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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린받는 간병인 인권 보호책 마련을

직업에 귀천이 있을까만, 급격한 초고령사회에 접어드는 요즘 간병인만큼 착취와 인권유린을 당하는 직업군을 찾기도 쉽지않다. 친자식도 자기 부모를 제대로 봉양하기 어려운 사회환경 속에서 모두가 꺼리는 일을 하는 간병인은 누구보다도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하고 특히 직업인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전북 요양환자는 5만 5616명이고 이를 관리하는 요양보호사는 2만 5945명에 달한다. 고령화 추세가 가장 가파르게 진행중인 전북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수치다. 그런데 이들의 일상을 보살피는 간병인은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적용이 안 돼 대표적으로 을질을 당하는 공간에 내몰리고 있다. 폭언이나 성추행을 당해도 당장 먹고살기 위해서는 문제를 일으키기 어렵기에 신고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들은 간병만 하는게 아니다. 일상적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각종 크고작은 일을 해야한다. 무시당하거나 폭언 피해를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간병인의 도움이 절대적이나 일부 환자의 추행과 폭언은 도를 넘기 일쑤다. 결론은 사적 간병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호 장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근로기준법상 간병인은 요양보호사, 간호사와 달리 가사(家事) 사용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일을 하다 다쳐도 산재보험 혜택에서 제외되며 임금에서도 최저임금법도 적용받지 못한다. 대다수 간병인들은 간병인센터를 통해 일을 구하는데 쥐꼬리만한 월급에서 수수료를 공제한다. 간병 파산, 간병 전쟁, 간병 지옥이란 말까지 있다. 간병으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큰가를 잘 보여주는 단어들이다. 요양시설 종사자도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이다. 사랑과 존중을 받아 마땅한 특수직종이라는 얘기다. 요양 환자의 학대가 가끔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간병인들에 대한 법적, 제도적 보호장치다. 급격한 고령화는 멈출 수없는 사회적 추세며, 부모를 돌봐야 할 자녀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개인이 돌봄비용을 감당하는게 점점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요양 환자의 인권을 제대로 확보하려면 이들을 케어하는 간병인들의 인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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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9.26 11:54

불로소득 자본주의, 지대로 빼앗고 지역은 무능하다는 프레임까지 씌워

작년 선배교수가 영국 경제학자 브렛 크리스토퍼스의「Rentier Capitalism(2020)」를 함께 번역하자고 했을 때 rentier capitalism은 이미 ‘불로소득 자본주의’라는 용어로 정리되어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들추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rentier(지대수익 추구)는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의 수익 창출이라는 단순한 개념을 훨씬 뛰어 넘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여 자신이 기여한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뽑아내는 행위를 가리키기 때문에 불로소득이란 용어가 더욱 적절하리라 싶다. 지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경쟁이 제한되거나 아예 경쟁을 사라지게 만든 상황에서 (희소)자원을 소유·통제하거나 지배함으로써 도출되는 비생산적 부문의 소득을 의미한다. 최근 철도파업이 벌어진 원인처럼 효율과 경쟁을 앞세워 공공부문을 줄곧 민영화하거나 규제완화하려는 시도 역시 지대추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에너지, 교통, 통신, 철도, 전력, 의료와 같은 집합적 필수자원이 소수 자본에게 사유화되면 당연히 독점과 강력한 시장지배력으로 적정 가치를 넘는 초과지대가 발생한다. 불로소득이 노동소득을 약탈하면 소비 구매력이 줄어들어 경제는 침체에 빠진다. 시장지배력으로 땀 흘리지 않고도 돈을 버는 불로소득 기업가들은 혁신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양극화된 불평등은 심화되어 파국의 길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 독점화와 권력집중으로 강력한 지배력을 확보한 비경제적 권력이 취약한 타자에게 끊임없이 비용지불을 압박하는 조건에서도 지대는 발생한다. 수도권은 인구의 절반이 집중하고 정부 공공기관, 교육과 의료기관, 법인 본사, 첨단산업과 제조업을 비롯한 모든 기회와 정보가 몰려있어서 독점지대를 발생시킨다. 지역의 대기업과 대형유통망을 통한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은 물론 고가의 교육과 의료기관 접근에다 자녀들의 수도권 정착비용까지 3%(GRDP) 비중의 최하위 전북경제는 힘겹기만 하다. 고가의 부동산 비용은 지역경제까지 메말린다. 서울에서 수도권을 거쳐 지역에 이르기까지 지대추구를 매개로 피라미드 구조로 이어져있음이다. 한국의 불로소득 자본주의가 지역을 갉아 먹고 소멸위기로 몰아가는 상황은, 자기 꼬리를 잡아먹으며 마침내 자멸하는 뱀과도 같은「식인(카니발) 자본주의(2023)」(낸시 프레이저)의 모습이다. 단계적으로 윗돌이 아랫돌을 짓누르며 기생하는 불로소득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위계화되어 있다. 그것은 수능성적으로 줄 세워진 1등과 꼴등의 사다리꼴 모형에도 투영된다. 이번 잼버리 사태에서도 드러나듯 중앙은 유능하고 전북이 무능하다는 여당의 책임 떠넘기기는 지역을 이간시키고 종속화하여 지대 추구를 정당화한다. 뺏는 자의 최선은 뺏기는 자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혐오하고 무력화하는 일이다. 브렛 크리스토퍼스는 불로소득 자본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역 공동체 부의 형성’(지역 살찌우기)와 지역의 재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전북의 지역문제도 지대 추출의 불로소득 자본주의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지역순환의 내생적 발전과 더불어 분권, 자치, 연대가 왜 필요한지도 정확히 알게 된다. / 원용찬 전북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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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5 17:39

