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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정치인의 자질

변호사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변호사인가 정치인인가. 현행 국회법상 변호사 신분을 유지하면서 국회의원으로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둘 중 하나로 정리할 필요가 없다. 변호사교수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경우 흔히 직업정치인이 아닌 것처럼 비쳐지는 이유다. 그러나 전문직들도 일단 정치권에 발을 디딘 후 직업정치인으로 자리를 굳히는 게 대부분이다. 선거에서 떨어져 일시적으로 옛 직업으로 돌아가더라도 계속 정치권 주변에서 재기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가 그만큼 중독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까지 왜 많은 욕을 먹는 정치세계에 앞다퉈 뛰어들까. 정치 입문 동기에 대한 조사결과는 없지만, 자신이 몸담아온 사회의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거나 자신이 바라는 이상사회 실현을 위해서라는 답이 많을 것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정치니까. 실제 어린 시절부터 그런 정치인을 꿈꾸며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분도 있을 테고, 정치인이 된 후 그런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멸사봉공의 그런 사람들에게 많은 박수와 격려가 따라야 하는 게 당연하다.제20대 총선에 나서는 전북지역 후보 47명의 모습이 드러났다. 현역 국회의원 6명을 포함해 기성 정치인이 절반을 웃도는 28명이다. 여기에 변호사교수의사법무사건설업출판업농업사회운동가 등 여러 분야의 직업과 활동가들이 이번 4.13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표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 올 총선에서도 새로운 얼굴들이 많지 않다. 기성 정치인으로 분류되지 않은 후보들의 상당수도 정치권 주변의 직업정치인들이기 때문이다. 마을이장을 경력으로 내세운 후보가 참신하게 느껴지는 정도다.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현실을 탓할 수 없다.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실제 정치 입문까지 많은 고뇌와 결단 없이는 어렵다.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막스 베버는 20세기 초에 이미 정치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직업정치가들의 등장에 주목했다. 지금까지도 정치학의 고전으로 읽히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베버는 자기중심적 성취욕을 앞세우는 허영심을 경계 대상에 올렸다. 대신 정치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의 자질을 요구했다. 기존 직업정치인이나 새로 직업정치인이 되려는 후보들이 최소한 이 세 가지의 자질을 갖고 있는지 자문해보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3.29 23:02

소지역주의 선거

이번 20대 총선은 공천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은데다 인위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한 바람에 일부 선거구에서 소지역주의 대결이 벌써부터 우려된다. 모처럼만에 야권끼리 경쟁을 벌이는 선거구도가 만들어졌지만 일부 선거구는 정책과 공약 대결 보다는 출신지를 놓고 지역경쟁이 펼쳐질 것 같다. 정읍과 고창, 김제와 부안, 남원과 임실 순창 그리고 완주와 무진장이 그런 지역에 속한다. 유권자가 많은 정읍 김제 남원 완주 출신이 언뜻 보기에 유리해 보인다. 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지연(地緣)선거로 선거판을 끌고 갈 것이다. 유권자는 투표할 때 이성적으로 판단할 것처럼 하지만 그렇지 않다. 혈연 지연 학연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사돈내 팔촌관계인 것부터 따지기 시작해서 고향이 어디고 학교는 어디서 나왔는지를 따진다. 관계가 하나라도 얽히면 그걸 갖고 판단기준으로 삼아 표를 찍는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연고주의 선거를 벗지 못한다. 그게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어서 이번 선거도 그 틀을 벗지 못할 것 같다.각 후보 캠프도 선거 전략을 수립하지만 연고주의 틀을 가장 우선시 한다. 이 방법 만큼 쉽게 표를 모을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처럼 선거구 획정이 인위적으로 이뤄지면서 인접 시군을 한군데로 묶어 놓았기 때문에 유권자가 많은 곳 후보들은 지연 선거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후보들은 복잡하게 신경 안써도 처음부터 소지역주의만 부추기면 표가 모아진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렇다. 인지도가 높은 현역들이나 전직 군수들이 이 방법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하지만 유권자들이 이번 여야 공천과정을 보면서 너무나 큰 실망을 했기 때문에 뭔가 또다른 면을 판단기준을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도덕성이다. 국민의당에서 소위 컷오프자인 김종회 학성강당 이사장을 부활 여론조사를 통해 공천한 경우나 전과경력이 있어 부적격 후보로 분류시킨 임정엽 전 완주군수를 최종 공천권자로 결정한 경우가 이 케이스다. 두 후보가 인구가 많은 김제 완주 출신이어서 외견상 상대후보에 비해 유리하지만 유권자들이 어떤 심판을 내릴지는 그 누구도 장담 못한다. 더민주당 안호영후보는 대학시절부터 민주화 운동에 진력해왔고 그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민변활동을 하는 등 도덕성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지켜 왔기 때문에 유권자가 적은 진안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 더민주당 김춘진 후보도 유권자가 김제보다 적은 부안 출신이지만 3선의 같은 당 최규성 의원의 조직과 국민의당 불공정 경선에 참여했다가 실패한 곽인희 전 김제시장 지지자들까지 흡수하면 유권자 수 불리에 따른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망국병인 지역주의를 극복하자고 주창하는 마당에 소지역주의 선거를 한다면 그건 모순이 아닐까.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3.28 23:02

진주의 '진주문고'

