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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공립 치매전담 요양시설 건립 속도 내야

전주시가 추진해 온 ‘공립 치매 전담 종합요양시설’ 건립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치매 안심도시’를 표방한 전주시는 국비와 지방비 등 170여억 원을 들여 공립 치매 전담형 종합요양시설을 건립해 치매 노인들에게 전문적인 보호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사업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부지 선정과 설계 공모 등의 절차를 거쳐 2026년 하반기에 개원하겠다는 청사진이었다. 이 사업은 정부의 ‘치매 국가책임제’에 따라 공립 치매 전담 시설을 확충해 치매 인구 증가에 대비하고 치매환자에 대한 공적 지원을 강화해 환자 가족의 부담 경감 및 공공성 강화에 기여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전주시도 민선 8기 우범기 시장의 공약사업으로 시설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사업은 부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거듭했다. 당초 2022년 말까지 부지를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적합한 곳을 찾지 못해 해를 넘겨서까지 부지 물색에 주력하면서 사업은 늦어졌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올해 부지를 최종 선정했지만 사전 행정 절차에 차질이 생기면서 당초 목표로 했던 2026년 하반기 개원은 어렵게 됐고, 그 시기도 불투명해졌다. 전주시는 설계 공모 등의 절차를 거쳐 2025년 하반기에 시설을 착공하면 2028년 이후에나 개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 사이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길 경우 사업은 더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치매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다.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치매 국가책임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치매 환자의 지역사회 거주를 지원하여 환자와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치매 안심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각 지자체에서도 앞다퉈 ‘치매 안심도시’ 를 선언하면서 치매 안심센터를 확충하고, 공립 치매 전담형 노인요양시설을 속속 건립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공립 치매 전담 요양시설은 ‘치매 국가책임제’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시설이다. 전주시에서도 건립에 나섰지만 타지역과 비교할 경우 늦은 감이 있다. 더 서둘렀어야 했다. 그런데 가뜩이나 뒤늦게 시작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한 채 터덕이고 있다.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 전주시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시설을 개원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1.01 12:43

전북특별자치도 동부권의 도약과 환경영향평가

전북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서부권인 김제만경평야에서는 하늘과 땅이 맞닿는 지평선이 주요 이미지로 떠오른다. 눈을 동쪽으로 돌리면 다른 풍경이 보이는데, 태백산맥에서 분기한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을 연결하는 울창한 산림이 전북의 동부권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산림자원은 코로나-19 이후 국민 여가패턴이 달라지면서 자연관광지이자, 탄소중립에 이바지하는 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관련정책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북 면적의 55%를 차지하는 동부권 산림지역은 「백두대간보호법」, 「산림보호법」, 「산지관리법」 등 규제로 각종 개발사업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하는 국가 정책에서도 동부권은 새만금이 있는 서부권에 밀려 외면받기 일쑤이다. 곧 ‘글로벌생명경제도시’를 비전으로 하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 생명경제도시에 대한 동부권의 전략은 친환경 산악관광특구 조성, 산지관리법 특례적용, 산림문화·휴양·복지 특례 등 산림 관련 각종 규제의 완화이다. 이러한 특례들은 동부권 산림자원을 활용한 산악관광과 귀산촌인이 참여하는 산림 연계사업을 가능하게 하여 관련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 물론 규제 완화로 무분별한 개발과 함께 우수한 산림자원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를 위한 보완 장치가 ‘환경영향평가’ 제도이다. 환경영향평가는 일정 규모 이상으로 사업을 시행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예측·평가하고 환경보전 방안을 마련하여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려는 제도이다. 전북보다 먼저 특별자치도를 출범한 강원의 경우 전북의 동부권과 환경 여건이 비슷하다. 강원특별자치도의 기본적인 환경정책 방향은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되, 중요자원은 철저히 보호하는 자원 보호 원칙에 기초한 조화로운 개발이다. 강원은 훼손된 자연환경의 적극적인 복원과 환경 위협요인을 제거하는 사업을 발굴하여 환경보전의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오래전에 특별자치도가 된 제주 역시 환경보전의 편익을 고려하여 자치적 환경보전 측면에서 보전지역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전북특별법」 전부개정안에는 특례로 지정받은 지구·특구·단지에서 시행되는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업무를 전북으로 이양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존의 제주특별자치도와 강원특별자치도와는 다른 방식의 특례 적용으로, 이는 전북의 서부권에 비해 동부권 개발의 불균형를 해소할 수 있는 기초를 확립하는 전북의 환경정책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기회이자 도전이다. 특히 생명경제 주요 자원으로서 동부권의 우수한 생태경관과 산림자원이 훼손되지 않도록 무분별한 개발을 경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재해, 생물다양성 감소, 산림자원 훼손 등은 모두 환경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부권 생명경제의 근원인 환경을 지키지 못하면 전북의 미래도 없다. 동부권의 규제 완화를 담은 「전북특별법」 전부개정은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한 도전적인 사업을 실행할 절호의 기회이다. 이와 더불어 산림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혁신적인 환경정책도 필요하다. 동부권 지역의 발전과 환경 보존을 아우르는 전북형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발굴하여 반드시, 「전북특별법」에 담아야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10.31 18:25

속속 들어서는 이차전지업체, 새만금 살린다

새만금 산업단지에 중국 룽바이그룹이 1조2000원 규모를 투자해 이차전지 전구체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난 8월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이후 최대 규모 투자다. 이를 통해 개발계획 전면 재검토와 대폭적인 SOC 예산 삭감으로 위기를 맞은 새만금이 새롭게 일어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정부 역시 기업 투자가 잇달고 있는 새만금에 삭감된 예산을 복원해 투자기업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30일 이차전지 글로벌 기업 룽바이사가 투자해서 설립한 룽바이코리아뉴에너지머테리얼스㈜와 ‘전구체 및 황산염 생산공장’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1조 2000억원을 투자해 연말께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생산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16만㎡(약 4만 8000평) 부지에 총 2단계로 추진하는 이번 투자는 2025년 상반기에 1단계, 2026년 말에 2단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이번 투자로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 안정화와 함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 무역수지 개선, 800여명의 대규모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 이번 룽바이사의 투자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새만금에 대한 투자액은 7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또한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된 새만금 산업단지가 집적화된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우뚝 서게 되었다. 정부는 이제 그만 큰 폭으로 칼질했던 새만금 예산의 족쇄를 풀었으면 한다. 기업이 투자를 하는데 정부가 훼방을 놓아서야 되겠는가.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뜻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새만금 개발이 지연되고 망가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새만금 개발은 속도’라거나 ‘기업들이 아주 바글바글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차전지는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경쟁력 있는 분야다. 기업들도 속속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타이밍을 놓치면 바로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기업들이 더 투자할 수 있도록 새만금 항만과 공항, 도로, 철도 등 SOC 투자 계획을 앞당겨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정책방행과 맞고 미래 한국의 먹거리를 만드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0.31 18:03

