지 않은 일상 속 산책길이나 차 한잔의 여유 속에서 불현듯 순수예술을 만나는 경험에 방점을 두었다. 김순아 디렉터는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스노잉’ 커피가 하얀 크림으로 일상의 여백을 얹듯이 전시공간 역시 감각을 정돈하고 속도를 늦추는 장소로 기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 타이틀은 ‘첫눈에 반하다’로 카페의 화이트 미감을 상징하는 눈(雪)과 작품과의 강렬한 첫 눈맞춤(Sight) 그리고 새로운 공간과의 첫 만남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에는 국내외 미술계에서 독자적인 역량을 인정받은 중견 작가 8인이 참여해 총 1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허성철 작가는 마른가지 끝에 피어나는 새봄의 신록을 화폭에 담아냈고, 김경희 작가는 바다 속 에너지 넘치는 화해의 풍광을 표현해 깊은 여운을 전달한다. 이철규 작가는 한지 위 순금박으로 상생의 세상을, 장석원 작가는 ‘바보 시리즈’를 통해 맑은 예술적 통찰을 건넨다. 이적요 작가의 수행성이 돋보이는 바느질 드로잉과 송만규 작가의 수려한 강의 풍광, 그리고 조현동·신혜백 작가의 잔잔한 화이트 미감이 돋보이는 회화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갤러리 2층 공간에는 관람객들에게 친숙한 명화 섹션도 마련됐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 빈센트 반 고흐의 ‘붓꽃’ 시리즈를 비롯해 마크 로스코의 색면화,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와 이중섭의 아트프린트 작품이 설치되어 대중적 감성을 충족시킨다. 김 디렉터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언가에 첫눈에 반하기 어려운 시대이지만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마음을 흔드는 인생작품을 만나길 기대한다”며 “이러한 만남이 관람 이후의 삶을 이전과 다르게 변화시키는 강렬한 조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은 기자

  • 전시·공연
  • 박은
  • 2026.02.23 16:44

수장 비는 전북도립국악원, 실무진 인선으로 조직 안정 꾀한다

전북도립국악원이 국악원장 임기 종료를 앞두고 주요 실무진 재편에 나섰다. 국악원은 최근 공연기획실장과 무용단 예술감독 채용을 위한 1차 서류심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인선 절차에 돌입했다. 수장 공백이 임박한 시점에서 단행되는 이번 인사가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운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전북도립국악원에 따르면 공연기획실장과 무용단 예술감독 공모에는 직위별로 15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최근 진행된 서류심사 결과 두 부문에서 모두 5명씩, 총 10명이 면접 대상자로 압축됐다. 특히 공연기획실장에는 과거 국악원 근무 이력이 있는 인물들이 대거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는 무용단 예술감독의 임기 만료와 공연기획실장의 사직이 맞물리며 추진됐다. 문제는 오는 25일 임기가 끝나는 국악원장의 차기 인선이다. 지역예술계에서는 6월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해 신임 원장 채용이 선거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총무팀장의 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국악원은 수장 공백에 따른 운영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악원 관계자는 “3월 제주도 공연과 4월 신년음악회 등 확정된 상반기 주요 일정은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며 “수장 공백에 따른 운영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장 부재와 주요 실무진 교체 시기가 겹치는 이례적인 상황 속에서 차기 원장 선임 전까지의 직무대행 체제가 행정적 동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거나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신규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선임될 공연기획실장과 무용단 예술감독은 단순히 전임자의 빈자리를 채우는 수준을 넘어 수장 공백기 동안 조직의 중심을 잡고 예술적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중책을 안게 됐다. 국악원은 오는 26일 공연기획실장, 27일 무용단 예술감독 면접을 차례로 실시한다. 심사에서는 직무수행계획 발표(PT) 등을 통해 후보자들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특수한 조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 능력과 운영 역량을 심층 검증할 방침이다. 최종 합격자는 내달 3일 발표될 예정이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6.02.22 16:34

