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전주세계소리축제] 한국 역사와 함께 한 '소리의 감동'…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모든 축제에 있어 '개막공연'은 가장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개막공연 하나만 봐도 전반적인 행사의 흐름이나 수준을 어느 정도는 짚어낼 수 있다.전주세계소리축제 박칼린 총감독은 평소"개막작은 단순히 하나의 작품일 뿐"이라며 "중요하긴 하지만 너무 큰 비중을 두지말라"고 했었다.하지만 도지사와 시장군수, 지방의원이나 문화예술계언론계 등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개막 공연에서 어떤 인상을 심느냐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에도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지난달 30일 오후 7시 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올 소리축제 개막공연 작품명은 '이리 오너라 UP GO 놀자'.작품명은 춘향전 한 대목에서 따온 것이기에 귀에 익숙하다.총감독 박칼린, 기획연출 전무영, 연출 최중민, 구성작가 전수양, 사회 윤중강 등이 주요 제작진이다.SMFM, 안숙선, 최재림, 박칼린 등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2037석의 모악당은 일찌감치 매진됐다.유료 관객이 771명, 초청받은 무료 관객이 1266명으로 유료 관객 점유율은 37.9%였다.지난해의 개막공연 '천년의 사랑'은 이틀에 걸쳐 열렸다.당시 유료관객 점유율은 첫날이 10.4%, 둘쨋날이 18.9%였는데, 올해에는 유료관객 비율을 늘렸음에도 표가 동나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대중 스타 박칼린을 보기 위해 공연장에 몰려든 사람들중 상당수가 표가 없어 발길을 돌린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유료 공연 비율을 더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개막공연은 종전과 달리 퓨전 스타일이 강했다.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 어린이와 원로, 아마추어와 프로가 마치 비빔밥처럼 어우러지고 비벼졌다.큰 틀은 한국의 역사와 함께 울고 웃는 소리의 감동을 재현했다.선사부터 고려조선근대현대까지 총망라한 한국음악을 '재해석'해냈다.정통성 시비를 염두에 둔듯 판소리를 중심에 두되, 정가, 타악, 전통기악 등까지 아우른 파격 무대였다.개막 공연은 '창조의 소리','부흥의 소리','역경의 소리','미래의 소리'로 이어졌다.음악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소리의 고동치는 역사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는 무대였다.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향한 치열하고 아름다운 소리의 발자취를 보여줬다고 본다.선사시대 천신맞이 굿부터 시작해 부터 고려조선근대(일제)현대시대까지 민요, 판소리, 정가, 타악, 힙합, 재즈까지 더해 우리 음악의 맥박을 새롭게 해석해냈다.아방가르드 음악의 독보적 존재 박재천이 이끄는 국내 유일의 집단즉흥 연주단체 SMFM 오케스트라가 메인 연주를 담당했다.판소리 안숙선, 아쟁 허윤정, 소리 강권순, 대북 임원식, 경기도립국악단, 창무회, 예쁜 아이들 등의 명인명창명무 들이 국악, 무용, 합창을 선보였다.판소리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을 한 안숙선은 그 이름만큼이나 관객을 단박에 휘어잡는 힘을 보였다.한국의 허윤정, 중국 청위위(비파), 일본 다나카 유미코((샤미센) 등이 만들어낸 한중일 앙상블이나 한영애와 예쁜아이들의 동요(반달, 퐁당퐁당) 장재인의 민요(오빠는 풍각쟁이, 유쾌한 시골영감) 등도 재미를 더했다.젊은층은 최재림박칼린의 뮤지컬 매들리나 허인창, 산체스, 정한해 등의 R&B+랩에 푹 빠져들기도 했다.윤중강 사회자의 구수한 멘트는 음악 문외한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한시간반 정도 하는 공연이 끝나고 나가는 사람들은 세대에 따라, 각자 주관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하지만, 이날 개막공연은 소리축제의 갈 길이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대중성 확보를 위해 더 변화해야 함을 보여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