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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전북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짐작도 할 수 없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우리나라에서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원제 ‘노르웨이 숲’)으로 출간돼 큰 인기를 끈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소설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삶의 방향을 잃고 공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주인공을 묘사하면서⋯. 소설은 청춘의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삶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불쑥불쑥 찾아오는 죽음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면서 겪는 상실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지금 전북도민의 심경이 소설 말미의 주인공 모습과 닮아 있다. 허무하고 허탈하다. 허망하게 밟히고, 빼앗기고, 잃었다. 다시 ‘상실의 시대’다. ‘어디서나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균형발전을 외치던 정권은 졸렬한 억지 주장을 내세워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곳을 가차 없이 짓밟고 있다. 지역사회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채 사라지는 ‘소멸의 시대’가 앞당겨질까 걱정이다. 20세기 산업화 시대, 철저히 소외돼 상실의 시대를 살다가 부여잡은 기회의 땅 새만금에 30년 넘게 공을 들이며 집착했다. 계획대로라면 진작 번듯한 수변 관광도시가 돼 있어야 할 곳이다. 그랬다면 그곳에 야영장이 설치되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고, 행여 도움이 될까 기대했던 국제행사는 되레 새만금의 발목을 잡았다. 정부가 새만금 SOC 예산 칼질에 이어 아예 기본계획을 재수립하기로 했다. 잼버리와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오비이락(烏飛梨落)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하필 이 시점에 20년 넘게 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전주 KCC이지스 프로농구단이 연고지를 부산으로 옮겼다. 일사천리였다. 구단에 지역을 떠날 명분과 구실을 쥐어준 전주시에 비난의 화살이 쏠린다. 체육관 신축과 관련해 지자체의 속 터지는 행보를 기업 시각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와서 책임을 따지고, 떠나간 구단과 기업을 성토한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부질없다. 떠나지 못하는 농구팬과 시민의 상실감을 보듬는 게 먼저다. 추석이 코앞인데 농도 전북의 민심이 바닥부터 흔들린다. 대책 없는 쌀값 폭락에 풍년이 들어도 농심은 근심이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온몸으로 울부짖는 리더가 없다. 그저 시늉만 낸다. 민심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한 선출직들의 공허한 외침은 상실감만 키울 뿐이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청년들을 억지로라도 붙잡아보려 했다. 그런데 이제 떠나려는 그들을 붙잡을 논리도 힘도 없다. 상실감에 빠져 무기력해진 도민의 감정이 여기저기서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바꿔낼 힘이 없는 분노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그나마 분출되는 분노의 에너지를 모아내 희망으로 승화시키지 못한다면, 갈 곳 없는 그 미약한 기운은 결국 좌절과 체념으로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체념이 아주 편안하게 다가올까 걱정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9.04 13:46

토종콩 향토기업 살리기, 지자체가 나서야

해독력과 약성이 뛰어나 ‘약콩’이라 불리는 토종 ‘쥐눈이콩’을 발굴해 식품화한 향토기업을 살려내기 위해 시민들이 나섰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전주에서 20년 넘게 오로지 국산 토종콩으로만 청국장·두부 등 콩식품을 만들어 전국적 유명세를 탄 향토기업 ‘함씨네 토종콩식품’이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특허를 받은 ‘쥐눈이콩 마늘청국장 환’ 등 토종콩식품 생산설비까지 다 잃게 생겼다. 지난 6월 공장이 경매로 넘어갔고, 이달 부동산 인도 강제집행을 앞두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전북도가 ‘대한민국 농생명산업의 수도’를 기치로 내걸고 농생명·식품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식품기업의 현 상황이 못내 아쉽다. 함정희 대표는 우리 콩 식품 연구·개발에 몰두하면서 국산 콩 알림이·토종콩 지킴이로 명성을 얻었다. 가격이 수입콩의 무려 10배에 달해 사업성이 떨어졌지만 우리 콩을 지키려는 열정과 고집으로 역경을 이겨냈다. 새로운 가공방식을 개발해 특허도 받았다. 함 대표는 이 같은 공로로 동탑산업훈장을 비롯해 대통령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고, 2019년에는 한국노벨재단으로부터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의 현실은 냉혹했다. GMO(유전자 변형식품) 걱정 없는 국산 콩을 고집하면서 원가 과잉으로 경영위기를 맞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한순간에 빚더미에 앉았다. 함 대표를 응원해 온 지역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후원회(함씨네 토종콩 살리기 운동본부)는 ‘토종콩식품 원천기술이 담긴 생산설비를 잃게 되면 함 대표가 그간 노력해온 토종콩 식품 연구·개발 성과가 모두 사장될 수 있다’며 공공기관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한다. 함씨네 토종콩식품은 전주와 전북의 정체성, 그리고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농생명·식품산업)에 가장 부합하는 기업이다. 전북도와 전주시 등 각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지역의 성장동력 산업을 이끌 수 있는 이름난 향토기업을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더 늦기 전에 전주시와 전북도,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 등 관련 기관이 관심을 갖고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9.03 17:37

정부는 새만금 이차전지, 차질없이 추진하라

요즘 새만금이 동네북이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기 때문이다. 항만과 도로 등 주요 SOC 사업 국가예산이 80% 가량 깎였다. 거의 폭망 수준이다. 여기저기서 울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사실 33년째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은 죄가 없다. 잼버리 행사에 잠깐 몸을 내어줬을 뿐이다. 정부와 조직위, 전북도가 잼버리 실패의 책임을 져야하는데 새만금에 화풀이를 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어디 새만금이 한 두해 하고 끝날 사업이더냐. 벌써 8명의 대통령을 거쳤다. 앞으로도 수십년 동안 진행돼 비좁은 대한민국의 ‘희망의 땅’이 되어야 할 소중한 국가 자산이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새만금의 전 과정을 돌아보고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한덕수 총리가 국토부 장관에게 지시한 “새로운 빅 피처(큰 그림)” 마련이 전화위복이 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큰 그림이 나오기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린다. 2025년 12월까지 새만금기본계획(MP)을 새로 짠다고 한다. 이 중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차전지 특화단지 활성화다. 정부는 지난 7월 새만금지역을 울산, 오창, 포항 등과 함께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이차전지는 '제2의 반도체' ‘향후 50년 먹거리’ 등으로 불리는 미래 핵심기술 중 하나다. 그런 만큼 정부도 가장 시급한 국가역점사업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새만금은 이차전지 산업의 적지다. 최근 3년간 LG 화학, SK온, LS, 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굵직한 기업이 입주했거나 착공을 기다리고 있다. 투자금액만 7조8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이번 새만금의 국가예산 삭감으로 기업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새만금에 ‘통 큰 투자’를 한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물류 수송 등이 큰 걱정이다. 이차전지는 전 세계적으로 투자 열풍이 불어 향후 몇 년이 중요하다. 그런데 새만금 SOC가 늦어지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새만금의 방향 등을 검토하는 것은 좋으나 새만금에 투자했거나 하고자 하는 이차전지 기업이 불안하게 만들어선 안된다. 정부의 정책에 호응해 투자를 결정한 만큼 그에 걸맞는 조치를 해야 한다. 오히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 용기를 갖고 세계적인 경쟁에서 승리하도록 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9.03 17:37

