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생각하면 자동차처럼 빠른 말과 사람이 시합을 한다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그런데 사람이 말보다 더 빨리 도달한 경우가 있다.
영국 웨일즈 지방의 Llanwtyd Wells 라는 마을에서는 해마다 말과 사람이 함께 마라톤 시합을 하는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총 22마일(약 35.4Km)의 험준한 구간을 사람과 말(사람이 승마)이 함께달려 승부를 겨루는 이 시합에서 지난 2004년 큰 이변이 일어났다.
축제 25주년을 맞는 2004년, 이 마라톤 시합에서 인간이 말을 처음으로 이긴 것이다.
전세계적인 마라토너가 풀코스(42.195km)를 달릴때 속도는 시속 20km밖에 되지 않는다. 우샤인 볼트가 100m 달릴때 시속 42km 정도다. 말의 순간 스피드는 최고 60km나 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사람이 말을 이길 수 없으나 장거리 경주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봉수제도가 있었으나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무력화 된 것을 실감한 조정은 선조때 중국에서 파말마 제도를 들여온다. 약 30리(12km)마다 역을 두고 운영한 것이 바로 파발(擺撥)제도로 나라의 긴급하고 중요한 소식만을 전달하는 초특급 통신망인 셈이다.
제아무리 빠른 말도 12km를 넘어가면 쉽게 지쳐 꾸준한 속도로 달리는 인간보다 나을게 없다는 결론에서 나온게 바로 30리마다 역을 둔 것이다.
역전(驛傳) 마라톤 이라는 명칭도 파발마 역을 기준으로 장거리를 몇 개의 구간으로 나눠서 각기 맡은 한 구간씩 달리는 경주에서 의미에서 비롯됐다.
새삼 인간과 말의 경주를 꺼낸 이유가 있다. 현 정부들어 부쩍 ‘새만금 속도전’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새만금 사업에 예산을 대거 투입해 완공 속도를 앞당긴다는 의미다.
새만금사업은 상해 푸동항, 인천 송도항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으나 지금 형편은 천양지차다. 최근 5년간 새만금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해마다 약 6500~7000억원 가량 되는데 최소 1조원씩은 투입돼야만 가속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한두해가 아니고 장기적으로 말이다.
전문가들은 “해마다 1조씩 투입해도 새만금 국제협력용지나 배후도시용지에 일반인이 거주하려면 최소 15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1조원도 새만금 속도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결국 최고 통치권자의 결단없이 기재부 등에 맡겨둘 경우 ‘새만금 속도전’은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산도 그렇지만 공항건립 등에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는 사람이 말의 스피드를 이길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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