경남 진주에는 30년 역사를 가진 토종서점 <진주문고>가 있다. 가뜩이나 서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하나둘 문을 닫고 작은 도시마다 한두 개 토종서점들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 서점은 독특한 운영철학과 방식으로 어려운 시기를 딛고 일어서 진주시민들의 소중한 문화공간으로 우뚝 서있다. 서점은 지난 1986년 인문사회과학서적을 주로 다루는 1인 서점으로 출발해 다른 도시의 토종서점들이 겪어온 온갖 부침의 역사를 똑같이 경험했다. 한때는 부도로 문을 닫을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러한 위기에 오히려 매장을 확장하고 확대하면서 일찍부터 철저한 정가제를 시작한 뚝심은 오늘의 진주문고를 있게 한 힘이 됐다. 책만 파는 서점의 역할에 작가와의 만남, 인문특강 등 독자들을 위한 문화행사와 지역밀착형 서점을 추구하면서 시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있는 거리의 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을 더한 것은 기본. 그 덕분에 1988년 서점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했을 때는 진주시민 4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그만큼 신뢰와 시민들과의 소통이 각별하다는 증거다. 들여다보면 진주문고의 생존법이기도 한 운영방식은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주목을 끄는 것이 ‘편집진열’ 방식이다. 서점이 지향하는 시대정신과 지역민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책이 놓여지는 ‘내 마음의 책방’ ‘월하독서’ ‘진주의 빛’이라는 이름의 기획코너들인데 이 코너에는 서점 직원들의 뜨거운 토론과 기획을 거쳐 선정된 책들이 배치된다. 이 코너는 때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하는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을 중단했을 때는 <개념원리 수학1> <꿈의 도시 꾸리찌바> <나는 복지국가에 산다> <밥값 했는가> <잡놈의 전성시대> 등을 ‘경남도지사에게 권하는 책’으로 배치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서점은 새로운 콘텐츠로 모험에 나섰다. 지역출판사 ‘펄북스’ 설립이다. 지난주 강연 차 전주에 온 여태훈사장은 지역출판사를 연 이유를 “오랫동안 책을 팔면서 책을 만들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망도 있었지만 진주문고를 있게 해준 진주 시민들에게 빚을 갚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지역 콘텐츠를 지역 출판사가 책으로 만들어내는 문화 환경을 일구어 가고 있는 진주문고가 1년 동안 펴낸 책은 다섯 권. 올해도 열권의 책이 기획되어 있다. 지역 주민들과 한 몸이 된 토종서점과 그 서점을 지켜내는 시민들의 문화의식이 새삼 부럽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3.25 23:02

100-1은 0

인터넷 공간에서 20년째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이야기’ 편지를 보내고 있는 휴넷 조영탁 대표가 매일 아침 직장인 등에게 보내는 편지가 180만 통이 넘는다고 한다. 조 대표는 1년에 500권의 책을 읽으며 독자들에게 전할 주옥같은 명구들을 선정한다고 한다. 책 저자가 행간에 감춰 둔 숨은 의미를 짚어 낸 ‘촌철활인’을 명구 뒤에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조 대표가 행경을 발간하는 이유는 많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한 경영이야기를 꾸준히 발간하는 것은 5000만 국민이 경영자가 되고 리더가 되어 지식사회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본인과 휴넷의 사명감 때문이라고. 또 의사가 의학을 공부하고, 법조인이 법률을 공부하듯이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가장 먼저 경영학을 배워야 한다. 직장인들이 무료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경영 마인드를 향상할 수 있도록 힘이 돼 주고 싶다고 말한다. 얼마전 ‘100-1은 99가 아니라 0이다’ 는 제목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못 하나가 없어서 말 편자가 망가졌다네. 말 편자가 없어서 말이 다쳤다네. 말이 다쳐서 기사가 부상당했다네. 기사가 부상당해 전투에서 졌다네. 전투에서 져서 나라가 망했다네.”라는 15세기 영국 민요를 소개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록펠러는 1%의 실수가 100%의 실패를 가져온다고 했습니다. 100 빼기 1은 99가 아니라 0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노자도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비롯된다 했습니다. 작은 일부터 꼼꼼하게 잘 하는 개인과 기업이 큰 일도 잘하게 됩니다.”조그마한 허점, 작은 실수를 간과했다가는 가정이, 기업이, 나라가 망하는 법이니 비록 1%에 불과한 실수일지라도 종국엔 100%의 실수가 되니 ‘100-1’의 답은 99가 아니라 0이 되는 셈이다. 얼마 전 바둑 고수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국에서도 증명됐다. 단 한 수가 결국 승부를 갈랐다. 경제가 호황이든 아니든 기업은 부침한다. 1%의 실수를 중시하는 기업은 성장하고, 1%의 실수를 간과한 기업은 쪼그라들다가 결국 망해버린다. 기업가는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실수를 없애야 한다. 열악한 처우,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흔들리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 직원을 향해 뛰라고 말을 앞세우기 전에 리더가 앞장서 뛰고, 직원간 차별을 없애야 한다. 조직관리 실패는 100% 실수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3.24 23:02

424년만에 세워진 무명사백 의병비

지난 3월 19일 완주 운주면 산북리 산 15-3번지 이치재에서 임란순국 무명사백의병비 제막식이 엄수됐다. 이날 제막행사에는 무명사백의병비 건립을 주도한 이종철 전 전통문화대총장과 나종우 전북역사문화학회장, 그리고 박성일 완주군수 연안 이씨 종중 등 100여명이 참석해 임진왜란 때 순절한 이름 없는 농민의병의 위국충절을 기렸다.무명의 농민의병은 1592년 8월 금산 전투에서 의병장 고경명 조헌 등이 이끄는 의병과 관군 700여명이 왜병에 패하자 8월 27일 이보 소행진 황박 등이 가솔과 농민 400명을 이끌고 완주 이치 고개에서 대항했다. 이들은 조총으로 무장한 1만여 왜병에 맞서 활 낫 쇠스랑 등으로 백병전을 벌이다 모두 순국한다. 이로 인해 왜군은 전주성 진입과 호남 곡창지대 점령을 포기하고 분풀이로 농민의병 시신을 가족들이 찾지 못하도록 목과 팔 다리 등을 잘라 훼손해 산야에 흩뿌렸다.이후 이보와 가솔들의 허묘가 익산 석왕동 연안 이씨 선산에 안장됐고 1741년 익산 팔봉동 은천사에 신주를 봉안했다.하지만 이름 없는 400 농민의병의 순국충절은 지난 수백여년 동안 잊혀져 오다 지난해 이종철 전 총장과 나종우 회장 조원래 순천대 명예교수 이해준 공주대 교수 등에 의해 추념비 건립작업이 추진됐다.때마침 지난해 8월 초 광복 70주년 특집 TV드라마 징비록이 인기리에 종영되면서 충무공 이순신과 의병들의 순국정신이 재조명되었고 전북일보도 오목대를 통해 우리 지역 이름 없는 400여 농민의병의 충혼을 기리는 기념사업을 촉구했다. 이에 완주군이 추경예산에 2000만원을 긴급 편성, 임란순국 무명사백의병비 건립사업에 착수했고 400명의 농민의병이 순절한지 424년만에야 역사의 현장인 이치재에 추모비가 세워졌다.우리 전북에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최대 격전지인 이치와 웅치 전적지가 있다. 당시 1만2000명에 달하는 이름 없는 전라도 농민의병들이 목숨 바쳐 호남을 지켜낸 곳이다. 만약 두 곳 방어선이 무너져 전주성이 함락되고 호남 곡창지대가 왜병에게 넘어갔다면 전세는 왜군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흘렀을 것이다.우리 선조들의 희생을 통해 나라를 지켜 낸 자긍심과 함께 이제 순국선열의 충절 현장을 잘 보전하고 역사 공원화해서 전북인의 기상과 정신문화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이름 없는 임진란 농민의병의 피가 동학농민군의 핏줄을 타고 오늘날 우리에게도 도도히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3.23 23:02

