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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육감의 결단?

모든 부분에서 전북이 낙후를 면치 못했지만 교육부문에서 하위권에 머물러 더 안타깝다. 가장 큰 원인은 전북의 경제력과 직접적 연관이 깊다. 예전과 달리 교육도 투자를 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구조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부유층 아이들이 주마가편격으로 사교육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가난한 집 아이들이 학력을 따라 갈 수 없다. 과거에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개천에서 용 나듯 공부를 잘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전반적으로 초 중 고의 학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뒤쳐진다는 것이 문제다.학부모들도 전북교육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70~80년대까지만해도 도민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성원이 남달랐다. 아이들의 미래와 직결돼 있어 애정어린 눈으로 학교를 바라다 봤다. 그러나 교육자치가 부활되면서 전북교육은 발전하기 보다는 오히려 뒷걸음 치기에 바빴다. 더 침몰하게 된 원인은 교육감 선거였다. 깜냥도 안되는 사람들이 정치권 힘을 끌어들여 교육감이 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교육철학과 전문성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이 교육감이 되면서 예산과 권한을 갖고 인기영합주의 정책을 펴는 바람에 교육질 저하를 가져왔다. 매관매직으로 인한 불공정한 인사가 계속되면서 전북교육이 나락으로 빠졌다.전교조와 진보세력의 지지를 받은 김승환 현 교육감은 보수후보 난립으로 운좋게 교육감이 되었다. 전북대 법대 헌법학 교수였던 그는 전임자인 최규호교육감이 전북교육을 망가뜨려 놓은 것이 그를 교육감으로 만들어 놓은 기폭제였다. 당시 교육계 안팍에서는 그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KBS 전주총국에서 진행하는 TV토론진행자가 고작이었다. 행정분야는 거의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도민들이 진보교육감에 대한 기대를 가졌지만 지금까지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MB 박근혜 보수정권으로 이어지는 동안 정부와 누리예산 편성 등으로 대척점에 서 정부로부터 전북이 소외되었다. 김 교육감은 교육감이 된 날부터 ‘어항속의 금붕어’로 감시의 대상이 되면서 한발짝도 제대로 떼지 못했다. 진영논리에 갇혀 소통을 못했다. 본인한테는 영예를 누리기 보다는 고단하고 힘든 자리였을 것이다. 지금도 김교육감은 인사개입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과거에도 두차례나 무죄를 이끌어 냈지만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것에 도민들은 우려를 표시한다. 무작정 진보교육감이라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걱정을 한다. 결과적으로 교육여건이 열악한 전북만 각 부분에서 지원을 못 받아 오늘날 전북교육이 피폐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교육감 7년했으면 모든 역량이 드러났다. 임기 중 성과를 못 냈으면 조용히 임기를 마치는 것으로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또 한번 하겠다고 나선다면 오기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겸손하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되뇌이며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넘기는 게 순리다. 그가 양심껏 살아온 법학자로서 도민들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줄 수 있는 미덕이길 바란다.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7.03 23:02

자서전과 타서전

동양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몇 가지 체재가 있다. 기전체(紀傳體)와 편년체(編年體), 기사본말체(紀事本末體), 강목체(綱目體) 등이 그것이다. 이중에서도 역사를 사건별로 나누고 관련 내용을 모아 서술하는 기사본말체는 가장 발전된 역사편찬 체재로 꼽힌다. 애초 기사본말체는 기왕의 역사편찬 체재였던 기전체와 편년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됐다. 사건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걸고 그와 관련된 기사를 모두 모아 서술하여 사건의 시말(始末)을 기술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 덕분에 ‘가장 발전된 역사편찬 체재’이자 ‘역사에서 사건의 전말을 알고자 하는 새로운 역사의식의 소산’으로 꼽힌다. 덧붙이자면 ‘정치적인 사건을 기술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인 역사 편찬 체재’로도 평가받는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이 기사본말체로 쓰인 대표적인 역사서다. 얼마 전 흥미로운 책이 출간됐다. ‘기사본말체’형식을 앞세운 책 <전두환 타서전>이다. ‘역사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 사건의 시말에 집중할 뿐 어떠한 주관적 평이나 해석을 더하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기사본말체의 정신이 충실한 책이다. <전두환 타서전>은 얼핏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한 책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역사왜곡 논란을 촉발한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역사 왜곡 혐의가 강한 자서전에 대한 일종의 반박인 셈인데,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다룬 106건의 신문기사가 그 전말과 진실을 알리는 반박 자료로 작동한다. 당초 이 책을 기획한 이는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다. 집필가이기도 한 김 대표는 그야말로 ‘자기 멋대로’ 회고해 서술한 <전두환 회고록>을 보고 왜곡된 진실을 제대로 알릴 수있는 책을 펴내기로 했다. 김대표와 의기투합한 역사학자들이 정일영 황동하씨다. 책을 엮어낸 편자들은 “그 삼엄한 시대를 거치고도 고작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떨어져 나간 ‘살점들’을 잊었다. 그 망각의 틈을 이용해 누군가는 제멋대로 과거를 회고한다”며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왔고 어떤 일을 겪어 왔는지 돌아보고 또 기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돌아보면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제 입맛에 맞게 제 멋대로 과거를 기록한’ 거짓 자서전이 적지 않다. 문제는 그런 거짓 자서전이 역사와 진실을 왜곡하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타서전’의 의미가 더 특별해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6.30 23:02

