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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모빌리티 혁신으로 전북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키워야

2003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테슬라 자동차가 설립될 때만 해도 이 작은 전기차 기업이 세계 자동차산업의 방향을 바꿀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테슬라는 현재 10만 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래자동차는 친환경 전기차와 수소차, 스마트카인 자율주행차를 포함하는 용어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각종 서비스까지 일컫는 모빌리티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 신개념 모빌리티는 테슬라처럼 신생기업에 큰 기회를, 기존 업체에는 큰 도전이 되고 있다. 미래자동차의 시장 규모는 놀랄 정도로 커지고 있다. 2022년도 전기차 판매량은 802만대로 전체 생산량의 9.8%를 차지하고 있고, 2030년에는 전체 시장의 30%로 커질 전망이다. 자율자동차의 경우에도 1조 50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북지역 1차 부품업체 7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래차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매출액은 전체의 12.1% 수준에 불과하다. 미래차에도 공용으로 적용되는 부품 생산 비중이 81%인 것이 그나마 위안이지만, 미래차의 핵심인 모터와 소프트웨어 업체가 많이 부족하다. 우리 지역의 자동차산업이 미래차로의 체질 개선과 함께 생태계 조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다. 전북은 그동안 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관련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자동차융합기술원을 중심으로 실증·시험장비 183종 214대를 구축하였으며, 전국 유일의 상용차 주행시험장, 최대규모의 전자파 시험장,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등의 기반을 갖추었다. 이들 인프라를 활용한 다양한 전기차 부품과 플랫폼, 그리고 자율주행 관련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도내 2017년 306개였던 자동차 기업이 지난해 572개까지 증가하였으며, 전후방 연관업체의 집적화를 통한 안정적인 산업환경이 갖추어지게 되었다. 전북의 자동차산업은 '미래자동차, 특히 상용차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의 연구 생산기지'로 만들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래차 핵심 부품기업 100개사 육성, 매출액 20조 원, 종사자 수 2만5000명 달성을 세부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미래차 전환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내년 2월 준공될 ‘미래모빌리티 테크센터’는 미래차 부품기업의 보육과 기술개발 지원 등을 담당하는 미래차 구조 전환의 첨병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미래차 전환 거버넌스 운영을 통해 기업구조 진단, 사업전략 재편 컨설팅 등을 추진하여 미래차로의 유연한 전환을 도울 것이다. 둘째,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과의 협업을 통해 미래모빌리티의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국가연구과제 등을 공동으로 수행할 것이다. 셋째, 인력양성사업 확대이다. 지난 2월 교육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RIS(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사업을 통해 내년부터 4년간 총 440여명 규모의 미래차 전문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네덜란드 속담에 '태풍이 불면 어떤 이는 담을 쌓고, 어떤 이는 풍차를 단다'고 한다. 태풍이 위기냐, 기회냐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전북도는 자동차산업의 변혁이란 태풍을 이겨낼 수 있는 ‘미래차 생태계 구축’의 풍차를 달기 위해 도정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다. /김종훈 전북도 경제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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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9 16:29

전주 종합경기장 개발 변경안 문제는 없나요? (1)

의뢰인은 최근 전주시의회에서 종합경기장 개발 변경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되었는데, 롯데쇼핑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지 10년 넘게 지나 다시 롯데쇼핑에 대물변제 방식으로 하는 사업이 가능한지 법적 의견을 물어왔다. 주요 사실관계부터 살펴보면, 2010년 4월 종합경기장 이전 및 복합단지 개발계획 전주시의회 통과, 2012년 6월 민간사업자로 롯데쇼핑 선정, 2012년 12월 전주시와 롯데쇼핑 협약서 체결, 2015년 7월 민간사업에서 재정사업으로 사업 방식을 바꾸는 시민의숲 조성 사업 시의회 통과, 2023년 9월 MICE 산업 복합단지 조성 사업 시의회 통과되었다. 애초에 이 사업은 롯데쇼핑이 대체 부지에 신축 종합경기장을 지어주고(기부), 공터로 남게 되는 현 종합경기장 부지를 전주시가 롯데쇼핑에 주는(양여) 기부대양여 사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주시는 자체 예산으로 종합경기장을 이전하고 롯데쇼핑이 컨벤션센터를 전주시에 지어주고, 롯데쇼핑은 돈 대신에 종합경기장 부지를 받는(대물변제) 사업으로 변경되었다. 대물변제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는데,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2호부터 제4호는 공용재산 등을 이전하고 이전 설치에 든 용지대와 공사비를 갈음해 변제하는 경우 대물변제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컨벤션센터를 짓는 것은 공용재산 등을 이전하는 경우가 아니니 2호부터 4호는 해당이 없고, 1호는 공영개발이나 경영수익사업을 시행하고 그 결과 조성된 일반재산으로 그 사업 시행에 든 용지대와 공사비를 갈음해 변제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된다. 애초 2012년 롯데쇼핑을 사업자로 선정한 공모지침서와 협약서를 살펴보면 종합경기장 이전 사업은 민자사업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대물변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주시는 2015년 이후 종합경기장 이전은 전주시가 재정사업으로 변경되어 전주시가 사업시행자라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공영개발이라고 한다면 특별회계가 설치되었는지, 도시개발법상 롯데쇼핑이 대행사로 자격이 있는지 등은 뒤로하고, 다음으로 재정사업으로 변경되었다면 롯데쇼핑과 협약 변경으로 계속 사업 시행이 가능한 것인지 알아본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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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9 16:29

