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꿋꿋한 노력이 미래를 보장한다

그래도 계속해라! 가능할지 누가 아는가? 영국의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이러한 말을 남겼다. 물리학의 대가로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전문적인 교육의 기회도 가져보지 못한 채 어렵게 공부했다. 그러나 한 분야에서 꾸준함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결국 물리학계의 존경을 받는 학자가 되었다. 지난 50여년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 과정을 짚어본다. 1970년 8월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하면서 국내 방산육성은 시작되었다. 소총 한 자루 스스로 만들지 못하던 시절, 무모할 수도 있는 도전이 시작되었다. 80년대 초반까지 ‘군수조달에 관한 특별조치법’ ‘방산원가제도’ 등 방산육성에 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고, 국내 방위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였다. ADD가 기술 개발을 전담하고 방산업체가 생산하는 수직적 협력구조로 출발한 방위산업은 90년대와 2천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국내 방산업체의 기술력과 제조능력이 급성장을 거듭하였고, 마침내 2006년 방위사업청 출범과 함께 국과연과 방산업체간 수평적 협력구조를 정립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후, 방산업체 스스로 선제적으로 주요 핵심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품질관리에도 집중하며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국내 방위산업은 작년 방산 수출액이 170억불을 상회하여 수주액 기준으로 세계 5위내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5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사이에 소총 한 자루 만들지 못하던 나라가 지·해·공 모든 분야의 첨단 무기체계를 생산하고 수출까지 하는 방산 선진국으로 성장한 유일한 사례이다. 이러한 성장과정에서 만났던 질곡은? 린다김 사건, 통영함 비리 등으로 대표되는 방산비리였다. 소수의 부적절한 일탈로 발생한 방산비리는 방산 현장을 묵묵히 지켜온 방산 종사자들 전체에게 부과되는 가장 큰 짐이었다. 일례로, 세월호 참사 이후 통영함 비리 등 방산비리가 국민적 우려사항으로 부각된 이후 방산분야는 비리가 있다는 전제하에 저인망식 수사 감사가 진행되었다. 당초 해외 도입과정에서 발생했던 통영함 비리로부터 시작하여 국내 연구개발 사업의 대부분의 사업에 대한 비리를 캐는 수사 감사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도 방산비리로 매도되었고, 방산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극한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도 우리 방산 종사자들은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을 묵묵히 지켜온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K-방산이라는 찬사를 이끌어 낸 것이다. 지난 하반기부터 전북도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방위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많은 도전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예기치 않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과연 전북도에서 신기술 중심 연구와 방산 전문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지난 여러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북도는 지자체 고유의 강점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그리고 꾸준하게 새로운 영역에 씨앗을 심고 있다. 곧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그랬던 것처럼 결실을 맺으리라 기대한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인 것처럼 새로운 산업에 도전하고 성공하는 비결은 일관적인 정책, 수미일관하는 자세 외에는 없는 듯하다. 온 힘을 다해 행동하고 실천하는 무실역행(務實力行)의 정신, 전북도에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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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9 15:45

금융사 ‘횡재세’ 도입으로 고금리 피해 지원해야

윤석열 정부 들어 특이한 현상은 정부‧여당의 그냥 던진 주장을 민주당이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건이 있다. 지금까지 의사 수를 늘린다는 발표 외에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을 알고서 일찌감치 환영 의사를 밝히며 의대 정원 확대가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과 지역에서 복무하는 ‘지역의사제’ 그리고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대안을 바로 제시했다. 다음으로 최근 뜨거운 ‘횡재세’ 논쟁이다. 코로나 이후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여 고금리 시대를 맞았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 국민, 생계형 자금을 빌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금리 부담으로 숨이 막히는 한편, 금융사는 역대급 이자수익을 가져갔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은 44조 2,000억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조 6,000억을 더 벌어들였다. 금융사의 ‘횡재’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0월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의 대출 상환을 “은행 종노릇”에 비유하며, 은행의 초과 이익을 질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는 구시대의 잔재인 ‘관치’ 대신 국회에서 제도화하는 ‘법치’를 제시했다. 금융회사 순이자이익이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넘기면, 초과 금액의 최대 40%를 기여금으로 내는 한국형 횡재세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법안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이 초당적으로 참여했다. 민주당이 횡재세법을 발의하자 금융당국은 서둘러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불러모아 상생을 설파했다. 정부의 상생금융은 법적 근거도 불명확하며, 새로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고금리 피해 대책으로 미흡하다. 이와 달리, 민주당의 횡재세는 은행 등을 대상으로 부담금 기준을 정해 금리상승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직접 지원하는 법안이다. 횡재세 대표 발의 이후 금융당국과 언론에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국가의 개입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을 부정하고 시장의 실패를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에 불과하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정부의 보호와 지원으로 성장했고, 1997년 외환위기 때는 86조 8,768억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은행권에 투입했다. 횡재세는 금융사의 혁신과 경쟁으로 취득한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과 무관하게 얻은 이익 일부를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미국 ‧ 영국 ‧ 프랑스 ‧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시행한 검증된 제도이며, 우리 국민 70% 이상이 찬성하는 국민적 요구와 지지가 담긴 법안이다. 권력을 행사해 은행의 팔을 비트는 방식은 오래 갈 수 없고 국민의 동의를 얻지도 못한다. 민주당은 합리적인 방식으로 초과이익을 환수해서 고금리 피해자를 돕자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에 촉구한다. 고금리 피해 국민을 지원하고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횡재세를 신속히 추진하자. /김성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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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9 15:45