호사다마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에 희망을 걸지 못한 세력이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창당했다. 2016년 2월에 출범한 국민의당은 합리적 개혁을 추구한다고 했다. 당시 국민의당에 참여한 인사들은 안철수, 김한길, 천정배, 정동영 등이다. 노무현 피가 흐르는 문재인 등 세력 위주의 당 운영에 반발한 세력들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등 당명 교체가 잦았다. 민주당은 뭔가 속시원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새누리당에 계속 밀리고 있었다. 정당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있었고, 당 혁신을 진행하는 가운데에서도 문재인 세력이 여전히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소위 비문세력들인 안철수와 김한길 등이 앞장서 국민의 당을 창당했다. 당시 안철수는 개인적으로 박원순 시장에게 밀리고, 문재인에게 밀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대권후보로서의 주가가 크게 떨어져 있었고, 뭔가 인상적인 플레이를 통해 국민 뇌리에 확실한 각인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의 이미지는 깨끗하고 참신한 면이 많았지만 다부지지 못한 인상,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양보하는 행태 때문에 점수가 깎여 있었고, 건곤일척 승부를 걸어야만 정치적 성공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게 국민의당 창당이었고, 창당 후 2개월만에 실시된 제20대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큰 성공을 거두며 국회 캐스팅보트를 거머쥐었다. 2월 창당 무렵 17명에 불과했던 국회의원 수가 총선 결과, 38석으로 늘어나 원내 제3당의 위상을 확보한 것이다. 총선 승리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인 그 해 6월 김수민 비례대표의원의 리베이트 의혹이 터지며 어려움도 겪었지만 원내 제3당으로서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창업주인 안철수 전 대표의 대선출마를 계기로 국민의당이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 탄핵이라는 절대적 호기 속에서 치러진 5.9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자유한국당후보 홍준표에게까지 밀리며 패했고, 엊그제 안철수 측근으로 알려진 이유미씨가 소위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 혐의로 구속 처지에 놓였다. 검찰 수사는 윗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민의당이 창당 2개월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민주당의 부진으로 인한 반사이익, 그리고 깨끗한 정치 이미지 때문이다. 그 국민적 믿음은 온데간데 없다. 국민의당은 단독범행으로 결론나기를 바라겠지만, 세상 눈이 시퍼렇게 검찰을 주시하고 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6.29 23:02

불편한 진실

전북도와 체결한 새만금투자 MOU 서류에 삼성이 주체로 되어 있는 데, 삼성은 법인격이 없는 브랜드다. 상장법인의 경우 중요한 투자사항 등에 대해서 반드시 그 내용을 공시하도록 되어 있는 데, 삼성이 수십조원을 투자한다면서 공시를 하지 않았다. MOU문서의 겉표지에 70~80년대에 사용되던 한자로 삼성이라고 쓰인 로고가 새겨져있다. 전북도나 총리실에서 만들다보니 과거 한자를 쓰던 삼성 마크를 집어넣은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지난 2월부터 삼성의 새만금투자 MOU 관련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전북도의회 특위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삼성의 새만금투자 양해각서 2개월여 뒤 오은미 당시 도의원이 질의했던 내용이다.오 전 의원뿐 아니라 당시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삼성의 새만금투자 MOU가 LH의 경남 이전을 위한 전북 민심용으로 의심했다. 그 때도 빅딜설이 정치 쟁점이 됐다. 그러나 김완주 당시 도지사는 빅딜설 등으로 삼성그룹의 새만금지구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무산될 경우 우리 아들딸들에게 많은 죄를 짓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그룹은 투자협약을 법률적 의무보다 센 도덕적 의무로 보고 있어 정치적으로만 보지 않으면 계획대로 들어온다고도 했다.그 후 6년이 지났으나 도돌이표다. 도의회는 진상규명을 한다고 특위를 구성했으나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김 전 지사를 증언대에 세우면 새만금MOU의 실상이 금세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김 전 지사에게 오히려 면죄부만 준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 전 지사는 특위에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호기를 잡았으니 포기하지 않고 삼성의 마음을 얻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훈수까지 뒀다.김 전 지사는 과연 LH와 상관없이 삼성의 투자를 진정으로 믿었을까. LH 본사를 껴안고 죽을지언정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며 삭발투쟁까지 나섰던 김 전 지사가 최소한 불투명한 MOU 앞에 무릎을 꿇었을 리 없다고 본다. 당시 정부는 전북의 성난 민심을 가라앉힐 먹잇감이 필요했을 터다. 삼성은 그 먹잇감이었다. 삼성이 투자한다는 데 도지사로서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얼마든지 도백의 선의로 볼 수 있다.그렇다고 하더라도 국무총리실과 삼성에 의해 도정이 농락당했다면 도백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 전 지사가 지금도 삼성의 진정성을 믿는다면 너무 순진하다. 책임을 면하기 위한 변명이라면 더 무책임하다. 삼성은 이미 새만금MOU를 백지화시켰다. 빅딜이 맞다고 하든지, 정부와 삼성에게 속았다고 하든지 둘 중 하나여야 지금의 퍼즐을 맞출 수 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아직은 아닌가 보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6.28 23:02

유리천장 뚫기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인 소위 혁신도시 시즌2를 공약한 뒤 전국 10개 혁신도시에서는 지역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통령이 최근 혁신도시 입주기관의 지역인재 채용확대를 직접 언급하면서 도내에서도 혁신도시 안팎에서 채용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 전북혁신도시는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케하듯 불과 몇년만에 엄청난 변신을 하고 있다.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한 금융타운이나 농촌진흥청을 필두로 한 농생명 허브로서 전북혁신도시는 앞으로 지역민들의 희망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이 시점에서 한가지 꼭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12개 전북혁신도시 입주 기관중 전북 출신 인사가 수장을 맡고있는 곳이 단 한곳도 없다는 점이다.전북에 이전한지 얼마 안됐고, 전북의 인구 비율이 전국대비 극히 미미한 실정임을 고려하더라도 지역에 소재한 12개 공공기관 최고 수뇌부에 전북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전북은 명실공히 농생명 수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농업관련 전문기관의 수장을 맡은 전북인은 단 한번도 없었다.새정부 출범 이후 단행된 장차관급 인사에 이어 조만간 외청장, 공공기관장 들에 대한 인적 개편이 본격화 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전북출신 인사의 발탁을 주목하는 이유다.고도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륜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 단순히 정권교체에 공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정권과 코드가 맞다는 것만으로 정치인들을 발탁하라는 의미가 아니다.충분한 경륜과 소양을 갖춘 전북 출신이 있는지 잘 찾아서 적재적소에 발탁하라는 것이다.도내 인사중에는 농고를 졸업한 뒤 9급으로 공직을 시작해 1급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농업분야 전문가도 있지만 그는 때를 잘못만나 현재 야인 신분이다.굳이 실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농생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를 잘 안다.청계천 판자촌 소년 출신의 김동연 경제부총리, 편견과 성차별의 아픔을 극복한 피우진 보훈처장 등의 발탁은 저마다 스토리가 있고, 유리천장을 뚫었기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전북혁신도시 입주기관 수장의 교체작업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도민들은 과연 도내 인사중 한두명이라도 포함될지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삶의 궤적을 볼때 뭔가 스토리가 있고 나름대로 유리천장을 뚫어오면서 성장해 온 전북인의 또다른 도약을 보고싶다.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06.27 23:02

