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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워드의 냉장고

영어 숙어 중에 Seward’s Folly 라는게 있다. 직역하면 ’슈워드의 어리석음 ‘ 정도로 해석되는데 실제 의미는 ‘상당히 잘 한 일’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Seward ‘s Folly는 미 국무장관 슈워드의 이름을 딴 것으로 당대에는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나 훗날 거시적 안목으로 재평가된다는 의미를 지닌 관용어다.슈워드는 크림전쟁으로 재정이 어려운 러시아 짜르에게서 오늘날의 알래스카를 사들였는데 이게 문제였다. 1867년 160만㎢ 규모의 알래스카 땅을 미화 720만 달러(현재가치 16억 7000만 달러)를 주고 매입했는데 일부 국민이나 의회에서는 반대여론이 거셌다.오죽하면 알래스카는 슈워드의 냉장고란 비판까지 들었을까.결국 슈워드는 사임해야 했고, 그 후유증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삶을 마감했지만 각종 자원은 물론, 유형 무형의 알래스카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석유는 물론, 철, 금과 구리, 목재나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 미국의 역사를 바꾼 현명한 선택이었다. 훗날 미국 의회는 “의회에서 있었던 당신의 사과를 돌려드립니다. 알래스카는 얼음 창고가 아니라 보물 창고였습니다.”라고 발표한다.국내에서도 포항제철이나 경부고속도로 등이 당시엔 큰 비판에 직면했으나 훗날 역사는 다르게 평가하는 사례로 꼽힌다.김제 출신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이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성사시킨 백양로 프로젝트(지하캠퍼스 건립) 또한 요즘 신의한수 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사회에서도 이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예를들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20년전 건립당시 1000억원 넘는 돈이 들어가는 등 지역 재정상황이나 민도 등을 고려할때 과하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오늘날 시각에서 보면 꽤 괜찮은 결정으로 평가받는다.무주태권도원 역시 경주나 진천 등지에 비해 태권도 이미지가 빈약한 무주가 일약 전세계적인 태권도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던것만은 분명하다.LH 본사를 경남 진주에 빼앗기고 대신 얻어온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는 앞으로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따라 ‘오히려 잘된 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전북대학교가 요즘 한창 ‘슈워드의 냉장고’논란에 휩싸여 있다. 전북대는 한옥 캠퍼스를 위해 6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 전통 한옥에 현대 건축 양식을 가미한 국제컨벤션센터, 법학전문대학원 등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그중 70억 원을 들여 강의실을 겸한 한옥 정문을 신축할 계획인데 일각에서 “장학금을 더 주고, 낡은 강의실을 개선하는게 급하지 수십억 원을 들여 한옥 정문을 짓는게 그렇게 시급한가”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에대해 이남호 전북대총장은 “슈워드의 냉장고라며 빈정댔지만 얼마안가 알래스카의 가치가 어떻게 판명됐느냐”며 한옥 정문은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내년 총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쟁점화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전북대 한옥 정문 프로젝트가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1.28 23:02

현직은 떼논 당상?

현직 단체장은 특별한 잘못이 없으면 재선은 떼논 당상이다. 한번 되는 게 힘들지 한번 하고 나면 두 세번 하기는 쉽다. 일과가 선거운동이나 다름 없고 자기 돈 안들이고 얼마든지 술 밥 먹어가며 유권자를 접촉,지지세력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어 주민들이 요구하는 간단한 숙원사업 정도는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다. 시·군으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는 각종 관변단체들도 단체장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들 관변단체들은 예산을 지원 받는 관계로 선거 때 알게 모르게 단체장을 도와준다.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도 겉으로는 대립관계를 보이면서도 속으로는 한 통속으로 지낸 경우가 많다. 단체장과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일때는 공생관계가 쉽게 형성된다. 설령 당이 다르더라도 단체장이 보이지 않게 정치력을 발휘하면 갈등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원만하게 잘 지낸다. 의원들이 집행부를 향해 갑질 할 수 있는 권한이 많지만 거꾸로 단체장 한테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려면 단체장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평소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려면 단체장 한테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요구할 수 밖에 없다. 표로 된 선출직들이라서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라서 알게 모르게 악어와 악어새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현직들은 임기동안 의원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가 쉬워 선거하기가 유리하다.여기다가 공무원들도 현직 단체장한테 줄설 수 밖에 없는 구조라서 현직 장점이 한둘이 아니다. 시장 군수가 인사권을 갖고 있어 공무원 해 먹으려면 알게 모르게 줄 서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시장 군수 눈 밖에 났다가는 12년간 승진은커녕 한직으로 내몰려 퇴직해야 하는 경우까지 나오기 때문에 바보가 아닌 이상 현직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공무원들은 거의가 승진에 목매 단다. 승진하는 것을 보람으로 삼기 때문에 현직 단체장 한테 잘 보여 승진하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현직들은 공무원들이 자신을 떠 받들어 주는 그 맛에 취해 재 삼선 할려고 기를 쓴다.인구 3만도 안되는 농촌군은 공무원이 5~600명 정도로 많다 보니까 이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현직단체장을 직간접으로 도울 수 있다. 이들 지역 유권자들은 노인들이 많아 공무원이 대민 접촉과정에서 현직군수를 은근히 홍보하면 그 쪽으로 표심이 쏠리게 돼 있다. 암암리에 공무원들이 업무를 통해 현직 군수를 지원할 수 있어 라이벌 보다 훨씬 유리하다. 일각에서는 ‘무능한 단체장이 3선까지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재선까지로 임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선관위나 공무원 노조 등에서 공무원들한테 정치적 중립의무이행을 요구하지만 그건 현실성이 없다. 실제로는 일부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현직 단체장의 비위를 맞추려고 선거운동원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공렴의식을 강조한 다산이 이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탓할까.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1.27 23:02