전북문화관광재단, 공연장 상주단체 모집…도외 공연 인센티브 신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경윤)이 도내 공공공연장과 예술단체의 상생협력을 위한 ‘2026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참여단체를 오는 3월 6일까지 모집한다. 총예산 6억2000만원 규모인 이번 사업은 역량 있는 공연예술 단체를 선정해 창작 공연 및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재단은 총 8개 이내의 단체를 선정해 단체별로 최소 6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사업은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운영체계를 개편했다. 기존 다년도 지원방식에서 1개년 단년도 지원체계로 전환했으며, 공공공연장당 최대 2개 단체와 협약할 수 있는 ‘1:2 협약구조’를 도입해 유연성을 확보했다. 휴식년제는 기존 ‘4년 연속 지원 후 2년 휴식’에서 ‘4년 누적 지원 후 1년 휴식’으로 완화(2022년 소급적용)했다. 또한 우수단체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도외 공연 진출을 위한 별도 지원항목을 신설해 지역 창작 성과의 권역 외 확산을 도모한다. 지원 대상은 전북자치도 소재 연극·무용·음악·전통예술 분야 단체로 최근 3년간(2023~2025) 매년 2회 이상 직접 기획, 관리, 운영을 총괄한 공연 실적을 보유해야 한다. 단, 2022년부터 4년 누적 선정된 단체는 올해 신청이 제한된다. 접수는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재단 누리집(jbct.or.kr)이나 창작지원팀(230-7445)으로 문의하면 된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6.02.22 16:33

리더십 바뀐 정읍시립국악단, 지역 문화 경쟁력 높일까

최근 리더십 변화를 맞은 정읍시립국악단이 지역 문화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읍시립국악단은 1993년 창단한 시립 국악연주단체로, 기악부·창악부·무용부로 구성돼 있다. 정읍 지역 전통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키고 한국 전통음악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한편, 공연을 통해 지역민의 정서 함양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이처럼 30여 년의 전통을 지닌 단체에는 지난해 9월 조용수 신임 국악단장이 선임돼 조직을 이끌고 있다. 조 단장은 전북대학교 국악과 학사와 중앙대학교 한국음악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립창극단 기악부장과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단원 등을 역임하며 현장 경험을 쌓아왔다.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두루 갖춘 리더를 맞으면서 정읍시립국악단은 지역 문화 역할 확대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전국 공립국악단 가운데 창극 제작과 공연이 가능한 단체가 국립창극단, 광주시립창극단, 정읍시립국악단, 남원시립국악단,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창극단) 등 5곳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단체의 위상과 잠재력은 더욱 주목된다. 다만 타 기관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도내 홍보가 부족하다는 점은 오랜 과제로 지적돼 왔다. 공연 활동이 지역 중심에 머물면서 외연 확장과 브랜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정읍시가 보유한 문화 콘텐츠 잠재력에 비해 활용도가 충분히 높지 않았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러한 가운데 신임 단장 취임 이후 공연 예산이 전년 대비 약 1억 원 증액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예산 확대가 콘텐츠 개발과 공연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성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정읍시립국악단은 2026년을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재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조 단장은 “올해는 월간 상설공연을 신설하고 예산도 증액돼 관객의 수요를 반영한 문화 콘텐츠를 더욱 개발할 예정”이라며 “특히 오는 10월 정읍사를 소재로 한 ‘달하 노피곰(가제)’을 무대에 올려 정읍을 넘어 전라도를 대표하는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현장에서 50여 년간 활동하며 세계적인 스태프들과 다양한 무대를 만들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정읍시립국악단을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단체로 성장시키고, 관객에게는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6.02.22 16:33

