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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농부는 농산물을 생산해 먹고 산다. 소유 전답의 크기, 천재지변, 병해충 등 각종 변수에 따라 울고 웃고 하지만 농산물은 농부 삶의 기반이다. 생선이나 육류, 옷, 신발, 모자 등 각종 생활 필수품은 구입한다. 잉여 농산물을 팔아 현금을 만들고, 그렇게 손에 쥔 현금으로 각종 필요 물품을 구입해 살아간다. 공존 시스템이다. 대통령, 다이아몬드 숟가락을 물고 나온 졸부 등 권력과 명예와 부를 거머쥐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결국 농부가 생산한 농산물과 어부가 잡은 수산물, 중소기업 근로자가 만든 제품이 있기에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한다. 제 아무리 하늘을 찌르는 권력과 부도 결국 목숨처럼 한계가 명백한 인간 삶의 일부일 뿐이다. 지구상의 모든 살아 있는 개체는 태어나서 영양분을 섭취하며 일정 기간 살아간다. 가장 중요한 번식 임무를 마치면 종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죽는다. 농부든, 사업가든, 정치가든, 예술가든 모든 인간이 마찬가지다. 다른 종과 인간의 차이는 있다. 인간은 생각하고, 연구하고, 응용하고, 감성이 풍부하고, 이성적이면서도 포악한 기질이 깃들어 있고, 끝이 없는 욕망 덩어리라는 점일 것이다. 인간의 제어할 수 없는 욕망은 인간을 지구상 절대패자로 만든 요인 중 하나다.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 인류의 미래는 거침없어 보인다. 그 속에서 인간의 행복이 나름 있겠지만, 수많은 불행이 싹을 틔워 꽃을 피우는 것도 현실이다. 전쟁과 테러, 살인, 강도, 강간, 안전사고, 천재지변 등 인간사회에 존재하는 불행 가운데 상당부분은 인간 속에 깃든 ‘상대를 재물삼아 욕망을 채우려는 DNA’ 때문이다. 그 DNA가 크게 활성화되면 순박하던 농부가 괭이, 호미 내던던지고 창칼을 손에 쥔다. 정치가는 추악한 야망을 키우고, 재력가는 사욕을 넘어 권력을 넘본다.인류의 발전 동력 중 하나는 반복과 경험을 바탕으로 응용력을 높이는 기질이다. 그 기질은 때로는 독, 때로는 약으로 작용한다. 그 기질이 ‘상대를 재물삼아 욕망을 채우려는 DNA’를 자극하면 개인은 물론 조직이 붕괴된다. 천사처럼 속삭이는 악마의 기질은 필부필부처럼 평범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더 발전하고 성숙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상대를 배려하고, 나누고, 긍정적으로 소통 하면서 진화하도록 설계된 종 아닌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6.23 23:02

디 엘더스

이명박 정부시절인 지난 2011년 4월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북한과 남한을 잇달아 방문했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94년 북핵 위기 때 평양을 방문해 북한으로부터 남북 정상회담 제안을 이끌어냈었고 2010년 8월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돼 있을 때 방북해 귀환시키는 등 한반도 평화 중재에 힘써왔다.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이 이끄는 방북단에는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과 그로 브룬트란드 전 노르웨이 총리 매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등 디 엘더스(The Elders) 멤버들이 함께 했다. 디 엘더스는 노벨평화상을 받았거나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가 있는 국제사회의 원로들로 현재 10여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레바논 내전을 중재해 휴전으로 이끈 라크다르 브라히미 전 알제리 외무장관과 데스몬드 투투 전 남아공 대주교, 인도 여성운동가의 대모 엘라 밧, 종속이론가로 유명한 페르난도 카르도수 전 브라질 대통령, 그라사 마셸 전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 부인 등이 있다.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는 디 엘더스의 명예 회원이다.디 엘더스가 결성된 것은 지난 2007년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89세 생일 때다. 그 해 7월 18일 남아공 케이프타운 뉴랜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만델라를 위한 90분’이라는 친선 축구대회에 축구황제 펠레를 비롯 뤼트 굴리트 크리스티앙 카랑뵈 파크리트 음보마 등 세계적인 축구스타 50여명이 참가했다. 이 경기에 참관했던 지미 카터 코피 아난 리자오싱 전 중국총리 등 세계 원로들이 세계 평화와 인권 환경보전 활동을 위한 디 엘더스를 조직했다. 이후 키프로스 분쟁 중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제인권구역 설정 남수단 분리독립 지원 짐바브웨 인권캠페인 미얀마 정치범석방 촉구 핵무기근절 운동 여성평등권 캠페인 등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현재 디 엘더스를 이끄는 의장은 지난 2013년부터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맡고 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 재임 중에는 친미 사무총장이라는 비난과 함께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퇴임 후에 더 인정받는 인물이 됐다. 고국 가나에서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려 했지만 정치에 휩쓸리지 않고 스위스 제네바에 코피 아난 재단을 세우고 더 공평하고 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올 연말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향후 거취를 놓고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국내 행보로 인해 대선 출마설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본인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무엇이 인류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길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6.22 23:02

녹두장군이라면

동학농민혁명의 최고 지도자였던 전봉준 장군(1855년~1895년)에 대해 여러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여전히 베일에 싸인 게 많다. 혁명 전후의 행적만 비교적 소상히 드러났을 뿐 출생지나 성장과정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직접적인 사료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봉준 장군과 관련해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사료가 <전봉준 공초>다. 약 8000자로 이루어진 다섯 차례의 법정 심문 기록인 <공초>는 전봉준 자신이 고부에서 민란을 일으켰던 상황부터 고부봉기, 전주성 입성, 집강소 시기, 삼례 2차기포, 대원군과의 관계 등을 직접 진술한 자료다. 당시 재판 상황을 취재한 일본의 한 기자는“정의를 위해 죽는 것은 조금도 원통할 바 없으나 오직 역적의 이름을 받고 죽는 것이 원통하다”고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던 전봉준의 모습을 기록했다.녹두장군의 생애만큼이나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는 명쾌한 것 같으면서도 규명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동학농민혁명기념일 제정을 두고 논란을 종식시키지 못한 데는 이런 이유도 자리하고 있다. 학계자문단이 ‘전주화약일’(6월11일)을 국가기념일로 의견을 낸 후 정읍시민단체가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기념일 제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염려된다. 학자들의 의견조차 수용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유성엽 국회의원의 역할이 커 보인다. 유성엽 의원은 동학농민혁명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2002년 정읍시장 출마 당시 <전봉준장군이 100년만에 깨어난다면>이란 책을 냈다. 그는 당시 동학정신이 살아있는 민주자치의 도시인 정읍에서 진정한 지방자치를 꽃피우고 싶다고 밝혔다. 동학정신을 지방자치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도로공사를 설득해 정읍휴게소 이름을 ‘녹두장군 휴게소’로 바꾸기도 했다. 마침 기념일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를 관장하는 국회문관위원장을 맡았다. 여기에 대립각을 세워온 정읍과 고창이 한 선거구로 묶어졌다. 유 의원은 기념일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특정일을 거론한 적은 없다. 다만, 기념일 제정추진위의 활동이 특정지역(고창)으로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추진위 구성의 문제를 제기한 적은 있다. 그는 당시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은 개별 지역적·사건적 범주를 넘어 혁명의 전개과정을 아우르는 역사적 실체와 본질을 상징할 수 있는 날이 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봉준장군이 깨어난다면’ 현재 논란 중인 기념일을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하다. 이젠 유 의원이 답해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6.21 23:02