차기 전주시장

관선시대에도 전주시장 자리는 선망이었다. 도지사 부지사 그 다음 자리인 만큼 행정고시 출신이라도 웬만한 정치적 배경 없이는 시장으로 갈 수 없었다. 민선시대에 들어서면서는 도지사로 갈 수 있는 자리로 인식되면서 경쟁이 치열했다. 초기에는 중앙정치권 실세들과의 거래에 따라 공천이 이뤄졌지만 김완주 송하진 시장 때부터는 경선이 본선이나 다름 없었다. 김완주 전 지사의 비서로 공직에 입문한후 도 대외협력국장 정무부지사를 거친 현 김승수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이경옥 행안부 차관이 어정쩡하게 스탠스를 취하는 바람에 운좋게 민주당 공천을 받아 가장 어린 나이(1969년생)로 시장 자리를 꿰찼다.내년 전주시장 선거에 김승수 시장을 비롯 자타천 형태로 5~6명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지방선거는 대선과 성격이 달라서 문재인 정부의 성적표에 따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과를 내서 지금처럼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 민주당 후보가 유리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재기를 노리는 국민의당 쪽으로 바통이 넘어갈 수 있다. 김시장이 지난 3년간 의욕적으로 시정을 추진했다는 평을 얻었지만 그 이면에는 재선하기 위한 이벤트 정치가 많았다는 다소 엇갈린 평도 있다. 취임 초부터 종합경기장 건설 문제를 놓고 송하진 지사와 대립각을 세운 것이 결코 전주 발전에 도움이 안됐다고 평가하는 쪽도 있다. 김 시장이 송 지사가 시장 때 추진했던 롯데와의 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을 무산시킨 걸 안타깝게 보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김 시장이 지역영세 상권 보호 보다는 송 시장이 취임 당시 김완주 전 시장이 추진했던 경전철건설 백지화에 대한 앙갚음 정도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김 시장은 종합경기장을 시비를 들여 시민들한테 공원으로 되돌려 주겠다고 공언했지만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정치권에서 김승수 시장 당내 대항마로 심보균 행안부 차관을 지목한다. 김제 출신으로 전주고 서울대를 나온데다 행정부지사를 역임, 행정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송지사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연초까지만 해도 심 차관이 김제시장 출마 쪽에 관심을 뒀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차관으로 발탁되면서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아직 정확한 의중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심 차관이 본인 의중과는 상관없이 김 시장의 당내 대항마로 떠오르는 것은 송지사한테 김시장이 협조적이지 않고 대립각을 세워온 탓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간 송지사쪽은 열심히 일하고도 김 시장 때문에 송지사가 빛이 안 났다고 여기고 내심 대항마 물색에 나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송 지사쪽 참모들과 김윤덕 위원장 등이 김 시장과 깊숙한 관계를 맺고 있어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국민의당 쪽에서는 돌발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가 우세하다고 장담하기는 이르다면서 송하진 시장과 일합을 겨뤄 ‘진풍’을 일으켰던 진봉헌 변호사와 지방의회의 백전노장격인 최진호 도의원이 당내 경선을 통해 시장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6.26 23:02

수녀 마리안느와 마가렛

2005년 11월 어느 날, 소록도 주민들은 편지 한 장을 받았다.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 로 시작된 이 편지는 ‘헤어지는 아픔이 클 것이기에 말없이 떠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편지의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출신인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렛 수녀였다. 1960년대 초반, 한센병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소록도에 들어온 이들이 소록도에서 보낸 세월은 40여년. 그러나 이들은 ‘이제 오히려 나이든 우리들이 짐이 될 것 같다’며 이별의 슬픔을 대신하는 편지를 남기고 고국으로 돌아갔다.마리안느 수녀는 1962년 소록도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섬의 영아원에서 한센병 환자의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지만 인도로 건너가 한센병 치료 전문교육을 받고 구호단체인 다미안 재단을 통해 다시 소록도로 들어와 한센병 환자들의 치료활동을 했다. 4년 뒤에 들어온 마가렛 수녀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쳤다. 이들의 인연은 깊었다. 둘 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간호학교를 졸업한 것도 그렇지만 이들은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오스트리아 ‘그리스도왕 시녀회’라는 가톨릭 재속회 회원이기도 했다. 이들은 애초 5년 정도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에서 외로움과 싸우며 고통을 겪는 한센병 환자들과 지내는 일상은 곧 삶이 되었다. 의사들조차 한센인들과 직접 접촉을 꺼렸다지만 자신의 무릎위에 환자의 발을 올려놓고 약을 바르고 맨손으로 고름을 짜내며 치료하며 고통을 나누었던 이들은 한센병 환자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는 빛과 같은 존재였다. 꽃다운 나이였던 수녀들은 일흔 노인이 됐다. 병까지 얻어 일상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자 자신들이 오히려 짐이 될까 두려워 조용히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병원에 조차 떠나기 하루 전날 귀국 사실을 알렸다는 이들이 떠날때 가져간 것은 낡은 가방이 전부였지만 남기고 간 것은 소록도 주민들을 향한 진정한 사랑, 큰 울림이었다. ‘이 편지를 읽는 당신께 큰 사랑과 신뢰를 받아서 하늘만큼 감사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외국인인 우리에게 큰 사랑과 존경을 보내주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저희의 부족함으로 인해 마음 아팠다면 이 편지로 미안함과 용서를 빕니다. 여러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아주 큽니다. 그 큰마음에 우리가 보답할 수 없어 하느님께서 우리 대신 감사해주실 겁니다.(책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중에서)’ 지난 주말 다녀온 소록도에서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의 삶을 기리는 기념비를 만났다. 기적과도 같은 이들의 숭고한 삶에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6.23 23:02

