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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늙은이·노인·선배시민

전남도의회가 ‘전라남도 선배시민 지원 조례’를 마련해 25일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여기서 선배시민(Senior Citizen)은 ‘65세 이상의 도민’을 뜻한다. 곧 노인이다. 반대는 후배시민으로 65세 미만의 도민을 말한다. 이 조례에는 선배시민에 대한 활동 연구 및 조사, 공동체 참여 사업 지원, 프로그램 개발, 학습 동아리 지원, 선배시민 교육, 강사 양성 등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북자치도의회도 지난해 9월 같은 내용의 조례를 만들었고, 이에 앞서 경기도의회가 2023년 12월에 가장 먼저 조례를 제정했다. 지자체들이 이처럼 조례를 만드는데 나서는 것은 100세 시대를 맞아 노년기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노인이라는 말을 놔두고 선배시민이라 한 것일까. 노인을 이르는 말은 여러 가지다. 늙은이, 노인, 어른, 어르신, 꼰대, 영감 등등. 예전, 즉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늙은이라는 말이 자주 쓰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현실언어에서 이 말은 비하의 뜻으로 인식되었다. 대신 노인이 가치중립적인 말로 쓰이게 된 것이다. 그러다 1997년 ‘노인의 날’ 제정을 계기로 ‘어르신’으로 부르자는 제안이 있었다. 어른의 높임말로 노인공경의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원래 ‘어르신’은 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한자로는 춘부장(春府丈) 춘당(春堂)이다. 노인을 선배시민이라 부르게 된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다. 2022년에 선배시민학회가 창립되고 2024년에는 선배시민협회가 결성되었다. 본래 시민(Citizen)은 민주주의가 태동한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 나왔다. 공간적으로 도시의 거주민, 경제적으로 도시국가라는 공동체 내에서 재산과 교양을 갖춘 사람, 정치적으로 공동체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능동적 존재라는 개념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국민국가의 구성원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국민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선배시민협회 등은 ‘노인은 실존의 인간이고 권리의 시민’이라는 새로운 노인상을 제시한다. 인간과 시민을 인식하고 앞장서서 실천할 때 공동체의 선배가 되고 이러한 존재를 선배시민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또 노인은 NO人이나 know人이 아니라고도 한다. 돌봄의 대상도 현자(賢者)도 아닌 활동적 노인(active senior)을 지향하는 것이다. 명칭이야 무엇이 되었건 노인은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가진 동시에 의무도 다해야 한다. 특히 지혜와 경륜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동체와 후배시민을 돌보면서, 공동체의 길을 밝히는데 앞장서는 존재였으면 한다.(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4.24 13:29

남원 ‘춘향 영정·사당’ 논란, 조속히 해결해야

예향(藝鄕) 남원은 지금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춘향제’다. 올해 95회째를 맞는 축제가 오는 30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남원시가 춘향제와 관련된 해묵은 논란을 여태 매듭짓지 못하면서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춘향 영정’과 ‘춘향 사당’ 문제다. 제95회 춘향제 개막을 앞두고 남원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춘향 사당 복원과 최초 춘향 영정 봉안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1931년 건립된 춘향 사당 내외부에 일본을 떠올리게 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아 역사성과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상당수 시민들이 동조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또 새로 그린 춘향 영정 대신, 남원향토박물관 수장고에 있는 최초 춘향 영정을 사당에 봉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춘향 영정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논란과 갈등은 지난 2023년 5월 남원시가 1억7000만원을 들여 새로 제작한 영정을 공개하면서부터 계속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춘향의 모습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며 교체를 요구하면서다. 새로 제작된 춘향 영정은 사실 세 번째 작품이다. 강주수 화백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최초의 춘향 영정은 1961년 김은호 화백의 작품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이후 김은호 화백의 친일 행적이 문제되면서 남원시가 2020년 10월 이를 철거하고, 2023년 새 영정을 봉안한 것이다. 소설 속 가상 인물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누가 어떻게 그리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다수의 국민이 상상해온 모습, 그리고 그 시대, 해당 연령대 여인의 모습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면 그대로 넘길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남원시민들이 수긍하지 못한다면 대안을 찾는 게 맞다. 그런데도 남원시의 대응은 여태껏 미지근하다. 남원시는 지금 올 축제를 넘어 ‘춘향제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축제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놓았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하고 있다. 거창한 청사진을 내세우기 전에, 춘향제 100년을 맞기 전에 먼저 춘향 영정과 사당을 둘러싼 논란부터 매듭지어야 한다. 형식적인 토론회만으로는 안 된다. 실질적 해법을 찾기 위한 지역사회 공론의 장부터 마련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24 12:43

