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4 17:12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현역 물갈이론 확산

도민들은 정부가 새만금관련예산을 78%나 대폭 삭감 시켰다고 연일 성토하면서 복원시키라고 강력히 요구한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삭발 투쟁을 벌이지만 정부 여당은 미동도 않고 있다. 다른 지역 같으면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정부와 국힘이 새만금잼버리 실패를 전북에다가 뒤집어 씌워 새만금관련예산을 삭감한 것은 대단히 잘못했다.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정부 논리가 너무 박약하고 견강부회(牽强附會)치곤 도를 넘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잼버리 실패책임론이 중앙정부로 옮겨 붙지 않도록 앞서 정부가 전북을 속죄양으로 삼아 무리하게 새만금관련예산을 삭감한 것.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 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가장 오래동안 조직위원장으로 관여해왔고 김관영지사가 개최지 지사라는 이유로 실질적인 권한은 없지만 집행위원장을 맡아기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 그간 감사원이 자료수집을 통해 현지 감사에 나섰지만 큰 틀에서 보면 여가부장관 등 5인공동조직위원장의 책임이 가장 크고 25%의 예산을 집행한 전북지사는 국민들에게 사과했고 그 범위내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동정을 사고 있다. 사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 여당한테는 새만금잼버리 실패가 좋은 먹잇감처럼 돼버렸다. 전북도가 대회 개최에는 별반 신경쓰지 않고 새만금관련예산이라는 잿밥에만 온통 신경을 썼다면서 정부가 엉뚱하게 실패책임을 전북도에 씌운 것이다. 감사결과로 책임이 가려지겠지만 전북은 새만금관련예산 삭감과 다시 기본계획을 수립하라는 한덕수 총리 지시로 김이 빠져버렸다.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이 이 정부들어 본궤도에 진입할 것이란 믿음이 사라지면서 절망감에 싸여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새만금개발에 속도감을 내도록 하겠다면서 기업들이 바글바글 거리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한 내용이 물거품처럼 날아가 모두가 허퉁해 하고 있다. 사실 전남 충남 등은 새만금에 이차전지 특화단지가 지정된 것에 불만이 컸다. 이들은 새만금에 이차단지가 조성될 경우 기업유치가 활발하게 이뤄져 자칫 자신들 지역이 불이익이 나타날까봐 염려했던 것으로 탐문 됐다. 예전 진보정권서도 광주 전남과 충남에서 새만금국제공항건설 등을 반대, 예산지원을 탐탁치 않게 여겨왔었다. 정부가 새만금관련예산을 삭감해서 부산 가덕도신공항 예산에 편성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지역민심을 확보하려는 포퓰리즘 정책 밖에 안된다. 아무튼 전북정치권이 중앙정치무대에서 힘이 약해 벌어진 일인만큼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예산 심의과정이 남아 어느 정도 기대를 갖게 하지만 또 이 같은 일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지역별로 연일 대규모 반대집회를 벌이면서도 대대적인 현역물갈이론이 확산돼 간다. 이들 현역의원들이 내년 22대 총선에 재공천 받아 출마하는 것에만 신경을 몰두하다 보니까 초기 대응도 엉망진창이었다면서 정치력이 약한 의원은 컷오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력이 약해서 당한 만큼 내년 총선 때 역량있는 인물이 선출되도록 도민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9.24 17:57

어머니의 메주

콩이 익어가는 가을이 오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마당 한 귀퉁이/ 가마솥에 콩을 삶는 어머니/ 잘 마른 장작에 한 솥을 끓여낼 군불이 타오른다/ 한 해 내내 태풍과 뙤약볕과 함께한/어머니의 가슴속 깊이 들어찬/ 누런 메주콩/ 땀방울처럼 알알이 빛난다/ 돌절구에 푹 안겨 연해진/ 누런 메주콩/ 따뜻한 아랫목에서 곰삭으며/ 자식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와 함께/ 한 겨울을 난다”/ 필자는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맞이하여 농부의 고마움과 자식의 앞날을 위해 걱정하는 어머니의 은혜에 대해 표현하고자 자작시(詩) 한 편을 기고하게 되었다. 마이산에서 무주 안성 방향으로 30분 더 달려야 도착하는 구리가 나왔던 시골마을. 진안군 동향면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소년시절을 보냈다. 동향면은 옛날 구 용담군 관내로 되어 있을 때에는 지금의 대량리(大良里), 능금리(能金里), 학선리(鶴仙里)를 관할하던 일동면(一東面)과 지금의 자산리(紫山里) 성산리(聖山里) 신송리(新松里)를 관할하던 이동면(二東面)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한일합방 이후 1914년 동향면(銅鄕面)으로 개칭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향면은 산간 벽지이지만 무주 안성의 덕유산에서 발원하여 흘러내르는 구량천(九良川)이 중앙을 관통하고 있고, 소재지 대량리(大良里)들판은 옛부터 '굴렁이 들'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용담향교가 처음 세워진 곳이 바로 동향이며, 이조 태종(太宗)이 독곡 성석린에게 내린 친필 어서(御書)를 보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필자는 농촌의 자연환경속에서 농부의 하루와 농촌의 사계절을 체험하며 성장해왔다. 그 결과 유소년에서 성인기를 거쳐 지천명이 가까워지는 지금의 이루러 고향의 자연환경, 고향의 농작물, 고향 사람들 그리고 부모님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어머니의 하루를 보며, ‘메주’라는 시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시(詩)는 농촌진흥청 개청 60주년 시(詩) 공모전에 참여하여 입선한 작품이기도하다. 먼저, 지면을 빌어 부족한 시를 좋게 평가해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필자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수 많은 식물을 보고 관리하면서 느낀 감정을 팔순이 훌쩍 넘으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시(詩)로 토해 내었다. 3년 전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한 달에 한 번 고향에 가곤 하면 어머니는 밭에서 농작물을 정성스럽게 가꾸며 하루를 보내셨다. 그때 평소에 도움을 못 드려서 죄송스러워 어머니의 대한 고마움과 청년시절 순종치 못한 것에 대한 회개의 마음을 전하고자 메주를 빚고 있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작품이다. 끝으로 올 한해 폭염에도 불구하고 논, 밭에서 뙤약볕과 함께한 모든 어머니 농부님들에게 ‘메주’ 시(詩)를 선물하고 싶다. 더불어 조선시대의 농업을 중시한 중농학자 다산 정약용의 글을 인용하며, 상농(上農)주의가 오는 날을 고대한다. “하농(下農)은 풀을 기르고, 중농(中農)은 곡식을 기르고, 상농(上農)은 땅을 기르고, 성농(聖農)은 사람을 기른다." / 성민재 시인∙전북문인협회 회원 △성민재 시인은 진안 동향 출생으로 <전북문단> 신인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전북문인협회 회원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09.24 15:43