민주당 의지에 달린 전북예산

여야가 내년 4월 총선에 사활을 걸었다. 국힘은 지난 대선 때 0.73% 차로 신승을 거뒀으나 민주당이 168석으로 국회 권력을 장악해 자신들의 의지대로 국정 운영을 할 수 없다면서 국민들한테 기회 있을 때마다 힘을 실어달라고 지지를 호소한다. 민주당은 검찰 독재정권이 국정 운영을 파탄냈다면서 정권 견제를 위해 민주당을 지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잼버리 실패에 따른 전북 책임론을 집중 부각시켜 새만금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그 이유는 선거 때마다 전북에서 민주당 일당독식구조를 만들어줬고 새만금사업을 돈 잡아먹는 하마 정도로 인식시켜 대폭적인 예산 삭감을 강행했던 것. 특히 정부여당이 새만금 예산을 지원한다고 해도 내년 총선 때 전북에서 표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차라리 그럴 바에는 더 많이 표가 나올 수 있는 지역에 예산을 쏟아붙는게 낫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도민들은 연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와 국힘을 성토하기 바쁘다. 실컷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시절부터 새만금에 기업들이 바글거리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는데 무슨 이유로 돌변해 새만금 관련 예산을 78%나 대폭 삭감시켰는지 이해가 안간다 면서 전북은 이 나라가 아니냐 고 불만을 떠뜨렸다. 특히 정부가 최근 새만금을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하자 기업들이 9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서면서 개발 붐이 일고 있는데 새만금 SOC 관련 예산을 싹둑 자른 것은 새만금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문제는 정부예산안이 국회로 이송되었기에 국회 심의과정에서 민주당이 전북의 억울한 측면을 얼마나 잘 대처해주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전북 정치권이 대응한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식이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똘똘 뭉쳐 삭발투쟁에 나서는 등 강력 대응 했어야 했지만 그 타이밍을 놓쳤다. 지난 주말 전북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광주출신 박광온 원내대표를 만나 전북민심이 폭발 일보직전에 놓여 있다고 전하면서 당에서 사태 해결에 나서주도록 요청했다. 그간 민주당을 일관되게 지지했다가 이런 일이 생겼기 때문에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 강하게 대응토록 해야 한다. 특히 새만금핵심사업인 공항신설사업이 착공단계에서 멈추면 새만금개발사업이 전반적으로 뒤틀릴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책임짓고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간 보수정권마다 광주전남북이 민주당으로 똘똘 뭉친 것에 불만을 갖고 뭔가 갈라치기해서 새판을 짤려고 했다. 다른 때와 달리 잼버리 실패에 따른 전북 책임론을 집중 부각시키면 어느 정도 명분이 맞아떨어졌다고 판단, 보수 대결집을 위해 새만금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서 다른 지역 SOC 사업 예산을 증액시켰던 것이다. 지금은 도민들이 총궐기해서 민주당으로 하여금 삭감된 예산을 증액토록 촉구하는 작전을 펼쳐야 한다. 그래도 제 역할을 못하면 내년 총선 때 낙선시켜야 한다. 도민들이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극복 못하면 전북은 영설 땅이 없게 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9.03 17:37

자연재난, 철저한 사전대비가 중요하다!

전 세계가 날로 커지는 자연재난 앞에 노출되어 있다. 유럽은 최근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과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고, 호주는 대형 산불로 대한민국 국토의 두 배가 넘는 면적이 불에 탔다. 이뿐이랴, 미국 플로리다를 덮친 허리케인는 엄청난 폭우를 쏟아부었고,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은 하와이 역사상 가장 큰 재난 피해를 남겼다. 이제 우리나라도 자연재해에서 안전할 수 없는 나라다. 2020년 6월 시작해 54일 동안 내린 집중호우로 대한민국 전체가 큰 수해 피해를 입었으며, 2022년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로로 서울 강남이 침수되고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지난 7월 계속된 장마로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하천 범람과 산사태가 발생해 인명피해는 물론 큰 비극적 상황을 겪어야 했다. 이제는 자연재해가 매년 꼭 한 번은 거쳐야 하는 일상이 되어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거기다 장수군의 경우 지난 7월 29일 저녁 장수 북쪽 17km 지역에서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하며 지진의 위험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017년 전북대 산학협력단이 광주단층에 속하는 진안 용담에서 활성단층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원인에 대한 조사가 더 필요하겠지만 장수군도 이제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닌 것이다. 자연재해를 피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홍수나 산사태에 대비해 제방을 쌓고 농로를 보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다. 이에 장수군에서는 올해 7개 읍·면에서 긴급 소규모 정비사업을 할 수 있는 예산을 2배 증액해 재해 위험이 큰 시설 및 지역을 사전에 미리 보수·공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난 5월 장수군 신규 재해위험지구를 8개로 늘려 국비를 확보해 위험지구개선사업을 추진하며 안전한 장수군 조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이러한 사전 대비 덕분에 올해 긴 집중호우와 지진에도 장수군은 큰 피해없이 무사히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앞으로도 장수군은 안전분야의 재정을 더욱 튼튼히 해 자연재해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각 읍면에서 자율적으로 신속하게 피해복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적응금융’이라는 개념이 있다. 국가나 지역공동체가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재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연재난으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가 점점 커지는 현 상황 속에서 재해취약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은 물론, 공공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최훈식 장수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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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03 17:36

새만금 신항 2026년 개장 물 건너가나

최근 잇달아 귀를 의심케 하는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 들었다. 새만금 잼버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잼버리 파행에 대한 전북 책임론이 불거지더니 잼버리를 핑계로 전북이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챙겼다는 프레임이 씌여졌다. 곧이어 급기야 새만금 내년도 SOC 사업 예산이 대폭 싹둑 잘려 나갔다. 부처 예산 요구안에 비해 무려 78%나 줄어 최종적으로 정부 예산안이 확정됐다. 더 나아가 이제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지시로 새만금 기본계획(MP)이 다시 재검토의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한마디로 예상치 않게 생겨난 일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 라고 하지 않을 수없다. 우선 당장 오는 2026년 개항을 앞두고 있는 새만금 신항에 초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해양수산부가 신항 건설과 관련,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예산의 74%가 삭감됐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가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내년도 사업 예산은 관리 부두및 북측 호안건설 149억 원, 접안 시설 축조 916억 원, 북측 진입도로 개설 308억 원, 항로및 박지 준설 201억 원, 방파제 연장 등 기타 58억 원으로 총 1677억 원이었다. 오는 2026년 신항의 차질없는 개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예산이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에서 반영된 예산은 26.1%인 438억원에 불과했다. 이 예산은 접안시설 축조 사업 요구 예산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접안시설을 계획대로 축조할 수 없다. 이 예산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된다면 신항의 2026년 개장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다. 한창 개장 준비로 부산한 새만금 신항 건설에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신항의 개장에 가슴이 부풀었던 전북도민은 뒤통수를 한대 맞은 것같이 머리가 멍할 뿐이다. 1990년대 새만금 신항만 건설기본계획 수립때부터 올해까지 투자된 예산은 8155억 원이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2026년 개장을 위해 추진해 왔고, 추진해야 할 사업들이 중단되거나 공기가 연장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럴 경우 이미 투입된 정부 예산의 투자 효율성이 크게 훼손된다. 또한 각종 세부 사업들의 일정이 지연되면서 추가적으로 예산 낭비를 불러 올 공산이 크다. 예산 부족으로 케이슨 등 콘크리트 공종의 연속 타설이 불가능해 짐으로써 품질 하락은 물론 추가 안전관리비용이 소요된다. 준설공사가 지연되면서 매립 이후 추진되는 후속 공사인 진입 도로와 접안시설 공사가 잇달아 순연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시공사로부터 공기 연장에 따른 간접비(현장 관리비)의 청구 요청으로 불필요한 국가예산의 낭비가 뒤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2026년 개장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정부의 신뢰 추락은 물론 실망감, 좌절감, 소외감, 허탈감을 안겨주면서 전북도민들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는 점이다. 과거 30여년 동안 역대 정부는 새만금을 정치적으로 활용해 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새만금이 정치적으로 희생양이 될 처지에 놓였다. 국회심의 과정을 남겨 놓고 있어 아직 내년도 예산은 확정되지 않았다. 도내 정치권은 물론 도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3.09.03 17:32