오래된 공간의 위기와 기회

강원도 원주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민들이 지켜낸 오래된 극장이 있었다. 1963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 꼭 60주년을 맞은 단관극장 <아카데미극장>이다. 단관극장은 스크린을 한 개만 갖추고 있는 옛날식 극장이다. 옛 극장은 모두 단관극장이었으나 지금은 모든 극장이 여러 개의 스크린과 복수의 상영관을 갖춘 이른바 ‘멀티플렉스’ 극장이다. 환경이 바뀌면서 오래된 단관극장들은 살아남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원주에도 아카데미극장뿐 아니라 5개의 단관극장이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멀티플렉스 극장이 들어서면서 단관극장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아카데미극장도 철거 위기에 놓였다. 극장의 원형을 갖고 있는 단관극장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이 극장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나섰다. 여러해동안 이어온 시민들의 보존 운동은 결국 결실을 얻었다. 지난 2021년 원주시는 극장을 사들여 복원하고 시민 소통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이 바뀌자 복원계획은 다시 철거로 바뀌었다. 일사천리(?), 지난 10월 28일 철거가 시작됐다. 철거 반대 농성과 격렬한 시위로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지만, 건물은 대부분 철거되고 말았다. 도시재생의 가치가 증명되고 있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사례는 원주만의 일이 아니다. 쓰임을 다한 낡고 오래된 공간을 활용해 도시의 자산으로 만들어낸 성공 사례가 부러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수많은 기존 공간을 복원해 도시재생을 성공시킨 독일 베를린에는 관광객들이 찾아가는 흥미로운 공간이 있다. 베를린 크레우츠버그에 있는 <발하우스 콘서트홀>이다. 19세기의 사교댄스장의 원형을 살려 독특한 형식의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객석이라고 해봐야 100여 석이 전부인 이 작은 공연장은 화려하게 복원된 재생공간들과는 달리 낡고 비좁은 구조에 평범한 주거지역의 건물 사이에 있어 찾아가기도 쉽지 않지만, 베를린의 자유로운 예술가들이 창작무대로, 국제예술 무대로 활용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베를린 이주문화를 대표하는 연극이나 댄스, 클래식과 현대음악 콘서트, 퍼포먼스와 설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국제교류 활동도 활발하다. 낡고 방치된 공간에서 베를린의 빛나는 자산이 된 이곳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공간의 쓰임새를 찾아가는 과정과 결과다. 이 지역주민들과 전문가들은 건축물의 역사도 살리고 현대에 맞는 쓰임을 찾기 위해 다양한 활용방안을 놓고 고민했다. '오래된 공간의 역사를 기억하면서도 가장 가치 있게 활용하는 방식'을 찾는 것이 목표였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베를린은 새로운 자산을 갖게 됐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선택.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지혜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10.31 18:02

마약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요즘

연일 연예인 마약 투약과 기상천외한 사기 범죄가 보도되고 있다. 필자 역시 최근 가장 많이 처리한 형사사건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사기죄였다. 그만큼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범죄유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전 펜싱 국가대표와 관련 있는 희대의 사기극은 개인의 윤리의식 문제로 볼 수 있지만 마약범죄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더 커 보인다. 마약류관리법 위반의 경우 법에 따르지 않은 마약류 사용, 마약의 원료가 되는 식물의 재배,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등 매매, 매매의 알선, 수수, 소지, 흡연, 섭취를 금지하고 있고, 마약류의 종류 및 행위 유형에 따라 처벌수위를 달리 정하고 있다. 단순 투약에 그치지 않고 제조, 매매, 알선을 할 경우에는 경우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처하는 등 처벌 수위가 매우 높으며, 실형선고나 구속 수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범죄이다. 이렇듯 상당히 엄한 처벌을 하고 있지만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도 지적되고 있는 바와 같이 마약 밀수 건수와 범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마약은 한 번 복용하면 쉽게 중독되기 때문에 재범률이 매우 높다. 마약범죄 피고인들의 범죄경력 등 조회 회보서를 살펴보면 마약범죄로만 해당 문서가 몇 장인 경우가 있을 정도다. 이렇듯 한 번 마약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벗어나기 매우 힘들고, 이러한 이유로 중독자들에 대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마약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게 오히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마약류를 구하는 것이 지나치게 쉽다는 문제가 있다. 마약을 구하고자 하는 이들은 텔레그램 등을 이용하여 공급책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들이 알려준 계좌로 마약 구매비를 입금하면 미리 특정 장소에서 은닉한 마약을 수령하는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입수한다. 그 과정이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사건의 기록에 나타난 범죄의 수법과 습득의 과정을 보다 보면 그 과정이 너무 쉬워 깜짝 놀라곤 한다. 우스개 소리로 지금은 구하기가 쉬워졌지만 한창 유행일 당시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했던‘먹태깡’보다 구하기 쉬운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마약이 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는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예만 봐도 알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태생지이자 중심이었던 샌프란시스코는 낭만의 도시로 유명했지만 최악의 마약이라고 하는 펜타닐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각해져 이제는 좀비도시라는 악명에 시달리고 있다. 마약 복용자들에게 관대했던 도시는 대낮에도 ‘좀비 마약’ 펜타닐을 투약한 홈리스가 진을 치고 있고, 약물중독자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자 이제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하는 마약 사망 사건을 살인 사건처럼 취급해 증거를 수집하고 범죄 조직을 수사하도록 하고, 펜타닐을 판매하는 판매상을 살인 혐의로 기소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마약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마약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이를 구하기 어렵게 만들어야 하고, 중독자를 적시에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마약류 중독자를 적시에 치료할 수 있도록 치료보호기관의 판별검사 및 치료보호에 드는 비용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기도 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 전체를 파괴하는 마약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우아롬 변호사∙민변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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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31 16:00

