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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실종

정부가 지난 13일 전격 발표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THAD·사드) 배치지역은 경상북도 성주군이다. ‘성주 참외’의 고장 성주는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15일 황교안 총리가 성주를 방문했지만 트랙터를 동원한 시위 군중 속에 갇혀 옴짝 달싹 못하다가 겨우 빠져나가는 큰 곤욕을 치렀다. 이후 황 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박대통령도 의지를 굽힐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다만 성주 군민들의 마음을 안정시킬 지원책을 찾고 있다고 한다. 또 황총리를 고립시킨 성주 시위 당시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주 군민들의 ‘사드배치 불가’ 시위는 정부가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마치 전시 군사작전 하듯이, 해당 주민들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사드 성주 배치’를 전격 발표한 데 따른 당연한 반발이다. 정부는 성주 군민의 처지를 잘 살펴야 한다. 처음 사드 한반도 배치는 논란거리에 그치는 듯 했다. 중국의 반발이 워낙 거셀 것으로 예상됐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실리적인 중거리 외교가 필요한 한국 입장에서 긴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무기를 굳이 배치할 필요도 없다는 의견이 국민들 사이에 많았다. 하지만 1년전부터 미 국방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검토’ ‘한반도 사드 배치 논의 필요’ 등 언급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북한이 문제였다.북한은 핵실험과 더불어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 기술을 뽐냈다. 실제로 북한은 사거리 500㎞ 전후의 스커드 미사일을 비롯해 노동, 광명성, SLBM 등 강력한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는 무력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사드 성주 배치 확정을 겨냥, 황해도 미사일기지에서 3발의 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했다. 언제든 미사일을 날려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북한의 무력도발이 잦을수록 안보 수위는 높아질 것이고, 결국 사드 성주 배치는 불변할 것이다. 이런 경우는 낯설지 않다. 20년 전 새만금 갯벌 매립 갈등, 10년 전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갈등, 5년 전 35사단 임실이전 갈등이 컸고, 최근에는 항공대 이전 갈등이 첨예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주민 의견수렴 없이 정부나 지자체 일방결정 때문에 갈등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소통을 강조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 소통은 없었고, 주민은 답답하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7.21 23:02

효도계약서

최근 부모가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이른바 ‘효도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말 대법원에서 효도 계약을 어긴 아들에게 70대 부친이 증여한 재산을 반납하라는 판결이 나온 뒤 두드러지고 있는 사회 현상이다.현행 민법에서는 한번 자식에게 증여한 재산은 돌려받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아버지는 자신이 살던 집과 주식을 아들에게 물려주면서 ‘한집에 살며 충실히 봉양한다’는 각서를 받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재산 증여는 없던 일로 한다는 내용을 명기한 덕분에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아들을 상대로 승소했다.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6월말까지 작성한 효도 계약서는 모두 32건으로 이 가운데 ‘정기적으로 부모를 만나러 와야 한다’는 방문 의무조항을 담은 계약이 28건에 달했다. 그 다음이 ‘큰 병 걸리면 병원비 내라’ 등 비상시 목돈 지급, 매달 정기적인 용돈 지급, 물려준 재산의 수익에서 생활비 지급 등 이었다.중국 상하이에서는 지난 5월부터 강제적인 효도법을 시행하고 있다. 연로한 부모를 찾아보지 않으면 나쁜 신용등급을 부과하거나 주택 구입이나 도서관 출입증 발급 때에도 불이익을 준다. 또 불효자식에 대해선 부모가 고소할 수 있도록 했다. 베이징시와 광둥성 장쑤성 등도 지난 2013년부터 노인권익보호법을 제정해 부모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자식들을 고소하거나 정부에 중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우리도 지난 19대 국회 때 불효자 방지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우리 민법 556조에는 증여를 계약한 상태에서 (부모에게) 범죄 행위를 하거나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민법 558조에서는 이미 증여를 이행한 때는 취소할 수 없다고 못 박아 조건부 증여 같은 효도 계약서가 없으면 소송을 해도 불효자에게 한번 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다. 때문에 19대 국회에서 부모를 잘 모시는 자녀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경감해주는 반면 자식이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증여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불효자 방지법을 제안했지만 법사위 심의도 못한 채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부모와 자식은 천륜(天倫)이며 효는 백행(百行)의 근본이다. 그럼에도 부자간에 효도 계약서를 써야하는 세태가 너무 서글픈 현실이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 하지만 자녀에게 하는 것에 십분의 일이라도 부모에게 한다면 모두 효자 효녀가 될 것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7.20 23:02

'론리 플래닛'이 주목한 전주

브래들리 쿠퍼 주연의 영화 ‘더 셰프’는 음식을 소재로 한 그저 그런 통속적 영화다. 괴팍한 성격 탓에 일자리를 잃고 긴 슬럼프에 빠진 ‘미슐랭 2스타’인 프랑스 최고의 셰프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미슐랭 3스타’에 대한 도전하는 과정을 그렸다. 스토리와 상관없이 ‘미슐랭’이 과연 어떤 권위를 갖고 있기에 최고 셰프들도 그 평가에 목을 맸을까. ‘미슐랭’은 100년의 세월 동안 엄격성과 정보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미식가들의 성서’로 권위를 자랑한다. 식당 및 호텔을 평가하는 전담요원이 평범한 손님으로 가장해 한 식당을 1년 동안 5∼6차례 방문, 직접 시음·시식하여 객관적인 평가로 별을 준다. 음식맛·가격·분위기·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별 하나는 요리가 특별히 훌륭한 집, 별 둘은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갈만한 집, 별 셋은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집 등으로 등급이 매겨진다. 2011년 발간된 <미슐랭 가이드 한국편>에서 전주 한옥마을이 ‘꼭 가봐야 할 한국여행지 23선’에 포함되기도 했다. ‘미슐랭’이 미식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가이드라면, ‘론리 플래닛’은 세계적인 여행가이드북으로 권위를 자랑한다.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은 특히 배낭여행이나 저예산 여행자들의 바이블로 통할 만큼 인기가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의 언어로 수백 종의 여행 가이드북을 발행하고 있고, 해당 인터넷사이트 방문자가 하루 300만명에 달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아시아로 진출하면서 현재 한국어판도 발행되고 있다. 각국의 도시들이 여행 상품을 자랑할 때 ‘론리 플래닛’에 소개됐다고 내세우는 것에서 이 매거진의 힘을 느끼게 한다.론리 플래닛은 ‘2009년 세계 최악의 도시 톱9’에 서울을 톱3에 올려놓으며 국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이 잡지는 “형편없이 반복적으로 뻗은 도로들과 소련식의 콘크리트 아파트 건물들, 심각한 환경오염 속에 마음도 없고 영혼도 없다”고 서울을 악평했다. 그런 론리 플래닛이 최근 발표한 ‘1년 안에 가봐야 할 아시아의 10대 명소’에 전주를 포함시켰다. 10선에 포함된 일본 홋카이도, 중국 상해 등과 전주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여행작가들이 직접 아시아 각국의 여행지를 둘러본 뒤 이를 토대로 선정한 결과라고 한다. 론리 플래닛이 전주를 주목했다는 것만으로 자랑거리일 수 있다. 전주에 대해 더 많은 애정과 자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7.19 23:02