2036 전북올림픽 국정과제에 담아라

6월 3일 장미대선을 향한 주요 정당의 후보 선출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전북처럼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경우 비중있는 프로젝트를 얼마나 대선공약과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느냐 여부가 지역발전에 가장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설혹 포함되더라도 그게 적기에 실현되느냐 여부는 별개 문제인데, 만일 빠져버린다면 더 얘기할 필요가 없다. 예상했던대로 전북은 대선을 앞두고 새만금 국제공항 확대 등 올림픽 연계 기반, K-문화올림픽 산업 거점화, 대한민국 신산업 테스트베드, 첨단 농생명산업 수도, 국가성장의 전초기지, 새만금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그런데 범위를 좁혀 호남 3개 광역단체가 각 당에 제시한 대선공약 규모만 놓고 보면 좀 실망스런 점이 없지않다. 9대 아젠다 74개 전략사업을 담은 전북도의 메가비전 프로젝트의 사업비 규모는 총 65조2718억원에 달하는 반면, 광주광역시는 'AI 중심도시'를 표방하면서 40개 사업에 걸쳐 총 81조원 규모의 대선공약을 제시했다. 전남도는 무려 75개 과제에 무려 191조9112억원 규모의 공약을 확정 발표했다. 물론 향후 얼마나 반영될지가 초미 관심사인데 중요한 것은 지역발전 핵심 의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거다. 전북의 향후 운명을 좌우할 중대 변수는 새만금사업과 올림픽인데 주요 정당이나 대선 후보들의 언급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편이다. 2036 전북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는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과제다. 지방도시 연대 전략을 통해 국가균형발전과 국민통합을 실현하려면 국정과제 반영은 물론,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이 시급하면서도 절실하다. 결론은 신임 대통령이 앞장서서 전주 올림픽 최종 유치를 위해 뛰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대선 공약화는 물론,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돼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도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지원특별위원’를 구성하는게 당면 과제다. 국회와 정부 간 유기적 협력을 위한 접점을 마련해야만 올림픽 최종 개최지로 선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최종 유치는 단순히 문체부나 대한체육회 차원의 움직임으로는 언감생심이다. 새 대통령이 굴지의 대기업들을 이끌고 앞장서서 뛰어도 될까말까한 일이다.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민관 공동 유치기구를 구성하는 한편, 하계올림픽 유치를 국정과제로 반영해서 정부 차원에서 뛰기를 기대한다. 새 대통령의 첫 시험대는 바로 올림픽 최종 유치에 달렸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24 11:07

180만 전북도민 염원에 응답할 시간이다

결국, 제자리다. 윤석열 정부의 일방통행식 의대정원 증원은 채 아물지 않은 깊은 상흔만을 남긴 채, 실패로 귀결됐다. 대책은 손바닥 뒤집듯 번복됐고, 대화와 협의는 실종됐으며, 원칙은 무너졌다. 정부는 목적지는 알았지만, 그곳에 다다르는 법을 알지 못했다. 살리겠다던 공공·필수·지역의료는 오히려 송두리째 무너졌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취약한 의료체계의 민낯 앞에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다. 불안과 염려는 국민의 몫으로 남았다. 이제 갈등의 늪에서 나와, 다시 미래로 향해야 할 시간이다. 제대로 ‘진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확한 ‘처방’ 이다. 의료개혁의 첫 단추를 다시 꿰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지방이 직면한 처참한 현실과 마주하면, 과연 우리의 의료체계는 선진국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민간 위주의 의료공급으로 공공의료 기반이 취약해, 언제라도 집단 사직 등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 자원과 인력 편중이 심각하고, 특히 응급, 심뇌혈관 질환, 고위험 분만 등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의 지역 내 자체 충족이 불가능하다. 그 결과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때론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다. 언제까지 주저앉아 서글픔만을 삼킬 수는 없다. 필요한 곳에 의사가 있어야 한다. 의대정원 증원의 최우선 목적은 공공·필수·지역의료의 확충이 되어야 한다. 아프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차별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 모든 국민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위한 보편적 공공보건의료의 요람, 그 최전선이 공공의대의 역할이다. 공공의대를 통해 배출되는 의료인은 지역별 격차를 줄이고,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 분야의 공백을 해소하는 선봉이 될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무너진 외양간에 이대로 방치한다면,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공공·필수·지역의료가 처한 작금의 위기 앞에 또다시 비겁하게 침묵한다면, 상처는 곪고 곪아 대한민국을 치유 불가능한 사회로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2018년 서남대 폐교에 따라 당시 당·정 합의사항인 서남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한 공공의대 설립은 기울어진 불균형을 바로잡고, 필수과목의 인력 확보, 감염병·재난대응 구축 및 의료의 공공성을 이루는 한걸음이다. 차분히 준비 해왔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이 복지위를 통과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안타깝게도 목전에서 좌절됐다. 그사이 남원은 부지의 50% 이상을 매입했고, 전북은 공공의대 유치지원 특별위를 꾸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6월, ‘공공의대법’ 당론 추진을 발표했다. 70여명이 넘는 의원들이 힘을 모았다. 여야와 정쟁에 가둘 일이 아니다. 정치적 소모와 갈등을 뒤로 하고, 국민의 생명 앞에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공공의대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는 일이다. 그저 학교 하나를 더 짓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계가 나아갈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물꼬를 트는 일이다. 개혁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시대적 책무를 받들고, 남원시민뿐 아니라 전북특별자치도민과 지리산권역 의료취약지역 주민의 염원을 이뤄야 한다. 이제, 국회가 180만 전북도민의 염원에 응답할 시간이다.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