익산보석 48년의 의미와 보석문화거리

익산의 귀금속보석공업단지는 1976년 문을 열었다. 준공 당시 이곳의 공식명칭은 ‘이리귀금속보석수출공업단지’였다. 수출전용공단이었고 이곳에서 생산된 귀금속보석은 물론 수입하는 원석까지 철저하게 국가통제를 받았다. 그로부터 48년의 길지 않은 세월 동안 이곳은 말 그대로 흥망성쇠를 다 겪었다. 처음 이곳을 개척한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 인근에서 내려운 보석 연마사들이었다. 국내에서 보석의 원석을 다룰 줄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곳에 공장을 차린 연마사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중에 1980년대 들어서면서 큐빅 지르코니아라는 합성석 연마기술이 대히트를 쳤다. 이곳은 순식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큐빅을 수출하는 곳이 되었고 한때는 1만여명에 가까운 근로자들이 모여들었다. 사람이 모자라자 전라도는 물론이고 충청 지역 일대까지 돌아다니며 중학교를 갓 졸업했으나 가난해서 진학을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야간학교를 약속하고 데려다 일을 시켰다. 80년대 중반 이리 보석산단은 늘 사람이 넘치고 돈이 흘러다니는 곳이었다. 그러나 영광의 시간은 짧았다. 91년 정부가 보석수입을 전면 자유화하면서 이곳은 속절없이 쇠퇴해갔다. 많은 업체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기술이 뛰어난 연마사들과 세공사들은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2020년을 전후로 이 공간은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약촌오거리에 호텔과 비즈니스센터가 들어서면서 거리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보석단지 내 몇몇 눈 밝은 업체들이 도로방향으로 매장을 열었다. 민간에서 시작된 이 작은 변화는 보석단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익산의 보석산업이 망가졌다 해도 몇 십년 이곳에서 보석을 깎고 귀금속을 세팅했던 장인들은 남아있었고 이들을 중심으로 보석기업들도 힘겹게 버텨내고 있었다. 40여년전 이곳에서 야간학교를 다니며 기술을 익한 까까머리 소년들이 아직도 그 시절을 기억하며 이곳을 지키고 있다. 2021년 법정 문화도시를 준비하던 익산시와 익산문화도시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문화도시는 문화를 통한 도시의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었고 5년간의 지원사업을 통해 도시문화가 지역경제와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을 추구했다. 익산문화도시는 제조업으로 구분되던 보석산업을 문화산업으로 바꾸는 것을 익산문화도시의 특성화 전략으로 제시했다. 지난 48년 동안 이곳은 한국 보석산업사의 중심이었고 지금도 원석을 직접 수입해서 연마하고 귀금속으로 세공하는 전 과정이 이루어지는 유일한 곳이다. 이곳에서 작년에 처음 열린 보물찾기축제는 이러한 변화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그 가능성을 탐색한 축제였다. 그리고 올해 보석업체와 장인들은 이곳을 보석문화거리로 부르기로 하고 선포식을 열었다. 국가산업단지가 보석문화거리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아직은 이름이 바뀐 것에 불과하지만 자꾸 그 이름으로 부르면서 변화는 더 빨라질 것이다. 보석문화거리는 기존의 소규모 공장들을 공방형태로 전환시켜 장인들을 육성하고, 보석과 귀금속 매장을 열어 시민들의 보석체험과 판매가 이루어지며, 귀금속 관련 학과를 졸업한 청년들이 다양한 디자인을 실험하고 경쟁하며 성장하는 장소를 꿈꾸고 있다. 장인들과 청년들을 양성하기 위한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고, 이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수시로 아트페어를 열어 청년장인들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 폐쇄되어 수십년간 방치된 폐공장이 아니라 살아있는 공장들이 공방으로 바뀌고 근로자가 장인으로 바뀌는 역사가 이곳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원도연 (원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3.09.03 17:31