정치인의 고향

박근혜 정부 들어 전북 무장관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까지 합쳐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관진 현 국가안보실장을 빼면 10년 넘게 장관직 명단에서 전북 출신 인사를 찾을 수 없다. 오죽하면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장관에 내정된 유인촌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전북 출신이냐를 놓고 논란을 낳았을까. 유 전 장관은 3살까지 완주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했으며, 그 자신이 서울 출신으로 정리했다. 그럼에도 전북 발전을 위해 그 몫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으며, 실제 장관 재임기간 전북의 문화예술발전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현재 인터넷 포털 인물DB에 완주 출생으로 올라있다.20대 총선에서 여야 대결의 중심부에서 전북 연고의 인물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더민주당의 공천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와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은 텃밭으로 삼았던 당을 뒤로 하고 서로 반대진영으로 옮겨 선거를 지휘하게 된 것 자체가 흥미롭다. 여기에 두 분 모두 전북과 연고가 있어 더 관심이 간다. 강봉균 전 장관이야 군산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기에 출신지 이야기는 사족이다. 김 대표는 순창 출신의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손자며, 가인은 전북의 법조3성으로 기려지고 있다. 서울 태생에 특별히 전북 관련 활동도 없는 김 대표를 전북 연고의 인물로 분류하는 이유다. 새누리당에서 컷오프 된 후 더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화제가 되고 있는 진영 의원도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 때 전북 출신 논란이 있었다. 역시 부친의 고장만 고창이었기 때문이다.고향은 정서적 공감대다. 고향은 그저 정겹고 포근하다. 특별히 받은 게 없어도 고향 이야기에 괜히 눈물이 맺히는 게 고향이다. 태어난 곳일지언정 그런 감성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면 이미 고향이 아니다. 태어난 곳과 상관없이 내가 지금 사는 곳이 물론 고향이다. 현재 터전인 곳보다 더한 고향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본인이 내세우지 않은 고향을 전북 연고로 거론하는 것은 아무리 정치인들의 이야기지만 당사자에게 실례일 수 있다. 또 과거 같으면 철새정치인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전북 연고의 인물로 끌어들여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길 바라는 것은 정부와 중앙 정치권에서 전북의 소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무늬만이 아닌, 진짜 전북의 인물들이 이번 총선에서 배출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3.22 23:02

전북 유권자의 자존심

도내 유권자들이 야권에 몰표를 안겨줄 것으로 내다 보인다. 그 이유는 야권이 분열 했지만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나 지역정서가 같아 내년 대선때 정권교체를 이룩하려면 야권에 표를 줄 수 밖에 없다는 논리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순천의 새누리당 이정현의원 마냥 전북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를 뽑아줘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토록 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박근혜 정권이 전북을 너무 오래동안 홀대한 바람에 이 같은 여론이 표로 연결되지 않고 한낱 장밋빛 이야기로 그칠 공산이 짙다는 것이다.이번 선거는 더민주당 국민의당 공천 경쟁을 벌였던 두 후보간의 싸움이 될 것 같다. 예전과 달리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경선까지 해가며 후보를 냈지만 전북에서 만큼은 더 불리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무장관 무차관 등 역대 정권에서 볼 수 없었던 차별정책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선거전이 펼쳐지면 야권에서 이를 이슈화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 예전 같으면 더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었지만 이번에는 국민의당 후보와 일합을 벌여야 하므로 본선에서 피튀기는 형제의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민주당이 김종인 대표의 강력한 공천 드라이브와 야권통합을 주장한데 힘입어 지지율이 상승하고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도 교섭단체를 구성해 바닥친 지지도가 서서히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 도내의 경우 더민주당 현역 4명이 살아 남았지만 본선 경쟁력이 신통치 않아 당선은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의당 공천자가 확정되어야 판세가 드러나겠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더민주당 우세를 점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그 이유는 현역 4명의 지지도가 높지 않은데다 군산 정읍 남원에서 전략공천 받은 더민주당 후보들이 인지도가 낮아 아직껏 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반해 국민의당 쪽은 예비후보들이 대거 경선에 몰려들면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특히 광주 전남쪽에서 새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국민의당 바람이 불 경우에는 전북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서면서 전북 유권자들은 내년에 정권교체를 이룩할 수 있는 정치적 토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야권 가운데 인물위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팽배하다. 전국적인 인지도에서 특별한 인물은 없지만 그래도 그 가운데서 뽑아야 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도덕성을 겸비한 역량 있는 후보를 고르면 후회는 안할 것이다.최소한 부정 부패로 감옥 갔다가 나온 사람은 안 된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정치가 이 모양 이꼴이 됐다. 전북인이 자존감을 드러내는 선거를 해야 전북이 차별 받지 않고 잘살 수 있다.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3.21 23:02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명예회복