오래된 가게와 포장

우리나라에는 흔치 않지만 유럽이나 일본에는 문을 연지 100년이 넘는 오래된 가게가 적지 않다. 한 자료를 보니 일본에는 노포(老鋪)라고 불리는 100년 넘는 가게가 2만 7천 300개나 된다. 사실 100년 동안 대를 물려온 가게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브랜드가 된다. 도쿄에 있는 ‘긴자’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번화가다. 1872년 대화재로 잿더미가 된 이 거리를 일본 정부는 일본 최초의 근대화 거리로 재건했다. 도쿄의 첫 백화점이 들어선 곳이기도 한 긴자는 내로라하는 백화점과 세계적인 유명브랜드 샵들이 몰려있어 가장 화려하고 비싼 거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다고 긴자에 화려한 가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굳이 골목길이 아니더라도 호화스러운 건물 사이에 오래된 가게들이 건재하다. 화방 ‘게코소’도 그 중 하나다. 1917년 문을 연 게코소는 올해로 꼭 100년이 됐다. 10평이나 될까 말까 한 이 작은 가게는 낡고 고색창연한 건물의 1층에 자리 잡고 있는데, 가게 안 역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100년 세월이 그대로 묻어난다. 세계 최초로 코발트블루 컬러를 만드는 기술을 발명해냈다는 이 가게는 이미 건축가나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곳인데, 물감 뿐 아니라 스케치북과 지우개 붓 등 스물여섯가지 고유한 형식과 재질의 문구류를 만들어 특허를 딴 곳이기도 하다. 여행길에 이곳을 들렀다. 비좁은 공간에 놓인 아름다운 색깔의 물감과 화구, 온갖 문구류가 마음을 끌었다. 물감을 비롯해 대부분의 문구류는 장인이 직접 손으로 만드는 것이라는데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컸다. 다 쓸 때까지 말라붙지 않는다는 지우개며 심플한 디자인에 굵기가 다양한 연필을 샀다. 계산을 하고 포장을 부탁했더니 잠시 머뭇거리던 주인아저씨가 몇 장의 종이를 찾아 올려놓았다. 모두 제각각인 전단지들이었는데 구겨지거나 찢겨진 그 전단지를 손바닥으로 쫙쫙 펴서 종류별로 포장을 해주었다. 음식점 쇼핑몰 등 포장한 전단지의 내용이 다양했다. 함께 넣어준 비닐 팩 역시 재활용이었다. 작은 물건 하나라도 예쁜 포장지로 정성껏 싸주는 나라가 일본이 아니던가 싶어 잠시 의아했지만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나중에 이 가게에서는 합리적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포장과 할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비자를 위한 진정성이 읽혀졌다. 생각해보니 우리에게도 그런 가게들이 있었다. 학교 앞 문방구와 동네 골목을 지키던 구멍가게들. 그런데 우리는 이 소중한 것들을 너무 빨리 쉽게 잃었다. 이 오래된 가게가 준 감동이 크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1.24 23:02

난초의 시인 가람

빼어난 가는 닢새 굳은 듯 보드랍고/자짓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본대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두고/미진(微塵)도 가까히 않고 우로(雨露) 받어 사느니라국어학자이자 현대 시조시풍을 정립한 인물 가람 이병기 선생의 대표작 ‘난초 4’ 전문이다. 일석 이희승은 ‘시조 하면 가람을 연상하게 되고, 가람 하면 시조가 앞서게 된다’고 했을 만큼 가람은 ‘난초의 시인’이다. 그의 제자인 고하 최승범 전 전북대교수는 “단지 스승의 애란을 두고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스승의 한생을 우러러볼 때 가람은 난이요, 난은 곧 가람이다”고 말했다. 1968년 고향집 수우재(守愚齋)에서 78세를 일기로 작고한 그에게는 세가지 복이 있었다고 한다. 평생 난초를 사랑해 생긴 난초복을 비롯해 술복, 제자복이 그것이다. 그의 고향 여산 사람들은 그의 시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육군부사관학교 쪽에서 여산소재지 방면으로 들어가는 길목, 막걸리 주조장 쪽 일반 건물 벽면에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로 시작하는 싯구를 써붙였으니 말이다. 주시경 선생에게 조선어를 배우고, 고문헌 수집과 시조 연구에 몰두했던 가람은 창씨개명에 끝까지 응하지 않은 올곧은 지식인이었다. 그가 일제시대 때 쓴 시와 수필 어느 곳에서도 친일 문장이 발견되지 않았을 만큼 ‘미진도 가까이 않고 우로받아’ 난세를 살았다. 가람은 1930년 한글맞춤법통일안의 제정위원, 1935년 조선어표준어 사정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1년가량 옥고를 치렀다. 50여년간 매일 일기를 쓰며 ‘후회없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고 전해진다. 광복 후인 1954년 백철과 ‘국문학전사’를 공저하는 등 한글과 국문학 발전에 평생을 바쳤다. 고문서 수집광이기도 했던 그는 인현왕후전, 가루지기타령 등 수많은 고전을 발굴해 펴냈고, 가람시조집, 가람문선, 가람일기 등 문집도 남겼다. 가람이 태어나고 임종을 맞이했던 여산면 원수리 생가는 지방기념물(1973년)로 지정돼 있다. 조선 후기에 용화산 아래 지어진 생가는 초가집이고, 풍수지리적으로 배산임수 형세에 자리한다. 안채와 사랑채(수우재) 등 4채의 건물이 있다. 그 앞에 장방의 연못이 있다. 수우재와 그 기둥에 쓰인 안분신무욕(安分身無辱) 지기심자한(知幾心自閑)에는 집 주인의 삶이 엿보인다. 지난 10월14일 생가 옆에 들어선 ‘가람문학관’이 그 삶을 웅변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1.23 23:02

흥부면

벨기에 수도 브뤼셀은 고대·중세의 건물과 현대적인 고층 빌딩들이 어우러진 곳이다. 그러나 다른 여러 유럽 국가와 비교할 때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많은 예술품과 건축물을 잃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을 만한 차별성을 갖는 유형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시내 중심 공원인 그랑 플라스에서는 ‘나 홀로’ 사진 한 장 찍기가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사소하게 보이는 것에도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 이 나라의 관광산업화에 대한 노력의 결실이다.초라하지만 마르크스가 기거하며 공산당 선언문을 기초했던 집이라거나,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토론을 했다는 레스토랑, 빅토르 위고가 살았던 집을 자랑하는 게 대표적이다. 루이 15세가 궁정복을 입혔다는 ‘오줌누는 소년의 상’은 세계 각국의 민속 의상들을 입힘으로써 세계적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관광산업에 스토리텔링을 동원하는 마케팅 전략이 보편화 추세다. 영화·드라마 촬영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유명 인사의 생가 등을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는 수단으로 동원하는 일이 더는 특별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남원시는 앞선 지역이다. 판소리 소설 ‘춘향전’을 활용해 ‘춘향의 도시’로 확고히 만들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관광객 유입에 따른 경제적 유발효과와 지역 이미지 제고를 고려할 때 ‘춘향’이 오늘의 남원을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춘향효과’를 톡톡히 누린 남원은 일찌감치 ‘흥부전’에도 주목했다. 남원군이 흥부전의 근원지가 남원이라는 추론을 바탕으로 90년대 초 문학적 고증과 현장조사를 통해 해당 마을을 추정했다. 당시 학술용역에서 현재의 남원시 인월면 성산리가 놀부·흥부의 출생지며, 남원시 아영면 성리가 흥부의 정착지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이어서 두 지역은 서로 흥부마을이라며 흥부마을 이미지화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로 25회째 이어지고 있는 흥부제가 인월과 아영에서 각각 터울림제와 고유제를 치르고, 정작 본행사를 남원시내에서 갖는 것도 이 같은 경쟁 관계에서다.아영면 인사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흥부면 명칭변경 추진위원회’가 최근 아영면을 흥부면으로 바꿀 경우 남원 관광객 600만명 시대와 연간 546억원대의 관광수입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용역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구체적 수치는 정확성이 떨어질지 몰라도 흥부 브랜드 효과는 분명 클 것으로 본다. 춘향이 보여주듯 흥부가 남원의 새로운 미래 관광자원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대승적 차원에서 인월면의 이해와 협력이 관건이다. 풍자와 해학, 교훈까지 가득한 설화 속 ‘흥부면’이 현실로 만들어져 각박한 세상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안 길 수 있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1.22 23:02