새만금 예산 복원은 대통령 의지에 달린 문제

새만금사업은 1991년 7월 영수회담에서 당시 야당인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노태우 대통령과 담판을 짓다시피 해서 성사된 사업이다. 넉달 뒤인 1991년 11월28일 부안군 하서면 대항리, 지금의 홍보관이 들어선 나대지에서 기공식이 열렸다. 노태우 대통령은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며 “전북발전의 새 기원을 이룩하겠다”고 선언했다. 기공식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그중 60대 나이 든 분들이 하던 말이 지금도 귓전에 생생하다. “완공? 우리 생전에는 못보네” 장밋빛 청사진이 담긴 새만금은 전북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진행은 더뎠고, 담보되지 않는 립서비스가 난무했다. 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의 놀이터가 됐다. 어느새 전북의 희망이 ‘희망고문’의 애물단지로 바뀌었다. 세계잼버리대회 이후 새만금은 지금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0월 24일 열린 전북도에 대한 행안위 국정감사장. 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김관영 지사에게 물었다. “국회의원과 도의원들이 삭발과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데 도대체 새만금은 어떤 의미가 있기에 이렇게 예산삭감에 분노하고 있는 거냐?” “국책사업이지만 전북 행정구역이기 때문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가져왔고, 전북의 희망으로 여겨져 왔다. 지난 1년간 많은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희망을 가졌는데 잼버리 이후 대규모 예산 삭감 때문에 도민들이 허탈해 하고 분노하고 있다”(김관영 지사) 무더기 예산삭감. 잼버리 파행의 경위를 가리기도 전에 책임을 전북한테 뒤집어 씌우고 잼버리와는 관련도 없는 새만금 예산을 삭감했다. 기재부는 각 부처 요구액(6626억)의 78%(5148억)를 잘라냈다. 사전 타당성과 예비타당성 조사 등의 절차를 정부가 심의했고, 매년 평균 6000억원 안팎이 지원된 예산을 느닷없이 1479억원으로 삭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감에서 기재부는 삭감 경위를 설명하지 못했다. 8월4일까지 유효했던 예산을 잼버리 부실 이후 삭감해 버린 사실이 보복성으로 보는 이유다. 여러 정황상 그 배후엔 용산 대통령실이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정철학에 어울리는 새만금 개발계획을 내놨다. ‘대중국 교두보’(김영삼) ‘환황해 경제권 전진기지’(김대중) ‘중국시장과 연계한 글로벌 무역도시’(노무현) ‘동북아의 두바이’(이명박) ‘국제경제협력특구’(박근혜) ‘신재생에너지 메카’(문재인) 등등. 윤석열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통한 기업유치를 핵심 키워드로 내걸었다. “새만금에 기업들이 바글거리게 하겠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새만금에 있다” “새만금을 중심으로 전북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겠다” 모두 윤 대통령의 약속이다. 수석비서관회의에선 지난 1년 동안 6조 6000억원의 기업유치 실적을 올렸다고 자랑했다. 새만금은 산단부지가 부족할 정도로 기업수요가 많다. 내년말까지 100만평을 추가 조성해 달라고 농어촌공사에 요청한 상태다. 이차전지 특화산단과 국제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됨으로써 비상하려던 찰나에 예산 삭감이라는 암초를 만난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새만금의 방향성은 ‘기업유치를 통한 글로벌 도시’이다. 기업을 유치할려면 SOC가 먼저 확충돼야 하는 건 기본이다. 절차에 하자가 없고 예산 편성의 계속성과 새만금의 방향성, 윤 대통령의 약속 등을 천착하면 예산삭감 명분이 없다. 새만금 SOC 예산은 복원돼야 마땅하다. 결국 새만금 예산 복원은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본다. 노태우-김대중 담판으로 착공된 새만금을 33년만에 포기한 대통령으로 윤 대통령이 역사에 기록되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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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31 16:00

지방소멸 외국인, 이민정책으로 막아라

전북도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극심한 인구감소 지역이다. 결국 지방소멸 위기극복을 하려면 외국인근로자나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비자발급·정착지원·생활개선·사회통합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런점에서 전국 시도중 맨 먼저 전북도가 외국인‧이민정책에 관한 중앙정부와의 협력 구축에 나선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전북도와 법무부는 지난 30일 전북도청에서 ‘외국인‧이민정책 테스트베드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단순한 하나의 선언적 의미가 아니다. 전북도는 법무부가 지역과 처음 추진한‘지역특화비자 시범사업’에서 전국 최다 할당 인원(400명)를 확보한 후 대상자를 조기모집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역특화비자는 D-2(유학), D-10(구직), E-9(비전문취업), E-7(숙련기능인력)을 F-2-R(지역특화 거주비자)로 한단계 더 끌어올려 효과를 노리는게 골자다. 인구감소지역 내 일정기간 취업 또는 거주를 조건으로, 기존 ‘유학·구직·단기체류 근로자비자’를 5년의 장기거주가 가능하고 배우자 및 자녀가 동반 거주할 수 있는 ‘거주비자’로 선 발급하게 된다. 지자체 마다 인구감소와 노동인력 부족등으로 지역 소멸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외국인 인재의 지역 유입을 위한 지역특화형 비자사업이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된 셈이다. 전북이 선봉에 섰다. 지역의 대학 유학생이나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5년 이상 체류한다는 조건으로 선발되면 거주(F-2)체류자격을 부여하고 배우자와 미혼자녀등 가족 초청도 허용되는 제도라는 점에서 혹여 발생할지 모를 악용 사례 등을 막는 장치 마련이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어쨋든 방향 만큼은 확실히 맞다고 할 수 있다. 지역특화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 외국인의 70% 이상, 기업체는 85% 이상에 달하고 있고 기업 재참여 의사는 무려 95%나 된다. 내년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전북이 새로운 이민정책의 테스트베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된 것만 해도 의미가 있다. 전북은 계절근로·지역특화·숙련기능인력(E-7-4) 등 외국인 활용이 많기에 외국인・이민정책의 ‘테스트베드’로 기능할 수 있는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관건은 과감한 제도 개선을 통해 외국인 우수인재와 기술근로자의 안정적 정착에 획기적 성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그게바로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해법을 찾는 첫 걸음이다. 사실 외국인 인력 유입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이번 협력 체결을 계기로 전북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활기를 찾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0.31 14:12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 국내결혼중개 서비스 계약해지

전문적인 결혼중개 서비스를 이용해 배우자감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관련 소비자피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계약 해지 시 자체 약관을 근거로 과다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등의 부당한 사례가 많아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에 2020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접수된 국내결혼중개업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1,083건으로, 2021년에는 전년 대비 24.9% 증가한 321건이 접수됐다. 소비자의 성별은 남성 59.9%(649건), 여성 40.1%(434건)로 남성의 비중이 더 높았고, 피해 연령은 ‘30대’가 41.5%(449건)로 가장 많았으며, 40대(28.4%, 308건), 50대 (11.9%, 129건) 등의 순이었다. 계약금액별로는 ‘200 ~ 400만 원 미만’이 절반에 가까운 45.6%(494건)였고, 다음으로 ‘200만 원 미만’ 32.1%(348건), ‘400 ~ 600만 원 미만’ 13.4%(145건) 등의 순이었다. 특히 2023년 상반기에는 400만 원 이상 고액의 계약금액 피해가 33.5%(60건)로 전년 동기(28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이유는 ‘계약해제‧해지 거부 및 위약금’ 관련 내용이 68.1%(737건)로 가장 많았고, ‘계약불이행’ 20.6%(223건), ‘품질불만’ 4.2%(46건) 등의 순이었다. 대구지역 역시 계약 해지 거부 및 위약금 관련 피해가 70.8%(46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계약해제‧해지 거부 및 위약금(737건)’ 관련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도해지 요구 시 사업자가 자체 약관을 이유로 해지·환급을 거부하거나 과다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등 환급금과 관련된 분쟁이 주를 이뤘다. 소비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계약 전 사업자 소재지 관할 시‧군‧구 홈페이지를 통해 결혼중개업 신고 여부, 행정처분 이력 등을 확인한 후 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서비스 제공 방법(횟수제/기간제 여부) 등 거래조건이 구두로 설명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계약서에 기재되었는지 확인하고 계약서를 교부받는다. 사업자와 합의한 상대방 우선 희망조건이 있다면 계약서에 기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시한 표준약관에 비해 과다한 위약금을 부과하거나 중도해지 시 환급을 제한하는 등의 부당한 환급조항이 있는지 확인한다. 횟수제 계약의 경우 해지 시 만남 횟수를 다르게 계산하거나, 기간제 계약이라도 해지 시에는 횟수제를 적용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환급금 산정 기준을 반드시 확인한 후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 후 해지를 할 때는, 내용증명으로 해지를 통보한다. 계약 체결 후에는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더라도 사업자의 업무 진행 정도에 따라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소비자피해 발생시 전북소비자정보센터 상담실(282-9898)로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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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호
  • 2023.10.30 19:08