김형진(1861~1898). 서른일곱 살에 죽음을 맞이한 그는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된 항일운동가다. 그는 1895년을 즈음해 만주로 건너갔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위험하고 고단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일본군의 삼엄한 경계를 벗어나기 위해 참빗장수로 변장하고 찾아간 곳은 황해도 신천, 안중근 아버지 안태훈의 집이었다. 그곳에서 김구를 만났다. 목숨을 내놓는 항일운동이 그때부터 시작됐다. 조선과 만주를 오가며 항일운동을 했던 그는 가족이 살고 있던 김제 금구로 돌아와 동학 조직에 몸담았다. 1897년 최시형은 그를 금구 대접주로 임명했지만, 일본군에 잡혀 모진 고문을 받아야 했던 그는 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떴다. 김구와 김형진의 관계는 각별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수십 년이지나 해방을 맞은 직후, 김구는 전주에 살고 있던 김형진의 가족을 찾아 위로하고 자신이 살고 있던 서울의 경교장으로 초대해 자신의 서명이 담긴 <백범일지>를 전했다.김형진의 애국애족, 빛나는 족적은 또 있다. 1894년 타오른 동학농민혁명 참여다. 그는 남원에서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으나 동학농민혁명이 끝이 나자 항일운동의 길에 다시 들어섰다.김형진처럼 항일운동가중에는 그 이전, 제폭구민과 척양척왜를 내세우며 떨쳐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갑오년 혁명의 역사가 그랬듯이 농민혁명의 바친 시간은 철저히 잊혀지거나 감추어졌다.동학농민혁명 참여자가 세상에 나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2004년 3월, 동학농민혁명참여자들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출범하고 나서야 참여자와 유족등록이 시작됐다. 위원회의 활동이 종료된 것은 지난 2009년 12월 31일. 3,644명의 참여자와 10,563명의 유족이 등록됐다. 놀라운 성과이긴 하나 발굴되어야 할 참여자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2010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나섰다. 5년동안 318명의 참여자가 확인됐다. 항일운동가 김형진이나 전봉준과 함께 재판을 받고 같은 날 교수형을 당한 성두환이 부친과 아들까지 3대가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다는 것도 이 조사로 밝혀진 사실이다.그런데 아쉽게도 특별법에 따라 시행됐던 명예회복심의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이후 새롭게 발굴된 318명과 유족은 법적 명예회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 할아버지의 삶을 증언해줄 후손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동학특별법 개정이 시급하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3.18 23:02

만방함녕(萬邦咸寧)

만방함녕(萬邦咸寧)은 온 세상이 평안하다는 뜻이다. 중국 사서삼경 중 하나인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 편에 나오는 말이다. 대우모편에는 우(禹)임금과 익(益)이 나누는 대화가 나오는데 세상을 평안하게 해야 하는 리더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우임금은 임금이 능히 임금자리를 어렵게 알고, 신하가 능히 신하자리를 어렵게 안다면 정사가 수월하고 백성이 평안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동의한다. 그리고 임금과 신하가 그렇게 하면 어진 인물이 초야에 묻히지 않게 돼 세상이 평안하게 될 것(野無遺賢, 萬邦咸寧)이라고 말한다. 여러 사람과 의논하고, 자기를 버릴 줄 알고,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을 학대하지 않고, 곤궁한 이들을 버려두지 않는 일들은 오직 요임금만이 할 수 있었다고 상기한다. 또 도를 따르면 길할 것(惠迪吉)이요, 거스름을 좇으면 흉할 것(從逆凶)이니 이는 그림자나 메아리처럼 당연한 것(惟影響)이라고 말한다.이에 대해 익이 임금이 경계해야 할 것들을 말한다. 염려 없을 때 경계하고(儆戒無虞), 법도를 잃지 말고(罔失法度), 편안히 놀지 말고(罔遊于逸), 어진 사람을 등용하되 갈등하지 않도록 하고(任賢勿貳), 사악한 자를 내칠 때는 의심없이 단호하게 행하고(去邪勿疑), 의심스런 계획은 세우지 않아야(疑謨勿成) 모든 일이 잘 이뤄질 것이라고 충고한다. 백성의 이익을 거슬러 자신의 이익을 좇지 말고, 태만하지 말라고 한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실행될 때 그야말로 만방함녕이 이뤄질 것이고, 백성들은 함포고복(含哺鼓腹)할 것이다.제20대 총선이 불과 3주 앞으로 닥치면서 국회에 입성하려는 입지자들에 대한 사전 평가 작업이 마무리 돼 가고 있다. 입지자 일부는 당에 의해 잘렸고, 일부는 경선에서 뒤져 공천 탈락했다. 개인적으로는 억울함이 하늘을 찌를 것이다. 분노를 참지 못한 일부 입지자들은 수년 또는 수십년 몸담았던 당을 떠나 다른 정당으로 이적하거나 무소속 출마를 결행하고 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자기를 버릴 줄 모르고 제 욕심만 챙기려는 속됨이 엿보인다는 비판을 비켜갈 수도 없을 일이다.만방함녕 세상을 만들겠다며 정치판에 뛰어든 자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넓게 보고 대의를 아는 것이다. 나아갈 때와 돌아설 때를 알아야 한다. 제 욕심을 앞세우면 세상이 비웃는다. 한순간에 소인배가 된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3.17 23:02

4·13 총선 관전 포인트

4·13 총선이 28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20대 총선은 야권 분열로 인해 그동안 선거 양상과는 다른 구도이어서 선거결과에 관심이 증폭된다. 지난 12대 총선이후 황색바람으로 전북에서 1당 독주체제가 계속되어 왔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30년만에 선거다운 선거전이 예상된다. 우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전북과 전남·광주 등 호남 패권을 놓고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과연 누가 전북과 호남을 선점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둘 다 전북을 장악하지 못하면 호남 지지기반 상실과 함께 정당으로서 존립 기반마저 잃어버리기 때문에 명운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가 예견된다.선거구 개편으로 11개에서 10개 선거구로 축소된 가운데 분당·탈당으로 인해 현재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7석, 국민의당 3석, 무소속 1석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어느 당이 과반 이상 의석수를 차지하면서 지역 패권을 장악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된다. 여기에 전북 정치권의 구심점 역할을 할 다선 중진의원이 몇 명이나 국회에 진출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4선 고지를 노리는 김제·부안 김춘진 후보는 더민주당 공천경쟁에서 3선인 최규성 의원을 밀어냈지만 본선에서 국민의당과 새누리당 김효성 후보와의 한판 대결을 앞두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급인 3선 고지에는 국민의당 공천을 받은 정읍·고창 유성엽 후보와 더민주당 공천 경합중인 익산갑 이춘석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의 본선 관문은 재선 때처럼 만만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읍·고창은 유 후보와 더민주당 하정열 공천자, 고창군수를 세 번 연임한 무소속 이강수 후보와의 살얼음판 승부가 예상된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전주지역 선거구도 유권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출마한 전주을의 경우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선 정후보가 35.8%를 득표하고도 석패했지만 이번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와의 3자 구도로 치러지는 만큼 새누리당의 전북교두보 확보 여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전주병에 출사표를 내 건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와 현역인 더민주당 김성주 후보의 한판 대결도 볼거리다. 이 곳에서 정 후보는 2차례나 당선됐지만 고교와 대학 후배인 김 후보와 현재 박빙의 접전을 펼치고 있어 지역 유권자들이 과연 누굴 선택할 것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선 도지사를 지낸 유종근 후보가 출마하는 전주갑을 비롯 나머지 5개 선거구도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일부 경쟁력을 갖춘 무소속 후보들이 나서고 있어 섣부른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3.16 23:02