“새만금에 문화예술의 날개를”…새만금문화예술협회 공식 출범

새만금문화예술협회는 21일 군산 리츠플라자호텔에서 김철규 이사장 취임식과 종합문예지 ‘새만금문학’ 창간호 출판 기념식을 갖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날 행사에는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문효치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문승우 전북도의회 의장, 김남곤 시인, 류희옥 시인, 소재호 전 전북예총 회장, 조미애 새만금문학 편집주간, 김사은 새만금문학 편집장, 백학기 영화감독, 이형구·양병호·김인남·김옥녀·유인실 시인 등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김철규 새만금문화예술협회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1978년 전북일보 기자 시절 서해안 대단위 간척사업의 필요성을 최초로 보도하며 시작된 새만금과의 깊은 인연을 회고했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의 새만금은 국가주도의 경제산업이라는 한쪽 날개로 추진되어 왔다면 이제는 문화예술이라는 또 다른 날개를 달아 세계 만방에 새만금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창간호인 ‘새만금문학’에 대해 “지난해 9월부터 군산과 익산 문인들이 의기투합해 전국 230여명 작가의 옥고를 650페이지에 담아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향후 협회를 사단법인화하여 전국의 예술인이 참여하는 열린 광장으로 만들고, 오는 7월 발행할 새만금문학 2호를 영문판으로 제작‧배포해 새만금을 K-문화의 전진기지로 알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축사에서는 ‘새만금문학’의 역할에 주목하며 아낌없는 격려와 조언이 이어졌다.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은 “새만금이 불도저 소리만 들리는 개발현장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긴 보석상자가 되길 바란다”며 “새만금과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소통창구로서 문예지가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문효치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군산에 메이저급 종합문예지가 탄생한 것은 한국 문단의 경사”라며 “김 이사장이 문학으로 귀환해 이토록 번듯한 잡지를 창간한 것은 매우 지혜로운 결정”이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새만금개발청에서도 문학의 자존심을 살려줄 수 있는 상징적인 지원을 통해 문화예술의 토양을 닦아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는 새만금의 가치를 상상력의 관점으로 역설했다. 송 전 지사는 “새만금은 한민족 최고의 상상력이 실현되는 보고이자 거대 프로젝트”라고 정의하며 “앞으로 (새만금) 특별회계 설치 같은 본질적인 과제가 해결되어 새만금 문학이 대한민국 전체에서 화려하게 꽃피우길 바란다”고 힘을 실었다.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은 김 이사장의 헌신적인 행보에 깊은 지지를 보냈다. 윤석정 사장은 “김철규 이사장은 1991년 정부 TF 구성 전부터 새만금에 헌신해 온 인물”이라고 강조하며 “새만금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진정성이 담겼기에 ‘새만금문학’이라는 이름이 더욱 각별하고 의미가 깊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소재호 전 전북예총 회장은 이번 창간호를 “시대의 정신을 엮어낸 중요한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협회는 전국적인 문학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 문화자산 발굴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22 16:16

[안성덕 시인의 ‘풍경’] 떡

쌀을 불려 절구에 빻았지요. 체로 쳐 고운 가루를 냈지요. 팥고물과 켜켜이, 가마솥 위에 시루를 얹고 행여 김이 샐세라 떡가루를 개어 틈새를 막았고요. 뿌옇게 김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꿀떡꿀떡 침을 삼켰던가요? 팥떡 다음엔 흰떡, 인절미, 쑥떡을 하셨지요. 찹쌀을 시루에 쪄내 안반에 쳤습니다. 젊은 아버지는 메를 치고 젊은 어머니는 욱이고……. 아무 말씀 없으셨지만 두 분 얼굴이 발그레했던 성도 싶습니다. 콩고물 듬뿍 마침맞게 썰어주신 인절미는 얼마나 고소했던지요. 낼모레가 설이련만 떡집 구경이나 갑니다. 너나없이 언제부턴가 집에서 떡을 하지 않잖아요. 남부시장, 중앙시장, 모래내시장 그닥 붐비지 않습니다. 시루떡 인절미 가래떡이 전부였건만 이름도 모르고 구경도 못 해 본 떡이 수두룩합니다. “꿈에 떡 얻어먹었다”, 옛적 어머니가 가끔 쓰시던 말이지요. 간밤 꿈도 없었건만 떡집을 기웃거리다 고순 인절미 한입 맛봅니다. 돌아와 현관 앞에서 있을 리 없는 할머니 아버지의 흰 고무신을 찾아봅니다. 시키지 않아도 말갛게 짚수세미로 씻어 툇마루 한켠에 세워두고 싶거든요. 종일 시보처럼 기차역, 버스 터미널이나 보여주는 테레비 혼자 먹고 마시고 까불고 있습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6.02.21 09:52