축객령(逐客令)

특정 지역이나 집단을 매개로 한 공동체는 자신과 다른 집단에 대해 배타적 성향을 보이기 마련이다.가장 극단적인 것이 히틀러 집권이후 독일 전역에서 시작된 유대인 추방령이며, 이보다 약 400 여년전 스페인은 알함브라 칙령으로 일컬어지는 유대인 추방령을 내린 바 있다.1492년 3월 31일 스페인이 내린 알함브라 칙령은 결국 스페인의 몰락을 재촉하게 된다. 편협한 이데올로기가 대중의 광적인 열광을 이끌어내고 종교정치 지도자들은 포퓰리즘에 근거한 권력을 다질 수 있어도 결국 실패한 사례다.동양에서는 더 일찌감치 추방령이 있었다.흔히 축객령(逐客令)이라고 하는데 이는 손님이 미워서 추방하는 명령을 말하며, 좀 더 넓게는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 정책을 의미한다. 중국 진나라에는 여러 나라 출신이 모여들어 일자리를 얻고 있었는데 초나라 출신 이사(李斯)도 그중 하나였다. 어느날 한나라 출신 정국(鄭國)이라는 사람의 간첩사건이 터지면서 진나라 임금 정(政진시황제)은 나라 안에 있는 모든 외국인을 해고한다고 선언했다. 소위 축객령(逐客令)이다. 이사는 묵숨을 걸고 축객령의 불합리성을 지적한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올리게 되는데 그 골자는 관용과 포용의 정신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거다. 이사는 태산은 조그만 흙 알맹이도 사양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높을 수가 있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깊을 수가 있다고 강조한다. 훗날 진시황제가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루는 기초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 핵심은 편협한 순혈주의를 경계하면서 이종교배의 우수성을 설파한 것이다.오늘은 우리에게 특별한 날이다. 20년전인 1997년 11월 21일, 치욕의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기 때문이다.도내 향토기업의 몰락은 무서웠다. 쌍방울 부도를 시작으로 거성건설, 기아특수강, 서호건설 등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전북경제의 주도 세력이 재편됐다. 서민 금융기관인 전일상호신용금고와 고려저축은행은 외지 업체에 넘어가거나 영업정지로 사라졌다.20년이 지났지만 전북엔 또다시 매서운 한파가 몰려오고 있다. BYC전주공장, 넥솔론, 군산조선소에서 끝나지 않고, 하이트 전주공장과 GM대우 철수설까지 나돌고 있다.오늘날 의도적으로 축객령을 내리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역의 특성이 산업자본에 대해 우호적이지 못하고, 외지에서 온 근로자에게 배타적일때 이는 또다른 형태의 축객령이 될 수 있다.전북에 있는 우수한 고교나 대학을 찾아온 외지인이나 외국인은 물론, 혁신도시 입주기관이나 다문화가정에 대해 도민으로 깊이 인식하는 포용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축객령이 사라졌지만 도민 스스로 신념과 종교, 나라와 피부, 학교와 고향이 다르다고 내 마음 속에서 누구를 차별하거나 추방한 적은 없는가 계속 물어야만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1.21 23:02

거꾸로 간 전주

전북이 발전하려면 전주와 새만금에서 먼저 동력을 찾아야 한다. 각 시·군을 특화해서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청소재지인 전주를 먼저 발전시켜야 한다. 그 이유는 생산과 소비시장 규모가 커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는 그간 바보짓을 여러차례 했다. 유림들의 반대로 호남선 철길을 전주로 가져오지 못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용머리 고갯길을 잘라 철마를 달리게 하면 안된다는 전주 유림들의 고루한 생각들이 전주발전을 가로 막았다. 다음으로 김완주 전 지사가 익산 ktx 역사를 백구쪽으로 당겨 놓지 못한 것도 잘못됐다. ktx 익산 역사를 백구 쪽으로 내려서 건설하는 것을 익산시민들이 반대해 자칫 선거 때 표만 잃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잘못됐다. 지금 생각하면 ktx 익산 역사를 백구쪽으로 가깝게 옮겨 놓지 않아 전주혁신도시가 불편하고 새만금과 왕궁에 건설중인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 개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그 당시 전주 채수찬 국회의원만 외롭게 ktx 익산역사를 전주쪽으로 가깝게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김지사부터가 외면했다. 당시 김 지사의 영향력이 막강해 그 누구도 이 문제를 거론조차 못했다. 지금와서 새만금 개발시대를 맞아 민주당 안호영 의원과 김점동 변호사가 주축이 되서 호남고속철 익산역을 전주 익산 군산 김제 완주와 접근성이 좋은 5개 시·군 접경지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송하진 전 전주시장이 의지를 갖고 전주 완주 통합을 추진했으나 무산시킨 것도 전주발전을 가로막았다. 몇몇 정치인들의 잘못된 이해관계로 통합이 무산됐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재점화시켜야 한다. 충북 청주와 청원군이 통합되면서 발전해 가는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승수 시장이 전주 관문인 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터미널을 하나로 통합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인천 대전 광주 등 대도시 터미널은 통합해서 복합환승센터로 발전해 가는데 전주는 거꾸로 가고 있다. 김 시장 임기가 다 끝나 가는데도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은 아무 진전이 없다. 뉴욕 센트럴 파크처럼 도심공원을 만든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주종합경기장을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됐다. 차타고 10분만 나가면 온통 공원인데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 결국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건 한낱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전주역 앞 멀쩡한 도로를 구불길로 만들어 불편토록 한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 도로는 혈관과 같아 순환기능이 우선이다. 파리 개선문서 콩코드 광장에 이르는 샹제리제 거리처럼 만들어 보겠다는 의욕은 좋지만 주변 교통여건을 고려치 않고 무작정 슬로시티 개념만 도입해서 만든 것은 예산낭비 밖에 안된다. 쉼터를 도입한 도시경관도 중요하지만 기능이 앞서야 한다. 상당수 시민들은 “멀쩡한 혈관을 손대 피 흐름을 방해한 것 같아 겨울철이 더 걱정된다”면서 김 시장의 근시안적 행정을 힐난했다. 단체장의 과거 경력을 살피면 그 사람의 역량을 알 수 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1.20 23:02