신흥계곡, 도라지밭 옆에서

어느 봄날이었나, 아니 여름날이었나, 길게 산책을 하면서 이런저런 잡념을 추스르느라 나비 한 마리 눈길을 끌지 못했는데, 마짐바위에 이르자 문득 그 잡념이 소슬하게 가셨다. 무심하게 하천에 눈길을 돌리다 작고 동그란 까만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수달이었다. 수달은 나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듯이 물 위에 평화롭게 하늘을 향해 배를 드러내고 그렇게 누워있었다. 순간 그 천연한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서 있었다. 이후 신흥계곡에서 수달을 본 적이 없다. 신흥계곡은 점점 변해갔다, 뜨거운 여름날에도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기가 꺼려질 정도로 해캄과 수초로 덮여 버린 곳을 수달이 다시 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듯하다. 다시는 그 천연한 귀여운 모습을 보던 계곡으로 되돌리기는 더더욱 어려울듯하다. 다만 내 머릿속에서만 수도 없이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수달과의 만남은 속 깊이 커나가는 아픈 기억이 되었다. 작년 7월, 늘 다니던 길을 벗어나 신흥계곡 상류에 있는 신흥골로 접어들었다. 이곳은 좁은 오솔길이 깊숙이 나 있었지만, 인적이 없는 울창한 검은 숲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얼마 걷지 않아 가던 길을 포기하고 되돌아감으로써 안쪽으로 깊숙이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그랬던 신흥골에 난리가 났다. 깊숙한 좁은 오솔길은 사라지고 포클레인과 트럭이 오가고 있었다. 두려움을 줄 정도로 원시림 같았던 검은 숲이 속절없이 훼손되고 있었다. 태풍과 소나기가 쏟아지던 7월 장마 중에 깊은 산골 숲속에선 산을 뭉개고 길을 내고 그 길 끝에 3m는 족히 넘는 축대를 쌓아 거대한 인공의 섬을 만들었다. 그 섬을 만든이는 도라지밭이라 우겼다. 섬이든 도라지밭이든 그 앞에서 미래에 대한 위협을 느꼈다. 마치 ‘위험사회’의 바벨탑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바벨탑은 무너지기 위해서 쌓는 것이 아닌가! 동식물과 인간으로 구성된 지구 속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저 벌거벗은 모습이야말로 실제 나의 모습 같아서 두려웠다. 마짐바위 옆 개울에서 천연하게 나를 바라보던 수달의 모습 같아서 두려웠다. 나무가 베어지고 동물들이 사라지는 곳에서, 나 자신은 희생자라 느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 따라서 가장 어리석은 시대”(웬델)에 살고 있다.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시대인지라 산골이라 하여 피해갈 수는 없는 것 같다. 이후 가끔씩 동무들과 도라지 한뿌리 없는 도라지밭으로 걷는다. 불법으로 조성된 도라지밭은 1년이 훨씬 지나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고, 큰비에 이미 위험을 예상했던 것처럼 벌거벗은 주변은 이리저리 골이 파여 어수선하다. 어찌하여 이들은 이토록 잔인하게 자연에 상처를 입히고 위협을 가하는 것일까? 소문은 무성하나 “다만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걸어가는 일”(권경인) 뿐이어서 걷는다. 태양은 빛나고, 훈풍이 살살거리는 완벽한 날이었다. 깊은 산속 도라지밭 옆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소리에 이끌려 모두 양말을 벗고 그 쨍한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느리지만 숙지게 걸으면서 여기까지 온 동무들이다. 평평한 바위를 찾아 잠시 머무르니 머릿속까지 얼얼해지며 마음이 움직인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아주 단순한 행위가 지금 여기 있는 동무들을 ‘우리’라는 연대의식으로 묶어 놓았다. 아, 내가 열렬히 좋아했던 것은 바로 이런 느낌이었구나! “개인은 자신의 장소와 별개가 아니다. 그가 바로 장소이다.”(에드워드 랠프) /이선애 농부∙완주자연지킴이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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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5 17:38

전북인이여  항거합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전북은 위기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새만금 관련 2024년도 국가 예산을 78% 삭감했습니다. 가히 충격적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윤석열 정부가 우리하고 지리적으로 이웃하고 있는 충남이나 전남지역의 국책사업 국가 예산을 78%나 삭감할 수 있을까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느 지역이든 그런 행위를 하게 되면 엄청나게 큰 정치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하필 전북에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구실삼아 국가 예산 삭감을 보복적으로 했을까요. 이유는 전북은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예산으로 보복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한 거죠. ‘전북은 국가 예산을 보복적으로 삭감당해도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반응한다 해도 전국적 여론 흐름에 영향력이 적어서 파괴력이 없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 전북을 이렇게 알고 예산삭감을 결행한 것입니다. ‘위기와 기회는 공존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이 지금 ‘전북의 현 상황하고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진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전북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현재는 위기이지만 앞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집권 세력인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평소 전북에 대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르게 대응하여 의외의 모습으로 그들을 놀라게 할 것이냐! 아니면 그들의 생각대로 주저앉을 것이냐! 이제 선택은 우리에게 넘겨졌습니다. 집권 세력인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국가예산을 마치 본인들의 쌈짓돈을 쓰듯 그들과 함께하는 집단의 요청에는 선심성 예산을 듬뿍듬뿍 퍼주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는 앙갚음을 하듯 절대적으로 필요한 예산마저도 삭감해 버리는 행태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첫 번째. 우리 전북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정치 지도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밤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삭발과 단식을 행위에서 그치지 말고 그 결의를 지혜로 이어가며 행동하여 결실을 맺어야 합니다 두 번째. 우리 전북은 행동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중앙부처의 모든 예산을 복원해 내야 합니다. 혹자는 이럽니다. ‘이번 사태를 국민의힘 어느 후보는 선거전략으로 활용하려 한다. 윤석열 정부가 전북의 새만금 관련 예산을 내팽개치듯 두들겨 패놓은 상태에서 전북도민의 결집 된 반발과 민주당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2024년도 국가예산 통과를 저지하면 집권 세력인 윤석열 정부는 새만금 관련 예산을 선심 쓰듯 되돌려 놓을 것이다. 그러면 전북지역 국민의힘 출마 후보자는 이를 자기의 공으로 돌려서 자기가 해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선거용으로 사용할 것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시나리오입니다. 이런 시나리오가 들리는 것도 정말 전북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합니다.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국가 예산임을 무시하고 장난치듯 하는 집단이 현 집권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도민 여러분! 전북의 새만금 국제공항 총사업비는 8천억원 규모입니다. 반면 부산가덕도 신공항 총사업비는 13조원 규모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마저 새만금 국제공항 올해 예산은 89%가 삭감되었습니다. 국가 예산으로 전북을 비웃고 무시하고 멸시하는 현실에 분개합시다. 전북도민들은 현실 상황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전북도민의 우롱을 반드시 심판해야 합니다. 동학혁명의 후예답게 분연히 일어나 전북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의 자존감 수립을 위한 항거에 동참합시다. / 박진만 전라북도건축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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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5 17:38