잘못된 도의회

6대 도의회 후반부 임기가 시작됐다. 예전과 달리 해를 거듭할수록 도의원들의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 상임위원회에서 어떻게 질의할 것인가를 놓고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의원이 늘었다는 것. 요즘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지식 수명도 길지 않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하거나 연찬활동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과거에는 도의원이랍시고 맛집과 술집을 돌며, 간부 공무원 한테 전화를 걸어 술을 사거나 접대토록 은연중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산하기관 한테도 똑 같았다. 때로는 도의 지휘 감독을 받는 업체 한테도 갑질을 해왔다. 정작 의원들은 그렇게 하는 게 윤리강령을 위배하는 줄도 미처 몰랐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같았지만 그게 엊그제 같은 이야기다.그간 도의원 가운데는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으로 진출한 사람이 있다. 열심히 한데다 정치적 운이 따른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후반부 도의회 원구성하는 과정을 보면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절로 난다. 다수결 원리는 존중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민심을 외면한 다수결은 생각할 여지가 많다. 지난 4·13 선거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곤란하겠지만 도의회에서 다수당 더민주의 횡포가 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38명 의원 중 더민주 소속이 28석으로 제1당을 차지하지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8석까지 독차지한 것은 협치(協治)를 무시한 다수당 횡포로 밖에 이해가 안간다.국회의 원구성 방식을 존중하고 따랐어야 옳았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국회는 협치를 이뤄내지 않았던가. 이 문제는 감정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었다. 의회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다. 이걸 무시하고 더민주당이 독식했다는 것은 여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지금은 각 당마다 치열하게 정책경쟁을 해야 한다. 그래야 도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 그렇지않고 다수당이 다수결원리만 갖고 도의회를 운영해 나간다면 도민들의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 도의회가 지난 4·13 선거 결과를 존중했어야 했다. 그 속에 민의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에 그랬다. 지난 전북 총선서 더민주당을 외면하고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켰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민주당에 대해 자만하지 말고 자숙하라는 경고였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많이 빠지긴 했으나 전북에서는 7석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제1당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올 가을께부터 야권통합이 화두로 부각될 것이다. 여소야대 정국 상황하에서 정권교체의 기회를 놓치면 천추의 한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의정활동 하면서 더민주당은 감정의 앙금을 씻고 국민의당 도의원을 보듬어줘야 한다. 더민주당이 속좁게 하면 당 지지율은 떨어지게 돼 있다. 의장부터 큰 정치를 위해 밀알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7.18 23:02

농악으로 새 옷 입은 '도리화가'

‘스물네 번 바람 불어 만화방창 봄이 되니 귀경 가세 귀경 가세 도리화 귀경 가세 도화는 곱게 불고 흼도 흴샤 외얏꽃이’로 시작하는 〈도리화가(桃梨花歌)〉는 동리 신재효가 자신의 애제자 진채선에게 지어준 단가다. 조선국악사를 바로 세운 신재효는 고창에서 살면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춘향가〉를 비롯한 판소리 여섯 바탕 사설을 정리하고 14편에 이르는 단가를 만들어냈는데 그 단가 중 하나가 〈도리화가〉다.그는 자신의 타고난 음악적 능력을 견지하며 수많은 소리꾼을 사귀었고 그들을 지원하는 일에 앞장섰다. 고창 관아의 호장을 지낸 그는 이미 나이 40에 1천석 이상을 거두어들일 정도로 재산가였다. 이 재산을 그는 소리꾼들을 비롯한 광대들을 위해 썼다. 당대에 활동했던 소리꾼 중 명창으로 대접받는 소리꾼은 물론이거니와 이런저런 소리꾼들이 인연을 맺어 그의 문하를 거쳤다. 진채선은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아꼈던 제자다.무장의 아전 출신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할머니가 세습당골이었던 진채선은 당골 내림을 배우러 다니는 어머니를 따라 다니며 어깨너머로 소리를 익혔다. 그러다가 소리꾼들을 길러낸다는 신재효의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살짝 얼굴이 얽었지만, 미모가 빼어나고 소리가 고왔던 진채선은 신재효의 사랑을 받아 그의 집에서 기거하며 판소리를 배웠다. 당대의 명창 김세종으로부터 소리를 배우게 한 신재효는 진채선을 최초의 여자 명창으로 키우고 싶었다. 당시 경복궁 중수에 맞춰 전국의 광대들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채선을 한양으로 올려보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신재효가 직접 지어준 단가를 부른 진채선은 대원군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 한양에서 지내게 됐다. 채선이 대원군의 사랑을 받는 동안 신재효는 제자를 향한 그리움이 깊어져 결국 병까지 얻게 됐다. 그 마음을 담아 채선에게 보낸 단가가 〈도리화가〉다.스승의 제자를 향한 애절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은 〈도리화가〉가 농악의 옷을 입었다. 고창농악보존회가 2016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 작품으로 제작한 무대다. 고창읍성 아름다운 내아 뜰에서 주말마다 공연되고 있는 〈도리화가 귀경 가세〉는 ‘버라이어티 감성 농악’이란 다소 낯선 이름을 달고 있다. 농악을 바탕으로 소리와 탈춤, 인형극까지 다양한 전통연희 요소를 조화시킨 무대는 신명 나면서도 슬프다. 농악으로 그리움을 만나는 경험은 새롭고 흥미로운 일이다. 〈도리화가〉와의 새로운 만남이 반갑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7.15 23:02