갯벌의 귀환

바다를 메우고 땅을 만드는 일을 우리는 간척이라고 한다. 간척이 시작되는 지점이 있다. 연안습지, 곧 갯벌이다.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들고(썰물) 나는(밀물) 조석현상에 의해 해안에 생성되어 발달하는 갯벌은 그렇다고 모든 연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들고 나는 바닷물의 차가 크고 파도가 약한 곳이어야 잘 발달한다.해안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시작되는 갯벌은 다양한 생물이 공존한다. 이곳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들은 바다로 흘러들어온 온갖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뛰어난 정화 작용을 하고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산소가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의 70%나 된다니 갯벌을 ‘지구의 허파’로 주목하는 근거가 충분하다.그러나 갯벌은 오랫동안 제 가치를 주목받지 못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갯벌을 없애고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들기 위해 나섰으며 남아도는 땅을 가진 나라들조차 더 많은 땅을 얻기 위해 서슴없이 갯벌을 없앤 것이 그 증거다. 우리나라의 갯벌도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행해져 온 간척사업으로 대부분 사라지고 국토의 2.5%밖에 되지 않는 갯벌만이 살아남아 가쁜 숨을 쉬고 있다. 최근 갯벌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 받으면서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갯벌을 없애고 땅으로 만들어진 간척지를 다시 갯벌로 돌리는 사업, 이른바 ‘역간척’이다. 농지의 100배, 산림의 10배 정도로 추산되는 갯벌의 가치에 눈을 돌린 덕분이겠다. 세계적인 간척의 도시들도 역간척을 활발하게 추진해 성공한 사례를 내놓고 있다. 역간척으로 10년 만에 갯벌 생태계를 살려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는 독일의 작은 섬 ‘랑어욱’도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도 역간척에 나서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방조제를 트고 해수를 유통시켜 되살려내는 ‘갯벌의 귀환’은 의미 있다. 고창 갯벌을 비롯, 서천 유부도 갯벌, 신안 다도해 갯벌, 보성과 순천만 갯벌을 아우르는 서남해안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대상으로 확정됐다. 서남해안 갯벌은 오래전부터 유럽의 북해연안, 아마존 강 유역, 미국 동부 해안, 캐나다 동부 해안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꼽힐만큼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이미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되어 있는 고창과 신안을 비롯, 모두 습지보호지역이거나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있는 서남해안 갯벌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소로와 염전과 전통마을의 경관이 빼어나고 570여종의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다. 역간척의 시대, 유네스코 등재가 살아있는 갯벌의 역사를 지키는 확실한 통로라면 무엇보다 더 절박한 심정으로 나서야 할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1.17 23:02

김장철

김장철이다. 배추 폭은 차올랐고, 무는 금방 뛰쳐나올 기세다. 김장은 일찍하면 빨리 익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보통 눈발도 날리는 추운 초겨울에 했다. 그걸 김치냉장고가 깼다. 11월에 김장해도 이제는 신김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배추는 1950년 귀국한 우장춘 박사가 조국에 준 값진 선물이다. 그 당시엔 토종인 경종배추가 있었다. 그런데 속이 꽉 차지 않는 반결구배추여서 김치 양이 많지 않았다. 1950년대는 일제에서 해방된 지 5년 만에 터진 6·25전쟁 폐허 속에서 식량난이 심각했다. 보릿고개, 배고프던 시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장춘 박사가 배추 품종 개량에 성공, 지금처럼 속이 꽉 차고 풍성한 폭배추를 내놓았으니 그 고마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입맛에 따라 식감이 연한 폭배추보다는 ‘씹는 맛이 살아있다’며 경종배추김치를 찾는 이도 간혹 있지만, 속이 꽉 찬 배추를 네 등분하여 담그는 김장이 사람들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치가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을 받은 건 오래다. 약 10년 전에 미국 건강잡지 헬스가 일본의 낫토, 인도의 렌틸콩, 그리스의 그릭요거트, 스페인의 올리브유와 함께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김치축제는 김치를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김치담그기 체험행사에 참여하려는 프랑스인들이 현장에 몰려들어 길게 줄을 섰는데, 무려 10대1의 경쟁률이었다. 김장김치 담그기에서 튼실한 배추와 무 등 주재료 외에 중요한 것이 갖은 양념이다. 올해 고추는 탄저병 때문에 수확량이 적어 1근 값이 2만 원 전후에 형성됐다. 고추값이 비싸다고 해서 백김치를 담글수는 없는 일이다. 값이 싸든, 비싸든 고춧가루가 들어가야 김장김치다. 고춧가루 뿐 아니라 찹쌀가루와 액젓이 들어가야 한다. 그 뿐인가. 생새우·양파·마늘·해초·생강, 배 등을 갈아서 넣는다. 미나리와 파를 쑥쑥 썰어 넣고, 깨소금도 듬뿍이다. 기호에 따라 굴을 넣는 집, 사과를 집 등 가가호호 김치 담그기는 각양각색이다. 그렇게 담가서 대도시 자녀들에게 택배 공수하니, 늦가을부터 초겨울의 택배시장은 햅쌀과 김장김치가 대세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김장담그기도 풍속도가 크게 변했다. 절임배추를 구입, 아파트에서 각자 담그는 집이 늘어가고 있다. 노령인구가 늘어가는 그늘이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1.16 23:02

익산시 언론조례 유감

지역신문의 순기능 보다 역기능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지역신문 난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큰 탓이다. 그럼에도 지역신문의 존재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한다. 지역신문 부재 상황을 그려보면 그 존재 이유는 더 분명해진다. 전국적으로 지역적 이익을 대변하고, 지역사회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데 중앙 일간지와 지역방송, 인터넷 매체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지역에 따라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지역신문의 설 땅이 크게 좁아졌다. 매체간 경쟁의 심화, 모발일화에 따른 전통미디어의 이용 감소 등 급속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지역신문의 판매부수와 광고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다. 지역신문의 자구노력만으로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보고 지역신문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정부가 지원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가 중앙에 편중된 상황에서 지역여론 시장마저 중앙 예속이 이뤄질 경우 지역의 목소리는 더욱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하여 여론의 다원화, 민주주의의 실현 및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특별법 1조도 밝히고 있다. 강력한 지방분권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현재 2022년까지 한시법으로 되어 있는 지역신문지원특별법을 일반법으로 바꾸기로 한 것도 지속적인 지역신문의 육성발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본다.중앙정부뿐 아니다. 특별법에 기반을 두고 경남도와 부산광역시, 충남도 등 3개 시·도에서는 광역 자치단체 차원에서 일찌감치 지역신문 지원조례를 만들었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지역신문 발전을 위한 조사·연구사업, 지역신문의 경영개선과 정보화 사업, 인력양성, 지역신문 읽기운동,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구독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북에서도 전북도와 도의회·호남언론학회·전북기자협회·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지역신문지원조례 추진위원회를 꾸려 한때 조례 제정에 관심을 가졌으나 유야무야 됐다.지난해 익산시가 광역 지자체에서도 결실을 보지 못했던 언론 관련 조례를 만들어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갓 시행 1년여만에 최근 익산시의회가 언론 통제쪽으로 조례를 개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 결정이 내려질 경우 1년 동안 익산시의 홍보비 예산 집행 대상에서 제외시키도록 제재를 강화하면서다.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 침해 여부를 떠나 지역언론을 육성하겠다고 선의로 만든 조례가 언론길들이기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1.15 23:02

