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3-21 20:24 (토)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침묵의 기술

‘우리는 학문연구와 신체단련을 위한 수많은 지침들을 갈고 다듬는다. 그런데 ‘생각하는 기술’ ‘말 잘하는 기법’ ‘기하학 입문’ ‘지리학 개론’ 등 온갖 유용한 가르침들로 넘쳐나는 세상에 왜 ‘침묵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이는 없는가? 그것이야말로 그 중요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푸대접을 받아온 삶의 기술이 아니던가? ’ 18세기의 세속사제인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가 고전 <침묵의 기술>을 쓰게 된 이유다. 말과 글이 넘쳐나는 시대에 <침묵의 기술>은 제목만으로도 흥미롭다. 이 책이 발간된 것이 1771년, 300년 전에도 말과 글이 차고 넘쳤던 모양이다. 세속사제이면서 사회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문필가이자 논객이었던 저자는 종교문제와 사회윤리, 문학을 주제로 수많은 글을 썼다. 이 책에 담아낸 종교적 주장들 역시 비단 종교에 국한된 문제라기보다는 참여적 논객으로서의 정치적 사회적 발언으로 이해되는 것들이다. 디누아르가 정리한 침묵의 유형이 있다. 신중한 침묵, 교활한 침묵, 아부형 침묵, 조롱형 침묵, 감각적인 침묵, 아둔한 침묵, 동조의 침묵, 무시의 침묵, 정치적 침묵이다. 그는 이러한 침묵의 유형을 각종 담화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신중한 담화, 교활한 담화, 아부형 담화, 무시의 담화 같은 예다. 침묵의 유형을 담화의 유형으로 적용해보니 ‘무시의 담화’는 이렇게 설명된다. ‘자존심과 오만함을 전제로 하며 상대를 일고의 주목할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하기에 가능한 담화다. -중략- 문제는 그가 침묵함으로써 무시하는 상대가 실은 중요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각종 비리 의혹으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정작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보도로는 외레 한 발 더나가 이번 개각의 인사검증까지 그에게 맡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디누아르의 유형 분류로 보자면 일종의 ‘무시의 침묵’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중요한 것은 그 침묵의 대상이 국민이라는 점이다. 300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부활하여 재해석되고 있는’ 고전 <침묵의 기술>은 침묵의 가치와 미덕을 설파하지만 무조건 침묵의 절제만을 강조하진 않는다. 디누아르는 열네 가지 침묵의 원칙을 제시하면서도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듯이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있다’며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닫는 것은 나약하기 때문이다’고 분명하게 비판한다. 지금이 침묵해야 할 때인가 묻고 싶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8.19 23:02

새만금 카지노

새만금사업이 1991년 착공됐을 때 30년 내 완공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1991년 착공, 방조제 공사가 진행됐지만 불과 5년만인 1996년 시화호가 ‘죽음의 호수’로 변하면서 공사 중단과 재개, 법정소송 등이 이어지며 하대백년 처지가 됐다. 군산 비응도에서 신시도를 거쳐 부안 대항리까지 잇는 33㎞ 방조제 건설로 만들어지는 118㎢ 규모의 인공 새만금호수에 더러운 만경강과 동진강물이 유입되면 악취가 진동하는 죽음의 호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1999년 1월부터 2년간 공사가 중단됐고, 2006년 3월까지 5년 가깝게 새만금사업 중단 소송이 벌어졌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사가 계속됐지만 방조제가 완공된 것은 19년만인 2010년 4월이었다. 3년 전에는 새만금개발 및 투자 유치 등을 전담하는 정부기관인 새만금개발청이 출범했고, 정부는 2020년까지 전체 72.7%를 매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동서 2축도로를 착공했고, 남북 2축도로도 추진하고 있다. 관건은 예산이다. 정부는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예산 배정에 매우 인색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매립 계획공정 72%는 현재 예산배정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새만금투자에 나서겠는가. 정부는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7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면서 헛발질만 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 도레이사가 새만금에 입주,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는 등 일부가 새만금산단에 입주했지만 기대했던 대다수 기업들이 새만금을 외면하는 상황이다. OCI, 삼성이 투자를 철회했고 외국 자본들은 이제 눈길도 주지 않는 분위기다. 바닷물이 일렁거리는 수면이 언제 ‘상전벽해’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느 넋나간 자본가가 거액을 내놓겠는가. 삼척동자도 배꼽잡을 노릇이다. 국회 김관영의원(군산·국민의당)이 17일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건설을 골자로 하는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에서 그가 ‘총대를 멨다’. 내국인 카지노는 안팎으로 뜨거운 감자다. 당장 외부에서는 강원랜드를 보유한 강원도가 반발하고, 전북지역에서도 ‘도박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새만금카지노는 어제 오늘 제안이 아니다. 그동안 틈만 나면 거론됐다. 이제 제대로 공론화 해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8.18 23:02

불필요한 건국절 논쟁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계기로 건국절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13년과 지난해에 이어 경축사에서 또다시 ‘건국’이란 단어를 언급함에 따라 그동안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에서 제기해 온 건국절 제정론에 힘을 실어 주려한다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당장 야권과 진보 진영측에선 “반역사적·반헌법적”이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광복 71주년을 맞아 열린 청와대 초청 오찬에서도 김영관 전 광복군동지회 회장은 “건국절 주장은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반면 보수단체들은 1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한민국 건국 68주년 기념 국민대회’를 열고 “오늘은 해방 71주년이지만 동시에 건국 68주년 기념일”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건국절을 지정하고 광복절과 함께 기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들은 건국의 기점을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1948년 정부 수립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가는 국민과 주권 영토 등 세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주권과 영토를 빼앗겼기 때문에 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광복절 행사 이름을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및 광복 63주년 경축식’으로 하려다 광복단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자 취소했었다. 2008년 한나라당과 2014년 새누리당 소속 일부 의원들도 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제정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헌법 위배 논란으로 중단되기도 했다.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건국절 제정 사업을 추진하는 대한민국사랑회와 대한민국건국회에 매년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정단체가 정부 보조금을 4년씩 지원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대한민국의 뿌리와 법통이 임시 정부에서 시작됨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1948년 정부수립 기념사와 1948년 국회 개회사에도 대한민국 30년 8월 15일로 기록돼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을 1919년 4월 11일 임시 정부 수립일로 인정한 것이다.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헌법 66조 2항에 규정해 놓고 있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8.17 23:02