[금요수필]요양원 블루스

요양원에서 20년을 누워계시던 동생의 시어머니가 향년 97세로 세상을 떴다. 향년이란 말에 울컥했다. 향년이란 살아서 누린 나이를 말하는데 과연 살아서 누린 세월이었을까? 77세에 입원해 20년을 요양원에서 살았으니 살아있되 살아있었다고 할 수 있었을까? 막내아들과 막내딸이 2~3년 사이 암으로 세상을 떴는데 가족들은 한동안 말을 못했다. 그런데 노모는 속도 모르고 막내들은 왜 안 오느냐고 섭섭해 했다. 후에 막내들이 세상 뜬 사실을 알고 빨리 아들, 딸 곁으로 데려가 달라고 죽는 날까지 기도만 했다니 마음이 아팠다. 동생과 통화하는데 수화기 너머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호상이란 말이 부모에겐 당치않은 말일 것 같은데도 잔치마당 같은 웃음소리를 들으니 오래 산다는 일에 피로감이 몰려오며 씁쓸했다. 동생 시어머니의 20년 요양원 생활은 과연 어땠을까? 묻히지만 않았지 이미 요양원에 들어온 77세에 죽은 건 아니었을까? 가물거리는 기억력과 싸우던 일, 가족들을 몰라봐 애태우던 시간들,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던 생명줄, 어눌해진 목소리와 둔한 몸짓,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호흡만 겨우 유지하는 억지 장수까지 평균 수명에 포함 시킨 100세시대를 재앙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오죽하면 재수 없으면 120살까지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까? 호주의 104살 학자 데이비드 구달은 안락사가 허용되는 스위스로 가서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생을 마감했다. 죽지 못해 아니, 죽을 수 없어 사는 삶은 너무 비참하며 구달 박사의 죽음을 이긴 용기가 위대해 보였다. 죽음은 신의 영역이라 감히 거역할 엄두도 못 낼 일이 아니었던가. 음악을 들으면서 죽음을 맞는 것은 죽음의 공포와 엄숙함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오만한 죽음을 휘두르는 여유처럼 멋있어 보였다. 27세에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요절한 미국의 가수 제니스 조플린이 자기 장례식에 와서 울지도 말고 밤새 춤추고 노래하라고 했을 때, 좀 충격적이었지만 특별해서 따라 하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 <천년학>에, 죽어가는 노인 앞에서 흥타령 '꿈이로다'를 부르던 오정해와 나비처럼 흩날리던 벚꽃 잎을 잊을 수가 없다. 죽음과 노래는 아주 별개의 것 같지만 참 친밀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가는 길, 흥겨운 노래든 슬픈 노래든 누군가 노래를 불러준다면 무서움도 아득함도 없을 것 같다. 두려운 영혼이 위로받기에는 음악만 한 것도 없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상여 소리가 그렇고 서양 장례식에서 부르는 찬송가도 그 맥락이다. 요즘 난 독특하고 흥미 있는 노래에 빠져있다. '슬프지만 안 슬프다. 비극적이지만 흥겹다.' 인디뮤지션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이 부르는 '요양원 블루스'라는 노래다. 요양원의 한 할머니가 노상 흥얼거리는 노래를 편곡한 것이라고 한다. 가사는 가슴이 찡하고 짠한데 듣고 있으면 어깨가 들썩이며 흥이 난다. 마치 슬픔이 정화되는 듯 위안이 된다. 다 살았네 다 살았어/나이는 많고 다 살았네/죽을 날만 기다리니 일쑤/어서어서 죽어 저승으로 가서/우리 아들 훨훨 날게 해주시여/주여 어서어서 죽어 저승으로 가서/얼쑤 우리 아들딸 훨훨 날게 해주시여/주여주여... 할머니는 손뼉을 치며 한숨을 쉬듯 노래를 부른다. "이런 사람은 쓸디가 없응개 저승에서 데려 가덜 안혀."라며 투덜댄다. 세상 뜨는 일이 저렇게 기쁠 수가 있구나. 꼭 시의 제목이 아니라도 참으로 눈물겨운 세상이다. △최화경 수필가는 <좋은문학>으로 등단했다. 행촌수필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문협, 전북문협, 전북수필, 영호남수필 회원이며 수필집 '음악없이 춤추기', '달을 마시다', '낮술환영'등 수필집이 있다. 한국수필가상, 원종린수필문학상, 대한민국문학예술상대상, 전북수필문학상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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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31 17:53

새만금 잼버리의 뒤끝

잼버리 파행 책임을 둘러싼 ‘전북 덤터기’ 는 결국 새만금 예산 칼질이었다. SOC 사업 내년 예산이 기재부 심사에서 75%나 삭감됐다. 마치 잼버리 파행에 대한 그 책임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타시도 현안 사업 예산의 증가와 대조를 이루면서 새만금은 올스톱 위기에 놓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내년 출범 예정인 전북 특별자치도까지 들먹이고 있다. 중앙 유력 언론에서 "잼버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특별자치도냐" 며 자격 시비를 끄집어낸 것이다. 전북 책임론 공격 패턴과도 같다. 최근 흐름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해 강하게 일었던 정부와 조직위 책임론이 양상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잼버리 초반 파행 책임 논란의 중심에 섰던 5인 공동위원장 체제 문제점과 조직위 운영의 무사안일함, 김현숙 장관의 무책임한 언행 등은 전북 책임론이 급부상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30년 넘게 진행된 국책 사업 새만금을 잼버리 파행과 꿰맞추려는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북도에 대한 감사원 감사의 ‘표적 논란’ 이 끊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잼버리 파행의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상황에서 갑자기 새만금 사업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돌려 융단폭격을 가했다. 자연스레 정부 책임론이 잦아들면서 대신 전북이 도마에 오른 셈이다. 전라북도 입장은 처음부터 명확했다. 김관영 지사가 밝혔듯이 감사 결과에 따라 귀책 사유가 나오면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자세였다. 새만금 야영지에서 조기 철수하면서 전북에 대한 총공세는 본격화됐다. 파행 책임을 개최지인 전라북도로 사실상 규정하고 이를 비판하는 정치권 성명과 중앙 언론 기사들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초기 논란을 잠재우고 안정을 되찾아가는 새만금에서 태풍 변수로 인해 갑작스럽게 철수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했다. 미처 준비가 안된 채 군사 작전하듯 강행한 시도 분산 배치도 혼란과 시행착오를 겪긴 마찬가지였다. 비록 대원들이 최신식 숙소와 풍부한 먹거리, 엄선된 관광 문화 체험을 통해 융숭한 환대를 받았지만 근본적으로 ‘야영대회’ 라는 잼버리 취지는 무색해졌다. 한쪽에선 11월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불똥이 튀는 걸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한다. 단지 개최지란 이유로 새만금과 전북은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치권 셈법은 이런 배경을 감안해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다. 국민의힘이 거세게 몰아붙인 강공 모드는 그동안 공들인 노력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심지어 이젠 전북을 포기했나 싶을 정도로 맹공을 퍼부었다. 실제 자신들에겐 이곳이 전통적으로 취약지인 데다 민주당 강세인 점을 고려하면 화력은 더욱 불을 뿜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국회를 장악한 168석 거대 민주당 의원의 역할이다. 예산 심의에서 새만금 사업 예산을 살려놓지 못하면 텃밭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민주당의 존재 이유는 희미해지고 엄중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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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8.31 17:16

불안한 여름이 지나간다

아마도 2023년 여름은 잔인한 계절로 기억될 것 같다. 하루 걸러 하루 꼴로 뉴스에는 지금껏 들어보지도 못한 범죄들, 자극적인 이슈로 떠들썩 했다.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7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 ‘묻지마 범죄’들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온라인 상으로 무차별 살인 예고가 돌았고, 뉴스가 퍼지자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과 단톡방에서도 난리가 났다. 한편으로 그날 내가 있는 곳이 예고 지역이 아니라는 데에 약간 안도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뭔가가 굉장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치안 강국이라고 그렇게 떠들지 않았나. 대체 무엇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묻지마 범죄’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동기 없이 저질러지는 범죄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동기 범죄’, ‘이상동기 범죄’라고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묻지마 범죄’를 보며 불안을 느꼈던 건, 마치 폭력성이 전염이라도 되는 양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진 모방 범죄 예고, 그리고 ‘장갑차’가 등장한 거리의 풍경 때문이었다. 정부는 일련의 사건들을 ‘테러’로 규정하며 ‘특별치안강화’ 및 ‘머그샷 강제 공개’를 대응책으로 내세웠다. 법무부는 사법입원제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은 경찰에게 ‘저위험 권총’ 보급을 확대하고 흉기대응 장비를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이러한 대응책이 정말 ‘묻지마 범죄’를 과연 예방하는데 얼마나 유효할까?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를 쓰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말한다. 범죄 발생동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찾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범죄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원인을 ‘사이코패스’, ‘조현병’같은 정신장애나 질환으로, 정확한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는 개인의 특성을 마치 윤리적인 문제로 몰아가고 배제와 차별의 담론을 재생산한다. 그런데 이게 정말 범죄의 근본 원인일까? 그것은 확실하지 않다.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들이 효과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들은 위력을 통해 범죄 발생을 억누르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불안감을 조성한다. 인권을 침해하고 공권력이 남용되지 않는다는, 내가 그 무고한 피해자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범죄를 막는 데 치한 강화는 필요하다. 아마 당장 범죄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시점에서 형량과 징벌적 대책들은 당장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는 쉬울 것이다. 하지만 억누르기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위기에 직면했을 때, 치안강화와 두 가지 대책이 같이 추진되어야 한다. ‘묻지마 범죄’들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하려는 노력, 그리고 시민들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노력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고립’이 ‘묻지마 범죄’, 그리고 이를 모방한 유사 모방범죄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 유사 모방범죄들이 실제 범죄로 이어지기보다 대부분 익명성에 기대 관심을 끌기 위한 범죄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사회적 고립’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공일랩(01ab)의 사례에 주목해볼 수 있다. 대학생 네 명이 만든 사이트 ‘테러리스’는 온라인에 올라온 범죄 예고 지역을 표기하고 검거현황 및 허위정보인지 진위를 알려준다. ‘묻지마 범죄’를 막을 수는 없지만, 사전에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시민들의 불안을 덜어준 사례다. 어쩌면 위기에 빠진 우리의 불안을 덜어주는 건 경찰의 ‘저위험 권총’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무엇보다 이런 대응매뉴얼, 정보에 대한 공유일지도 모른다. /오민정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생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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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31 15:30