정동영 지사 출마설

정동영의원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선거 때 워낙 정의원이 크게 혼나면서 당선된 탓인지 많이 겸손하고 진솔해진 느낌이다. 그렇게 말 잘하던 정의원이 무척 말을 아끼고 삼간다. 듣는 형으로 바뀐 것 같다. 그간 고향 순창에서 씨감자 농사를 지으면서 정치의 무상함을 깨달아서일까 아니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남을 나이가 넘어서일까. 외견상으로는 예전과 달리 많이 변해 있다. 전주시민과 도민들이 정동영 때문에 밤잠 설치며 고민을 많이 했다. 대선 후보까지 지낸 그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서 더 키워야 할지 아니면 매정하게 떨어뜨려야 할지를 놓고 찬반이 분분했다. 마지막까지 그 누구도 그의 당선을 장담 못했다. 후배 김성주 의원에 대한 미련을 쉽게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판에 인후동 모래내 시장 쪽에서 당선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구세주처럼 그를 살려 놓았다.정의원 만큼 이번 선거에서 애증이 갈린 의원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전주시민들이 그간 선거에서 너무나 그를 사랑한 나머지 전폭적으로 밀어줬기 때문이다. 전국 최다 득표의 영예를 안겨준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친노들의 미움을 샀든지 간에 그가 대선 낙선 이후 보인 갈지자 행보는 지지자들을 너무도 크게 실망시켰다. 대선 낙선 이후 그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게 되자 그에게 대선 후보에게 통상적으로 생기는 조급증 같은 것이 나타났다. 그 당시 참고 견디며 후일을 기약했어야 옳았지만 이를 참지 못하고 다시 선거판에 쉽게 뛰어든 게 패착이었다. 그것은 정치를 쉽게한 사람이 겪는 업보일 것이다. 이번에도 그의 선택은 쉽지 않았다. 고향에서 낙선하면 정치생명이 끝장 나기 때문에 두려움도 컸을 것이다. 선거 때 그는 말 보다는 스킨십에 더 신경을 썼다. 지난날 자신이 지은 업보 때문에 몸 낮추기로 선거운동을 끝마쳤다. 미워도 다시한번이란 겸손 모드가 그를 살려낸 동력으로 작용했다.본인이 정계 입문시켰던 수족들마저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악물고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그는 방송국에서 마이크 잡고 앵커하는 것과 정치 하는 것 이외에는 잘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각에서는 그가 아무리 정치를 잘 하겠다고 강조해도 그의 역할이 나오지 않는다고 그의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는 그의 출마를 호구지책용 아니냐는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선거가 끝나자 최근들어 전주시내에는 그가 앞으로 지사 선거에 나올 것이라고 관측한 사람도 있다. 그 자신이 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국민의당 출신이 7명이나 당선돼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정치가 생물이라서 어떻게 변해갈 줄은 모르지만 만약 지사 선거에 나선다면 반칙이다. 유권자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정동영 정치는 위선이요 끝장이다. 정동영 정치의 부활을 기대할 뿐이다.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6.20 23:02

문학상과 좋은 번역의 힘

위축되어가던 출판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얻었다.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다. 지난 2007년에 출간된 <채식주의자>는 수상하기 전 10년 동안 2만부가 팔렸지만, 수상 직후 하루만에 1만여 권이 팔린 것을 시작으로 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채식주의자>의 여세는 다른 소설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으로 소설 분야 판매 신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월등히 높아졌다는 소식이다. <채식주의자> 열풍은 해외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영국에서는 수상 당일에만 2만부가 팔려나갔고, 27개국이 출판 계약을 마친 상태다. 문학상 수상이 가져온 효과다. 노벨문학상, 콩코드문학상과 함께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맨부커상은 영국연방 국가에서 영어로 쓰인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지난 5월,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강이 수상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1969년부터 제정되어 시행되어온 맨부커상과 함께 2005년 비연방국가의 영어 번역소설을 대상으로 새롭게 제정됐다. 2015년까지 격년으로 운영되어 오다가 올해부터 해마다 영어번역소설을 출간한 작가와 번역가가 공동으로 수상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는데, 그 첫 수상자가 한강이다. 주목되는 것이 있다. 작가와 함께 번역자를 공동수상자로 시상하는 형식이다. 한강과 함께 공동 수상한 이는 영국의 20대 젊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다. 영문학을 전공, 직업으로 번역을 택한 그는 한국 문학 번역자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해 런던대학에서 한국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애초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채식주의자>를 최종 후보로 올리면서 데보라 스미스가 한글을 배운지 6년 밖에 안 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하며 번역의 우수함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채식주의자>는 그의 첫 번째 출판 번역 작품이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초청을 받아 한국에 온 그의 이야기가 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더 많은 한국 문학이 좋은 번역으로 해외에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그러나 “노벨문학상에 대한 한국사회의 집착은 당황스럽다”고 말한다. 사실 좋은 번역으로 해외에서 인정받는 한국 문학작품은 찾기 어렵다. 상황이 이러하니 ‘한국사회의 노벨문학상 집착’이란 지적에도 달리 항변할 수 없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6.17 23:02