새만금 스마트 팜

모든 게 ‘스마트’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다. 농업도 첨단기술과 융합해 ‘스마트 농업’으로 변신 중에 있다. ‘스마트 팜’은 농사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여 만들어진 혁신형 농장을 말한다. 사물 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 재배시설의 온도·습도·토양 등을 측정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 최적 환경으로 제어한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농업을 미래 유망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2012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스마트 전문화 전략을 도입해 경쟁력 향상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구글의 토양 데이터 분석기법을 적용해 농업생산성 개선에 나섰으며, 일본의 경우 스마트 영농시스템 구축에서 나아가 영농관련 플랜트 및 설비 수출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영농 선진국들이 로봇과 지능형 농기계 도입 IoT 기반의 3세대 모델까지 보급됐으나 우리의 경우 ICT 위주의 원격감시와 제어가 가능한 1세대 수준을 갓 넘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해 2014년부터 스마트 팜 보급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농식품부는 2년 전 민간기업과 협업으로 세종시와 청학동에 창조마을을 출범시킨 후 스마트 팜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 팜 도입 후 생산량 증가와 수입 증가가 이뤄지고 있고, 농업인 평균 연령이 8세 낮아졌다는 게 농식품부의 효과분석이다. 스마트 팜이 농업의 대세인 상황에서 LG CNS가 최근 새만금 산업단지에 대규모 스마트 팜 단지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LG는 총 사업비 3800억원을 투자해 76.2ha(23만 평) 규모로 첨단온실, 식물공장, R&D센터, 가공 및 유통시설, 체험 단지 등을 갖춘 복합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전국 농민단체들이“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막겠다”고 반발하면서 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북도의회가 ‘LG의 농업진출 저지 결의안’을 채택했고, 전북도는 수수방관이다. 농업단체의 입장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집행부와 의회가 막연한 삼성의 새만금 MOU에 대해 목을 매면서 정작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갖고 있는 LG에 대해 이렇게 냉담한 지 이해하기 어렵다. 농업과 새만금의 미래를 위해 LG의 투자가 필요하다면 도의회와 집행부가 나서 농업인들과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새만금에서 한국농업의 미래가 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8.16 23:02

빨간 우체통의 존재

일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 우체통도 그 중 하나다. 더 이상 손 편지를 쓰지 않게 된 시대에 우체통의 역할은 미미하다. 우체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편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통계로는 1993년 만해도 우리나라에 5만7599개의 빨간 우체통이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해마다 감소하기 시작해 2004년에는 3만 6012개로, 2006년에 2만7317개로 줄었다. 불과 10여년 만에 3만개가 줄어든 셈이다. 빨간 우체통이 줄어든 것은 물론 통신수단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대체 통신이 다양하게 개발되면서 우편물 활용은 큰 폭으로 줄었다. 2000년대 들어 빠른 속도로 보급된 인터넷은 우체통의 존재를 위협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됐다. 기업의 카탈로그 홍보조차도 인터넷 메일로 대체된 환경 변화를 보자면 살아남아 있는 우체통의 존재는 더 반갑다. 흥미로운 것은 우체통의 감소가 도심보다 농어촌지역에서 더 두드러졌다는 사실이다. 전북도 예외는 아니어서 해마다 감소의 폭이 크다. 우체통이 급격히 줄기 시작한 2000년 초반을 보면 2003년 2416개, 2004년 2239개, 2005년 2130개 등 해마다 100개 이상의 우체통이 지속적으로 줄었다. 전북우정청에 확인해보니 2008년 1600여개 남아 있던 것이 다시 조금씩 줄어들어 지금은 1046개가 남아 있다. 알려지기로는 전라북도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통은 전주 중앙동 전주우체국 앞에 놓였던 우체통이다. 말하자면 전라북도 1호 우체통이었던 셈인데, 이에 대한 정확한 사료는 없지만 전주우체국 개국일로 미루어볼 때 1896년 2월 16일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북우정본부와 전주우체국이 새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전주우체국은 경원동우체국으로 바뀌었지만 우체통은 살아남았다. 반가운 것은 근래 들어 우체통 감소폭이 적어 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우체통은 1884년 우정총국이 출범하면서 처음 설치됐다. 초창기 우체통은 나무로 된 사각함. 일제 강점기 이후 빨강색 우체통이 보급되었다. 다른 나라들의 우체통을 보니 노란색, 파란색, 녹색, 오렌지색 등 색깔이 다양하지만 빨간색 우체통을 사용하는 나라가 가장 많다. 지난 주말, 시골길을 지나다 먼지 뒤집어 쓴 빨간 우체통을 보았다. 아직 건재한 우체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갑다.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빨간우체통은 소통의 상징이다. 쓰임의 효율성만으로 그 존재를 위협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8.12 23:02

참괴한 일

지난해 전주대사습놀이 심사위원 매수사건이 결국 사실로 기울어가고 있다.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했지만, 검찰은 돈을 주고받은 정황이 있어 물의를 일으킨 두 사람 모두 불구속 기소한 것이다. 아직 사법부 판단이 남았지만, 대사습놀이 출전자와 심사위원 사이에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던 것은 일부나마 확인됐으니 대사습대회에는 오점이 됐다. 이 사건은 2015년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부문에 출전했던 정모씨(45)가 당시 대회 심사위원 이모씨(판소리명창)를 지난 1월 사기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이 사건의 대체적인 개요는 정씨가 ‘2015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기간 중인 지난해 5월 30일 전주시 송천동 소재 이씨 집에 찾아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과 수표 7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정씨는 대회 예선에서 탈락했다. 실력이 부족했던 셈이다. 그렇지만 정씨는 가만 있지 않고 이씨를 사기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정씨가 이씨에게 잘 봐달라는 부탁을 하며 7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이렇다 할 증거가 없다”며 검찰에 무혐의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의심을 풀지 않았다. 정씨와 이씨를 불러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하는 등 정씨 주장에 무게를 싣고 사건을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 보았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돈은 받았지만 바로 돌려줬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검찰은 이씨의 유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검찰 관계자는 “저명한 대회의 명성에 누를 끼친 점 등을 고려해 고소인과 피고소인 2명 모두에게 배임죄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말했다.판소리계에서 심사위원과 출전자 사이에 돈이 오갔다가 철퇴를 맞은 대표적 인물은 명창 조모씨다. 그는 1998년 국악경연대회 판소리 심사와 관련, 1위 수상자 등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벌금 1,000만원 등 유죄판결을 받았다. 일생을 판소리에 바쳐 인간문화재가 됐지만 범죄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었다. 2007년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보유자 자격이 박탈됐다. 최근 김영란법으로 떠들썩하다. 부패없는 사회를 만들자더니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며 법을 고치자고 난리법석이다. 부적절한 선물, 경조사비로 떠받쳐진 것이 한국경제의 실상이었던가. 냄비 속의 개구리는 결국 죽게 돼 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8.11 23:02