‘전라도는 소리, 경상도는 춤’, 동의 할 수 없다

‘전라도는 소리, 경상도는 춤’이란다. 상징적인 표현이긴 하겠으나 동의할 수 없다. 역사성과 문화인류학적 입장을 차치하고, 뒤적여 보니 복합적인 요인 중에서도 생태 민속학적 측면에서 공통점이 먼저 눈에 띄었다. 지형적으로 소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백두대간의 산악지대가 많은 경상도 기질과 넓은 평야 지대가 많은 전라도 춤은 지리 환경적 요인으로 차이가 있지만, 춤 정신과 철학이 다르진 않다. 다만 문화와 예술은 교류하고 섞이면서 발전해 가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전라도는 소리, 경상도는 춤’이라는 단정적 명제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알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경상도는 악성 우륵이 창제했다는 가야지무를 포함, 한기무, 미지무, 대금무가 있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전한다. 그뿐만 아니라 황창무와 처용무, 상염무, 무애무, 오기 등 남성춤도 있었다고 전하며, 도솔가무 등 민간 생활과 밀접한 놀이춤도 있었다. 그래서 영남이 춤이 발달했다는 말인가. 전라도 춤을 살펴보자. 전라도 춤은 마한과 백제로 이어지며 발전해 왔으며, 다양한 농경 민속을 비롯하여 농악과 강강술래 같은 소리춤이 농경문화와 함께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 왔다. 이병옥 용인대 명예교수에 의하면 춤과 음악은 밀접한 관계로 음악적 풍속이 곧 춤 풍속이 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단다. 따라서 음악 문화권은 곧 춤 문화권을 가르는 요인 중의 하나로, 일반적인 민요문화권은 소리춤 영역의 중요한 문화권이 된다. 춤과 관련해 중요한 문화권으로 시나위음악권이 있는데 시나위는 전라도 무속 반주음악에서 비롯한 명칭이다. 중요한 것은 이 음악이 곧 무속춤과 예인춤의 춤반주에 있어 절대적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전라도는 판소리가 발달했고, 민요는 육자배기조이며, 소리춤은 더할 나위 없다. 농악은 더 발달하였고 무속은 굿을 하는데 춤이 부수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소리와 기악 선율문화가 뛰어나게 발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춤이 저평가된 착시현상이 있다. 전북의 현대춤과 발레의 역사도 깊다. 이시이바쿠와 최승희의 제자인 김미화를 전북 ‘창작춤 효시’로 본다. 한국 현대춤의 거목인 육완순도 초등학생 때부터 무용의 꿈을 키워 미국의 현대춤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해 공적을 남겼다. 한국발레계의 대부 임성남은 전주사범학교 시절 발레를 시작해 일본 유학 시절 핫도리 시마다에게서 발레를 배워 서울에서 활동했다. 전북에서 한국춤, 현대춤, 발레 등 여러 장르에서 걸출한 춤 명인들이 많이 배출된 배경으로 조선시대 전라도 교방에는 수많은 관기와 악공들을 비롯한 풍류객들이 존재했고, 지역춤과 소리 문화의 인프라가 오랜 역사 속에 형성돼 왔다는 것과 무관치 않으리라. 또한 조선시대 전라도와 제주를 아우르는 정치·문화·예술의 중심지인 전라감영과 전주부가 있던 곳으로 ‘전주대사습놀이’로 인해 조선시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모이던 고장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전주대사습에서 장원을 받은 명창명인들은 어전 명창의 명예를 얻었고, 벼슬을 제수받는 예도 있었기에 예술가들에게는 신분 상승의 기회이자, 노력에 따라 명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문화적 풍토가 조성돼 있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가무악일체’를 이해한다면 ‘전라도는 소리, 경상도는 춤’이라는 명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 춤과 소리도 당연하다. 그래서 전라도는 춤과 소리가 넘쳐나는 우리네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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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9 16:10

언어순화 운동과 한글날

토끼소녀, 양파들, 청종⋯. 1970년대 중반 한 시대를 풍미하던 인기 가수들의 이름이 갑자기 바뀌었다. 정부가 외래 풍조 단속과 언어순화를 이유로 연예인들에게 외국어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라는 압력을 가했다. 그래서 바니걸스는 토끼소녀, 어니언스는 양파들, 블루벨스는 청종이 되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그때는 그랬다. 1970년대 정부가 대대적으로 언어순화 운동을 펼치면서 수많은 외래어가 우리말로 정리됐다. 하지만 이렇게 조성된 우리말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억지로 될 일이 아니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신조어, 줄임말이 유행했고, 무분별한 외래어‧외국어 사용이 꾸준히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그러면서 언어순화 운동도 계속됐다. 국립국어원이 생활 속의 외래어나 신조어를 우리말로 바꿔 보급하는 언어순화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21세기 들어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급부상하면서 학교에서도 언어순화 운동이 펼쳐졌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언어폭력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각 시‧도교육청이 언어순화 운동에 나선 것이다. 2012년 인천을 시작으로, 부산과 세종, 울산, 대구, 경기, 전남 등 각 시‧도에서 ‘학교 언어순화운동 권장 조례’를 잇따라 제정했다. 전북에서도 2021년 ‘전라북도교육청 학교 언어순화운동 권장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서는 언어순화 운동을 ‘규범에 어긋난 말과 비속한 말을 올바른 말로 바로잡고, 외래어를 가능한 순우리말로 바꾸어 쓰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이 조례는 ‘권장’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한계가 분명했다. 학교에서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면 조례는 그저 교장 선생님의 지루한 훈시처럼 선언적 의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금 실정이 그렇다. 과도한 줄임말과 국적불명의 신조어, 그리고 무분별한 외래어, 비속어 사용이 논란이 된 지 오래다. 한글 파괴라는 비판적 시각이 많지만 시대 변화에 따른 한글의 진화라는 주장도 있다. 언어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현상이다. 언어의 확장성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적당한 줄임말과 신조어‧외래어는 언어 생활을 한층 풍성하게 해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한글 파괴로 이어지면 세대 간 격차와 불통만 부추길 수 있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언어의 본래 기능인 의사소통에 벽이 생길 정도니 선을 넘은 게 분명하다. 특히 인터넷과 TV 등 통신‧방송 매체가 신조어와 외래어‧외국어를 남용하면서 이를 조장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시 ‘한글날’을 보냈다. ‘우리말 쓰기’의 필요성을 또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해하기 쉽고 어감도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도 애써 이를 외면한 채 국적불명의 신조어나 외국어를 남발하는 일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한글날에만 반짝 우리말 쓰기를 강조하고, 평소에는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는 방송매체부터 달라져야 할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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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10.09 09:22

혼인해서 자녀가 2명 있는데 군대를 꼭 가야 하나요?

병무청에서는 저소득층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 본인의 신청에 의해 병역이 감면되는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병역을 감면받기 위해서는 가족의 '부양비', '재산액', '월 수입액'이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모두 해당되어야 합니다. 첫째, '부양비'는 가족 중 부양할 능력이 있는 사람(부양의무자)과 부양을 받아야 할 사람(피부양자)의 비율을 말합니다. 부양비 기준은 부양의무자가 남자인 경우 1명당 피부양자 3명 이상, 여자인 경우는 1명당 피부양자 2명 이상일 때 충족하는 것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가족 중 부양의무자가 남성 1명, 여성 1명일 때 피부양자가 5명 이상이어야 부양비 기준을 충족합니다. 둘째, '재산액'은 가족이 보유한 동산, 부동산, 전세금, 월세 보증금, 자동차, 유가증권, 골프회원권 등 기타의 재산을 합산한 금액을 말합니다. 재산액 기준은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결정하는데, 2023년 기준 9,480만원 이하입니다. 셋째, '월 수입액'은 가족의 최근 1년 이내의 수입액입니다. 보건복지부 고시 의료급여 선정 기준을 적용하여 결정하며, 병역의무자 가족 수에 따라 기준금액이 달라집니다. 2023년 4인 가족 기준 216만386원 이하입니다.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 제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병무청홈페이지→병역이행안내→병역감면→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사전에 자가진단을 받고자 할 경우에는 ‘병무청홈페이지→병무민원→민원안내→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원(자가진단)’에서 가능합니다.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과 관련한 구체적인 상담은 전북지방병무청 병역판정검사과 생계처리계(063-281-3233, 3186)로 문의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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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5 17:09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전북이 최적지