전북은 지금

지난 20여 년을 돌이켜보면 새만금방조제를 쌓느냐 마느냐, 해수를 유통시키느냐 차단하느냐를 둘러싼 논쟁을 비롯해 지리멸렬한 새만금 예산 배정, 새만금특별법 제정·개정, 무주 동계올림픽과 태권도공원 유치, 프로야구단 창단, LH공사 유치,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이전, 탄소산업, 호남선 KTX 등을 둘러싼 갖가지 핫이슈가 많았다.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요즘은 지역사회가 너무 조용하다. 호남선 KTX는 김제역을 그대로 통과, 이 일대 주민들 불만이 팽배하다. 전라선 KTX의 경우 ‘노선 증편’ 문제가 확실치 않다. 제19대국회가 막판에 탄소법을 통과시켰지만 고급기술과 응용기술 시현을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얼마전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기금운용본부 전북혁신도시 이전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에 따른 금융허브화 청사진은 어떻게 돼 가는지 아직 오리무중이다. 제대로 된 야구경기장도 없이 프로야구단 창설을 추진했던 전북이 지금까지 야구장을 건설하지 않고 있다. 1000만 관중 돌파를 눈 앞에 둔 프로야구를 전북인들만 즐기지 못하고 있지만 전북의 리더들은 손놓고 있다. 빙상경기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빙상대회를 타지역에 빼앗기는 수치도 있었다. 무주에 태권도공원을 유치했지만 전북에서마저 체감도가 낮다. 동계올림픽을 가져간 강원도가 코앞에 닥친 올림픽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분주하지만, 전북은 태권도공원 유치를 통해 얻고자 했던 전후방 연관 효과들을 얼마나 만들고 있는지 궁금한 일이다. 호구와 도복 관련 산업은 어떠하고, 기 수련 산업화는 어떠한가. 태권도공원까지 이르는 진입도로조차 제 때 개설하지 못하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년까지 조기 완공하겠다고 약속한 새만금 1단계 사업도 속도가 느리다. 내년까지 전체 간척토지의 45%에 대해 기반공사를 끝내겠다고 했지만 올 4월 현재 34% 정도다. 민간투자도 크게 저조하다. 최근의 희소식은 지난 5월 고시된 국토부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16~2020)’에 전북국제공항이, 도 2월의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전주-김천간 동서횡단철도가 포함된 정도다. 사업 확정도 아니다. 그런 전북에 최근 화폐수급과 군산항 자동차 환적 화물이 던져졌다. 지역 이익과 발전에 중요한 사안인데 정치권은 어떻게 뛰고 있는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6.16 23:02

얄팍한 전주·완주 상생협력

지난 2013년 6월 무산된 전주·완주 통합 추진 후유증이 3년 만에 다시 도지고 있다. 전주시의회가 완주군과의 통합 추진을 위해 그동안 완주군민들에게 각종 시설 이용 혜택을 제공해 온 관련 조례들을 폐지하겠다고 나서면서 완주군의회와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지난 3월에 전주월드컵골프장의 완주군민 할인 혜택을 없앤데 이어 오는 24일 열리는 본회의에 전주승화원 이용요금 감면과 6개 노인복지센터 이용 혜택을 폐지하는 조례안을 상정해 놓고 있다. 이미 전주·완주 상생협력 사업으로 추진했던 전주 효자동 로컬푸드 직매장은 전주시의회의 요구로 완주군에서 인근에 새로 직매장을 지어서 이전했다. 전주·완주 시내버스단일요금제도 통합무산 직후 폐지됐다가 완주군민의 반발로 완주군과 전주시와의 예산분담을 통해 지난해 2월부터 다시 단일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렇듯 전주·완주 통합을 위해 추진했던 11개 상생협력 사업들이 줄줄이 좌초되거나 중단될 상황에 처해 있다.논리적으로 보면 전주시의회의 주장이 맞다. 전주·완주 통합이 무산된 마당에 전주시민의 세금으로 세워진 시설들을 완주군민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은 부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전주시의회가 이것만은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주·완주 상생협력 사업들이 폐기되는 순간 다시는 전주·완주 통합을 거론해선 안된다. 사실 지난 2013년 전주시의회에서 전주·완주 상생협력 조례를 제정할 때에도 진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일각에선 통합 성사를 위한 사탕발림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또 하나 잊어서는 안될 것이 전주·완주 통합을 전주시의회에서 먼저 추진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1992년 9월 2일 전주시의회 제88회 임시회에서 전주직할시 건의안을 채택하면서 전주·완주 통합을 처음 거론했다. 이후 1997년 11월 24일 전주시의회에서 통합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주민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 의견이 전주시민 83.1%, 완주군민 66.1%로 나왔다. 그러나 1998년 1월 완주군의회가 전주·완주 통합 반대를 결의하면서 무산됐다. 그 후 2009년 9월과 2012년 4월 전주·완주 통합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2차례에 걸쳐 주민여론조사와 완주군민 사전투표를 실시했지만 완주군민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전주·완주 통합을 먼저 제안하고 스스로 상생협력 조례를 제정했던 전주시의회가 이제 와서 관련 조례를 모두 폐기하겠다는 발상은 완주군 흔들기에 불과하다. 통합 추진의 진정성을 갖추려면 상생협력을 통한 여건과 분위기 조성이 먼저다. 청주시와 청원군 통합이 4차례 만에 성사된 사례를 전주시의회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6.15 23:02

전주정신 '꽃심'