  • 오피니언
  • 기고
  • 2025.04.23 18:27

「제다움」과 「나는 반딧불」 단상斷想

우리나라 대중가요 가사에는 인생의 온갖 애환이 녹아 있다. 송대관의 트로트 「유행가」에도 “유행가 노래 가사는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라는 구절이 있지 않은가. 간혹 어떤 사람이 우연히 어떤 가수의 노래를 듣고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아 그의 광팬이 되었다고 고백하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가령 진성의 트로트 「보릿고개」의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라는 가사에는 50~60년대 자식들을 제대로 먹이지 못해 애간장을 녹이던 부모들의 깊은 슬픔이 오롯이 담겨있다. 내가 요즘 꽂혀 있는 노래가 두 곡 있다. 페이스북 프로필에 번갈아 공유할 정도로 즐겨 듣는다. 하나는 「홀로 아리랑」과 「개똥벌레」를 작사·작곡한 한돌의 「제다움」. ‘제다움’은 표준어는 아니지만 ‘자기다움’의 준말. 노래 내용은 마치 꽃은 꽃으로 살고, 나무는 나무로 사는 것처럼 나는 나였으면 좋겠고 너도 너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돌은 진영논리의 블랙홀에 빠져 서로를 헐뜯기에 바쁜 세태를 점잖게 꼬집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감히 손에 꼽는 음유시인답다. 또 하나는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 내용은 ‘나는’ 개똥벌레라는 사실은 새까맣게 모른 채 한때 하늘에서 떨어진 빛나는 별로만 생각했다는 것. 개그우먼 안영미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황가람을 초청해 대담을 나누면서 이 노래를 처음 듣는 순간 자신의 노래라고 생각해서 복받치는 감정을 추스르는 게 힘들었다고 술회했다. 한때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살아오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어느 순간 문득 자신이 너무 기고만장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 그리스 신화에도 「나는 반딧불」의 ‘나’를 빼닮은 벨레로폰이라는 코린토스의 왕자가 있었다. 그는 실수로 동생을 죽인 뒤 조국에서 추방당해 티린스의 왕 프로이토스에게 몸을 의탁했다. 얼마 후 왕비 안테이아가 궁전에서 우연히 벨레로폰을 보고 첫눈에 반해 구애했다가 단박에 거절당하자 남편에게 오히려 벨레로폰이 자신을 유혹하려 했다고 그를 모함했다. 프로이토스는 아내의 말만 믿고 복수심에 불타올랐다. 하지만 손님을 죽였다는 세간의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았다. 궁리 끝에 그는 벨레로폰을 죽여달라는 내용의 밀봉한 편지와 함께 그를 장인이자 리키아 왕 이오바테스에게 보냈다. 편지를 읽은 이오바테스도 손님을 죽였다는 비난을 받는 게 두려워 위험한 과업을 주어 벨레로폰을 자연스레 해치우려 했다. 하지만 그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보내준 천마 페가소스를 타고 힘든 과업을 3개나 완수하고, 길목에 매복해서 자신을 급습한 왕궁수비대마저도 몰살했다. 이오바테스는 그제야 벨레로폰에게 편지를 보여 주며 용서를 구했다. 진실이 밝혀지자 이오바테스는 벨레로폰에게 작은딸을 주고 그를 후계자로 삼았다. 이때까진 벨레로폰에겐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얼마 후 그는 마치 신이나 된 것처럼 사람들에게 으스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어느 날 신들의 왕 제우스와 식사하고 오겠다며 페가소스를 타고 올림포스 궁전을 향해 날아갔다. 분노한 제우스가 재빨리 쇠파리를 날려 페가소스의 궁둥이를 물게 했다. 놀란 페가소스가 갑자기 치솟아 오르자 벨레로폰은 그 충격으로 지상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인간은 잘나갈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인간이 정상에 올랐을 때, 신은 오만이라는 깊은 함정을 파놓고 시험한다. 거칠 것 없는 인간에게 오만은 꿀처럼 달콤한 법이다. 그래서 인간은 신나게 오만을 만끽하다가 결국 나락으로 추락한다. 김원익 홍익대 교수·세계신화연구소 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4.23 18:26