기막힐 노릇

뜻밖의 일을 당하면 어처구니없다고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도 한다. 사람이 기막힐 일을 당하는 것은 비극이다.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 자동차를 구입해 멋진 드라이브를 즐기던 젊은이가 한순간에 일어나는 교통사고 때문에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면? 그야말로 기막힐 노릇 아닌가. 자동차 운전자에게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 바로 교통사고다.약 20년 전 대한민국에 IMF 구제금융 위기가 있었다. 훗날 IMF측의 과도한 조치 때문에 한국이 피해를 봤다는 분석이 나왔고, IMF측도 이를 인정했다. 어쨌든 1997년 11월4일 IMF 외환위기가 공식 발표되면서 우리 국민은 혹독한 고초를 겪어야 했다. 도산하는 대기업이 속출했고, 큰 시중은행들이 무너지면서 은행합병도 많았다. 그 당시 대표적 은행은 국민은행 외환은행 한일은행 상업은행 주택은행 등이었다. 지방은행은 광역단위로 있었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 사태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돈 장사하는 은행들이 돈이 부족해 망하는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대마불사 신화는 없다는 것을 비로소 보여준 사건이 많았다.은행이 망하는데 그 보다 규모가 작고, 불량 채권도 훨씬 많은 서민금융기관들이 온전했겠는가. 당시 전북의 대표적 제2금융권은 전일상호금고 등 수두룩했지만 당시의 것들은 대부분 망했다. 이자 불려 목돈 마련하려던 서민들이 하루아침에 수천만원을 날린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피눈물을 흘렸다.전북은행처럼 꿋꿋하게 살아남아 종합금융업에 진출하고, 나아가 해외까지 진출하는 사례에서 보듯 세상은 흥망성쇠가 뚜렷하고 가혹한 채찍 속에서 굴러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최근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책으로 한진해운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부실기업 대우조선해양은 기사회생했다. 정부가 새롭게 2조9000억 원 이상을 지원하는 연명책을 썼기 때문이다.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그 엇갈린 운명이 그야말로 기가 막힌다.오는 7월 폐쇄가 예고된 군산조선소 사례도 기가 막힐 일이다. 빚더미 대우조선은 살리고, 경영상태가 좋은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는 가동이 중단돼 2만5000여 명이 거리에 내몰리고 있으니 기막힐 노릇 아닌가.전북도와 정부, 정치권이 관심 가져주는 군산조선소 사태는 양반이다. 익산 넥솔론 파산 앞에 선 직원들이 휴지조각 된 우리사주를 구겨쥐고 아린 가슴 쓰다듬고 있는 건 더 기막힐 일 아닌가.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6.22 23:02

세계는 무주 태권도원으로

국회 청문회장에서 벌어진 이동섭 의원(국민의당, 비례대표)의 돌발적인 태권도 시범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태권도 고단자로 알려진 이 의원은 지난 14일 도종환 문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나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한국말로 준비! 차렷 경례! 경례합니다. 시작! 시작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반칙했으면 그만! 경고 하나! 이렇게 합니다. 이렇게 한국말로 한국의 고유문화유산을 세계에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의 갑작스런 태권동작이 따분했던 청문회장 분위기를 확 바꾸었다. 태권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낸 효과만점의 몸 개그였다. 이 의원의 태권도 시범은 태권도의 중요성과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한 양념이었다. “태권도를 전 세계에 보급한 수많은 지도자들이 인천공항에 제자들과 함께 방문한다. 그런데 공항 주변에 그 흔한 조형물 하나 없다. 태권도 동작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해서 종주국다운 분위기를 조성해주길 바란다.” “태권도는 전 세계에 1억명의 동호인이 있는 데도 아직까지 종주국에 명인 지정이 안 되고 있다. 태권도를 만들었던 초기 8개관에 각기 다른 기술과 용어가 있다. 각 관의 기술과 용어, 철학을 정립해 전수되도록 ‘명인’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에 세종학당이 운영되고 있는데, 작동이 잘 안 되고 있다. 단 하나만 작동한다. 바로 태권도다. 태권도를 한다고 하면 몰려든다.”태권도 사랑을 절절히 토해낸 이 의원은 무주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국가차원에서 태권도 진흥에 노력하겠다는 장관 후보자의 다짐을 받아냈음은 물론이다.이 의원의 말이 아니더라도 태권도는 한국 스포츠의 자존심이다. 1994년 파리 IOC총회에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으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당당히 메달 종목에 들어갔다. 2020년 도쿄 장애인 올림픽 정식종목으로도 채택됐다. 스포츠 관련 최대기구인 국제축구협회(FIFA) 209개 회원국에 근접한 206개국이 세계태권도연맹(WTF)에 가입해 있다. 그러나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오는 24일부터 우리고장 무주에서 치러짐에도 정작 지역의 관심과 열기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 종목의 세계선수권대회는 올림픽에 버금가는 큰 이벤트다. 더욱이 국립 태권도원을 세계적인 태권도 성지로 발돋움시킬 절호의 기회다. ‘세계는 무주 태권도원으로, 태권도로 하나되는 지구촌’이라건 슬로건이 무색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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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7.06.21 23:02

원로의 역할

새정부 출범과 더불어 특목고 폐지 여부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교육청의 학교 운영성과 평가를 통과한 대다수 외고, 자사고는 2019년까지 그 지위를 이미 보장받았기 때문에 2019년 이후에야 폐지가 이뤄질 전망이다.찬반 논란도 점차 거세지는 분위기다.“자사고와 외고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면서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양한 학교를 선택할 권리가 제한되고 획일적인 교육으로 과거 평준화 시대의 문제점이 재현된다”는 반론이 맞서면서 향후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새정부 인사 발표가 있을때마다 사람들은 그의 고향이나 출신 고교, 대학 등을 눈여겨 본다.경력이나 능력 못지않게 지연, 학연을 예의주시하는 현실은 아직 우리사회가 연고주의 틀에서 못벗어났음을 의미한다.지금은 자사고, 외고 등이 두각을 나타내지만 평준화 시절엔 각 지역마다 특목고를 능가하는 뚜렷한 명문고가 있었다.경기고, 경북고, 경남고 등 3부요인(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을 배출한 학교가 대표적이다.도내에서는 전주고가 오랫동안 전국적인 명문고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유독 두각을 나타낸 기수가 바로 1971년에 졸업한 48회다. 서울대 합격자 수 만을 기준으로 명문학교를 구분하던 당시, 전주고는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 경북고, 경남고 , 광주제일고, 대전고, 서울 용산고에 이어 전국 10대 명문고였다.그래서인지 전주고 48회 동기중 송하진 전북지사, 정동영·신경민 국회의원과 장세환 전 국회의원,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장관, 김성중 전 노사정위원장, 김명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황해성 전 한국감정원장 등 장차관급 반열에 오른 이가 10명도 넘는다. 도내에서도 김희수 전 도의장, 박종문 전 정무부지사, 김용무 전북신보재단이사장 등 나름대로 활동하는 이들도 48회 동기들이다.그런데 전주고 48회와 같은 또래인 경북고 1971년 졸업생의 경우, 차관 이상 반열에 오른 이가 무려 30명에 가까운 것을 보면, 같은 명문고라도 어느 지역에 있고, 누가 끌어주는가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것을 알 수 있다.이제 시대가 바뀌었다.새정부 출범과 더불어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심보균 행자·권덕철 보건복지부·조현 외교부 2차관을 비롯, 청와대 비서관 등에 도내 인사들이 잇따라 등용되는 것을 보면서 도민들은 희망을 발견하는 것 같다.하지만 아직도 중앙핵심 요직에서 전북 출신 인사를 찾기 어려워 지역 출신 인재를 키우려는 노력이 배가돼야만 한다.발탁하려고 해도 전북 출신은 씨가 말라 후보군을 찾기 어려운 현실속에서 현 정권 이너서클(Inner Circle)에 가감없이 지역 저변의 여론을 전달하는 원로의 역할이 절실한 때다. 위병기=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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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17.06.20 23:02