전북 정치 독립선언과 자강

전북은 오랜 세월 호남권으로 묶여오면서 국가 예산 배분에서 광주·전남에 이어 둘째 취급을 받아 왔다. 균형발전 전략에서도 독자 위상을 갖지 못하고 종속변수였다. 중앙정부나 광주·전남권의 이해타산에 따라 호남권 편입, 독자권 설정을 반복하며 발전 방향이 휘둘렸다. 대표 사례가 새만금. 새만금 기본계획은 정권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다. 김영삼에서 문재인 정부까지 여섯 차례나 바뀌었는데 윤석열 정부도 새만금 예산을 삭감하며 기본계획까지 변경하겠다고 나섰다. 그 결과 도민의 살림살이가 어떻게 됐나. 이 지면에 마음 아픈 통계를 열거하고 싶지 않다. 이재명 대표가 21대 대선에서 전북의 삼중 차별을 지적해서 주목을 받았다. 수도권과 영남권 대비 차별과 호남권 내에서 차별. 호남권 내 차별은 전북 정치권이 알고 있으면서 쉬쉬했던 사항인데 에두르지 않고 지적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과연, 이재명답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 전북의 가장 큰 이슈는 내년 1월 출범할 전북특별자치도. 이 명칭의 저작권자는 이재명 대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대표는 삼중 차별을 극복할 대안으로‘새만금-전북특별자치도’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며, “4차 산업 혁명과 탄소중립 시대에 그린 뉴딜과 에너지 전환의 중심지로 조성하겠다.”라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호남권에서 분리된다는 것은 전북이 독립과 자강을 선언하는 의미이다. 전북이 하나의 주체로 우뚝 서서 독립해 나가고,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호남으로 묶여 있으면 전북이 애써 노력하지 않더라도 몫을 배분받을 수 있었다. 이제는 호남이라는 울타리를 걷어내면 그 안에 있을 때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거친 세상을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힘이 없으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이다. 결국, 특별자치도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전북 정치다. 전북이 저성장과 지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데 전북 정치가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라의 민주화에 기여했지만 전북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을 인정해야 한다. 어느 토론회에서 전북 출신 서울 국회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예산을 주고 싶어도 (전북에서) 가져오는 것이 자잘해서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독립은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고, 자강은 그 힘을 스스로 키우는 것이다. 그동안 전북은 중앙이 획일적으로 배분해 주는 토목과 건설 위주의 예산과 개발사업을 가져와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법에 주력했다. 한국 경제가 첨단 산업 시대로 넘어가면서 이제 그런 방법은 더 이상 성과를 내기 힘들어졌다. 중앙의 시혜성 사업에 목을 맬 수도 없다. 특별자치도가 성공하려면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성장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누가 그 역할을 할 것인가. 전북 정치다. 전북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설계하여, 장기간에 걸쳐 수행할 수 있는 혁신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정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성공한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는 2024년에 총선이 있다. 전북의 대표로 나선 후보들은 윤석열 정부 심판에서 더 나아가 국가, 중앙정부, 중앙당을 활용하여 전북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북 시각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그 관점을 바탕으로 전북 스스로 발전계획을 세우고 국가 예산과 전북의 몫을 당당하게 외칠 용기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최형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사)기본사회 전북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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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9 15:44

전주상공회의소의 각서

각서(覺書)란 어떤 일에 대한 의견이나 약속을 상대편에 전달하거나, 서로 확인하고 기억하기 위하여 적어 두는 문서를 말한다. 구태여 각서란 표현을 쓰지 않고 노트나 메모 형식으로 만든것도 흔히 각서라고 부른다. 사람의 한마디는 천금의 무게를 갖는 것이기에 서로 신뢰한다면 말로 하는 약속으로 충분하지만, 훗날 사정이 바뀌면 얼마든 이를 뒤집을 수 있기에 사람들은 문서 형식을 갖춰 분쟁의 소지를 없게 하는가 보다. 국내 정치사에서 굵직한 각서 파동을 몇가지 들어보자. 먼저 1962년 말 작성된 그 유명한 ‘김・오히라 메모’. 이는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일본 외상이 한・일협정 체결을 앞두고 대일 청구권 규모를 ‘무상 3억달러, 유상차관 3억달러, 민간차관 1억달러 이상’으로 타결한 것이다.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에서 알 수 있듯 반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도 한일 문제가 불거질때마다 등장하는게 바로 이 메모다. 시간이 한참 흐른뒤 1971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신민당 전당대회때 인동초 DJ는 소석에게 각서 하나를 써준다. 2차 결선 투표 직전 ‘다음 당수 선거 때 이철승을 민다’는 각서를 써주고 이철승계 표를 흡수했다. 결론은 김대중 458표, 김영삼 410표로 YS 대세론을 무너뜨린 대역전극이었다. 하지만 훗날 DJ는 중도통합론을 주창한 이철승 대신, 선명야당의 기치를 내세운 YS를 지원, 결과적으로 소석은 당권장악에 실패한다. 노태우·김영삼·김종필 세 사람은 3당 합당 과정에서 1년 이내(91년 5월) 내각제로 개헌하는 데 합의하는 각서를 만들고 극비에 부쳤다. 하지만 정계 실력자 몇명만 아는 극비 각서는 합당 4개월만에 언론에 등장했고 결국 내각제는 없던 일이 됐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각서는 종종 등장한다. 유력 후보들간에 “차기 공천은 당신에게 양보한다”는 각서를 공유했는데 다음에 이를 근거로 양보를 요구하자 “공개된 각서는 그 순간 효력을 상실한다”는 해괴한 논리로 백지화 한 것은 매우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를 앞두고 요즘 지역사회에 각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윤방섭 전주상의 회장은 법원의 결정으로 ‘회장선출 및 의원선거결의 무효확인’ 본안판결이 나올 때까지 모든 업무에서 배제돼 한동안 직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결국 최종 판결까지 갈 경우 전주상의는 장기간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 이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윤방섭 회장과 김정태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합의문을 작성한 바 있다. 최대 핵심은 윤방섭 회장의 직무복귀와 김정태 수석부회장이 차기 전주상의 회장에 출마할 경우 윤방섭 현 회장이 협조한다는 거다. 그런데 최근들어 윤 회장의 연임설이 확산되면서 각서 백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지역 상공인들사이에 회자되는 각서가 향후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초미의 관심사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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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11.29 15:25

‘산재 전문 공공병원’ 전북에도 건립해야

산업재해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 환자를 위한 ‘산재 전문 공공병원’이 전북지역에는 한 곳도 없어 의료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산재 전문 공공병원은 전문 의료진과 첨단 의료시설을 갖추고 산업재해 신청부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와 재활, 그리고 산업현장 조기 복귀까지 일괄 지원하는 전문 의료기관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 현재 운영하고 있거나 건립 중인 산재 전문 의료기관은 병원 10곳과 요양병원 1곳, 의원 3곳 등 모두 14곳에 이른다. 산재 전문 공공병원은 인천과 경기도 안산, 경남 창원, 대구, 전남 순천, 대전, 강원특별자치도 태백·동해·정선, 울산(건립 중) 등 전국 곳곳에 분포해 있다. 하지만 전북지역에는 산재 전문 공공병원이 한 곳도 없어 지역 산재 환자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인근 대전이나 광주·전남까지 이동해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전북도가 산재 전문 병원을 익산시에 유치하기로 하고 중앙정부에 국비 지원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비 1250억 원을 들여 내년부터 2027년까지 산재 전문 병원 건립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 내년 국비 확보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으면서 2027년 병원 완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전북지역 산재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도내 산업재해 환자는 4460명, 산업재해율은 0.77%에 달했다. 이는 전국 평균 산업재해율(0.6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게다가 향후 전북도 등 지자체의 투자유치 노력으로 새만금 산업단지를 비롯해 전북지역에 기업이 속속 들어올 경우 산업재해 환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새만금산단을 비롯한 도내 산업단지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정주 여건 개선에도 행정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 의료인프라의 한 축인 산재 전문 공공병원 유치에 전북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정부도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의료격차 해소 차원에서 산재 전문 공공병원 건립을 추진하는 전북도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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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1.29 12:43