해상풍력지원부두는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

해상풍력발전은 바다에서 부는 바람의 운동 에너지를 날개의 회전으로 인한 기계 에너지로 변환해 전기를 얻는 방식을 말한다. 전북은 2030년까지 8.7GW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중 서남권 2.4GW의 대규모 프로젝트는 추진중에 있다. 이 사업비만도 총 14조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우선 전북 서남권 1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신재생 에너지 집적화단지로 지정했으며 이로써 부안군과 고창군 해역에 총 1.4GW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북 서해안은 풍력자원이 풍부하고 인근에 산업단지가 위치, 전력 소비와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전북 서남권 1GW 해상풍력 집적화 단지지정은 풍력 설비의 제조및 발전, 유지 보수, 송배선 등 운영을 총괄하는 한국 해상풍력산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경제활성화를 견인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됨은 물론이다. 문제는 이 사업을 뒷받침할 해상풍력지원항만이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군산항에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의 조립과 야적을 위한 중량물 야적장 6만여㎡(1만8000평)만 조성돼 있을 뿐 이 구조물을 해상으로 반출하고자 하는 통로가 마련돼 있지 않다. 해양수산부는 400억원의 국비를 들여 중량물 야적장만 조성해 놓고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항만기본계획에 중량물 부두건설 계획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따라 중량물 야적장 운영계약을 맺은 군산조선해양기술사업협동조합과 군산항에서 부두를 운영하고 있는 군장신항만(주)이 해상 풍력 지원 항만의 구축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조합측은 중량물 야적장과 연계된 75번과 76번 선석의 부두 개발 예정지에 해상풍력전용항만이 건설될 수 있도록 항만기본계획에 반영해 줄 것을 해양수산부에 적극 건의하고 나섰다. 또한 군산항 79번과 79-1번 선석 잡화부두를 운영하고 있는 군장신항만(주)도 잡화 부두를 보강공사를 통해 해상풍력 전용부두로 전환하고자 하는 계획안을 군산해수청에 제출했다. 이는 2027년부터 해상풍력발전 단지 조성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칫 전남과 충남지역에 사업의 주도권을 빼앗길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전남와 충남도는 해상풍력발전사업의 주도권을 거머줘 지역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목포항과 보령항의 해상 풍력 전용 부두의 확충과 건설에 충력을 기울이고 있다. 군산항은 서해안 중심지역에 위치, 전남과 충남, 인천 등 서해안 전체를 아우르는 배후 항만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해상풍력 전용항만의 건설에 늑장을 부리면 전북의 바다에서 추진되는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의 과실을 타지역에 빼앗기는 불상사(?)가 초래된다. 특히 도내 25개 해상풍력 기자재 생산업체마저 물류비용을 이유로 타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도래해서 되겠나. 하루 빨리 군산항에 해상풍력 전용부두를 건설해야하는 이유다. 안정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상풍력 특별법마저 지난달 공포됐다. 변화를 빠르게 소화하지 못하면 낙오한다. . .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5.04.23 18:25