탄소중립, 자원경쟁, 고유가 등으로 청정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공급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 송전선로를 연결하는 중앙집중식 전력 시스템이 지금의 방식이라면, 변전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공장이나 가정 등 최종 소비처로 전기를 공급하는 배전망 단위로 에너지 수요를 분산시키는 방식, 즉 ‘분산에너지’ 시스템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앙집중식 전력 시스템에서는 송전탑·송전선로 등을 설치하는 데 비용도 많이 들지만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기상에 따라 전력 생산이 들쑥날쑥하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전략 생산자로부터 전력 소비자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네트워크인 전력계통이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정된 법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2024.6.14. 시행)이다. 법적으로 분산에너지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공간·지역 또는 인근지역에서 공급하거나 생산하는 에너지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하의 에너지”를 말한다. 이 분산법에는 일정 지역에 대해 에너지사용량 일부를 분산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할 수 있도록 하고, 의무설치량을 충족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 맞는 전력시스템을 도입하고자 전력의 직접거래 등 규제혁신이 적용되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지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기는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거래할 수 없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서는 이게 가능하다. 전력 생산자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주민뿐만 아니라 기업에 생산한 전력을 직접 공급할 수 있는 발전·판매 겸업 특례가 적용된다. 통합발전소, 유연성 자원(P2H 등 섹터커플링)을 비롯한 각종 실증사업이 수행되어 미래형 전력시스템도 구축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첨단기술 융합형 통합발전소는 소규모 분산자원이 안정적으로 전력시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에너지 자원을 연결·제어하여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분산에너지는 규모보다 위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북은 설치용량 4.5기가와트(GW)로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이점과 함께, 신재생에너지와 분산에너지의 완전한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새만금에 태양광·풍력발전 3GW, 부안‧고창에 해상풍력발전 2.4GW 등 모두 7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사업이 마무리되면 전력 자립률이 67%에서 133%로 커진다. 한마디로 자급자족형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이 완성된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은 에너지 섹터 간 긴밀한 연계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섹터커플링이 필요하다. 전북은 그린수소와 이차전지가 특화된 지역이다. 더욱이 새만금은 어떤 민원도 발생하지 않는 매립지이다. 이미 투자를 확정한 이차전지 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데이터센터 등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기업이 글로벌 RE100․CF100을 달성하면서 안정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새만금이다. 전북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와 계통투자의 비용을 줄이면서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는 분산에너지 도입의 목적을 실현할 최적지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전북이 분산에너지 선도지역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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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5 17:09

축제와 관광, 이대로 괜찮을까?

봄‧가을은 대표적인 축제의 계절이다. 특히 코로나가 끝난 후 지역마다 크고 작은 축제들이 연이어 열리고 있다. TV나 입소문을 통해 축제의 인지도가 있는 지역이라면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올해 개최 예정인 지역축제는 총 1,129개다. 하루에 3개 이상의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그리고 대부분 계절성 지역특산물이나 명소 중심으로 셋팅 된다. 잘 만든 축제가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다. 대표 먹거리를 내세운 축제들은 방문자 수와 판매수익으로 대변되는 관광 효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축제의 관광효과, 지역을 살리는 ‘돈’과 ‘실용’이라는 명목하에 이에 대한 비판이 종종 묵살된다. 몇 년 사이 지역 축제마다 트로트 가수 팬클럽 버스를 보는 일이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어쨌든 방문객이 늘어 좋은 줄만 알았는데, ‘실익이 없다’ 는 푸념이 들린다. 타지역에서 가수의 팬들이 몰려와서 좋아했는데, 막상 공연이 끝나고 축제는 둘러보지도 않은 채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담당자들의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현상을 몇몇 팬들의 이기심이나, 축제의 부작용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지금은 비슷비슷한 지역축제에 대해 스스로 물음을 던져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애초부터 지역과, 지역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지역축제가 단순히 특정 농수산물이나 먹거리로 대표되는 것이 너무 안일한 전략은 아니었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사실 많은 지역의 축제가 먹거리 중심, 명소 중심 일색인 데는 이유가 있다. 지역이 가진 한계 때문이다. 재정자립도가 받쳐주지 않으니 단발성 행사로 단기간에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 비슷비슷한 농산물이어도 경쟁적으로 선점해서 방문객 수든 경제적 효과든 입증해내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나 유인책이 우선이 된다. 그리고 이런 구조 속에서 지역이 가진 이야기는 더욱 빈곤해진다. 축제가 가진 관광 효과 측면에서, 코펜하겐의 사례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코펜하겐은 인어공주동상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작은 도시다. 코펜하겐 역시 몇몇 관광지로 인해 교통체증이 불거지고 ‘머무는 도시’가 아닌, ‘거쳐가는 도시’였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의 많은 소도시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2017년, 코펜하겐은 ‘(기존)관광의 종말’을 선언하고 관광객 수에 목매는 양적 팽창 정책을 포기하기로 했다. 코펜하겐의 진짜 매력은 인어공주 상이 아닌 덴마크 사람과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것. 그래서 관광객을 ‘일시적 주민’으로 만드는 전략을 짰다. 덴마크의 문화를 경험하고 도시를 보여줄 수 있도록 관광정책을 주민이 주도하게 했다. 또한 우리처럼 방문객 수나 관광 인프라에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가 아니라 관광객의 재방문율, 혁신관광프로그램개발 등 평가지표를 혁신적으로 바꾸었다. 주민과 관광객의 만족도가 올라갔고, 목표가 아니었지만 관광객 수도 오히려 늘었다. 양적 관광에서 질적 관광으로 전환한 성공적인 사례다.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진 도시의 축제와 관광을 위한 천편일률적인 해법은 없다. 하지만 가을과 함께 깊어가는 축제의 계절, 이제는 축제와 관광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목적과 이유를 돌이켜보고 각자의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오민정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생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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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5 17:08