전북도 맹탕 조직진단, 뭐하러 했나

전북도가 산하 16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조직진단을 마쳤다.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공공기관 조직진단 및 통합매뉴얼 작성 용역'을 맡기고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번 용역의 핵심은 '구조 개혁' 즉 기관 간 유사·중복 기능의 통폐합이다. 하지만 타 시도와 달리 전북의 경우 통폐합되는 기관은 없었다. 처음부터 통폐합 문제가 배제된 채 조직진단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용역비로 1억8000만원을 들였는데 뭐하러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북도는 이번 용역을 통해 기능·조직·인사·재정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조직진단, 공공기관 표준매뉴얼 마련,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선 방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단기과제와 중기과제를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가장 핵심인 기관 간 유사·중복 기능의 통폐합 논의는 비껴갔다. 전북도는 출연기관 자체가 많지 않고, 분야별로 유사 중복되는 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하거나 도내 현실을 보면 맞지 않는 얘기다. 같은 도단위 광역단체 중 전남은 20개, 경남은 15개, 충북은 13개다. 시도별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은 대구 6곳, 울산·부산 4곳, 충남 3곳, 경북 2곳, 강원 1곳, 전남 1곳에서 이뤄졌다. 또 광주 4곳과 충남·강원 3곳, 서울 2곳 등이 추가로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를 개선했으면 한다. 첫째, 통폐합이 능사는 아니나 일부 업무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실천해야 한다. 이번 용역에서 전북도콘텐츠융합진흥원과 전북테크노파크의 경우 업무가 중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기관은 조직 규모가 작아 대민서비스 제공이 아닌, 조직 유지를 위한 인력운용으로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 둘째, 시군에서 설립된 기관과 전북도 산하 공공기관 간 기능 중첩 문제다. 전북연구원과 전주시정연구원,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전북도콘텐츠융합진흥원, 시군문화관광재단이 그러하다. 셋째, 내부혁신의 필요성이다. 주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기관은 존재 의미가 없다. 또한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지자체장의 선거 등을 도왔다는 이유로 임명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공공기관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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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1.28 17:35

가석방 없는 무기형이 흉악범죄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가

현행 형법에서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 금고형을 선고 받은 경우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형법 제42조 및 형법 제72조). 그런데 지난달 법원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인‘절대적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가석방이 가능한 무기형 제도를 운영하고, 절대적 종신형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운영되는 이례적인 제도이다. 개정안이 국회까지 통과하여 시행되면 앞으로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가석방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함께 선고하게 된다. 개정법률의 제안 이유는 “다수의 생명ㆍ신체를 중대하고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여성ㆍ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등 그 죄질이 흉악하고 준법의식과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 현저히 결여되어 교화ㆍ개선의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범죄자의 경우에는 사회로부터 영구적인 격리가 요구되고, 실제로 가석방으로 풀려난 무기수가 재범을 저지르고 또다시 수감 되는 사례가 있는 데다 이러한 법 집행의 현실과 국민 법 감정 사이의 괴리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무기형의 가석방과 관련하여서 그 요건 및 기간 또한 상향함으로써 범죄피해로부터 국민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범죄자에게는 죄질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개정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교화·개선의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영구적인 격리가 범죄 피해로부터 국민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확정적인 사실인지에 관한 의문이 든다. 우선 가석방 제도는 20년이 경과하면 의무적으로 가석방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형자가 교화가 불가능하고 재범 위험이 높다면 가석방을 불허할 수 있다. 개정안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무기수가 재범률이 높다면 가석방 심사의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가석방 여부는 형 중에 있는 기결수의 교화·개선가능성에 따라 형 집행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인데 법관이 판결 당시 앞으로의 교화 및 개선 가능성을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그 근거가 미비하고, 가석방 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더욱이 형벌의 목적은 응보에만 있지 않고, '교정', '감화', ‘치료’ 라는 점에서 형사정책적으로도 정당화되기 힘들다. 절대적 종신형은 수형자의 교화가능성을 박탈하는데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좌절감이 교도소 내에서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 역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절대적 종신형은 신체의 자유를 다시 향유 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이고, 독일의 경우에는 1978년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바 있다. 엄벌주의와 중형주의가 강력범죄를 예방할 것이라는 것은 기대감에 불과하고 그 효과가 불분명하다. 실제로 절대적 종신형을 운영중인 미국이 강력범죄 발생률이 낮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범죄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범죄의 근본 원인을 찾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아롬 변호사∙민변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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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8 17:34