올 전북거주 신임법관이 1명도 없다니

올해 임용된 신규 법관 중 전북 거주자가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법관 대부분이 서울과 경기도 거주자여서 법조계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나아가 특정 수도권 학맥과 로펌에 대한 쏠림현상도 심각하다. 이러한 편중현상은 법원과 검찰의 인적 구조가 다양성과 균형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법원과 검찰은 특정 지역과 학맥, 로펌 편중 현상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이 민주당 이탄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임용된 신규 법관 121명 가운데 76%인 92명이 서울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임용된 법관 135명 중 91명(67.4%)에서 8.6%가 상승한 수치다. 경기 지역 거주자도 13명으로 사실상 수도권에서만 85.9%인 104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올해 신규 법관 중 전북과 강원·인천·전남·제주 거주자는 없었다. 2022년의 경우 신규 법관 임용자 121명 중 1명만이 전북 거주자였다. 수도권 특정대학 출신 쏠림현상도 뚜렷하다. 소위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학부 출신의 신임 법관 수도 121명 중 61.9%인 75명을 차지했다. 검사 역시 마찬가지다. 2017∼2022년 임용된 로스쿨 출신 검사 483명 가운데 수도권 11개를 제외한 지방 14개 로스쿨 출신은 전체 483명 가운데 24.2%인 117명에 그쳤다. 또한 김앤장, 광장, 율촌 등 ‘7대 로펌’ 편중 현상 역시 계속되고 있다. 법원조직법 제42조 제2항에 의하면 ‘판사의 임용에는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기 위한 사항을 적극 반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 판사와 검사 임용은 성별, 연령, 경력, 대학, 지역 등을 다양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특정지역, 특정 학맥에 치우친 비슷한 인재들만으로는 사회적 다양성과 균형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에 대해 잘 모르는 수도권 출신 판사와 검사들이 지역에 내려와 근무하면서 얼마나 지역민의 법감정에 맞는 판결을 내릴지 의문이다. 더구나 현행 법조계를 구성하는 핵심인사들은 서울, 그것도 강남 3구에서 ‘공부 기계’로 자란 사람들이상당수 아닌가. 정부는 인적 구조의 다양성을 제도화하는데 좀더 고민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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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0.30 18:43

4.19혁명 공법단체 위상과 4.19혁명동지회 발족 비사

지난 10월 2일 광주광역시 '정율성 거리'에 세워져 있던 ‘정율성 흉상’을 훼손한 50대 남자가 경찰에 입건됐다. 정율성은 광주에 태어나 중국에 귀화한 음악가로 북한∙중공군가를 작곡한 인물인데 이명박∙빅근혜 정부 때부터 수 억 원을 투입 정율성 거리 조성과 생가 입구 도로 정비 사업 차원에서 기념사업을 추진해 논란을 불렀다. 단초를 제공한 것은 놀랍게도 지난 8월 28일 4.19혁명 공법 단체인 4.19민주혁명회 외 2개 단체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외 1개 단체가 "'조선인민군행진곡'과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공산주의자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제목의 광고문을 내면서부터다. 동시에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사업과 관련 “장관직을 걸고서라도 관련 사업을 저지하겠다” 라고 말했다. 위와 같이 신문에 '4.19혁명' 이름을 걸고 광고문을 발표하기 한 달 전, 7월 28일 대통령 비서실 성삼영 행정관이 참석한 가운데 4.19혁명 포상미수여자 주요 대학 대표 25명이 ‘4.19혁명동지회’ 창립총회를 가졌다. 4.19혁명 이념은 불의에 항거한 민주이념으로 3.1운동과 함께 헌법 전문에 국시로 명기돼 있다. 헌법 전문에 "유구한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명시해 4.19민주 이념은 3.1운동과 함께 국가와 온 국민이 계승해야 할 국시로 국내외에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중차대한 4.19혁명 관련 유공자포상 선정 작업이 보훈부 서기관 공훈심사과장 밑에 있는 공무직 학예사(6급 상당직)와 연구관(5급 상당직)들에게 일임돼 2019년과 2023년 선정작업 과정에서 보훈행정을 농락한 사실을 챙겨 보았다. 이 농락 당한 사실을 지난 4월 구체적으로 지적해 100여쪽의 문서를 만들어 바로 잡도록 대통령비서실, 국무총리실, 감사원, 국가권익위에 청원(헌법 제26조)했지만 답변이 없다. 국가보훈부의 동문서답식 답변 행태는 63년 전 4.19혁명 당시 상황을 되돌아보게 한다. 필자는 지난 5월 12일 서울 광화문 소재 ‘4.18민주의거기념사업회’사무실에서 열린 4.19혁명동지회 창립을 준비하는데 앞장 섰다. 이날 4.19혁명 포상 미수여자인 이태섭 전 과학기술처장관(서울대)과 각 대학 대표로 김정일 4.19혁명기념사업회장(중앙대), 라동영 4.19혁명동지회장(동국대), 장덕환 명예교수(성균관대)를 비롯해 이채옥 동국대 사무총장, 신승길 한국학생운동자협의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그 뒤 6월 23일 종로구 관훈동 소재 '선천'에서 노재동 전 서울특별시 구청장협의회 회장, 유용근 전 국회의원, 남궁 영 엘케이이엔씨 부회장, 하민중 한.우주백친선협회 부회장 등 12명이 모여 본회를 전국적인 규모로 확산하기로 결의하고, 7월 28일 서울 종로구 소재 '대청마루'에 성삼영 행정관이 참석한 가운데 25명이 참석해 회칙을 선포하고, 결의문을 낭독했다. 4.19혁명동지회 창립 총회의 의미는 보훈부의 4.19혁명 농단에 대해 과감하게 척결해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끝까지 지킬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메시지였다.. 63년 전, 3.15부정선거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계약직 공무직들의 탈법으로 4.19혁명을 농락해 자유민주주의 헌법가치를 파괴하고 있다. 이를 과감하게 시정해야 할 것이다. / 김정일 중앙대학교 4.19혁명기념사업회장, 4.19혁명동지회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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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30 15:22