‘역대급 규모’ 제5회 전주미니재즈페스티벌 4월 막 올린다

전주미니재즈페스티벌이 역대급 규모로 돌아왔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전주미니재즈페스티벌이 오는 4월부터 지역 재즈 전문 소극장 더 바인홀에서 개최된다. 전주미니재즈페스티벌은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주체 지원사업(음악 분야)에 호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선정되며, ‘미니’라는 이름에 담긴 콘텐츠의 깊이와 사운드의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음을 입증했다. 올해 페스티벌은 국내 재즈 페스티벌 최초로 ‘틴 팬 앨리(Tin Pan Alley)’ 시대를 대주제로 삼았다. 1900년대 초 미국 대중음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명곡들을 오마주하며 재즈의 근원을 탐구할 예정이다. 축제에는 국내 11팀, 해외 4팀 등 총 15개 팀, 80여 명의 뮤지션이 참여해 메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국내 뮤지션이 주축이 되는 ‘틴 팬 앨리 스테이지’는 웅장한 빅밴드 사운드로 축제의 시작과 끝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해당 무대에는 9인조 ‘원포울 빅밴드’가 오프닝을 맡아 힘찬 포문을 열고, 12인조 대편성을 자랑하는 ‘리코타 재즈 빅패밀리’가 피날레를 장식해 대형 공연장에서 느끼기 어려운 생생한 전율을 선사할 예정이다. 해외 라인업도 화려하다. 그래미가 주목한 싱어송라이터 라울 미동을 비롯해, 전 세계 테너 색소폰의 거장 스콧 해밀턴, 미국 정통 재즈 피아노 계보를 잇는 젊은 연주자 이사야 톰슨, 프랑스를 대표하는 색소포니스트 피에릭 페드롱이 스페셜 스테이지를 꾸민다. 미국과 유럽을 아우르는 월드클래스 연주자들의 합류로 축제의 격을 한층 높일 전망이다. 올해는 공연뿐 아니라 재즈 입문자를 위한 특별 강연 프로그램도 신설된다. 재즈 관련 저서와 강연으로 알려진 최은창 교수와 최수진 작가가 연사로 나서 ‘틴 팬 앨리’ 시대의 음악적 배경과 재즈 감상법을 흥미롭게 풀어낼 예정이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재즈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주환 더 바인홀 대표는 “이번 페스티벌은 소규모 공연장에서 진행되지만 참여 뮤지션의 면면과 인원 규모는 블록버스터급”이라며 “특히 오프닝과 피날레를 장식할 대규모 빅밴드 공연은 80여 명의 뮤지션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정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식 티켓 예매는 다음 달 15일부터 네이버 예약 플랫폼을 통해 가능하며, 이에 앞서 오는 18일부터 진행되는 얼리버드 기간에는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더 바인홀 공식 카카오톡 채널 1:1 문의 및 유선 문의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전현아 기자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6.02.19 17:48

전북 대표 지평선·반딧불·장류 ‘축제’...글로벌축제 도전

전북특별자치도가 도내 대표축제인 김제 지평선축제, 무주 반딧불축제, 순창 장류축제를 필두로 ‘2026년 글로벌 및 예비 글로벌 축제’ 공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 공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관광상품을 발굴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핵심이다. 최종 선정 시 ‘글로벌 축제’ 3개는 연간 8억원, ‘예비 글로벌 축제’ 4개는 연간 2억5000만원의 국비를 3년간 지원받게 된다. 19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업계획서 제출을 완료했다. 공모 절차는 2월 중 서면 및 발표평가를 거쳐 오는 3월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북도는 농경·생태·미식 등 전북만의 독창적인 자산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격상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관광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도는 지역 자산을 바탕으로 축제별 맞춤형 차별화 전략을 수립했다. 김제 지평선축제는 국내 유일의 ‘농경문화’ 테마와 독보적인 자연경관을, 무주 반딧불축제는 세계적 생태자산인 ‘반딧불이’를 통한 인간과 자연의 공존 모델을 제시한다. 또한 순창장류축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한국의 장 담그기’의 가치와 K-푸드 체험을 결합해 미식 브랜드화에 나선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번 공모는 전국 수백개 축제 중 ‘명예 문화관광축제’ 지위를 가진 45개 축제만 신청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축제로서의 인지도를 갖춘 타 시도 축제들 사이에서 전북만의 독보적인 차별화 논리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리적 한계에 따른 접근성과 인프라 부족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교통 편의와 숙박시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축제가 구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 특화 프로그램과 시·군 협력 홍보 방안 등을 계획서에 대거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모가 단순히 ‘글로벌’이라는 간판을 다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 관광객이 체감할 수 있는 인프라 개선과 전북의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세계인의 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프로그램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리적 여건이 녹록하지 않아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대책안을 계획서에 담았다"며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차별화 전략을 꼼꼼히 점검해 사업에 최종 선정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6.02.19 17:46