그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리

올 추석에도 고향에 가지 못했다. 시골집 뜰안 대추나무 가지의 열매들은 단맛이 밴 채로 여물고, 뒤뜰의 석류나무는 과피(果皮)가 벌어진 채로 석류가 알알이 들어찬 제 붉은 속살을 드러내며, 멧비둘기 구구대는 앞산의 산밤나무에 매달린 푸른 밤송이들은 절로 벌어져 알밤을 투두둑 털어낼 테다. 아버지가 짓고 가족과 어린 시절을 보낸 옛집은 사라지고 없다. 고향마을의 느티나무는 무성한 가지를 드리운 채 늠름하고, 너른 들과 땅을 휘감아 돌아가는 강과 바람은 그대로이건만 고향의 새 주인들은 낯설다! 고향에서의 기억은 왜 달콤하고 아련한가? 그것은 과거를 화사하게 윤색하는 뇌의 환각작용 탓일까? 정지용의 시는 내가 오래 전에 낙원에서 추방된 자임을 일깨우며 서글픔에 빠뜨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산꿩이 알을 품고/뻐꾸기 제철에 울건만//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정지용, '고향').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가 우는 고향에의 기억은 달콤하고 아련하다. 그것은 지금의 고향이 아니고, 흘러간 옛날은 오늘의 괴로운 현실의 대안이 될 수가 없다. 고향을 떠난 자는 다시는 그 아늑하고 그리운 고향을 찾지 못한다. 고향을 그리는 나침반은 언제나 어린 시절의 목가적 생활을 가리킨다. 내 마음에 자꾸 향수병이 도지는 까닭은 무엇인가? 노스탤지어의 바탕은 지금 여기에 없는 것, 즉 옛날을 향한 동경과 그리움, 되찾을 수 없는 시간 회복에 대한 열망이다. 프랑스 철학자 블라디미르 얀켈레비치는 "향수병은 불가능한 것에 직면했을 때 갖는 절망이다"라고 한다. 노스탤지어는 고향 없음이 아니라 특정 장소로 돌아갈 수 없음, 고향 회귀의 불가능성에서 발원한다. 그 불가능성은 어떤 지리적 좌표를 찾는 게 아니라 고향에서의 시간을 회복하는 일인 까닭이다. 타향을 떠나 떠도는 자는 삶을 낭비하리라는 불안에 사로잡힌 채 존재한다. 이것은 노스탤지어의 질료적 바탕이 고향 회귀의 불가능함, 그리고 방향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걸 암시한다. 내가 고향을 떠난 것은 열 살 무렵이다. 탈향의 세월이 쌓이면서 고향의 말도 다 잊고, 고향의 벗도 다 떠난 지금 고향은 내 마음의 지리학에서만 찾을 수 있다. "고향을 감미롭게 그리는 사람은 아직 주둥이가 노란 미숙자일 것이다. 모든 장소를 고향이라는 느낄 수 있는 자는 이미 강한 자다. 전 세계를 타향이라고 생각하는 자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나는 12세기 스콜라 철학자 생 빅토르 후고의 말을 여러 책에서 만났다. 고향을 떠난 지 오래되어도 고향에 집착한다면 그는 인격의 성숙함에 이르지 못하는 영원한 미숙아에 속할 테다. 나는 토성의 영향 아래 태어났다. 내가 원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나는 일찍이 고향을 떠났다. 고향을 잃은 채로 떠돌며 사는 동안 불신과 비관에 내 삶을 통째로 내주었다. 세상을 떠도는 자의 마음에서 빛이 꺼지고 무상함에 빠지기 쉬운 까닭은 분명 삶의 보람 없음과 기쁨의 배제의 결과인 오늘의 삭막함과 연관이 있을 테다. 나는 인격이 여문 어른의 삶을 살 수 있을까? 그것은 애초에 글러버린 꿈일까? 나는 고향을 잃어버린 삶을 사랑한다. 아니,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고향을 잃은 삶을 사랑하지 않고 견디며 살 수 있다. 내가 이미 오래 전부터 고향 없이 살아온 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탕약을 가득 채운 잔을 들이켜고 고향 상실자로 살아온 지 반세기가 넘었다. 삶은 쓰디썼다. 하지만 후회와 서글픔은 옅어지거나 사라졌다. 그렇건만 고향을 둘러싼 기억의 화사함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고토에서 몸은 멀어지건만 마음이 품은 노스탤지어는 사라질 기미가 없다. 오, 그대 다시는 고향을 찾지 못하리! 세계는 늙고, 나도 가슴에 남은 한줌의 노스탤지어를 품고 늙어간다. 살아보니, 늙음이 인생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인 걸 알겠다. 죽음이라는 외부가 덮치기 전까지 나는 더 꼼꼼하게 늙어갈 테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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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5 17:08

내우외환의 새만금

새만금 예산 삭감의 후폭풍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군산시와 김제시의 관할권 다툼 양상은 변함이 없어 도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는 전북으로선 이들의 지나친 지역이기주의에 혀를 찬다. 설령 그들 주장이 옳다고 한들 지금 잼버리 민심이 최악인 상황에서 성과는커녕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더욱이 새만금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국면에서 자칫 전열을 흐트러 뜨리지는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어찌됐든 잼버리 파행 책임을 새만금과 엮어 귀책 사유로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들 지역 의회는 새만금 예산의 원상회복을 외치면서도 관할권 확보에 대한 의지는 여전했다. 각자 기자회견과 정책 토론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하고 전북도가 갈등 해결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특히 군산은 지난 8월 잼버리 파행과 태풍 피해 와중에도 ‘새만금 관할권 사수대회’ 를 추진해 주위 반대 여론에 부닥쳤다. 새만금이 잼버리 파행 책임의 덤터기를 쓴 채 전방위 공세에 직면한 가운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빌미를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것이다. 실제 집회를 앞두고 공직사회는 물론 읍면동 주민회 심지어는 지역 정치권까지 우려를 표시했다. 관할권 다툼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지, 윽박지르고 물리력을 행사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더더욱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새만금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이어 새만금 신공항의 착공 절차 시점에 난데없는 잼버리 불똥이 튀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전북의 미래 성장 동력인 만큼 삭감된 78%의 예산 복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설 때다. 이같은 난기류 상황에서 지역 자치단체간 갈등 양상은 새만금 이미지만 흐리게 할 뿐이다. 10년 넘게 이어진 관할권 다툼은 도민들 인내심에도 한계를 뛰어넘은 상황이다. 자기중심적 논리만을 앞세워 대법원까지 간 방조제를 비롯해 동서도로, 신항만, 수변도시까지 먹잇감 대상으로 아귀다툼을 벌이는 건 도가 지나치다는 목소리다. 새만금을 둘러싼 자치단체 관할권 논쟁이 심각한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 특별자치단체 설립 문제가 나왔다. 대국적 견지의 전북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소지역주의에 매몰된 근시안적 사고탓이다. 이와 더불어 중앙 정부의 비우호적 시각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 1991년 새만금 개발사업이 첫 삽을 뜬 지 30년이 넘고 대통령이 7번 바뀌었지만 전체 매립 공정률은 아직도 절반에 못 미친다. 새만금개발청도 설립 5년 만인 2018년에서야 세종시에서 군산으로 청사를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예산 칼질에서도 그런 시각이 어느 정도 감지된다. 정권마다 새만금을 볼모로 전북에 대한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해왔다. 지금은 새만금 완성을 위해 똘똘 뭉쳐 정부 상대로 싸울 때지, 우리끼리 다툴 시간은 없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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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10.05 17:08