한류를 통한 문화외교와 지자체의 역할

문화외교란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상대 국가와 국민들이 우리 문화에 대해 호감을 갖고 이해를 넓혀 나가도록 하는 외교 활동을 일컫는다. 이는 국가 간 서로 다른 문화, 관습 등으로 빚어지기 쉬운 오해와 갈등을 사전 예방할 수 있고, 때로는 외교적 교착 상태를 풀어내고 소통의 끈을 이어 주는 돌파구 역할을 한다. 전라북도는 한복, 한옥, 한식 등 K-컬처의 본고장으로서 그간 우리나라 문화외교에 크게 기여해 왔다. 해마다 해외 공관과 공동으로 개최해 온 ‘공공외교 한마당 행사’가 대표적이다. 전라북도는 금년 8월 몽골 ‘한국 주간 행사’에 전북 도립국악단 등을 파견해 국악․판소리 공연을 펼쳤고, 전북 농산물 홍보 부스와 서예 체험관 등 6개 행사장을 운영하며 몽골인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전파했다. 돌고르수렌 소비야바자르 울란바토르 시장은 개막식에서 “전북도 공연단을 통해 몽골인들이 한류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었다”며 사의를 표했다. 또한, 전북도는 매년 ‘전북형 K-컬처 해외진출 사업’을 통해 해외 재외공관과 관저에 전북 전통 공예 장인들의 솜씨가 깃든 공간을 연출함으로써 전북의 우수한 문화와 아름다움을 세계에 선보여 왔다. 재외 공관은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창구 같은 곳으로, 외국 정부 인사와 기업인, 우리 교민들이 상시 출입한다. 우리 문화 콘텐츠를 알릴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협업의 가장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애석하게도 이 사업이 금년부터 예산상 이유로 중단되었으나 조속히 재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나아가, 전북도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통해‘K-POP 국제교육 특구와 K-문화산업 융합 특구 지정’을 통해 미래 한류 인재들을 양성하고, 기획사를 유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는 전북 한류가 신성장산업으로 도약하고, 관광 및 일자리까지 연결되어 도민의 삶을 한 단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류가 세계 유수 공연장과 극장, TV 등을 점유해가며 우리나라가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당당한 문화 공급국으로 변모했다. 우리 문화외교도 문화 공급국으로서 한류의 위상에 걸맞게 달라져야 하며, 전북도가 추진하는 문화외교도 이에 따라 변화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필자는 전북도가 향후 문화외교에서 다음과 같은 주안점을 두어 추진해야 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중앙정부 및 재외공관과 원활한 소통 및 긴밀한 협업이 중요하다. 한류의 수용 과정이 국별 문화적 배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세심한 맞춤형 추진 전략과 각국 한류 팬을 소중한 고객으로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현지 공관 등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다음으로 K-컬처의 본고장이자 원류로서 전북도 고유의 문화 자원을 활용하여 전북만의 매력이 담긴 콘텐츠를 세계 한류 팬들의 눈높이에 맞춰 개발 해야 한다. 전북도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 주류 문화의 트렌드 창조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큰 꿈을 가져도 될 것이며,이를 위해선 전세계 한류 팬들과 끊임없는 소통 및 지속적 교류가 중요하다.   아무쪼록 전북도가 가진 문화 콘텐츠가 우리 문화외교를 통해 세계 한류 팬들에게 계속적으로 재미와 감동을 주고 열광하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류창수 전북도 국제관계대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3.09.24 15:43

[금요수필] 두근두근 수국수국

쏟아붓던 비가 그치고 폭염이 시작되었다. 유치원의 짧은 여름방학은 한 학기를 마무리한 나에겐 그저 최고의 보상이다. 해마다 호기롭게 세웠던 여름방학의 계획은 첫날 대부분 몸살로 어그러지지만, 올해는 결혼한 딸아이가 몇 년 만에 아기를 가졌고 두어 달 후에는 출산을 앞두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서울로 가리라! 계획을 세우고 반찬, 미숫가루, 땅콩까지 차곡차곡 챙긴다. 그러나 딸아이 집에 가는 일도 만만치는 않다. 좁은 집에, 아직도 어려운 사위까지, 모두 부담이다. 그래서 우린 서울에 갈 때마다 늘 숙소를 따로 정해두고 잠시 만나곤 한다. 이번에도 남편이 그 상황을 놓치지 않고 주문을 한다. “애 퇴근해서 저녁 되어야 만날 텐데 빨리 가면 뭐해, 가는 길이니 화담숲이나 들렀다 갑시다.” 유난히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남편은 여러 차례 화담숲을 구경하고 싶어 했지만 번번히 틀어졌었다. “예매를 해야 해, 무더우니 제일 이른 시간으로” “거긴 아무것도 못 가져가니까 생수도 준비하고, 걸으면서 요기할 수 있는 바나나도 두 개 챙기고” 부하직원에게 시키던 고약한 버릇이 아직 남아있는 남편은 주문이 많다. 나는 마음 속으로 투덜투덜 하면서도 1년 내내 유치원의 작은 언덕과 마당에 피고 지는 꽃과 나무, 학습용 텃밭까지 관리하면서, 잡초 제거에 가지치기, 친환경 농약 치기로 매일 땀 범벅으로 중노동을 하는 남편에게 이 정도는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순순히 주문대로 따른다. 서둘러 차를 달렸지만, 입장 시간보다 30분이 지나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부부는 주차하면서부터 벌써 찌그랑 째그랑 하고 있다. 딸아이 반찬이 녹을까 걱정이 되어 좀 멀더라도 그늘에 주차하자고 해도 남편은 들은 체도 않는다. “이 사람아, 아이스박스가 달리 아이스박스인가, 괜찮아, 괜찮아.” 사랑하는 숲에 와서 너무나 설레는지 마냥 더 앞쪽, 앞쪽으로만 간다. ‘그래, 당신이 운전대 잡았으니 마음대로 하쇼’하고 또 맘속으로만 중얼거려본다.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모노레일에 줄을 서 있는데, 남편은 “여긴 걸으면서 다니라고 있는 숲이야! 여기 이렇게 써 있구만! ‘뭐가 그리 바쁘신가요.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면서 걸으세요’ 2승차장에서 타면 되니 일단 갑시다!” 남편은 부리나케 숲속 길로 먼저 들어간다. “봐, 사람들 모두 모노레일을 타고 가니 이 숲이 온전히 우리 두 사람 거잖아,” 얼핏 낭만적일 것 같지만, 손 잡고 찬찬히 숲길을 걷는 TV 속 노부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커피 담은 텀블러는 점점 무거워져 내 던지고 싶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남편은 한층 신이 나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탄성을 지른다. 나는 50미터씩 앞서가서 번번히 기다린다. “와, 나는 수국 몇 송이 보려고 매일 두세 시간씩 물을 주는데 여긴 수국 천지야 천지! 난 여길 10년 전부터 오고 싶었었어, 아 드디어 왔구나!” 해맑은 얼굴도 잠시, “입구에서 사 온 옥수수 수염차 좀 주세요” 내 요청에 화들짝 놀란 남편은 여기저기 사진 찍느라 어디 두었는지 알 수도 없으면서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갔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빈손으로 온다. “따지도 않은 시원한 물이니 어디 숲 가꾸는 분이 드셨나봐. 잘 되었지 뭐, 우리 엄청 좋은 일 한 거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온다. “우리도 저기 끼여서 듣자” 했더니 남편은 “내가 퇴직 후 숲 해설사 자격을 땄잖아, 당신 기억 안 나? 나한테 들으면 돼!”하며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더니 이때다 싶었는지 “이건 산수국인데 자세히 봐 봐, 잎이 돌아가 있지. 산수국은 암수 수정을 하고 나면 잎이 돌아간다. 신기하지 않니?” 정말, 그러고 보니 동전 크기보다 작은 산수국 잎들이 가느다란 줄기를 다 틀어서 잎이 돌아가 있었다. 내가 관심있게 들으니 남편은 또 신이 나서 불당화, 백당나무, 이 수국, 저 수국, 소근소근 화담을 수국수국으로 대신한다. 그렇게 우리는 2승차장에서도 모노레일을 타지 못한 채 그 숲길을 끝까지 다 걸어 나왔다. 운수휴당에 들러 파전과 열무국수, 막걸리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며 연못에 한가롭게 노는 원앙을 본다. 아이스박스 음식이 상하거나 말거나, 급하게 올라가느라 운전대 위에 올려두고 깜박 잊고 내렸던 비싼 블루투스가 없어졌을까 안절부절하던 마음이 이내 없어지고, 그저 이 뜨거운 여름 내내 고생한 남편에게 마음 속으로 조용히 수국의 꽃말을 전한다. “당신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한결같이 사랑합니다” △안장자 수필가는 영남대학교 교육학박사와 영남이공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문학 동시부분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군산하랑유치원 원장으로 재직중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09.21 18:19

