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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의 역사

종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꼽힌다. 그만큼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이 크다. 종이는 중국 후한의 환관 출신인 채륜에 의해 만들어졌다. <후한서> ‘채륜전’에 “채륜이 나무껍질, 넝마섬유, 포, 어망 등을 사용하여 종이를 만들어 원흥 원년(元興元年, 105년)에 황제에게 바쳤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종이는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에 시작된 셈이다. 채륜이 발명한 종이 만드는 기법은 동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돼 학문과 예술의 발전을 이끌었다. 흥미로운 것은 오늘날의 종이 제조법이 채륜이 발명한 기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종이 제조법은 1000년 무렵 서양으로 전해졌다. 이 시기부터 비로소 서양에서도 기록이 대중들에게까지 전파되었고,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1450년 주조 활자에 의한 활판 인쇄에 성공하면서 금속활자 인쇄술을 통해 기록문화가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인쇄기는 이후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종교개혁과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역사의 대전환을 가져왔다.

 

사실 금속활자의 발명은 우리나라가 구텐베르크를 훨씬 앞선다. 기록에 의하면 1234년 고려 ‘고금상정예문(古今詳定禮文)’이 금속활자로 제작되었고 1371년에는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 금속활자로 인쇄됐다. ‘직지’는 현재 세계에 남아 있는 금속활자 인쇄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책으로 꼽힌다. 그만큼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임에 틀림없지만, 안타깝게도 인류문화사에 영향력을 미친 것은 역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는 다시 변했다. 종이의 발명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놓았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전자책이 등장하면서 이제 종이책도 사라질 것이란 예견이 더해졌다. 그러나 적어도 종이책은 아직은 유효한 존재다.

 

종이책을 있게 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역사를 만나는 전시가 전주에서 열리고 있다. 한옥마을의 완판본문화관이 주관하는 ‘구텐베르크 박물관 유물 특별전’이다. 구텐베르크 박물관이 세계 순회 전시로 기획한 것인데, 한국이 그 첫 번째란다.

 

세계 2대 인쇄 박물관 중 하나인 구텐베르크 박물관은 금속활자를 개발한 구텐베르크를 기념해 1900년에 만들어졌다. 전주 전시에는 중세시대, 구텐베르크 인쇄기로 만든 기록물과 책들이 건너왔다. <예배서: 슈트라스부르크> <그라티아누스: 판결집> <단테신곡> 을 비롯, 교육서부터 식물도감까지 중세시대 서적과 유물 70여점이다. 놓치기 아쉬운 귀한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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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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