왕궁리 유적의 가치

익산 왕궁리 왕궁터가 실체를 드러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다. 1400년 역사의 실체에 다가서는 발굴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지난 1989년, 문화재관리국이 백제문화권 유적정비사업으로 왕궁리 오층석탑 주변 유적 발굴조사를 시작하면서다. 2004년 12월, 부여문화재 연구소가 익산 왕궁리 유적 발굴조사 16년을 더해 진행한 정밀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궁성 건물지를 축조하기 위해 기반을 다진 석축, 계단 역할을 하는 월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자리한 후원, 뒷간이 있었던 자리가 온전히 드러나고 새롭게 밝혀진 건물지에서는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궁성의 존재는 확인됐지만, 궁성의 내부 구조와 생활공간 등의 흔적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보여주는 유적의 실체는 놀라웠다. 남쪽 성벽의 중문지, 2기의 석축과 건물지 7동, 배수시설 1기, 와요기 3기 등 13기의 유구가 확인되었고, ‘王宮寺’가 새겨진 명문 기와와 중국 청자 조각과, 철제 솥까지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여러 개 건물지 확인으로 왕궁 내부 공간의 계획적 구획 및 활용방식에 대한 추정이 가능해졌다. 남쪽 성벽에서 동서 석축까지 일정한 공간 비율로 배치된 석축이 모습을 드러내고 정원석으로 장식된 석축과 함께 장대석 및 자갈로 바닥 면을 만든 출입 시설도 밝혀졌다. 고대 궁성과 관련된 시설의 대지가 어떻게 조성되고 공간은 어떻게 구획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확보되고 궁성의 계획적인 설계와 축조양상이 확인됐다는 것은 발굴조사의 가장 큰 성과였다. 학계는 왕궁터가 백제 시대 왕궁의 어느 것보다도 완전한 형태의 궁성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후 발굴된 유적의 자리와 경계를 재현하는 대대적인 정비작업이 이어졌다. 오층석탑만을 품고도 단아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갖게 된 왕궁리 유적 경관이 그 결실이다. 덕분에 왕궁리 유적은 어느 사이 많은 사람에게 1400년 전의 역사를 상상할 수 있는 귀한 공간이 되었다. 사계절마다 달리하는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광으로도 이름이 높고, 우리나라에서 해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장소로도 꼽힌다. 왕궁의 역사적 가치를 살리는 공간이 조성된다. 왕궁 유적의 역사를 주제별로 만날 수 있는 ‘백제왕궁 금마저 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이다. 올해 초 시작된 세계유산 탐방거점센터 건립과 연계해 왕궁터 인근에 왕이 업무를 보고 생활했던 공간, 백제식 전통 정원, 왕궁 공방과 체험공간 등 다양한 건축물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건축물 없이도 역사적 실체를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아름다운 왕궁터와 그 역사적 의미를 재현하는 건축물의 조화. 이 새로운 시도가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11.28 17:34

전북특별자치도 성공 출범은 14개 시군의 역할 정립과 혁신으로부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마침내 전북특별자치도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는 전라북도 임실군이 아닌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이 된다. 그동안 낙후되고 소외되었다는 오명을 쓴 전라북도가 특별자치도로 나서며 화려한 주목을 받고 있다. 전라북도는 내년 1월 18일이면 128년만에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되며, 그 위상 또한 달라진다. 명실상부한 특별자치도로서 출범은 전북만의 특화된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살려 ‘새로운 전북, 특별한 전북’을 실현하고 꽃피울 것이라 본다. 그만큼 도민들의 기대감도 부풀어 있다. 자치권이 확보되는 만큼,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행정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며, 이는 결국 전북 도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대했던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존재 이유이자 역할이다. 주민들과 맞닿아 있는 최일선에서 대민 행정을 펼치는 시군이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다. 이제 지역발전을 위한 전략을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전북특별자치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도내 14개 시․군의 자립적인 성장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군에 우선적으로 안정적인 예산과 인력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여, 이를 특별자치도에서 지원하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전북특별법은 전북의 자율적 성장과 발전을 견인한다. 이 과정에서 특례라는 이름으로 기존 중앙부처의 권한을 특별자치도에 과감히 이양하고, 중앙부처의 과도한 규제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강화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도와 시군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14개 시군이 각자 고유한 지역적 특성을 살려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과 역할을 정립하고, 참여를 제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임실 등 동부권 6개 시군은 산악지역으로 둘러싸여 있고, 산림이 70%에 가깝고, 각종 규제로 인해 스스로 발전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전북 서부 내륙권은 새만금 시대에 겨냥해 집중투자와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동부권은 전북 내에서도 균형발전에서 멀어지고 소멸위험지수 또한,매우 높아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된다면 상황이 다르다. 전북특별법 제24조(특례부여 및 지원) 제1항에 따르면 시장·군수가 특례를 요청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특별자치도는 그동안 못했던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도민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방시대’는 지역이 스스로 성장 동력을 찾아내고 지역발전 전략을 마련하면 중앙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하나의 틀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때 전북특별자치도라는 배가 순항할 수 있는 점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중앙정부의 규제로 시행하지 못했던 것을 지역발전전략을 특별자치도법 시행을 통해 지원하고, 지속가능한 자치 재정 확보를 위해 지방교부세와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계정 등 자주재원의 안정적인 확충 등 특별자치도에 권한과 힘을 실어주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전북특별자치도가 성공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전북특별법 전부개정안이 금년 내에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며, 500만 전북도민의 한결같은 염원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전라북도와 14개 시군이 힘과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시군이 잘사는 것이 결국 전라북도가 잘 사는 것이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앞당기는 것이다. 새 출발을 하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지방소멸을 극복하고, 지방화시대를 활짝 피울수 있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11.28 17:34

민주당 선택을 자꾸 망설이게 하는 이유

민주당의 전북 지지세 열기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선거의 승부처는 매번 캐스팅 보트를 쥔 수도권의 민심 향배다. 이 지역 인구가 2500만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전체의 절반을 넘어 그 파괴력은 짐작이 된다. 지난 2020년 총선 때도 민주당이 수도권 121석 중 103석을 휩쓸어 의회 권력을 거머쥐었다. 원래 강세 지역인 전북을 포함한 호남에서 압승을 거둔다 해도 국민의힘 우세인 TK를 비롯한 영남권의 의석수와 비교하면 크게 밀린다. 이 같이 불리한 지역 구도 상황에서 총선을 불과 5개월 여 앞두고 수도권 민심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심기가 불편한 건 이른바 개딸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들의 극단적 공격 성향의 행태는 민주당의 우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과거 ‘바보 노무현’ 과 함께한 노사모 역할과 크게 대비된다. 당선이 유리한 지역구를 마다하고 험지로 뛰어들어 패배를 감수하는 그의 도전 정신과 희생이 국민들을 감동케 했다. 수 읽기에 능한 정치권에선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바보라 불렀다. 그의 지역 장벽을 뛰어넘고자 했던 순수한 열정이 지지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이다. 그런 노사모와의 아름다운 동행에 뜻을 같이한 블특정 다수의 결집된 에너지가 결국 대통령을 만든 셈이다. 이에 반해 적대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이재명 지키기에만 올인하는 개딸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들이 지금과 같은 홍위병 역할을 하면 할수록 이 대표와 국민과의 괴리감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자칫 그들의 비뚤어진 사랑이 되레 당 표심 확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쉽게 통제할 수 없는 그들의 폭주에 친명 지도부는 난감한 처지다. 마치 총선 공천을 앞두고 친명-비명간 갈등을 부추기거나 묵인하는 걸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비명계 의원들 지역구을 찾아 테러 협박성의 낙선 운동은 물론 전화 폭탄과 함께 심지어는 섬뜩한 플래카드를 통해 지역구를 떠나라고 겁박한다. 실제 이들 지역구는 이미 친명을 자처한 원외 위원장들이 도전장을 내고 개딸 눈치를 살피는 상황이다. 얼마 전 출범한 총선기획단을 두고도 친명 색채가 강하다며 반발 기류가 여전한 데다 이젠 개딸의 여의도 입성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금 무엇보다 이재명 대표를 위한 것이 진정으로 어떤 길인지 그들 스스로가 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여야 지지층이 극단적으로 갈라진 현 정치 구도에서 30% 가까운 중도층과 무당층 표심은 승부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영남의 묻지마식 투표 성향은 당장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으로 당이 오만불손하다고 비춰지는 것이다. 최근 당 일각에서 터져 나온 ‘총선 200석’ 발언이 대표적이다. 강서구청장 승리 이후 몸 사리기 모드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 같은 돌출 발언은 이미지 관리에 악영향을 끼친다. 여성 비하 ‘암컷’ 발언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발언 그 자체도 충격이지만 당내에서 즉각적인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점이 더 큰 충격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해찬 전 대표가 ‘20년 집권론’ 을 꺼냈다가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뼈아픈 흑역사가 있다. 살얼음판을 걷는 지금의 흐름은 오락 게임 ‘두더지 잡기’ 처럼 구멍에서 튀어 나오면 누구든지 망치를 맞게 돼 있다. 몸을 낮추는 것만이 살 길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11.28 17:32