전북연구원

1991년 6월 제4대 도의회가 개원하면서 “지역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한 비전을 마련하고 낙후를 탈피하기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할 ‘전북발전연구원’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김병석 도의원은 이같은 주장을 처음 제기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뛰었으나 임정엽 도의원 등은 “퇴직자의 자리만들기에 불과해 위인설관의 소지가 있다”며 강력 반대했다. 숱한 논란끝에 92년초 전북경제사회연구원 형태로 태동했고, 유종근 지사때 본격적인 틀을 갖춘 뒤 2005년 3월 전북발전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꿔 새로이 출발하게 된다. 4대부터 5대 도의회까지 가장 치열한 논쟁을 거듭한 사안이 어쩌면 전북발전연구원 일지도 모른다. 재작년 전북연구원으로 명칭이 변경돼 오늘에 이른다. ‘연구원’이란 명칭과 달리 전북연구원은 강한 정치성을 지니고 있다. 전북도의 지향점에 대한 근거와 명분을 만드는 관변기관의 속성상 토론은 모양새를 갖추는 절차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한영주 초대 원장을 비롯, 남충우, 신기덕, 원도연, 김경섭, 강현직 등 역대 원장은 6명인데, 일부는 지사 선거에 깊이 관여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때마다 타깃이 되곤했다.최근 부쩍 전북연구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도 산하 단체나 출연기관의 장은 현직이 다시 지원하면 공모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지만 이번엔 현직 원장 선임안이 부결돼 재공모 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특히 최종 후보군에 들어간 3인은 강현직 전 원장,신효균 전 JTV사장, 송재복 호원대 교수 등 나름대로 지역사회에서 역할이나 지명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부결 배경이 주목된다.일부에선 공모가 진행되면서 난무한 투서 때문으로 분석한다.하지만 원장 선임안 부결은 이미 지난달말부터 예견됐다고 한다. 전북연구원이 지난달 28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이 제기한 ‘지역발전 저해 요인’을 놓고 지역 일부 정치권이나 사회단체가 강력 반발한 때문이다.장 전 총장은 “전북의 발전 부진을 남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김제공항 건설 반대와 전주·완주 통합반대는 주민 스스로가 발목을 잡은 예이고, 부안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은 외부적 타의로 무산됐다”며 “환경단체는 환경보전을 슬로건으로 정치 단체화해 (새만금 사업을) 끊임없이 반대해 왔으며, 20여 년을 폄훼하고 방해했다”고 지적했다.그의 주장을 둘러싼 찬반논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불똥은 결국 전북연구원으로 튀었다는 후문이다. 재공모가 시작되면서 도민들은 이제 누가 원장이 되는가 못지않게 전북연구원의 역할과 위상정립을 더 바라고 있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1.14 23:02

마지막 충정

개인주의 팽배로 조직에서나 사회에서 누가 문제해결을 위해 목에 방울달려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불의를 보고서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귀찮고 때로는 후환이 두려워 나서야 하는데도 나서질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이맘때 전국적으로 타올랐던 촛불집회를 통해 환관들로 에워싸진 무능한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내쫓는 성과를 올렸다. 행동하는 양심이 힘의 원천으로 작용해서 박근혜를 탄핵하고 구속시켰다.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다 일어난 419의거가 그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610항쟁때 국민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민주라는 과실을 쟁취했다.지금 전북사회는 어떤가. 도민들은 촛불혁명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했기 때문에 집권세력들이 국정운영을 잘하겠지하면서 내심 전북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보수쪽에서는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고 날을 세우지만 역사바로세우기 차원에서라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 이유는 부정과 부패로 불법을 저질러 나라를 망쳐 먹었기 때문에 수사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낸후 응징해야 한다. 국민혈세를 갖고 특수활동비란 명목으로 국정원에서 청와대 박근혜한테 40억원을 상납한 것은 불법의 극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왕조시대나 다름 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했다. 박근혜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온갖 비위나 살피는 환관과 내시들한테 둘러싸여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그간 전북사회도 지연 혈연 학연 등 연줄망으로 짜여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작동이 안됐으나 이제부터는 확 달라져야 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전북목소리를 내면서 자존감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사회가 역동성이 떨어져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다.현재 전북에서 심각하게 들여다 보고 관심 가져야 할 분야가 교육이다. 교육은 미래를 책임짓기 때문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진보교육감을 자처한 김승환교육감이 7년간이나 전북교육을 맡아온 동안 중앙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 행재정상 많은 불이익을 받았다. 그 결과가 학력저하로 이어져 타 시도에 비해 SKY 입학자 수가 많이 줄었다. 인성교육에 중점을 둔다고 했지만 교육시킬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교육현장이 황량해졌다. 특히 학생인권만 우선시 해 교권은 오간데 없고 바른교육을 시키고 싶은 교사들의 좌절감과 패배감만 커갔다. 교육현장에서 불미스런 사고가 계속 발생했지만 김 교육감은 황제교육감 마냥 오불관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SNS를 통해 자신의 지지자들만 소통하는 바람에 김 교육감이 균형감각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가 7년동안이나 교육감직을 맡아 운영해봤기 때문에 이미 그의 능력과 역량이 다 드러났다. 지금까지 3선 출마여부에 가타부타 밝히지 않고 있지만 그간 쌓아 올린 자신의 명예와 전북교육의 재건을 위해서도 맘 비우는게 좋을 것 같다. 대학교수하다가 운좋게 교육감이 되었기 때문에 도민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은 점을 생각하면 물러 설 때가 됐다. 그게 바로 도민들이 김 교육감에 바라는 마지막 충정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1.13 23:02