알파고의 묘수

‘위대한 첫 승’ ‘인간승리’ ‘인간, 자존심을 되찾다’…어제 국내 주요 일간지 1면 머리를 장식한 제목들이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알파고’에게 내리 3판을 진 뒤 네 번째 바둑대국에서 이긴 사실을 두고 지구촌이 환호했다. 인공지능의 오늘을 보여주는 하나의 이벤트에서 시작된 이세돌과 알파고간 대국이 각각 인간과 기계를 대표한 세기적 대결이 된 것이다. 인간이 만든 소프트웨어가 인간 이상의 지적 능력을 보여줬을 때 인간이 이룬 위대한 성과로 환호해야 할 텐데 지구촌의 반응은 반대다. 이런 반응은 영화 속 상상의 세계에서 접했던 인간에 대한 기계의 지배가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AI발전으로 많은 분야의 난제들을 해결하고 인간의 쾌적한 삶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귓등으로 흘린다. 알파고의 활약상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지켜본 충격이다. 인류가 직접적으로 기계의 지배를 받는 상황은 여전히 영화 같은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AI발전으로 많은 직업이 없어지고 AI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을 대부분 사람들이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양은 온순한 동물이지만 영국에서는 사람을 잡아먹는다’(토머스 모어). ‘사람들이 살던 곳에 이제는 한 사람의 양치기와 그의 개가 있을 뿐이다’(휴 라이머).중세 말부터 19세기까지 유럽에서 진행된 인클로저 운동(울타리치기)과 관련한 당대 인문학자들의 이런 비판은 AI발전을 놓고도 재연될 수 있는 문제다. 인클로저 운동은 모직공업의 발달에 따라 양모생산을 늘리기 위해 목축지의 규모화를 꾀한 운동으로, 이 과정에서 기반을 잃은 소작농과 영세농들이 공업화에 필요한 일자리를 제공해 산업혁명을 뒷받침 했다. 인클로저 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도 ‘알파고’의 고향인 영국이었다. 아무리 부정하고 외면하더라도 AI발전이 가져올 변화들은 이미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사물인터넷시대가 열리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 단계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스스로 학습하고 업그레이드되는 알파고까지 마주하게 됐다. 알파고는 수천 년 역사의 바둑을 불러내 자신을 과시했다. 오늘 겨룰 남은 한 판의 결과는 그리 중요치 않다. 바둑 몇 판으로 알파고는 벌써 인류에게 많은 화제와 과제를 던졌다. 인공지능이 펼칠 미래가 궁금하다. 알파고가 최소한 인간을 잡아먹는 양이 되지 않길 바라면서.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3.15 23:02

출향인의 고민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 선거보다 중요하다. 그 이유는 내년 대선 전초전이라서 그렇다. 그간 30년 가까이 전북 유권자들은 특정당 하나에 매달린 선거를 해왔다. 각 후보가 내세운 공약과 정책을 비교해서 살펴보기는 커녕 그냥 특정당 공천을 받은 후보한테 일방적으로 몰표를 안겼다. 그런 획일적인 투표로 국회의원이 되다보니까 경쟁력이 약해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야성이 약한 야당의원이 이빨빠진 고양이 같았다. 선수(選數)가 쌓여가도 정치력이 없어 정치권에서 말발도 서지 않았다.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있으나마나 하는 존재감 없는 사람들로 비춰졌다.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모처럼만에 경쟁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세상에 경쟁없이 발전해 가는 건 없다. 여야 대결은 물론 야야끼리 피 튀기는 한판 싸움을 펼쳐야 할 것 같다.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우열은 가려지지 않고 있다. 예전처럼 더민주당 일색은 아닌 것 같고 국민의당 새누리당쪽으로 나눠지고 있다. 후보등록을 마친후 일주일전쯤 누가 이슈를 선점해서 여론을 장악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래도 예전만은 못해도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현역들을 컷오프시키는 바람에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안철수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새정치에 대해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지지도가 빠졌다. 전주 군산 정읍 고창 김제 부안 지역에서만 선전하는 모습이다.지금 출향인사들까지도 이번 선거에서 역량 있는 후보가 당선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안되어야 할 후보가 당선되면 전북 자존심이 무너지게 된다”면서 “도민들의 성숙한 민도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는 반응이다. 출향인들은 전주 덕진에서 국민의당으로 출마한 정동영 후보를 가장 민감하게 쳐다 보고 있다. 전북사람 정동영이란 대형 걸개그림을 금암동 팔달로변 대형건물에 붙여 놓았지만 전주시민들의 반응도 예전 같지 않다. 일각에서는 “전북정치를 복원시키려면 그래도 정동영 밖에 없지 않느냐”면서 “미우나 고우나 당선시켜 놓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반해 반대론자들은 “정동영 때문에 도민들의 자존심이 이렇게 처참하게 짓밟힌 적이 없다”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중앙정치권에서는 정 전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출마한 순간부터 예전과 다르게 정치적 비중을 낮게 보고 있다.이번 선거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소지역주의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는 것. 유권자가 많은 곳 출신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주 무진장의 경우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나 후보를 역선택할 우려도 있다. 아무튼 무력증에 빠져 있는 전북정치권을 소생시키려면 유권자들이 과거 감성적으로 했던 선거를 지양해야 한다. 그래야 쨍하고 해뜰날이 올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3.14 23:02