지나친 상업화로 정체성 훼손된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이 지나친 상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패스트푸드점과 조잡한 외국산 기념품, 크게 늘어난 전동차 등이 난립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하던 한옥마을이 ‘기와지붕만 한옥으로 씌운 관광지’로 변해 버렸다. 이처럼 정체성이 훼손된 것은 코로나19로 묶였던 관광객이 몰려든데다 상업화가 급격히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일 한옥마을 일원의 허용 음식 품목 및 건물 층수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전통문화구역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이 고시되면서 기름에 물을 부은 꼴이 되었다. 개정 고시에 따르면 일부 프랜차이즈와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하고 한식 중식 일식 등의 입점제한이 풀렸다. 또 건축물 층수도 한옥마을의 핵심거리인 태조로·은행로에 한해 지상 2층이 허용되고, 전 지구에 지하층도 허용되었다. 상업허가 요건도 종전 폭 8m이상 도로에 접한 대지에서 6m이상으로 완화했다. 이로 인해 대로변 상가에는 탕후루, 닭날개볶음밥, 타코야끼 등 중국 대만 일본 등에서 비롯된 길거리 음식이 중요 상점을 석권했다. 대로변 상가 164곳 가운데 관광지형 가게만 54.9%인 90곳이 들어선 것이다. 또 2015년 당시 1-2개 업체에 불과하던 전동차 대여업이 최근에는 26개 업체로 늘어 400여대 이상이 운영되고 있다. 전주시는 이 같은 규제 완화로 지난해 1129만명이던 관광객 수가 올해는 1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상업화로 땅값이 상승하고 소음과 교통난 등 주거환경이 악화되자 마을주민들은 떠나고 한옥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만 몰려들었다. 2010년 2083명이던 한옥마을 주민들이 지난해 908명으로 반토막 이하가 되었다. 주거지이자 관광지라는 한옥마을의 핵심가치가 무너진 것이다. 1930년대부터 교동과 풍남문 일대에 들어선 660여 채의 한옥마을은 가장 한국적인 정서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주목받았다. 한국관광공사가 2년마다 뽑는 ‘한국관광 100선’에 6번 연속 이름을 올렸으며 도심속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한옥마을은 지금 너무 많은 관광객으로 인한 오버투어리즘과 원주민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전주시는 관광객 유치도 좋으나 지속 가능성, 정체성 훼손, 무체류형 관광 등 속도와 방향을 좀더 고민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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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9.25 17:38

새만금 산업용지 선제적으로 확보를

잼버리 파행에 이은 새만금사업 전반에 대한 중단 또는 지체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어떤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코 놓치지 않아야 할게 있다. 바로 새만금 SOC 확충과 적기에 산업용지를 확보해야 하다는 것이다. 특히 새만금 산업용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느냐 못하느냐는 결국 새만금 전반은 물론, 크게 보면 국가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을 좌우할 만큼 중차대한 문제다. “물 들어올때 노를 저여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때 하는 말이다. 그런점에서 새만금개발청이 다음 달 새만금 산단 잔여 공구(3·7공구)를 당초 계획보다 1년 더 빨리 착공키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판단이다. 현재 조성된 새만금 산단(1·2·5·6공구)의 면적은 810㏊(8.1㎢)로 이 가운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산업용지 면적은 526㏊(5.3㎢)다. 올해 63㏊(0.63㎢)가 추가 분양돼 8월 말 기준 누적 분양률은 69%다. 투자협약 면적 68㏊(0.68㎢)를 포함한 분양률은 82%다. 남아 있는 94㏊(0.94㎢)도 구체적인 투자 협의가 진행되고 있어 올해 분양이 모두 완료될 예정이다. 정부가 새만금 기본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2차전지 등 첨단산업 기업들이 입주할 산업용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새만금 산업단지는 각종 세제혜택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으로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급증하면서 사실상 완판 상태다. 지난해 6월 새만금을 첫 번째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하고 입주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하면서 기업유치가 탄력을 받고 있다. 더욱이 지난 7월 새만금 일대가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공장 증설을 하려는 국내 기업이 새만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 재검토 중인 새만금 기본계획안에서 농지 비중을 줄이고 산업단지를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후문이다. 총 면적 409㎢에 해당하는 새만금은 현재 산업연구용지인 1권역이 전체 25.6%(74.4㎢), 농지가 들어서는 농·생명권역이 35.6%(103.6㎢)인데 이 비율을 다시 조정할 소지가 커 보인다. 다만, 잼버리와 아무 관련도 없는 새만금사업에 대한 계획이 변경되는 동안 자칫 시간만 낭비될 소지도 크다. 논란과는 별개로 새만금 산단 부지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산단 잔여 공구 조기 매립은 미루거나 논란을 벌일 문제가 아님을 거듭 강조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9.25 14:55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책 읽기

‘그래도 괜찮을까?’ 지난 2009년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디지털 교과서 실험 연구학교’였던 전주 용흥초등학교에서 ‘디지털 교과서 체험행사’가 열렸다. 이날 교사와 학생들은 시범수업을 통해 ‘종이 없는 미래교실’의 모습을 보여줬다. 학생들의 책상에는 교과서와 노트·필기구 대신 학습전용 단말기(태블릿PC)와 전자펜이 놓였다. 또 교사는 분필이 놓인 녹색 칠판 대신 무선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대형 전자칠판에 멀티미디어 수업자료를 불러내 설명했다. 가까운 미래 현실이 될 새로운 교육환경을 미리 본 필자의 소감은 디지털 교과서와 전자칠판 등 첨단 디지털 기기가 바꿔놓을 미래 교실에 대한 기대가 아니었다. 그보다 앞서는 걱정이 있었다. ‘아이들이 종이책과 연필을 놓으면 책 읽기·글쓰기와도 멀어질 텐데, 그래도 괜찮을까?’ 시대에 동떨어진 구닥다리 사고를 이후에도 좀처럼 버리지 못했다. 당시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 시범학교를 늘려 2013년부터는 모든 초·중·고교로 확대, 종이 교과서 시대의 막을 내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좀 늦어지기는 했지만 그때 본 ‘미래의 교실’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현실화됐거나 현실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1~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에듀테크 박람회’에서 2025년부터 도입 예정인 AI 디지털 교과서를 선보였다. 디지털 기기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잃은 것, 지금 잃고 있는 것도 되짚어 봐야 할 때다. 특히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교육 현장에서 심도 있게 생각해볼 일이다. 우려가 적지 않다. 디지털 기기가 읽기·쓰기 등 리터러시 능력과 기초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걱정이다. 그리고 이런 걱정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우리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거에 비해 독서량이 적고, 글을 잘 쓰지 않아서다. 글씨도 개발새발이다. SNS를 통해 짧고 간단한 의사소통만을 주로 해온 탓에 글이나 말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데 서툴고, 복잡하고 긴 문장의 해독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스웨덴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몇몇 국가에서는 디지털 교육에 제동을 걸고, 아날로그로 회귀하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기기 활용교육을 중단하고, 인쇄된 책을 읽고 종이에 글을 쓰도록 하는 아날로그 교육을 강화한 것이다. 무르익는 가을, 독서의 계절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잠시 꺼두고 손때 묻은 종이책 한 권씩 들고 아이들과 함께 나무 밑 벤치에 앉아 밑줄 그어 가며 독서 삼매경에 빠져 보면 어떨까. 우리 아이들에게 종이책을 읽고 원고지에 손글씨로 독후감을 써보도록 하면 어떨까. 어느 날 갑자기 교육 현장에서 아날로그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훅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9.25 12:20