“고향은 외면, 타지는 러브콜”…국가무형문화재 소병진 박물관 건립 필요

국가무형문화유산 제55호 소목장 전승자 소병진 명장의 기술과 기증품을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하기 위한 박물관 건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완주군의 박물관 건립 약속이 사실상 진척을 보지 못하는 사이, 타 지역에서 소 명장의 박물관 건립 제안이 이어지면서 자칫 소중한 지역 문화자산의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소병진 소목장은 전주장(全州欌) 전통 목가구 복원·제작 기술을 평생 축적해 왔다. 그의 증조부 때부터 3대에 걸쳐 내려온 1000여점의 전통 공구와 60년간 수집한 3000여권의 자료, 1000여점의 공구, 100여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3개 실을 넉넉히 채울 만큼 방대한 규모의 귀중한 이들 자료와 공구, 작품들은 현재 `소병진 전주장전수교육관`에 미봉책으로 소장되고 있다. 소 명장도 박물관이 만들어질 경우 소장 공구와 자료, 작품들을 기증하겠다고 완주군에 밝혔으며, 완주군도 한 때 박물관 건립을 긍정적으로 검통했으나 현재는 별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실정에서 상설 전시와 수장, 학술 연구, 교육 활용이 구조적으로 어려워 이들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사실상 사장된 실정이다. 문화계는 “무형문화유산의 지속성을 담보하려면 공공 차원의 보존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전용 박물관은 기술과 유물의 훼손·소실 위험을 줄이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지적한다. 특히 박물관 건립은 단순 전시를 넘어 무형기술의 ‘기록화·공학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소병진 소목장은 150년 전 전주장을 복원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체계적으로 축적·관리하는 아카이브 기능을 박물관이 수행할 경우, 전통기술의 표준화와 교육 자료화가 가능해진다. 연구·기록·교육이 결합된 복합 문화시설로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관광 측면에서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소 명장이 살았던 용진읍 녹동리 ‘목수마을’을 거점으로 박물관을 조성하거나 현재 전수관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에 박물관을 세울 경우 전통 목가구 제작 시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차별화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관광 전문가들은 “장인 중심 테마 박물관은 스토리와 체험을 결합해 반복 방문을 유도하는 경쟁력을 갖는다”고 분석한다. 더욱이 현재 충북 청주에 조성 중인 공예촌에서도 소 명장의 기술과 자료에 탐을 내고 박물관 설립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에 단 3명뿐인 소목장 보유자를 지역에서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는 사이, 외부 지자체가 적극적인 유치 의사를 밝히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지역 문화자산의 외부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소 명장 소장품 등을 토대로 2023년 연구 용역을 맡았던 우석대 산학협력단은 “소병진 박물관은 개인 장인의 성취를 기리는 공간을 넘어, 국가무형문화유산의 지속 가능한 관리 모델을 제시하는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며 “보존과 활용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적 문화시설로서 공공 투자의 명분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국가무형문화재의 소중함을 고향에서 ‘몰라준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지 않도록, 소 명장의 문화자산을 어떻게 품어낼지 완주군과 전북도의 정책적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완주=김원용 기자

  • 문화재·학술
  • 김원용
  • 2026.02.19 16:3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극작가-‘완주, 중년 희곡’