'귀향'의 엔딩크레딧

엔딩크레딧(ending credit). 사전적 의미로는 영화의 끝부분에 제작 참여자임을 보장하는 이름이 나오는 것을 말한다. 근래에는 제작에 참여한 사람 뿐 아니라 제작 후원자와 단체, 기관까지 모두 이 엔딩크레딧에 소개되는 바람에 그 시간이 꽤 길어졌다. 주제음악이 흐르면서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은 그 자체로 영화에 대한 감흥과 감동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화애호가들은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상영관 불이 켜지면 일어서는 것이 예의라고 말하지만 그 사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일어서는 관객들이 아직도 많다.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저예산독립영화 <귀향>의 엔딩크레딧은 특별하다. 제작비를 후원한 시민 7만5270명의 이름이 모두 담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시간은 10분.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관객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한다. <귀향>은 조정래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지 14년 만에야 완성된 영화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제작비.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은 없었다. 필요한 제작비 20억 원을 마련하는 일은 멀고도 고단했다. 감독은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귀향>의 제작의도와 티저영상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올렸다. ‘배급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 영화를 유튜브에 올린다’는 조항까지 달고서였다.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ARS와 문자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7만5000여 명. <귀향>은 지금까지의 영화중에서 가장 많은 후원자를 모은 영화가 됐다. 소액투자자들의 펀딩으로 모아진 제작비는 11억6122만원.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시민들이 모아줬으니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시민들의 힘으로 제작된 영화의 힘은 크다. 지난 9일 <귀향>의 누적 관객 수는 280만 3458명이다. 저예산영화가 개봉한지 불과 보름 만에 300만 명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배급사와 개봉관을 찾지 못해 개봉조차 미뤄야했던 상황을 돌아보면 관객들의 행렬은 경이롭다. <귀향> 제작진은 애초 “이 영화가 기적처럼 극장에 걸려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면 수익금의 상당액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다. 거기에 조정래 감독의 소망은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20만 명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오시도록 영화가 20만 번 상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엔딩크레딧에 담긴 시민들의 힘이 이 소망을 이루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3.11 23:02

인공지능의 도전

인류 역사상 수많은 발명품 중 ‘동력’은 인간의 물질문명을 풍요롭게 하는 결정적 단초 가운데 하나다. 현대 동력의 원조인 증기기관은 17세기부터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1663년 중세 유럽에서 에드워드 서머셋 우스터란 사람이 인류 최초의 공업용 증기기관을 만들었고, 이것을 토마스 세이버리란 사람이 1698년 개량, 광산 채굴용 증기기관으로 만들었다. 현대식 증기기관은 18세기 초에 등장했다. 1705년엔 토마스 뉴커먼이 대기압식 증기기관을 발명했는데, 이것을 제임스 와트가 1765년에 개량했다. 이것이 1776년 첫 상업용 증기기관으로 이어졌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당시 수요가 급증한 면직물 생산의 대량공급을 가능하게 했다. 또 철도 위를 달리는 증기기관차로 발전하는 등 인간의 교통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인간이 도구를 넘어 진정한 기계의 시대를 연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으로부터 출발했다. 직물과 제철기술의 발전에 증기기관이 가세하며 지구촌은 엄청난 속도의 산업발전 각축장이 될 수 있었다. 이후 도시와 공장, 자본가는 신장했지만 농촌과 농민, 근로자는 침체의 길을 걷게 됐다. 기계가 개량되고 자동화 되면서 근로자는 조금씩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 이것은 현대사회에 큰 고민을 던져 주었다. 인간이 기계의 수준을 높이면 높일수록 인류 문명이 번창했지만, 인류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도 커졌다. 인류에 도전장을 던진 또 하나의 기계는 컴퓨터다. 연산과 정보처리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인간의 뇌를 보조하며 첨단 현대산업 및 사회에 절대적으로 개입해 있는 컴퓨터가 이제는 인간의 지능을 앞서겠다고 한다. 컴퓨터와 인간의 첫 대결은 1967년 체스 게임이다. 체스 프로그램 ‘맥핵’과 아마추어 체스선수 후버트 드레퓌스가 벌인 세기의 대결 승자는 인공지능이었다. 또 IBM이 개발한 딥블루와 체스 세계 챔피언 게리 가스파로프가 1997년 벌인 대결에서도 인공지능이 승리했다. 인공지능의 화살은 최근 바둑계를 겨냥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를 이긴 것이다. 알파고와 인간의 두 번째 대결은 9일 벌어진 세계 프로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다. 제1국의 결과는 이세돌 9단의 패다. 네 번의 대결이 남아 있지만, 최고수의 패배는 충격적이다. 인공지능의 거침없는 도전은 300년 전과 또 다른 양상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3.10 23:02

수도권 선거 연대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이 물 건너감에 따라 이번 4·13 선거는 ‘1여 다야’ 구도로 치러질 형국이다. 이 같은 선거구도는 야권의 필패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 때 새정치국민회의와 통합민주당이 분열돼 선거를 치른 결과, 보수 정당인 신한국당과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각각 139석과 50석을 차지하면서 야당은 자멸하고 말았다. 16대 총선에서도 야권 분열로 인해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각각 133석과 17석을 얻으면서 보수 진영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다만 2004년 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으로 분열됐음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열풍 덕분에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차지하며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이 야권 연대를 통해 선거를 치른 결과,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저지하는데는 실패했어도 수도권에서는 선전했다. 수도권 112곳 가운데 야권 후보가 69곳에서 승리했다.이번 20대 총선에선 수도권이 최대 승부처다. 최근 선거구 개편으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의석수가 10개 늘면서 전체 지역구 253석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122석이나 된다. 따라서 수도권에서 야권 연대 성사여부가 총선 승패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지난 19대 총선 때 3%포인트 이내의 근소한 표차로 승부가 엇갈린 지역구가 24곳에 달했다. 이 같은 박빙의 승부처에서 ‘1여 다야’ 구도는 야권의 필패를 예고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 연대 성사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지난 3월초 리서치뷰에서 전국 만19세 이상 휴대전화가입자 3000명(응답률 11.8%)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야당 지지층에서 야권의 비호남지역 선거연대에 대해 찬성 52.0%, 반대 21.3%(표본오차는 95%,±1.8%)로 찬성 여론이 월등히 높았다. 특히 광주와 전북 전남에선 찬성 56.5%, 반대 21.4%로 찬성 여론이 타 지역에 비해 더 높았다.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 야권 연대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야당 통합은 물론 야권 연대도 없다고 못박고 있다. 반면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은 새누리당에 개헌저지선을 내주면 나라의 재앙이라며 국민 저항체제 구축을 주장하고 있다. 분열된 야당이 수도권 선거 연대를 통한 야권 지지층 결집과 정권 견제, 나아가 정권 교체의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이번 총선에서 최대 관전 포인트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3.09 23:02