'동원지정 방침'은 어떻게 되나요?

병력동원소집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부대편성이나 작전에 소요되는 병력을 적기에 충원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소집으로, 지방병무청장이 입영부대별로 소집할 사람을 평시에 지정 관리합니다. '동원지정 방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예비군은 '연차 이내자'와 '연차 초과자'로 구분합니다. '연차 이내자'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은 6년차 이내, 병은 4년차 이내입니다. '연차 초과자'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은 7년차에서 해당계급 연령 정년까지, 병은 5년차에서 8년차 까지입니다. 참고로 '해당계급 연령 정년'은 장교는 대장 63세, 중장 61세, 소장 59세, 준장 58세, 대령 56세, 중령 53세, 소령 45세, 대위~소위 43세까지 이며, 준사관 및 부사관은 준위 55세, 원사 55세, 상사 53세, 중사 45세, 하사 40세까지입니다. 그리고 '병'의 경우 예비역·보충역의 병은 40세, 전시·사변이나 동원령이 선포된 경우는 45세까지입니다. 동원 4단계(M+30)까지의 증·창설부대와 손실보충부대는 평시에 지정하고, 동원 5단계(M+31∼)이후 소요되는 손실보충부대는 입영일자 6일 전까지 소집부대장이 소요를 제기하고 지방병무청장이 입영일자 4일 전에 동원 지정합니다. 해당연도 전역자는 병력동원훈련소집 종료부대에 지정하되, 제주지역과 공군조종사 특기는 병력동원훈련소집이 종료되지 아니한 부대에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병력동원훈련소집은 실시하지 않습니다. '연차, 특기, 역종별 동원지정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연차 이내자'를 우선 지정하고, 자원부족 시 '연차 초과자'로 지정합니다. 동일연차내에서는 적소특기자를 유사특기자보다 우선지정합니다. 보충역을 제외하고 예비역 위주로 최근 전역자를 우선지정합니다. 다만, 보충역 중 병무청에서 복무 후 소집 해제된 사회복무요원 및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와 공중보건의사, 공중방역수의사, 공익법무관 등은 지정할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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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31 15:29

책상 위 돌은 왜 흐느끼는가

강가에서 주워온 돌 하나가 책상 위에서 가만히 흐느끼고 있다. 그대는 듣는가, 책상 위에서 돌이 혼자 흐느껴 우는 소리를. 나는 새를 쏘았던가? 저 돌은 내가 쏘아 떨어뜨린 새인가? 지난여름 초목을 태울 듯 하던 불꽃 더위가 잦아들고 소슬한 바람이 분다. 복숭아를 좋아하던 용접공은 연애에 빠지고, 줄장미가 붉은 꽃을 피웠던 여름은 지나갔다. 나이 어린 이모가 시골집 뒷곁에서 석류나무에서 몰래 딴 석류를 먹는 계절이 온다. 한때 번성하던 것은 시들고 바스라지며 우리에겐 관조의 시간이 배달되는 것이다. 가을 저녁엔 후박나무 잎사귀가 붙잡고 있던 나뭇가지를 슬그머니 놓치고 제 풀에 내려앉는다. 저렇듯 땅으로 하강하는 조용한 시간이여, 나는 유랑의 무리와 그 속에 고립된 나를 가만히 돌아보련다. 봄엔 산등성이 비탈밭에 심은 사과나무 700그루에 퇴비를 주고 농약을 치고, 늦가을엔 마가목 열매를 따서 설탕을 쏟아부어 과실주를 담그려고 했다. 동지 때면 호롱불 아래서 권정생의 동화책이나 읽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작은 꿈들은 산산이 깨졌다. 하우스 농사를 지으며 농협 빚만 늘었다고 울분을 토해내던 영농후계자들이 서울에서 넥타이를 매고 다단계 회사에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다. 여름내 식빵을 한 조각씩 떼어 입에 넣으며 '성문종합영어'와 '수학의 정석'을 붙들고 있었지만 학업은 고만고만했다. 술에 취하면 '사랑과 평화'의 노래를 불러 제끼고, 나중에 사법고시를 패스해 변호사를 하겠다던 이종사촌은 모의고사를 망치더니 거제도에 내려가 용접공이 되거나 원양어선을 탈거라고 떠들어 댔다. 나 역시 대학입시를 엎고 정음사판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전권이나 독파하기로 결심하고 풋풋한 눈썹을 밀고 토방에 들어갔다. 가을이 오니, 온갖 추억이 방울방울 떠오른다. 내가 열아홉일 때 대수학과 절대음감은 언감생심이었으니 출세에는 관심이 없었다. 상업고교를 졸업하고 시중 은행에 들어가 창구 직원으로 일하다가 감리교회의 신자 아가씨와 눈이 맞아 조촐한 살림을 꾸리며 1남 2녀를 기르며 살고 싶었다. 내가 진학한 상업고교에는 소설을 잘 쓰는 최재섭과 제홍만이 선배로 버티고 있었다. 한때 문학도였던 이들을 보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제홍만은 소설은 진작에 작파했다고 했다. 그는 날마다 영어단어 50개씩을 외우며 전액 장학금을 받더니 졸업식에서 국무총리상을 받고 곧 외환은행에 특채되었다. 훗날 그가 우수행원에 뽑혀 마드리드지점에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최재섭은 서울시청 앞 백남빌딩에 있던 대한항공을 다녔는데, 그는 자주 가난한 후배와 함께 명동의 카페 떼아뜨르에 가서 연극을 보았다. 명지대학 야간부 영문학과를 마치고 미국 유학을 떠난 그를 다시 만난 건 16년 뒤 뉴욕에서다. 1991년이던가? 미국 굴지의 보험회사 부사장으로 입신양명의 꿈을 이룬 그가 뉴욕에서 발행되는 미주 한국일보에 난 내 인터뷰 기사를 보고 연락을 해왔던 것이다. 인생에는 꽃향기와 행운, 실패와 배신, 비탈과 암초가 따른다. 나는 들국화 더미 같이 살뜰하게 살진 못했다. 스물넷에 신춘문예에 당선한 뒤 시집 몇 권을 내고, 출판사 창업을 했다. 감리교회를 다니지는 않았으나 참한 처녀와 결혼도 하고, 여뀌같이 어여쁜 아들 둘과 딸 하나를 식솔로 건사하며 가장 노릇을 해냈다. 그 일을 믿기 힘들 정도로 능란하게 해냈다. 뒤늦게 수영을 배우고 근육을 키웠다. 아이들 셋은 백화점 문화센터의 수영 강습반에서 생존수영을 배우게 했다. 서울 하계올림픽 마라톤 경주가 열리던 날 경주마처럼 질주하던 선수들의 역주와 잠실 주경기장의 폐회식 세레모니를 보며 웬일인지 암담해진 채 불안에 떨었다. 나는 새벽에 들이닥친 검찰 수사관들과의 임의 동행 뒤 서울검찰청 특수2부에서 피의자 심문조서를 작성하고, 저녁 8시쯤 영장이 떨어져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언제나 나쁜 일들은 한꺼번에 닥친다. 가정도 사업도 다 깨졌다. 주말마다 가족과의 외식으로 한일관 불고기를 사 먹고, 서울 연고구단의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을 데리고 잠실야구장엘 가려던 꿈도, 휴일마다 목욕탕에 가서 어린 아들에게 등을 맡겨 밀려던 꿈도 찰나의 꿈인 듯 사라졌다. 아, 고요한 시절이 오기란 아예 글러버린 것인가? 나는 무슨 새를 쏘아서 떨어뜨렸던가? 새는 돌이 되어 저렇게 책상 위에서 흐느끼던가? 낙엽을 밟고 오는 계절이여, 가을 저녁 횃대에 올라가 길게 울던 수탉이여. 나는 계좌이체로 자동 납부하던 녹색당 당비를 더는 내지 않으련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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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31 15:29