전북 치매환자 특별관리대책 세워라

별다른 생각없이 늘상 쓰는 용어인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을 폭넓게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치매의 의미를 따지고 들면 참으로 민망하다. '어리석을 치(癡)'와 '어리석을 매(呆)'가 이어진 한자어로, 부정적 편견을 키우고 환자와 가족에게 모멸감을 안겨준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여론을 감안해 내년부터 대한민국 공문서에 치매라는 말이 사라질 전망이다. 전국 256곳에 설치돼 있는 치매안심센터 명칭에서도 빠진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에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치매라는 단어 대신 '인지증', '인지저하증', '인지병' 등을 후보군으로 놓고 검토중이다. 정부는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표방하면서 국가적 지원을 약속했으나 아직 갈 길이 엄청나게 멀기만 하다. 예방하고, 관리하고 치료하고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살던 곳에서, 안전한 치료와 돌봄을 받다가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재택 의료를 활성화시킨다는 중앙정부 방침과는 별개로 자치단체 차원의 세심한 노력도 긴요하다. 노령인구가 많고 치매 유병률이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두 번째로 높은 전북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국회 김원이 의원(민주당 목포)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 944만 7274명 중 치매 환자(추정)는 무려 97만6923명으로 유병률은 10.3%였다. 이중 전북의 65세 이상 인구 40만7453명 중 치매 환자는 4만7951명으로 유병률은 11.8%에 달한다. 전북의 치매 추정 환자 수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치매 환자 유병률을 보인 전남(12.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북에서 발생한 치매환자 실종신고는 모두 1416명이나 된다. 2019년 337명에서 2020년 283명, 2021년 306명, 2022년 336명 등으로 치매 환자 실종자 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전북지역 시군의 치매예방 사업은 치매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치매 치료 대상도 매우 제한적이다. 유병률 감소 대책은 사실상 손을 놓다시피했다. 치매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가 관건이다. 치매진료비 지원 대상자의 소득기준을 완화해 혜택을 받는 폭을 확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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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5 14:06

새만금 재생에너지사업 추진 동력 살려야

국내 최대 규모로 추진되고 있는 새만금 재생에너지(총 7GW)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그렇지 않아도 사업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기조로 인해 사업 추진 동력마저 급격하게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 사업에 들어간 가운데 실무위원 대부분이 원전 전문가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 공기업에서도 향후 5년간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계획이 거의 없거나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의 불확실한 미래를 보여주는 사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만금은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의 메카,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의 중심지로 도약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재생에너지 지원예산을 줄이고 규제 일변도 정책을 추진하면서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의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또 오는 2040년까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5·6공구)에 ‘RE100 산업단지’ 실현을 목표로 추진한 국내 최초의 ‘스마트 그린 국가시범산업단지’ 구축 사업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하는 국제 캠페인이다. 지구촌 기후위기 시대,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유럽 등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과 지원예산 축소로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세계 각국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RE100’ 등 탄소중립과 ‘ESG 경영’(환경보호·사회공헌·윤리경영)을 천명하고 있다. 이제 기후위기 대응전략은 국가 경쟁력, 그리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차원에서 필수 요소가 됐다. 정부가 친원전 기조를 보여주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여전히 국가의 미래가 달린 산업이다. 결코 포기하거나 축소할 분야가 아니다. 정부는 친환경·저탄소 경제로의 대전환 시대를 맞아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의 추진 동력을 다시 살려내 새만금을 대한민국 탄소중립의 메카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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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0.05 11:57

배드민턴 첫 모녀 금메달…전북에 희망을 줬다

추석연휴 동안 도민들에게 자랑스런 소식이 전해졌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전북출신 모녀(母女)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한 것이다.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에서 김혜정 선수(삼성생명)가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의 어머니가 1980-90년대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이었던 정소영 선수다. 정씨는 29년 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그에 앞서 19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에선 여자 복식 금메달을 딴 바 있다. 최근에는 전주에서 열린 ‘2023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시니어선수권대회’ 여자 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해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이들 모녀의 기록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배드민턴 역사에서 유일하다. 가뜩이나 우울한 소식 뿐인 전북에 너무도 기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전북은 지금 지난 8월 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상태다. 정부는 행사 실패의 책임을 전북에 돌려 새만금 SOC 예산 등을 대폭 삭감했다. 이에 대해 도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삭발과 단식으로 항의 중이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22년 동안 전북을 연고로 했던 KCC 농구단이 부산으로 옮겨가 버렸다. 도민들은 허탈감과 무기력에 빠져 공황장애를 겪을 지경이다. 이러한 때 들려온 모녀의 금메달 소식은 도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빛을 주기에 충분하다. 전북은 오래 전부터 한국 배드민턴의 본류(本流)였다. 세계 배드민턴의 전설로 불리는 박주봉 선수를 비롯해 기라성 같은 인재를 배출했다. 정소영, 장혜옥, 김동문, 하태권, 한성귀, 김문수, 정재성, 손승모, 이재진, 유연성, 김기정, 홍지훈, 김민정, 권승택, 이득춘, 김용현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국가대표나 각종 팀의 감독 등을 맡아 한국 배드민턴을 이끌어 왔다. 이중 박주봉은 영국과 말레이시아를 거쳐 일본 국가대표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제1회 박주봉 올림픽 제패기념 국제배드민턴 대회가 전주에서 열렸다. 또한 전북에는 200여개의 배드민턴 동호회와 50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모녀 금메달 획득을 계기로 배드민턴을 비롯한 전북체육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북도와 전북체육회가 선수 발굴에서 지원까지 발군의 기량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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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4 18:25