대구공항 전북공항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공항을 민·군 통합형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뒤 세상이 떠들썩하다. 그에 따른 최대 수혜자인 대구·경북 민심은 들떴다. 증시에서는 대구공군기지(K2) 이전 수혜 주들이 연일 강세다. 역시 박근혜 정부란 찬사가 들린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2일 기존 ‘K2 이전 추진단’과 ‘신공항 추진단’을 통합한 ‘(가칭)통합 대구공항 이전 추진단’ 구성을 지시했다.TK로서는 새옹지마다.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한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시무룩했다. 그러나 가만있지 않았다. 대구시는 대구공항 존치와 K2 공군기지 이전을 정부에 요구하는 회심의 카드를 꺼냈다. 골칫거리 공군기지 이전 민원을 정부 힘으로 손쉽게 이전하겠다는 속셈이었다. 이 문제와 관련된 정부 관계부처 장관 합동회의는 오는 15일로 예정됐다.이런 움직임에 박 대통령은 광속으로 반응했다. 지난 11일 대구공항 통합 이전을 언급했고, 국토교통부 장관이 확인했다.TK 지역 한 언론은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구병)과 대구시 관계자 등이 청와대 정무수석 등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지역 민심과 K2 이전에 대한 열망을 전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이를 두고 주변에선 박 대통령이 1년 앞으로 닥친 대선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영남권을 방문, 친박 응원 행보를 보인 것과 다를 바 없는 노골적 행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전북으로선 한편 화도 나고, 한편 부러운 TK의 현실이다. 전국에는 김포, 김해, 제주, 대구, 광주, 청주 등 14개의 지방공항이 있다. 전북에도 군산공항이 있지만, 달랑 제주 노선뿐이다. 남으로는 무안공항, 북으로는 청주공항이 국제공항 위상을 갖추고 날로 발전하지만, 군산공항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전북이 20년 가까이 국제공항을 만들겠다고 동분서주했지만, 이제야 여비 타당성도 아닌 사전 타당성 조사 대상이다.정부와 권력의 비협조로 전북은 청주와 무안에 밀리고, 청주공항의 외국 관광객 무비자 체류지역으로 전북을 포함해 주기를 바라고나 있는 신세다. 국제화 시대에 국제공항이 없으니 비즈니스는 물론 관광조차 장애가 심각하다.기획재정부의 내년도 국가예산안 1차 심의 결과가 나왔는데 동학 농민혁명기념공원 사업비 등 현안 예산이 줄줄이 삭감됐다. 박 대통령에게 연결된 줄이 부재한 탓이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7.14 23:02

단체장 배우자 의전

지난 1999년 도청 간부공무원 부인 모임이 구설에 오른 적이 있었다. 당시 친목 도모와 자선 봉사활동 등을 명목으로 주요 국·과장급 이상 간부 공무원 부인들이 매월 모임을 가져왔다. 하지만 모임 후에 전주시내 유명 옷가게로 쇼핑에 나서면서 잡음이 불거졌다. 도지사 사모님이 맘에 들어 하는 옷이 있으면 다음날 관사로 배송을 해야하는데 당시에도 옷값이 수백만원을 호가하기에 부담이 적지 않았던 것. 이에 몇몇 공무원 부인들은 모임에서 빠졌고 남편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 전전긍긍거려야 했다. 그러다 당시 검찰총장 부인의 옷로비사건이 터지면서 도청 공무원 부인들의 옷 쇼핑도 중단됐다.민선자치 이후 단체장 부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체장 부인들이 다음 선거를 의식해 광폭 내조 행보에 나서면서 사모님 수행에 공무원들이 동원되고 단체장 못지않은 의전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수행이나 의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심신은 고달프지만 잘만하면 승진의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군말없이 성심성의껏 보필한다. 실제 전북도나 전주시에서는 사모님 수행을 담당했던 여성 공무원이 고속 승진하는 사례도 있었다.여기에 극히 일부이지만 단체장 부인이 남편의 직위를 이용, 승진 인사와 공사 수주 등 각종 이권에 까지 개입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민선 초기 정읍시에선 시장부인이 승진을 대가로 공무원 6명으로부터 8000만원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당시 돈을 준 공무원 가운데 실제 승진한 사람도 있었지만 시장인 남편은 모르는 일이라고 해서 사법처리를 면했다. 민선 5기 때에는 무주군수 부인이 공사수주를 대가로 업자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가 구속돼 실형을 살기도 했다. 단체장 배우자들의 일탈행위를 보다 못한 행정자치부에서 지난 6월초 ‘지방자치단체장 배우자의 사적행위에 대한 지자체 준수사항’을 마련해 자치단체에 통보했다. 고창 출신으로 전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심덕섭 행자부 지방행정실장이 마련한 배우자 준수사항을 보면 인사 개입이나 사적 해외출장 경비지원 금지, 공용차량 사적이용 금지, 사적인 활동에 공무원 의전활동 금지 등을 명시해 놓고 있다. 여기에 바자회와 봉사활동 등 단체장 배우자의 사적인 행사에 지자체 간부나 간부의 배우자 등을 동원하는 것도 금지했다.앞서 김승수 전주시장은 민선6기 취임 초에 국장급 간부공무원 부인 모임인 ‘명사모’ 활동을 중단시켰고 황정수 무주군수도 군청공무원의 부인 수행을 금지시켰다. 배우자 준수사항 제정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목민관으로서 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7.13 23:02