군산시간여행 축제와 함께 근대문화의 역사 기억해요

역사는 인류사회의 발전과 관련된 의미 있는 과거 사실들에 대한 인식과 그 기록을 말한다. 특히 군산의 근대문화역사는 우리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영원히 볼 수 없도록 폐기할 것인가, 아니면 보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했다. 1900년대 초부터 1945년까지 일제강점기 시대의 역사가 한반도 곳곳에 남아 있지만 전국적으로 그 유산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곳 중에 한곳이 바로 군산이다. 지난 1899년 5월 1일 군산항의 개항은 일본의 한반도 침략 발판이었으며 100여년이 지난 지금 군산시 장미동과 월명동, 신흥동 등 군산 내항 일대에는 일제 강점기 군산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군산은 근대문화유산 도시답게 군산만이 지니고 있는 자산과 잠재력을 활용해 지역 독창성을 담은 시간행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에는 오는 10월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시간여행마을 일원에서 진행된다. 지난 2013년 첫 개최된 군산시간여행은 일제 강점기 수탈의 만행 속에 군산 공동체의 고통과 항거, 치열한 삶의 역사를 공유하고 새기는 근대 군산으로의 시간여행을 시작으로 시간을 되돌려 근대 이전 과거로 그리고 현대를 지나 미래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군산의 정체성을 대내외적으로 드러내고 새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시민·관광객 등 축제 참가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참여형 축제로 화합의 장을 마련함과 동시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수탈에 대한 고통을 상기해 보는 교육의 장 역할도 하고 있다. 벌써 11회째를 맞는 시간여행축제는 민간주도형 축제로 전환해 매년 소주제를 정하고 있다. 전국 최대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한 문화체험형 관광축제이자 4년 연속 전라북도 최우수 축제, 문화체육관광부 예비문화관광 축제로 선정되며 이제는 지역 축제가 아닌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번 축제는 ‘군산시간여행, 100년의 미(味)를 찾아서’라는 주제와 ‘근대의 맛’을 축제 테마로 정했으며 무엇보다 기존보다 시민참여를 강화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근대역사문화의 정체성을 보다 집중적으로 구현하고, 아울러 시간여행퍼레이드, 군산대한독립만세 미션게임, 군산공룡대탐험, 군산항 밤부두 콩쿠르 등 과거와 미래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컨텐츠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어 시간여행의 묘미와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 축제 속의 작은 페스티벌인 군산짬뽕페스티벌이 축제기간동안 군산시 동령길(장미동)일원 짬뽕특화거리에서 같이 열려 다양한 이벤트와 세계의 이색 짬뽕을 같이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는 군산 짬뽕의 맛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며 먹방 여행의 성지로 떠오르자 이를 좀 더 음식문화 관광으로 활성시키기 위해 짬뽕특화 거리를 조성하고 관련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는데, 갈수록 관광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축제에 참여하는 업소는 짬뽕특화 거리 입점업소 9개소뿐만 아니라 지역 내 짬뽕 맛집 5개소 등도 함께한다. 이 시기에는 어느 지역, 어느 곳을 가더라도 각자의 색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축제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군산에 오면, 오직 군산만이 갖고 있는 색과 멋, 그리고 맛으로 군산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물들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일 하기 좋고, 책 읽기 좋고, 즐길 거리 많은 좋은 계절 가을, 제11회 군산시간여행 축제에서 100년의 미(味)를 찾아 근대의 맛을 즐기고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간다면 ‘힘들었던 2023년이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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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4 18:16

5인 미만 사업장, 산재사고 대폭 줄여야

전북지역 산업재해가 줄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1년 8개월이 넘었으나 오히려 산재는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 산재사고가 1/3 이상을 차지해 이들에 대한 지원 및 관리 감독을 강화했으면 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전북의 산업재해자 수는 2만832명(사망자 341명)으로 연평균 4166명의 근로자가 산업현장에서 재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7월 기준 전북에서 2551명의 근로자가 근무 중 다치고 또 24명이 사망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영세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다. 지난 5년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자 수는 7483명으로 전체의 35.9%를 차지했다. 그리고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자 수는 8839명으로 42.43%였다. 또 산업재해 발생형태는 넘어짐, 떨어짐, 끼임 등의 순서로 많았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물론 근로기준법도 대부분 적용되지 않아 산재사고의 사각지대에 있다. 지난해 1월 27일부터 산업현장의 사고를 막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책임자를 처벌해 안전도를 높인다는 게 당초 취지였다. 또 내년 1월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이 법이 확대 적용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재계는 중대재해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사업주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고 있다며 반발했다. 반면 노동계는 법 시행 이후에도 산재 사망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엄격한 법 적용을 요구했다. 실제로 법 적용 이후에도 처벌된 기업주가 많지 않고 재해도 줄지 않는 것을 보면 엄격하게 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산재는 기업주 뿐만 아니라 노동자 개인의 주의노력도 중요하다. 소규모 사업장 일수록 안전시설도 허술하고 안전교육을 받을 기회도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영세사업장의 안전시설 등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한편 관리감독도 강화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9.24 18:04

퇴직 공무원 연루 공직사회 부조리 척결을

공직사회 전관예우 관행과 퇴직 공무원이 연루된 각종 부조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전북교육청 시설직 공무원 출신의 모 업체 간부와 현직 교육청 간부들이 함께 해외 골프여행을 떠나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특히 해당 퇴직 공무원이 간부로 재취업한 업체가 교육청에서 발주한 사업을 대거 수주한 것으로 나타나 이해관계 충돌 의혹이 불거졌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연루된 간부 공무원들을 즉각 대기발령 조치했다. 철저한 감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동시에 도내 14개 시·군 교육지원청을 대상으로 업체와의 유착 여부를 전수 조사해 부조리한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다. 애초 교육청 발주 공사 수주에 매달려온 업체에 간부로 재취직한 퇴직 공무원과 현직에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 간의 긴밀한 교류 자체에 문제가 있다. 아무리 사적인 만남이라고 해도, 과거의 상하관계와 오랜 친분을 빌미로 부정·비리가 끼어들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학교 공사를 수주해온 업체에서 교육청 퇴직자를 간부로 영입한 이유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을 텐데 이를 경계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에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현직 간부 공무원들이 문제의 소지를 아예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배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 이런 차원에서 공직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서 교육감의 강도 높은 대응과 부조리 척결 의지 표명은 매우 적절했다. 퇴직 공무원들이 연루된 공직사회 부조리는 교육청뿐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와 지자체, 그리고 공기업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의 배경에도 오랜 전관예우 관행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중앙부처와 지자체, 교육청 등 각 기관이 관련 업체에 재취직한 퇴직자들과의 검은 커넥션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고강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내부 구성원들이 평소 이를 숙지하고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북교육청도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에서 좀처럼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잘못된 관행을 단호하게 척결해 공직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9.24 17:57