수천 년 역사를 거치며 만고풍상을 겪은 도시를 두고 대표 단어로 나타내려 한다면 언어도단일 것이다. 그럼에도 도시의 정체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 현실적으로 상징적인 브랜드가 필요하다. 도시별 랜드마크를 만들거나 슬로건 등을 만드는 것은 보편적 추세다. 전주시 브랜드 슬로건은 2009년 정한 ‘한바탕 전주 세계를 비빈다’(영문 ‘Asiart Jeonju’)다. 공식 슬로건은 아니지만,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통문화도시’등 여러 별칭을 붙여 전주를 상징화 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전주시가 이번에는 전주정신으로 ‘한국의 꽃심’을 치켜들었다. 각 분야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전주정신정립위원회를 꾸린 뒤 1년 여 논의와 주민 설명회 등을 거쳐 전주를 대표하는 정신으로 결정한 단어가 바로 ‘꽃심’이다. ‘꽃심’에는 대동과 풍류, 올곧음, 창신 등 4개 정신을 담고 있다. 모두가 조화롭게 어울리며 삶의 여유와 멋을 잃지 않고, 사람의 도리와 의로움을 추구하며, 창의적 미래를 열어가자는 뜻이 담겼단다. 전주의 역사성과 고유성, 미래성 등을 고려해 정했다는 전주정신의 ‘꽃심’은 국어사전에 없는, 신조어에 가깝다. 일반에게 생소한 ‘꽃심’이 보통명사처럼 전주의 정신으로 받들어진 데는 최명희 선생(1947~1998)의 소설 <혼불>이 바탕이 됐다. ‘차현 땅 이남의 수모 능욕을 다 당한 이 땅에서 꽃씨 같은 몸 받은 조선왕조 개국시조 전주 이씨 이성계. 천 년이 지나도 이천 년이 지나도 또 천 년이 가도, 끝끝내 그 이름 완산이라 부르며 꽃심 하나 깊은 자리 심어 놓은 땅. 꽃의 심, 꽃의 힘, 꽃의 마음. 꿈꾸는 나라.’(최명희의 <혼불> 중에서)“아름다운 것들은 왜 그렇게 수난이 많지요? 아름다워서 수난을 겪어야 한다면 그것처럼 더 큰 비극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그 수난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힘이 있어 아름다움은 생명력이 있지요. 그 힘을 나는 ‘꽃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태어난 이 땅 전라도는 바로 그 꽃심이 있는 생명의 땅이에요.” 최명희 선생이 세상과 작별하기 직전 호암상 수상강연을 통해 밝힌 ‘꽃심’에 대한 생각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이렇게 숭고한 ‘꽃심’이 전주정신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질 법 하다. 오히려 그 정신에 못미칠까 걱정이다. 전주정신이 이벤트성으로 끝나지 않고 명실공히 시민의 삶에 스며들도록 꽃심을 내야지 않겠는가.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6.14 23:02

김완주 전 지사의 입

새만금사업이 정권적으로 이해관계가 없어 지금껏 성과를 못 냈다. 노태우 전대통령이 김대중 총재와 정치적 담판을 통해 착공은 했으나 25년이 지나는 동안 별반 성과를 내지 못한 건 정권적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국책사업인 이 사업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6개 정권이 추진했지만 아직도 개발은 물론 기업유치가 별로다. 대통령은 임기 5년동안 치적을 쌓기 위해 청사진을 마련, 주로 공약사업 추진에 매진한다. 대표적인 것이 MB때 4대강사업이고 YS나 DJ도 자신을 정치적으로 키워준 고향 숙원사업 추진하기에 바빴다. 관선 시절 강상원 이강년 조남조 지사 때부터 추진해왔던 이 사업이 민선지사로 넘어오면서 유종근 강현욱 김완주 지사가 마치 새만금교 교주인양 신주단지처럼 모셨다.유종근 김완주 전지사 때 그렇게 많이 체결했던 양해각서(MOU)는 한낱 휴지조각이 됐다. 96년 유 전지사가 미국 실리콘 제조업체인 다우코닝사를 유치하겠다고 떠들어댔지만 결국 말레이시아에 세워졌다. 가장 황당무계한 것은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하겠다고 2011년 4월 27일 정부 종합청사에서 MOU를 체결한 것이다. 지금 보면 정권이 철저하게 국민을 속인 것이다. MB정권이 LH를 경남 진주로 일괄 배치키로 정하고서 벌인 일종의 정치 사기극이다. 이 쇼의 주연은 MB고 조연은 김완주 전 지사를 비롯 임채민국무총리실장,김순택 삼성 전략미래실장,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 등이다. A4용지 2장 분량의 MOU에는 삼성이 2021~2040년까지 3단계로 나눠 23조를 투입,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화를 추진키로 했었다. 일자리가 무려 5만개나 만들어진다고 허풍을 떨었다.당시 전주 완산을 장세환 국회의원은 삼성이 투자협약 양해각서에서 ‘새만금 용지에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노력한다’고만 했다면서 ‘삼성의 투자 노력이 정부 발표 과정에서 투자 계획으로 둔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도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나 다름 없는 권력구조 하에서 정권의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부도 당시 성난 전북 민심을 달래려고 위무책으로 새만금 삼성 투자 카드를 꺼낸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1등 위주로 구조조정하고 이미 평택에 15조원을 투자키로 한 상황에서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하는데 관심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 당시 주역들 모두가 물러났다. 김 전지사는 MOU체결 때 파악했던 모든 사항을 도민들에게 석고대죄하듯 낱낱히 공개해야 한다. 삭발투쟁까지 했던 김 전지사가 삼성이 투자할 줄 알고 서명했는지 아니면 정부 들러리인 줄 뻔히 알면서도 힘에 부쳐 서명한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김 지사가 알고 했으면 더 문제고 모르고 했어도 잘못이다. 지금이라도 김 전지사가 진실을 공개하는 게 전임지사로 해야 할 일이고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6.13 23:02

생산과 수요의 균형

복분자가 남아돈다는 보도가 있다. 농가소득을 보장하는 작목으로 인기를 끌었던 복분자 재고 물량이 쌓여 수급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6월 복분자 수확철이 바로 코앞이니 농가나 기관의 근심이 깊을 것 같다. 전북은 ‘복분자의 고장’인 고창을 비롯해 인근의 정읍과 순창에도 생산농가가 많다. 자치단체가 밝힌 자료를 보니 이들 지역 모두 엄청난 양의 재고 물량이 농협의 저온창고에 쌓여있다. 원인이야 여럿이겠지만 복분자가 소득을 보장해주는 작목으로 알려지면서 너도 나도 생산에 나선 이유가 가장 클 터다. 수요를 넘어선 과잉생산의 부작용이 넘쳐나는 시대, 눈길을 끄는 사례가 있다. 일본 오이타현 벳푸의 도자기를 만드는 마을 이야기다. 이 마을은 전통적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들이 모여 살았다. 장인들이 만드는 이곳의 도자기는 일본 전역에서 인기가 높았다. 인기가 높으면 수요 또한 높을 터이니 자연스럽게 도자기 생산양은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이 마을의 장인들은 수요의 한계와 변화를 고려해 마을 단위의 도자기 생산량을 수요에 맞게 조절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장인이 여럿 있는 마을이라 하더라도 수요가 한정되어 있으니 서로 욕심을 내어 생산을 늘려 경쟁을 하다보면 재고가 쌓이고, 그렇다보면 빚이 늘어 결국은 도자기를 만드는 역량까지도 잃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선택하기까지는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었다. 도자기 생산으로 얻는 수입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경제적 여건을 충당해야 하는 과제였다. 이들은 ‘반농반도 ‘(半農半陶)’의 가치를 선택했다. ’반농반도 ‘는 말 그대로 농사를 지으면서 도자기를 함께 굽는 일이다. 마을 사람들은 일 년에 필요한 도자기 수요를 미리 측정해 그것보다 상회하는 생산능력을 다른 부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농사를 짓고 도자기를 만드는 일에 노동력과 역량을 나누어 쓰면서 자급자족의 환경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이 마을 사람들의 고유한 삶이 되었다. 주목되는 것이 있다. 이들의 선택이 단순히 노동력을 분할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마을 사람들은 생태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며 얻은 가치와 지혜를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도자기에 응용했다. 식기를 비롯한 일상에서 쓰이는 그릇들이 더 효율적이고 적합한 형태로 개발되면서 이 마을의 도자기는 더 특별한 가치를 갖게 되었다. 수요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게 생산량을 스스로 조절하는 지혜가 가져온 결실이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6.10 23:02