잼버리 원조 책임론

최근 잼버리 파행 책임론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인 김윤덕-정운천 의원이 주목을 받았다. 일차적 책임자로 김 의원을 겨냥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라고 정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잼버리 5명 공동위원장 중 유일하게 조직위 구성 때부터 직에 머물렀던 김 의원이야말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김 의원도 싸울 때는 피하고 생색만 낸다고 정 의원을 반격했다. 문제의 핵심을 관통한 이들의 입씨름은 본질을 흐리는 잼버리 책임 규명에도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새만금 예산 칼질의 후폭풍에 휘말려 수면 아래 잠복돼 있던 뇌관을 건드린 셈이다. 잼버리 파행과 관련 김 의원은 공동위원장으로서 사과를 했으며,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모든 걸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현실적으로 어려운 전제조건을 내세워 예봉을 피해갔다는 지적이다. 극한 대치로 사사건건 충돌하는 여야 관계를 감안하면 국정조사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꿎은 새만금이 덤터기를 쓰며 예산 폭탄을 맞자 정 의원이 ‘원조 책임론’ 을 꺼내며 분위기 반전에 나선 것. 조직위 중심에 있던 김 의원이 삭발 코스프레 대신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함으로써 수렁에 빠진 전라북도를 구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정 의원 자신이 2011년 LH 전북 이전 무산 때 석고대죄 심정으로 함거를 탄 것처럼 김 의원도 그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저격한 것이다. 정치권이 예산 투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잼버리 책임’ 공방이 자칫 정략적으로 비칠 수 있으나 결국은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잼버리가 잘못됐으면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밝히는 건 당연하다. 헌데 무슨 이유인지 타깃이 새만금으로 급선회하면서 전방위 공세 속에 혼란만 키운 꼴이다. 정 의원이 원조 책임론을 앞세워 김윤덕 의원을 전격 소환한 건 사면초가에 놓인 전북의 출구 전략으로 풀이된다. 새만금 문제와 잼버리 파행을 분리함으로써 전북 원죄(原罪)론의 실체가 없음을 밝히려는 것이다. 무더위, 침수 문제를 비롯해 병해충, 비위생, 안전 등은 역대 잼버리 때마다 논란을 일으킨 단골 이슈다. 과거에도 온열 환자, 식중독은 물론 심지어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 문제는 이처럼 예견된 논란을 충분히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 즉 조직위 운영의 총체적 부실 탓이다. 잼버리에 대한 감사원 현장 감사가 11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조직위와 유관 기관 운영 실태를 포함해 예산 집행의 잘잘못을 가리는 절차다. 그런데 지난주 공동위원장 중 여가부, 문체부 장관이 경질되고 행자부 장관은 탄핵 국면에서 늦게 복귀해 면피 가능성마저 흘러나온다. 이 상황에서 어쩌면 가장 주목받는 건 공동위원장으로 지역 출신인 김윤덕 의원이다. 그가 잼버리 파행 때 잠행을 거듭하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발끈할 일이 아니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9.21 17:55

하와이교회

어린시절 살았던 옛 마을, 내가 태어난 옛 집이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고 하면 다들 놀란다. 변화가 빠른 21세기 대한민국, 부동산 광풍이 여러 차례 휩쓴 서울 도심에서 흔히 있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은 계절에 옛마을을 산책하며 그리운 얼굴들과 빛바랜 기억들을 소환하면 알 수 없이 내 안에서 인생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것이고 그 덧없는 아름다움에 기대어 한 세상을 살아볼만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 숨이 꽤나 가빠질 무렵 인왕산의 숲 끝자락과 길이 맞닿는 부분에 이르면 내가 태어난 옛집이 나타난다. 인가가 사라진 숲자락에 아늑하게 들어앉은 하얀 교회가 있다. 옥인동 서울교회다. 서울교회라는 정식 호칭이 있다는 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 뒤늦게 알았다. 아카시아 생울타리로 둘러싸였던 인왕산 숲속의 그 하얀 교회는 우리에게 언제나 하와이교회였다. 어릴 때부터 하와이 교민들이 건립 자금을 보내주어 하와이교회라고 불린다는 교회 탄생 설화를 들으며 자랐다. 이금이 작가의 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하와이 이민자들, 남편이 될 남자의 사진만 보고 결혼해 이국의 척박한 삶을 개척해 나갔던 '사진 신부'들의 삶을 그린다. 장정들이 하루 열 시간 주 6일 꼬박 일해 버는 한달 월급이 17달러였다. "젠장, 조선이 우리한테 해 준 게 뭐 있다고. 나라도 나 있고 가족 있은 다음이야. 박용만이고 이승만이고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동포 앞에서 좋은 본은 고사하고 헐뜯고 싸워대는 꼬락서니 하고는. 그 종자가 그 종자지." 소설 속 청년의 냉소는 당시 이민자 사회의 많은 사람의 마음을 대변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돈을 모아 독립운동을 위한 성금을 냈고, 하와이 교포들의 성금은 임시정부 재정의 절반 넘는 비중을 차지하며 가장 든든한 후원이 되었다. 하와이를 근거지로 외교 중심의 독립을 추구했던 이승만과 무장투쟁을 추구했던 박용만 사이에 어느 쪽 노선이 옳았는지 역사-이념 투쟁을 벌일 생각은 없다. 오늘은 하와이 교회에서 느꼈던 단상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며칠 전 친구들과 산책하던 발걸음이 하와이 교회에 이르렀을 때 그곳에서 차담을 나누던 마을 주민들은 반가워하며 말을 붙였다. 전임 시장이 교회 건물을 사들여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바꾸려 했는데 그것은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의 건국 업적과 하와이 교포들의 물심양면 지원을 역사에서 지우려는 속셈이었다고, 이 곳은 하와이 교포들의 독립 정신을 전하는 공간으로 보존할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그의 열띤 호소를 들으며 나는 그가 아차하면 전임 시장을 동물로 호칭할까봐 두려웠다. 벌써 몇 대 째 전현직 대통령들과 주요 정치인들이 십이간지에 있는 동물들의 호칭으로 불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진영을 막론하고 멸칭으로 부르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고 의논의 파트너로 삼을 생각이 없다는 단호한 선언이다. 한적하고 발길 닿는 이 적은 내 고향마을에서도 역사-이념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씁쓸하게 다가왔다. 1928년생, 당시 고려대를 나온 드문 인텔리였고 월북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한 어른은 당신이 경험한 해방 전후의 혼란기를 이렇게 요약해 들려주었다. "그때는 좌나 우나 한치 앞을 몰랐어. 각자 양심에 따라서 이념을 택했지. 북한이 저렇게 기형 국가가 될 줄을 누가 미리 알았겠어? 지금 보면 월북이 미친 일이지만, 그때는 남과 북 양쪽 다 일리가 있었어. 지금의 형편으로 그 때를 이야기하면 나는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다고." 그렇다. 우리는 역사가 흐른 뒤의 일들로 그 시절을 예단하며 역사에 입바른 소리들을 보태는 중이다. 그때는 미국이, 중국이, 일본이, 어느 나라가 우리에게 도움이 될지 한치 앞을 몰랐고 외교전이, 무장투쟁이, 시민불복종이, 어떤 방법이 독립에 가장 필요할지 한치 앞을 몰랐다. 각자의 방법으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 애썼고 목숨이 오가는 험한 길들을 걸었다. 대한민국의 풍요로운 오늘을 살면서 목숨을 내건 독립운동의 최일선에 서셨던 분들을 잘했느니 못했느니 평가질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고향마을의 언덕을 내려오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심윤경 소설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3.09.21 16:29