현역 물갈이론 확산

도민들은 정부가 새만금관련예산을 78%나 대폭 삭감 시켰다고 연일 성토하면서 복원시키라고 강력히 요구한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삭발 투쟁을 벌이지만 정부 여당은 미동도 않고 있다. 다른 지역 같으면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정부와 국힘이 새만금잼버리 실패를 전북에다가 뒤집어 씌워 새만금관련예산을 삭감한 것은 대단히 잘못했다.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정부 논리가 너무 박약하고 견강부회(牽强附會)치곤 도를 넘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잼버리 실패책임론이 중앙정부로 옮겨 붙지 않도록 앞서 정부가 전북을 속죄양으로 삼아 무리하게 새만금관련예산을 삭감한 것.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 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가장 오래동안 조직위원장으로 관여해왔고 김관영지사가 개최지 지사라는 이유로 실질적인 권한은 없지만 집행위원장을 맡아기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 그간 감사원이 자료수집을 통해 현지 감사에 나섰지만 큰 틀에서 보면 여가부장관 등 5인공동조직위원장의 책임이 가장 크고 25%의 예산을 집행한 전북지사는 국민들에게 사과했고 그 범위내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동정을 사고 있다. 사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 여당한테는 새만금잼버리 실패가 좋은 먹잇감처럼 돼버렸다. 전북도가 대회 개최에는 별반 신경쓰지 않고 새만금관련예산이라는 잿밥에만 온통 신경을 썼다면서 정부가 엉뚱하게 실패책임을 전북도에 씌운 것이다. 감사결과로 책임이 가려지겠지만 전북은 새만금관련예산 삭감과 다시 기본계획을 수립하라는 한덕수 총리 지시로 김이 빠져버렸다.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이 이 정부들어 본궤도에 진입할 것이란 믿음이 사라지면서 절망감에 싸여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새만금개발에 속도감을 내도록 하겠다면서 기업들이 바글바글 거리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한 내용이 물거품처럼 날아가 모두가 허퉁해 하고 있다. 사실 전남 충남 등은 새만금에 이차전지 특화단지가 지정된 것에 불만이 컸다. 이들은 새만금에 이차단지가 조성될 경우 기업유치가 활발하게 이뤄져 자칫 자신들 지역이 불이익이 나타날까봐 염려했던 것으로 탐문 됐다. 예전 진보정권서도 광주 전남과 충남에서 새만금국제공항건설 등을 반대, 예산지원을 탐탁치 않게 여겨왔었다. 정부가 새만금관련예산을 삭감해서 부산 가덕도신공항 예산에 편성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지역민심을 확보하려는 포퓰리즘 정책 밖에 안된다. 아무튼 전북정치권이 중앙정치무대에서 힘이 약해 벌어진 일인만큼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예산 심의과정이 남아 어느 정도 기대를 갖게 하지만 또 이 같은 일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지역별로 연일 대규모 반대집회를 벌이면서도 대대적인 현역물갈이론이 확산돼 간다. 이들 현역의원들이 내년 22대 총선에 재공천 받아 출마하는 것에만 신경을 몰두하다 보니까 초기 대응도 엉망진창이었다면서 정치력이 약한 의원은 컷오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력이 약해서 당한 만큼 내년 총선 때 역량있는 인물이 선출되도록 도민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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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09.24 17:57

어머니의 메주

콩이 익어가는 가을이 오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마당 한 귀퉁이/ 가마솥에 콩을 삶는 어머니/ 잘 마른 장작에 한 솥을 끓여낼 군불이 타오른다/ 한 해 내내 태풍과 뙤약볕과 함께한/어머니의 가슴속 깊이 들어찬/ 누런 메주콩/ 땀방울처럼 알알이 빛난다/ 돌절구에 푹 안겨 연해진/ 누런 메주콩/ 따뜻한 아랫목에서 곰삭으며/ 자식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와 함께/ 한 겨울을 난다”/ 필자는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맞이하여 농부의 고마움과 자식의 앞날을 위해 걱정하는 어머니의 은혜에 대해 표현하고자 자작시(詩) 한 편을 기고하게 되었다. 마이산에서 무주 안성 방향으로 30분 더 달려야 도착하는 구리가 나왔던 시골마을. 진안군 동향면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소년시절을 보냈다. 동향면은 옛날 구 용담군 관내로 되어 있을 때에는 지금의 대량리(大良里), 능금리(能金里), 학선리(鶴仙里)를 관할하던 일동면(一東面)과 지금의 자산리(紫山里) 성산리(聖山里) 신송리(新松里)를 관할하던 이동면(二東面)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한일합방 이후 1914년 동향면(銅鄕面)으로 개칭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향면은 산간 벽지이지만 무주 안성의 덕유산에서 발원하여 흘러내르는 구량천(九良川)이 중앙을 관통하고 있고, 소재지 대량리(大良里)들판은 옛부터 '굴렁이 들'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용담향교가 처음 세워진 곳이 바로 동향이며, 이조 태종(太宗)이 독곡 성석린에게 내린 친필 어서(御書)를 보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필자는 농촌의 자연환경속에서 농부의 하루와 농촌의 사계절을 체험하며 성장해왔다. 그 결과 유소년에서 성인기를 거쳐 지천명이 가까워지는 지금의 이루러 고향의 자연환경, 고향의 농작물, 고향 사람들 그리고 부모님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어머니의 하루를 보며, ‘메주’라는 시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시(詩)는 농촌진흥청 개청 60주년 시(詩) 공모전에 참여하여 입선한 작품이기도하다. 먼저, 지면을 빌어 부족한 시를 좋게 평가해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필자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수 많은 식물을 보고 관리하면서 느낀 감정을 팔순이 훌쩍 넘으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시(詩)로 토해 내었다. 3년 전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한 달에 한 번 고향에 가곤 하면 어머니는 밭에서 농작물을 정성스럽게 가꾸며 하루를 보내셨다. 그때 평소에 도움을 못 드려서 죄송스러워 어머니의 대한 고마움과 청년시절 순종치 못한 것에 대한 회개의 마음을 전하고자 메주를 빚고 있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작품이다. 끝으로 올 한해 폭염에도 불구하고 논, 밭에서 뙤약볕과 함께한 모든 어머니 농부님들에게 ‘메주’ 시(詩)를 선물하고 싶다. 더불어 조선시대의 농업을 중시한 중농학자 다산 정약용의 글을 인용하며, 상농(上農)주의가 오는 날을 고대한다. “하농(下農)은 풀을 기르고, 중농(中農)은 곡식을 기르고, 상농(上農)은 땅을 기르고, 성농(聖農)은 사람을 기른다." / 성민재 시인∙전북문인협회 회원 △성민재 시인은 진안 동향 출생으로 <전북문단> 신인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전북문인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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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4 15:43