한민족의 근간 농업 그리고 김제지평선축제

1차산업이 중심이었던 1960년대, 김제는 26만명이 넘는 웅군(雄郡)으로 전국 쌀 생산의 1/40을 책임지던 농업도시였다. 하지만 산업화시대의 급속한 도래와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 WTO 등을 겪으며 농민들은 시름에 빠졌고 망연자실해야만 했다. 한민족의 근간인 농업 여건을 돌파하고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성스러운 제사 의식의 근원 속에서 김제지평선축제는 그렇게 출발했다. 1,700년 전 축조된 우리나라 최대‧최고 수리시설 벽골제에서 흐르는 물은 김제 평야의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했고, 그로 인해 농민들은 풍년가로 농사를 지어 넉넉하고 풍요로운 쌀 생산지를 만들었다. 도작문화의 발상지 호남평야의 중심지에서 1999년 첫회를 시작한 지평선축제는 지역 특산품인 지평선 쌀과 국내 유일 무형의 지평선을 테마로 선조들의 땀과 숨결이 깃든 농경문화를 축제로 승화시켜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동안 지평선축제는 어른들에게는 짙은 농촌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농경문화의 가치와 정체성을 부각하고 어린이들은 선조들의 슬기롭고 지혜롭던 삶을 현 세대의 감각에 맞게 경험하며 농경문화와 현대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해가는 대표 문화관광축제로 발전해왔다. 올해로 25회째를 맞은 지평선축제는 김제! 새로운 지평을 열다! 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10월 5일부터 9일까지 벽골제와 시내권 일원에서 개최된다. 농경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전통, 문화, 체험, 야간, 부대 연계 행사 프로그램의 다채로움과 음식 가격의 바가지요금 불공정 행위를 원천적으로 근절한 풍요로운 먹거리로 고향의 넉넉한 인심을 담았다. 심각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노력으로는 축제장안에서다회용기와 친환경 용기 사용을 장려하고 에코존을 조성하여 재활용품 교환소와 다회용기 대여소를 운영함으로써 친환경 축제로의 변화를 시도한다. 무엇보다 청년농부와 청년창업가 그리고 지역예술인과 소상공인 등 다양한 민간단체가 축제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공간구성과 프로그램 운영 전반을 함께하며 시민이 주인이 되는 축제, 지속가능한 축제, 모두의 축제로 한걸음 나아간다. 또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과 같이 가장 한국스러운 지평선축제는 세계로 향하기 위한 자생력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전문성을 강화한 축제관광재단 설립을 발판으로 지평선축제의 세계화 방안에 대한 전문가 포럼과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인바운드 여행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여행 상품 개발은 물론 한류 문화와 연계된 해외 마케팅을 키워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글로벌 축제로의 도약을 꿈꾼다.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속에서는 김제의 모습을 이같이 표현했다. 그 끝이 하늘에 맞닿아 있는 넓디나 넓은 들녘은 어느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헛걸음질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했다. 그 벌판은 징게 맹갱 외에밋들 이라고 불리는 김제 만경평야로 곧 호남의 일부이며, 호남평야 안에서도 김제 만경 벌은 특히나 막히는 것 없이 탁 트여서 한반도 땅에서는 유일하게 지평선을 이루어 내고 있는 곳이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징게 맹갱 외에밋들, 본질적인 지역 문화의 숨결을 느끼며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시민들에게 삶의 원동력이 되는 축제 한마당으로 영원히 기억되길 소망해본다. /정성주 김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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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4 18:25

빡빡함과 느슨함, 그사이 어딘가에 적당함이 있다

전북은 예로부터 온화한 기후와 넓은 평야, 그리고 농업용수의 공급이 원활하여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북이 명실상부 '맛의 고장'이 된 이유는 음식에 '중용의 미덕'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음식은 너무 짜지도, 너무 싱겁지도 않은 '적당함'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음식 이야기로 화두를 던진 것은 '방위산업 육성'에 있어서도 적당함의 매력, 다시 말해 속도감 있는 추진력과 차근하게 내실을 다지는 신중함이라는 두 축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이후 첨단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모든 나라는 방산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신속하게 무기체계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무리하게 '속도'에만 집중할 경우 한 순간에 탈이 날 수 있다. 몇 달만에 드넓은 러시아를 뚫어내고 모스크바를 점령하고도 오히려 제국을 잃게 된 나폴레옹과 같은 영웅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러 기업인들도 흔히 범하는 치명적인 실수이다. 반대로, '돌다리도 두드리'는 신중함으로 방위산업을 육성하는 것 역시 시대의 조류에 뒤쳐질 위험이 있다. 장인정신이라는 신중한 사업문화로 전 세계를 제패했던 일본의 반도체업계를 떠올려보라. 속도와 추진력을 앞세운 한국의 후발기업들에게 속수무책으로 패배하였다. 결국,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은 급변하는 기술 발전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신속성 뿐만 아니라 차분히 견고한 기반을 마련하는 신중함이 결합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방산 전문인재 양성이다. 방산 전문인재는 첨단 방산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 전문인력'과 용접 도금 등 생산 현장에서 숙련된 기술을 바탕으로 무기를 제조 생산하는 '현장기능 전문인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연구개발 전문인력'의 양성을 위해서는 필요한 첨단 지식을 통섭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전문교육은 기본이다. 더불어, 방산기술을 학술적 입증단계를 넘어 실제 전장상황에서 작동하는 무기체계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야전 운용과 유사한 실험여건이 조성되어야 하고,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기업 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현장기능 전문인력은 더더욱 지식의 학습만으로 육성되지 않는다. 학습과 더불어 현장 '노하우'의 체득이 필수적이다. 현장에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산 불모지였던 전북도에서 이제 새만금 지역을 중심으로 신기술 신소재 중심 방산 허브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도지사를 비롯하여 도청, 도의회, 도내 거점대학 등 주요 구성원들의 속도감있는 노력과 활동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내 성과도 기대된다. 다만, 몇몇 주요 방산시설이나 기업의 유치, 방산학과의 신설 등으로 방산 허브화가 달성될 것이라는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방산 신기술, 방산기업, 그리고 전문가 양성체계 등 3자가 결합할 때 진정한 방산 허브화가 달성된다. 방산 전문가 양성은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착륜지의(斲輪之意)', 수레바퀴를 만들기 위해서는 너무 빡빡하거나 너무 느슨하지 않고 적당함의 지점을 스스로 체득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진정한 전문가 양성을 위해,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쌓는 축적의 시간을 부여하는 넉넉한 자세가 필요하다. /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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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4 18:22