불합리한 전기요금 누진제

연일 폭염 속에 열대야 현상까지 계속되면서 징벌적 전기요금 누진제가 잠 못이루는 국민들을 더 열받게 만들고 있다. 무더위를 식히려 비싼 에어컨을 들여놓았지만 전기요금 폭탄 우려에 마음대로 켜지도 못한 채 짜증나는 여름을 나고 있기 때문이다.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지난 1974년 제1차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2차 석유파동 때인 1979년에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12단계로 나눠 최대와 최저 구간의 전기요금 차이가 19.7배에 달했으나 지난 2004년 이후 현행 6단계로 조정됐다. 하지만 월 100㎾ 이하를 사용하는 1단계의 경우 전기요금이 ㎾당 60.7원이지만 500㎾ 이상 사용하는 6단계는 709.6원으로 무려 11.7배나 많아 사용량이 많을수록 징벌적 요금이 부과된다. 반면 산업계에 적용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81원, 일반용은 kWh당 105.7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전기사용 절약을 유도하고 전력을 적게 쓰는 저소득 가구의 요금부담을 낮추자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현실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가구당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지난 2002년 188kWh에서 2006년 220kWh, 2015년 229kWh로 계속 증가하고 있고 저소득 가구의 전력소비도 함께 늘어나면서 이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도 퇴색됐다.누진제를 적용하는 주요 국가들도 일본의 경우 3단계에 1.4배, 미국은 2단계에 1.1배, 중국은 3단계에 1.5배로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은 아예 누진제가 없는 단일요금을 부과하고 있다.이러한 불공정한 전기요금 체계로 인해 한국전력이 지난 2014년 20개 대기업에 대해서는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팔아 7000억원 이상 손실을 본 반면 주택용 전기는 원가보상률이 104%에 달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11조원에 달했고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우리나라 전력 사용비율을 보면 주택용은 13.6%에 불과했고 누진제가 없는 산업용은 56.6%, 상업용은 29.8%에 달했다. 은행이나 일반 상가에서는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펑펑 트는데 전력사용 비중이 낮은 가정에서만 전기를 절약하라며 징벌적 요금 폭탄을 물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때문에 지난 2014년 8월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요금 부당이익 반환 청구’ 소송에 8일 현재 3500여명이 참여했다. 정부는 부자 감세를 이유로 반대만 하지말고 현실에 맞는 가정용 전기요금 체제를 도입해야 마땅하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8.10 23:02

올림픽 감동

리우 올림픽이 무더위를 삼키고 있다. 어디 무더위뿐이랴. 사드김영란법여야 전당대회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등 국내 각종 이슈들이 올림픽 블랙홀로 쏙 들어갔다. 우리는 왜 올림픽에 그리 열광할까. 기본적으로 승부의 세계는 짜릿하다. 승부에 이해가 얽힐 경우 그 강도는 더하다. 올림픽 경기는 최고의 선수들이 겨루는 승부의 장이다. 선수들은 국가를 대표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들이 겨루는 곳마다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이 쏟아진다.가장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 선수들이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쥘 때다. 개막과 함께 한국 남자 양궁 트리오가 첫 금메달로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우승 뒤에는 하루 600발까지 연습에 매진했다는 선수들의 뒷이야기가 감동을 더한다. 한국 여자 양궁 또한 단체전에서 8연패를 기록하는 위업을 이뤘다. 올림픽 전 종목을 통틀어 3번째 대기록이란다.올림픽의 감동은 한국 선수들의 선전에만 있지 않다. 성적을 떠나 악조건을 딛고 당당하게 경기를 치른 선수들의 인간승리가 더한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난민들이 대표팀을 꾸렸다는 게 개막 전부터 화제였다. 비행기 티켓 값을 지불하지 못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 할 뻔했던 나이지리아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일본과 스웨덴을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이런 감동의 스토리는 경기가 진행되면서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이런 감동을 지켜보면서 전북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올림픽 때면 으레 전북 출신 선수들의 고향을 찾아 TV로 중계되는 경기를 응원하는 가족들과 친지들의 모습을 스케치 기사로 담곤 했다. 84년 LA올림픽에서 전북 출신으로 첫 금메달을 땄던 레슬링의 유인탁과 복싱의 신준섭을 시작으로, 이후 전북은 많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배출했다. 전주 출신의 박주봉은 올림픽을 통해 배드민턴 황제라는 칭호를 받았고, 진안 출신의 역도 금메달리스트 전병관에게는 작은 거인이란 별칭이 붙었다. 전주에 유인탁 체육관, 남원에 신준섭 복싱체육관, 익산에 김동문 배드민턴체육관이 세워졌다. 올림픽이 준 선물들이었다.올림픽을 지나치게 정치적 혹은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많다. 그러나 역경을 딛고 세계 정상에 오른 선수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감동적인 드라마다. 국민들이 올림픽에 열광하는 이유다. 기왕이면 전북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한 감동 드라마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8.09 23:02