좋은 예술 작품은 가까이에서 뜬금없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완주군에 사는 중장년 열세 명이 쓴 열세 편의 희곡이 실린 『완주, 중년 희곡』(2025). 이 희곡집은 작년 9월과 10월 (재)완주문화재단 복합문화지구 누에가 진행한 중장년 인문프로그램 ‘2막학교: 인생은 아름다워’의 결과물이지만, 여느 창작집 못지않은 패기와 진정성을 갖추고 있다. 창작에 나선 중장년들에게 희곡은 낯선 장르였고, 컴퓨터는 어려운 도구였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23회의 정규 강의에서 희곡을 읽고 쓰며 지난 삶을 돌아보고 새 희망을 품었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참가자는 구술과 수기로 이야기를 짜냈다. 멘토로 함께한 네 명의 작가와 전화와 메일, 모바일 메신저로 소통하며 작품 속 사건을 수정했고, 대사를 주고받았다. 동화·수필·시나리오로 먼저 쓴 뒤 각색하거나 다큐멘터리·라디오드라마 등을 떠올리며 작품을 썼다. 퇴고까지 마치고 최종 제출한 희곡은 열세 편. 대부분 20분∼30분 분량으로 짧지만, 일상에서 찾은 지혜와 성찰이 글쓴이만의 감각으로 표현돼 있다. 인생의 활력이 될 그리움과 무한한 상상도 담겼다. 이연옥의 「빨강 구두」에는 설렘을 찾아 추억을 더듬는 중년 여성들의 푸진 상념이 생생하고, 이용현의 「마라톤은 팀플레이」에는 대회에 참가한 마라토너들의 우정과 집념이 치열하다. 각각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정은아의 「나는 문제없어」와 안채령의 「담치기」는 감나무와 도마뱀을 매개로 아름답고 신비한 세계를 펼쳐놓았다. 완주군의 역사·문화 자원도 풍성하다. 완주 출신 명창 권삼득(1771∼1841)과 완주에서 말년을 보낸 서예가 이삼만(1770∼1847)의 삶을 교차시킨 오영란의 「완주의 두 예인」과 이서면 앵곡마을을 배경으로 한 고전을 지금의 정서에 맞게 각색한 유향덕의 「팥쥐 콩쥐」가 대표적인 예다. 김정연의 「완주 음식 유람」과 김송화의 「생강생강해」는 13개 읍면의 특산물로 걸판진 이야기 한 상을 차려놓았다. 중장년들이 제일 많이 쓴 글감은 가족이다. 박미희의 「창밖의 빛」은 중학생 아들과의 벽을 허물기 위해 청소년상담센터 상담사와 대화하다 오히려 자신을 치유하는 인물이 등장하고, 주용식의 「핑계가 되지 않게」는 고등학생 아들과 갈등하다 자기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며 서툴렀던 부자(父子) 관계들을 깨닫는 서사가 중심을 이룬다. 이덕례의 「맞선」은 결혼에 관심 없는 딸을 두고 벌이는 부부의 티격태격과 화해를 맛깔난 대사로 들려주고, 이남례의 「울 엄마의 꽃날」은 60대 딸이 소개하는 정 많은 94세 엄마의 소소한 인생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선태백의 「10년 후에 우리는」은 크고 작은 역경을 이겨낸 후 중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랑’과의 소박하고 행복한 상상을 풀어냈다. 간질간질한 하루하루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진솔한 고백에 녹아 있다. 세상에 나온 희곡들은 ‘누구나 서툴다’라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래도 도전한다’라는 명제를 실천한 패기의 결과물이다. 이 작품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여러 무대에 오르기를 바란다. 아쉬운 것은 판매용으로 제작되지 않았기에 완주·전주 지역 일부 도서관과 관공서에서만 찾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래도 독특한 재미와 특별한 의미를 갖췄으니, 독자와 관객의 만족도는 최상일 것이다.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6.02.18 18:29

고비와 절규를 넘어 발화한 시학⋯김종빈 시조집 ‘꽃으로 온 절규’