잼버리

스카우트는 영국에서 시작됐다. 기병대 장교였던 베이든 포웰이 전쟁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임감·모험심·연대의식을 기르는데 소년시절의 훈련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퇴역 후 소년단을 결성했다. 1907년의 일이다. 이후 국가별로 문화적·역사적 배경과 환경에 따라 유능하고 건전한 시민을 육성하는 국가적 운동,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동지애와 형제애로 뭉친 세계적 운동, 인종 ·계급·종교에 차별을 두지 않는 보편적 운동으로 확산됐다. 한국에서는 1922년 조선소년군과 조선소년척후대를 전신으로, 1924년 이상재 선생이 두 단체를 통합해 소년 척후단 조선 총연맹을 결성한 것을 기원으로 삼고 있다. 2002년 한국보이스카우트에서 한국스카우트로 이름을 바꿨다. 세계연맹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으며, 현재 북한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에서 스카우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스카우트 활동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일반에게 알려진 것은 잼버리를 통해서다. 스카우트운동의 창시자인 포웰이 1920년 영국의 런던 올림피아에서 개최된 제1회 국제야영대회가 잼버리의 효시다. 잼버리(jamboree)는 인디언의 ‘시바아리(Shivaree)’가 유럽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전음된 것으로, ‘즐거운 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단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제17회 세계잼버리를 치렀다. ‘세계는 하나(Many Lands, One World)’를 주제로 당시 8박9일간 열린 이 행사에는 133개국 2만명이 참가했다.잼버리는 현재 올림픽 못지않은 국제행사로 자리를 굳히며 국가간 유치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전북도가 오는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지난해 국내 경선에서 강원도(고성)를 누르고 전북(새만금)이 한국 대표로 뽑혔다. 경쟁 대상은 폴란드다. 노조운동가 출신으로 대통령을 지낸 국제적 지명도가 있는 바웬사가 대회 유치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아직 정부 차원의 지원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 잼버리는 청소년들의 단순한 야영대회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기 때문에 세계적 관심을 모을 수 있다. 100주년 의미도 크다. 한국 유치는 곧 새만금의 부상을 의미한다. 새만금 관련 SOC시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민들이 힘을 모을 때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3.08 23:02

전북병 치유책

전북이 산업화 과정에서 밀려 소외를 거듭하고 있다. 농업이 산업의 중심에 서 있던 60·7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전북 경제력이 다른 시·도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의 산업화 전략이 경부축 위주로 구축되는 바람에 전북에는 대규모 공장 유치가 안돼 낙후를 거듭하고 있다. 전북에서 대학을 나와도 지역에 일할 자리가 없어 젊은층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이농인구 증가로 농촌에는 생산력이 떨어지는 노인인구만 늘었다. 187만 인구 붕괴도 초 읽기에 들어갔다.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어렵게 돌아가다 보니까 언제부턴가 전북에는 묘한 지역병이 생겨났다. 다름아닌 무기력증이 돋았다. 패배감 같은 잘 낫지도 않은 병에 걸린 것. 왜 이런 병이 생겼을까. 먼저 그 원인을 내부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정권 탓도 크지만 내탓이 상당하다. 지난 87년 이후부터 특정 정당 한곳에 몰표를 안긴 게 주 원인이었다. DJ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줬어도 전북에 돌아온 게 거의 없었다. 곁불 쬐던 일부 정치인들만 등 다습고 배불렀다. DJ와 노무현 대통령 때 광주 전남은 호남이란 이름으로 포장시켜 특별대우를 받았다. 전남의 웬만한 섬들은 거의 연륙교로 연결됐다. 91년에 착공한 새만금사업과 너무 비교가 된다.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는 인사는 물론 국가예산 배분에서도 홀대 그 이상이다.장관이 없어도 그 누구 하나 목에 방울을 달고 전북 몫을 달라고 외치는 사람도 없다. 11명의 국회의원들이 뭣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인지 모를 지경이다. 야당의원이라면 정부 여당의 실정을 과감하게 비판하면서 야무지게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어야 했다.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전북이 이 정권서 이렇게 냉대를 받고 있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 이런 무능한 국회의원을 갖고 있다는 게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결국 KTX 공짜로 타고 다니면서 본인들만 잘 먹고 잘 살게 만들어 줬다. 지역이 고질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는데도 그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벼락 출세한 국회의원들은 연봉 개념으로 세비를 환산해도 억대가 훨씬 넘는다. 여기에 후원금도 억대를 모금해서 썼고 이들이 4년간 누리는 호사는 강남권 부자들이나 다름 없었다.어떻게 해서라도 전북병은 고쳐야 한다. 우리가 남들 보다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살 수는 없다. 2세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인들부터 갈아 치워야 한다. 이렇게 무능한 사람들을 국회의원으로 나두면 전북병을 치유할 수 없다. 이번 총선에서 쥐 못잡는 고양이를 도태시키듯이 제 역할을 못한 현역들을 낙선시켜야 한다. 나중에 잘못 뽑았다고 후회하지 말고 제대로 된 반듯한 인물을 뽑아야 전북병을 빨리 낫게 할 수 있다. 똑똑하고 야무진 국회의원을 뽑아야 정부 여당도 전북을 얕잡아 보지 못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3.07 23:02