국빈 만찬과 외교

강희제(康熙帝 1661~1722)는 중국 청나라의 네 번째 황제다. 재위기간 61년. 역대 중국 황제 가운데 재위기간이 가장 길었던 그는 세 번의 난을 모두 진압해 전 국토를 통일하였으며 내정은 물론, 외교와 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두어 청나라 전성기를 열었다. 탐관오리를 없애고 조세를 경감하거나 장정세를 폐지해 세제를 바로 잡는 등 백성들의 살림에 힘을 기울였던 그는 성군으로 불리었다. 그가 기틀을 다진 청나라의 전성기가 아들 옹정제, 손자 건륭제까지 이어졌으니 훌륭한 임금으로 꼽힐 만하다. 돋보이는 정책은 또 있었다. 이민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만주족과 한족의 융합을 위해 펼친 정책이다. 한족의 유교 사상을 통치철학으로 장려해 국가를 통치했던 것은 대표적인 예다. 그는 특히 문화를 통해 한족과의 융합을 이끌어내는데 힘을 쏟았다. 한족이 대부분이던 중국 땅에 나라를 세운 만주족으로서는 한족을 무작정 견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으니 나라를 통치하는 황제로서는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강희제는 연회와 같은 만찬장을 통해서도 한족과의 화합을 끌어내는 지략을 폈다. 오늘날에 이르러 중국 황실의 대표적인 궁중 요리가 된 ‘만한전석(滿漢全席)’ 역시 그가 만들어낸 것이다. 강희제는 예순 살을 맞은 해에 특별한 연회를 열었다. 중국 각 지역에서 예순다섯 살이 넘는 노인들을 황궁으로 초대한 것이다. 그 숫자는 자료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만주족과 한족의 노인 수천 명이 한자리에서 연회를 즐겼다고 한다. 만주족이 즐기는 연회인 ‘만석’과, 한족이 즐기는 연회인 ‘한석’이 한자리에서 펼쳐진 셈이다. 상에 오른 만주족과 한족의 요리는 108가지. 온갖 산해진미로 차려진 만한전석은 하루에 두 번, 사흘 동안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강희제의 바람대로 만한전석이 한족과의 화합을 이끌어내는데 얼마나 효력을 발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연회가 외교적으로 훌륭한 통로가 되었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방문길, 만찬 요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에서는 청와대 만찬요리상에 올려진 ‘독도새우’가 연일 화제다. 일본 정부와 언론들이 ‘독도새우’를 둘러싸고 불쾌감을 표시하며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독도새우’는 오히려 국제사회에까지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다. 그들 스스로 ‘다케시마 새우’가 아닌 ‘독도새우’로 명명해 ‘독도’라는 이름을 굳힌 셈이 됐으니 굳이 이야기 하자면 적잖은 외교적 성공이다. 중국은 청의 융성기를 통치했던 건륭제의 전용 공간인 건복궁에서 ‘만한전석’ 만찬으로 트럼프를 맞았다. 그 또한 외교적 의미가 담겨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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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7.11.10 23:02

계륵이 된 서남대

남원 서남대는 1991년 개교했다. 설립자는 이홍하로 서남권 명문 종합대학을 내세웠다. 이농현상으로 인구가 대거 유출되던 때여서 남원 지역사회는 이홍하의 대학 설립을 크게 반겼다. 실제로 서남대는 개교 5년만인 1995년 의예과를 신설했고, 이어 2002년에는 충남 아산캠퍼스를 설립하는 등 확장세를 보였다. 남원 외곽 서남대 주변의 지가 상승도 나타났고, 주민들의 자긍심과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아쉽게도 서남대의 질적 성장은 없었고, 신입생 충원도 잘 안됐다. 급기야 충남에 세운 아산캠퍼스는 공학계열로 설립 인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비공학계열 신입생을 모집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야말로, 그럭 저럭 운영은 됐다. 하지만 2018학년도 ‘인구절벽’을 앞두고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서남대는 부실대학 위험군으로 몰렸다. 2012년에는 설립자 이홍하가 1000억 원 가량의 교비 횡령 등 비리 혐의로 기소돼 결국 징역 9년6개월 형을 선고 받았어도 당장 뿌리가 뽑힐 것 같지 않았다. 2014년 2월 김제 벽성대가 폐교될 때에도 서남대는 유지됐다. 서남대의 희망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지역사회의 열렬한 후원이다. 남원 시민들은 물론, 남원시와 전라북도, 남원 지역구 국회의원 등 거의 모두가 서남대를 살려야 한다고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났다. 이들의 서남대 정상화 요구는 폐교로 인한 남원 지역경제의 악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남대의 두 번 째 희망은 의예과였다. 의과대학은 보건복지부가 신설을 엄격히 통제, 신규 설립이 매우 어렵다. 전북대가 약대를 신설하고자 하지만 여의치 않은 것도 그런 이유다. 이 때문에 예수병원유지재단과 명지의료재단, 서울시립대, 삼육대, 한남대 등 의료재단과 대학들이 서남대 의대를 낚아 채기 위해 혈안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는 교육부가 이홍하의 교비횡령액 333억원 보전 등 대학의 구멍난 재정 문제를 서남대 정상화 선결 조건으로 요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 어느 누구도 333억 원과 기타 서남대 부실에 따른 재정 해결책을 속시원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정상적으로 확보하기 힘든 의과대를 욕심내면서도 정작 중요한 현금은 내놓지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 7일 서남대 폐교를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갑도 열지 않은 채 변죽만 울리는 장단에 더 이상 놀아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1.09 23:02

비밀번호 스트레스

비밀번호 없이는 현대문명의 이기를 활용할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은행 통장, 신용카드, 컴퓨터 단말기, 스마트 폰, 스마트 뱅킹, 공인인증서, 각종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고는 정보유출에 따른 피해를 감수하거나 아예 접근조차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가히 비밀번호 시대라 할 만하다.문제는 비밀번호가 까다롭고 긴 조합을 요구하면서 자신이 설정한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낭패를 본다는 점이다. 과거 4자리 숫자면 충분했으나 영문 대소문자에다 특수문자까지 조합을 요구하는 곳이 많고,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대상이 개인마다 수십 개씩 이르면서다. 자신에게까지 비밀이 된 비밀번호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필자 개인적으로도 새로 구입한 스마트폰에 설정했던 유심(USIM)카드의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 적이 있다. 폰에 접근할 수 없게 된 상황이어서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하려고 평소 자주 사용하던 비밀번호 4자리를 이리저리 들이댔다. 전화번호, 주민번호, 자동차 등록번호, 회사와 집 전화, 번호키 숫자 등이 총 동원됐으나 허사였다. 결국 서비스센터를 찾았으나 그곳에서도 해결책이 없었다. 결국 초기화할 수밖에 없어 폰에 저장된 연락처와 자료 등을 고스란히 날리는 낭패를 경험했다.비밀번호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간편 결제, 모바일 결제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자율형 자동차홈 자동화 등 사물인터넷(IoT)로 대변 되는 새로운 기술들이 도입될 경우 보안문제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과거에도 보안은 중시됐다.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암호가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주로 군사적인 목적이었다. 어떤 메시지를 암호화된 문장으로 바꾸었다가 다시 평문으로 바꾸는 작업, 비록 중간에 빼앗기더라도 알 수 없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최근에는 메시지의 도청, 송수신자의 인증, 디지털 사인, 컴퓨터 보안 등 많은 분야에서 필요해져 암호학 학문으로까지 발전했다.정보유출에 따른 피해 증가와 비례해서 보안기술이 크게 발전해왔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개인정보처리시스템에 접속할 때 공인인증서뿐 아니라 다양한 인증수단이 나오고 있다. 지문안면인식홍채정맥 인증 등 온몸이 비밀번호가 된 생체 인식시대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낭패를 겪는다든지,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거나, 카드 뒷면에 반드시 서명하면서 비밀번호를 유지해야 한다는 등의 주의를 받지 않아도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비밀번호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것만도 어디인가.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1.08 23:02