청춘의 빛과 터널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민태원 작가의 청춘예찬의 일부이다. 작가는 청춘의 정열과 이상을 화려하게 예찬한다. 본 칼럼의 코너 이름 역시 제목과 같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깊은 고민들을 담으려는 것일 테고, 그 굴곡들은 필히 빛나리라. 그러나 어느샌가 나의 청춘이 빛을 잃기 시작했다. 빛은 기운을 잃더니 지난달 24일, 마침내 꺼졌다. 오랜 기간 논란이 되어왔던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는 날이었다. 오지 않기를 바라고 와서는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토론과 거센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처리할 여러 방법 중 투기를 선택하였고, 결국 오염수 약 460톤을 바닷물로 희석해 연내 3만 1,200톤을 방류하였다. 다핵종 제거설비로 세슘 등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었다고 하지만 삼중수소는 거를 수가 없다. 안전한 농도로 희석했다고 하는 방사성 핵종 삼중수소는 정말로 ‘안전’할까? 필자는 원자력 또는 오염수의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제한적이고 불완전한 도쿄 전력의 자료와 삼중수소가 인간에게 미칠 영향에 관련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은 안전하지 않다는 방향으로 필자의 화살표를 돌려놓는다. 학교에서 환경 교육을 할 때 오염수 투기에 대해 물어오는 청소년들의 물음에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나의 청춘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청춘을 지켜주지 못해 무기력이 밀려왔다. 그래서 청춘으로 살아갈, 청춘을 지켜내고 싶은 청년 한 명으로서 적어 내려간다.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하기 위해 투기 반대 서명을 하고, 온⸳오프라인으로 공론화하는 것으로도 턱없이 부족해 집회에 참가했다. 저녁에 광장에 앉아 다 같이 촛불을 켜고 뜨겁게 대회사를 낭독하고 한 목소리로 외치는데 지나가는 누군가 말하더라. 이렇게 빨갱이가 가득이라니, 말세네. 빨갱이. 나의 빛나야 할 청춘과, 생태와 지구를 걱정하는 일이 빨갱이라면 나는 기꺼이 빨갱이가 되겠다. 그러나 우리의 청춘과 청춘을 보낼 터전인 지구를 지키는 일은 정치와 이념, 진영의 개념이 아니다. 파를 가르고 세력을 계산하는 속셈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인간이 100살까지 산다고 하면 앞으로 70년은 더 살아야 한다. 나는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남은 생애를 오염되지 않은 지구에서 살고 싶다. 우리의 목소리는 그렇게 오염되지 않은 마음에서부터 출발하였다. 그런 깨끗한 마음에 정치색을 입힌다면 절대 사양이다. 나의 청춘과 청춘의 터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에 본질은 원자력 발전이다. 원자력이 계속 존재하는 한, 오염수는 필수불가결하게 발생할 것이고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원전 사고와 방사능 물질로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아이러니하게 민태원 작가의 청춘예찬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이다. 고군분투하며 견딘 일제강점기 끝에 광복이 찾아온 것처럼, 지금의 캄캄한 터널을 다 지날 때쯤, 청춘을 다시 예찬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향한 관심이 사그라질 때 우리 청춘의 불빛도 함께 사그라든다는 것을, 모두가 기억하길 간절히 바란다. /모아름드리 환경단체 프리데코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3.09.21 16:28

여유롭게 준비하는 연말정산

아마도 이 칼럼을 읽는 구독자들은 사업자들도 있겠지만 근로소득자들도 많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시간에는 연말정산에 대하여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 본인의 환급액을 높이는데 효과적일 것 같아 연말정산을 준비하는 몇가지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국세청 홈택스에서는 매년 10월부터 연말정산 결과를 알려주는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당 서비스에서는 올해 1~9월까지의 결재수단별 사용금액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에 10~12월 지출 예정금액을 직접 입력하면 올해 연말정산분 공제금액을 예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신용카드 등의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신용카드 등의 사용금액이 총급여액의 25%를 넘어야 합니다. 만약 넘지 못하였다면 체크카드보다는 각종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부터 쓰는 것이 좋고 이미 넘은 경우라면 소득공제율이 좋은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연금저축계좌 및 퇴직연금계좌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12~15%에 해당하므로 일반적인 적금의 이자율보다 훨씬 좋으니 위 계좌가입을 꼭 하는게 유리하고 계좌합산하여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니 참고하셔서 정기적으로 월 납입금액을 설정하시는게 좋겠습니다. 혹시 해당연도 중에 퇴사를 한 경우에는 새로운 근무지에서 연말정산을 할 때 꼭 종전 근무지 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를 퇴사시점에 수령하여 현재 근무지에 제출해야 연말정산 합산신고가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5월에 직접 소득세신고를 해야하는 불편을 겪을 수 있습니다.국세청 홈택스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 자료는 매년 1월 15일부터 이용할 수가 있습니다. 전자파일로 다운받아 사업주에게 전달하고, 근로자 본인도 스스로 공제요건 충족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추가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서 제공할 수 없는 서류와 적용사항들을 미리 파악하여 사업주에게 관련 서류를 제공하여 연말정산의 혜택을 놓지지 않아야 할것입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3.09.21 16:28