한류를 통한 문화외교와 지자체의 역할

문화외교란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상대 국가와 국민들이 우리 문화에 대해 호감을 갖고 이해를 넓혀 나가도록 하는 외교 활동을 일컫는다. 이는 국가 간 서로 다른 문화, 관습 등으로 빚어지기 쉬운 오해와 갈등을 사전 예방할 수 있고, 때로는 외교적 교착 상태를 풀어내고 소통의 끈을 이어 주는 돌파구 역할을 한다. 전라북도는 한복, 한옥, 한식 등 K-컬처의 본고장으로서 그간 우리나라 문화외교에 크게 기여해 왔다. 해마다 해외 공관과 공동으로 개최해 온 ‘공공외교 한마당 행사’가 대표적이다. 전라북도는 금년 8월 몽골 ‘한국 주간 행사’에 전북 도립국악단 등을 파견해 국악․판소리 공연을 펼쳤고, 전북 농산물 홍보 부스와 서예 체험관 등 6개 행사장을 운영하며 몽골인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전파했다. 돌고르수렌 소비야바자르 울란바토르 시장은 개막식에서 “전북도 공연단을 통해 몽골인들이 한류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었다”며 사의를 표했다. 또한, 전북도는 매년 ‘전북형 K-컬처 해외진출 사업’을 통해 해외 재외공관과 관저에 전북 전통 공예 장인들의 솜씨가 깃든 공간을 연출함으로써 전북의 우수한 문화와 아름다움을 세계에 선보여 왔다. 재외 공관은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창구 같은 곳으로, 외국 정부 인사와 기업인, 우리 교민들이 상시 출입한다. 우리 문화 콘텐츠를 알릴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협업의 가장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애석하게도 이 사업이 금년부터 예산상 이유로 중단되었으나 조속히 재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나아가, 전북도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통해‘K-POP 국제교육 특구와 K-문화산업 융합 특구 지정’을 통해 미래 한류 인재들을 양성하고, 기획사를 유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는 전북 한류가 신성장산업으로 도약하고, 관광 및 일자리까지 연결되어 도민의 삶을 한 단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류가 세계 유수 공연장과 극장, TV 등을 점유해가며 우리나라가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당당한 문화 공급국으로 변모했다. 우리 문화외교도 문화 공급국으로서 한류의 위상에 걸맞게 달라져야 하며, 전북도가 추진하는 문화외교도 이에 따라 변화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필자는 전북도가 향후 문화외교에서 다음과 같은 주안점을 두어 추진해야 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중앙정부 및 재외공관과 원활한 소통 및 긴밀한 협업이 중요하다. 한류의 수용 과정이 국별 문화적 배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세심한 맞춤형 추진 전략과 각국 한류 팬을 소중한 고객으로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현지 공관 등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다음으로 K-컬처의 본고장이자 원류로서 전북도 고유의 문화 자원을 활용하여 전북만의 매력이 담긴 콘텐츠를 세계 한류 팬들의 눈높이에 맞춰 개발 해야 한다. 전북도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 주류 문화의 트렌드 창조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큰 꿈을 가져도 될 것이며,이를 위해선 전세계 한류 팬들과 끊임없는 소통 및 지속적 교류가 중요하다.   아무쪼록 전북도가 가진 문화 콘텐츠가 우리 문화외교를 통해 세계 한류 팬들에게 계속적으로 재미와 감동을 주고 열광하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류창수 전북도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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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4 15:43

[금요수필] 두근두근 수국수국

쏟아붓던 비가 그치고 폭염이 시작되었다. 유치원의 짧은 여름방학은 한 학기를 마무리한 나에겐 그저 최고의 보상이다. 해마다 호기롭게 세웠던 여름방학의 계획은 첫날 대부분 몸살로 어그러지지만, 올해는 결혼한 딸아이가 몇 년 만에 아기를 가졌고 두어 달 후에는 출산을 앞두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서울로 가리라! 계획을 세우고 반찬, 미숫가루, 땅콩까지 차곡차곡 챙긴다. 그러나 딸아이 집에 가는 일도 만만치는 않다. 좁은 집에, 아직도 어려운 사위까지, 모두 부담이다. 그래서 우린 서울에 갈 때마다 늘 숙소를 따로 정해두고 잠시 만나곤 한다. 이번에도 남편이 그 상황을 놓치지 않고 주문을 한다. “애 퇴근해서 저녁 되어야 만날 텐데 빨리 가면 뭐해, 가는 길이니 화담숲이나 들렀다 갑시다.” 유난히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남편은 여러 차례 화담숲을 구경하고 싶어 했지만 번번히 틀어졌었다. “예매를 해야 해, 무더우니 제일 이른 시간으로” “거긴 아무것도 못 가져가니까 생수도 준비하고, 걸으면서 요기할 수 있는 바나나도 두 개 챙기고” 부하직원에게 시키던 고약한 버릇이 아직 남아있는 남편은 주문이 많다. 나는 마음 속으로 투덜투덜 하면서도 1년 내내 유치원의 작은 언덕과 마당에 피고 지는 꽃과 나무, 학습용 텃밭까지 관리하면서, 잡초 제거에 가지치기, 친환경 농약 치기로 매일 땀 범벅으로 중노동을 하는 남편에게 이 정도는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순순히 주문대로 따른다. 서둘러 차를 달렸지만, 입장 시간보다 30분이 지나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부부는 주차하면서부터 벌써 찌그랑 째그랑 하고 있다. 딸아이 반찬이 녹을까 걱정이 되어 좀 멀더라도 그늘에 주차하자고 해도 남편은 들은 체도 않는다. “이 사람아, 아이스박스가 달리 아이스박스인가, 괜찮아, 괜찮아.” 사랑하는 숲에 와서 너무나 설레는지 마냥 더 앞쪽, 앞쪽으로만 간다. ‘그래, 당신이 운전대 잡았으니 마음대로 하쇼’하고 또 맘속으로만 중얼거려본다.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모노레일에 줄을 서 있는데, 남편은 “여긴 걸으면서 다니라고 있는 숲이야! 여기 이렇게 써 있구만! ‘뭐가 그리 바쁘신가요.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면서 걸으세요’ 2승차장에서 타면 되니 일단 갑시다!” 남편은 부리나케 숲속 길로 먼저 들어간다. “봐, 사람들 모두 모노레일을 타고 가니 이 숲이 온전히 우리 두 사람 거잖아,” 얼핏 낭만적일 것 같지만, 손 잡고 찬찬히 숲길을 걷는 TV 속 노부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커피 담은 텀블러는 점점 무거워져 내 던지고 싶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남편은 한층 신이 나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탄성을 지른다. 나는 50미터씩 앞서가서 번번히 기다린다. “와, 나는 수국 몇 송이 보려고 매일 두세 시간씩 물을 주는데 여긴 수국 천지야 천지! 난 여길 10년 전부터 오고 싶었었어, 아 드디어 왔구나!” 해맑은 얼굴도 잠시, “입구에서 사 온 옥수수 수염차 좀 주세요” 내 요청에 화들짝 놀란 남편은 여기저기 사진 찍느라 어디 두었는지 알 수도 없으면서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갔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빈손으로 온다. “따지도 않은 시원한 물이니 어디 숲 가꾸는 분이 드셨나봐. 잘 되었지 뭐, 우리 엄청 좋은 일 한 거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온다. “우리도 저기 끼여서 듣자” 했더니 남편은 “내가 퇴직 후 숲 해설사 자격을 땄잖아, 당신 기억 안 나? 나한테 들으면 돼!”하며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더니 이때다 싶었는지 “이건 산수국인데 자세히 봐 봐, 잎이 돌아가 있지. 산수국은 암수 수정을 하고 나면 잎이 돌아간다. 신기하지 않니?” 정말, 그러고 보니 동전 크기보다 작은 산수국 잎들이 가느다란 줄기를 다 틀어서 잎이 돌아가 있었다. 내가 관심있게 들으니 남편은 또 신이 나서 불당화, 백당나무, 이 수국, 저 수국, 소근소근 화담을 수국수국으로 대신한다. 그렇게 우리는 2승차장에서도 모노레일을 타지 못한 채 그 숲길을 끝까지 다 걸어 나왔다. 운수휴당에 들러 파전과 열무국수, 막걸리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며 연못에 한가롭게 노는 원앙을 본다. 아이스박스 음식이 상하거나 말거나, 급하게 올라가느라 운전대 위에 올려두고 깜박 잊고 내렸던 비싼 블루투스가 없어졌을까 안절부절하던 마음이 이내 없어지고, 그저 이 뜨거운 여름 내내 고생한 남편에게 마음 속으로 조용히 수국의 꽃말을 전한다. “당신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한결같이 사랑합니다” △안장자 수필가는 영남대학교 교육학박사와 영남이공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문학 동시부분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군산하랑유치원 원장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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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1 18:19