새만금 속도전

만일 사람과 말이 마라톤을 한다면 과연 누가 이길까.얼핏 생각하면 자동차처럼 빠른 말과 사람이 시합을 한다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그런데 사람이 말보다 더 빨리 도달한 경우가 있다.영국 웨일즈 지방의 Llanwtyd Wells 라는 마을에서는 해마다 말과 사람이 함께 마라톤 시합을 하는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총 22마일(약 35.4Km)의 험준한 구간을 사람과 말(사람이 승마)이 함께달려 승부를 겨루는 이 시합에서 지난 2004년 큰 이변이 일어났다.축제 25주년을 맞는 2004년, 이 마라톤 시합에서 인간이 말을 처음으로 이긴 것이다.전세계적인 마라토너가 풀코스(42.195km)를 달릴때 속도는 시속 20km밖에 되지 않는다. 우샤인 볼트가 100m 달릴때 시속 42km 정도다. 말의 순간 스피드는 최고 60km나 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사람이 말을 이길 수 없으나 장거리 경주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봉수제도가 있었으나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무력화 된 것을 실감한 조정은 선조때 중국에서 파말마 제도를 들여온다. 약 30리(12km)마다 역을 두고 운영한 것이 바로 파발(擺撥)제도로 나라의 긴급하고 중요한 소식만을 전달하는 초특급 통신망인 셈이다.제아무리 빠른 말도 12km를 넘어가면 쉽게 지쳐 꾸준한 속도로 달리는 인간보다 나을게 없다는 결론에서 나온게 바로 30리마다 역을 둔 것이다.역전(驛傳) 마라톤 이라는 명칭도 파발마 역을 기준으로 장거리를 몇 개의 구간으로 나눠서 각기 맡은 한 구간씩 달리는 경주에서 의미에서 비롯됐다.새삼 인간과 말의 경주를 꺼낸 이유가 있다. 현 정부들어 부쩍 ‘새만금 속도전’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새만금 사업에 예산을 대거 투입해 완공 속도를 앞당긴다는 의미다.새만금사업은 상해 푸동항, 인천 송도항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으나 지금 형편은 천양지차다. 최근 5년간 새만금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해마다 약 6500~7000억원 가량 되는데 최소 1조원씩은 투입돼야만 가속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한두해가 아니고 장기적으로 말이다.전문가들은 “해마다 1조씩 투입해도 새만금 국제협력용지나 배후도시용지에 일반인이 거주하려면 최소 15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1조원도 새만금 속도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결국 최고 통치권자의 결단없이 기재부 등에 맡겨둘 경우 ‘새만금 속도전’은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예산도 그렇지만 공항건립 등에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는 사람이 말의 스피드를 이길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1.07 23:02

문질빈빈(文質彬彬)

한때 연구비 비리로 지탄을 받았던 전북대가 대대적인 개혁작업으로 학교위상을 재정립, 전국 롤모델이 돼 찬사를 받고 있다. 철밥통으로 인식돼온 교수들을 연구논문을 쓰지 않으면 승진은 커녕 퇴출위기로 내몰았다. 그 결과 교수들의 연구실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한 연구실로 탈바꿈했고 질 좋은 연구논문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면서 40위권으로 곤두박질쳤던 대학평가가 전국 10위권 초반으로 자리잡게 됐다. 국립대 평가에서는 해마다 부산대 경북대와 함께 1, 2위를 다투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처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밤낮없이 개혁작업을 8년간 진두지휘했던 서거석 전 총장의 공이 결정적이었다.전임 서 총장한테 바통을 받은 현 이남호 총장의 꺼질 줄 모르는 열정이 최근 캠퍼스 분위기를 새롭게 바꿔 놓았다. 개교 70주년에 걸맞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이 총장은 구호부터 남달랐다.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그의 각오가 모범생이 아닌 모험생을 키우는데 적중했다. 글로벌경쟁시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으로 그대로 연결, 전임 총장이 마련한 성장판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총장이 취임하면서 추진한 한옥캠퍼스 조성사업은 눈여겨 볼만한 사업이다. 전주가 가장 한국적인 도시인 만큼 그 콘셉트에 걸맞는 한옥캠퍼스 조성사업을 이 총장이 대대적으로 벌여 주목을 끌고 있다.전북대 한옥캠퍼스 사업은 공자님이 말씀한 문질빈빈(文質彬彬)을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외관의 아름다움과 내면의 미가 서로 잘 어울린다는 것을 뜻한다. 문은 외부적인 무늬를 말하는 것이고 질은 내적인 본질을 가르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사업을 놓고 SNS상에서 때아닌 찬반논쟁이 일고 있다. 찬성쪽은 한옥화사업을 통해 대학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대쪽은 많은 예산을 들여 한옥정문을 지을게 아니라 학생장학금이나 교육환경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일부는 학생들쪽으로 숨어서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바람에 이 총장을 힘들게 한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쟁이 있기 마련이지만 예산항목을 바꿀 수 없는 사업을 이제와서 딴지를 거는 것은 발목잡기 밖에 안된다. 내년 총장선거를 앞두고 현 이 총장을 흔들어서 음해하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지성의 상징인 상아탑 만큼은 달라야 한다. 미래를 견인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대학에서까지 사회처럼 상대를 음해하기 위해 숨어서 총질하는 것은 비겁하다. 그간 구성원들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대학의 위상을 이 만큼 높혀온 마당에 또다시 예전같이 서로를 헐뜯는다면 전북대는 위상 추락으로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 전북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전북대라는 것을 구성원들이 다시금 인식해서 문질빈빈을 돼새겨 봤으면 한다. 200만 도민들은 전북대의 발전이 전북을 견인할 역량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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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7.11.06 23:02