위기의 복분자

복분자주는 국내 과일주의 대표선수격이다. 대개의 과일주들이 한 때 반짝 인기를 누리다 시들해진 것과 달리 복분자주는 20년 넘게 인기를 구가해왔다. 90년대 중반 고창에서 복분자주가 처음 출시된 후 인기를 몰이를 할 때도 그 인기가 얼마나 갈 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우려와 달리 복분자는 승승장구했다. 정읍과 순창지역으로 확산됐고, 경상도 지역으로까지 넓혀졌다. 과일주 인기가 단명에 그친다는 기존의 관념을 복분자주가 엎었다. 복분자주가 전국적인 명주로 자리를 굳힌 데는 원료의 효능에 대한 믿음이 큰 몫을 했다. 소변줄기에 요강이 뒤집어진다 해서 붙여진 ‘복분자’이름에 술자리를 즐겁게 할 이야기를 입히고, 애주가들이 삼색주 등 다양한 빛깔의 제조법들을 등장시킨 것도 매력이었다. 독특한 향과 감미로운 맛에 비애주가나 여성들도 부담 없이 찾았다.복분자는 농가의 소득원으로서 뿐 아니라 지역 명주로서 자부심을 갖게 했다. 2000년 서울 ASEM(아시아 유럽 정상회의) 연회장 건배주로 고창 복분자주가 채택됐으며, 각종 권위 있는 품평회의 앞자리에 매년 이름을 올렸다. 주류 대기업들이 복분자주 제조에 뛰어들면서 시장을 넓혔다. 캐나다 등지로 수출길을 열며 전통주의 세계화 가능성에 도전했던 과일주도 바로 복분자였다. 과일주의 이정표를 세워온 이 복분자가 올 판로난을 겪는다고 한다. 20년 전 100톤 안팎에 불과했던 복분자 생산량이 올 5000톤에 이를 만큼 매년 증가하면서다. 오디와 블루베리, 블랙베리, 아로니아 등 복분자 대체제들의 생산량이 크게 증가한 것도 복분자에게 위협적 요소다. 복분자 사주기 운동과 자치단체 등의 지원으로 일단 재배농가의 판로난은 넘긴 모양이다. 그러나 과일주 대표선수가 호흡기를 대고 연명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책적 지원과 국민적 인기 속에서 복분자만의 매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술 뿐 아니라 복분자를 활용한 과자 등 여러 제품들이 만들어지긴 했으나 술 이외 제품들은 존재감조차 없다. 시장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복분자의 정체 속에 다른 베리종 생산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복분자 이외의 다른 베리 생산 역시 전북이 중심에 있다. 복분자와 다른 베리종들을 경쟁구도가 아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연계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으면 좋겠다. 지리적 표시제까지 등록된 전북의 자산인 복분자의 새로운 진화가 필요한 때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7.12 23:02

전주음식의 현주소

휴가철로 접어들면서 도내를 찾는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요즘 관광은 예전과 달리 맛집을 찾아 나서는 경우가 많다. 전국이 1일 생활권으로 좁혀지면서 KTX를 이용해서 도내를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KTX가 개통되면서 전주역은 예전과 달리 북적인다. 전주 한옥마을은 젊은이들 사이에 전국적인 명소로 소개되면서 다녀오지 않으면 마치 바보 취급당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파트 문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한류문화의 원류를 찾아 즐기려 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요일 가릴 것 없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새색시 같은 동안 미녀들로 한옥마을이 넘쳐난다. 젊은 남녀들이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면서 장래까지 약속하고 되돌아간다는 것이다.요즘 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볼거리 못지않게 맛있고 특색 있는 음식을 친다. 전북의 음식은 어떨까. 예로부터 맛과 멋의 고장이라고 소개된 전주가 언제부턴가 그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음식 맛과 질까지 저하돼 가고 있다는 것. 한상 차림의 대표적 음식이었던 한정식도 가격 대비로 볼때 수저 젓가락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요즘들어 외지 관광객들에 비해 전주사람들이 전주음식을 잘못하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 외지인들이 음식점을 소개해 달라고 할때 자신있게 업소를 소개해 주기가 겁난다고 말한다. 그 만큼 전주 음식의 맛이 예전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전주 대표 음식하면 비빔밥, 콩나물국밥, 한정식, 백반 등을 꼽지만 자신 있게 소개해줄 만한 업소가 없다는 것이다.관광객들은 음식의 맛을 최고로 치지만 그에 못지않게 업소의 전반적인 환경 위생상태도 살핀다. 그간 언론을 통해 수 없는 맛집이 발굴됐지만 선정기준의 객관성이 떨어져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파워블로거들이 맛집을 올려 놓지만 그것 또한 상업적 냄새가 풍겨 진정한 맛집 찾기가 쉽지 않다.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눈 앞에 다가왔지만 음식은 아직도 아니라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전주만의 특색있는 음식이 개발되지 않으면 관광도시건설도 헛구호로 그칠 공산이 짙다. 전주 한옥마을이 입소문과 매스컴 덕으로 관광객이 찾지만 두번 다시 오지 않겠다거나 권유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만만치 않아 허투루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칠 일이다.각 업소별로 음식맛 개선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 하지만 아직껏 눈에 띄게 개선이 안되고 있다. 술꾼들한테 속풀이 해장국으로 널리 알려진 콩나물국밥과 시래기국밥도 육수에 화학조미료를 너무 많이 사용해 제 맛을 못 내고 있다. 비빔밥도 똑같다. 질 좋은 국산 재료를 사용하거나 참기름만 제대로 써도 감칠맛 나는 맛을 낼 수 있으나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음식은 외지인 보다 현지인의 평가가 중요하다. 음식창의도시답게 모든 업주들이 전주 음식의 옛 명성을 찾는데 동참해 주길 바란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7.11 23:02

인쇄의 역사

종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꼽힌다. 그만큼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이 크다. 종이는 중국 후한의 환관 출신인 채륜에 의해 만들어졌다. <후한서> ‘채륜전’에 “채륜이 나무껍질, 넝마섬유, 포, 어망 등을 사용하여 종이를 만들어 원흥 원년(元興元年, 105년)에 황제에게 바쳤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종이는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에 시작된 셈이다. 채륜이 발명한 종이 만드는 기법은 동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돼 학문과 예술의 발전을 이끌었다. 흥미로운 것은 오늘날의 종이 제조법이 채륜이 발명한 기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종이 제조법은 1000년 무렵 서양으로 전해졌다. 이 시기부터 비로소 서양에서도 기록이 대중들에게까지 전파되었고,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1450년 주조 활자에 의한 활판 인쇄에 성공하면서 금속활자 인쇄술을 통해 기록문화가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인쇄기는 이후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종교개혁과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역사의 대전환을 가져왔다. 사실 금속활자의 발명은 우리나라가 구텐베르크를 훨씬 앞선다. 기록에 의하면 1234년 고려 ‘고금상정예문(古今詳定禮文)’이 금속활자로 제작되었고 1371년에는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 금속활자로 인쇄됐다. ‘직지’는 현재 세계에 남아 있는 금속활자 인쇄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책으로 꼽힌다. 그만큼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임에 틀림없지만, 안타깝게도 인류문화사에 영향력을 미친 것은 역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는 다시 변했다. 종이의 발명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놓았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전자책이 등장하면서 이제 종이책도 사라질 것이란 예견이 더해졌다. 그러나 적어도 종이책은 아직은 유효한 존재다. 종이책을 있게 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역사를 만나는 전시가 전주에서 열리고 있다. 한옥마을의 완판본문화관이 주관하는 ‘구텐베르크 박물관 유물 특별전’이다. 구텐베르크 박물관이 세계 순회 전시로 기획한 것인데, 한국이 그 첫 번째란다. 세계 2대 인쇄 박물관 중 하나인 구텐베르크 박물관은 금속활자를 개발한 구텐베르크를 기념해 1900년에 만들어졌다. 전주 전시에는 중세시대, 구텐베르크 인쇄기로 만든 기록물과 책들이 건너왔다. <예배서: 슈트라스부르크> <그라티아누스: 판결집> <단테신곡>을 비롯, 교육서부터 식물도감까지 중세시대 서적과 유물 70여점이다. 놓치기 아쉬운 귀한 전시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7.08 23:02

