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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만 하는 전북정치권, 위기 극복할 수 있나

‘문부산(蚊負山)’이란 말이 있다. 장자의 추수편(秋水編)에 나오는데 ‘모기가 산을 등에 졌다‘는 말이다. 어리석은 자가 산과 같이 크고 중한 일을 맡았다는 뜻이다. 또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編)에는 ‘군자는 자기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소인은 남에게 추궁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일을 도모하다 그르치게 되면 군자는 자신을 질책하지만 소인은 ‘남 탓’으로 돌린다는 의미다. 요즘 전북정치권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모기와 소인배만 드글거리 것 같아 안타깝다. 전북은 지금 2011년 LH 사태 이후 최대 위기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키로 했던 한국토지공사를 주택공사와 통합해 경남 진주로 이전시켰다. 그러자 도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전주시내를 비롯해 도내 전지역이 이에 항의하는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국회의원과 도의원이 삭발하고 김완주 도지사도 삭발투쟁에 동참했다. 그때 전북도지사가 삭발을 감행한 것은 2003년 강현욱 도지사가 새만금사업 지속 추진을 촉구하며 유철갑 도의장과 함께 삭발한 이래 두 번째였다. 지금 상황은 당시 못지않게 엄중하다. 지난 8월초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실패로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정부여당은 실패 책임을 전북도에 전가하면서 새만금 예산을 난도질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예산과 국가 공모사업, 전북특별자치도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연내 통과도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대해 도내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과 도의원 등이 삭발과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도 비상대책회의를 출범시켰다. 여기에 22년 동안 전북을 연고로 했던 KCC 농구단이 부산으로 이전했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지금 도민들은 분노와 함께 허탈감에 빠져있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난국 타개책은 없을까. 이번 잼버리 실패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는 분명 폭거요 보복이다. 깡패나 하는 짓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전북의 책임은 없는가. 나는 지난 8월 8일자 칼럼(새만금 잼버리의 정치학)에서 잼버리 파행의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고 했다. 나아가 책임을 전 정권으로 돌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는 비겁하다고 질타한 바 있다. 하지만 분명 정부여당 못지 않게 전북의 책임도 크다. 처음부터 전북이 유치를 신청했고 전북 땅에서 벌어진 행사였다. 만일 성공했다면 김관영 도지사와 김윤덕 공동조직위원장은 ‘내 덕’이라고 홍보에 열을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행사가 실패로 끝나자 ‘내 탓’이라고 나서는 정치인이 하나도 없다. 이들 중 누구 하나라도 ‘내 탓이요’ 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상황은 이처럼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KCC농구단 사태도 마찬가지다. 10년동안 홈구장을 지어준다고 약속한 김승수·우범기 전주시장은 이를 실천했어야 옳다. 관변단체를 동원해 KCC 탓만 할 게 아니라는 말이다. 한발 더 나아가 뒷통수에 대고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데 앞으로 어느 기업이 전북을 찾겠는가. 문제는 지금부터다. 난국을 극복할 해법은 투쟁과 함께 내부 동력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 시급한 3가지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 첫째는 전주와 완주의 통합이다. 완전(완주·전주)통합을 통해 전북의 구심력을 키워야 한다. 둘째는 새만금과 군산 김제 부안의 통합이다. 이들 지자체의 땅따먹기 싸움은 새만금사업의 큰 걸림돌이다. 셋째는 전북대와 군산대, 전주교대의 통합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혁신을 위해 시급한 과제중 하나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책임은 자신에게 무겁게 지우고 남에게는 가볍게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전북 정치권이 새겨야 할 말이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3.09.19 18:59

신관용류 가야금산조의 행방

산조의 사전적 풀이는 ‘자유롭게 흩어져 있는 가락’이다. 음악적 특성으로는 담담하고 온화한 우조와 슬프고 처절한 계면조를 중심으로 다양한 조를 사용하면서 선율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기악 독주곡이다. 지금은 거문고 대금 해금 아쟁 피리 등 대부분의 악기가 각각의 특성을 살린 산조를 만들어 연주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19세기 말 가야금 명인 김창조다. 가야금 산조는 느린 가락으로 시작해 빠른 가락으로 이어지는 형식적 틀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연주자에 따라 서로 다른 기교와 즉흥성을 살려 다양한 가락을 만들어냈다. 흥미로운 것은 산조가 경기도와 충청도 전라도에서 주로 연주됐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전라도 지역에서 산조 연주가 활발했다. 전북에도 주목을 받아온 가야금 산조가 있다. ‘신관용류 산조’다. 신관용은 김제 출신이다. 아버지는 피리와 장구 명인이었고 어머니는 무속인이었다. 그는 열다섯 살에 가야금 명인 이영채를 만나 가야금을 배웠으나 스승의 가락만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연주했다. ‘어제 탔던 가락과 오늘 타는 가락이 다를 정도’로 즉흥성이 강하고, 슬프고 처연한 색깔로 자신만의 세계를 담아낸 신관용류 산조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오늘날 우리 전통음악 연주 무대에서 활발히 연주되고 있는 가야금 산조는 여럿이다. 그중 국가나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산조는 김죽파 강태홍 신관용 성금련 김윤덕 김병호류다. 주목하게 되는 사실이 있다. 전북제 신관용류 가야금 산조의 행방(?)이다. 특이하게도 신관용류는 전북이 아닌 경남 문화재다. 보유자는 남원 출신인 강순영 명인이다. 안숙선 명창의 이모이기도 한 강순영은 일찌감치 생활 터전을 진주로 옮겨 활동했다. 신관용류 산조가 경남 문화재로 지정된 이유다. 전북제 산조가 다른 곳에서라도 계승되고 있는 현실은 반가우면서도 안타깝다. 다행히 신관용류 산조를 주목하는 연주자들이 있다. 그 선두에 전주 출신 가야금 명인 김일륜이 있다. 지난 9월 16일 저녁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린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산조의 밤’에서도 김일륜은 ‘신관용류 산조’를 연주했다. 관객들은 슬픔이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고 온갖 감정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세계에 온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지난해 신관용류 산조를 음반으로 발매했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이 산조를 만났다는 그가 1983년 신관용의 유음을 우연히 얻게 된 후 릴 테이프에 남은 가락을 스승 삼아 채보하고, 가슴으로 손으로 익히며 구현해 다시 음원으로 이어낸 결실이다. 돌아보니 정작 전북은 신관용류 산조의 자취가 희미하다. 닫혀있는 보존과 계승의 길을 열수는 없을까. 그 방법은 여러 갈래 있을 터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9.19 15:59