거장의 자리

플라시도 도밍고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꼽히며 한 시대, 국가를 초월해 사랑과 존경을 받는 ‘세기의 거장’ 이다. 도밍고는 지난해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내한 공연을 가졌다. 일흔다섯 살, 모든 열정을 다 쏟아내는 노장의 무대에 7000석 객석을 가득채운 한국의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여전히 풍부한 성량, 맑은 음색의 그의 노래는 그만큼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했다. 얼마 전 이태리에 거주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임세경 씨로 부터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임씨는 지난 봄,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하는 ‘토스카’ 무대에 섰다. 그의 말대로라면 공연을 바로 코앞에 두고 제의를 받은 ‘대타’ 무대였다. 세계적인 극장이기도 했지만 도밍고가 지휘하는 무대에 대한 기대가 컸던 그는 기꺼이 출연 요청에 응했다. 리허설을 위해 빈에 도착한 것은 저녁 시간. 연습실에는 도밍고 혼자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에 투입된 터라 동선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공연 무대에 서야하는 상황이었으니 긴장이 됐다. 한국 출신 소프라노 가수를 홀로 맞은 도밍고는 활짝 웃으며 ‘새로 오는 토스카가 작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조그만 소프라노인 줄은 몰랐다’는 인사로 그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다른 가수가 한명도 없었으니 노래를 부르는 대신 리딩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리허설이었다. 그런데 도밍고는 리딩 대신 바리톤과 테너 역할의 아리아까지 부르며 그의 상대역을 도맡아 해주었다. 경황없이 진행된 첫 리허설이었지만 그 역시 모든 역량을 다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도밍고는 한차례 더 리허설을 갖자고 제안했다. 국가를 넘나드는 도밍고의 공연 일정상 리허설 시간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다음날 늦은 밤, 쉬고 있던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플라시도 도밍고’란 이름이 떴다. 극장으로 달려간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물론 도밍고 혼자뿐이었다. “도밍고의 이름만으로도 객석은 가득 찰 것이 틀림없는데,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른 공연까지 마치고 늦은 밤에 나이 어린 소프라노의 무대를 위해 다시 극장을 찾는 도밍고 선생님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그는 “거장의 자리는 결코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자신의 크고 작은 무대에 최선을 다하는 거장의 열정이 전한 울림은 또 있었다. 무대는 결코 혼자의 힘으로 빛을 낼 수 없다는 것. 서로를 도와야 비로소 제 빛을 내는 일이 어디 무대만의 것이겠는가.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1.03 23:02

군산 선유도

2010년 4월27일 길이 33㎞ 새만금방조제가 임시 개통되면서 세계 최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홍보된 바닷길이 관광객들로 홍수를 이뤘다. 당시 전북도 등에 따르면 개통 1주일만에 새만금방조제를 찾은 관광객은 43만2000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6만여 명이다. 개통 후 첫 주말휴일이었던 5월 1일과 2일 이틀간 방문객 수는 16만3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코 앞의 작은 섬 가력도를 거쳐 곧게 고군산군도 신시도까지 뻗어간 방조제는 야미도 옆구리를 슬쩍 건드리고선 곧바로 군산 비응도까지 달려간다. 방조제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호수, 그리고 에메랄드 빛 물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과 석양의 낙조, 변산반도의 풍경 등은 관광객들을 잡아끄는 큰 매력이었다. 가력도와 신시도에 설치된 배수갑문을 통해 밀물과 썰물이 나드는 것도 장관이었다. 그 아름다운 새만금방조제를 보겠다는 관광객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국농어촌공사 집계에 따르면 2011년 7월에 총방문객이 1,000만 명을 돌파했고 이듬해 6월3일 1,500만 명을 넘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14년 6월에 2,50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개통 첫해 8개월간 방문객이 845만 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새만금방조제 관광객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가 분명하다. 2016년에는 불과 489만명이 다녀갔을 뿐이다. 새만금개발청이 관광활성화를 위해 고군산군도 해상케이블카 타당성 용역에 들어가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관광 포인트라고는 덩그렇게 뻗어있는 바닷길 단 하나 뿐인 현 상황에서 새만금관광객 증가는 힘들어 보인다. 전북도가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새만금 유치 성과를 크게 홍보하고 있지만, 그 자체만 보면 일과성 행사일 뿐이다. 내년 1월 개통 예정인 고군산연결도로(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의 ‘신시도~무녀도’ 구간이 지난해 7월 부분개통 된 후 관광객이 크게 몰리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선유도를 배 타지 않고 걸어 들어갈 수 있게 되자 관광객들이 앞다퉈 몰린다. 군산시에 따르면 지난 1년여 사이 이 곳을 방문한 차량은 73만대 이상이다.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니 교통과 주차가 엉망진창이다. 자전거와 전기차, 봉고버스 등이 비좁은 길을 오가는 바람에 걷기가 매우 불편하다. 내년에 공영주차장을 확충하고, 관광형 2층 시내버스를 투입한다는 군산시 대책은 늦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1.02 23:02

전주의 랜드마크

파리 에펠탑, 뉴욕 자유여신상, 런던 타워브리지, 로마 콜로세움, 인도 타지마할, 호주 오페라하우스, 중국 만리장성. 세계적인 도시를 상징한 랜드마크다. 외국 관광에 나섰을 때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의 상징물을 관람하지 않으면 제대로 여행을 못한 느낌을 갖는다. 도시의 랜드마크가 갖는 힘이다. 파리 에펠탑의 가치가 건축물 이미지와 브랜드, 조형적 가치, 관광객 방문, 일자리 창출 등으로 프랑스 GDP의 20%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각국은 물론, 국내 자치단체들이 랜드마크 심기에 높은 관심을 갖는 이유다. ‘랜드마크(landmark)’는 일정한 지역(land)에서 그 지역을 대표하는 표시(mark), 즉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게 하는 표지’를 가리켜 이르는 말이다. 자유여신상은 조형물로, 호주의 오페라하우스는 건축물로, 프랑스 개선문은 구조물로, 영국의 도크랜드는 단지형으로 도시를 상징한다. 그 유형을 달리하지만 다른 도시와 차별성을 갖는 인공구조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한국건설사업연구원이 몇 년 전 서울시민들과 건설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묻는 설문에 ‘N서울타워’가 39.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63빌딩’ ‘광화문광장’ ‘복원된 청계천’ ‘세종문화회관’등이 뒤를 이었다. N서울타워가 파리의 에펠탑처럼 서울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점이 작용했으리라. 올 3월 롯데월드타워의 전망대인 ‘서울스카이 123’이 새로 들어섰기 때문에 다시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다.그렇다면 전주를 특징지을 수 있는 랜드마크는 무엇일까.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전주뿐 아니라 전국의 다른 시도도 별 반 차이가 없다. 전국의 자치단체마다 도시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랜드마크 만들기에 공을 들였으나 세계적으로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널리 알려진 랜드마크를 찾기 힘들다. 한 도시를 상징할 수 있는 기념비적 건물(조형물)이 그리 쉽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를 매입한 (주)자광이 430m 높이의 타워를 세워 전주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국내 최대 높이의 타워를 전주에 세우겠다는 것만으로도 지역에서 좋은 이야깃거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주의 랜드마크를 높이에서 찾는다는 건 어딘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바탕을 두지 않는 랜드마크는 사상누각이다. 전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는 전통문화 측면에서 나와야 한다. 건물이든, 구조물이든 진짜 전주를 상징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화제로 떠오를 날은 언제일까.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1.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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