삼성 삼고초려

천하통일을 꿈꾸는 야망가들이 세력을 키워가던 중국 후한 말기, 삼국지 속 유비는 관우·장비와 ‘도원결의’를 맺고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하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전쟁터에선 맹장 뿐만 아니라 수많은 장병들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군사(軍師)가 절실했다. 제갈량의 존재를 알게 된 유비는 관우·장비와 함께 제갈량의 초가집을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다. 몇 일 후 다시 찾았지만 역시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세 번째 찾아가 만난 제갈량을 군사로 얻을 수 있었다. 제갈량은 유비의 인물됨을 시험했고, 그의 열정에 끝내 감동해 유비를 따라 나섰다. 비록 유비가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진 못했지만 반드시 확보해야 할 인재를 향해 삼고초려했기에 촉한의 황제가 될 수 있었다.요즘 전라북도를 보면 유비의 삼고초려하는 인내심과 절실함이 아쉽다. 예로부터 삼성그룹의 전북에 대한 투자는 전무할 만큼 인색하기 짝이 없다. 세계 최고 수준에 있는 삼성의 기업가치를 따져볼 때 전북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이 지난해 평택에 15조원을 투자,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혔을 때 전북은 허탈했고, 배도 아팠다. 5년 전 새만금에 2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며 국무조정실장, 전북도지사와 함께 MOU를 체결했던 삼성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 삼성이 얼마전엔 전북도를 방문, 5년 전 MOU를 지킬 수 없을 것같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전북 민심은 아쉬우면서, 한편으로는 ’삼성 제품 불매운동’ 소리가 나올만큼 매우 불편하다. 정부와 삼성이 전북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것이냐는 격앙된 목소리도 높다. 제갈량은 유비를 처음엔 외면하고 침묵했지만 그렇다고 싫다고도 안했다. 유비의 진심, 절실함을 보고 결정했다. 삼성의 새만금투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투자 가능성은 약해 보이지만 공식적인 투자 철회는 하지 않았다. 전북은 삼성 투자가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 삼성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MOU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각서에 불과하다. 경우에 따라선 공수표나 다름없다. 전북이 먼저 삼성투자 철회를 공식화할 필요가 없다. 정부와 삼성이 만천하에 약속한 ‘삼성의 새만금투자’를 계속 유효한 카드로 남겨야 한다. 삼고초려 심정으로 삼성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6.09 23:02

어젠다 2050

국회 연구단체로 등록한 어젠다 2050이 주목을 받고 있다. 초당적 입법 연구모임이라고 하지만 여야를 망라한 거물급 중진 의원들이 참여함에 따라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김세연이학재박인숙오신환주광덕 의원 등 5명,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종인조정식이철희 의원 등 3명, 국민의당에서 김성식김관영오세정 의원 등 3명, 무소속 유승민 의원 등 총 12명이 창립멤버다. 이들은 이르면 이달 내 창립총회를 열고 고용교육복지조세행정 등 5대 분야별 주제 등을 정한 뒤 9월 정기국회 때부터 본격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어젠다 2050은 2050년 미래 대한민국을 준비하는 사회통합적 정책과 제도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결성한 국회 연구모임이다. 모임 명칭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2003년 노동개혁안 등을 담아 발표한 어젠다 2010에서 착안했다 한다. 당시 슈뢰더 총리는 통일 비용 후유증과 마이너스 성장을 겪는 상황에서 2010년 이후의 독일을 얘기하며 국가개혁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사실 국회의 초당적인 연구 모임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75개나 있었다. 국회 두 개 교섭단체 소속 10명 이상 의원이 참여하면 연구활동비도 지원받는다. 19대 국회에서는 75개 연구단체에 48억원 가까이 지원했다.하지만 어젠다 2050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참여 인사들이 여야 정책브레인들일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일하다 돌아선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과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았고 연구모임을 주도하는 김세연 의원은 경제민주화추진단 총괄간사를 지냈다.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선거대책위 정책메시지 총괄단장을 역임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2011년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으로 활동했었다.때문에 어젠다 2050 발족과 관련, 다양한 해석과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 모두 정책통으로 경제민주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인사들이라 박 대통령의 경제 실정과 대안 제시가 주요 연구과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정계개편과 맞물려 중도보수의 새판짜기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편에서는 여야의 잠재적 대권주자나 킹메이커가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차기 대권구도와 연관 짓는 사람들도 있다. 참여 인사들은 의원들의 단순한 정책연구 모임일 뿐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20대 국회출범과 함께 미래형 정치 어젠다를 제시하고 나서 새로운 협치의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6.08 23:02