선운사 동불암(東佛庵), 동불암(銅佛庵)이다

선운사 마애여래좌상은 1894년 동학도들이 복장 비결을 꺼낸 사건 이후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가 1969년 5월 28일 한 나무꾼에 의해 발견, 신고 되었다. 그러나 접수 과정에서 『송사지』(조선후기)와 『전선원무장읍지』(1922) 등의 문헌에 동불암(銅佛庵)으로 기록 되어있는 동(銅)이 음이 같은 동(東)으로 오기(誤記)되었다. 1994년 보물로 지정될 때도 동불암(銅佛庵)의 한자표기가 수정되지 않은 채 ‘고창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高敞禪雲寺東佛庵址磨崖如來坐像)’으로 등재되었다. 동(東)이 되려면 마애여래좌상의 위치가 선운사, 도솔암, 내원궁 중 한 기준점의 동쪽에 있어야 하는데 어느 곳에서도 동쪽이 아니며 기준점이 될 다른 건물이나 지형지물이 없다. 한자표기를 오기한 가장 큰 이유는 문헌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 마애여래좌상이 언제 동불(銅佛)이 되었는지에 관해 조선후기 실학자 강후진의 『송사지』에 銅佛庵在五層殿下 高麗恭愍王時始刱(동불암재오층전하 고려공민왕시시창 “동불암은 오층전 아래 있는데 고려 공민왕 때 만들었다”)고 기록했다. 마애불을 동불로 만들 때 얼굴 위쪽에 청자기와를 올린 보호각을 설치하고 불상아래에 하도솔암(下兜率庵)을 지었으며, 이후 동불과 암자를 아울러 속칭 동불암(銅佛庵)이라 불렀다. 동불의 안면 구리주물이 언제 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전선원무장읍지』와 이후 간행된 『무장현읍지(茂長縣邑誌)』 『무장읍지(茂長邑誌)』 등의 여러 문헌에 而面像則鑄銅而掛之(이면상측주동이괘지 “불상의 면상에 구리주물을 씌웠다”)는 것과 成至順治戊子年大風時墮地(성지순치무자년대풍시타지 “순치무자년(1648)에 태풍으로 땅에 떨어졌다”)는 동일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조선왕조실록』은 1648년 7월 6일 기록에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태풍이 불어 부안, 변산의 소나무가 무수히 뽑혀 쓰러져 사람이 다닐 수가 없었다. 노령(蘆嶺) 이상의 피해가 더욱 혹독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동불이 떨어져 깨진 이유가 ‘태풍’ 때문이라는 『전선원무장읍지』 등의 기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고창학연구회는 지난 7월, 마애여래좌상 얼굴의 구리 주물 부착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3회에 걸쳐 정밀 드론촬영을 실시해 다수의 근거를 찾았다. △구리 주물 고정을 위해 얼굴에 뚫은 20개의 구멍을 확인, 이 구멍들이 크기로 보아 1995년 실측조사 때 발견된 쇠못이나 쇳덩이들과 관련이 깊다고 판단 △구멍들이 좌우 대칭으로 뚫려있어 구리주물의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 △구리주물 부착으로 인한 산화의 흔적일 가능성이 있는 안면부 암석의 변색 부분을 발견했다. 문헌 자료와 마애여래좌상의 안면부 사진을 검토한 최선주 교수(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전 국립경주박물관 관장)가 “고려말 도솔암 두건형 금동지장보살이 조성된 후에 그 영향을 받아 마애불의 얼굴 부분에 청동주물을 만들어 걸었던 듯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도 동불의 실체에 관한 신뢰도를 높여주고 있다. 문헌, 사진, 전문가 검토 의견 등을 종합할 때 마애여래좌상이 동불이었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따라서 동(銅)을 동(東)으로 오기한 한자 표기는 마땅히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오강석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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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4 18:22

신안 1004대교와 새만금

대한민국 자치단체 중 가장 섬이 많은 곳은 단연 전남 신안군이다. 신안군에는 무려 1025개의 섬이 있는데 사람들은 흔히 1004개로 알고 있다. 천사대교 하나가 신안군 섬의 갯수를 바꿔놓은 셈이다. 천사대교는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연륙교인데 총연장 10.8km이며, 2019년 4월 개통됐다. 비금도, 도초도, 하의도, 신의도, 장산도, 안좌도, 팔금도, 암태도, 자은도 9개면 섬들이 마치 다이아몬드 처럼 펼쳐진 소위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를 연결하는 최단거리 육상 교통망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신안하면 곧바로 천사(1004또는 Angel)를 떠올린다. 다리와 건물의 지붕과 창틀, 주민들이 사용하는 식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보라색으로 칠해진 퍼플섬(반월·박지도)은 한해 관광객이 무려 50만명이나 다녀가는 관광명소다. 그런가하면 ‘순례자의 섬’으로 일컬어지는 기점·소악도와 ‘섬티아고 순례길’은 특정 종교 유무와 관계없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섬티아고는 섬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합친 말인데 12개의 작은 예배당을 찾는 이들로 붐빈다. 맨드라미 하나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병풍도 역시 각광을 받고 있다. 신안군은 '1도 1 뮤지엄, 1섬 1 테마정원'과 ‘사계절 꽃피는 1004섬’ 프로젝트로 이미지를 확 바꾸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오늘날 신안이 이처럼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되고 사람들의 찬사를 받기까지 참으로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 기억도 생생한 신안 염전노예와 신안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2014년 2월 신안군 신의도에 있는 염전에서 지적장애인에게 직업을 소개해준다며 약취 및 유괴하여 감금하고 피해자들을 강제 노동에 종사시킨 것이 드러나면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특히 섬 지역 일부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범죄에 가담하거나 은폐한 정황까지 드러나 논란이 됐다. 오죽하면 노예 사건 후 대통령까지 나서 "신안 염전 노예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2016년 5월엔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참담한 일이 신안에서 발생했는데 소위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다. 국민적인 공분과 충격이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급기야 이낙연 당시 전남지사가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만했다. 2개의 사건으로 인해 단순히 신안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정말 선량한 주민들은 감내하기 어려운 시달림을 받았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새만금잼버리 파행으로 인한 전북도민들의 참담함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특히 잼버리 파행을 이유로 전혀 무관한 새만금사업 예산 전면삭감및 사업전반에 대한 재검토는 감내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오늘의 위기를 잘 견뎌내서 더 많은 시간이 흐른뒤 전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새만금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역민들의 인내와 지혜가 절실한 시간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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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0.04 15:15