노인 울리는 복지행정

요즘 노인들이 받는 기초연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산물이다.2014년 7월부터 실시된 이 제도는 소득인정액을 선정 기준으로 삼는데, 기준액 이하이면 연금을 지급한다. 현재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93만원, 부부가구 148만 8000원이다.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은 소정의 규정에 맞춰 조정된다.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모든 노인에게 월20만 원의 연금을 주겠다고 했던 공약은 결국 세수 부족 등 이유로 크게 후퇴 했지만, 노인 수혜는 개선되는 모양새다.기초연금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내건 공약에서 출발하다보니 선심성 퍼주기 논란이 일었고, 보건복지부와 청와대간 불협화음이 일더니 장관이 사퇴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지난해에는 보건복지부가 전국 3만 8000명의 노인에게 14개월 동안 기초연금이 잘못 지급됐으며, 이를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1인당 100만원에서 200만원대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공무원연금공단 등 특수직역연금기관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검증한 후 내놓은 결과다. 전주에서만 1400명 17억 원에 달한다.내막은 이렇다. 정부가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퇴직일시금을 받은 사람이나 기초노령연금 특례대상자는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공무원연금공단 등에서 정부에 제출된 자료에 문제가 생겼다. 특수직역연금의 과거(1994~2001) 퇴직연금일시금 자료가 퇴직일시금 자료로 제공된 것이다. 이 때문에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 아닌 퇴직공무원 3만8000명에게 매달 기초연금이 지급됐다. 그게 2014년 7월부터 14개월에 달했다. 정부는 이 수백억 원을 환수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기초연금이 절반으로 줄고, 100~200여 만원의 빚을 지게 된 노인들은 발끈하고 있다. 정부가 노인들에게 이럴 수 있냐는 거다.어쨌든, 칼자루 쥔 정부의 환수 조치는 차질이 없을 것 같다. 정부는 환수 대상자에게 지급할 기초연금을 매월 조금씩 지급하거나 전액 상계할 카드를 쥐고 있다. 그렇지만, 일부 노인대상층이라고 하지만, 노인을 우롱해 놓고 사과 한마디 없이 돈만 환수하겠다는 것은 철면피 정부다.이번 사안이 특이하긴 하지만, 노인들 표를 사겠다고 큰소리 치고 세금 박박 긁어대는 정치 권력이 요즘 조용하다. 또 환심사겠다고 나설 용의는 없나 보다. 그러고 보니 대선이 1년 5개월이나 남았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7.07 23:02

노역장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이 집행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51)와 처남 이창석씨(65)에 대한 노역장(勞役場) 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조세포탈 혐의로 각각 벌금 40억원이 확정됐지만 고작 1억4000만원과 5050만원만 납부하고 버티다 전 씨는 미납 벌금 38억6000만원에 대해 2년 8개월(965일), 이 씨는 구속된 기간을 제외한 34억2950만원에 대해 2년 4개월(857일)간 노역장에 처해졌다. 하지만 이들의 노역장을 일당(日當)으로 환산하면 무려 400만원에 달하자 ‘황제 노역’ ‘귀족 노역’이라는 성토가 무성하다.더욱이 전재용씨는 전두환씨 추징금 환수 전에 600억원 대에 달하는 자산가였는데도 1년 가까이 버티면서 벌금을 내지 않은 채 일당 400만원의 노역으로 대신하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취업난에 시름이 깊은 청년층에선 노역장 알바에 나서겠다고 하는가하면 일각에선 아버지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고 비아냥댄다. 일부에선 죄도 지으려면 크게 지어야 혜택을 본다며 법치주의의 모순을 꼬집기도 했다.황제 노역 논란은 지난 2014년 3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일당 5억원짜리 노역장에 처해지면서 불거졌다. 국민 여론이 들끓자 그동안 법원 맘대로 정하던 환형유치제도를 고쳤다. 형법 제70조에 벌금액 1억~5억원은 300일 이상, 5억~50억원은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은 1000일 이상을 유치 기간으로 정했다. 그러나 형법 69조에 노역 유치일은 최장 3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면서 이 같은 황당한 노역장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벌금 낼 돈이 없는 서민들의 경우 하루 노역장 일당이 10만원인 반면 횡령이나 세금포탈 등 악질 범죄자들이 하루 수백만원, 수천만원씩 탕감 받는 것은 형평성 문제 뿐만 아니라 법 정의에도 맞지 않다.법조계에선 현재 징역형이 3년 이상의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만큼 징역형보다 처벌이 가벼운 벌금형으로 3년 이상 노역장을 처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만약 노역장 상한 기간을 없애면 무기징역을 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중한 범죄를 저지른 범법자일수록 더 혜택을 본다면 이 또한 더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는 것처럼 벌금 미납자에 대한 처벌도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법의 허점이 있는데도 그냥 놓아둔다면 누가 제대로 법을 지키겠는가. 벌금형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려면 노역장 유치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래야 엄정한 법의 정의가 실현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7.06 23:02