최치원 공원

벨기에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보통 수도 브뤼셀 중심의 그랑플라스(대광장)로 안내된다.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극찬했던 곳이라고 했다지만, 유럽의 여러 국가들을 여행한 관광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특별한 유형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그랑플라스에는 `나홀로` 사진 한 장 찍기가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들이 1년 내내 붐빈다. 그 비결은 사소한 것에도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 벨기에인들의 관광산업화에 대한 노력의 결실이지 싶다. 대광장 크기가 동서 110m, 남북 70m 규모를 고려하면 그랑플라스라는 명칭 자체부터가 어울리지 않다. 물론, 96m의 첨탑이 높이 솟은 시청사를 중심으로 왕의 집, 길드 하우스 등 고딕과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로 둘러싸여 유럽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17세기 후반 프랑스의 침입으로 과거 건물이 대부분 파괴돼 다른 유럽지역과 비교할 때 오래된 건물로 관광객들의 시선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한계를 스토리텔링으로 극복했다. 초라하지만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기거하며 공산당 선언문을 기초했던 집이라거나, 이 두 사람이 토론을 했다는 음식점, 빅토르 위고가 살았던 집 등이 그랑플라스의 자랑거리다. 그랑플라스의 약 60㎝의 작은 청동상인 ‘오줌누는 소년’은 세계 각국의 민속 의상들을 입히는 퍼포먼스를 통해 세계적 관광상품이 됐다. 1960년대 우리의 한복도 이 동상에 입혀져 화제가 됐다.군산지역 한 사회단체가 내초도 공원의 명칭을 최치원 탄생공원으로 개명해야 한다는 세미나를 마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새만금에 ‘최치원’이라는 문화콘텐츠를 입혀 관광자원화해야 한다는 배경에서다. 신라 대문장가였던 고운 최치원과 군산에 얽힌 이야기는 설화로만 전해지고 있어 구체적으로 실증하기는 힘들다. 고운의 아버지가 옥구에서 살 때 고운이 태어난 것이며, 정읍 태인 태수를 역임했다는 설화들을 토대로 스토리텔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고운이 중국 당나라에서 벼슬하며 황소(黃巢)를 치기 위해 지었다는 토황소격문은 중국 요우커들에게 관심을 끌 법하다. 장자도 무녀도 신시도에 고운 관련 다양한 조형물을 만들고 고운에 관한 설화들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을 경우, 최연성 군산대 교수의 주장처럼 무미건조한 자연공원이 새로운 역사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벨기에의 그랑플라스가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적 관광명소의 하나가 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6.07 23:02

협업의 조건

2012년 서울에서 열린 한국공예 트렌드페어의 주제는 ‘재발견, 공예와 지역성’이었다. 지역의 특성을 보여주는 공예의 변신은 흥미로웠다. 그 중 주목받는 코너가 있었다. 전통공예를 마을단위로 계승하고 발전시켜가는 일본 몇몇 도시들의 ‘자생적 공방’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였다. 지역성과 공예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의 모델은 그 자체로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으나 부러운 것은 따로 있었다. 전통공예 기반이 되는 하부구조의 자생력과 장인들과 디자이너의 협업이다. 돌아보면 우리나라의 전통공예, 지역공예는 힘을 잃은 지 오래다. 분야에 따라서는 전통의 맥이 단절되어 그것의 부활을 기대하는 일조차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지역공예를 살리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한 시도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지역 장인들과 디자이너들의 협업이다. 디자이너와 지역 장인의 협업은 장점이 많다. 지역 장인들은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으며 그 기술이 갖고 있는 오리지널리티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발휘한다. 그러나 장인들은 동시대의 감각을 반영하는데 서투르다. 숙련된 감각은 있으나 감각이 부족한 장인들과 시대를 읽는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은 우성 결합의 결실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폐단이다. 전통공예의 협업은 사람과 사람의 결합이다. 재능의 결합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의 결합이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디자이너의 역할을 장인들이 앞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청소를 하고 치워주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디자인을 주고 제작에만 장인들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경계다. 그런 경우 십중팔구 장인의 존재는 미약해지고 애초의 목표인 공예 대중화도 길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공예의 재발견’을 기획했던 한국전통문화대학 최공호 교수도 ‘이런 협업이라면 허위적인 예술가 의식을 좇아가는 통로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산업화가 화두가 된 시대에서 전통공예가 갈 길은 험난하다. 협업으로 새로운 가치를 찾는 다해도 수공예적인 과정을 포기할 수 없는 전통공예의 산업화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통공예로 지역을 성장시킨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 정점에는 ‘협업’의 미덕이 있다. 서로 다른 영역의 힘이 더해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협업의 성공이 서로 다른 영역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바탕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6.03 23:02

바둑 블루칩 백산중

강원도에서 엊그제 폐막한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전북선수단은 금메달 21개 등 81개의 메달을 획득, 종합 11위의 성적을 거뒀다. 작년보다 2계단 올랐다. 유도와 바둑, 요트, 양궁 등에서 선전해 거둔 값진 성과다. 특히 유도에서 무려 12개(금 6, 동 6)의 메달이 쏟아지면서 선수단 사기를 끌어올렸다. 체전 총평에서 매번 나오는 지적이지만, 10위권 진입을 위해서는 선수층을 보완하고,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 지원을 늘리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이번 소년체전에서 눈에 띄는 종목은 단연 12개의 메달을 확보한 유도다. 또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소년체전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바둑 단체전에서 초대 챔프에 오른 후 이번 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한 부안 백산중학교 바둑팀도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1승4패를 거두면서 세계적 관심을 끌어 모은 스포츠가 바로 바둑 아닌가.백산중 바둑팀은 창단 역사가 일천하지만 최근 좋은 성적을 내놓고 있는 떠오르는 블루칩이다. 바둑 육성에 나선 백산중학교는 바둑부 공식 창단식도 갖지 않았을 만큼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백산중 바둑팀은 지난해 제주도 소년체전에 전국 유일의 단일팀(타시도는 연합팀 구성)으로 출전,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4개의 금메달이 걸린 바둑에서 서울이 3개를 가져가고, 변두리 농촌학교인 백산중이 1개를 획득한 것이다. 덕분에 백산중학교 바둑부 공식 창단식이 2015년 9월16일 열렸다. (사)대한바둑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사업으로 진행하는 바둑부 창단지원사업에 선정된 덕분이다. 김종규 부안군수, 이한홍 부안교육장이 참석해 격려했다. 9명의 남녀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선전을 다짐했다. 그리고 바둑부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백산중 바둑은 2년 전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한국기원의 첫 지역영재 프로기사 입단대회에서 김영도군(당시 2년)이 대구 선수를 199수만에 불계승으로 제압하며 지역영재 프로기사 입단 1호 기록을 세운 것이다. 지난해 입단대회에서는 백산중 선수 4명이 8강에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켰고, 김민규군(당시 1년)이 같은 학교 선배를 꺾고 프로기사 입단에 성공했다. 내년 체전 3연패가 기대된다. 부안은 조남철 국수의 고향이다. 그 부안의 백산중이 신흥 바둑 명문으로 급부상했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6.02 23:02