지역화폐 국비 삭감, 커뮤니티 화폐 창조를 통한 지역 연대‧애정‧활력의 가치 부정

지금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고, 여전히 경제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는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1936)의 말미에서 실비오 게젤(Silvio Gessel)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앞으로 우리는 마르크스 보다는 게젤의 정신에서 다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 믿는다 … 그의 스탬프를 붙인 화폐(stamped money)는 어빙 피셔교수로부터도 호의적인 승인을 받았다.” 흥미롭게도 실비오 게젤은 화폐에 유통기한을 정해서 돈을 오래 갖고 있을수록 손해보고 시간과 함께 가치가 사라지는 노화하는 돈(aging money)을 발명했다. 과연 그런 돈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통용되었다. 1929년 세계대공황으로 부채가 많고 실업자가 넘쳐나던 오스트리아 뵈르글 도시에서 노화하는 화폐시스템이 도입되었다. 돈은 매월 1%씩 가치가 감소한다. 뵈르글 시민들은 매월 1%분의 스탬프를 사서 노화하는 돈에 붙여야만 화폐가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노화하는 돈을 은행에 저축하면 손해만 보다가 휴지조각이 될 터였다. 즉각 소비하는 것이 이득이었다. 이자도 없기 때문에 누구든 돈을 쉽게 빌려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실물경제가 힘차게 돌았다. 노화하는 돈을 시행하고 2년 후 뵈르글에는 공공부채와 실업자가 사라졌지만 오스트리아 국가가 개입해서 중단시키고 말았다. 노화하는 돈의 정신은 보편적 화폐 용도에 제한을 가하는 특수목적 화폐를 통해 발전해왔다. 화폐에 로컬리티를 부여하고 인간화하는 작업은 디지털 시대에 더욱 손쉬워졌다. 간단히는 코로나 19 사태의 재난지원금이나 지역화폐가 대표적이다. 재난화폐는 국내(달러와 교환 불가능)를 벗어나지 못하고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 몰 사용이 제한되었다. 은행 저축이 불가능하여 이자도 기대할 수 없었다. 지갑에 넣어두기만 해도 안 되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서도 돈을 쓰지 않으면 자동으로 기부되어 카드에 충전된 돈은 사라져버렸다. 지자체별로도 다양한 지역화폐가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케인스가 실비오 게젤의 정신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 말했던 역사적 내용이기도 하다. 지역화폐는 부가 밖으로 유출되지 않고 순환하여 지역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고 살찌우는 휴먼 로컬 화폐로서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취약계층이나 특정대상에게 지급되는 바우처를 비롯해 지역사랑 상품권이나 교통카드 지원도 모두가 화폐를 인간화하고 지역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로컬 화폐시스템이다. 작년도 전북의 경우 내 지갑에 있는 전주사랑 상품권(돼지카드)을 포함한 지역화폐 사용액은 1조 7231억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지금 지역화폐가 멈칫하게 되었다. 윤석열 정권이 내년도 지역화폐 국비지원 예산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전액 삭감하였다. 문제는 더 큰데 있다. 몰인격화된 시장 화폐를 시장 밖의 따뜻한 커뮤니티에 ‘배태시키고 묻어서(embed)’ 연대, 애정, 활력을 불러일으킨다고 하는 지역운동의 고유한 가치와 역동성이 국가에 의해 부정당하는 것이다. 거장 케인스의 고전에 기대서 보니 공부와 성찰이 부족한 경제 관료들의 무지 또한 끔찍하다. 지역화폐 덕분에 그나마 사람들이 오가던 따뜻한 골목 동네가게에 찬바람이 분다. / 원용찬 전북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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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30 15:22

신흥계곡에서 만난 ‘오래된 미래’

추색 깊은 천변을 같이 걷던 J가 고개를 돌려 계곡물 속에서 피라미들만 수군거리는 모습을 보고 한마디 한다. “스무 가지도 넘는 물고기가 살았던 곳인데…” 말없이 나는 한 소녀를 떠올리며 걷는다. 사라진 물고기에 마음을 두고 그리워하는 J는 어스름한 저녁 양파망에 반딧불이를 잡아넣고 입구를 단단히 쥐고 여름의 계곡을 내 달리던 소녀였다. 움직일 때마다 빛을 발하는 다발을 손에 쥐고 이 별과 저 별 사이의 공간을 빛으로 연결하며 어둠 속을 향해 질주하는 유쾌한 소녀였다. 세속의 피로를 반짝이는 양파망과 함께 통과하는 짧은 그 순간 이 작은 물질감이 부리는 행복을 온몸으로 누렸을 신흥계곡 거주민(소녀)의 여름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분명 거기 그 장소에 있었는데, 사라져버린 원본은 J의 기억을 넘어 전설이 되어 신흥계곡 위로 흘러 다닌다. J는 절대로 원치 않겠지만, 반짝이는 양파망을 들고 달리던 마지막 인간인 것 같다. 신흥계곡 거주민으로 사는 ‘지금’은 과거로부터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타고 이곳에 도래해 있는 것이고, 다시 지금의 이 시간은 축적되어 미래로 향할 것이다. 지줄거리며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싸늘했고, 햇볕에 달궈진 바위는 따뜻하여 아이들은 항상 그곳에서 놀며 가차 없이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이처럼 아이들이 자라는 자연과 환경 역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미래로 향해 나갈 것이다. 그런데, 그 오래된 미래가 여기, 신흥계곡에서 가능할까. 지금의 계곡을 언제까지 계곡이라 부르는 게 가능할까. 이제 계곡은 수초와 해캄으로 뒤덮여 흐르는 물이 보이지 않을 지경에 이르다 못해 군데군데 마치 동산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라져 버린 것들을 그리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세속이 농담처럼 느껴진다. 세속의 농담 속에서 황폐해지고 그 전망조차 불투명해진(원시에 가까운 가장 아름다운 신흥계곡의 한 구간에 도로를 내겠다고 덤벼 망가트리는 행위를 보고 ‘인간이라는 실수’를 목격하기도 했다.) 신흥계곡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계곡이 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지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닐까. 온갖 무력감에 지쳐갈 무렵 신흥계곡에 가야 시대의 제철지가 발견되었다. 이 지역을 기록하는 눈 밝은 황재남 사진가가 가던 길을 놓쳐 잘못 든 길에서 잠시 쉬다 제철 슬러지 더미를 발견했던 것. 가야문화와 제철지에 대한 이해가 있던 사진가는 이를 가야문화연구소 곽장근 교수에게 보이고 마침내 몇몇이 답사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건강한 곳(제철지)은 없다. 완주의 복이다. 마치 유적공원을 조성한 것 같다.” 역사적 상상력을 가지고 종횡무진 가야의 제철지에 대한 설명을 마친 곽교수의 결론이었다, 그러면서 물길이 제철지와 가까워 내년을 기약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앞으로가 걱정이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그 오랜 시간 숨어 있다가 하필 이 불완전한 시기에 나타난 것일까. 이제는 버틸 수 없는 기미를 알아채고 지금 우리에게 나타난 것이 아닐까. 천년을 숨어 있던 가야의 제철지 앞에서 대책 없는 감격을 느끼면서도 두려웠다. 발견으로 나타난 역사적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우리가 슬금한 지혜를 제대로 부리지 못한다면 어찌 되는 걸까. 그래서 세속의 농담 속에서 무너지지 않기를 고집하며 걷는다. “깨어 있는 눈빛과 따뜻한 발목 살아 있음이란 그런 것이었나”(권경인) /이선애 농부∙완주자연지킴이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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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30 15:22