재검토 해야할 사업은 새만금이 아니라 불통의 성지 용산대통령실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잼버리가 끝났지만 여파는 남아있다. 파행의 원인에 대해 서로 경쟁하듯 분석을 내놨지만 이번 최종책임은 경험없는 대통령과 소관부처간 불통이 만들어낸 컨트롤 타워의 부재에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평가받는 1991년 고성 잼버리 대회 예산은 98억원이였다. 이번에는 1,171억원을 쓰고도 파행을 빚은 것은 윤석열 정부의 무능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감사원이 움직이고 정부는 이제와 새만금 기반시설 예산 6천600억원의 78%인 5,147억원을 삭감한다고 한다. 국토부 장관이 백지화 하겠다던 양평고속도로 설계비는 123억원을 반영했다. ‘새만금간척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은 1989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발표됐다. 2007년 12월 노무현 정부에서는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는데 당시 국무총리는 지금의 한덕수 총리다. 이명박 정부때 새만금종합개발계획 확정, 박근혜 정부때 새만금개발청이 개청했다. 어차피 전 정부 탓하려고 하는 감사라면 감사원이 새만금기본계획 수립때부터 감사를 하라고 해야 할 판이다. 문제만 생기고 욕 먹으면 검찰과 감사원 동원해서 현 정부의 실정을 덮고자 하는게 이 정부다. 윤대통령은 8월2일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협약식’에서 “앞으로도 더 많은 첨단기업이 이곳 새만금 플랫폼에 모여들고 외국 기업의 투자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0개 기업에서 총 6조6000억 원의 투자가 결정됐다는 홍보까지 했다. 하지만 총리는 예산삭감이 아니라 발전 계획을 수립하자는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을 믿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발전방향을 다 밝혔는데 잼버리 화풀이로 예산 손발 다 자르는 심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멀쩡한 청와대 비우고 졸속이전한 용산대통령실도 재검토해보기를 제안한다. 우리 민주당이 부처별로 취합한 자료에 의하면 용산대통령실 이전에1조806억3천6백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도어스테핑도, 집회도 멈춘 용산 집무실은 이제 불통의 성지가 되었다. 용산으로 대통령실은 옮겼지만 여전히 공사비가 모자라 ‘영끌’중이고 ‘건물 노후화에 따라 대통령집무실 유지보수·공사 소요가 많다’고 경호처가 직접 밝히고 있다. 국민께 돌려준다던 청와대는 영빈관이 국빈 맞이, 격려 만찬, 부처 업무보고, 수여식 등으로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청와대를 찾은 영국 잼버리 대원들이 “대통령이 이렇게 좋은 곳을 두고 이사를 간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는 이야기에 답하기도 궁색하다. 문체부 결산검토결과 올해 하겠다던 ‘청와대 가을 특별전’ 은 예산을 받아서 몇 푼쓰지도 못하고 불용했다. 그리고는 내년도 청와대 복합문화예술공간 조성에 330억원을 달라고 한다. 이러한 예산들이야말로 삭감돼야 한다. 34년 동안 진행해온 새만금도 재검토 하는데 더 혈세 탕진하기 전에 겨우 2년도 안 된 용산대통령실 이전 사업 재검토 하는게 그리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2002 한일월드컵, 2018 평창동계올림픽 모두 전임 정부가 유치한 것을 다음 정부에서 잘 치러냈다. 전 정부 탓은 전혀 없었다. 윤석열정부는 무관심과 부실한 준비, 주먹구구 대응으로 파행을 일으킨 것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부터 하고 새만금 예산삭감 계획은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잼버리 대회를 교훈삼아 133일 남은 2024 강원청소년동계올림픽의 방한대책, 감염병 예방 대책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09.19 15:15

소방관들의 희생과 헌신 다시 생각한다

갈수록 메말라 가는 사회에서 소방관들의 잇따른 희생과 헌신이 새삼 눈길을 끈다. 평소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충만한 소방관들은 근무가 없는 비번날에도 우연히 목격한 시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쓴채 현장에 뛰어들어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례이기는 하지만 귀감이 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북소방본부 소속 남기엽 소방위는 지난 16일, 전주의 한 아파트 베란다 난간 16층에 여성이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래층 난간으로 올라가 여성을 구조했다. 극단적 선택을 앞둔 현장을 목도한 소방관의 발빠른 대처로 인해 응급 처치를 받은 여성은 생명을 건졌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익산에서 열린 동호인 탁구대회에 선수로 참가한 익산소방서 소속 김태용 소방장은 경기 도중에 심정지 상태에 빠진 60대 남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해 역시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재난 영화의 고전인 ‘타워링’은 1971년 서울 명동에서 발생한 대연각화재가 모티브가 됐다고 하는데 소방관들의 헌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요즘엔 소방관들이 단지 화재 현장에서만 활동하는게 아니다. 각종 재난 현장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벌이는 구조는 소중한 생명을 하나하나 구하는 일이다. 직업 현장에서 누적된 피로와 정신적 긴장감은 결국 트라우마나 망가진 몸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화재와 구조, 재난 현장에서 입은 신체적 외상과 정신적 외상은 경력이 쌓일수록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구태여 앞장서지 않아도 되지만 대다수 소방관들은 남의 어려움을 보면 쉬는 날에도 위기에 빠진 시민들을 구조하는 경우가 많다. 전주의 한 아파트 베란다 난간 16층에 매달려 있는 여성을 발견하고 곧바로 아래층 난간으로 올라가 구조한 것은 평소 충분한 훈련과 경험, 그리고 직업의식이 없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떻게 올라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베란다에서 버티는 게 어렵다는 걸 알기에 무조건 구조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난간을 잡고 올라갔다”고 말한 소방관의 후일담은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익산시장배 동호인 탁구대회에 선수로 참가했다가 심정지로 쓰러진 시민을 구한 소방관의 용의주도한 대처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달려가 응급처치를 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소방관들의 생생한 체험담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작지만 매우 의미있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9.19 14:41

전북특별법 범도민 서명운동, 적극 참여하자

전북도가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전북특별법) 전부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를 염원하며 범도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번 서명운동은 전북도민, 출향민 등을 대상으로 9월 18일부터 10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QR코드를 통해 전북도청 누리집 서명 페이지에 접속해 서명하거나 읍·면·동 주민센터, 축제·행사장 등에 비치된 서명부에 직접 서명하는 등 온오프라인으로 모두 참여 가능하다. 가능한 많은 도민들이 참여, 전북특별법이 연내 국회를 통과해 2024년 1월 18일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가 내실을 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 현재 전북특별법은 28개의 상징적인 조항만을 갖고 있다. 무늬만 특별법인 셈이다. 전북도는 특별법 개정안 마련을 위해 지난 1월부터 특별자치도추진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해 전문가, 시군·의회·교육청 등 유관기관과 함께 특례 655건을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232개 조문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생명산업 육성, 전환산업 진흥, 도민 삶의 질 제고, 기반 마련, 자치권 강화 등 5대 분야의 구체적 특례를 포함한 총 219개의 조문을 개정안에 담았다. 하지만 26개 부처를 대상으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상당수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구나 정부 부처는 지난 8월 새만금에서 열렸던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실패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여당의 눈치를 살피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단식 등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로 전북출신 국회의원들도 힘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이러한 환경에서 전북도와 정치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도민들의 결집된 의지가 중요하다. 도민 뿐만 아니라 출향민들도 서명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전북보다 6개월 앞서 지난 6월 출범한 강원특별자치도의 경우도 법 제정과 개정 등의 과정에서 도민 서명운동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이 이제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출범 전에 전북만의 지역성, 특수성이 반영된 특례가 담긴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북도민의 열망을 대내외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전북특별법 국회 연내 통과’를 위한 서명에 도민과 출향민 다수가 동참해 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9.18 18:22