한옥마을 금연지대

예술원 종신회원을 지낸 시인 오상순(1894~1963)은 호가 공초일 정도로 헤비스모커였다. 공초는 내가 싫어하는 글자가 금연이라는 두 글자다. 이 두 글자를 볼 때는 무슨 송충이나 독사를 본 것 같이 소름이 끼친다고 했을 정도다. 결혼식 주례를 보면서도 담뱃불을 끄지 않았고, 하루에 보통 180여 개비의 담배를 피웠다는 공초가 오늘을 산다면 흡연 과태료에 허리가 휘었을 것이다.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공초 이야기 같지만, 흡연을 절대 악으로 여기게 된 것은 10여 년 남짓일 뿐이다. 대학 교수들이 강의를 하면서 담배를 피우던 모습도 아주 먼 옛날의 풍경은 아니다. 흡연율 통계조사가 처음 실시됐던 1998년 19세 이상 남성의 흡연율은 66.3%에 달했다. 이런 흡연율이 꾸준한 감소 추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39.1%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흡연율이 OECD 국가 중 3번째로 높단다.담배의 유해성은 이미 의학적으로 규명됐다. 오죽하면 담배가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발암물질이라고 할까. 지갑을 축 내며 몸을 병들게 하고, 사회적으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으면서까지 담배를 끊지 못하는 흡연가들만 바보다. 그 점에서 필자도 바보다. 그러나 억울한 측면도 있다. 금연전도사로 불리는 박재갑 전 국립암센터장은 담배가 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개인의 의지로 끊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그래서 담뱃값을 적당히 올리는 것은 국가의 재정적 측면을 고려한 때문이지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보았다. 담배를 마약처럼 금지하지 않는 게 국가의 직무유기라고 역설한다. 그 속에서 흡연자들만 선량(?)한 바보가 되고 있는 셈이다.전주시가 한옥마을 전역을 금연구역으로 정해 지난 1일부터 단속에 들어갔다. 한옥마을이 전주 관광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굳이 한옥마을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묶어 다른 지역과 별나게 단속해야 하는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세계 유명 관광지에서 통째로 흡연을 막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흡연자를 위한 최소한의 탈출구를 마련해주는 게 관광서비스다. 흡연자에게 최소한의 공간도 허락하지 않는, 담배 청정구역이라도 선포하려는 것인가. 아직도 흡연율이 39%라지 않는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적 실효를 위해 관광지인 한옥마을이 그 대상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금연정책의 선봉에 서려면 한옥마을 관광객으로 흡연자를 받아들지 않는다는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7.05 23:02

이심전심

지난달 30일 서울 한복판에서 전북 출신 정치인들이 모처럼만에 만나 고향발전을 위해 의기투합하기로 결의를 다졌다. 소공동 롯데호텔 37층에서 가진 ‘전북 출신 제20대 국회의원 당선 축하연’자리에서 참석자 전원은 “지역 정당을 떠나 고향발전을 견인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정읍이 시댁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추미애·유승희의원을 포함하면 범 전북 출신 국회의원이 35명이다. 그 중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김종인 대표를 비롯 여야 의원 23명이 참석했다. 고향사랑이 유별난 진안 출신 한승헌 전 감사원장도 인사를 통해 “이제 입신했으니 고향발전을 위해 헌신하라”고 주문했다. 송하진 지사는 이제야 전북발전을 위해 진정한 원군을 얻은듯 “적극 의원님들을 찾아 나서겠다”고 화답했다.지난 19대 때도 이같은 자리가 마련됐지만 이날처럼 시종 화기애애 하지는 않았다. 도내에서 일당구도가 깨지면서 3당 경쟁구도가 만들어진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정도였다. 3당 협치(協治)만 잘 되면 전북은 모든 면에서 잘될 수 있다. 송지사가 그간 중앙정치무대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집권여당과의 소통문제였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정운천 의원이 있기에 돌파구는 찾았다. 여기에 진안 출신인 정세균의장이 버티고 있고 신태인 출신인 김현미 의원이 예결위원장을 맡아 그 어느때보다도 ‘전북 몫’찾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예산 확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각부처에서 세운 예산이 기재부를 거치면서 최종 정부안으로 확정지을 때 누락시키지 않고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것이다. 국회로 이송된 후 가감 작업이 이뤄지지만 기재부안에 최종적으로 반영되지 않으면 살려낼 뾰족한 방안이 없다. 문제는 각 상임위원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장관 등을 상대로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쪽에서 누가 실력있고 힘있는 의원인지를 알기 때문에 그렇다. 운좋게 천군만마를 한꺼번에 얻은 송지사가 기쁜 맘으로 ‘서번전번(서울에서 번쩍 전주에서 번쩍)’하면 된다. 송지사가 국회의원들의 협조를 받아 각 부처 예산을 확보하려면 논리개발도 꾸준히 해야 한다. 전북의 씽크탱크인 전북연구원을 풀가동해서 논리개발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분명 지금이 전북 발전의 호기(好機)다. 이 기회를 못살리면 앞으로 이같은 좋은 정치적 구도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인구 180여만명인 전북이 출신 국회의원수가 두자리수라면 해볼만한하다. 이런 상황에서 도민들의 자존심을 크게 짓밟히게 했던 삼성의 새만금 투자 백지화 문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그런 못된 짓을 안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당시 도에서 MOU 체결을 요청했다고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이 기자회견장에서 밝혔기 때문에 김완주 전지사가 모든 의문점을 밝혀야 한다. 이제 300만의 출향민과 도민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하나돼서 전북발전을 이끌어 가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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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6.07.04 23:02

위작 논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라오콘’은 트로이의 마지막 신관이다. 그는 프리아모스의 둘째 부인 헤쿠바의 아들 또는 안테노르의 아들이라고 전해지는데, 트로이 전쟁 때 두 아들과 함께 두 마리의 뱀에게 물려 죽었다. 로마의 바티칸 미술관에는 라오콘이 죽음을 맞았을 때 고통스러워하며 절규하는 모습을 묘사한 조각상이 있다. 헬레니즘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히는 <라오콘 군상>이다. 기원전 1세기 경, 로도스 출신의 조각가 아게산드로스(Agesandros)와 폴리도로스(Polydoros) 아테노도로스(Athenodoros)가 공동으로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조각상은 1506년, 로마의 에스퀼리노 언덕에서 밭을 갈던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되면서 세상에 나왔다. <라오콘 군상>은 르네상스 시대의 수많은 예술가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근대의 사상가들에게도 감명을 주었다. 그런데 2005년 한 미술사가에 의해 이 조각상이 기원전 제작된 진품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콜롬비아 대학의 린 캐터슨 교수다. 그는 이 조각상이 위작이라는 여러 가지 증거를 제시하며 위작작가로 미켈란젤로를 지목했다.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피에타’ 등으로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거장이 된 미켈란젤로는 한순간에 위조 작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실 <라오콘 군상>은 발견 되었을 때부터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땅에 묻혀있었는데도 거의 훼손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견 당시 이 조각상을 감정했던 미켈란젤로는 그 이전에도 위조품을 만든 경력이 있었다. 이후 <라오콘 군상>은 위작의 역사에서 최악의 사례로 꼽히게 됐다.우리나라 작가들의 위작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천경자, 박수근, 이중섭, 변시지 등 거장들의 작품이 그 대상이다. 이번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현대미술가 이우환의 작품이 위작논란 대열에 섰다. 그의 1970년대 작품을 위조한 화가와 유통상이 구속되면서다. 그런데 지난 29일, 이화백이 위작으로 판명된 자신의 그림 13점에 대해 위작이 아닌 진품이라고 밝히면서 위작논란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그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작가 고유의 호흡과 기법으로 그린 것”이라며 “내가 작가 본인”이라고 말했다. 위조 사실을 시인했다는 위조 작가와 위조작이 아닌 진품이라는 이화백의 서로 다른 주장은 혼란스럽다.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체계적인 미술품 진품 감정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위작논란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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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07.01 23:02