지방교부세 감액 관련 해법 제시를

국세 수입 감소로 지방교부세가 대폭 삭감되며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앙정부에서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지방정부의 파탄은 불가피해 보인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분은 지방정부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경제상황과 여건이 안되는 부분은 어렵더라도 지방정부가 떠안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기조에 따른 부자 감세로 발생한 세수 부족분까지 지방 부담으로 전가하는 상황이 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난 27일 민주당에서 열린 '민주당 지방정부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해 "올해와 내년 전북도의 세입 감소 규모는 지방교부세 3715억 원, 지방세 1749억 원 등 5464억 원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방교부세 감액분 자금 교부, 지방채 발행 이자 보전 등 대책 마련 없이는 내년도 재정운용을 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을 전달했다. 내년 예산안 중 지방교부세 감소분은 지방채 발행이 아니라 국채를 발행하는 등 결국 국가 차원의 보전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 안된다면 하다못해 지방채 발행에 따른 이자라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현안인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국비로 확보해야하고 청년·일자리 예산과 사회적경제 예산도 되살려야 한다. 현재 지방재정 상황은 국세 감소뿐 아니라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해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면서 지방교부세율 5% 인상이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지방교부세율은 2006년 이후 17년간 단 한 차례 인상 없이 내국세의 19.24%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 축소는 지방정부의 쇠퇴를 더욱 부채질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지방교부세 감액분 자금 교부, 지방채 발행 이자 보전 대책을 제시해야만 한다. 사실 중앙정부가 긴축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 자체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반드시 잘못된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다만, 긴축재정을 하더라도 지방정부의 운용 자체를 어렵게 하는 것은 안된다. 이는 곧 지역주민 죽이기나 마찬가지다. 막판 예산안 심의단계에서 지방정부 재정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잘못된 정책은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1.28 14:25

전주 에코시티, 대형매장 입점 적극 검토해야

전주농협이 전주의 첫 번째 주거 랜드마크로 꼽히는 송천동 에코시티에 하나로마트 건립계획을 세워 주목된다. 내부 인준절차를 거쳐야 하겠으나 대형 매장이 없어 타지역으로 쇼핑을 가야하는 주민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노조를 비롯한 일부 조합원들은 대규모 자금 투자에 따른 경영약화 등을 우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주농협 지도부와 노조 등이 접점을 찾아 상생의 결과를 도출했으면 한다. 전주 에코시티는 2020년 옛 35사단부지 199만여㎡에 아파트 등 1만3161가구, 인구 3만2903명이 거주하는 주거특화 생태신도시로 조성되었다. 실제로 이 지역은 송천동을 비롯해 천마지구 등 개발수요가 커 인구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신도시 안에 지역의 명물로 등장한 세병호와 잔디광장인 세병공원이 있고 인근 백석저수지에 공원이 추진되고 있어 자연 속의 주거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학교와 대형 쇼핑몰, 체육시설 등이 부족해 주민들의 불만이 없지 않았다. 다행히 초중고 등 학교가 신설 또는 이전이 추진되고 있고 2024년에 국비 등 196억원을 들인 복합커뮤니티센터가 완공되면 수영장 등 다목적체육관과 도서관 등이 들어선다. 그러나 인구에 비해 대형매장이 없어 불편은 여전한 형편이다. 2021년 9월 이마트 에코시티점이 개점했으나 기대에 못미쳐 더욱 그렇다. 에코시티점은 DK몰 지상 1개 층으로 매장의 면적은 2871㎡(870평) 규모다. 김승수 전 시장이 소상공인의 반대 등을 감안해 대형매장 승인을 안 해준 탓이다. 당초 이곳에는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이 입점하려 했다. 주민들은 이마트가 매장 규모가 작고 물품도 다양하지 않아 큰 식품 매장에 불과하다고 외면하고 있다. 전주농협은 650억원을 들여 DK몰을 인수할 예정인데 총회 승인과 타당성검토, 농협중앙회 투자승인 등을 얻어야 매입이 가능하다. 전주농협은 덕진권역 10만 주민들에게 편익제공과 농산물 판매망 확충, 향후 부동산 가치 상승, 시세의 절반가량에 매입 등 여러 가지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비해 노조 등은 전주농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로컬푸드 5곳 중 4곳이 적자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경우 조합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농협도 이롭고 지역주민도 편리하도록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1.27 18:26

주4일 근무제와 첩족선득(捷足先得)