장기 방치된 ‘유령 건물’, 적극적 정비 대책을

자금문제로 준공하지 못했거나 쓸모를 잃어 장기간 방치된 이른바 ‘유령건물’이 지역사회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전주와 익산‧군산 등 도시는 물론, 농어촌 지역에서도 방치된 노후건물과 장기 미준공 건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시 흉물로 전락한 이들 건축물은 갖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범죄 소굴이나 청소년 탈선장소로 전락할 수도 있다. 또 항상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이뿐 아니다. 건물 곳곳에 남아있는 각종 유해물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온갖 쓰레기가 쌓이면서 환경문제도 일으킨다. 그런데도 이렇게 방치된 건물을 말끔하게 정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벌여 정비방안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사유재산인 까닭에 적극 개입하거나 강제 철거 처분을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장기 미준공 건축물의 경우 건축주와 시행사, 시공사, 소유주 등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강제 철거에 나서기 어렵다는 게 지자체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이들 유령 건물을 정비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 ‘공사중단 장기 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서 지자체가 개입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법률은 시·도지사가 공사 중단 건축물에 대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공사 중단 건축물 정비기금’을 신설해 그 비용을 지원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기금 조성 등 법률 규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실제 정비사업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지 않았다. 결국 이 특별조치법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 셈이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급격한 인구 감소로 지방도시에서 이 같은 유령 건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정난 속에 인구위기를 겪고 있는 전북지역도 마찬가지다. 폐건물 장기 방치에 따른 도시 주거환경 악화가 해당 지역 인구 유출을 부추기고, 인구 감소가 다시 도시 침체로 이어져 유령 건물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의 고리’로 굳어질까 우려된다. 정부가 현실에 맞게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고, 지자체에서도 법령에 따른 행정조치를 포함한 정비 대책을 세워 적극 시행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23 14:40

공공의대 설립 공약 공식화를 환영한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후보가 공공의료대학 설립 공약을 제시해 그동안 멈췄던 남원 공공의료대학 설립을 공식화했다.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 후보의 이번 공약은 단순히 남원을 지칭한 지역공약이 아니라 국가 의료정책과 연계해 언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공공의대 설립의 단초인 공공의대법은 지난 2015년 19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된 뒤 10년째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밀려 접었던 정책이다. 문 정부는 2022년 개교 목표로 전북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려 했었다. 공공의대 졸업자는 일본처럼 각 지역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일정 기간 의무 근무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과거 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하기에 의대 정원은 늘어나지 않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 아예 이 정책은 폐기됐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논리와 명분도 없이 ‘의사 수 2000명 증원’이란 황당한 정책을 제기했는데 결국 자신의 탄핵, 파면으로 1년만에 다시 백지화되었다. 다행히 이 같은 혼란 상황에서 공공의료 관점에서 공공의대 현안을 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선정하였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특히, 그 핵심 방안으로 “공공의대를 설립해 공공·필수·지역 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공공의료시스템을 갖춘 공공병원을 확충해가겠다”라면서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고, 지방의료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공공의료 거점기관으로 육성하겠다”고 제시해 명분과 실천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공감을 갖게 한다. 특히, 이미 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22년 9월 , 2023년 9월에도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정책의 필요성과 일관성 그리고 추진력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보장성과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체계가 세계인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거주 지역 특히, 서울과 지방과의 격차와 민간보험 가입 여부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격차가 점차 심화되는 상황에서 다시금 주목할 분야가 공공의료 체계의 확립이란 점에서 그 중심 역할을 전북특별자치도가 담당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과 노력이 요청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23 14:01

콘클라베와 비주류의 등극

지금은 파격의 시대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주류가 아닌 변방의 비주류가 가장 중심에 서는 경우가 왕왕있다. 그런데 잘 보면 주류의 입장에서 볼때 파격일뿐 사실은 변방이나 비주류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은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당연한 결과다. 지난달 제10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 커스티 코번트리(41) 짐바브웨 체육부 장관이 선출됐다. IOC 역사상 최초의 여성 위원장이자 첫 아프리카 출신 수장이 됐다. 전북이 야심차게 도전장을 던진 2036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이 코번트리 위원장이 주도하는 IOC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될 것이기에 그의 당선은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지난 2007년 한국인 최초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탄생했다. 신생 독립국으로 오랫동안 유엔 가입조차 못하던 대한민국에서 사무총장을 배출한 것은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일이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최근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명예위원으로 추대되면서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은 또한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의 사무총장(임기택)도 배출한 바 있다. 부산항만공사 사장 출신인 그는 전세계 171개 나라가 정회원인 국제해사기구를 이끌었다. 조선과 해운 안전, 해양 환경 보호, 해상 교통, 해양 사고 보상 등과 관련된 국제 규범을 제·개정하는 막중한 기구다. 요즘 지구촌의 이목은 온통 로마 교황청에 집중돼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인해 가톨릭 신자들은 물론, 전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운집해 소위 조문외교의 장이 펼쳐진다. 그런데 한국인 최초 교황청 장관인 유흥식(73) 라자로 추기경이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가 꼽은 차기 교황 유력 후보에 선정돼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를 앞두고 총 12명의 차기 교황 유력 후보를 선정했는데 그중 한명이 바로 유흥식 추기경이다.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열쇠로 문을 잠근 방’ 이다. 한국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것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요한 바오로 2세를 교황으로 선출한 1978년 10월 투표에 자리를 함께한 이후 47년 만이다. 그런데 이탈리아 출신도 아니고, 백인도 아닌 유 추기경이 교황에 오르는 대이변을 앞두고 있으니 가슴벅찬 일이다. 4차례 북한을 방문했던 그는 특히 2021년 6월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발탁돼 두터운 인맥을 쌓았다고 한다. 한국인 최초의 교황이 탄생해서 남북화해와 통일의 문을 여는 평화의 사도 역할을 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한국인 출신 교황이 2036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의 주역이 되는 꿈같은 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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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4.23 11:37