단체장 자질론

유권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관심이 없는데 입지자들만 부산을 떤다. 군산과 김제시장은 3연임 제한 규정에 따라 더 이상 출마를 못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재선에 강한 의지를 갖는 송하진 지사는 지난 장미대선 때 도내 유권자들이 민주당 문재인 후보한테 64.8%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낸 관계로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송지사 한테 도민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고마움을 표시해줘 비교적 순탄하게 재선가도를 달리고 있다. 위암 수술한 것도 회복이 잘 돼 예전처럼 활력을 되찾았다는 것. 국민의당에서 정동영이나 유성엽의원이 출마하더라도 현재 민주당 지지세가 워낙 강해 대적하기는 힘들 것처럼 보인다.김승환 교육감이 아직까지 출마여부에 대해 말을 않했지만 10여명 이상이 자·타천 형태로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대학교수, 현장전문가인 교사 출신 그리고 행정전문가로 나눠져 있는데 최근들어 전북대 총장을 두번 역임한 서거석 총장이 전북교육을 살려낼 적임자로 떠올랐다. 김 교육감이 출마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지난 선거에서 2위 한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장은 김 교육감이 재선하는 동안 전북교육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지적, 출마의지를 강하게 불사르고 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이 문재인 정부와 상당부분 코드가 맞고 다자구도가 형성되면 20% 이상의 진보쪽 지지자들 때문에 유리할 수 있다. 누리 과정 예산편성 때나 그간 수없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마찰을 빚어오면서 전북이 예산상 불이익을 엄청나게 받아왔기 때문에 그 점이 김 교육감 한테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교육감 선거나 단체장 선거에 깜냥도 안되는 어중이떠중이들까지 설치는 바람에 현직들이 유리해졌다. 지역마다 깜냥도 안되는 사람들을 선거브로커들이 부추기는 바람에 선거판이 혼란스럽다. 교육감이나 단체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돈만 있다고 출마해서 당선되는 자리가 아니다. 단체장은 도덕성을 갖추고 전문적인 식견과 올바른 판단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지방의원도 능력이 요구되지만 그 보다는 단체장의 역량이 더 필요하다.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나 이벤트 정치를 하는 단체장은 낙선시켜야 맞다. 알게 모르게 예산만 축내기 때문이다.유권자들은 현직 단체장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펴야 한다. 자기돈 안들이고 날마다 선거운동을 하기 때문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시·군정을 펼쳤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단체장 가운데는 편가르기를 통해 재선에만 온통 신경쓰는 사람과 진정성을 갖고 주민들의 삶의질 향상에 매진하는 형이 있다. 쇼맨십이 강해 표 앞에 굴신거리는 비전없는 단체장은 과감하게 팽(烹)시켜야 한다. 진정성 없는 이벤트 정치는 지역발전에 도움 안되고 임기후에 남는게 없다. 말만 번지르게 하는 앵무새 같은 사람은 경계대상 1호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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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7.06.19 23:02

호남 실학

실학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학문이다.실학 이란 용어는 17세기 이전부터 폭넓게 사용되어 왔지만 17세기 중엽에 이르러서야 학문 영역으로 들어와 19세기 초반까지 본격적으로 연구되면서 새로운 학문으로 발전했다. 실학은 조선 후기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 개혁적이고 근대지향적인 사회사상이었다. 당시의 지배이념이었던 성리학의 경직성과 관념성을 비판하고 조선이 직면하고 있던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던 실용학문. 그것은 곧 사회 개혁의 통로였다.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의 거장은 다산 정약용이다. 위대한 사상가이자 개혁가인 다산은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해냈다. 그가 태어난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유적지에는 다산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0년에 건립한 다산기념관이 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그 인근에 실학사상을 소개하고 연구하는 박물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실학 관련 박물관이다. 경기도는 실학이 태동하고 발전했던 곳일 뿐 아니라 실학 관련 유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지역이다. 오늘에 이르러서도 한강 유역을 중심으로 경기도 곳곳에 실학자들이 생활터전으로 삼고 학문을 연구했던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다. 실학박물관이 다산선생의 생가 옆에 자리 잡은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 덕분이다.사실 실학은 호남에서도 꽃을 피웠다. 실학의 비조인 반계 유형원은 부안에 낙향하여 말년을 보내며 학문 연구에 몰두했고, 이재 황윤석(고창), 존재 위백규(장흥), 여암 신경준(순창) 등 3대 천재 실학자라 불렸던 실학자들과 조선의 마지막 정통 유학자였던 간재 전우도 이곳에서 빛나는 학문적 성과를 축적해냈다. 유적이나 유산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호남의 실학자들은 오랫동안 서울과 경기지역 실학자들에 비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 생가나 유적지는 관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기 일쑤였고, 반반한 기념관 하나도 갖지 못했다.다행히 지난 2013년 호남실학원 건립 작업이 추진됐다. 반계 유형원 유적지가 있는 부안군 보안면 우동리에 호남 실학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거점을 만드는 사업이었다. 국비와 도비가 확보되면서 호남실학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조명될 수 있는 거점 마련이 눈앞에 있었다. 그러나 호남실학원 건립은 무산되고 말았다. 부안군의회가 운영비 부담을 내세워 사업비 확보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여건이 조성되면 다시 추진한다는 무기한 연기로 여지를 두었지만 이미 국비는 반환되었을 것이고 도비 또한 쓰임은 달라졌을 터다. 지금은 책임지는 주체도 없어 보인다. 안타깝고 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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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7.06.16 23:02