ESG 관점에서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의 문제

최근 8월 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처리된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우려가 커지고 논쟁이 촉발되고 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관점에서 일본의 결정과 한국 정부의 방조는 여러 측면으로 분석 평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먼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물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 방사성 물질이 제거되고 처리된 물은 희석되어 방류될 것이다. 그러나 잠재적인 잔류 방사능과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ESG 관점에서 잠재적인 환경 위험을 평가하고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모니터링, 보고 및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사회적 측면에서 글로벌 공동체는 인간 건강에 대한 잠재적 위험과 지역, 어업종사자, 해당 지역 해산물, 소비자에 대한 우려 등 해양산업에 미치는 심각한 피해와 잠재적 영향을 고려하는 것을 수반한다. 오염수 방출은 국·내외적으로 공개 토론과 항의를 촉발시켰다. 호주, 뉴질랜드, 피지, 파푸아뉴기니, 바누아투를 포함하는 14개국으로 구성된 태평양 제도 포럼(Pacific Islands Forum)도 이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일본은 100만 톤의 물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투명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미일 정부와 일부 과학 단체는 방류된 물이 인간과 해양 생물에 거의 위험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안전성 검토 실시 후, 일본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공동체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려를 해소하고 투명한 소통을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셋째, 후쿠시마 방류의 의사결정 과정 및 규제 프레임워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ESG 관점에서는 투명한 의사결정과 포괄적이며 과학적 증거에 기초했는지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규제 환경과 독립적인 감독 기관의 참여는 안전을 보장하고 잠재적 위험을 완화하는 데 있어 거버넌스 메커니즘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후쿠시마 방류의 민감성과 복잡성을 고려할 때 ESG 관점은 환경 복지, 사회적 관심, 투명하고 책임 있는 거버넌스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SG 관점에서 강력하고 포괄적인 분석을 보장하려면 평가 및 의사결정 과정에 지역 사회, 환경 전문가, 독립 조직을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공정한 평가, 국제 표준 준수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며 잠재적 영향과 위험에 대한 편견 없는 관점을 제공한다. 효과적인 완화 조치는 방류된 물의 오염 물질 수준을 더욱 낮추기 위한 추가 처리 과정, 지역 해양 생물 및 생태계에 대한 보호 조치 채택, 영향을 받는 어업 활동 및 해안 지역 사회에 대한 지원 제공이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잠재적인 영향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평가에 대한 책임감 있는 접근 방식과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일본이 지구의 우물에 독을 넣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을 살릴 건지 후쿠시마 원전을 살릴 건지 답하기 바란다. /지용승 우석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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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8 16:36

팁 문화 무엇이 정답일까?

요즘 팁 문화 도입에 대한 온라인 설전이 뜨겁다. 카카오 택시가 그 불씨를 키웠다고 볼 수 있는데 강제가 아니니 괜찮다는 의견은 소수인 것 같고 이것을 시작으로 미국처럼 될 수 있으니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 같다. 미국은 보통 웨이터/웨이트리스가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팁이 거의 필수이지만 패스트푸드점 같은 곳에서는 팁을 주지 않아도 별 상관이 없었다. 코로나 이전 팁의 규모는 보통 음식 값의 10%가 일반적이고 조금 더 주면 15%, 20% 정도였는데 요즘은 팁의 규모가 많이 커져 기본이 15%, 20%이고 서비스에 만족 했을 시 25%, 30%까지 표기되어 나온다. 식당 메뉴 가격을 보고 생각보다 저렴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팁이 추가되는 순간 싼 게 아니었다는 걸 바로 느끼게 되는 게 팁의 무서움이다. 요즘엔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본인이 직접 음식을 가져와 먹고 치우기까지 하는데도 키오스크에서 팁을 선택 해야만 하는 레스토랑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 이것 때문에 최근 미국에서도 팁 문화에 대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영화 속 장면에서도 팁 문화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는데,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2년에 만들어진 <저수지의 개들>이란 영화가 바로 그것이다. <창고의 개들>이 맞는 번역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저수지의 개들>이 돼버렸다. 어쨌든 세계적인 명장 쿠엔틴 타란티노의 감독 데뷔작인 이 영화의 시작 부분에 “팁”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 나온다. 모닝커피와 간단한 식사를 한 일행 중 한 명이 내가 계산 할 테니 나머지 사람들이 1달라씩을 팁으로 내라고 한다. 모두가 테이블 위에 1달라씩을 내어 놓는데 그 중 한 명인 스티브 부세미(미스터 핑크 역)가 나는 팁을 내지 않겠다고 한다. 일행들이 웨이트리스가 얼마나 친절했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팁을 내라 하지만 스티브 부세미는 “팁을 줄 만큼 특별히 친절하지는 않았다. 여기에 오랜 시간 앉아 있었는데 커피 리필을 세 번 밖에 안 해줬다. 여섯 번은 해줘야 팁을 주는 거 아니냐?”라고 받아치고 일행들이 웨이트리스가 최저임금으로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고생하는지에 관해 한목소리를 내면 스티브 부세미는 “맥도날드 직원들도 똑같은 최저임금으로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왜 그들에게는 팁을 안주는 것이냐”며 본인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논쟁이 계속 이어지다가 음식 값을 내고 온 일행이 팁을 내라고 윽박지르자 결국 마지못해 팁을 내기는 하는데 재미있는 점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다음 작품이었던 깐느영화제 대상작인 <펄프픽션>이라는 영화에서 팁을 내지 않으려고 했던 스티브 부세미 배우를 웨이터 역할로 출연 시켰다는 것이다. 그것도 단역으로. 영화상에서는 계산하는 장면이 안 나와 스티브 부세미가 과연 팁을 받았을지 안 받았을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정황상 못 받았을 것 같기는 하다. 이렇듯 미국에서도 아주 오래전부터 팁에 관한 논쟁이 이어져 왔고 최근 까지도 그 논쟁은 이어지고 있어 쉽게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미국식 팁 문화는 한국 실정에서 그리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냥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개인이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을 때 자유의지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계산대 위 불우이웃돕기 모금 통도 최근 들어 팁 모금 통으로 바뀌는 추세던데 이것도 팁 보다는 예전처럼 더 어려운 분들에게 쓰였으면 좋겠다.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9.18 16:36