쓰레기 같은 선거꾼

선거에서 이길려면 후보의 상품성이 제일 중요하다. 타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요즘 우리사회가 선진사회로 가면서 도덕성을 으뜸 가치로 내걸기 때문에 도덕성에 흠결이 있으면 선거 치르기가 힘들다. 돈 많은 것 보다는 후보의 신언서판을 우선시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나 시장 군수선거에 나가려면 3대에 걸쳐 그 사람 집안 내력이 까발려지기 때문에 어떻게 처신하면서 살아왔느냐가 중요하다. 정당공천도 중요하지만 첫째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하다.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으면 아예 접는 게 낫다. 선거직에 나오는 사람은 평소부터 자기관리가 잘 된 사람이라야 적합하다. 갑자기 낙하산 공천을 받고 나온 사람들은 지명도가 낮아 실패한다. 당에서 전략공천을 받았지 유권자 한테 인정 받은 게 아니라서 그렇다는 것.선거는 한마디로 종합예술이다. 사람의 마음을 하나씩 얻어야 하므로 엄청나게 공을 들이지 않으면 표를 얻을 수 없다. 유권자는 그냥 대충 표를 찍지 않는다. 그간 유권자들이 선거를 수 없이 치르면서 많은 학습을 해왔기 때문에 한표 한표를 소중하게 던질줄 안다. 여촌야도 현상도 무너졌고 지역주의 벽도 깨져간다. 농촌서도 매스컴과 입뉴스를 통해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수해서 알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정치적 식견이 높아졌다. 종편이 생긴 이후 농촌 경로당은 선거의 중심지로 변했다. 노인들끼리 들은 정보를 토대로 열띤 토론을 하므로 그곳에서 정보를 파악하는 게 여론조사 보다 더 정확하다. 예전같이 사탕발림식 선거운동을 하면 표가 안나온다. 진정성을 갖고 유권자를 대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선거는 후보 혼자서 하는 게 아니고 조직을 통해 운동을 하는 것인 만큼 돕는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하다. 후보자는 괜찮은데 운동원 보기 싫어 표를 안찍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만큼 운동원 역할이 크다. 그간 선거가 잦다보니까 농촌에도 전문가 뺨치는 선거꾼들이 많아졌다. 이들이 어떤 후보 한테 붙어서 선거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선거가 과열될 수도 혼탁해질 수도 있다. 통상 선거가 연고주의 선거로 가다 보니까 선거꾼들의 농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대 총선 때도 이 같은 현상이 드러났다. 메뚜기도 한철이듯 먹고 살려고 선거판에 뛰어 들기 때문에 이들한테 알게 모르게 들어가는 돈이 엄청나다. 영수증 처리도 못하고 집어 주는 ‘검은 돈’이 거의가 선거꾼들 한테 들어간다. 돈 선거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지만 그래도 알게 모르게 선거를 치르려면 뭉칫돈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아무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감시의 칼날을 번득이지만 프로들은 교묘하게 법망을 비켜 간다. 간혹 아마추어들이나 돈 주다가 적발된다는 것. 벌써부터 선거꾼들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먹잇감을 찾아 움직인다. 오랜 세월 정치판 주변서 놀다 보니까 선거꾼들이 하나의 직업(?)이 돼버렸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8.08 23:02

작가의 고향 지키기

세계적인 조각가 야스다 칸(安田侃)의 고향은 홋카이도의 비바이다. 비바이는 50년대까지만 해도 탄광도시로 이름을 알렸던 도시다. 이시카리탄전에 속해 있는 비바이탄광은 미쓰비시광업이나 미쓰이광산과 같은 대규모 탄광을 비롯해 크고 작은 탄광이 몰려 전성을 이루었다. 그러나 에너지가 석유로 대체되기 시작하면서 문을 닫는 광산이 늘어나기 시작, 탄광도시는 과거의 역사가 되었다. 이곳에 세계의 예술애호가들이 주목하는 공간이 있다.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다. 이곳은 애초 폐교였다. 한때 인구 1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전성기를 맞았던 비바이는 폐광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학교도 자연히 문을 닫게 됐다. 비바이시는 이 지역 출신인 야스다 칸에게 1981년 폐교된 이 학교에 아틀리에를 조성해 줄 것을 제안했다. 탄광도시의 흔적이 남아있는 풍경과 그곳에서 놀고 있는 유치원 아이들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저 아이들을 위해 마음을 열 수 있는 공간을 이곳에 만들겠다’고 결심한 야스다에게 ‘아르테 피아차’는 필생 사업이 되었다. 1992년 문을 열었을 때 야스다의 작품은 세 점이 전부.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40여점 작품이 전시장으로 변신한 낡은 공간과 7만 헥타르에 이르는 거대한 자연 속 공간에 놓여있다. 모두가 공간을 위해 제작되어 하나둘씩 더해진 것들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관객들이 보고 만져보면서 그 느낌을 소중히 간직하고 마음을 열 수 있기를 바라는 의도를 담아 제목도 붙이지 않았다. 푸른 잔디밭이 펼쳐지는 ‘아르테 피아차’는 거대한 야외조각공원과도 같다. 공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조각들과 낡은 공간의 조화는 더욱 큰 감동이다. 야스다는 왜 ‘아르테 피아차’를 필생사업으로 삼았을까. “이탈리아인은 2,000년도 전에 만들어진 것에서 영감을 얻어 1,000년 후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거리에 조각을 설치한다. 홋카이도 유수의 탄광도시로서 번창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구 초등학교 교사나 탄광주택가가 있던 자리를 아트작품으로 재생한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는 과거에서 계승되는 시간을 의식하게 하고, 자기를 깊이 돌아보는 시간을 주는 공간이다. 그런 장소가 지금 일본에는 너무 부족하다. 그 때문이라도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는 앞으로 몇백년이 지나도 보존되어야 한다.”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를 보면서 우리의 수많은 폐교의 변신을 돌아보게 된다. 작가의 고향지키기가 부럽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8.05 23:02