가물에 돌 치자

가뭄에 관한 속담은 대개가 좋지 않은 상황을 비유한다. 제 논에 물대기(자기에게만 이롭도록 일을 하는 경우를 비유), 삼 년 가뭄에 하루 쓸 날 없다(계속 날이 개어 있다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할 때 공교롭게 날씨가 궂어 일을 그르치는 경우), 가뭄에 콩나듯(어떤 일이 드물게 일어나거나 물건이 드물게 있다는 뜻), 가뭄철 물웅덩이의 올챙이 신세(머지않아 파멸할 운명에 놓인 가련한 신세를 비유) 등이 그 예다. 가뭄철 물이 그만큼 절실한 데서 이런 속담들이 나왔을 게다.영농철 논에 물대기는 예나 지금이나 농사의 시작이며 기본이다. 가뭄이라도 닥치면 그야말로 물대기 전쟁이 벌어진다. 관정이 등장하기 전만 하더라도 저수지의 물에 온전히 의존하면서 한정된 물을 놓고 이웃 간에도 곧잘 다툼이 벌어졌다. 물대기로 시비가 붙어 폭행과 살인까지 발생했다는 기사도 종종 나왔다. 논에 딸린 작은 방죽에서 밤새 용두레로 물을 퍼올렸던 시절도 있었다. 그 고단함을 달래기 위한 농요가 물푸는소리다. 물푸는 도구와 작업 형태에 따라 용두레질소리, 맞두레질소리, 무자위질소리로 불리기도 한다. 낭만처럼 느껴지는 용두레질이 그 시절에는 생존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며 힘든 노동이었다.가뭄에 대한 대책은 시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었다. 1920년대는 재해지의 세금 면제와 토목공사가 이뤄졌고, 1930년대 허드렛물은 우물을 이용할 것을 권장했다. 1950년대 발전시설확장 10개년 계획이 세워지고 제한급수와 장병 동원 모내기 등이 이뤄졌다. 1960년대 가뭄으로 인해 이농사태도 있었으며, 양수기가 처음 등장했다. 1970년대에는 간이용수원을 개발했으며, 1980년대에는 저수소류지 개발로 대응했다. 해수의 담수화 등 대체수자원개발로 다각적인 가뭄대처 방안을 모색한 것은 90년대 이후다.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뭄피해는 오늘날까지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가뭄정보제공시스템 개발, 관개용수의 확보, 관정의 개발 등 여러 대책이 극심한 가뭄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 해양기상청이 20세기 최대 자연재해 중 가뭄을 상위 5위 안에 넣는 걸 보면 우리만의 문제도 아닌 것 같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경우도 기후변화로 10년 이상 가뭄이 지속되는 메가 가뭄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올들어 경기충청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가뭄이 심각하다. 다행히 전북의 경우 가뭄피해가 아직까지 심각 수준은 아니지만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가물에 돌 친다(무슨 일이든지 사전에 미리 준비를 해야 함을 비유)는 속담을 떠올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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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7.06.15 23:02

물고기와 인간

항간에 물고기 지능지수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다. 낚시꾼들 사이에서 물고기는 ‘돌대가리’다. 같은 장소에서 드리우는 미끼를 결국은 덥석 물고야 마는 물고기의 어리석음을 비웃는다. 물 속에서 인간의 낚시 행태를 알 리 없는 물고기 입장에서 볼 때 인간이 던져놓은 미끼는 그저 자연의 수많은 존재물 중 일부일 뿐이다. 인간은 그런 물고기를 낚아내는 방법을 알 뿐이다. 물고기 습성을 알아 내 물고기 잡는 법을 터득한 인간이 영리할 뿐 물고기가 바보스러운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 적용되는 방법을 통해 물고기 지능지수를 측정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물고기는 사람이 보기에 지능지수가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물고기들은 생태계 먹이사슬계에 최적화된 틀에서 행동하는 것이고, 그들이 생존 번식해 나가는 것을 보면 그 생존능력이 인간과 다를 것은 없다. 어떤 면에서 보면, 자칭 영장류라고 자부하는 인간이야말로 물고기보다 바보스럽다. 물고기는 소위 지능지수가 ‘1’도 안될 만큼 어리석은 미물일 뿐이지만 영장류라고 뽐내는 인간은 지능지수가 100이 넘고, 140이 넘으면 천재 소리 듣는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거지를 보면 물고기와 다를 바 없는 행태들이 더러 있다. 같은 장소에 반복적으로 드리워지는 미끼를 물어 목숨을 인간에게 헌납하는 물고기나, 남이 지게지고 장에 간다고 따라 갔다가 결국 인사청문회장에서 번번이 ‘개망신’당하고 국격 떨어뜨리는 사람들이나 뭐가 다르단 말인가.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진다는 속담이 있다. 성경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레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It was good for me to be afflicted so that I might learn your decrees.)’ 우리는 촛불시위를 하고, 대통령을 탄핵해 재판에 넘기는 등 일련의 과정 속에서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다. 그 촛불정신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는 과거 정부와는 달라야 한다. 적폐청산이 국민 동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70년 전 하지 못했던 적폐청산을 이제라도 제대로 해야 대한민국이 참된 새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를 움직일 장관 등이 청렴결백하지 못하다면 어떻게 새로운 시대가 제대로 열리겠는가. 김재호 수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6.14 23:02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영어에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말이 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뜻으로 한자로는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으로 흔히 풀이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둘은 차이가 있다.동양권에서 본다는 뜻의 볼 견(見) 글자의 주체는 자신이 아니라 물체라고 한다. 즉, 내가 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보여 지는 것’이다. 그래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의 정확한 뜻은 ‘백 번 듣는 것보다 나의 눈에 어떻게 보여 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이는 것(見)은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의 입장과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진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홀로 성향보다는 두레 성향을 따르는 동양의 전통문화가 그것이다. ‘Seeing is believing’은 다르다. 먼저 ‘내’가 보아야 믿을 수 있다. 내가 눈으로 보는 것처럼 정확하고 중요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나’ 중심이다. 진리는 오직 하나 뿐이며, 상대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서양의 개인주의 성향과 호흡이 맞다. 요즘엔 우리나라도 많이 달라지고 서양화됐다. ‘우리’보다는 ‘나’가 우선이고, 상대를 배려하기 보다는 나의 주장을 확실히 내세운다. 그래야 대접받고 인정받는다. 어쭙잖게 상대를 봐주려다가는 내 자신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그래서 일까? 세상이 꽤 시끄럽다. 많은 목소리들이 허공에서 어지럽게 부딪치며 온갖 쇳소리를 낸다.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에는 시퍼런 날이 서있다. 문자폭탄이라는 것도 등장했다. 내가 보는 것이 전부이고 나만 옳기 때문이다.인사 청문회를 놓고도 청와대와 야당이 평행선을 달린다. 절대로 만나지 않는 철도 레일을 달리는 모습이다.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연설을 했다. 추경예산을 위한 국회연설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데다 주요 참모진도 함께 했다. 연설이 끝난 뒤에는 야당석을 찾기도 했다. 대통령이 직접 야당에 협조를 요청하고 협치를 약속하는 제스처다.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서로의 생각과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여야 모두 나름의 이유와 명분도 있다. 그러나 대립이 길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들 눈에는 모두가 정치싸움으로 보이고 정치에 대한 혐오증과 냉소주의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색안경 끼고 보면 한이 없다. 출구를 생각하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국민을 의식하고 무서워하는 정치, 그런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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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원
  • 2017.06.13 23:02