첩족선득(捷足先得), 발이 빠른 자가 먼저 얻는다. 2015년 아이슬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된 주4일 근무제는 세계경제포럼에서 매년 논의될 만큼 세계적인 관심사이다. 아랍에미리트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4.5일 근무제를, 벨기에와 아시아 최초로 카자흐스탄이 주4일 근무제를 공식화하였다. 이외에도 영국, 스페인, 핀란드, 일본, 미국 등에서 많은 기업이 주4일 근무제를 실험 또는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흐름과 달리 근로시간을 늘리는 논의가 있으나, 주4일 근무제는 가까운 미래이다. 여가사회라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을 읽고 지역발전의 기회로 삼는 선견지명(先見之明)이 필요하다. 변화를 상상해보자. 5도2촌에서는 농촌집이 별장이라면 4도3촌에서는 또 다른 주거지이다. 복수주소제가 당연시된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영화관, 헬스장, 바비큐장 등 집의 기능이 확장된다. 주택시장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캠핑도 늘어날 터이니 선호하는 자동차도 지금과는 다를 수 있다. 3일 동안 학교가 문을 열지 않으므로 사회교육이 매우 중요해진다. 어린이 주말 캠프와 가족이 함께 하는 워케이션이 늘어날 수 있다. 길어진 휴일을 반려동물과 보내는 이들도 많아지고, 원데이클래스 또는 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1인 가구도 늘어난다. 레저스포츠 인구도 당연히 증가한다. 적은 여가 비용으로 휴일을 더 길게 즐기고 건강도 챙기려는 이들이 산·들·강을 더 찾게 된다. 악기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는 취미활동도 늘어나니 평생교육 시장이 커진다. 더 많은 상상이 가능하다. 이 상상을 현실에 적용하여 미리 준비하면 전북도가 선포한 ‘K-문화·체육·관광 거점’이라는 비전을 실현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모든 게 긍정적일 수는 없다. 휴일이 늘어나면서 전북을 찾던 여행객이 제주도나 외국으로 발길을 옮길지 모른다. 고급휴양시설이 부족한 전북은 확대되는 여가 시장의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이제 빛을 보는 산업에 있어 인력 부족 등 어려움도 예상된다. 누구에게는 주4일 근무제가 위기일 수 있다. 도심 상권은 직장인이 4일만 근무하니 손님이 줄어들 수 있다. 제조업은 근로 시간 단축으로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의료진이 확충되지 않으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 부모에게 4일 학교 교육은 답답함 그 자체이다. 길어지는 휴일만큼 돈도 많이 든다. 있는 사람은 외국 여행을 마음껏 떠나지만 없는 사람은 TV 보는 시간만 길어진다. 여가의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이야기이다. 일본의 아네요시 마을처럼 거안사위(居安思危)가 필요하다. 이 마을에는 ‘높은 데 살아야 평화롭다. 이 돌 아래로는 집을 짓지 마라’는 표석이 곳곳에 있다. 조상의 경고인데, 이 말을 따라 높은 곳에 집을 지은 덕에 2011년 엄청난 사망자를 낸 대지진과 쓰나미에도 피해자가 없었다고 한다. 주4일 근무제는 여가사회로 전환을 의미하므로 자연·문화자원이 풍부한 전북에는 분명 기회이다. 주4일 근무제가 인구감소로 지역이 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묘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원만 믿다가는 기회가 사라지고 지역낙후의 위기만 더해질 수 있다. 거안사위와 선견지명의 자세로 거대한 흐름에 한발 앞서 대비하자. 첩족선득(捷足先得), 발이 빠른 자가 먼저 얻는다. 일찍 일어난 새가 피곤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으나,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을 확률이 높음은 분명하다. /이남호 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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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7 16:44

슘페터의 R&D와 '장자', 글로컬 대학 선정으로 지역과 산업 네트워크 발전 본격화

기차를 타고 남원캠퍼스에 강의를 하러가는 저녁 날은 매번 설렌다. 그리움을 찾아 어디론가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날따라 철도를 바라보며 오늘 강의할 미국경제학자 슘페터(1883~1950)의 유명한 말을 떠올린다. “우편마차를 아무리 증가시켜도 거기서 철도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논밭에 쟁기를 아무리 늘린다고 해서 트랙터가 나타나지 않듯이 양이 많다고 저절로 질적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기술혁신에 도전하는 ‘창조적 파괴’가 선행되어야 철도가 나타난다. 슘페터는 낡은 시대와 단절하는 역동적 존재로서 모험적 기업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문제는 기업가의 혁신이 어디서 오는가에 있다. 슘페터가 더 이상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기술과 지식기반의 성장을 주도하는 대학과 R&D(연구개발)이 낡은 것과 단절하는 혁신적 토대임은 당연하다. 학생들에게 대학의 지식기반 혁신과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칠판에 <장자>의 한 대목을 적어놓으니 어리둥절해한다. 바로 쓸모없음(無用)이 쓸모 있음(用)을 지탱해주는 근원이라는 구절이었다. 장자는 장황하게도 비유까지 든다. “네가 지금 딛고 있는 발자국 자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쓸모없는 땅을 모조리 파고 들어가 황천까지 이른다면 당신이 밟고 있는 땅이 사람에게 쓸모가 있겠는가?” 내가 걷고 있는 발자국만 땅으로 남아있다면 결국 깎아지른 절벽만 밟고 건너야 하는데 과연 한걸음이라도 뗄 수 있겠는가? 쓸모없음이 곧 쓸모 있음이라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은 대학의 연구개발과도 통한다. 당장 돈만 되고 쓸모 있는 것만 연구하는 것은 미래의 성장 동력을 갉아 먹는 일이다.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대상과 평생 씨름하며 실패를 거듭하다가 쓸모 있는 지식과 기술혁신을 이루는 것이 대학이 존재가치이기도 하다. 어제 배송 받았던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비저(F. V. Wiser, 1851~1926)의 <화폐론>은 외국에서 근무하는 H박사가 수고료 한 푼도 없이 독일어 원전을 영어로 옮긴 번역서였다. 한국어로 번역할 생각도 했겠지만 선뜻 책을 내겠다는 출판사가 없었을 것이다. 일본어 번역판은 반세기도 훨씬 넘는 소화 16년(1941)에 나왔다.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때에 ‘경제학 명저 번역 총서’의 일환으로 번역이 진행되었으니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나 쓸모없는 작업’이었겠다. 그것이 ‘얼마나 쓸모 있는 일’을 만들어냈는지는 가히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일본 전시와 비교해서 속상하지만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이 내리막길인데도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정부의 야만적이고 퇴행적 조치와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그 다음 주 월요일 남원역에 도착하니 전북대의 글로컬 대학 선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이렇게 대학이 지역에서 환영받았던 적은 없었다. 이번 글로컬 대학의 선정은 도내 모든 대학과 지역과 산업이 서로 벽을 허물고 공존 상생하여 전북발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것 같다. 특히 남원은 폐교 서남대 부지를 남원 글로컬 캠퍼스로 탈바꿈하여 도시 재생모델로 추진할 예정이어서 기쁨이 더 큰 듯 했다. 무엇보다 신설되는 JBNU 지역발전연구원 산하에 도내 14대 시군 연구소를 설립하여 지역발전의 씽크 탱크를 담당한다는 계획이 눈길을 끈다. 지역의 R&D 또한 내일의 쓸모를 위해 오늘을 인내하고 투자하는 창조적 파괴와 혁신의 원천이다. 지역마다 R&D가 모여서 불씨를 이루고 전체로 확산되는 대학 주도 성장과 네트워크 발전론이 본격화되고 있다. /원용찬 전북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3.11.27 16:44

신흥계곡에서 꼬리명주나비와 함께 춤을!