부패한 인생에게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칼날이 서슬퍼렇다. 중국 내 최고 권력을 향해 달려가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와 저우융캉(周永康)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부 부장, 궈보슝(郭伯雄) 전 중국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4명이 반부패 칼날에 제거됐다. 사형은 면했지만, 추악한 부패 호랑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서 일생을 보내다 사라질 것이다. 한 때 잘 나가던 권력가들이 ‘썩은 생선’꼴이 돼 감옥으로 간 이유는 권력을 빙자해 부를 축적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형을 모면한 것은 문화대혁명 이후 ‘피의 정치보복’ 고리를 끊겠다는 중국 권력층 불문율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이미 정치적으로 날개 꺾이고 목이 잘린 궈보슝 등 4인으로선 가시방석 위에 앉아 여생을 살아가야 하니, 사형보다 큰 고통일 것이다. 정치인들에 대해서 명줄을 끊는 극형을 자제하는 중국이지만, 부패 기업인 등에 대해서는 가차없다. 마약범도 마찬가지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선 민주주의란 이유로 부패한 권력가, 기업가 등에 엄청 관대하다. 첫째, 제아무리 부패한 행적을 보인 범죄자라도 극형이 없다. 둘째, 가끔씩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다. 양국의 국가체제가 다르긴 해도,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은 크게 다를 이유가 없다. 부패 척결도 그 중 하나다. 국가를 지탱하는 기둥을 좀먹는 부패 정치인, 공무원, 기업가에 대한 대응에서 대한민국의 수준은 아직 낮다. 요즘 검찰 사기가 말이 아니다.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 뜨릴 막강한 힘을 가진 현직 검사장과 전직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앞다퉈 구속 기소됐다. 권력 상층부 청와대 민정수석은 부패 혐의에 몰려 있다. 현재 상황만으로도 인생을 그르치고, 가족과 조직에 큰 누를 끼쳤다. 사법고시 합격했다고, 검사장 됐다고 축하받고 기세 등등하던 그들의 인생, 거악을 뿌리 뽑겠다고 검객 흉내를 내던 그들의 인생이란 이제 한낱 버러지 몸부림 정도가 됐다. 남원시 산내면 실상사 앞 금호공예 김을생 옹은 스님들이 도를 닦느라 삼시세끼 애용하는 바리때를 만들어 판매하는 장인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그는 금호공예 전시관 앞에 ‘복짓는 법’을 새겨두고 있다. 남에게 베풀어라, 남을 존경하라, 부모 은혜를 알고 공경하라, 가난하고 병든 이웃을 도와라. 복짓는 인생을 살라.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8.04 23:02

갈등만 부른 위안부재단

지난 2월 개봉돼 누적 관객 350만 여명을 동원한 영화 귀향은 온 국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비극적인 삶과 일본군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고발한 귀향은 꽃다운 소녀들의 아픔과 참상을 애잔하게 화면속에 투영시켜 관객들로부터 탄식과 울분을 자아냈다. 지난달에는 일본에서도 영화가 처음 상영돼 일본인과 재일동포들에게도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일본군 위안부로 끌려 간 강일출 할머니의 증언으로 시작된 영화는 당시 20만 여명에 달하는 우리 소녀들이 일본군에 짓밟히고 무참히 학살당하는 만행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들 소녀 가운데 살아 돌아온 238명만이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되었고 현재는 40명만이 생존해 있다. 이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지원하기 위한 화해·치유재단이 지난달 28일 발족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은 일본 정부가 출연하는 10억엔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재단 출범에 앞서 피해자 할머니들의 동의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충분한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아 졸속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재단 이사장을 맡은 김태현 성신여대 교수가 기자회견장에서 “재단에서 그 돈을 주면은 신장이식 수술하는데 3000만원 드는데 나 그걸 하고 싶다” “자녀들에게 좀 주고 싶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전하면서 피해자 할머니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단순히 돈 문제로 인식시켰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1995년 위안부 문제가 쟁점이 된 유엔 베이징 여성회의가 열리기 전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을 추진했다. 기금은 국가 예산이 아닌 국민 모금을 통해 마련하려는 꼼수를 부렸지만 일본 내부에서조차 국제사회를 향한 정치적 퍼포먼스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또 아시아지역 위안부 피해자 대부분이 이같은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일본 정부가 내놓는 쥐꼬리 지원금으로 해결될 수 없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 그리고 위안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려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이에 대한 법적 배상만이 해법이다.이번에 발족한 정부의 화해·치유재단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겨선 안된다. 일본군에게 당한 아픔보다도 정부의 일방적 합의와 어설픈 지원책이 피해자 할머니들을 욕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위안부 재단보다 시급한 것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과 존엄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8.03 23:02

순창 피노마을의 변신

전봉준 장군이 공주성을 공략하기 전에 점괘를 보니 계룡산의 경천을 조심하라는 괘가 나왔다. 계룡산 인근의 경천 땅을 조심하라는 괘로 여기고 이곳의 공략을 주저하다 관군에게 패했다. 그런데 계룡산은 충남뿐 아니라 순창에도 있었다. 점괘는 순창 계룡산 인근 피노리에 살던 김경천을 조심하라는 것이었는데 정작 이를 경계하지 못해 체포됐다. 전봉준 장군이 체포된 것을 두고 채집된 구전이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동학농민군 최고지도자의 체포를 바라본 당시 민초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순창 피노리와 김경천은 동학농민혁명의 종지부를 찍게 한 반혁명의 역사적 장소며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전봉준 장군은 태인전투에서 패한 후 관군과 일본군의 추적을 피해 도피 길에 올랐다. 전봉준의 피신 목적지가 처음부터 피노리는 아니었다. 태인 종송리에 숨어 있던 혁명의 동지 김개남과 재기의 뜻을 도모하기 위해 우회 통로로 삼은 곳이 피노리였다. 마침 순창지역에는 동학교도들이 많이 살고 있었고, 그를 안내했던 김경천은 옛부하였다. 그러나 믿었던 부하의 밀고로 붙잡혀 혁명가의 꿈도 함께 막을 내렸다.순창군이 10년 전 피노마을 전봉준 피체지를 복원했다. 전봉준이 붙잡힐 당시의 주막과 초정, 관련 사진과 자료를 갖춘 전시관과 기념비, 농촌 생활 체험관을 세워 역사탐방 체험 관광코스로 만들었다. 당시 기념비 문구를 두고 정읍시가 반발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봉준 장군 피체지표석과 피체유적비에 밀고자의 출신지를 정읍 덕천면으로 넣은 것을 두고서다. 정읍지역 사회단체들은 굳이 밀고자의 출신지를 넣고, 그것도 출신지를 강조하려는 듯 본문 고딕체를 쓴 것에 항의하며 비문 철거 등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순창지역 사회단체들은 정읍에 있는 전봉준 장군 허묘에 순창 피노에 살고 있는 김경천이 밀고 했다는 비문 철회를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순창과 정읍간 밀고자를 놓고 벌인 줄다리기도 이제는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순창군이 오는 2018년까지 30억을 투자해 피노마을을 농촌관광 거점마을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어두웠던 역사적 장소로 방치하지 않고 오히려 농촌마을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접근 자세가 돋보인다. 혁명의 꿈을 접게 된 곳에서 그 역사를 되새기고, 자신에게 아픈 역사가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자원이 될 수 있다면 전봉준 장군도 기꺼이 응원할 것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8.02 23:02