북·중·러의 군사적 밀착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

러시아 ‘보스토치니’에서의 푸틴·김정은의 만남과 군사적 협력 확약은 세계인들을 불안과 당혹에 빠트리고 있다. 그 이유는 ‘우크라이나 국지전’이 대전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세계 역사상 국지전이 대 전쟁으로 비화된 대표적 예를 들고자 한다. 첫째로, 민주주의 아테네와 과두정치의 스파르타가 싸운 동족상잔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다. 이 전쟁의 근본 원인은 스파르타가 아테네의 번영을 시기하고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국지적 충돌의 발단은 우리의 상황과 유사하게, 스파르타의 동맹국 테 베가 아테네의 동맹국인 플라타이아를 공격한 데서 비롯되었으며, 이 국지전쟁에 동맹국들까지 합세하여 27년간이나 계속된 대 전쟁이 되었다. 그 결과 아테네의 찬란했던 민주주의는 사라지게 되었고, 죽기보다 싫은 피죽을 먹으면서 병영생활(7~30세)을 강요해 강력한 군사력를 갖게 된 스파르타가 페르시아의 지원으로 마침내 승리했지만 이것이 몰락의 원인이 되었다. 다음은 20세기의 최고의 지성 토인비가 그토록 비난한, 같은 하느님·예수님을 믿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가 중부유럽에서 30년간이나 싸운, 모든 것을 현지조달하기도 한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었다. 그리고 이 대 전쟁의 발단은 역시 국지적 충돌에서 비롯되었다. 대부분의 유럽을 통치하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 속령 체코의 프라하에서 그곳 귀족들이 합스부르크가의 절대주의적 정책에 저항해오던 중 합스부르크가의 고위 관료들을 창밖으로 내던진(Prager Fenstersturz) 데서 장기간의 신·구교간의 전쟁으로 비화된 것이다. 그 다음은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에 관해서이다. 제1차 세계대전은 제2차 세계대전(이 전쟁은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 인근 브라우나우에서 태어난 히틀러가 그곳에서 김나지움까지를 졸업하고 비엔나로 와 룸펜생활을 하다가 독일로 건너가 나치즘을 중심으로 정권을 장악한 후 대 게르만국가를 건설하려다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음)과는 다르게 국지적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데서 대전으로 확대된 것이다. 내용인즉, 오스트리아의 발칸반도 속령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황태자 부부가 군 사열 후 세르비아의 독립군 청년에 의해 총살된 데서 비롯되었다. 전쟁준비가 되지 않았고 결단력 부족으로 오스트리아가 전쟁선언을 한 달간이나 미룬 상태에서 유럽 열강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는 중대한 과오를 범했다. 마침내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2세는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의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격려의 전문을 받고 세르비아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최후의 통첩을 보냈다. 이에 범슬라브주의 대표국가인 러시아가 또다시 슬라브 국가가 붕괴되는 것을 막고자 전군 동원령을 내렸고, 프랑스는 광산자원이 풍부하고 보석이라 칭하는 알자스-로렌을 되찾기 위해 전쟁 시 러시아에 가담할 것을 분명히 했으며, 영국은 머뭇거리다가 중립 소국 벨기에가 독일군에 점령되자 의회의 만장일치 결의로 전쟁에 참여했다. 이에 대해 저명한 역사가들은 “당시 위대한 정치가가 없어 이 국지적 분쟁을 해결하지 못한 데서 세계대전으로 확대되었다”라고 평했다. 결론적으로 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국지전이 또 다시 세계대전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이규하 전북대 인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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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8 16:35

전화로 욕설을 들었는데, 고소할 수 있나요?

의뢰인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렸으나, 이를 갚지 못했다. 지인은 돈을 갚지 않는 의뢰인에게 전화로 욕설하였고, 의뢰인은 통화 녹음 내용을 들려주며 지인을 형사 고소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 의뢰인은 나에게 욕을 했으므로 고소하고 싶다는 의미이다. 먼저 흔히 욕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를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분류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명예훼손과 모욕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사실의 적시’이다.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만약 타인이 나에게 ‘전과자’, ‘사기꾼’이라고 말을 했다고 하자. 전과자는 형사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자를 의미하고, 사기꾼은 사기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의미한다.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명예훼손이다. 반면에 ‘나쁜 놈’, 'X새끼‘라고 말한 경우에는 구체적 사실이 없는 경우로 모욕에 해당한다. 나는 나쁘지 않은데 나쁜 놈이라고 했고, X가 아닌데 X라고 했으니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의미 없는 욕과 사실 적시는 구분된다. 현실에서 ‘사실의 적시’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 이 둘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명예훼손과 모욕은 개인의 사회적 평가, 즉 타인의 나에 대한 평가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단둘이 있을 때 욕한 것은 제3자의 나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법에는 이를 두고 “공연히”라고 표현한다. 공연히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연히 모욕한 경우 처벌하는 것으로 단둘이 있어, 그 둘 사이의 말로는 처벌할 수 없다. 많은 분들이 전화로 욕을 들었다고 고소할 수 없냐고 묻지만, 단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공연히’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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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8 16:35

대중가수 순회공연장 된 지역축제

주객이 전도됐다.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수확철, 한창 무르익고 있는 지역축제가 그렇다. 싸잡아 ‘지방’이라고 부르며 서울에서부터 두탕 세탕 뛰고 내려온 연예인들에게 온통 조명이 쏠린다. 정작 주역이어야 할 주민들은 조명 밖에서 서성일 뿐이다. 다시 축제의 계절이다. 경사가 있어서 열리는 잔치가 아니다. 그저 때가 되어 판을 벌이는 것이다. 내 고장의 문화와 경관, 특산물 등을 널리 알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그런데 이런 지역축제 무대가 대중가수들의 지방 순회공연장이 돼 버렸다. 축제 준비는 성수기 천정부지로 몸값이 치솟는 유명 가수 모시기 경쟁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경쟁을 돈질로 뚫어낸 지자체들이 초대 가수 알리기에 열을 올린다.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유명 연예인을 불러오는 게 방문객을 늘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부인할 수는 없지만, 수위를 한참이나 넘었다. 현수막 등 축제를 알리는 각종 홍보물은 초대 가수 이름과 사진으로 채워진다. 축제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TV에서나 볼 수 있는 ‘트로트 페스티벌’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배치해 집중 홍보하는 곳도 있다. 외딴 산속에서 열리는 야생화축제에서조차 유명 가수들을 초청해 놓고, 입장료까지 받는다. 북적이는 차량과 인파, 그리고 스피커를 통해 쾅쾅 울리는 노랫소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인데도 굳이 연예인 무대를 고집하면서 관객 동원까지 대행해준다. 잔치 경비는 대부분 혈세로 충당된다. 축제장 방문객들도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을 통해 가수들에게 내어준 엄청난 노랫값의 일부를 부담한다. 지난 6월 ‘과자 한 봉지 7만원’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지역축제 외지상인 바가지 상술도 이 같은 구조적 문제와 무관치 않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는 ‘글로컬(Glocal)’ 시대다. 지역축제의 주인은 당연히 주민이어야 한다. 특산품을 알리는 게 주목적이라면 주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어느 결기 있는 단체장이 당장의 방문객 감소에 신경쓰지 않고 오직 우리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는 색깔 있는 잔치판을 만들어 선보이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인기 가수들을 대거 초청해 잔치판을 북적이게 만들어도 절대 전국적인, 세계적인 지역축제가 될 수 없다. 단지 해당 지자체가 낯부끄러운 자화자찬의 근거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수도권으로 떠나가는 이웃을 잔뜩 주름진 눈으로 바라보며 버텨온 지역 노인들이 구깃구깃 접어 낸 세금으로 윤기 좔좔 흐르는 연예인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준 사실을 애써 감추면서 말이다. 축제의 정체성은 이미 잃었다. 지자체에서 발표하는 파급효과는 대부분 과시용 부풀리기라는 것을 주민들도 안다. 이맘때 어디를 가든 발에 차이는 게 연예인을 위한 지역축제다. 이럴 거면 굳이 혈세 들여 축제를 열 이유가 없다. 어차피 잔치판을 벌일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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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09.18 14:20