전북 교육협력사업 차질 있어선 안된다

지난해 민선 8기 출범 이후 전북도와 도교육청간 크고작은 협력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모처럼 교육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10년 넘게 전북도와 교육청은 상생 협치는 커녕 오히려 충돌하는 모습만 보여왔던 전례와 비교해보면 정말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 여파로 인해 학교 급식 등 전북도 및 14개 시군과 전북교육청이 함께 실시해 온 교육협력사업에 당장 적신호가 켜졌다. 지방정부나 지방교육청이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자칫 일선 교육현장에 향후 부정적 파급효과가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한된 상황속에서나마 최선의 해법찾기에 나서야 한다.전북도는 최근 형평성·중복성 우려사업 교육청 추진, 격차없는 영유아(유치원·어린이집) 지원, 학교 급식 지원사업 급식비 분담률 조정, 친환경농산물 학교 급식 유기농쌀 공급대상 확대를 이유로 협력사업에 대한 예산 분담 비율을 조정하자는 의견을 도교육청에 공식 전달했다. 예를들면, 예체능 전북의 별 육성(6억1100만원)과 기숙형고교 급식비 지원(8억 2100만원)을 내년부터는 전북교육청이 100%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체능 전북의 별 육성사업은 도내 초·중학교 40여 곳에 강사비 및 운영비를, 기숙형 고교 급식비 지원은 기숙형 고교 12곳에 아침·저녁 식비를 지원해왔다. 오랫동안 쟁점이 됐던 학교 무상급식은 기존 분담비율 5(지자체)대5(교육청)에서 4대6으로 조정하고 친환경급식은 기존 6.8대3.2에서 5대5로 변경해줄것을 요청했다. 사립유치원 유아 무상교육비 지원금액은 전년수준인 동결을 요구했는데 두 기관간 합의가 이뤄지면 어린이집은 원생 1인당 월 11만원, 사립유치원은 13만5000원이 지원될 전망이다. 세수가 확 줄어든 전북도로서는 고육지책이기는 하지만 전북교육청 역시 받아야 할 교부금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기에 애로가 많다. 전북교육청은 올해 중앙정부에서 받는 보통교부금이 당초 계획보다 무려 5824억원(14.4%)이나 감소할 예정이며 내년도 교부금도 5628억원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핵심은 두 기관이 고통분담이라는 큰 틀에서 운용하는게 기본원칙이라는 점이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곳간이 비어있음으로 인해 전북도와 교육청이 갈등을 빚어선 안된다. 어려울때일수록 힘을 모아야만 둘 다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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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30 15:11

불균형의 시대, ‘20명 교실’ 가능할까

너무 많아서 문제고, 또 너무 적어서 걱정이다.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초‧중‧고교의 학생 수 얘기다. 농어촌과 원도심 학교는 폐교를 걱정하고, 반대로 아파트가 밀집한 신도심은 학생 수가 너무 많아 골머리를 앓는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불균형 현상은 학교에서도 심각하다. 20명.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교원단체와 정치권에서 적정 수준의 학급당 학생 수로 제시한 인원이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 사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하지만 20명이라는 구체적 숫자를 법령에 명시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세종과 서울‧ 울산‧ 강원‧ 광주교육청 등이 ‘초등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편성하겠다’는 방침을 속속 밝혀 눈길을 모은다. 전북교육청에서도 ‘2023학년도 학급편성 기준’을 정하면서 초등 1학년에 한해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을 20명으로 낮췄다. 다만 택지개발지구 등 교실이 부족한 지역은 예외로 했다. 신도심의 과대‧과밀 학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다. 전주 에코시티의 모 초등학교는 운동장에 임시 모듈러 교실을 설치할 정도로 과밀 현상이 심각하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교육감이 학년도별로 관할 학교의 학생 배치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도별로 학급당 학생 수를 달리 정하고 있고, 같은 시‧도 내에서도 농어촌과 도시, 그리고 원도심과 신도심 학교의 기준이 각각 다르다. 전주의 경우 올해 학생 배치 기준으로 정한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일반 학교 27명, 택지개발지구 28명, 원도심 학교 26명이다. 최대한 현실 여건에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전주지역 75개 초등학교 중 9곳이 전교생 100명 이하의 작은학교다. 반면 7곳은 1000명이 넘는 과대‧과밀 학교로 나타났다. 이들 신도심 과밀학교에서 ‘20명 교실’은 상상조차 어렵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위해서는 학급 수를 늘리거나 학교를 새로 건립해야 하고, 늘어나는 학급 수만큼의 교사 증원도 필수다. 그런데 교육부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학교 신설을 억제하고, 교사 정원마저 감축하면서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대·과밀 학교의 학생을 인근 원도심과 농어촌 작은 학교로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버스로 30~40분 거리 내의 작은 학교로 통학 수 있도록 공동통학구를 확대하고, 차량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녀 교육 문제에서는 극도로 예민해지는 학부모들에게 동의를 얻어내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다. 지역 간 인구 불균형, 그리고 신도심과 원도심으로 나뉘는 도시 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앞서야 한다. 또 학교 간 불균형 문제를 풀어낼 새로운 방식의 해법도 찾아야 할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10.30 14:47