전시행정

각 시·군별로 민선 6기가 들어섰지만 그간 단체장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를 살펴보면 천차만별이다. 통상 단체장은 한번 선출되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3연임 할 수 있다. 지사는 성격이 다르지만 시장·군수들은 자신이 특별히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12년은 무난히 할 수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단체장이 시·군정을 12년간 책임 짓는 것은 긴 세월이다. 공무원들도 단체장 눈밖에 나면 승진은 커녕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한다. 그 만큼 단체장이 갖는 권한이 무소불위에 이를 정도로 막강하기 때문에 그렇다.단체장이 되고 나면 그 순간부터 재선을 꿈 꾼다. 단체장들은 주로 밥 먹고 하는 업무가 표와 관련된 일들이다.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표밭 관리 차원에서 반드시 가고 심지어 점심 저녁도 겹치기로 돼 있다. 자기 돈 안들이고 재선 표밭을 누빈다. 그 만큼 현직한테 프리미엄이 주어진다. 단체장들이 움직이는 족족 보도자료를 만들어 각 언론사에 배포, 일 잘하는 단체장으로 도배질 한다.현실은 어떠한가. 중앙에 가서 국가예산 많이 확보했다고 자랑했던 단체장들이 임기 마치고 나면 업적이 없어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간 군수를 잘했다는 평을 들어온 고창군 정도나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산간부 쪽은 차이가 많이 난다. 그간 민선 5기동안 무슨 일을 해놓았는지 모를 정도다. 주로 표가 많은 노인복지에 심혈을 기울인 탓인지는 몰라도 경로당 만큼은 잘 해놓았다. 현직에 있을 때 자신 만큼 열심히 일한 단체장도 없다고 큰 소리 친 시장·군수마다 무대 뒤로 빠지면 그렇게 왜소해 보일 수 없다. 그 이유는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시·군정을 해왔기 때문이다.전시행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진정성 없이 별다른 일도 하지 않고 직원들 모여 놓고 자화자찬만 하는 단체장은 보신성 월급쟁이 밖에 안된다. 단체장은 정책을 수립해서 예산 집행을 해야 하므로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예산의 효율성·생산성 등을 따져야 하는데 그만한 전문성이 있느냐는 것. 표 많이 얻어 단체장은 되었을 망정 유능한 단체장 되기는 쉽지 않다. 요즘 행정이 전문성을 추구해 가기 때문에 예전처럼 정치성만 내세워서는 곤란하다.초선 단체장들이 노력에 비해 성과를 못낸다. 중앙부처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가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체장에 대한 평가는 본인이 하는 게 아니다. 의회와 언론 그리고 사회단체 주민들이 하는 것이다. 말만 버지르게 잘하는 단체장이 일 잘하는 게 아니다. 매일 말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다 보니까 단체장들 만큼 말 잘하는 사람도 없다. 빈수레와 속빈강정이 요란하듯 그간 2년간 뭣을 했는지 잘 살펴야 한다. 4·13 총선 때 처럼 단체장도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지역정서에 의존해서 단체장이 된 사람이 또 재선하려고 전시행정이나 일삼는 것은 필요없다. 한 방에 보내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8.01 23:02

빙수의 귀환

얼음장수 아저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빙수기를 힘 있게 돌리면 ‘드르륵 드르륵 ’ 가늘게 갈려나오는 얼음. 그릇위로 얼음 가루가 소복이 쌓이면 달콤한 시럽과 잘 삶아진 팥덩어리가 얹히고 찰떡이 놓여졌다. 3-4분 만에 완성되는 팥빙수 한 그릇. 입안으로 스르르 녹아들던 얼음가루의 맛은 얼마나 달콤했던가. 마음씨 좋은 얼음장수 아저씨가 만들어주었던 전통팥빙수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 대신 현대식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들어내는 알록달록 현란한 색깔의 온갖 과일과 젤리가 얹혀진 ‘퓨전 빙수’가 그 자리에 놓였다. 빙수는 이제 여름에만 찾는 먹거리가 아니다. 빙수의 종류도 다양해져 더 이상 팥빙수는 빙수의 대명사가 되지 못한다. 팥빙수, 과일 빙수, 쟁반 빙수, 눈꽃 빙수……. 모양도 다양하고, 동원되는 재료도 많다. 큼지막한 유리그릇에 담겨져 나오는 빙수의 양도 그렇지만 빙수의 고유한 맛도 달라졌다.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스스로 녹아내렸던 얼음가루 빙수는 이제 옛말이다. 빙수 마니아들의 말을 빌리자면 오늘날 인기 있는 빙수의 특징은 얼음 가루가 아닌 얼음 조각이다. 얼음과 결합하는 재료도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각양각색의 과일 조각이 동원되는 것은 공통된 기본. 팥빙수조차도 팥과 과일의 경계가 없다. 이쯤 되면 팥빙수의 놀라운 변신이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니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얼음을 갈아 삶은 팥을 넣어 만든’ 팥빙수의 유래다. 여러 가지 설중에서도 ‘기원전 3000년경 중국에서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은 것’이 가장 오래된 유래다. 기원전 300년경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를 점령할 때 만들어 먹었다는 설과 로마의 정치가이자 장군인 카이사르가 알프스에서 가져온 얼음과 눈으로 술과 우유를 차게 해서 마셨다는 설도 더해진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베이징에서 즐겨 먹던 프로즌 밀크(frozen milk)의 제조법을 베네치아로 가져가 전했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서빙고(西氷庫)의 얼음을 관원(官員)들에게 나누어 주자 얼음을 받은 관원들이 이것을 잘게 부수어 화채 등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유래를 보니 오늘날 다양하게 분화된 빙수가 오히려 빙수의 원형에 가깝다. 더구나 팥빙수는 잘게 부순 얼음 위에 차게 식힌 단팥을 얹어 먹는 일본음식이 일제강점기 때 전해진 것이란다. 이쯤 되면 팥빙수의 변신은 빙수의 귀환이다. 흥미롭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7.29 23:02