외국인 노동자 지원 업무 공백 없어야

갈수록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회정착을 지원해온 전국 44개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가 일제히 폐쇄 위기에 몰렸다. 현재의 민간위탁 체제를 대신해 정부 기관이 그 역할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기능 공백이 우려된다. 지난 2004년 이후 전국 각 지역에 설립된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에 대한 내년도 정부 예산은 0원이다. 당장 내년부터 지원센터의 업무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국고 보조금 사업 원점 재검토’와 ‘세수 부족에 따른 긴축재정’ 등이 이유다. 전국의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는 지금껏 고용노동부 위탁으로 민간단체에서 운영했다. 전북에서는 전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익산 성요셉노동자의 집이 업무를 맡아왔다. 지원센터는 임금체불, 사업장 변경 같은 노무 상담과 질환·주거·범죄피해 등 실생활 고충 상담, 한국어 및 산업안전 교육, 쉼터 제공 등의 업무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외국인 노동자 지원사업을 중단하는 게 아니라 사업의 성과 및 효율성 향상을 위해 지방 고용노동관서와 산업인력공단에 업무를 이관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하지만 우려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앞으로 더 늘어나게 될 외국인 노동자 지원 업무에 공백이 생길까 걱정이다. 갑자기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될 지역 관공서에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지금껏 외국인 노동자 상담 업무가 주로 휴일에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휴일에 문을 닫는 관공서가 이 업무를 맡게 될 경우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담에 일정 부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구절벽 시대, 산업현장에서 외국인 인력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고, 정부도 지방과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내년 외국 인력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연히 외국인 노동자 지원업무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지금껏 별 문제없이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역사회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쌓아온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를 폐쇄하고 업무를 이관하도록 한 결정이 과연 적절했는지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외국인 노동자 지원 정책은 지금보다 확대·강화돼야 한다. 더불어 관련 업무의 전문성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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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9.18 12:33

남원가야 세계유산 등재, 다음은 장수 차례다

남원 유곡리·두락리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 사우디 아라비아 수도인 리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전북 남원을 비롯해 경남 김해, 함안, 합천, 고성, 창녕과 경북 고령 등 7개소를 세계유산에 올린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유산 16건을 보유하는 국가가 된다. 전북은 2000년 고창의 고인돌, 2015년 익산의 백제역사유적, 2019년 정읍의 무성서원, 2021년 고창의 갯벌에 이어 세계유산 5건을 보유하는 문화강도(强道)로 등장하는 셈이다. 이러한 쾌거는 도민 모두 크게 축하할 일이다. 특히 이번 등재는 가야가 호남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을 세계가 인정하는 것으로 국사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만큼 획기적인 일이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이번에 “가야고분군이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며 세계유산위원회에 등재를 권고했다. 가야고분군은 1∼6세기 중엽에 걸쳐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정치체다. 이 가운데 남원 고분군은 가야의 범위가 5∼6세기에 낙동강 하류 일대에서 서북부 내륙으로 확장했음을 보여주는 유적이다. 그동안 고대사에서 가야의 존재와 연구는 영남이 독점해 왔다. 일찍부터 유물·유적의 발굴과 보존, 활용 등이 활발하게 추진되었으며 전북은 뒤늦게 합류했다. 하지만 남원 운봉고원을 비롯해 무주, 장수, 진안, 완주, 금산 등에서도 가야의 귀중한 유물들이 발굴돼 통념을 뒤엎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북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장수가야의 세계유산 확장등재, 철 테마 국립박물관 건립, 가야 봉수 에코뮤지엄 조성, 루리티지(RURITAGE)프로젝트 추진 등 네 가지를 강조했다. 모두가 중요한 일이지만 장수가야의 세계유산 확장등재는 지금부터 서둘러야 할 시급한 과제다. 장수가야는 시작이 늦었을 뿐 문화적 가치는 남원 못지 않아서다. 남원 등 7곳이 모두 백두대간 동쪽과 낙동강 유역에 있지만 장수가야는 서쪽과 금강을 끼고 있어 지역성과 유일성이 강점이다. 또한 최상급 가야토기와 철의 왕국임을 증명하는 말편자와 단야구 세트 등이 출토되었다. 거기다 장수가야의 봉화망은 독보적이다. 이제 전북도와 장수군은 장수가야의 세계유산 등재에 힘을 모을 차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9.17 21:39

지방의료원 경영 정상화 정부가 나서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국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지역 공공의료를 책임졌던 전국의 지방의료원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전담병상을 운영하면서 다른 의료기관으로 대거 전원시킨 환자들은 돌아오지 않고,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해제 후에는 일반 환자들의 외면으로 병상 가동률이 뚝 떨어졌다. 게다가 정부의 코로나19 손실보상금 지원마저 끊기면서 적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군산의료원과 남원·진안의료원 등 전북지역 지방의료원들도 상황이 심각하다. 군산의료원은 지난 2019년 당기순손익 61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7월 기준 47억 원의 적자를 냈다. 남원의료원은 올 7월 기준 적자가 89억 원이나 된다. 진안의료원도 적자는 마찬가지다. 지방의료원이 경영위기에 처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의료인력 수급이 더 힘들어지고, 의료진을 믿지 못하는 환자들이 지방의료기관 대신 수도권 병원을 찾는 악순환의 고리가 더 단단해질까 걱정이다. 지역 공공의료 체계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우리 사회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지역 공공의료체계 강화는 국가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지역 필수의료 제공 등 우리나라 공공의료정책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 바로 지방의료원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지역 공공의료의 중심인 지방의료원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되기는커녕 당장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특정 지역의 정주 여건을 평가하는 지표에서 ‘건강한 삶에 대한 보장’을 빼놓을 수 없다. 지역 공공의료 체계가 무너지면 ‘살기 좋은’이 아니라 ‘살 수 없는 지방’으로 전락하고,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단지 보건의료체계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지역 공공의료의 중심인 지방의료원의 역할을 되새겨야 할 때다.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방의료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책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9.17 18:37