‘전북 에듀페이’ 부당거래·부정사용 막아야

전북교육청이 역점 추진한 에듀페이 제도 시행과 동시에 우려됐던 바우처 카드 부당거래 사례가 적발됐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전북 에듀페이 카드를 할인 판매하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온 것이다. 전북 에듀페이는 전북교육청이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 보편적 교육복지 확대를 위해 전국 최초로 시행한 맞춤형 교육비 지원사업으로 올해는 168억 원 상당이 지급될 예정이다. 초등학교 1학년에게는 입학지원금 3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고등학교 2학년(20만 원)과 학교밖 청소년(월 10만원)에게는 학습지원비, 중학교 3학년과 고교 3학년 학생에게는 진로지원비(30만원)를 선불카드(바우처)로 지급한다. 이렇게 지급된 바우처 카드는 학습·진로지원이라는 목적에 맞게 서점과 문구점, 독서실,스터디카페 등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온라인이나 백화점·대형마트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전북교육청에서도 에듀페이 지급 방식으로 바우처 카드를 선택했을 때 이 같은 온라인 할인 거래를 우려했다. 그동안 재난지원금 카드 할인 판매 등 전국에서 비슷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된 셈이다. 바우처 카드는 당연히 본인 사용이 원칙이며, 제3자에게 판매하거나 양도·대여할 수 없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불법행위가 된다. 전북교육청에서는 곧바로 각 학교를 통해 이 같은 부당거래 사례가 없도록 학생과 학부모에게 당부했다. 또 중고거래 플랫폼 등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측에 적극 요청해 에듀페이라는 검색어가 포함된 게시물을 아예 삭제하고, 해당 글을 올린 사람의 회원 자격을 박탈하도록 하는 등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예상치 못한 바우처 카드 부당거래·부정사용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전북교육청이 내년에는 에듀페이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바우처 카드 부당거래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 이 같은 부당거래가 늘어난다면 전북교육청 에듀페이 정책의 취지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 전북 에듀페이 정책이 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 바우처 카드 부당거래·부정사용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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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0.04 12:09

전통주의 부활과 상품화

전주에서 가양주 바람이 불었던 때가 있다. 20년 전쯤, 전주술박물관이 문을 열었던 즈음의 일이다. 당시 대중 강좌를 통한 가양주 담기는 큰 관심을 모았다. 강사로 초대됐던 전통주연구가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우리 전통주에 눈을 뜨게 되면 그릇된 술 문화도 바로 잡고, 음주에 따른 건강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가양주의 부활은 박 소장이 우리 술의 전통과 특성을 살리는 통로로 제안하는 방법이었다. 그는 다양하고 새로운 맛과 향기를 간직한 가양주들의 상품화가 수월해지면 우리 스스로가 고유의 술향기와 맛을 알게 되고 다른 술과의 경쟁력과 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믿었다. 가양주(家釀酒)는 이름의 뜻 그대로 집에서 담근 술이다. 예부터 가정에서 술을 빚어 마시는 풍습은 꽤 오랫동안 지속됐다. 지역에 따라, 집안 또는 빚는 사람에 따라 술을 만드는 방법과 기술이 서로 달라 특별한 향과 맛을 가진 가양주가 대물림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전통주를 대표하는 이 가양주들은 대량으로 생산되는 술과 음주문화의 변화에 밀려 잊혀 갔다. 전통주가 사라지면서 우리의 일상에 들어온 것은 맥주와 소주 양주나 와인이었다. 전통주의 뿌리인 가양주는 대부분 사라졌으나 다행히 지역의 몇몇 전통주는 향토주란 이름으로 살아남았다. 우리나라의 술의 특성은 여럿이다. 술빚는 방법이 다양하고 그 과정이 복잡하다. 재료를 다루는 방법도 쉽지 않고 발효시키는 과정도 다른 술에 비해 매우 까다롭다. 향을 더하고 약재를 많이 넣어 약효를 높이는 것도 우리 술이 가진 특성이다. 우리 지역에도 이름을 알린 향토주가 적지 않다. 전북의 향토주는 역사성과 재료의 특수성이 돋보이는 술로 꼽힌다. 조선 시대 명주로 꼽혔던 전주의 이강주와 장군주(과하주), 완주의 송화백일주와 송죽오곡주, 김제의 송순주가 특히 그렇다. 이 술들은 모두 쌀 이외에 부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 부재료들은 생강, 배, 오미자, 울금, 송순, 솔잎, 오곡 등 전북지역의 특산품이거나 일상적으로 널리 이용되는 자연산물이다. 음주와 건강을 따로 여기지 않고 약주(약용 약주)를 즐겼던 옛사람들의 문화를 보여주는 예다.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토속주도 여럿 있다. 그 맥이 대부분 끊겼거나 살아남았다 해도 미미하지만, 장수 지역의 점주(청주)와 삼겹점술, 남원지역의 삼해주, 천황주, 강쇠주, 지리산 지역의 송화주와 춘향주, 약초주, 순창지역의 삼해백일약주, 전주의 이미주, 정읍의 약주 등이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전통주의 존재는 미미해져 간다. 몇몇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만 전통주가 기능으로만 간신히 맥을 잇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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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10.03 16:46

싸늘한 추석 민심…정치력으로 위기 극복해야

추석 연휴가 끝나고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엿새 동안 이어진 연휴 동안 도민들은 성묘를 마친후 모처럼 긴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이 기간 동안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전북 출신 모녀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한 것이다.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에서 김혜정 선수가 우승을 했는데 그의 어머니가 29년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차지한 정소영 선수다. 전북체육회 이사로 있는 정씨는 당시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스타 중 하나였다. 이처럼 기쁜 소식과 달리 도민들은 대부분 우울증과 무기력에 시달리고 있다. 연휴 동안 느낀 민심은 다락같이 오른 물가에 대한 걱정과 추락한 전북의 자긍심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면서 느꼈겠지만 오르지 않은 게 없을 정도였다. 과일 채소를 비롯해 우유, LPG, 기름값, 외식비 등이 줄줄이 인상되었다. 더구나 연휴가 끝난 뒤 그동안 억눌렸던 식품가격, 교통요금 인상 등이 대기하고 있다. 또 원유(原乳)값 인상은 각종 유제품과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을 연쇄적으로 끌어 올릴 것이다. 이처럼 고물가에 고금리, 고환율 등 3고의 파고가 다시 밀려 들고 있지만 경제난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와 함께 도민들은 지난 8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이후 밀어닥친 정부의 전북에 대한 홀대로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실제로 새만금 SOC 예산을 비롯해 국가예산이 크게 삭감됐고 새만금기본계획도 다시 수립 중이다. 여기에 22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KCC농구단이 부산으로 이전해 버렸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이처럼 계속된 핍박과 이전으로 도민들은 허탈감과 무기력에 빠져 있다. 특히 이려한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실망스러운 것은 전북 정치권의 대응능력이다. 정부의 대폭적인 예산 삭감 등 치욕적인 일이 거듭되는데도 대안이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도민들 사이에서는 전북의 주류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전북정치권을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4·10 총선이 그 분수령이다. 이번 추석 민심은 계속된 인구 감소와 피폐해진 경제력을 회복하고 전북의 자긍심을 살려야 한다는데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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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0.0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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