김완주 기자회견

삼성의 새만금투자가 오리무중이다. 삼성은 말이 없고, 정부는 강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다. 도지사가 바뀐 전북도는 5년 전에 전임 김완주 도지사가 한 일이고, 삼성 새만금투자와 관련해 남아 있는 문서라곤 달랑 A4용지 2장(MOU문서) 정도인데다, MOU의 실체적 진실을 알고 있는 공무원 조차 없다고 한다. 확실한 진실을 알지 못하니 그저 답답할 뿐이라고 한다. 5년 전 전북사회를 뒤흔든 글로벌 대기업 삼성의 수십조 원 새만금 투자 약속 폭탄이 도민을 우롱하고 있지만 책임 실종인 셈이다.삼성은 2011년 4월 국무조정실에서 임채민 국무조정실장과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 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 김완주 도지사, 삼성그룹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새만금사업 투자 및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삼성그룹은 정부 및 전북도의 협조하에 그린에너지 분야 등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으로, 전문과 4개항으로 구성된 A4용지 2장 분량의 문서다. 전북에 대한 제조업 투자가 없는 삼성이 전북 새만금에 수십조 원에 달하는 그린에너지 사업 투자를 하겠다는 약속을 정부 국무조정실에서 공개적으로 선언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전북에선 LH공사 본사를 진주혁신도시로 이전시킨 이명박 정부의 전북민심 다독이기 전략이라는 의혹이 증폭됐지만 ‘삼성이 투자만 해준다면’ 하는 긍정 심리도 강했다. 하지만 삼성은 침묵했다. 5년만에 삼성 관계자가 전북도를 방문해 투자 어려움을 밝혔고, 이어 지난 20일 정부 인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의 새만금투자에 대한 불투명한 정황을 밝혀 지역사회를 혼란스럽게 했다. 이날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의 회견은 삼성이 ‘2011년 4월 국무총리실에서 체결한 새만금투자MOU를 파기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투자할 수 없고, 나중에 투자할 일이 있으면 그 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는 것으로 삼성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전북에 전달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면서 삼성의 새만금투자 MOU체결은 전북도의 요구로 성사됐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이 새만금에 투자할 의향이 있으니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전북도가 먼저 요구했다는 것이다. 삼성의 고위 인사가 조만간 송하진 도지사를 면담할 모양이다. 또 전북도의회는 진상조사 특위를 구성한다. 그 전에 김완주 전 도지사가 먼저 진실을 밝히는 게 어떤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6.30 23:02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지난 2월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비참한 삶을 다룬 영화 귀향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12월 28일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귀향이 입소문을 타면서 한달새 누적관객 358만여명을 기록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맺힌 증언을 토대로 7만5000여명에 달하는 재정 후원자들에 의해 14년 만에 완성된 영화 귀향은 일본군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고발한 문화적 기록물이다.이처럼 일제 강점기에 20만 명에 달하는 소녀들이 끌려갔고 살아 돌아온 238명만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정부에 등록되었으며 현재는 단 41명이 생존해 있다.이들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기록과 일본군의 전시전후 위안소 운영 사료, 위안부 피해자 조사자료, 피해자 치료기록, 피해자 지원과 인권회복 운동 자료 등을 망라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지난 5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등재 신청을 마쳤다. 한국과 일본 중국 네덜란드 타이완 인도네시아 필리핀 동티모르 등 8개국 1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일본군 위안부관련 국제연대위원회는 지난 6일 유네스코 본부에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라는 이름으로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 2744건을 전달했다.우리 정부도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국책사업같이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조윤선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가부 인권진흥실 안에 유네스코사업 추진단을 만들어 발벗고 나섰다. 김희정 장관은 지난해 3월 제59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UN CSW) 전체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하지만 지난해 말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우리 정부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여성가족부의 유네스코사업 추진단이 빠지고 위안부 기록물 등재사업 지원을 위한 예산 4억4000만원은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내년 예산안에는 아예 편성조차 하지 않았다.반면 유네스코 운영자금의 50%를 지원하는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에 강한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아베 총리는 한일 합의 이후에도 공식 자리에서 위안부를 강제연행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전쟁범죄가 아니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고 일본 외무상은 우리가 잃은 것은 10억 엔뿐이다는 조롱섞인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반박 한마디 못한 채 되레 피해 할머니와 국민들 설득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6.29 23:02

고향 회귀운동

신토불이노래는 가수 배일호를 뜨게 만들었다. 반대로 배일호의 노래로 신토불이가 우리 농산물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 대중적인 용어가 됐다. 노래로 대중화되기 전 1989년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을 앞두고 농협이 우리 농산물 애용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신토불이가 일반에 쓰이기 시작했다. 조선시대 의서인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 등에 비슷한 의미의 표현이 있어 신토불이의 어원으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의 용어를 차용했다는 게 학자들 견해다. 일본은 신토불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을 펼쳤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식품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취지의 이 운동은 일본의 신농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사실 우리 농업에서 일본 따라 하기가 적지 않다. 이를 굳이 터부시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농업기술이 발달하고 고령화 문제 등으로 농업의 어려움을 겪는 일본의 앞선 경험들을 우리 실정에 맞는 농업의 지혜로 활용하면 될 일이다. 신토불이나 지산지소운동을 로컬푸드로 발전시킨 게 그 예다.국내 시군 마다 귀농 1번지를 내세우며 도시민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100만인 농촌 회귀 운동이 활발히 펼쳐졌다. 10년 전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시민활동 공동사무소를 방문했을 때 일본의 각 자치단체들에서 보낸 홍보 전단과, 농업 관련 체험학습이나 강좌, 농촌 정보를 담은 팸플릿이 곳곳에 빼곡히 전시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도 농촌의 고령화에 따른 새 활력을 도시민 유치에서 찾았던 것이다. 일본의 자치단체들이 귀농 타깃으로 삼은 대상은 퇴직연금을 갖고 귀향에 대한 욕구가 높은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19471949년생)였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 자치단체들은 도쿄를 비롯, 주요 도시에 귀농정보센터를 두기도 하고, 자체 별도 조직을 만들거나 위탁 형태로 도시민 귀농 창구를 활짝 열어 놓았다.우리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1955~1963)가 이제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시점에 와 있다. 마을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도시민 유치를 위해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섰던 일본의 사례를 취재한 기억이 새롭다. 출향 인사가 현재 도민 수보다 많은 인적자원이 전북의 큰 자산이다. 은퇴시기를 맞은 전북지역 출향인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고향 회귀 운동을 벌여 봄직 하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6.28 23:02