탄약창고의 변신, 그 성공 비결

독일의 서남부에 있는 도시 칼스루에에는 세계적인 미디어 예술센터인 ZKM(Zentrum fur Kunst und Medientechnologie)이 있다. 1997년 10월에 문을 연 이 공간은 지금, 세계 미디어아트의 역사와 흐름을 주도하는 중심이 됐다. 전 세계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ZKM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ZKM의 역할과 기능이다. ZKM은 새로운 미디어 아트 창작물을 모아내는 전시관으로서의 기능 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정보기술과 변화하는 사회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과 조사연구, 상호교류 활동에 주력해왔다. 미디어 아트의 집산지로서 뿐 아니라 최신미디어 기술의 전시와 생산의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 바탕이다.ZKM은 미술가 조각가 음악가가 실제로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하는 공간 뿐 아니라 후진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미디어와 관련된 모든 영역을 통합하는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어 놓은 종합적인 공간으로 꼽힌다. 시설의 콘셉트 역시 소통과 교류. 시간적으로 소통하고 공간적으로 교류하는 기능을 추구하는 ZKM은 시설도 놀랍지만 진보적인 콘셉트를 지향하는 방식의 체계는 감동적이다. 사실 ZKM의 성공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ZKM은 구상부터 개관까지 20년 가깝게 준비과정을 거쳤다. 처음 구상이 시작된 것은 1980년. 전문가들과 학자, 정치인들은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길을 고민하고 토론하며 정책을 만들었고, 이를 주 정부가 받아들여 센터 건립으로 이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센터로 변신한 ZKM 건물이다. 애초 시는 철도가 동서남북으로 관통하는 교통의 중심지였던 칼스루에의 지리적 장점을 고려해 칼스루에 중앙역 옆 빈터에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쳤다. 그때 제안된 곳이 예술가들의 작업장으로 활용되고 있던 탄약공장이었다. 방치되어 있던 탄약공장은 리모델링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기능과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예술적 건축으로 탄생했다. 새로운 시대로 변화하는 시점에서 전쟁의 기억과 흔적을 지우지 않고 예술로 승화시키는 선택은 주민들에게도 자긍심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된 건물을 활용한 도시재생 작업이 활발하다. 반가운 일이지만 들여다보면 대부분 그 목적과 내용이 천편일률적이다. 자치단체마다 비슷한 콘셉트로 채워지고 있는 오래된 공간들의 무차별적(?) 변신. 그 미래가 걱정스럽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3.04 23:02

야권통합

더민주당 비상대책위 김종인 대표가 2일 회의석상에서 야권통합을 제안했다. 이유는 특별할 것이 없다. 국민이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려 하는데, 정권을 심판하려면 야권이 통합해 4·13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야권이 분열된 현재 상황에 대한 견해도 내놓았다. 더민주당을 탈당한 사람 대다수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지도부의 문제를 걸고 탈당했는데 지금은 문재인 대표 지도체제가 아니다. 이제 탈당 명분도 사라졌으니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막기위해 벌인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종결 결정과 관련, 김 대표는 이번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수정을 관철시키지 못하지만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알게 된 것은 큰 성과라고 자찬했다. 4·13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해야 테러방지법 독소조항을 수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말은 합리적인 듯 보인다. 지금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으로 찢어진 야당은 총선 대부분 선거구에서 후보를 내어 표를 나눠먹을 것이 뻔하다. 그 결과는 새누리당의 압승이다. 이같은 4·13총선의 답이 나와 있으니 야권이 바보같은 짓을 계속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야권이 통합해야 총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손에 쥘 것이란 지적은 한국정치판에서는 상식적인 포석이다. 야권이 뭉친다고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2년 전 안철수당과 민주당이 통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번에 새정치, 혁신 등을 기치로 내걸고 새정연을 탈당한 안철수 세력이 국민의당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출범 후에도 계속 해서 잠재한 화두는 야권 통합이었다. 시기와 방법, 절차만 남은 문제라는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더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이 더민주에 분개하고 얼굴붉혔지만 결국은 ‘뭉쳐야 새누리당에 대항할 수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효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의보다는 소소한 암투 때문에 당을 깨뜨리고, 결국 뻔한 이합집산을 되풀이하는 가벼운 정치는 안된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행동이다. 불신언행무신결(不愼言行無信結·언행이 신중하지 않으면 결과도 믿을 수 없다)이란 말이 있다. 야권이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양치기 소년처럼 행동해서는 안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3.03 23:02

필리버스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주도하는 필리버스터가 국내외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23일 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첫 토론자로 나선 이후 1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진기록 행진을 이어왔다. 우선 8일 동안의 필리버스터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최장기록이다. 여기에 국내 기록 갱신 행진도 계속됐다. 첫 주자였던 김광진 의원은 총 5시간 32분간 의사진행 발언을 하면서 1964년 김대중 의원이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연설했던 5시간 19분 기록을 넘어섰다. 24일에는 세 번째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10시간 18분간 연설을 하면서 역대 필리버스터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동안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3선 개헌안 저지를 위해 10시간 15분 동안 무제한 토론을 진행한 기록이 최고였다. 이로 인해 은수미 의원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일약 ‘필리버스터 스타’로 등극했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으로 6년간의 복역과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장기 절제수술 등 그의 인생 역정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하지만 사흘만에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이 기록을 새로 썼다. 17번째 주자로 나선 정청래 의원은 지난달 27일 총 11시간 39분간 발언을 하면서 최고 기록을 다시 세웠다. 필리버스터의 세계 최장 기록 수립에는 여성 의원들이 큰 몫을 했다. 은수미 의원부터 더민주당을 탈당하고도 1일 29번째로 주자로 나선 전정희 의원과 30번째 임수경 의원 등 절반 가까이가 여성 의원이다.세계 최장기간 필리버스터에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였고 케이블TV 국회방송 시청률이 8%를 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필리버스터 논쟁은 온라인과 SNS도 뜨겁게 달구면서 총선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적지 않은 수혜를 보기도 했다. 이슈 파이팅에서 국민의당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과시했고 지지율 유지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하면서 도입한 필리버스터로 인해 한동안 곤혹감을 떨치지 못했다. 더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필리버스터 발언 중에 새누리당이 치적으로 내세운 필리버스터 공약집을 공개하자 이를 확인하려는 네티즌 때문에 새누리당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시절인 1973년 의원 발언시간 제한 조항이 만들어지면서 무제한 토론이 중단되었다가 새누리당에 의해 47년만에 부활된 필리버스터는 대한민국 국회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기게 됐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3.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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