고비와 절규의 시간을 지나 길어 올린 언어가 한 권의 시조집으로 묶였다. 김종빈 시인의 시조집 <꽃으로 온 절규>(신아출판사)가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노동 현장과 삶의 굴곡 속에서 체득한 감각을 시조 형식으로 형상화하며, 개인의 경험을 넘어 시대와 사회를 비추는 서정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시인은 기능직 노동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인문학의 길로 방향을 바꾼 이력의 소유자다. 산업화 시대의 현장을 몸으로 통과한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시집에는 공사 현장, 노동의 감각, 세대의 기억 등이 녹아 있으며, 기술적 언어와 일상의 서정이 교차하는 독특한 질감을 형성한다. 이는 단순한 노동 체험의 기록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해설을 맡은 정용국 한국시조시인협히 이사장은 김 시인의 작품에 대해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고 평하며, 화려한 수사보다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체험적 언어가 지닌 힘을 강조한다. 실제로 작품 ‘잡부’, ‘수평을 꿈꾸며’ 등에는 직업과 노동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 균형과 평등에 대한 사유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건축 현장에서의 ‘수평’ 개념을 사회적 가치로 확장해 해석하는 시선은 그의 시조가 지닌 현실 감각을 잘 보여준다. 시집 전반에는 절규와 서정, 역사적 기억과 개인의 체험이 뒤섞이며 다양한 삶의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표제작 ‘꽃으로 온 절규’와 ‘꽃들의 말’ 등에서는 고통의 시간을 지나 피어나는 생명의 이미지가 따뜻하게 형상화되며, 절규마저 아름다운 꽃으로 승화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충남 안면도 출생인 그는 전북기계공고와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그는 이호우시조문학상 신인상·전북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가람기념사업회 상임부회장, 전북시조시인협회 이사, 율격 동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18 17:11

세계를 보는 관록의 눈⋯박영삼 시인, ‘징검다리 건너’

세월이 쌓이며 만들어지는 시선의 깊이는 예술가의 언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박영삼 시인이 펴낸 두 번째 시집 <징검다리 건너>(문예연구)는 오랜 시간 축적된 삶의 경험과 사유가 만들어낸 ‘관록의 풍경’을 담아낸 작품집이다. 자연과 사물, 문명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성찰하는 시편들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시인은 오랜 기간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으며, 사진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개인전 11회와 국제단체전 참여, 사진집 출간 등 시각예술 분야에서의 이력은 그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실제 풍경을 기반으로 한 시적 장면이 많은 이유 역시 사진가로서 체득한 관찰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현실의 장면은 시 속에서 다시 관계의 언어로 전환되며, 존재와 시간의 의미를 사유하는 장으로 확장된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됐다. 1부 ‘시간의 형상’에는 바람의 재주, 뿌리의 유전, 청보리 소식, 모내기 날, 장마, 여름밤, 이상한 시간, 연의 겨울, 하지, 된장찌개 등 자연의 순환과 계절의 흐름 속에서 생명의 질서를 탐색하는 작품들이 실렸다. 시인은 자연을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며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문다. 사계절의 순환 속에서 드러나는 질서는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로 이어진다. 2부 ‘것들 1’에서는 사물과 생명체가 시적 주체로 등장한다. 소나무, 양말, 꼬막 이야기, 옥수수밭에서, 고구마, 나팔꽃 등 일상적 대상들이 인간의 삶과 관계 맺으며 존재의 의미를 드러낸다. 특히 표제작 ‘징검다리 건너’는 삶의 경계를 건너는 행위를 상징하며 절망과 희망을 잇는 매개로 읽힌다. 사소한 사물 속에서도 윤리와 생명의 온기를 발견하는 시인의 태도가 두드러진다. 3부 ‘것들 2’에서는 시선이 현대 사회와 문명으로 확장된다. 저울, 일회용 컵, 휴대전화와 새 운명, 비누의 세상, 청바지 유행 등은 소비와 기술, 욕망의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사물 속에 깃든 생명성과 윤리적 태도를 탐색한다. 시인은 문명을 비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사물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질문한다. 4부 ‘자리’는 공간과 기억의 풍경을 통해 시인의 내면 여정을 보여준다. 고산 휴양림, 마곡사, 한벽당, 오목대, 전주향교의 봄, 모악의 소리 등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자연과 역사, 개인의 기억이 교차한다. 공간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시간과 정신이 축적된 장소로 제시되며, 시인은 그 속에서 존재의 근원을 탐색한다. 시인의 말에서도 이러한 세계 인식이 드러난다.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써 온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동시에 ‘마음 안경’으로 내면과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았다고 고백한다. 지나온 일과 다가올 일, 아직 알 수 없는 시간들을 두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경험을 시로 옮기는 과정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됐다는 것이다. 또한 “세월의 징검다리를 건너면 새로운 무엇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희망”이 삶의 의미를 더한다고 밝히며 이번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군산 출생의 박영삼 시인은 충남대학교 대학원 화학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호원대학교 공업화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22년 ‘시선’으로 시 등단, ‘문예연구’로 수필 활동을 시작했으며 2023년 문예연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1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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