지역과 상생 못하는 대형마트 미래없다

요즘 기업활동을 하면서 키워드는 단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이 꼽힌다. 당장은 귀찮고 불편해 보여도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서는 유통업체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 공헌 활동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특히 지역사회나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하지 못하면 종국에 가서 대형마트는 비판과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역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을 돕는 것은 장기적으로 대형 유통업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첩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북지역, 특히 전주권을 중심으로 활동중인 대형 유통업계들의 ESG 활동이 지역민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기엔 아직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전주에 있는 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대형 유통업체가 지역사회 환원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주시 대형 유통업체의 '2023년 2분기 지역사회 환원 금액 분석' 자료에 따르면 13곳 중 4곳만이 상생협의 권고 비율을 넘어섰다. 롯데마트 송천점(0.321%), 이마트 전주(0.279%)·에코시티점(0.292%), 이마트 에브리데이(2.075%) 등이다.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상생 노력을 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대다수 대형마트는 지역사회와 상생 의지가 부족하다. GS리테일(0.155%), 롯데마트 전주점(0.133%), 롯데백화점 전주점(0.108%), 홈플러스 전주점(0.016%), 홈플러스 완산점·세이브존 전주점(0.012%), 홈플러스 효자점(0.005%) 등의 비율은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고, 특히 농협 유통센터, 롯데슈퍼마켓 등 2곳은 실적이 전무했다. 꼬박 3년동안 코로나19 여파를 겪었고, 급속히 커지고 있는 온라인 시장과의 경쟁을 감안하면 대형 유통업체를 마냥 나무랄일만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의지조차 없는 것은 문제다. 각종 사회공헌이나 봉사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대형유통업체와 지역 소상공인들은 서로 적이 아니고 동반성장을 위한 협력 관계다. 함께 성장해 가는 건강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해 서로 손을 맞잡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9.21 14:44

전주종합경기장 부지 개발, 이제는 속도전

시장이 바뀔 때마다 사업 방향이 바뀌면서 10년 넘게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던 전주 종합경기장 개발 방식이 다시 정해졌다. 전주시가 제출한 ‘종합경기장 이전 및 복합단지 개발사업 변경계획 동의안’이 21일 전주시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본회의에서 동의안을 놓고 찬반 논란 끝에 표결까지 가는 진통이 있었지만 어쨌든 시의회 문턱을 넘었다. 민선 8기 전주시가 다시 방향을 바꿔 추진하는 종합경기장 부지 개발은 민간사업자(롯데쇼핑)가 자본을 투자해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를 주축으로 한 MICE복합단지를 건설해주고, 대신 전주시로부터 대물변제받은 부지에 백화점‧호텔을 지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지난 1963년 건립돼 전주의 중심부를 지켜온 종합경기장은 21세기 들어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이전과 부지개발사업이 논의됐고, 2005년 전북도가 전주시에 부지를 무상 양여하면서 개발계획이 구체화됐다. 그러나 바뀐 시장이 사업 방향과 방식을 대폭 변경하면서 혼란이 계속됐다. 한때 종합경기장 부지를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도심 속 시민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 발표됐고, 지난해 3월에는 ‘종합경기장 정원의 숲 조성사업 착공식’까지 열렸다. 시민의 관심이 쏠린 이 대규모 사업은 이렇게 방향을 잃고 표류했고, 그 사이 행정력과 예산낭비만 계속됐다. 그리고 민선 8기 새로 취임한 우범기 시장이 개발 방향을 다시 정하면서 사업은 추진력을 얻었다. 전주 종합경기장 부지 개발 방향과 방식을 놓고 아직도 지역사회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설 이전과 부지 개발을 더 미룰 수 없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미 반세기를 훌쩍 넘긴 노후시설이어서 제 기능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10년 넘게 허송세월을 보냈다. 더 이상 혼선을 빚어서는 안 된다. 이제 신속한 사업 추진이 요구된다. 전주시는 관련 행정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해 사업이 조기에 완료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더불어 종합경기장 부지 개발계획을 놓고 계속된 지역사회 갈등도 종식시켜야 한다. 또 사업 지연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없도록 민간사업자와 체결한 세부 협약 내용과 사업 추진 상황을 제때 공개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9.21 13:11

경찰 조직개편, 지구대·파출소 충원이 먼저다

경찰청이 내근부서를 축소·통폐합하고 순찰을 강화하는 등 예방 위주의 조직개편안을 18일 발표했다. 현장 강화를 위한 조직 변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정작 지구대와 파출소 등 시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현장의 인력은 늘지 않아 냉소적인 반응이 없지 않다. 경찰청은 행정안전부와도 협의해야 하는 만큼 전문가와 시민, 일선경찰의 목소리를 좀더 겸허하게 수렴했으면 한다. 이번 개편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경찰 조직을 철저하게 치안 중심으로 구조 개편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개편안에 따르면 경찰청은 본청 뿐 아니라 각 시·도경찰청 등에서 관리·지원부서를 축소 및 통폐합해 인력 9000 명을 일선 현장에 재배치키로 했다. 하지만 이 인원들은 지구대·파출소로 직접 배치되는 게 아니다. 이들은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 등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본청과 각 시·도청, 경찰서 내근직 2600여 명은 전국 기동순찰대에 재배치되며 다중밀집장소 등 범죄취약지역 등을 집중 순찰하게 된다. 또 각 시·도청과 경찰서 강력팀에서 차출된 형사들은 1300여 명 규모의 권역별 형사기동대로 운영될 예정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일선서의 정보과 폐지다. 집회와 시위가 많은 62개 경찰서를 제외한 197개 경찰서 정보과가 없어지고, 시·도청으로 통합된다. 이같은 현장 중심의 경찰 조직 개편은 시대적 흐름에 맞는 조치로 보인다. 그동안 직접 일선에서 뛰어야 하는 순경이나 경장, 경사 보다 중간 간부급인 경위와 경감 등이 숫자가 더 많은 것도 문제였다. 이들 중간관리자를 일선 현장에 보내는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순찰인력만을 늘리는 게 과연 맞을까 싶다. 오히려 수사 기능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 나온다. 또 시민들과 가장 가까이서 접촉하는 지구대와 파출소의 인력은 제자리여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체감 치안을 제공하는 지구대와 파출소의 경우 순찰 외에도 사건 발생 시 초동조치를 해야 하는데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의 지구대·파출소는 2043곳 7213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치안 수요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 동안 고작 5% 증가하는데 그쳤다. 경찰청은 가장 효율적인 업무 배분이 무엇인지 좀더 고민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9.20 18:04