20대 국회에 거는 기대

제20대 국회의원 임기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됐다. 야권의 분화로 전북 정치권의 주도세력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전면 교체된 가운데 새로운 국회가 열렸다. 도내 국회의원 수는 10명으로 19대 때보다 1석이 줄어들었지만 초선 의원이 7명에 달했던 19대 때와는 달리 4선 2명, 3선 2명, 재선 1명 등 중진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중량감을 더했다. 정당별 의석도 그동안 민주당 일색에서 국민의당 7명, 더불어민주당 2명, 새누리당 1명 등 여야가 고루 포진해 정치적 시너지가 기대된다.여기에 전북출신 출향인사 25명이 이번 20대 국회에 입성해 중앙 정치무대에서 전북인 맨파워도 구축하게 됐다. 특히 전북출신 국회의원들이 당직 뿐만 아니라 국회직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진안출신 정세균 의원과 익산출신 이석현 의원이 국회의장 물망에 오르고 있고 익산을 조배숙 의원이 국회 부의장에, 정읍고창 유성엽 의원과 익산갑 이춘석 의원 정읍출신 김현미 의원 등이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이처럼 전북 정치의 중흥기를 맞게 된 것은 180만 도민들과 500만 출향 전북인들이 똘똘 뭉친 결과다. 그동안 1당 독주의 폐단을 막고 정치권이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전북발전을 위해 제 역할을 해달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또 지역현안과 이슈에 대해선 옹골찬 목소리를 내면서 당당히 전북 몫을 챙기라는 명령이기도 하다.그 첫 사례로 전북도 현안 법안이었던 탄소소재 융복합기술개발 및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의미가 있다. 비록 19대 국회 임기 말이었지만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과 새누리당 당선자가 서로 공조를 통해 일궈 낸 협치의 성과물이다. 하지만 3당이 서로 치적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아직 해결해야 할 전북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성급한 내 공(功)다툼은 조급증이 아닐 수 없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 무산에 따른 대응책을 비롯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 수서발 KTX전라선 증편 등 전북 정치권이 풀어야할 현안들이 수두룩하다. 또한 전북발전을 견인할 새로운 성장동력과 희망도 만들어가야 한다.이제 20대 국회가 새롭게 개막됐다. 지난 4.13 총선을 통해 뽑힌 도내 10명의 선량(選良)들은 유권자들의 준엄한 뜻을 저마다 뼈에 새겼을 것이다. 4년 임기동안 그 마음과 다짐으로 오직 도민만 바라보고 전북을 위해 헌신하는 선량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6.01 23:02

교복과 명찰

얼마 전 고교 동창회 밴드에서 졸업기념 모임 관련 이벤트를 공모했다. 그 중 교복을 입고 고교 때 수학여행지를 다시 한 번 가자는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당시의 교복을 지금까지 갖고 있는 경우가 드물 뿐더러 나이든 사람들이 교복을 입고 나들이에 나선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마는 30여년 전의 모습을 상상한 것만으로 즐거웠다. 몇 년 전 전주지역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했던 어떤 분은 교복을 입고 선거운동을 펼쳐 화제가 됐다. 당선에 교복 효과가 있었는지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 자체로 유권자들의 옛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렇게 교복은 나이든 어른들에게 향수며 추억이다.1980년대 초의 학교 민주화는 교복과 두발 자유화가 화두였다. 사회 전반의 민주화운동 바람을 타고 중고교마다 교복과 두발 자유화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 김옥길 문교부 장관이 1980년 1월 교복의 색상과 디자인을 학교장 재량에 맡긴다는 지침이 나왔으나 학교 현장에서는 이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982년 1월 문교부가 발표한 교복자율화 조치에 따라 신학기부터 시범 실시된 후 다음해 신입생부터 중고교 자유복 등교가 전면 시행됐다.민주화운동 속에 탄생한 교복자율화 조치 이후 여학생들이 바지만 즐겨 입는다 해서 치마입는 날을 정하는 등의 웃지못할 일들이 뒤따랐다. 학생 일탈이 많아졌다는 등의 뉴스로 교복자율화 논란이 계속됐다. 이에 2년여만에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교복을 입거나 자유복을 입도록 하는 보완조치를 내놓으며 대부분 학교들이 다시 교복으로 돌아갔다.그런 와중에도 교복에 붙인 명찰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던 것 같다. 교복에는 으레 사각모형의 명찰이 붙어야 되는 것으로 알았다. 전북교육청이 교복에 명찰을 고정식으로 붙이는 관행이 학생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일선 학교에 이를 자제하도록 권고했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9년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보호와 기본적 인권보장을 근거로 고정식 명찰 부착을 시정할 것을 권고한 사항이다. 전북지역 중고교의 39%가 이미 명찰 붙이기 자체를 없앴는 데도 학생과 명찰을 떼어놓는다는 게 익숙하지 않다. 학생인권 성장의 상징이라면 기성세대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게 무슨 대수겠나.교복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중년 세대들이 교복을 그리운 추억으로 떠올리는 것처럼, 교복의 명찰을 그리워하는 세대가 나올지 모르겠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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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6.05.31 23:02