고교 합격자 번복 사태, 재발방지 근본 대책을

전북지역 모 공립 직업계 고교가 2024학년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합격자를 번복하는 소동을 일으켜 논란이다. 이 학교는 최근 1차 합격자 명단을 발표한 후 이틀 만에 13명에 대한 합격을 취소하고, 재공지를 통해 다른 13명에게 합격을 통보했다. 수험생 26명의 당락이 뒤바뀐 것이다. 최종 선발인원의 120%를 뽑는 1차 합격자 수가 133명이니 당락이 뒤바뀐 수험생 수가 적지 않다. 전북지역 고교의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이미 발표한 합격자를 번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담당자가 실수로 신입생 선발기준을 잘못 적용해서 발생한 오류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 단순한 실수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해당 학교 측의 단순 실수라기엔 당락이 뒤바뀐 10대 학생들에게 가해진 충격파가 너무 크다. 사춘기 수험생들에게는 자신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합격자 발표에 신경을 곤두세웠을 것이고, 학교 측 잘못으로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10여 명의 학생들은 말 못할 절망에 빠져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또 한 순간에 합격자에서 불합격자로 180도 처지가 바뀐 수험생들이 감내해야 할 아픔도 클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이 시기의 아픔과 좌절이 사춘기 청소년의 마음에 어떤 상처를 남길지는 당사자들만이 알 뿐이다. 학교와 교육청 등 공교육 기관이 지역사회로부터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점도 큰 문제다. 가장 신경써야 할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부터 학교와 교육청이 학생·학부모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교사에 대한 불신, 나아가 공교육 불신 풍조는 더 확산될 수밖에 없다. 전북교육청에서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학교 담당자의 실수로 한정 짓고, 안일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 애당초 담당자의 실수가 생길 수 없는 시스템 마련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합격자 발표 전 이중삼중의 검증을 의무화하는 장치를 마련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교 담당자들의 업무부담이 따르겠지만 어처구니없는 일로 사춘기 청소년들이 충격을 받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교육행정의 중심은 학생이어야 한다. 학생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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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0.29 19:02

정체성·재원 모호한 ‘전주 왕의궁원 프로젝트’

전주시가 ‘왕의 궁원 프로젝트 전문가 릴레이 포럼’을 잇달아 열고 있다. 우범기 시장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왕의 궁원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후백제부터 조선왕조에 이르는 전주만의 역사문화 유산을 활용해 미래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한다. 발상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전주는 후백제의 왕도며 조선 왕조의 탯자리이기 때문이다. 1100년 전, 이 땅에서 견훤왕은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기 위해 ‘백성과 더불어 바른 세상을 연다(與民正開)’는 구호를 내세워 후백제를 세웠다. 그리고 37년 동안 전주를 왕도로 기세 좋게 뻗어 나가다 갑자기 멸망했다. 후백제의 유물과 유적들은 호남을 비롯해 영남, 충청 등 123개소에 산재해 있다. 전주에는 동고산성, 남고산성 등 34곳에 이른다. 이후 전주는 고려 470년 동안 짓눌려 있다 조선이 개국하면서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지금 전주에는 경기전을 비롯해 오목대, 이목대, 전라감영, 풍패지관, 풍남문 등 조선시대 유물이 남아있다. 이를 보존 발굴하고 하나로 꿰어 활용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역사문화권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포함돼 국가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왕의 궁원 프로젝트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첫째는 정체성이 모호하다. 우선 이름부터가 그렇다. 궁원(宮苑)은 '궁중의 정원'으로 전주에는 궁원이 없다. 있다면 후백제 궁원을 말할텐데 재개발로 손을 놓고 있다. 후백제 왕궁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여러 설이 있으나 노송동 문화촌과 인봉리 일대가 비정된다. 그런데 프로젝트에는 왕의 궁을 구도심, 왕의 정원을 아중호수와 승암산, 왕의 숲을 덕진공원·건지산· 동물원 등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케이블카 사업 등 전주의 관광자원을 뭉뚱그려 넣어 놓고 이름만 왕의 궁원 프로젝트로 붙여 놓았다. 둘째는 재원이 모호하다.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20년 동안 1조5000억원을 들여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장기계획을 세우는 것은 좋으나 재원 대책이 없고 막연하다. 또한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 등 가시적인 성과에만 급급한 느낌이다. 그것도 용역예산 2억원이 삭감되어 버렸다. 지금은 경주·부여·공주·익산 등이 포함된 고도(古都) 지정에 힘을 쏟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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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0.29 19:01

새만금 예산 삭감과 물갈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도민들의 민주당 지지도가 더 견고해졌다. 새만금 관련 국가예산이 대폭 삭감되자 정부와 국민의 힘을 비난하는 반발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상당수 도민들은 전북 정치권이 무능해서 이를 막아내지 못했다면서 내년 총선 때 대거 물갈이를 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룬다. 도민들은 그간 각종 선거 때마다 민주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왔기 때문에 이번 예산 삭감문제는 민주당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국감기간 새만금 관련예산 삭감문제가 여야간 정쟁대상으로만 부각되었지 아직껏 뚜렷한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비대위원들의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도민들은 1차적으로 정부 여당에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면서도 민주당 도내 의원들의 정치력이 약해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서 노골적으로 현역들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다. 특히 도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맡은 당직을 보면 한심할 정도라면서 이런 사람들을 믿고 전북발전을 맡길 수가 있겠느냐고 성토하는 분위기다. 모두가 공천 때문에 당 대표한테 쓴소리 한번 제대로 한 사람이 없다면서 이런 무능한 사람들이 한번 더 한다고해서 지역이 나아질 게 없다고 비판한다. 최소 재선 의원이 되면 최고위원 정도는 출마해서 전북 몫을 챙겨 올 줄 알아야 하지만 보신 하기에 급급하다 보니까 하위당직에 머물러 있다. 원내대표나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수석대변인 정도가 되어야 당내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전북 의원들은 이 같은 직책을 맡지 못해 정치적 비중이 갈수록 약해졌다. 이재명 대표 영장 기각 이후 친명계의 보폭이 더 커지는 상황에서 전북 의원들의 입지가 작아졌다. 설사 친명계로 분류가 되어도 당 대표와의 친소관계가 멀어 말발이 제대로 서질 않고 있다. 예전 DJ대통령 시절만해도 초재선 의원들이 용기있게 나서 쓴소리를 했지만 지금은 공천 때 불이익을 볼까 봐 모기소리도 못내고 있다. 전두환 군부독재정권하에서도 국회의원이 애국지사 같은 강단과 정치력을 보여줬는데 지금은 샐러리맨화가 되어서인지 용기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개탄한다. 아무튼 도민들은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담판을 지어서라도 삭감된 새만금관련예산을 전액 살려내야 한다면서 그 정도가 아니면 국회의원직을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다음달 7일 도민들이 대거 상경해서 출향인과 손잡고 예산부활투쟁에 나설 계획이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그 이전이라도 정치력을 발휘해서 예산을 살려내야 한다는 것. 지금은 국회의원들 보다도 지방의원들이 삭발투쟁에 나서는 등 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감 때 가장 힘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런 기회도 제대로 살리지 못해 도민들만 답답해 한다. 내년 1월18일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시점에 이런 일이 터져 안타깝지만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총선 때 역량있는 인물을 발굴해서 중앙정치무대에서 전북의 존재감을 과시하도록 밀어줘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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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10.29 19:01