호남 발전 대전략이 필요하다

현 정부와 집권여당은 지금 마치 전북을 버려둔 땅처럼 취급하고 있다. 새만금 예산을 삭감하고, 각종 신규사업들이 기획재정부 심의과정에서 상당수가 탈락했다. 신규사업이 없으면 계속사업 예산 확보도 어려워져서 중장기적으로는 전북 지역 사업 자체가 축소되고 국가지원 규모마저 줄게 될 것이다. 이를 현 정권이 모를리 없다. 그러나 현 정부는 감사원을 앞세워 김관영 지사를 감사하겠다고 하면서 잼버리 운영과정의 책임을 온통 전북에만 씌우면서 지역 발전에 대한 대전략마저 팽개치고 있다. 실로 국가의 책임을 망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균형발전은 미래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통합, 국가통합을 위한 중요한 일인데도 정치적 득실에 의해 전북의 발전을 이런 식으로 내팽개쳐두는 정부의 행태에 아연할 뿐이다. 지금은 지방소멸 위기가 점점 커지는 시기이다. 특히나 전북지역 농촌은 일손이 부족해서 매년 외국인 노동자를 수천명 고용하는 판이다. 국토의 다극체제 전환과 개편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국가가 지역 발전의 책임을 망각한다면, 전북이 스스로 전략을 세우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전북발전을 위한 계획수립, 사업발굴, 역량강화지원과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호남 균형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이번 주 금요일 22일, 국회에서 필자와 신정훈, 한병도, 이병훈 의원 등과 함께 공동주최하는 것도 새만금 예산삭감 등 전북지역발전을 내팽개친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호남의 광역발전과 전북특별자치도의 도약을 위한 담론 형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새만금 사업은 결코 전라북도의 민원사업같은 것이 아니라, 노태우 대통령 시기부터 중앙정부가 구상한 국책사업이었다. 기존에 전북 국가예산에서 새만금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만 10퍼센트가 넘는다. 그런데 그러한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는 것은 전북지역 발전에 국가가 엄청난 충격을 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런 폭거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다면 필자가 속한 민주당도 고개숙이고 반성해야할 일일 것이다. 예산심의 정국에서 적극적으로 싸워낼 필요가 있다. 비단 새만금 SOC, 사회간접투자 사업예산만 삭감된 것이 아니다. 전북독립영화제 등의 예산도 삭감됐다. 삭감이 안된 사업의 경우에도 가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소관사업인 전주교도소 이전은 중앙부처인 법무부와 기획재정부에서 서로 “논의중”이란 답변만 하면서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하나하나 지역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전북의 사업에 대해서는 현재 이런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산업은행 부산이전하겠다면서 불도저처럼, 대내외 반발까지 나몰라라 한 채 추진하고 있는 상황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전북 제3금융중심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이 정부가 전북을 향해 말한 것 중 공염불이 아닌 것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호남발전전략과 전북지역 균형발전, 전북특별자치도의 분명한 상을 가지고 정부의 예산삭감에 맞서야 한다. 필자와 필자가 속한 민주당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 박용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구을)

  • 오피니언
  • 기고
  • 2023.09.20 15:29

꼰대가 아닌 성숙한 인간이 되자

꼰대란 나이가 어린 상대에게 억지로 가르치고 강요하려는 어른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직장이나 단체 생활을 하는 곳에서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강요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 본인은 하지도 않으면서 아랫사람들에게 강압적으로 명령하는 사람, 그 앞에서는 따르는 척 하지만 뒤에서 꼰대라 말하면서 비웃으며 비아냥거리기 때문에 전혀 발전이 없는 부패하는 세상이 되어간다. 요즘 젊은이들은 각자의 취향과 삶의 방식에 따라 움직이려 한다.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길을 열어 가려고 하는 젊은이들에게, 앞에서 방향을 잘 제시해 주는 어른이 함께하는 세상이 되어주고, 강요나 명령보다는 스스로 참여하고 깨닫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존경받는 어른이 많은 세상이 되면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어느 날 버스 승강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중고등부 학생쯤 되어 보이는 두 명이 승강장 의자에 앉아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이들 곁으로 다가오시더니 다짜고짜 “어른이 오시면 벌떡 일어나 앉으세요”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야지 “건방지게 앉아 있어, 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더냐,” 하시고 삿대질하며 소리를 지르셨다. 곁에 있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 할아버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시는 것이 ‘옆에서 왜 거들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느냐?’ 하는 듯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바라보고 계셨다. 버스가 오자 할아버지는 “버르장머리 없는 ㅇㅇㅇ”라고 욕을 하고 가셨다. 학생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침을 뱉으며 저러니까 대우받지 못하는 꼰대 같은 영감탱이, 어이가 없구먼” 하고 둘이 마주 보며 웃는다. 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옆자리가 비어있는데 구태여 그렇게 아이들에게 화를 내시며 호통을 치셔야 했을까? 그 순간 아이들이 ‘그래도 착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 할아버지께 대들고 같이 욕을 하였을 텐데, 가끔 그런 경우를 봐왔기 때문에 은근히 속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시대가 변하다 보니 노인들만 꼰대가 아닌 젊은 꼰대들의 세상이 되어 심각한 상태가 되어 있다. 언론을 통하여 보도되는 것을 보면 젊은이들이 더 꼰대 짓을 할 때가 많다. 핵가족 시대를 살다 보니 어려서부터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전혀 없고 외골수로 자기주장이 강하여 꼰대 아닌 꼰대가 되어 있다.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내고, 스트레스를 받고, 화풀이 대상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세상으로 뛰쳐나가 죄 없는 누군가에게 돌을 던져 상처를 주고 세상을 불안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간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하여야 할까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선친들이 말씀하셨는데, 꼰대가 많은 세상이 아니라, 사랑을 베풀고 허물을 감싸주는 어른들이 많은 세상이 되어야 하며, 아이들과 아랫사람들에게 호통치며 가르치려는 꼰대가 아니라, 그들에게 배우고, 배려하며 사랑을 주는 따뜻한 어른이 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먼저 남을 배려하는 자세와 용서하는 마음, 훈훈한 정을 나누어 주는 사랑과 서로 어우러져 사는 방법을 어려서부터 피부로 느끼고 배운다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다. 먼저 꼰대가 아닌 존경받는 어른이 된다면, 젊은 꼰대들이 변화될 것이고, 살기 좋은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며, 불미스러운 일은 우리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지 않을까? /김종숙 작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3.09.20 15:29