“꼬리명주나비다!” 짧은 외침에 모두가 하던 것을 멈추고 C의 발가락이 훤히 드러난 샌들 위에 앉은 나비를 보기 위해 달려들었다. 나비골로 불리기도 했던 신흥계곡에서 오래전에 사라져 그 이름만 남아 있던 꼬리명주나비다. 꼬리명주나비와의 첫 만남은 순간 너무도 친숙하게 느껴져 살짝 도취에 빠지게 했다. 병든 세계의 축소판에서 외상을 겪는 동무들이 이뤄낸 작은 꿈 앞에서 미친 듯이 행복했다. 놀라운 것은 이 나비가 자신의 온몸을 사방에 드러내어 작은 날개를 팔랑거리며 이리저리 사람들 사이에 오가며 오랜 시간 머물렀던 것. 그날은 신흥계곡 토요걷기 158주 차가 되는 3주년을 기억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고, 사람 친화적인 나비는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나비-효과’를 뽐내고 있었다. 토요일마다 산이 뭉개지고, 계곡이 훼손되는 현장을 보며 걸을 수밖에 없던 동무들은 욕망의 자본주의를 건너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방식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궁리 끝에 떠오른 것이 나비였다. 사라진 꼬리명주나비를 복원하여 사람들을 유혹해보자. 욕망과 돈의 기분에 따라 갈팡질팡해지는 시대에 나비는 사람들의 정서 속으로 가장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곤충이지 않을까?. 또한 운이 좋으면 나비가 불러오는 그 ‘나비효과’라는 것이 신흥계곡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지 않은가. 나비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농약이 닿지 않는 하천을 주변에 두고 자주 살펴볼 수 있는 특정한 장소에 쥐방울덩굴을 심었다. (꼬리명주나비는 쥐방울덩굴만 먹는다) 지지대를 세워주고, 보듬어 주니 쥐방울덩굴이 잘 자랐다. 마침내 ‘애벌레 이주 대작전’을 진행했다. 부디 애벌레 중 한 마리만이라도 ‘걷기 3주년’ 되는 토요일에 우화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진행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수컷 꼬리명주나비 한 마리가 날라와서 우리를 그토록 매혹했던 것. 마침내 전설로만 듣던 꼬리명주나비를 신흥계곡에서 보는 순간 인간을 자연 속에서 하나의 종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함을 느꼈다. 인간중심적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영영 ‘인간으로서의 실수’로 머물 수밖에 없을 테니까. 8월의 어느 날 폭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신흥계곡은 바람골로도 불릴 만큼 바람이 많다. 걱정되어 꼬리명주나비고치 105개를 유리온실로 옮겼다. 밤새 무섭게 폭풍이 몰아친 다음 날 온실에 가보니 수십 마리의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제 막 고치에서 나온 나비는 그야말로 기진맥진하여 동그랗게 날개를 만 채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축축했다. 날개가 마르기 시작하자 천천히 펴면서 위를 향해 조심스럽게 걸어 올라가더니 마침내 비상하는 나비가 되었다. 이제 세상을 향해 짧지만 아름다운 삶을 시작하는 것. 이 놀라운 광경에 꼼짝 못 하고 바라만 보았다. 나는 나비에 매혹당하고 있었다. “아직은 검은색을 띠지 않으니 열심히 노력하면 되돌릴 수 있어요.” 함께 신흥계곡을 걷던 황대권 선생님은 짙은 녹색의 해캄을 보며 말했다. 바람은 차갑고 계곡을 물들였던 낙엽은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걷기의 마지막 지점에 이르자 해캄은 계곡 바닥에 들러붙어 검은색이다. 선생님은 아무 말 없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살아있는 실체로서의 지구에 우리가 다시 매혹되어야 지구를 파괴하려는 우리 자신의 행위로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다.”(토마스 베리) /이선애 농부∙완주자연지킴이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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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7 16:44

예루살렘과 전북 익산

익산은 신흥종교에서 국내 4대 종교로 발돋움한 원불교의 성지이자 총본산이다. 원불교 교단을 총괄하는 중앙총부가 있고, 중·고교와 대학 등 이 교단에서 설립·운영하는 교육기관도 많다. 그렇다고 익산을 ‘원불교 도시’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익산은 다양한 종교의 문화와 역사·유적이 어우러진 곳이다. 국내 굴지의 역사문화도시로서 미륵사지를 비롯해 불교문화 유산이 풍부하고, 한국인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뒤 배를 타고 도착한 나바위 성지도 있다. 또 개신교의 뿌리도 깊다. 이 도시의 종교인 중 개신교 신자가 가장 많고, 관련 문화유산도 적지 않다. 이처럼 익산은 불교와 개신교·천주교·원불교 등 국내 4대 종단의 성지를 만날 수 있는 종교도시다. 굳이 비교하자면 유대교와 기독교·이슬람교의 성지로, 세계 종교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견줄 수 있다. 실제 지난 2016년에는 익산문화관광단체협의회가 ‘한국의 예루살렘은 익산’이라며 ‘세계문화유산 & 한국의 예루살렘, 익산’이라고 새긴 기념 달력을 발간하기도 했다. 인류 역사에서 종교는 사회발전에 큰 역할을 했지만, 수많은 전쟁과 깊숙이 관련돼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종교적 배타성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인류 평화에 큰 장애가 된 게 사실이다. 동·서로 분할된 종교도시 예루살렘을 놓고 오랫동안 대립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 중이다. 한국의 예루살렘이라 불리는 익산도 첨예한 종교 갈등을 겪었다. 10년 전에는 원불교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추진한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사업을 놓고 종교 갈등의 내면을 보여줬다. 국제마음훈련원 건립 예산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일었다. 특정 종교시설에 국민 혈세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결국 사업은 무산됐고, 지역사회에 커다란 앙금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25일 이 같은 앙금을 말끔히 씻어낸 화합의 선율이 울려 퍼졌다. 익산시가 주최한 ‘4대 종교 한마음 합창제’다. 이날 합창제에는 기독교와 천주교·원불교·불교 등 4대 종교를 대표하는 지역 합창단이 아름다운 화합의 하모니를 만들어내 지역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익산을 비롯한 전북지역에서 4대 종교 교류·화합의 발걸음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전북도가 주최하는 ‘세계종교문화축제’가 익산과 전주·완주·김제 등에서 해마다 열린다. 올해 제15회 행사는 지난 9월 종교 간 상생과 나눔의 정신을 알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축제는 지난 2009년 4대 종교가 뜻을 모아 전주와 익산·완주에 있는 각각의 성지를 연결한 ‘아름다운 순례길’을 열면서 시작됐다.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생과 화합의 길을 만들어낸 전북, 그리고 익산에서 종교인들이 손잡고 전한 화합·평화의 메시지가 지구촌 분쟁의 땅에 널리 울려퍼지길 바란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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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11.27 16:09