잼버리 원조 책임론

최근 잼버리 파행 책임론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인 김윤덕-정운천 의원이 주목을 받았다. 일차적 책임자로 김 의원을 겨냥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라고 정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잼버리 5명 공동위원장 중 유일하게 조직위 구성 때부터 직에 머물렀던 김 의원이야말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김 의원도 싸울 때는 피하고 생색만 낸다고 정 의원을 반격했다. 문제의 핵심을 관통한 이들의 입씨름은 본질을 흐리는 잼버리 책임 규명에도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새만금 예산 칼질의 후폭풍에 휘말려 수면 아래 잠복돼 있던 뇌관을 건드린 셈이다. 잼버리 파행과 관련 김 의원은 공동위원장으로서 사과를 했으며,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모든 걸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현실적으로 어려운 전제조건을 내세워 예봉을 피해갔다는 지적이다. 극한 대치로 사사건건 충돌하는 여야 관계를 감안하면 국정조사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꿎은 새만금이 덤터기를 쓰며 예산 폭탄을 맞자 정 의원이 ‘원조 책임론’ 을 꺼내며 분위기 반전에 나선 것. 조직위 중심에 있던 김 의원이 삭발 코스프레 대신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함으로써 수렁에 빠진 전라북도를 구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정 의원 자신이 2011년 LH 전북 이전 무산 때 석고대죄 심정으로 함거를 탄 것처럼 김 의원도 그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저격한 것이다. 정치권이 예산 투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잼버리 책임’ 공방이 자칫 정략적으로 비칠 수 있으나 결국은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잼버리가 잘못됐으면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밝히는 건 당연하다. 헌데 무슨 이유인지 타깃이 새만금으로 급선회하면서 전방위 공세 속에 혼란만 키운 꼴이다. 정 의원이 원조 책임론을 앞세워 김윤덕 의원을 전격 소환한 건 사면초가에 놓인 전북의 출구 전략으로 풀이된다. 새만금 문제와 잼버리 파행을 분리함으로써 전북 원죄(原罪)론의 실체가 없음을 밝히려는 것이다. 무더위, 침수 문제를 비롯해 병해충, 비위생, 안전 등은 역대 잼버리 때마다 논란을 일으킨 단골 이슈다. 과거에도 온열 환자, 식중독은 물론 심지어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 문제는 이처럼 예견된 논란을 충분히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 즉 조직위 운영의 총체적 부실 탓이다. 잼버리에 대한 감사원 현장 감사가 11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조직위와 유관 기관 운영 실태를 포함해 예산 집행의 잘잘못을 가리는 절차다. 그런데 지난주 공동위원장 중 여가부, 문체부 장관이 경질되고 행자부 장관은 탄핵 국면에서 늦게 복귀해 면피 가능성마저 흘러나온다. 이 상황에서 어쩌면 가장 주목받는 건 공동위원장으로 지역 출신인 김윤덕 의원이다. 그가 잼버리 파행 때 잠행을 거듭하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발끈할 일이 아니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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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9.21 17:55

하와이교회

어린시절 살았던 옛 마을, 내가 태어난 옛 집이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고 하면 다들 놀란다. 변화가 빠른 21세기 대한민국, 부동산 광풍이 여러 차례 휩쓴 서울 도심에서 흔히 있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은 계절에 옛마을을 산책하며 그리운 얼굴들과 빛바랜 기억들을 소환하면 알 수 없이 내 안에서 인생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것이고 그 덧없는 아름다움에 기대어 한 세상을 살아볼만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 숨이 꽤나 가빠질 무렵 인왕산의 숲 끝자락과 길이 맞닿는 부분에 이르면 내가 태어난 옛집이 나타난다. 인가가 사라진 숲자락에 아늑하게 들어앉은 하얀 교회가 있다. 옥인동 서울교회다. 서울교회라는 정식 호칭이 있다는 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 뒤늦게 알았다. 아카시아 생울타리로 둘러싸였던 인왕산 숲속의 그 하얀 교회는 우리에게 언제나 하와이교회였다. 어릴 때부터 하와이 교민들이 건립 자금을 보내주어 하와이교회라고 불린다는 교회 탄생 설화를 들으며 자랐다. 이금이 작가의 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하와이 이민자들, 남편이 될 남자의 사진만 보고 결혼해 이국의 척박한 삶을 개척해 나갔던 '사진 신부'들의 삶을 그린다. 장정들이 하루 열 시간 주 6일 꼬박 일해 버는 한달 월급이 17달러였다. "젠장, 조선이 우리한테 해 준 게 뭐 있다고. 나라도 나 있고 가족 있은 다음이야. 박용만이고 이승만이고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동포 앞에서 좋은 본은 고사하고 헐뜯고 싸워대는 꼬락서니 하고는. 그 종자가 그 종자지." 소설 속 청년의 냉소는 당시 이민자 사회의 많은 사람의 마음을 대변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돈을 모아 독립운동을 위한 성금을 냈고, 하와이 교포들의 성금은 임시정부 재정의 절반 넘는 비중을 차지하며 가장 든든한 후원이 되었다. 하와이를 근거지로 외교 중심의 독립을 추구했던 이승만과 무장투쟁을 추구했던 박용만 사이에 어느 쪽 노선이 옳았는지 역사-이념 투쟁을 벌일 생각은 없다. 오늘은 하와이 교회에서 느꼈던 단상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며칠 전 친구들과 산책하던 발걸음이 하와이 교회에 이르렀을 때 그곳에서 차담을 나누던 마을 주민들은 반가워하며 말을 붙였다. 전임 시장이 교회 건물을 사들여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바꾸려 했는데 그것은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의 건국 업적과 하와이 교포들의 물심양면 지원을 역사에서 지우려는 속셈이었다고, 이 곳은 하와이 교포들의 독립 정신을 전하는 공간으로 보존할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그의 열띤 호소를 들으며 나는 그가 아차하면 전임 시장을 동물로 호칭할까봐 두려웠다. 벌써 몇 대 째 전현직 대통령들과 주요 정치인들이 십이간지에 있는 동물들의 호칭으로 불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진영을 막론하고 멸칭으로 부르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고 의논의 파트너로 삼을 생각이 없다는 단호한 선언이다. 한적하고 발길 닿는 이 적은 내 고향마을에서도 역사-이념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씁쓸하게 다가왔다. 1928년생, 당시 고려대를 나온 드문 인텔리였고 월북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한 어른은 당신이 경험한 해방 전후의 혼란기를 이렇게 요약해 들려주었다. "그때는 좌나 우나 한치 앞을 몰랐어. 각자 양심에 따라서 이념을 택했지. 북한이 저렇게 기형 국가가 될 줄을 누가 미리 알았겠어? 지금 보면 월북이 미친 일이지만, 그때는 남과 북 양쪽 다 일리가 있었어. 지금의 형편으로 그 때를 이야기하면 나는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다고." 그렇다. 우리는 역사가 흐른 뒤의 일들로 그 시절을 예단하며 역사에 입바른 소리들을 보태는 중이다. 그때는 미국이, 중국이, 일본이, 어느 나라가 우리에게 도움이 될지 한치 앞을 몰랐고 외교전이, 무장투쟁이, 시민불복종이, 어떤 방법이 독립에 가장 필요할지 한치 앞을 몰랐다. 각자의 방법으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 애썼고 목숨이 오가는 험한 길들을 걸었다. 대한민국의 풍요로운 오늘을 살면서 목숨을 내건 독립운동의 최일선에 서셨던 분들을 잘했느니 못했느니 평가질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고향마을의 언덕을 내려오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심윤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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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1 16:29