승수효과와 전북자치금융

고물가·고금리·불경기의 3중고로 소상공인들이 아우성이다. 영업은 부진한 데 물가는 높고 임대료는 꼬박꼬박 내야 하니 한숨이 절로 난다. 자영업자 연체율은 0.45%로 2021년 0.16%에 비해 2.8배나 높아졌고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대위변제율도 1.01%에서 3.59%로 3.5배나 증가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자금부족으로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근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민생예산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예산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인세 및 부동산세율 조정과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드니 정부도 도리가 없는 듯하다.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칸(Richard Kahn)과 케인즈(Keynes) 등은 대공황이 진행되던 1930년대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 이론을 정립했다. 승수효과는 정부가 지출을 늘릴 경우 국민소득이 몇배수로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승수가 5일 경우 100원을 투입하면 사회전체로는 500원의 소득효과가 나타나므로 정부의 적자는 -100원이지만 사회전체로는 +400원이 된다. 아무리 어려워도 살길은 있다. 지난 8월 7일 전주시 소상공인들에게 단비가 내렸다. 희망더드림 특례보증이 그것이다. 새벽 5시부터 전북신용보증재단 완산지점과 덕진지점은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주시가 36억원 전북은행이 44억원을 출연하고 이를 재원으로 전북신보가 12.5배의 승수효과를 발동하여 1,000억원의 희망더드림 특례보증을 개시하였기 때문이다. 전주시의 희망더드림 특례보증 모델이 다른 시군(市郡)으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14개 시군에 의견조회한 결과 반응이 매우 뜨겁다. 진안군의 경우 예산이 적음에도 郡에서 5억원, 전북은행 2.5억원 농협은행 2.5억원으로 총 10억원을 만들고 전북신보에서 12.5배의 승수효과를 발동하여 11월부터 125억원을 지원키로 합의했다. 그렇다면 매칭출연 특례보증은 지자체·은행·소상공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A지자체가 50억원, B은행이 50억원을 출연하고 전북신보가 1년 거치 4년 분할상환조건으로 승수효과 12.5배를 발동하여 1,250억원의 특례보증을 지원한다고 가정하자. 첫째, 은행은 손해볼 일이 전혀 없다. 시뮬레이션 결과 B은행의 5년간 예대마진은 106억원이 발생되어 출연금 50억원을 공제해도 56억원의 순수익이 창출된다. 연간수익률로 환산하면 무려 22.4%에 이른다. 전북신보가 보증하기 때문에 대손 위험도 없다. 둘째, 지자체의 지원효과는 25배로 증폭된다. 지자체 단독으로 50억원 출연시 지원금액은 625억원이지만 지자체·은행 매칭으로 100억원 출연시에는 지원금액이 1,250억원으로 증가된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규모가 대폭 늘어나는 셈이다. 셋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가장 큰 수혜자가 된다. 평소 보다 약 2배로 운영자금을 지원이 늘어나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게 된다. 소상공인들이 만성적인 자금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전북신보는 내년부터 보증공급 1조플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지자체와 은행이 매칭으로 출연하고 전북신보가 승수효과를 발동하면 전북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1조원 이상의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년은 우리 전라북도가 특별자치도로 다시 태어나는 해이다. 이렇듯 뜻깊은 시기에 우리 모두 하나되어 전북자치금융 모델을 만들어 보자. 전라북도와 시군이 200억원, 은행 200억원을 출연하고 전북신보가 자체재원 400억원을 투입하여 1조원의 자금을 공급하는「전북자치금융 1조플랜」을 함께 추진해 보자. 전북신보를 매개로 지자체·은행·소상공인이 상생(win-win)하는 길. 이미 희망더드림 특례보증이 그 가능성을 입증하지 않았는가. / 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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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9 18:58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의 농식품과 전북의 미래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위축 등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건실한 성장을 지속하려만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농업의 성장성과 미래가치가 주목을 받고 있다.현재 농어업의 우리 GDP에서 비중은 1.8%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으로 먹거리에 대한 높아가는 관심과 농생명 과학기술로 인해 농업의 성장 잠재력도 날로 커가고 있다. 코로나와 기후위기 이후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깨닫은 많은 나라들도 농업 혁신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우리 정부도 ‘농업의 미래산업화’와 ‘농식품의 수출산업화’를 국정과제로 추진중이며, 전북도는 금년 2월 ‘농생명산업 수도, 전라북도’ 비전을 선포했다. 필자의 과거 국제 농업 협상 경험을 돌아 볼 때 이러한 농업정책의 변화는 상전벽해같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과거에는 외국 농산물을 막는 무역 장벽을 쌓고 국내 생산량을 늘리는 데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농생명 과학기술에 의한 고품질 농업과 K-푸드 마케팅과 수요창출형 농업으로 우리 농식품의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중이다. 작년 우리 농식품 수출이 104.8억달러였고, 이중 전북의 수출은 5.0억 달러였다. 전북의 수출 품목은 라면 등 면류, 펫푸드 등 대기업 중심 가공 식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삼계탕, 조미 김 등 농수산 가공품이 두 번째로 많다. 파프리카, 배, 장미 등 신선 농산물도 일본, 대만, 동남아 등 인접국으로 수출이 증대되고 있다. 전북 농수산식품 수출은 2009년 1억불, 2016년 2억불 달성 이후 6년만에 2.5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수출을 계속 늘리려면 효자 수출 품목들을 발굴하고, 농식품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에 전북도는 첨단농업-식품-미생물-종자-ICT 농기계 등 5대 농생명 클러스터가 전북 농식품 수출 경쟁력 제고에 최대한 매진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정부, 농업계, 연구소가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설립된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는 임대형 온실에서 실습을 거쳐 지능형 스마트팜 청년농을 육성해 농업 수출 역군으로 키워 나가고 있다. 나아가, 중국, 일본 등 인접국과 미국에 치우친 농수산 수출 시장을 중앙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을 통해 확대하고 있다. 전북도는 장기적 수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농업 기술 전수 등 대외원조(ODA) 사업을 적극 활용중이다. 아프리카 및 중남미 6개국 농업 공무원에 대한 스마트 농업 연수와 몽골 고비 알타이주에 스마트팜 연수사업도 시행중이다. 최근 한류의 세계적 인기는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10월 12일 미국 LA 한인축제에서 전북 23개 농식품업체가 한류를 활용한 전북 농산품 홍보관을 개설했고, 김관영 전북지사는 10월 13일 H-Mart에서 개최된 전북 농수산식품 판촉 행사에 참석하여 직접 홍보활동을 하여 현지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전북 농수산식품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 간다면 전북이 우리 농수산식품 수출을 선도해 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전북이 농생명 과학기술로 무장된 농식품 수출 기지로서 우리나라가 향후 농식품 수출 강국으로 우뚝서는 데 큰 역할을 해나가기를 기대하며, 도민들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류창수 전북도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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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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