방안퉁수들의 합창

정부의 새만금예산삭감 문제는 전적으로 민주당이 해결해야 한다. 그간 민주당은 전북에서 일방적인 지지를 받아 선거 때마다 독식을 해왔다. 공천만 받으면 찍어줘 설령 역량 있는 인물이 출마해도 당선될 수 없었다. 상향식 공천방식이라고 만들어 놓은 공천제도도 사실상 유명무실, 유급당원 50% 일반시민여론 50%로 돼 있어 그들이 쳐 놓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정부가 새만금관련예산 78%를 삭감하자 마치 벌집 쑤셔 놓은 듯 전북이 온통 난리법석이다. 정부가 내년도 국가예산 편성을 긴축재정에 두고 전년보다 2.8% 상향 시키고 SOC는 4.6% 늘렸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을 포함 대전·광주는 줄이고 다른 광역단체는 모두 늘렸다. 왜 그랬을까. 국가예산 편성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서 정부여당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보수 결집용으로 이 같은 예산을 편성했다. 같은 호남권이라도 광주는 971억(3.1%) 감소했고 전남은 3878억(4.9%)이 증가했다. 하지만 전북은 전년보다 무려 3870억이 감소한 7조9215억으로 편성됐다. 사실 인접 대전과 광주를 끼어 넣어 삭감한 것은 구색 맞추기 식으로 보인다. 지금 이 두 지역에서 예산 삭감했다고 해서 강하게 저항하지 않은 것은 국회심의과정때 얼마든지 채워 넣을 수 있다는 모종의 약속(?)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문제는 정치권의 대응방식이 일사불란하지 않고 보여주기 식 투쟁이 돼 버려 동력이 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전북 정치권이 집권여당의 체질이 몸에 밴 관계로 야성이 떨어져 정부여당한테 강하게 질타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도내 국회의원들이 원팀으로 똘똘 뭉쳐 용산 대통령실이나 국회에서 집단으로 삭발투쟁을 벌여 투쟁 강도를 높였어야 했다. 삭발이나 단식은 최후 투쟁방식으로 정치적 생명을 걸고 나서기 때문에 그 비장함으로 목표를 쟁취할 수가 있다.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을 보면 마치 주말 드라마처럼 인터벌이 길어 긴장감이 떨어지고 일사분란하지 못했다. 이미 민주당 주최로 지난 7일 국회에서 한 차례 대규모 집회를 가졌지만 모든 투쟁의 장을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로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 지역에서 '비분강개' 하는 모습도 동력을 얻을 수 있지만 정치의 장인 국회에서 대정부 투쟁을 벌여야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지역에서 끝까지 투쟁해 나가겠습니다' 라고 적힌 플래카드로 도배질할 게 아니라 의정단상에서 총리나 장관을 향해 강하게 예산 삭감을 질타하는 모습이 훨씬 투쟁적이다. 총선 전략으로 예산삭감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수도권 향우들을 결집해서 함께 단일대오를 형성, 투쟁 대열에 합류시킨 게 급선무다. 또 민주당이 당론으로 전북예산 삭감 문제를 채택, 끝까지 관철시켜 나가겠다고 공개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 전북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단식투쟁중인 이재명 대표의 눈치만 살피지 말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삭감된 새만금 예산을 부활시키도록 해야 한다. 도민들은 꼬박꼬박 세비나 타 먹는 존재감 없는 셀러리맨 국회의원들을 다음 총선 때 갈아엎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9.17 18:36

부안군 동북아 크루즈 기항 유치, ‘환황해권 크루즈 연대’ 출발점

부안군은 동북아 크루즈 기항 유치를 바탕으로 환황해권 크루즈 연대를 통해 부안형 해상 실크로드를 구현하고 글로벌 휴양관광도시 실현의 담대한 비전을 펼쳐나가고 있다. 부안군이 크루즈에 뜻을 둔 지도 벌써 4년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팬더믹을 비롯해 많은 일들이 있었고 처음 시작하는 입장이라 그 어려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그 목적을 달성한다(有志者 事意成)’라는 말이 있듯이 부안군은 크루즈 기항 유치를 위해 한걸음씩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상해크루즈센터와 한국국제크루즈연구원 등에 크루즈 기항지 조성 의사를 타진했으며 관련 기관 업무협약 체결, 크루즈추진단 구성, 부안군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크루즈 활성화 사업 민간위탁 위․수탁 협약, 크루즈 육성 및 종합계획 수립, 동북아크루즈산업 국제협력포럼 및 제11회 중국 국제 크루즈 포럼 참석 등 다양한 준비를 해오고 있다. 8월 28일과 29일 2일간 중국 칭다오에서 개최된 동북아크루즈산업 국제협력포럼 및 제11회 중국 국제 크루즈 포럼에 참석해 부안의 다양한 관광스팟을 소개했다. 또 ‘환황해권 크루즈 연대를 통한 새로운 해상실크로드 구현’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통해 부안 격포항-궁항 중심 한국형 칸쿤(멕시코의 한적한 어촌마을에서 카리브해의 낙원으로 불리며 세계적인 휴양관광의 메카로 발전한 도시) 비전과 중국-서해안을 연결하는 환황해권 크루즈 연대를 통한 상생 전략을 제안해 호평을 받았다. 부안군의 크루즈 기항 유치 전략은 ‘투-포트(Two-Port)’이다. 첫 번째는 아직 기항지가 조성되지 않은 단계에서 격포항의 텐더링 방식으로 과거 중부 횡단항로의 중심이었던 죽막동 앞바다(격포항 외항 3.5㎞ 지점)에 묘박지를 조성하고 텐더보트를 통해 국내로 입항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궁항에 투자되는 1000억 원의 마리나 항만 민간자본과 연계한 영구적인 크루즈 선석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크루즈 접안 선석인 ‘마리나 워크’를 조성하고 변산지역에 계획된 민간투자 사업과 연계해 서해안 최고의 해양레저관광의 중심지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최근 발트해 크루즈 항만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그린 크루즈 포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발트해 8개 크루즈 항만은 연대를 통한 협업 플랫폼을 구축하고 항만과 크루즈선의 운영의 악영향을 극복하는 액션플랜을 도출해 실행하고 있다. 이는 유사한 여건을 가진 황해와 같은 지역에 직접적으로 적용 가능한 사례로 판단된다. 최근 ‘동북아페인크루징’이라는 이른바 다모항과 관련한 연대는 거점 크루즈 항만간의 직접적인 연대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복잡한 상황에 대체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며 보다 구체적인 협업의 플랫폼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THNIK OUTSIDE THE BOX’이라는 말처럼 생각의 틀을 벗어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가 늘 봐왔던 세계지도를 뒤집어 보면 황해는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글로벌화의 출발점이다. 과거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이었던 산둥반도의 칭다오와 변산반도의 부안의 연대는 동북아 크루즈산업 발전과 세계로의 확장을 위한 출발점이자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넛지(Nudge)’가 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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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3.09.17 17:55

무상교통 정책, 전주도 합시다!