KCC 농구단 빼앗긴 전주시 뼈아픈 실수다

낚시하는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는 놓친 물고기”라고 한다. 사냥하는 이들도 주의해야 할게 있는데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무려 22년간 전주시민들과 애환을 함께 해왔던 전주KCC를 놓친 전주시가 바로 이런 격이다. 저간의 사정을 들어보면 반드시 전주시만 100% 잘못했고, 전주KCC는 전혀 흠이 없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볼때, 전주 시민들의 자존심이나 마찬가지인 KCC를 떠나보낸 전주시는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게됐다. 전북 출신으로 KCC 전주공장장을 지냈던 이중길씨의 헌신적인 노력끝에 농구단이 전주로 온게 벌써 22년 전인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빼앗겼다. 최근들어 벌어진 상황만을 놓고보면 지역팬들을 깡그리 무시한 전주KCC의 행태는 대기업과는 거리가 먼 천민자본주의의 속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서 여간 실망스런게 아니다. 하지만 1년전, 5년전, 10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훌쩍 전주를 떠나버린 KCC의 연고지 이전 문제는 그 귀책사유를 전주시에서 찾지 않을 수 없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KCC이지스 농구단의 연고지 이전 신청을 승인하자 전주시는 지난 30일 입장문을 내고 시민과 팬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KCC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했다.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변명에 불과하다. KCC 농구단의 연고지 이전 결정에 시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알기나 하는가. KCC는 언론을 통해 이전설을 흘리고 전주시의 거듭된 면담 요청에도 KCC는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하니 몰상식한 처사임엔 분명하다. 하지만 멀리는 김완주 전 전주시장때부터 농구장 보완 문제가 거론됐고 특히 김승수 전주시장은 7년전, 늦어도 2023년말까지 체육관 신축을 약속하면서 수원 연고지 이전을 백지화시킨 바 있다. 우범기 시장 또한 전임 시장때 약속돼 있던 체육관 신축을 못했고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사태가 더 악화됐다고 한다. 뒤늦게 전주지역 농구팬들과 상공인, 사회단체 등에서 KCC 부산 이전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극히 미지수다. 전주시는 빗발치는 전주지역 농구팬들의 항의가 들리지 않는가. 팬들뿐 아니라 전주시민들의 허전한 마음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곧바로 답변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전주시의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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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31 14:08

전주농협 조합장 비리의혹, 신속한 수사를

농민과 함께 반세기의 역사를 이어온 전주농협이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역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농민 조합원들의 걱정과 혼란이 크다. 과다한 부동산 매입을 놓고 터져 나온 조합장의 비리 의혹이 인사 문제로까지 번졌다. 직원 승진과 전입, 정규직 전환, 신규채용 과정에서의 조합장 비리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농협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파문은 더 커지고 있다. 급기야 노조가 나섰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주농협분회는 8월 30일 전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장의 인사 비리와 부동산 매입 의혹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노조는 조합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전주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지역농협의 주먹구구식 부동산 매입은 결국 조합원인 농민들의 피해로 돌아온다. 조합 임원들의 방만경영, 부실경영이 계속되면 조합원들은 고된 농사로 한 푼 두 푼 어렵게 모은 돈을 하루아침에 모두 잃을 수도 있다. 부실경영으로 농민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또 노조가 제기한 인사비리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구직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의 입사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조직 운영의 건전성을 해치는 일이다. 조직의 현재와 미래를 흔들고 있는 엄중한 사안이다. 게다가 현직 조합장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항간에는 조합장 가족의 비상식적인 납품거래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언제 또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 지 모른다. 논란의 중심에 선 현 조합장은 지난 3월 선거에서 3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각종 구설수에 오르면서 조직 안팎에 논란을 불렀다. 오죽하면 조합원들이 다시 들고일어났겠는가. 농협은 조합원인 농민들이 민주적·자주적으로 운영하는 협동조직으로, 농촌과 농민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조합장의 비리 의혹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된다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 전주농협이 신뢰를 회복해 농촌과 농업·농민을 위한 조직으로서 제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각종 의혹에 대한 사법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 조직과 조합원들의 혼란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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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8.31 12:35