학교교육 정상화 모색

최근 한 여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있던 후, 곧바로 교사들은 그의 추모와 아울러 집단적인 ‘학생인권조례’에 대응하는 ‘교사지위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대학 3학년 여름 방학 때까지 어머니의 회초리 교육을 받아야 했던 이 90을 향하는 필자의 눈으로는 어쩌다가 이 나라 이 교육의 현장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으로 개탄스럽기만 하다. 하기야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마저도 거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 아닌가? 문제는 ‘학생인권조례’의 존재에 있다. 동 조례는 교수학습 현장에서 학생들의 자의적인 행동마저도 보장해 주고, 그를 교정해 임하는 선생님을 탓하고, 급기야는 교사 집단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교사의 훈육 행위를 자식의 인권침해라 하여 학부모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어느 누가 사명감 있게 교단에 서 있겠는가? 교사의 질문제도 있겠지만, 그것은 평생 수련해야 할 교사 자신의 문제로 후차적인 문제이다. 우선은 교육 당국과 학부모 다 같이 깊이 반성해야 하고, 교육 현장의 교사와 학생 간의 바람직한 교수 학습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교수학습활동에 있어서 원초적으로 중요한 것은 학생의 교육준비도인데, 이는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정교육의 장에서 이미 이루어지는 것이고, 학부모는 그들 자녀를 교육준비도를 잘 갖추어 학교교육의 장으로 보내야 한다. 학부모의 가정교육의 부실과 학습현장의 학생의 부적적절한 행동은 필연적인 인과관계에 있다. 그러니 가정교육은 학교교육의 전제요 필요조건이라 하겠다. 따라서 교육은 유치원부터 시작된다는 인식은 극히 잘못된 것이며, 교육은 수태(受胎)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여기에 부모의 아동교육의 중요성이 존재한다. 교육 당국은 교육의 평생성을 재인식하여, 이제는 학교교육이나 가장교육이 사회적 간섭으로부터 더욱 자유롭게 그 외각을 보장하는 데 그 힘을 모아야 할 것이며. 공권력은 물론 학부모 그 누구도 그 내부적인 교수학습활동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는 우리는 꾸준한 노력으로 학생의 인성교육을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조화해서 이루어 나가야 한다. 가정은 스승을 존경하도록 가르치고, 학교에서는 부모님을 존경하도록 가르치면, 이상적인 학생의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것이 아닌가?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나면, ‘교권’은 자연히 확립되는 것이다. 그러니 정부 당국은 우선 학생인권조례 폐기로 교사들의 집단적인 교권 확보의 요구를 잠재우며, 학부모들을 선도하여 우선 미성숙자인 아동의 인성교육에 좀 더 치중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 학교교육에 연계되지 못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위한 후견적 입장에 서야 할 것이다, 교육 당국은 교사들의 교수학습 활동의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데 총력을 기우려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는 가정교육에서 다듬어진 아동의 원만한 인성과 교사의 권위 확보, 그리고 학부모의 도에 어긋나는 교사 전권인 교수학습지도에의 불간섭, 일단은 자녀를 교사에 전적으로 맡긴다는 신념을 전제한다는 것을 다 같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경식 연정교육문화연구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9.20 15:29

기업가 정신과 전북발전

시애틀은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 있는 도시인데 인구는 80만명이 채 안된다. 그런데 이 도시는 걸출한 기업인과 글로벌기업을 대거 배출한 지방도시로 매우 유명하다. 구태여 설명이 필요없는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코스트코, 아마존의 발상지가 바로 시애틀이다.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시애틀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장악했다. 풍부한 기업운용 자금과 스타트업에 불과하지만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촘촘히 연결해주는 네트워크가 형성된게 시애틀 기업의 성공 요인이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도 K-기업가정신의 발상지로 일컬어지는 곳이 있는데 바로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이다. 승산마을은 LG그룹을 창업한 ‘능성 구씨’와 GS그룹을 창업한 ‘김해 허씨’ 들이 수백 년 동안 살아온 한국의 대표적인 부자마을이다. 승산마을 한가운데 있는 옛 지수초는 삼성 이병철, LG 구인회, 효성 조홍제 창업주를 비롯,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허준구 GS그룹 명예회장, 구태회 LS그룹 창업주, 허정구 삼양통상 회장,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 등 국내 굴지 기업 창업가 30여 명을 배출한 기업인의 산실이었다. 옛 지수초는 지난해 3월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국내외 기업인에게 전수하는 ‘K-기업가정신센터’로 변모했다. 승산마을이 속한 지수면은 ‘지혜로운 물’을 뜻하는 ‘智水’다. ‘부자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진 것을 나눠 더 크게 만들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승산마을 앞에는 방어산이 있는데 부자들은 방어산 자락에 걸린 새벽별을 보면서 하루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삼성,효성은 말할것도 없고, LG·GS의 전신인 금성 등 이름엔 모두 별이 들어 있다. 이 마을이 배출한 기업가들이 이룬 매출액은 연간 800조원에 이른다. 진주 기업가정신의 뿌리는 '실천 유학'을 강조한 남명 조식의 '경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식민지 시대와 군사독재를 거치는 동안 한국의 재벌은 정경유착의 길을 택하면서 급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희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하지만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토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이들의 성취는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지역간 극한 경쟁시대를 맞아 커보이는 남의 떡을 부러워만 할 때가 아니다. 급성장을 거듭하던 산업화 당시와 달리 지금은 일거에 도약하는게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 하나로 수년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지역에서 창업한 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풍토를 갖추는 것은 제1의 조건이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렵게 전북으로 유치한 기업들이 굴지의 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결국은 지역민들이 사는 첩경이다. 기업인에게 돌을 던지고 기업활동에 배타적인 지역에는 미래가 없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9.20 15:28

감사원 ‘잼버리 감사’, 공정성·중립성 지켜야

감사원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유치 및 운영 전반에 관한 현장감사에 착수했다. 새만금 잼버리는 부실·졸속 운영으로 국내외에 큰 논란을 불렀고, 국격을 떨어뜨렸다. 또 이로 인해 새만금과 전북도의 이미지도 크게 실추됐다. 당연히 행사 전반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통해 파행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하게 가려야 할 것이다. 공정하고 냉정하게 사실 그대로 잘잘못을 따져 잘못이 있는 기관에는 그에 맞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감사 시작도 전에 이미 방향과 결과를 짐작할 수 있는, 의도된 감사라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또 책임을 물을 경우 반발과 논란만 계속될 수 있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주저 없이 전북도와 전(前) 정권에 모든 책임을 돌리면서 감사원 감사를 예고했다. 감사원은 그 구성과 기능이 헌법에 명시된 헌법상의 독립기구지만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하에 있고, 감사원장 및 감사위원에 대한 임명권도 대통령에게 있어서다. 이로 인해 그동안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 감사의 공정성을 놓고 논란이 되풀이됐다. 정부와 여당이 이미 책임져야 할 곳을 공개적으로 지목해서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한 감사가 시작됐다. 감사원이 정부·여당의 입김에서 벗어나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떨쳐낼 수 없다. 전북도의회가 감사원에 잼버리 감사에 대한 입장문을 전달하면서 굳이 중립성과 공정성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지자체에는 책임이 없다는 감사 결과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전북도에서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응당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총체적 난맥상을 보여준 대규모 국제행사의 책임 소재가 어디 힘없는 지자체 한 곳뿐이겠는가.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그만한 권한을 주지도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잼버리 파행의 원인과 책임 소재가 규명되지 않았는데도 새만금 예산 삭감이라는 졸렬한 정치보복을 서슴지 않았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은 본연의 역할인 중립적이고 공정한 감사를 통해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9.20 13:33

축협조합장의 폭언·폭행 '조합장이라는 우월감에서 오는 교만행위'