지난 1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시작으로 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요금이 가파르게 오르며 서민경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택시요금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 전국 곳곳에서 택시요금과 시내버스 요금이 오르면서 전체 공공서비스 물가가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서울 버스요금은 지난 8월에 300~700원이 올랐고 부산도 10월부터 350원이 오릅니다. 인천, 울산, 강원, 충북에서도 버스요금이 인상될 예정입니다. 고물가 상황에서 우리나라는자동차 유류세 인하 정책을 펼쳐 왔습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대중교통 요금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전 세계가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을 때 독일 정부는 ‘9유로 티켓’이라는 혁신적인 정책을 시범 도입했습니다. 월 9유로(약 1만 3천원)만 내면 전국 대부분의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으로 가계부담 완화, 대중교통 이용률 증가, 온실가스 감축 효과 등을 보였습니다. 시범도입한 ‘9유로 티켓’은 현재 49유로로 가격을 조정해 상시 시행중입니다. 요금 인하에 그치지 않고 룩셈부르크에서는 2020년부터 모든 대중교통을 전면 무료화했고 미국 워싱턴DC에서도 버스요금 무료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연령 제한이 있지만 어르신 무상버스, 청소년 100원 버스 등 시민들의 대중교통 요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습니다. 전남 13개 시군은 청소년 버스요금이 100원입니다. 광역단체 중에서는 충청남도가 전국 최초로 75세 이상 노인과 6~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 버스를 시행했습니다. 경북 청송군은 기초단체 중 최초로 거주지에 상관없이 누구나 무료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도내에서도 무상교통 정책 도입을 계획하고 있거나 일부 요금을 지원하는 지자체들이 많습니다. 전주, 익산, 군산, 완주를 제외한 10개 시군은 청소년 500원, 성인 1,000원으로 교통비 부담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군산시는 올해 12월부터 고등학생, 내년부터는 중학생까지 확대해서 무상교통을 시행할 예정이며, 익산시는 내년부터 어린이·청소년 100원 버스 시행 예정입니다. 무상교통을 논할 때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단순히 투입되는 예산 외에 따르는 편익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물가·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며 공공요금 등 생활에 필수적인 비용이 내려갈 줄 모르는 상황에서 매월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교통비도 서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정책도 좋지만, 대중교통 요금을 낮추는 새로운 시도도 필요합니다. 무상교통 정책의 또다른 효과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독일 ‘9유로 티켓’은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 탄소 감축 효과를 보였습니다. 독일교통기업연합(VDV)에 따르면 9유로 티켓 3개월 시행 동안 180만t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뒀다고 추산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률을 늘리는 대중교통 정책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무상교통 정책은 가계부담 완화, 대중교통 활성화, 탄소 배출 감축, 이동권 보장 등 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혁신적인 교통정책입니다. 이미 세계 주요 국가들이 시행하는 정책이자 국내에서도 버스요금 무료화 또는 100원 버스 정책을 시행하는 지자체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제는 전주시도 무상교통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입니다. 모두가 지역의 인구소멸을 걱정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그 사회에서 존중받고 대접받는 경험이 늘어나야 합니다. 시민들의 만족감, 삶의 질이 높은 전주시를 위해 저 역시 법·제도 개선, 인식 변화를 위해 적극 나서겠습니다. /강성희 국회의원(전주을.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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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7 17:08

뜨거운 가슴과 함께 전북도민에게 차가운 머리가 필요하다

요즘 잼버리, 예산 대폭 삭감 등 새만금 관련 여러 사태를 보면서 우리 전북도민에게 알프레드 마셜의 명언처럼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윤석열 정부는 새만금 사업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없이 예산을 깎을 것을 먼저 천명하고 새만금 사업을 검토하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정부방침을 발표했다. 어찌 중앙정부가 무책임하게 검토도 없이 예산 삭감을 결정할 수 있는가? 그것도 전북의 상징과도 같은 새만금 사업에 대한 막무가내식 대규모 삭감 결정이기에 더 이해하기 힘들다. 전북도민들에게 이러한 중앙정부의 그릇된 행동은 잼버리의 책임을 전북에 돌리려는 무책임한 중앙 정부의 행동으로 혹은 전라북도를 무시하는 중앙정부의 도발 행위로 생각되지 않기가 힘들다. 따라서 전북도민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와 그에 따른 항의 성명 및 활동은 충분히 이해가 가며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전북을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만으로는 새만금 문제를 풀 수는 없다. 차가운 머리로 우리 자신의 잘못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10년 내에 다가올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포함한 전 세계적 변화에 대한 고찰과 그에 대한 철저한 준비도 필요하며 중요하다. 뜨거운 가슴은 전북도민에게 충분한 것으로 보여 여기서는 우리 전북도민에게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차가운 머리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지난 30년간 15조 가량을 투입한 새만금 사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아직도 언제 끝날지도 그리고 성공할 수 있을지도 분명치 않다. 현재와 같이 매년 급속히 변해가는 세상에서 30년 동안 끝나지 않는 사업이란 자본 투여의 효율성이나 사업의 효율성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리고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30년 동안 새만금의 환경파괴는 물론 새만금 주변 지역인 김제, 부안, 군산이 발전하기는커녕 이들 지역의 인구유출과 경제 침체가 더욱 심화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십여 년 내에 큰 희망이 보지지 않고 몇 년 내에 부안. 김제는 행정구역으로 유지되기조차 힘들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만금 사업이 시작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에 대한 논의는 전북 내에서 제대로 진행된 적이 거의 없고 30년 전의 결정한 개발방식만이 여전히 고집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기후위기의 심각성 때문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전 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새만금의 위기 극복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RE100의 수요는 치솟을 것이며 RE100 없이는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없어질 것이다. 또한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이 기후위기로 인해 크게 제한됨에 따른 전기 부족 그리고 전기 값 상승은 전북을 포한한 대한민국에 큰 쇼크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만금이 RE100 재생에너지 메카가 된다면 국내외 기업들이 몰려들게 될 것이며 많은 직장이 만들어져 전북이 국내에서 가장 잘 사는 곳이 될 수 있으며 에너지와 환경에 있어 다른 지역보다 안전한 지역이 됨으로서 전국에서 전북으로 살기 위해 몰려올 것이다. 이제는 30년 된 토건사업에 기반을 둔 지역 발전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이 다가올 세상에 맞는 사고방식으로의 전환과 이에 걸맞은 계획을 세워 전북의 힘찬 도약을 이루어야한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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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7 17:07

도의회 '미친 존재감' (?)