수성과 탈환의 방정식

장미대선이 끝나자 지방선거로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일단 승기를 잡았다. 전북에서 문 후보는 64.8%를 득표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보다 무려 3배 이상 많이 얻었다. 1년전 총선에서 7석을 차지하며 녹색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이 다시 안방을 민주당에 반납했다. 정치가 생물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지난 총선 때 민주당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도민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다. 그 결과가 신생 국민의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대선과 총선은 의미가 다르다. 특히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실시된 선거라서 그 의미가 달랐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대선이 치러졌기 때문에 전북 유권자들은 정권교체에 방점을 찍었다. 선거 막판에 잘못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심지어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까지도 문 후보한테 표를 던졌다. 그래서 전국 최고 지지율이 전북에서 작성됐다.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후보나 당 그리고 지지자들까지도 기세등등해진다. 그간 국민의당에게 안방을 내준 민주당은 기사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지금 같아서는 대적할 자가 없을 정도로 사기가 충천해 있다. 대통령을 만들어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지난달 31일 문 대통령이 새만금을 방문해 전북 도민들의 최고 지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추미애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답례하기 위해 지난 7일 최고위원회를 전북에서 개최, 현안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문 대통령의 집권초 지지도가 역대 최고다. 문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하에서도 집권 한달동안 80%의 지지를 받았다. 국민들도 정권교체를 잘 했다고 하면서 모처럼만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문 대통령이 격식을 따지지 않고 국민속으로 파고 드는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실질을 숭상하는 문 대통령의 파격행보에 박수를 보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현충일날 기념식장에서 보낸 메시지는 가슴 뭉클했다.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성패에 따라 내년 지선이 판가름 난다. 지금처럼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하면 내년 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이 어려워 진다. 문 대통령의 득표율이 41.4%밖에 안된데다 여소야대 구도라서 국정운영을 잘 하기가 쉽지 않다. 촛불집회로 탄생한 정권인 만큼 진정성있게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 북핵문제와 적폐청산 등 문 대통령이 공약을 잘 이행하면 국민들은 계속 응원할 것이다.국민의당도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전열을 가다듬기로 했다. 국민의당도 진정성을 갖고 캐스팅 보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 얼마든지 기회가 온다. 1승1패로 내년 지선에서 3라운드를 맞는 국민의당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노력하지 않고 상대의 잘못으로 얻은 지지는 뜬 구름과 같기 때문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6.12 23:02

가야사 복원과 제철유적

역사는 기록으로 남는다. 기록되지 못한 역사는 정사가 되지 못한 채 묻히기 일쑤다. 신라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가야국의 역사가 그렇다. 가야는 삼국시대, 한반도 남부에 있던 작은 국가 혹은 그 국가들의 연합체를 이른다. 600년 역사를 구가했지만 가야의 역사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그늘에 가려 폄훼되거나 왜곡되어왔다. <삼국사기>나 <일본서기>에 단편적인 역사가 언급되고 있을 뿐 상세하게 기록된 문헌 자체가 없는 탓이다. 최근 가야사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가야사의 연구와 복원을 포함해 달라’고 주문하면서부터다. 사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가야사 복원 사업이 부상했었다. 그러나 당시 가야사 연구와 복원 사업은 고분군이 밀집되어 있는 영남권 위주로 진행됐다. 문헌 기록이 미미해 대가야국의 중심지인 고령의 지산동 고분군을 비롯해 김해의 금관가야, 함안의 아라가야 등 왕릉급 고분군들이 가야의 역사를 조명하는 기반이 되었던 이유다. 가야는 이들 고분군에서 발굴된 유물들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철을 활용해 제작한 유물이 다량으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철 생산이 풍부했던 가야가 철을 기반으로 해운교역의 길을 열었고 경제적 문화적 풍요로움을 얻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가야는 철의 왕국으로 평가받게 됐다. 주목해야할 사실이 있다. 전북의 동부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가야유적의 실체다. 장수의 가야유적과 남원 운봉고원 등에 밀집되어 있는 가야시대 유적에서는 철을 생산하고 직접 제작까지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유물 발굴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 동부지역 가야유적 발굴을 주도했던 군산대 곽장근교수는 ‘현재까지 확인된 제철 유적만 150여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대규모 철 생산지로서의 증거가 확인되면서 장수와 남원지역 가야유적 발굴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북 동부지역 가야유적 복원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그런데도 가야사 복원 연구 사업을 앞서 진행했던 김해 고령 함안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야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왔다. 전북도와 장수군도 장수가야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 같은 시대 같은 권역 역사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따로 따로 추진하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않다. ‘영호남의 벽을 허무는 공동사업으로 가야사를 복원하자’는 문대통령의 바람과도 맞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세계문화유산 등재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있다. 가야사를 온전히 복원해 제대로 인식시키는 일이다. 연구자들이 앞장서고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이 더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6.09 23:02