정운천 위원장

새누리당 전북도당위원장이 지난 26일 취임했다. 4.13총선에서 전주완산을 선거구에서 당선한 정운천 의원이다. 새누리당 쪽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취임한 것은 지난 1996년 15대 총선 때 군산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했던 강현욱 이후 처음이다. 강현욱 전 의원이 16대 때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바람에 전북지역에서 현역 부재상태가 계속됐으니 새누리당으로선 무려 20년만에 금배지 도당위원장을 출범시킨 셈이다. 전주로 한정하면 1984년 임방현 의원 이후 처음이다. 물론 그동안 한나라당 의원이 잠깐 존재하기도 했다. 16대 국회 말인 2004년 2월, 한나라당 이상희 전국구 의원이 탈당하는 바람에 한나라당 전북도지부장을 지낸 김영구씨가 의원직을 승계받았다. 정운천 위원장 취임식에는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심재철 국회부의장, 이주영·이정현·주호영 의원 등 당대표 후보, 최연희·이장우·함진규 최고위원 후보, 김현아 대변인 등 10여 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황현 전북도의회 의장, 김승수 전주시장도 자리했다. 지난 20년간 수차례의 도당위원장 취임식이 있었는데 집안잔치는 매번 쓸쓸했다. 하지만 이번 취임식은 새누리당의 존재감이 드러났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농수산부장관 임명장을 받을 때까지 정 위원장은 전남 해남의 한 키위 농사꾼이었다. ‘참다래’라는 국산 키위브랜드를 만들었고, 참다래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농업에 회사 개념을 도입하는 등 농업 생산과 유통 분야에서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전국 순회 도중 그의 존재를 알았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초기 내각 구성 때, 얼마전 대기업 반열에 오른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을 농수산부장관으로 낙점하려했지만 김 회장이 고사하는 바람에 후순위였던 정운천씨에게 기회가 돌아갔다는 후문도 있었다. 농사꾼에서 장관으로 발탁된 정운천씨는 관운이 짱짱하지는 못했다. 장관이 된 지 얼마 안돼 광우병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결국 6개월 만에 야인 신세가 됐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 출마 등 정계 진출 3수만에 20대 국회 금배지를 단 정운천 위원장은 최근 새누리당 최고위원 물망에도 올라 있다. 정운천 최고의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가 초심을 잃지 않고 진력해 나간다면 그에게도, 새누리당에게도, 전북에게도 큰 결실이 있지 않겠는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7.28 23:02

휴가의 새 트랜드 '스테이케이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지난 2002년 광고계의 주목을 끌었던 한 카드회사의 광고 카피다. 당시 이 광고 문구가 직장인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여행업계도 적지 않은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을 맞은 요즘 여행보다는 집이나 가까운 곳에서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유럽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테러와 쿠데타, 또 각종 사고 소식에 해외여행을 접거나 경기불황 여파로 알뜰 피서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유명 피서지마다 극심한 교통체증과 바가지 상혼으로 인해 몸과 마음의 힐링은 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이기도 해 아예 집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 뜨고 있다.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올 여름휴가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름휴가 때 꼭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50.6%로 여행을 꼭 가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43.3%)보다 많았다. 여행을 가지 않는 이유로는 성수기 인파와 바가지 요금에 대한 거부감(72.1%·중복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물가에 대한 부담감(43.6%), 업무나 일이 많아서(29.7%), 귀찮아서(27.7%) 순 이었다. 대신에 집에서 편하게 쉬는 것(66.3%·중복응답)과 개인적인 문제나 생각을 정리(31.7%), 미루어 두었던 집안일을 하겠다(28.7%)는 응답이 많았다.스테이케이션은 지난 2007년 미국에서 금융위기 때 처음 등장했다. 고유가와 경기침체로 인해 집에서 쉬면서 가까운 수영장이나 박물관 등을 찾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급증했다.우리도 장기간 경기 불황 여파로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집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영화를 보거나 음악감상 독서 등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 일부는 아이들과 물놀이장을 찾거나 당일치기로 산과 계곡 바다를 찾는 알뜰 피서객들도 많아졌다. 이처럼 여름 휴가의 트랜드가 변화하면서 키덜트 완구나 PC게임 등 집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한 듯 광고 문구도 달라졌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지난해 수많은 패러디를 낳으면서 화제를 끌었던 한 카드회사의 광고 카피다. 올 여름 휴가는 집에서 푹 쉬면서 즐겨라.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7.27 23:02