등자와 야전삽, 그리고 첨단 무기

첨단무기라는 단어에 독자 분들께서는 F-35, 토마호크,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떠올리실 것이다. 첨단무기는 첨단기술의 집합체로서 전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등 강대국은 무기개발 시 자국의 첨단 기술역량을 총체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첨단무기는 지나치게 고가인 경우가 일반적이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첨단기술을 보유하지 못하여 개발 자체를 꿈꾸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첨단무기를 첨단기술의 집합체로만 한정할 필요가 있는가? 기존의 무기에 신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첨단무기와 같은 역할을 한 사례를 소개한다. 먼저, 1950년대의 수류탄이 드론을 만나 러시아 탱크의 천적으로 변신한 사례이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례로, 우크라이나 드론부대는 회전날개 8기를 장착한 옥토콥터에 50년대 개발된 곤봉탄을 결합하여 300m 고공에서 투하, 러시아 군의 전차, 장갑차의 취약한 상단을 정확하게 타격하였다는 것이다. 옥토콥터는 약 1천만원, 곤봉탄은 13만 원에 불과하다. 러시아 전차는 최소 10억 원을 호가하니, 구형 곤봉탄이 드론이라는 신기술과 결합하여 최고의 가성비를 갖춘 첨단무기로 변신한 것이다. ‘등자’와 ‘야전삽’ 역시 그렇다. 등자는 말 안장에 연결해서 기수의 양발을 받쳐주는 도구이다. 등자의 발명 전에도 기병은 활용되었지만 양손을 활용하여 전투에 임할 수 있는 기병을 양성하는 데에는 수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등자가 도입된 후부터 양 손으로 방어무기와 공격무기를 동시에 활용하거나 몸을 돌려 뒤 쫓아오는 적을 향해서도 활을 쏠 수 있는 안정적인 자세 유지가 용이해졌고 기병의 양성도 단기간에 가능하였다. 이후 보병 중심의 군 체계는 기병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일찍이 등자를 도입한 게르만 민족은 기병을 중심으로 군을 재편하여 보병 중심의 로마제국을 멸망시키기에 이른다. 야전삽! 중세의 영주들은 성을 쌓아 자신의 영지를 지키려 했고, 전쟁은 주로 이 성을 공격하는 공성전의 형태로 벌어졌다. 거대한 성벽이 제공하는 방호력은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공격을 방어하는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거대한 성을 쌓아 방어하는 방식은 포병의 출현으로 사라진다. 우뚝 솟은 성은 포병의 쉬운 먹잇감이 된 것이다. 이러한 포병에 개인 병사가 대응하는 장구가 야전삽이다. 야전삽은 병사에게 수 십분만에 거대한 성과 유사한 수준의 방호력을 제공한다. 게다가 땅 속으로 파고들어 포격 대상으로 삼기에도 쉽지 않았다. 야전삽이 병사들의 개인 장구로 지급된 것은 1910년대로, 1차 세계대전은 지리한 참호전으로 전개되었다. 위 사례에서 기존 무기체계가 신기술과 창조적으로 결합되면 첨단무기로 재탄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북도의 방산 허브화! 경량성, 고강도의 탄소소재 등 신기술을 기존 무기체계에 덧입혀 가성비 높은 첨단무기로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불시일번한철골 쟁득매화박비향(不是一翻寒徹骨 爭得梅花撲鼻香)! 당나라 황벽선사의 오도송이다. 한차례 뼈에 사무치는 추위를 겪어보지 않고서는 매화가 콧속을 파고드는 향기를 얻을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전북도는 부가가치로 되돌아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소재 산업에 우직스럽게 투자해 왔다. 많은 아품의 시간을 견뎌왔다. 이제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을 때이다. 창조적인 방식으로!!!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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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30 18:19

동학농민혁명 기록…이제는 세계화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행사가 29일 정읍에서 열렸다. 이날 기념식과 함께 열린 학술대회 주제는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세계화’였다. 이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신순철 이사장은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는 것은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의미와 그 기록물 가치를 세계가 인정했다는 것”이라며 “남은 과제인 ‘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지난 5월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6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결정됐다. 2015년부터 추진작업을 벌여 8년만에 등재된 것이다. 아다시피 동학농민혁명은 국운이 기울기 시작한 19세기 후반 반봉건·반외세의 기치를 높이 든 동아시아 최대의 근대화운동이었다. 내부적으로 갑오개혁을 이끌었고 항일 의병투쟁과 3·1운동, 4·19 의거로 이어졌다. 또 중국의 근대화운동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한국이 번영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발판이 된 셈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동학농민군은 전라도 각 고을 관아에 치안과 행정을 담당하는 민·관 협력(거버넌스) 기구인 ‘집강소’를 설치했다. 이는 19세기 당시 신선한 민주주의 실험이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제 기록물의 세계화를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기록물을 잘 보존·관리하면서 최대한 활용해 세계인의 기억으로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기록물은 공문서, 재판기록, 일기, 문집, 회고록, 임명장 등 대부분이 전통 한지에 기록한 문서 및 책자로 되어 있다. 또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을 비롯해 고려대 도서관, 국가기록원, 국립고궁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국사편찬위원회, 독립기념관, 서울대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 천도교 중앙총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등 11개 기관에 산재해 있다. 이들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공개하고 여러 형태의 책자나 앱툰, 시청각자료로 만들어 연구자나 학생,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번역은 물론 원재료를 바탕으로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로 활용토록 해야 한다. 또 새로운 자료를 계속 발굴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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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30 18:18

홍범도 vs 백선엽

함석헌 선생은 ‘해방이 도둑과 같이 찾아들었다’며 해방이 갑자기 이루어진 것처럼 적었다. 그러나, 해방은 미국의 원폭투하나 연합국의 승리로 갑자기 온 것이 아니었다. 우리 민족의 끈질긴 독립투쟁의 산물이었다. 동학혁명에서 항일의병까지, 압록강을 건너간 독립군들과 중국과 연해주에서 벌어진 무장투쟁에 이르기까지, 독립운동은 국내‧외에서 줄기차게 벌어졌다. 그중에는 변절자도 있고 부역자도 있고 이름 없이 쓰러져 간 영웅들도 있다. 이제 우리는 해방이 노력 없이 갑자기 온 것도 아니고 처절한 독립투쟁을 해온 애국자들의 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때아닌 역사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역사학계 안팎의 학자들이 아닌 대통령 입에서 시작되었다. 결정판은 육사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려는 시도로 나타났다. 우리에게 ‘봉오동 전투’로 익숙한 홍범도 장군은 1868년 평양에서 태어나 개마고원 일대의 포수로 활동하다 일제의 국권 침탈과 총기 수거 명령에 반발해 항일 운동에 투신했다. 가장 빛나는 항일 성과로 평가받는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를 지휘했다. 홍범도 장군을 포함한 독립영웅 5인의 흉상이 육군사관학교에 세워진 것은 독립영웅을 기리는 것과 함께 국군의 역사적 정체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국군은 창군 과정에서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이 다수였지만, 국군의 뿌리는 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른 한 편에 백선엽이 있다. 백선엽은 만주국 군관학교 출신으로 항일독립운동 세력을 가장 악랄하게 탄압한 ‘간도특설대’에서 활동하면서 조선인으로 조선인을 때려잡겠다는 일제의 ‘이이제이’의 선봉에서 복무했다. 한국군은 창군 초기 백선엽 같은 만주국과 일본육사 출신이 다수였다. 이들은 5‧16쿠데타의 주역이었고 이들의 후예들은 12‧12군사반란의 수괴였으며, 80년 5‧18광주학살의 주범이기도 했다. 이들에게 국가는 충성의 대상이 아니라 권력 장악의 수단이기도 했고, 국민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학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과거 독립운동의 역사는 반쪽이었다.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은 남북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다. 독립운동 연구가 진전되고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민족주의냐 사회주의냐는 독립유공자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게 되었다. 그런데, 다시 이념 구분이 부활했다. 말로는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고 하면서 같은 방향을 봐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이념과 지역에 따라 성별과 계층으로 나누는 갈라치기가 완벽히 부활했다. 통합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요즘은 선과 악, 죄와 벌에 익숙한 검사가 한 나라를 끌고 가면 어떤 재앙이 생기는지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당장 낡은 이념 전쟁을 중단하라. 대한민국은 이미 민주주의 국가이고 다양성이 실현된 사회이다. 남과 북의 차이는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전체주의, 시장경제와 통제경제의 차이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독재의 차이 즉 다양한 이념과 유일이념의 차이다. 민주주의의 장점인 다양성을 없애는 것은 전체주의의 길로 가는 것이며, 나치가 걸은 파시즘일 뿐이다. 이미 망해버린 공산주의와 싸우겠다는 어설픈 ‘뉴라이트’의 역사전쟁을 당장 멈추기 바란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이념의 잣대에 따라 사실을 선택하고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억압을 정당화하는 것은 자유도 민주주의와도 거리가 멀다. ‘전쟁유공’ 백선엽의 간도특설대 복무는 사실 그대로 기록해야 한다. ‘독립유공’ 홍범도의 흉상은 육사 교정과 국방부 청사에 그대로 있어야 한다. /김성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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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30 17:42