도의회 국주영은 의장이 지난해 7월 취임식 때 받은 축하 화분 100여 개를 아름다운가게 전북본부에 기증했다. 화분을 의미있게 활용하는 것이 보내주신 분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는 것이라며 공인의 자세를 강조했다. 사상 첫 여성 의장의 관록과 함께 특유의 섬세함을 통해 도정 현안 해결의 지렛대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가 취임할 당시 윤석열 정부 출범과 맞물려 야당 텃밭 도의회 수장으로서 결기와 돌파력엔 의문부호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5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짐으로써 민주당 정권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전북으로선 야당 설움을 뼈저리게 경험한 터라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정치적 역량은 시험대에 올랐지만 ‘미친 존재감’ 에 대한 평가가 의원들과는 대조적이라 주목된다. 무엇보다 민선 8기 주역들의 역대급 협치 분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도의장 존재는 밀릴 수밖에 없다. 10년 넘게 이어진 불편한 기류가 하루아침에 해빙 무드로 바뀌자 전북도와 도교육청, 전주시청의 현안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언론의 주목도를 높인 것이다. 특히 김관영 지사와 여당 정운천 의원의 찰떡궁합은 굵직굵직한 현안 해결에도 물꼬를 터줬다. 그에 반해 도의회는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때 ‘반짝 관심’을 빼곤 이렇다 할 이슈가 없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덩달아 의장도 공식 행사에서 의전용 자리만 지키고 인사말 정도가 고작이다. 지역 정치의 대표 수장으로서 존재감이 떨어져 도민들 눈엔 조연 역할에 머문다는 인식이 강하다. 원래 겸손한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평소 나대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주도적이고 강렬한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때인지라 여성 의장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국면이다. 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정부 여당의 총공세가 도를 넘어서면서 새만금 예산이 대폭 삭감돼 표류 위기에 직면했다.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예산 원내 투쟁은 아무래도 도의원 마당발 인맥이 먹힐 것 같다. 지역 국회의원과 소통이 긴밀해 화력 집중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정치인들은 여의도 국회와 정당에서 한솥밥을 먹는 처지라 뭔가 통하는 데가 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도의원들은 모처럼 만에 국회의원에 버금가는 발군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맨투맨 방식을 통해서라도 새만금 예산을 회복 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잼버리를 둘러싸고 사면초가에 놓인 이 때 의원 20여 명이 두 차례 삭발을 통해 기재부 청사를 항의 방문하고 의회 청사에선 천막 단식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하는 도민들의 억울함과 무력감을 돌이켜 보면 삭발 아니라 더 강력한 투쟁도 부족한 상황이다. 도의장에게 취임 축하 화분을 보내준 의미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때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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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9.14 17:44

[금요수필]행복은 코끝에

남편과 전주천 산책로를 걸었다.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억새밭 사이를 걷다 보니 솜털 같은 억새의 검은 씨앗이 온몸에 매달렸다. '야, 우리 눈 맞은 거 같아.' 날씨는 아직 여름인데 진눈깨비를 맞은 듯 희끗한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조석으로 부는 바람이 피부에 닿을 때 싸늘함이 전해졌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젊어서는 한 걸음이라도 지름길을 찾아 빨리 갈 수 있다면 거리낌 없이 찾아 나섰다.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그럴듯한 풍경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면의 길이었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되었다. 억새밭 사이를 걷다 보니 눈앞에 연분홍, 자주, 보라색 코스모스 꽃밭이 펼쳐졌다. 자주색 꽃잎 한 장을 따 코끝에 붙였다. 그리고 바람을 후후 불었다. 꽃잎은 부르르 떨어질 듯 했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살아가는 삶도 그랬다. 5남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난 나의 삶도 축복받은 삶이라기보다 안쓰러움이 더 컸다. 병원이 없던 시절이라 마을에 홍역이 돌면 건강한 아이들이 홍역에 걸렸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위로 셋을 잃고 당연히 아들이라고 믿었는데 또 딸이었으니 생명에 대한 기쁨보다는 위로받지 못하는 섭섭함으로 고통을 겪게 되었다. 당시에는'야, 신난다. 딸이다 딸!'하고 박수받으며 태어난 사람은 한 명도 없는 섭섭이들이다. 세기가 바뀌고 세상이 달라져도 딸들은 섭섭이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 별생각을 하면서 걸어도 꽃잎은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자네 얼굴 웃기고 있는 것 알지?" 남편은 웃음을 터뜨렸다. 고개를 끄떡이자 꽃잎이 팔랑거리며 떨어졌다. "가위, 바위, 보, 해서 꽃잎 8장 먼저 떨어뜨리면 이기는 거다." "재미있겠네, 이런 놀이" 이제 나의 삶은 둘째 딸로 태어난 섭섭이의 삶이 아니었다. 복둥이의 삶을 살고 있고 코스모스 꽃잎 8장 중 6장을 뗀 이순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다시 코끝에 코스모스 꽃잎을 붙이고 꽃잎을 후후 불면서 그때를 떠 올렸다. 오래된 편지처럼 젊었을 때 시내버스를 타고 함께 종점까지 가는데, 버스 속이 추워서 손을 호호 불며 갔던 그 날을 아련하게 떠 올려 본다. 그날은 몹시 추웠다. 인적이 드문 버스 종점에서 얼마를 걸었을까? 걷다가 배가 고파 다시 돌아왔던 날, 내 키보다 긴 그림자가 기다랗게 기울던 해질녘에 싸늘한 바람이 불었고, 신작로에서는 나뭇잎이 가볍게 촐랑이며 날아다녔다. 지워져 흐린 글씨의 낡은 표지판이 있던 종점 주변에는 내 키보다 훌쩍 큰 코스모스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었다. 따뜻했던 날들 그리고 슬플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코스모스 꽃들은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받은 위로였다. 위로는 말이 아니라 산들거리는 코스모스였고, 가위, 바위, 보를 해서 꽃잎 먼저 떨어뜨리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면서 활짝웃는 남편의 주름진 웃음이었다. 코스모스가 낭창낭창 흔들리고 억새꽃이 눈송이처럼 사뿐사뿐 흩날리는 전주천 산책로를 걸으니 멀리 코스모스 하늘이 내려앉고, 바람이 불며 흔들리는 가을 햇살에 가슴이 뭉클 했다. 늙었어도 지금 이 순간이 좋다. 그리고 벅차다. 따뜻해서 울듯이 행복했다. 사람들은 가을이 차가운 계절이라고 하지만 나에겐 따뜻한 가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위로를 주고받는 삶, 그 아름다운 풍경 이 곁에서 함께 하고 있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닌 코끝에 달려 있었다. △황복숙 수필가는 <수필과 비평>에서 수필로 등단했다. 전북문협. 대한문학작가회, 전북수필문학회, 은빛수필 문학회, 온글문학 회원으로 있으며 안골은빛수필문학상 농촌사랑 공모전 은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그리움이 사는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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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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