새 깃발

413 총선이 절묘했다. 황금분할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일당 독주체제에 취해 있던 더민주당을 따끔하게 혼 내줬다. 그간 20년간이나 지역 정서의 높은 벽에 가려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했던 새누리에 기회를 안겼다. 도민들은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모처럼만에 선택을 잘했다. 혼낼 것은 따끔하게 혼내주고 열심히 하겠다는 새누리당 한테는 기회를 잘줬다. 도민들은 국민의당이 썩 마음에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더민주당의 대안이라는 믿음으로 7석을 주었다. 7대 2대 1. 의미 심장한 비율이다. 국민의당에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더민주당 한테는 절치부심(切齒腐心)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새누리당 한테는 열심히 잘하면 더 밀어주겠다는 신호를 보냈다.전북은 지역발전을 가져올 물실호기(勿失好機)를 맞았다. 19대까지만 해도 더민주당이 단독으로 지역을 이끌다 보니까 자만심에 빠져 국가예산 확보는 물론 많은 부분에서 전북 몫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20대는 3각 경쟁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에 서로가 지역발전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쳐 나갈 것이다. 도 당국도 예전에는 의지할 곳이 더민주당 한곳이었지만 지금부터는 국민의당 새누리당까지 3곳이나 있어 송하진 도지사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지게 됐다. 특히 새누리당 정운천 당선자가 적극적으로 국가예산이나 현안문제를 챙길 전망이어서 더 힘을 얻을 것이다. 송지사도 당적이 더민주당이지만 도정을 3각 협치(協治) 방식으로 운영해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선거를 통해 전북 발전의 전기는 일단 마련됐으나 아직도 지역내 리더 그룹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게 문제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 만큼 기득권 세력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내려 놓을 일이 있으면 과감하게 내려 놓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소통이 잘돼 지역이 발전한다. 그간 지역사회가 특정단체와 집단을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까 동력이 떨어져 축 처진 느낌을 받아왔다. 농업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대외 교류가 활발하지 못한 점이 악재였다. 나이가 벼슬이란 말이 있지만 60살 넘어도 물당번도 제대로 못하는 사회라면 문제가 있는 것. 고령사회로 갈수록 지역내 리더그룹의 나이가 많아진다. 80세가 넘어도 4050대 못지 않은 열정과 정열을 가진 분이 있는 반면 젊은이들이 오히려 나이 드신 어른들 흉내나 내는 사람도 있다.어른들은 젊은피가 대거 수혈되도록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계모임 마냥 진입장벽을 높게 쳐서 끼리끼리 해 먹으려고 한다는 인상을 풍겨선 곤란하다. 지금은 통섭과 융합의 시대인 만큼 어른들은 경륜을 바탕으로 젊은층을 밀어줘 젊은층이 에너지를 역동적으로 분출토록 해야 한다. 총선을 통해 새로운 정치질서가 형성됐기 때문에 노 장 청이 조화를 이루도록 그에 걸맞는 내적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젠 낡은 깃발은 내리고 새로운 깃발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애향(愛鄕)도 잘된다.백성일 상무이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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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6.05.30 23:02

계남 정미소의 부활

진안군 마령면 계서리 계남마을의 오래된 정미소가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것은 2006년 봄이었다. 농촌의 정미소들이 그렇듯이 계남정미소 역시 제 기능을 포기하고 문을 닫은 지 1년. 2004년부터 전국에 있는 정미소를 찾아다니며 5백여 곳을 기록으로 담은 사진작가 김지연 관장의 열정이 이곳에 닿았다. 오래된 정미소의 외형은 남루했으나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라 이름 붙인 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은 화려(?)했다.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는 일을 도심도 아닌 농촌의 외진 곳에서 일구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때로는 사적인 기억이 때로는 공적인 기억이 기획전시를 통해 교차되며 관객들을 만났다. 오래된 공간의 새로운 변신은 전국적으로도 주목을 받아 이름을 널리 알렸다. 공간을 만들고 운영했던 김관장은 전주에서 마령을 오가며 꼭 여섯해동안 공동체 박물관을 지키고 일으켰다. 그러나 모든 과정을 김 관장 혼자 감당해야하는 고단함이 쌓이면서 새로운 출구가 필요했다. 다양한 통로를 모색하고, 개인적 역량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위해 사립박물관 등록을 추진했지만 공간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기존의 박물관 시설과 기능에 맞추어야하는 현실적 벽은 너무 높았다. 운영과 관리, 기획과 자료수집, 전시에 관한 모든 일을 혼자서 해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가중되는 부담. 2012년 9월, 결국 계남정미소는 빗장을 걸었다. 잠정적 휴관을 내세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김관장은 우연한 기회에 전주 서학동에 사진 전문 갤러리를 새롭게 열었다. 역시 혼자의 힘으로 이어가는 고단한 작업이었지만, 사진가와 예술인들이 김관장의 외로운 투쟁에 힘을 더했다. 그러나 역시 김관장의 무거운 짐은 휴관상태로 놓여있는 계남정미소였다.지난 21일, 반가운 메일이 왔다. 2012년 9월30일 잠정적인 휴관에 들어갔던 계남정미소의 재개관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가 신진작가들의 꿈을 깨워 벌인 일이란다.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그 명맥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김관장의 바람이 닿은 셈이다.솔직히 저는 고맙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일시적인 행사는 아닐까, 혹은 계남정미소라는 정체성에 맞는 일일까. 그러나 꺼져가는 불씨를 살린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하는 나의 생각을 한 번에 날리는 젊은 기백과 열정이 꽃피울 것으로 기대합니다.계남정미소의 부활이 반갑다. 이제 지역사회의 관심으로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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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05.27 23:02

성추행 사건

옛날 다방 풍경. 말쑥한 옷차림에 나이 지긋한 신사나, 동네 주먹이나 제비같은 치 등이 여종업원을 향해 음담패설을 하며 수작 걸거나, 급기야 손바닥으로 여성의 엉덩이 등 신체부위를 치거나 쓰다듬는다. 커피를 한 잔이라도 팔아야 하는 여종업원은 얼굴을 찌푸리거나 혹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맞장구치며 웃어넘긴다. 이런 풍경은 술집, 공장, 사무실 등 곳곳에서 벌어졌다. 여성은 을이고, 성적 노리개 대상 정도로 치부되는 경향이었다. 상당한 남성들의 머릿속에 그런 인식이 팽배한 탓에 여성이 있든 없든 남성들의 음담패설은 자리를 부드럽게 하는 기름칠로 치부되기도 했다.사회적 약자 여성들은 불특정 남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도 그저 입술 질끈 깨물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 손가락질이 두려워, 너무 치욕스러워, 부끄러워 차라리 감추고 사는 것이 피해 사실을 밝히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보다 백 번 낫다고 여겼다.그런 과거 사회의 경향은 피해 여성들의 고통을 양산했고, 뜻있는 인권운동가, 지식인 등을 분노케 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고 했는데 동등한 양성 중 하나인 여성이 언제까지 남성의 추근댐, 추행, 폭력을 참고 견뎌야 한단 말인가. 그런 사회 분위기가 성숙하면서 결국 1994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특수강도강간, 특수강간, 장애인에 대한 강간, 강간치사상, 강간살인,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등 성폭력과 관련된 처벌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이후 처벌법의 변화가 있었다. 2011년부터 기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폐지됐다. 여성가족부의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법무부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분할, 시행되었다. 더불어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방지법을 한층 강화한 성매매특별법이 2004년 제정되는 등 각종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장치들이 강화되어 왔다. 성폭력범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화됐고, 전자발찌 착용과 신상정보 공개까지 시행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는 전북에서 터진 김부남 사건, 대명동 화재사건 등도 크게 작용했다.이를 비웃기나 하듯 박희태 등 정치인들은 물론, 교수와 공무원, 군장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성추행 사건이 끊임없다. 이번에는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의 카페 여종업원 성추행 사건이 터졌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5.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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