강남8학군과 에코시티

서울시 종로 북촌길에는 정독도서관이 있는데 원래 경기고가 있던 자리다. 60년대말부터 70년대초 경기고는 졸업생의 절반이 넘는 300명 이상이 해마다 서울대에 합격하는 유일한 고교였다. 서울고, 경복고가 200명 안팎의 합격자를 내면서 경기고와 함께 3대 명문고로 불렸다. 전북에서는 유일하게 전주고가 경기여고, 경남고, 부산고, 경북고, 광주일고 등과 더불어 100명 이상의 서울대 합격자를 내면서 어깨를 나란히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강남, 서초 등을 분리해서 고교 배정학군을 만든게 8학군의 시초다. 강남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강북에 있던 경기고를 비롯, 서울고, 휘문고, 중동고, 경기여고, 숙명여고 등을 반강제적으로 이전하면서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1번지가 됐다. 세칭 5대 공립고인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 경동고, 용산고 중 강남지역이 개발될때 각 학교마다 동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기고는 강남구, 서울고는 서초구로 이전하면서 자사고 이상의 진학실적을 거두고 있다. 반면 종로에 있는 경복고, 성북구 경동고, 용산구 용산고는 과거의 명성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사립학교 역시 강남구 중동고와 단대부고, 강동구 배제고 등은 이전 혜택을 톡톡히 봤다고 한다. 그런데 전주지역 고교, 특히 인문계 고교는 지역에 따라 집중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 신시가지 주변에는 전일고, 기전여고, 호남제일고, 전주사대부고, 동암고 등이 있고, 조금 범위를 넓히면 상산고, 한일고, 해성고, 완산고까지 집중돼 있다. 반면, 전주 동부권의 경우 전주고, 전주제일고, 유일여고, 중앙여고 정도가 있는 정도다. 신흥 개발지인 혁신도시에는 양현고 하나가 있으나 에코시티의 경우 고교가 아예 없다. 학교 신설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나온 고육지책이 기존 학교의 에코시티 이전 이었으나 지난 2021년 말 전북사대부고 이전과 관련한 찬반 투표 결과, 학생·학부모·교직원 등 총 1422명 중 92.3%인 1016명이 송천동 에코시티 부지내로 학교 신설 이전을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동창회의 반대도 거셌다. 이런 상황속에서 최근 교육계의 핫 이슈로 송천동에 있는 전라고 이전 문제가 급부상했다. 의결권은 없지만 학교 이전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총동창회에서 오는 9월 3일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해 그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다. 전라고 총동창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에코시티로의 이전 및 남녀공학 전환에 따른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일부 동문들은 처음엔 남녀 공학에 대해 반대 하는 등 거부감도 없지 않았으나 우수학생 확보 등 장기적 안목에서 이전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한다. 취학연령 감소로 인해 학생 확보는 참담한 상황인데 에코신도시의 경우 3만여 인구가 있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라는 거다. 만일 이전할 경우 현재의 전라고 자리에 교육당국에서 어떤 시설을 갖춰 송천동 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할지도 관심사다. 이르면 9월중 마무리 될 에코시티 고교 이전 문제가 어떻게 귀결될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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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8.30 15:17

교육계 원로로서 전북교육에 고함!

우리 고장 전라북도는 과거 호남권역의 큰 축! 전라도의 중심이자 한양 다음으로 2대 도시였던 전주! 지금은 과거의 영광...... 전북은 1인당 소득수준 전국 최하위, 인구 감소율 전국 1위, 11개 시·군 지역소멸 예상, 교육 수준 전국 꼴찌가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역사상 최악의 실패로 끝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전북을 더욱 고립 되게 만들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현 전북은 ‘위기 중 최악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도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지 않으면 회생할 수 없는 지경까지 추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40여 년 동안 교육자로 봉직하며 8월 말 교직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전북교육에 고언을 드린다. 전북의 희망과 미래를 위해서 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 기초·기본부터 바로 세우는 전북교육을 만들어야 한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에 사로잡혀 교육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소수의 편협된 시각과 이념으로 전북교육을 재단해서는 안 되고,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오롯이 교육 한길만을 보고 전북도민이 함께 교육을 바로 세워야 한다. 전북교육의 기초·기본학력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평가(시험)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기초·기본학력 증진을 위해서는 평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평가(시험)를 실시하자는 말을 하는 것은 과거 지향적이며, 교육적 자질이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되어진다. 교육계 대부분도 평가(시험)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지만 의사표현을 주저하는 실정이다. 현 교육감조차 평가(시험)라는 명확한 단어보다 진단모의고사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기초·기본학력을 점검하자는 말로 어감을 약화하여 표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삶의 대부분이 평가를 통해 이루어지고 결정되는 현대사회에서 아이들이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최근 언론을 통해 전임 교육감이 일부 교원단체와 맺은 협약으로 3월에 실시되는 전국단위 고1 모의고사를 전북만 보지 않고 6월에 실시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모의고사를 3월에 보는 것은 비교육적이고, 6월에 보는 것은 교육적이라고 볼 수 있는가?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교육에 있어 완벽한 정답을 찾기란 어렵다. 평가 역시 정답이라 단언할 수 없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임 교육감의 평가(시험) 폐지는 다양한 요인이 있었겠지만 결국엔 우리 아이들의 기초·기본학력을 전국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아이들의 기초·기본학력을 향상시켜 전북교육의 미래를 밝게 만들 수 있다면 평가를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서열식 줄 세우기 평가는 지양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평가를 실시하면 될 것이다. 또한 교사는 학생 평가를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는 교권 확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현 교육감은 전임 교육감부터 시작된 교육의 작은 움직임들을 모아 전북교육의 미래를 위한 태풍의 눈을 만들어 교육 대전환을 획기적으로 이끌어 내야 하는 사명을 띄고 있다. ‘위기 중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통찰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주어야 하고, 이념정치에 이끌리지 않고 침체된 교육을 발전시켜 나아가길 갈망하며, 오직 전북 미래교육 성공을 위한 한길만 보고 정진하길 바란다. 이제 교육계의 원로로서 전북교육의 변화를 응원하며 전북교육의 영광을 되찾길 바란다. /이상덕 전북교육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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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3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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