최근 도내 모 축협에서 조합장이 직원들에게 "사표를 쓰라"며 폭언을 퍼붓고 심지어 폭행까지 가한 사건이 발생했다. 게다가 이 조합장은 폭행과정에서 자신이 신고 있던 신발로 마구잡이식 폭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직장 내 갑질과 폭력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사회로부터는 공분을 유발시키는 행위로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 특히 조합장은 조합의 주인이 아니라 단지 조합원들로부터 인사권 등을 위임받은 존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인사권이라는 권한이 직원들에게는 엄청난 힘을 갖게한다는 사실은 직장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합장이라는 직위는 조합 내에서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는 거의 지존에 가까운 존재가 된다. 아마 이번 사건도 이 같은 직장 내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진다. 당시 피해를 당한 직원들도 가해자가 조합장이라는 직위 때문에 폭언에 이어 신발로 무작위 폭행을 당하면서도 피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더 큰 문제는 가해 당사자인 조합장의 사건 이후의 행동이다. 취재진에게도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술이 과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특히 피해 직원들에게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니 모든 상황이 마치 피해 직원들 때문에 발생됐다는 듯 그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현재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까지도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하루하루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같은 조합장의 태도를 보면 마치 나는 조합장이고 피해자인 당신들은 내 밑에 있는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조합장의 우월감에서 오는 교만함으로까지 비춰진다. 조합장은 명심하길 바란다. 직원들은 조합장이 마음대로 부리는 노예나 종이 아닌 조직 내 당당한 구성원으로써 함께 축협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파트너이며 동료이자 가족이라는 사실을.

  • 오피니언
  • 임남근
  • 2023.09.19 19:01

추석 물가 안정대책, 현장에 집중해야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즐거워야 할 명절인데 서민들은 고유가 고물가 등으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북도 등 지자체가 추석을 맞아 물가 안정과 민생 회복 등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해마다 이맘때 있는 통과의례에 그치지 않고 내실있게 추진했으면 한다. 이번 추석은 고유가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크게 올랐다. 이러한 물가 상승으로 차례상과 명절 선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달 롯데멤버스가 20∼50대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는 응답이 56.4%로 절반을 넘었다. 또 추석 선물의 가격을 낮추거나 품목을 바꾸겠다는 이들도 많았다. 우선 보통휘발유 등 기름값이 연속 10주 올라 L당 1800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연초 대비 14.8%가 상승한 수치다.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가 맞물려 국제유가가 더 오를 전망이어서 국내 기름값도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자 정부는 10월 말 끝날 예정인 유류세 인하조치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차례상 물가도 심상치 않다. 대형마트 등 가격을 분석한 결과 과일과 채소 등이 1년 사이에 20% 가까이 뛰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불볕 더위와 집중 호우 등으로 사과값은 두 배 이상 올랐고 소고기를 제외한 배, 계란, 당근 등이 대부분 올라 차례상을 간소화 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형편이다. 정부가 20대 성수품 가격을 지난해보다 5%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수협 등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탓으로 수산물만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추석에 전북도는 '물가대책종합상황실'과 '물가안정대책반'을 운영키로 했다. 지역물가책임관을 구성해 14개 담당 시군의 명절 물가 현장을 직접 점검할 계획이라고 한다. 성수품에 대한 공공거래 질서 확립과 공공요금 인상 억제로 소비자 물가 안정화를 도모하고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활성화 등 지역우수상품 판매도 촉진키로 했다. 전북도는 좀더 현장에 밀착한 대책을 강구했으면 한다. 서민들의 고통은 극심한 양극화로 평소보다 명절때 더 두드러진다. 전북도가 내세우듯 ‘걱정없이, 넉넉하게, 함께 나누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9.19 19:00

임실N치즈축제 성공스토리 그리고 故 지정환 신부

바야흐로 임실N치즈축제의 시간이 성큼 다가왔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임실은 전체 군민의 20배에 달하는 50만여 명의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축제의 판이 열린다. 올해도 10월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임실치즈테마파크와 치즈마을, 임실읍 일원에서 열린다. 아홉 번째를 맞는 임실N치즈축제는 필자에게는 하나에서 열까지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직접 기획하고, 만들고, 키워낸 자식 같은 축제다. 지난 2014년 처음 군수가 됐을 때만 해도 임실군의 대표축제는 관촌 사선대에서 열리는 사선문화제였다. 당시 임실치즈축제는 공설운동장에서 열리는 동네 축제 수준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때 생각한 것이 바로 7~8년 동안 애써 조성한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임실N치즈축제를 열고 대표축제로 키워야겠다는 것이었다. 임실치즈와 우리 농산물을 특화한 축제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2015년부터 임실N치즈축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축제의 볼거리로 국화꽃을 착안했다. 하지만 축제는 10월 초에 열리는 데 국화는 10월 말부터 꽃이 피고, 더욱이 이 시기엔 날이 추워서 서리가 빨리 오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대 난관이었다. 그래서 군 농업기술센터로 하여금 꽃이 피는 시기를 한 달 앞당겨 재배토록 했다. 이른 봄부터 정성을 다해 재배한 3만여 개의 국화 화분은 임실N치즈축제장을 가득 메우며 축제를 성공적인 축제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또 사람들이 많이 오려면 볼거리 못지않게 중요한 게 먹을거리다. 12개 읍면 생활개선회 조직이 잘 되어 있어서, 이를 최대한 살려 각 지역 특색에 맞는 향토 음식을 만들도록 했다. 특히 임실에는 암소를 많이 키우고 있어서 한우협회로 하여금 생후 50개월 미만된 암소만을 도축해서 한우 먹거리를 내놓았다. 그랬더니, 첫 번째 열린 치즈축제에는 10만 명 이상이 방문하면서 관광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임실군에 전체 군민의 몇 배에 달하는 관광객이 다녀가며, 대성공을 거뒀다. 당시 축제장을 찾아온 고 지정환 신부님의 모습이 아직 선하다. 임실치즈 특허권 문제로 임실 사람들과도 많이 소원해진 터였다. 수차례에 걸친 설득과 이해를 구하고 있었는데 온다간다 말도 없이 갑자기 방문하셨다는 소식에 만나 뵈었더니“아이구, 아이구”하시며 눈시울을 붉히면서 벅찬 마음을 감추시지 못했다. 그렇게 임실N치즈축제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며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4일간의 축제 기간에 52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고속도로와 전주-임실간 국도에는 밀려드는 차량으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으며, 임실터미널에서 5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가 한 시간 이상 걸리는 등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올해는 임실치즈의 아버지인 지정환 신부님의 고향인 벨기에 주한대사 부부와 신부님의 친조카 등 가족 분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시간도 마련했다. 지난 2019년 선종하시기 전, 나를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갔을 때 손등에 두 번씩이나 입을 맞추시며“고맙다. 사랑한다”고 말씀하셨던 지정환 신부님. 그리고 이틀 후 하나님 곁으로 가신 지정환 신부님이 올가을에는 더욱 그립다. 지정환 신부님의 임실군과 군민을 위한 고귀하고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으며, 인구 3만의 작은 농촌지역의 기적을 만들어 낸 ‘대단한 축제’로 기록될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하겠다. /심민 임실군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3.09.19 19: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