반환점 돈 단체장

민선 6기 단체장들이 전반기를 마치고 후반기 2년을 시작한다. 지금은 취임 당시 밝혔던 공약을 얼마나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살펴봐야 할 때다. 대부분의 단체장들은 당선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장밋빛 청사진을 잔뜩 제시했다. 그 때 약속한 사항이 ‘기업유치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경제살리기였다. 지금 우리 경제는 나랏님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의 불황형 저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일본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이란 경고음이 들린다.행정경험이 없는 초선 단체장들은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해서 국가예산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단체장들이 국가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그리 간단치 않다. 관련 부처 실무자서부터 국장 장차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손을 써야 가능하다. 기재부 공무원들은 공무원들을 상대로 갑질하는 부서라서 예로부터 문턱 높기로 악명이 높다. 연줄이 닿지 않으면 실무자도 제대로 만날 수 없다. 전국 자치단체장들이 모두가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목을 매고 있기 때문에 간혹 웃지 못할 일들이 생긴다. 단체장들이 자기 지역에서나 목에다 힘주지 세종시라도 가보면 거의가 연줄이 없으면 찬밥신세다. 다행히 연임한 단체장들은 그간 나름대로 쌓아논 인맥이라도 있어서 괜찮지 그렇지 않은 단체장들은 경비만 축내지 헛걸음 치기 일쑤다.전북이 중앙부처를 상대로 일하기가 힘들다. 행자부 정도나 층층별로 인맥이 구축돼 있을 뿐 타 부처는 허리는 고사하고 실무자급도 찾기 힘들 정도로 중앙부처내의 전북인맥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국회의원도 18개 상임위에 고루 배치돼야 하는데도 특정 상임위에 중복 배치돼 전북 몫 찾기가 힘들게 생겼다. 국가예산 배분은 철저히 힘의 논리다. 정치력이 있어야 제 몫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명함만 들고 다녔다가는 예산 확보는 고사하고 사람까지 추잡스럽게 된다. 중앙부처에 가서 보면 예산 확보하는 게 전쟁이란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지금은 검은 고양이 흰고양이 찾을 계제가 아니다. 쥐 못잡는 고양이는 고양이가 아니다. 송하진 지사부터 도민이 만들어준 3당체제를 잘 활용해서 국가예산 확보에 나서야 한다. 송 지사가 더민주당 소속이지만 협치(協治)를 해야 한다. 협치를 하려면 내부 진영부터 바꿔야 한다. 그간 실무형으로 송 지사를 잘 보좌해온 이형규 정무부지사를 정무형으로 바꿔야 한다. 총리실에서 잔뼈가 굵은 이 정무가 요소 요소에 인맥이 구축돼 국가예산 확보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줬다. 관학을 넘나들면서 익혀온 기업유치업무도 성과를 냈다. 하지만 송지사가 후반부 도정을 안정적으로 이끌려면 정무 감각이 뛰어난 사람을 정무부지사로 발탁해야 한다. 그렇게 라인업을 구축해야 시군 단체장들도 국회의원과 손잡고 일할 수 있다. 4·13 총선서 변화를 갈망하는 도민들의 속내가 확인됐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도정을 이끌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6.27 23:02

산업유산의 활용

산업유산 활용이 도시재생의 과제가 됐다. 둘러보면 산업유산을 활용해 도시를 살려낸 세계적인 도시들이 많다. 영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재생시킨 런던이나 제분공장을 현대미술관으로 재생시킨 게이츠헤드도 대표적인 사례다. 화력발전소가 전신인 런던의 테이트 모던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이 찾는 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현대 미술의 흐름을 주도하는 미술관으로 우뚝 섰다. 화력발전소가 ‘문화발전소’로 변신한 것도 흥미롭지만 이 미술관 덕분에 템즈강 남쪽의 슬럼가가 살아나고 도시가 활력을 되찾은 성과는 놀랍다. 타인강을 사이에 두고 뉴캐슬과 마주보고 있는 게이츠헤드 역시 인구 20만이 채 안되는 가난한 중소도시에서 이제는 영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가 됐다. 지난 2002년 7월 제분공장이었던 발틱현대미술관을 새롭게 얻으면서 이어낸 성과다. 80년대 후반, 낙후화와 슬럼화가 시작된 게이츠헤드는 1990년부터 도심재생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 발틱현대미술관과 더불어 세계 최고수준을 갖춘 세이지음악당, 밀레니엄 다리와 함께 재생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장애인 전용극장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독일 베를린의 복합문화공간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도 베를린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회사인 슐트하이스의 양조장을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는 이 극장과 함께 다목적 공연장과 영화상영관, 전시장, 장애인전용극장, 악기샵, 카페 등 일상에서 문화를 실현하는 대안문화공간들을 들여놓았다. 덕분에 공동화되었던 이 지역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관광객들까지 가세하면서 젊은이들이 살고 싶은 마을이 됐다.한 시대 지역 경제를 짐 졌던 산업유산들이 낡은 공간으로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산업유산이 도시재생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다.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산업유산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도시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이들은 산업유산을 활용하기 위해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오랫동안 그 공간을 주민들이나 예술인들이 활용하는 방식으로 공간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재생의 방식을 연구해 답을 얻어 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수 십년의 시간이다. 우리 지역에도 산업유산을 활용하는 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거개가 정부의 공모사업에 의지해있다. 정해진 예산과 주어진 시간 안에서 답을 찾는 일. 그 결과가 아무래도 걱정스럽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6.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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