청춘의 빛과 터널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민태원 작가의 청춘예찬의 일부이다. 작가는 청춘의 정열과 이상을 화려하게 예찬한다. 본 칼럼의 코너 이름 역시 제목과 같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깊은 고민들을 담으려는 것일 테고, 그 굴곡들은 필히 빛나리라. 그러나 어느샌가 나의 청춘이 빛을 잃기 시작했다. 빛은 기운을 잃더니 지난달 24일, 마침내 꺼졌다. 오랜 기간 논란이 되어왔던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는 날이었다. 오지 않기를 바라고 와서는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토론과 거센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처리할 여러 방법 중 투기를 선택하였고, 결국 오염수 약 460톤을 바닷물로 희석해 연내 3만 1,200톤을 방류하였다. 다핵종 제거설비로 세슘 등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었다고 하지만 삼중수소는 거를 수가 없다. 안전한 농도로 희석했다고 하는 방사성 핵종 삼중수소는 정말로 ‘안전’할까? 필자는 원자력 또는 오염수의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제한적이고 불완전한 도쿄 전력의 자료와 삼중수소가 인간에게 미칠 영향에 관련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은 안전하지 않다는 방향으로 필자의 화살표를 돌려놓는다. 학교에서 환경 교육을 할 때 오염수 투기에 대해 물어오는 청소년들의 물음에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나의 청춘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청춘을 지켜주지 못해 무기력이 밀려왔다. 그래서 청춘으로 살아갈, 청춘을 지켜내고 싶은 청년 한 명으로서 적어 내려간다.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하기 위해 투기 반대 서명을 하고, 온⸳오프라인으로 공론화하는 것으로도 턱없이 부족해 집회에 참가했다. 저녁에 광장에 앉아 다 같이 촛불을 켜고 뜨겁게 대회사를 낭독하고 한 목소리로 외치는데 지나가는 누군가 말하더라. 이렇게 빨갱이가 가득이라니, 말세네. 빨갱이. 나의 빛나야 할 청춘과, 생태와 지구를 걱정하는 일이 빨갱이라면 나는 기꺼이 빨갱이가 되겠다. 그러나 우리의 청춘과 청춘을 보낼 터전인 지구를 지키는 일은 정치와 이념, 진영의 개념이 아니다. 파를 가르고 세력을 계산하는 속셈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인간이 100살까지 산다고 하면 앞으로 70년은 더 살아야 한다. 나는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남은 생애를 오염되지 않은 지구에서 살고 싶다. 우리의 목소리는 그렇게 오염되지 않은 마음에서부터 출발하였다. 그런 깨끗한 마음에 정치색을 입힌다면 절대 사양이다. 나의 청춘과 청춘의 터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에 본질은 원자력 발전이다. 원자력이 계속 존재하는 한, 오염수는 필수불가결하게 발생할 것이고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원전 사고와 방사능 물질로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아이러니하게 민태원 작가의 청춘예찬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이다. 고군분투하며 견딘 일제강점기 끝에 광복이 찾아온 것처럼, 지금의 캄캄한 터널을 다 지날 때쯤, 청춘을 다시 예찬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향한 관심이 사그라질 때 우리 청춘의 불빛도 함께 사그라든다는 것을, 모두가 기억하길 간절히 바란다. /모아름드리 환경단체 프리데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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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1 16:28

여유롭게 준비하는 연말정산

아마도 이 칼럼을 읽는 구독자들은 사업자들도 있겠지만 근로소득자들도 많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시간에는 연말정산에 대하여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 본인의 환급액을 높이는데 효과적일 것 같아 연말정산을 준비하는 몇가지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국세청 홈택스에서는 매년 10월부터 연말정산 결과를 알려주는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당 서비스에서는 올해 1~9월까지의 결재수단별 사용금액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에 10~12월 지출 예정금액을 직접 입력하면 올해 연말정산분 공제금액을 예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신용카드 등의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신용카드 등의 사용금액이 총급여액의 25%를 넘어야 합니다. 만약 넘지 못하였다면 체크카드보다는 각종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부터 쓰는 것이 좋고 이미 넘은 경우라면 소득공제율이 좋은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연금저축계좌 및 퇴직연금계좌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12~15%에 해당하므로 일반적인 적금의 이자율보다 훨씬 좋으니 위 계좌가입을 꼭 하는게 유리하고 계좌합산하여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니 참고하셔서 정기적으로 월 납입금액을 설정하시는게 좋겠습니다. 혹시 해당연도 중에 퇴사를 한 경우에는 새로운 근무지에서 연말정산을 할 때 꼭 종전 근무지 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를 퇴사시점에 수령하여 현재 근무지에 제출해야 연말정산 합산신고가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5월에 직접 소득세신고를 해야하는 불편을 겪을 수 있습니다.국세청 홈택스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 자료는 매년 1월 15일부터 이용할 수가 있습니다. 전자파일로 다운받아 사업주에게 전달하고, 근로자 본인도 스스로 공제요건 충족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추가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서 제공할 수 없는 서류와 적용사항들을 미리 파악하여 사업주에게 관련 서류를 제공하여 연말정산의 혜택을 놓지지 않아야 할것입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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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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