일파만파 운동

일본의 주요 마트에서 한국산 파프리카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한국산 파프리카가 한 때 일본 시장의 60% 이상 차지할 만큼 경쟁력을 자랑했다. 2000년대 이전 네덜란드·뉴질랜드·멕시코·중동 국가 등에서 차지하던 일본시장을 한국산 파프리카가 가격과 품질을 앞세워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그 중심에 김제와 남원의 파프리카가 있었다.일반적으로 일본의 농식품 시장공략이 녹록치 않다. 신선 농산물은 통관이 까다롭고, 가공식품은 차별화 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이력관리를 철저히 한다. 대파는 뿌리 부분의 흰색이 몇 센티, 오이는 직선으로 몇 센티 등의 규격을 맞춰야 할 정도다. 이런 까다로운 통관 절차를 거치다보면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내 대형 유통점이나 슈퍼 체인들의 입점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 까닭에 외국산 농산물이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문은 극히 좁다.이런 장벽을 뚫은 한국의 대표적 신선 농산물이 바로 파프리카다. 그 배경에는 한국의 파프리카가 잘 갖춰진 유리온실의 생산기반에다 조합 등에서 이력관리를 잘해 안전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파프리카 생산을 위해서는 유리온실 설치 등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 일본에서는 그간 직접 재배보다는 수입에 의존해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본에서도 파프리카 재배농가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전북의 효자 수출 농산물인 파프리카가 일본의 엔저 현상으로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내수시장 과잉 공급에 따라 고전하고 있단다. 고소득 작물로 각광받으며 재배면적이 크게 늘었으나 국내 소비가 뒷받침 되지 않는 것도 이유다. 전국의 생산자 단체가 자구책 차원에서 이달 말까지 1000톤을 폐기하기로 했다. 전국 1, 2위를 다투던 전북의 파프리카 비중이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국내 전체 생산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전북 파프리카에는 농산물 수출을 선도해온 상징성도 담겨 있다. 일부 농가에서 재배하는 한 작목일 뿐이지만 농가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다행이 도내에서 자발적인 파프리카 판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최원규 전북대 교수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동참하길 바라는 의미에서 ‘일파만파 운동’을 제안했다. 하나의 파도가 만 개의 파도를 일으킨다는 일파만파의 본래 의미에다 파프리카의 머리글자를 포함한 중의적 표현이다. 농가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게 전북을 넘어 전국 각지로 일파만파 운동이 확산되길 바란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7.26 23:02

꽉 막힌 하늘길

도민들 만큼 불쌍한 사람도 없다. 하늘길이 막혀 있어 그렇다는 것. 외국 한번 다녀 오려면 인천국제공항 오가면서 파김치가 돼 버린다. 외국 가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밤잠도 설치며 짐을 꾸리지만 공항 가는데 4시간 이상 걸려 막상 비행기도 타기전에 지쳐버린다. 돈은 돈대로 써가면서 대우도 못 받고 사는 사람이 전북도민들이다. 군산공항이 있지만 미군 공항이라서 우리 맘대로 못하고 겨우 제주도나 왕래할 정도다.전북에 공항이 없다보니까 전북이 전국에서 가장 항공 오지가 됐다. KTX가 투입돼 다소 교통사정이 나아졌지만 인천국제공항 가는데는 불편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2시간전 공항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잠 설치기가 다반사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볼일 다 보고 비행기를 이용해서 공항에 오가기 때문에 시간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본다. 요즘 가뜩이나 남북 관계가 긴장상태에 놓여 있지만 백두산 천지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은 예전만은 못해도 줄을 잇는다. 대부분의 도내 관광객들은 인천공항에서 연길·장춘·심양 공항에 2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백두산 관광길에 오른다. 하지만 비행시간 보다도 전주에서 인천국제공항 오가면서 진이 빠져버리기 때문에 여행다운 여행을 즐기지 못한다.최근 중국 연길공항에서 만난 부산 백두산 단체 관광객들은 자신들은 ‘오전 일 다 마치고 김해공항에서 2시간만에 도착했다’고 설명한다. 몹시 부러웠다. 공항 없는 전주 관광객들은 오전 8시30분에 대절한 관광버스를 이용해서 4시만에 인천공항에 도착, 오후 2시35분 비행기를 타고 연길공항에 4시50분에 도착했다. 부산 사람들은 집에서 나서서 4시간만에 연길에 도착한 반면 전주사람들은 8시간만에 도착했다. 전주사람들은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고 차안에서 시간을 많이 허비해 여행 초반부터 지쳤다. 도민 누구나 외국 오갈때마다 겪는 불편 사항이다. 이유는 단 한가지. 전북에 공항이 없어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불편을 겪고 있다.글로벌 시대에 공항이 없는 것은 문 밖을 나갈 때 신발이 없는 것이나 다를바 없다. 새만금국제공항건설 사업이 정부의 제5차 공항개발중장기종합계획에 포함됐다고 해서 희망을 갖게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결코 낙관만 할 일도 아니다. 새만금 1단계 종합개발 종료시점이 4년 남았지만 지금껏 3조7752억 밖에 투자가 안돼 애초 계획 30%에 그치고 있는 게 모든 걸 말해준다. 인접 무안·청주공항서 전북에 공항이 들어서는 것을 방해하는 것도 문제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김제공항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도 당시 최규성 지역 국회의원 등 주민들이 앞장서서 반대했기 때문에 정부에 대해 할말을 잊게 한다. 앞으로 도내 10명 국회의원이 임기중 가장 우선시 해야할 게 공항건설이라는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공항건설에 협조 안하면 한방에 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7.25 23:02

신영복 교수와 여름 징역

잠을 설쳤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열대야의 폭거(?) 탓이다. 여름은 더워야 제격이라지만, 일상을 무너뜨리기 일쑤인 폭염은 아무래도 반갑지 않다. 이즈음이면 고 신영복 교수의 여름징역이야기가 떠오른다. 여름징역은 10년 전쯤 인터뷰할 때 신 교수가 들려준 이야기인데, 그가 옥중에서 세상으로 내보낸 편지(그의 명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도 들어 있는 이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그로부터 들은 여름징역살이는 이렇다.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여름징역은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자기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이에요.이야기를 더하자면 신 교수는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내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이며,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 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든다고 털어놓는다.돌아보면 감옥안의 여름징역처럼 세상 도처에서 인간에 대한 증오와 갈등이 일상이 되어 삶을 위협하고 있다. 신 교수의 지적처럼 지향점이 분명하지 않은 논란과 주장의 팽팽한 대립 속에 많은 사람들이 고뇌에 빠져있다.갈등과 증오를 치유하는 방법은 없을까.먼저 갈등의 이유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하고 봉합하려는 노력에 앞서 무슨 병인가를 밝혀내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는 정파 간 입장 차이나 자본가와 노동가의 대립, 보혁대립, 냉전논리 등이 현재 우리사회의 모순구조를 설명해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은폐된 우리 사회 갈등구조의 뿌리를 드러내야 하지요.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치유의 과정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늘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주목했던 그의 말을 다시 떠올린다. 서로를 일으켜 더불어 살려는 사람,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모여 숲을 이루듯이 더불어 체온을 느끼고 함께 사람다운 삶을 애써 살아가려는 사람들, 그것이 희망입니다.여름이다. 우리는 여름징역살이로부터 자유로운가.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7.22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