반려동물 전성시대

애완동물이라고 표현했던 귀엽고 예쁘장한 개와 고양이 등을 이제는 반려동물이라고 한다. 인구 5,000만 명이 1,000만 이상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회다. 동물병원, 펫 스토어, 유치원, 호텔, 놀이터, 장례식장 등 온갖 관련 상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임실 오수에는 의견공원, 군산에는 도그랜드가 운영되고 있다. 그야말로 반려동물 지상낙원이다. 이쯤 되면 청년실업, 은퇴실업 등으로 삶이 팍팍해진 사람들에게 ‘개팔자가 상팔자’란 넋두리는 사실을 넘어 진리가 된다. 사회는 이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대상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반려견을 애완견이라고 표현하는 사람, 개나 고양이를 향해 물건을 던지거나 때리는 사람 등은 생각이 반듯하지 못한 사람, 동물학대자 등 온갖 비난을 들어야 한다. 예전엔 없었던 ‘사람-동물’ 관계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명체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일이다. 반려동물이든, 가축이든 인간과 함께하며 서로의 삶을 보완한다. 그 끈끈한 관계가 역사 기록상 수천년 계속되고 있다. 산동네, 도심 가리지 않고 집단 출몰하는 바람에 말썽꾼이 된 멧돼지가 유해동물로 분류돼 사살되곤 한다. 사실 반려동물도 때로는 유해하긴 마찬가지다. 반려동물이 항상 사랑스럽고, 귀엽고 그래서 사람에게 웃음과 안식과 행복을 안겨주는 존재인 것만은 아니다. 반려동물 중에는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는 주인을 할퀴거나 문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거나 가구 집기를 훼손한다. 아이의 간식을 뺏앗아 먹거나 심하게 짖어대 이웃 주민들의 원성을 산다. 노인이 키우던 개에게 손목을 물려 사경을 헤매는 경우, 목 줄이 풀린 채 견주와 산책하던 개 때문에 부상당하는 경우 등 유해 사례도 상당하다. 이 모든 것은 ‘말 못하는 동물이기 때문에’란 이유로 덮어지기 일쑤다. 반려동물은 그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극히 사랑스러운 존재지만 주변 사람 모두에게도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끼리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돼 사고 나는 것이 세상 일인데, 동물이 주인에 의해 얼마나 잘 통제될 수 있겠는가. 특히 타인에게는 언제든지 위험한 존재, 짜증스런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 동물이다. 동물을 사랑하려면 그 반려자들은 동물의 행동심리 등에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 통제가 가능하고, 동물 반려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6.08 23:02

'철의 왕국' 복원 사업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야사 복원사업을 정책과제에 포함할 것을 지시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문 대통령이 왜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면서 그리 긴급한 현안도 아닌 가야사 복원을 주요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꺼냈을까. 그것도 호영남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는 명분까지 내세웠다. 가야사의 복원사업에 호남을 그저 들러리로 세운 명분용은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실제 가야사 복원사업은 금관가야(김해)대가야(고령)아라가야(함안) 등 역사의 중심지였던 경남의 오랜 숙원이다. 신라사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가야사 연구와 복원에 경남은 목말라 했다. 박근혜 정부가 신라 왕경(王京)복원사업사업을 추진해 가야사 복원에 대한 경남의 상대적 소외감은 더 커졌다. 민주당 경남선대위가 이번 대선에서 가야문화 발굴 복원사업을 주요 공약으로 걸었고, 문 대통령이 여기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 것이다.그렇다면 가야사 복원에서 호남은 들러리일 뿐인가. 30년간 전북지역 가야사를 연구한 곽장근 군산대 교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전북의 가야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았다. 경남의 경우 가야사 발굴복원작업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반면, 전북에서는 많은 가야고총이 발견됐음에도 발굴이 이뤄지지 않아 더 많은 여지가 있단다. 곽 교수는 남원 운봉과 장수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고총이 350개, 제철 유적 150개로 가야사의 숲을 이룬다고 했다. 가야를 철의 왕국이라고 하지만, 가야의 중심지라고 하는 김해와 고령에서 발견된 제철 유적은 없다. 고대 국가에서 첨단 하이테크라고 할 제철 생산지가 전북 동부지역에 집중된 사실만으로도 이 지역이 가야의 변방으로 치부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여기에 전북 동부지역 봉수로의 최종 종착지가 장수로 밝혀져 가야의 중심세력이 존재했다고 추정할 수 있단다.그럼에도 가야사를 말할 때 왜 경남권만 떠올려질까. 곽 교수는 가야 사랑의 차이라고 했다. 가야사 연구자 대부분이 영남권 연고 학자들이다. 발굴 역시 경남권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고분 중의 고분이라고 할 전북 동부권의 고총이 발굴되면 장수 가야 운봉 가야라는 가야국가가 나올 수도 있다. 가야사 기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유물과 유적이 가야사를 새로 쓸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뜬금없는 이야기가 전북 동부지역을 가야사의 중심으로 불러올 지도 모르겠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6.07 23:02

배꼽의 매력

오는 24일부터 무주 태권도원에서는 2017 무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지난 2014년 9월 태권도원이 문을 연 이후 가장 큰 행사가 아닌가 싶다. 대회 유치 과정에서 송하진 지사를 비롯한 전북도와 출향인사 등 많은 사람들이 뜻과 힘을 모았지만, 그에 앞서 태권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사실 10여년 전 태권도원 유치도 어렵게 이뤄졌다. 전북도와 무주군은 그 어느 지역보다도 절박한 마음으로 혼신을 다해서 유치를 준비했고, 김세웅 당시 무주군수는 군민들과 함께 강원도 춘천까지 천리길 도보행진을 하며 대내외에 여망을 과시했다.홍보전도 엄청났다. 심사단의 방문길인 무주IC에서 설천면 후보지까지 구간에는 환영인사와 유치염원을 담은 현수막이 도로를 가로 질러 빽빽히 하늘을 뒤덮었고, 후보지 주변의 울타리는 군민들의 소망을 담은 손 편지로 온통 도배했다.보여주기식 노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의 태권도 뿌리를 찾아서 정리하고, 남한의 배꼽이라는 지정학적인 장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배꼽’이라는 표현은 상당한 호소력이 있었다. 얼핏보면 ‘오지’같기도 하지만, 서울이나 부산, 전남 등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2시간 30분 정도면 접근할 수 있는 남한의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인체에 빗대 강조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초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핫 이슈로 떠오르던 시기여서 속 마음이야 어떻든 모두가 머리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 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지방과 균형발전에 대한 관심은 소홀해졌고, 태권도 관련 단체들은 태권도원 입주를 외면했다. 태권도원 운영단체인 태권도진흥재단의 직원들도 항상 수도권을 그리며 생활하고 있다. 무주의 배꼽은 힘을 잃었다.그러나 배꼽에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꼽참외는 생김새와 달리 일반 참외보다 당도가 훨씬 높다. 기온이 올라가면 젊은 여성들은 배꼽티를 걸치고 배꼽을 드러낸다. 배꼽에 피어싱을 하여 섹시함을 더하기도 한다. 참외배꼽을 가진 여성들은 더 예쁜 배꼽을 갖기 위해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웃음을 뒷받침하는 힘도 배꼽에 있다. ‘웃다가 배꼽 빠져도 책임 못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노무현 정부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또다시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 작업이다. 2017 무주 WTF 세계선수권대회 개최로 무주가 또다시 우리나라의 배꼽으로 위상을 되찾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6.0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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