군산항 입국심사 시간 확 줄여라

외국여행을 하다보면 선진국과 후진국 간에 가장 확연하게 차이나는게 하나가 있는데 바로 입국심사 시간이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선진국의 경우 검사할 것은 다 하면서도 정말 빠르게 진행이 되는 반면, 후진국에 가보면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걸려 첫 이미지부터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 전세계를 통틀어 대한민국은 입출국 심사 시간이나 절차가 가장 빠르고 쉽게 이뤄지는 나라로 꼽힌다. 그런데 이는 비행기를 이용하는 상황일뿐 일부 지방도시에서 선박을 이용하는 경우 입국심사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 외국 관광객을 내쫒는 일이 많다. 가뜩이나 장기간 여행으로 피로가 쌓인 외국인들이 첫 절차를 밟는 경우부터 기분이 좋을리가 만무하다. 대표적인 곳이 군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다. 입국심사가 걸려도 너무 오래 걸려서 외국인, 특히 중국 여행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인력부족, 시스템 확충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론은 입국심사 시간을 확 줄이지 않고서는 외국 관광객, 특히 서해안을 이용하는 중국 관광객 유치는 헛구호에 불과하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1월부터 멈췄던 국제카페리 여객 운송이 지난 8월 재개되면서 군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 살아나는가 하는 기대가 커졌다. 그런데 입국심사 지체로 인해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있다. 중국에서 배를 타고 군산항에 올 경우 보통 12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들은 입국 심사 과정에서 기진맥진하기 일쑤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외국인 전북 방문객은 23만 3510명인데 이중 중국인(3만 8469명)이 가장 많다. 특히 중국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중국인의 방한 단체 관광을 전면 허용함에 따라 앞으로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 대표단을 초청하는가 하면 전북도는 내년에 중국 현지에서 전북관광 설명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중국 관광객들은 전주·군산·익산·임실·진안·남원 등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는 등 전북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군산항국제여객터미널 입국 시간에 많은 시간을 뺏기다보니 전북의 첫 이미지가 나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을 어떻게든 끌어와야 할 상황에서 한편에선 이들을 내쫒고 있는 것이다. 중국 가이드들은 군산항 입국 심사 인터뷰가 너무 길고 까다롭다고 하소연을 하고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군산출장소는 당장 대책을 세워서 외국 관광객을 내쫒는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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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1.27 14:46

존폐 위기, 지역화폐 예산 살려내야 한다

전통시장과 골목시장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 온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화폐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은 가운데 전북도에서도 내년도 예산에 지역화폐 예산을 전년에 비해 대폭 감액하면서 지역사회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북도는 올해 지역화폐 예산으로 73억 원을 책정해 집행했는데, 내년 예산은 22억 원이 삭감된 51억 원을 편성했다. 올해에 비해 30% 감액한 것이다. 지역화폐는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 방지와 소상공인 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으로 정부와 전북도, 일선 시·군이 예산을 함께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화폐는 지방 고유 사무로, 지자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현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재정자립도가 낮아 지역화폐 사업을 정부 지원에 의존해온 지자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물론 국비 지원 없이도 지역화폐 예산을 삭감 없이 편성한 지자체도 있지만 그럴 정도의 재정력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정부가 예산 지원을 중단하면, 지역화폐는 지자체에 큰 부담을 안기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처럼 국회 심의과정에서 국비 예산이 일부나마 부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전북도에서도 도의회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자 ‘추경을 통해 감액된 22억원을 반영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단계에서도 국비가 반영되지 않고 전북도 예산마저 줄어든다면 지역화폐 사업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지역상권도 다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지역상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국회의 내년 예산심의 과정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적어도 올해 수준으로는 되살려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해마다 안정적으로 세워 무너지고 있는 지역경제에 희망의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 아울러 전북도에서도 어려움은 있겠지만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감액된 내년 지역화폐 예산을 추경을 통해서라도 시급하게 반영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의 지역화폐 활성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1.26 18:16

추운 겨울 덥히는 기초수급 어르신들의 선행

정읍과 군산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들이 평소 조금씩 모은 성금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탁했다. 점점 추워지는 겨울을 따뜻하게 덥히는 아름다운 선행이다. 그것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어렵게 마련한 성금이어서 더욱 빛난다. 갈수록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는 우리 사회를 밝히는 등불같은 미담이다. 이러한 선행을 본받아 기부와 나눔의 문화가 더욱 확산되었으면 한다. 먼저 정읍의 사례를 보자. A어르신은 지난 22일 정읍시 연지동주민센터를 찾아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 4000만 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직원이 받아든 봉투에는 담담한 글씨체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어 노인은 직원에게 “적은 금액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알리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직원이 건네받은 봉투에는 1000만 원 짜리 수표 4장이 들어있었다. 주민센터에서 수소문한 결과 기부자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어르신은 혼자 살면서 돈을 쓸 일이 크게 없어 조금씩 모았고,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 기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 군산에 사는 B어르신은 23일 나운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1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1000원자리 100장이 든 봉투였다. 홀로 사는 이 어르신 역시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어르신은 “생계가 막막하던 때 수급자가 되면서 정부의 도움을 받고 생활고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며 “이웃을 위해 보탬이 되고 싶어 1000원짜리 지폐를 한 장씩 모았다”고 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의 거리가 더 벌어졌다. 취약계층 등 복지 사각지대도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의 선행은 감동적이다. 조금만 남을 도와도 생색내려 하는 게 세태다. 나이들수록 움켜 쥐려는 노욕을 가진 사람도 많다. 날씨는 추워지고 물가는 다락같이 오르는 팍팍한 현실에서 이들의 선행은 지금 남녁에 빨갛게 피어나는 동백꽃을 보는 것처럼 흐뭇하다.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더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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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1.2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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