척추 골다공증에 관한 소고(小考)

골다공증(Osteoporosis)은 뼈가 약해져서 골절이나 부상의 위험이 증가하는 의학적 상태를 말합니다. 몸이 너무 많은 뼈를 잃거나 너무 적은 뼈를 생성할 때 발생합니다. 골다공증에 기여하는 요인으로는 나이, 호르몬 변화(여성의 경우 폐경기), 칼슘과 비타민 D가 부족한 식단, 운동 부족, 특정 의학적 상태나 약물이 있습니다. 1.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좋은 식단은 특정 영양소가 풍부한 균형 잡힌 식사를 포함해야 합니다. 칼슘은 뼈 건강에 필수적이므로 충분한 칼슘 섭취를 목표로 하세요. 유제품(우유·요거트·치즈), 잎채소(케일·브로콜리), 강화 식품(오렌지 주스·시리얼), 뼈가 있는 생선(정어리·연어)을 섭취하세요.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도와줍니다. 햇빛 노출, 지방이 많은 생선(연어·고등어), 강화 식품(우유·시리얼), 달걀 노른자를 섭취하세요. 단백질은 뼈 건강에 필수적이며, 기름기 없는 육류, 가금류, 생선, 콩류, 견과류를 포함하세요. 마그네슘과 칼륨은 뼈 밀도에 중요하며, 견과류와 씨앗, 통곡물, 바나나와 감자 등에 풍부합니다. 비타민 K는 뼈 건강을 지원하며, 잎채소(시금치·케일)와 브로콜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고나트륨 및 과도한 카페인은 뼈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적당히 섭취하세요.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골밀도를 감소시켜 뼈를 더 약하게 만들고 골절에 취약하게 합니다. 알코올은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등 뼈 밀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호르몬의 균형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과음은 칼슘과 비타민 D와 같은 필수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으며, 이들 모두는 뼈 건강에 중요합니다. 알코올은 균형과 협응 능력을 저하시켜 낙상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그로 인해 골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의 과도한 음주는 특히 노인에게 골다공증 위험을 높이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적당한 알코올 소비는 뼈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지만, 과도한 음주는 해롭습니다. 체중을 지탱하는 운동을 하고 건강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것도 뼈 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흡연과 골다공증의 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흡연은 골밀도를 감소시켜 뼈를 더 약하게 만듭니다. 흡연은 뼈 건강에 필수적인 에스트로겐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여성에게서 더욱 그러합니다. 흡연은 칼슘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으며 흡연자는 약해진 뼈로 인해 골절 위험이 더 높습니다. 흡연을 중단하면 전반적인 뼈 건강을 개선하고 골다공증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비스포스포네이트 약물은 뼈 손실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며, 알렌드로네이트(포사맥스)와 리센드로네이트(악톤엘) 같은 약물이 포함됩니다. 에스트로겐 요법과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 (SERM) - 랄록시펜(에비스타), 칼시토닌( 칼슘 수치를 조절하는 호르몬), 부갑상선 호르몬(PTH) 유사체- 테리파라타이드(포스테오) 등이 있으며, Denosumab(데노수맵)은 뼈 손실을 늦추는 단클론 항체로 6개월에 한 번씩 주사로 투여됩니다. Romosozumab(로모소주맵)은 골형성 촉진 및 흡수억제의 이중 작용을 하며 한 달에 한 번씩 주사로 투여하며 일 년간 투여할 수 있습니다. 칼슘 및 비타민 D 보충제 등이 있습니다. 김대용 전주 우리들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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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22 19:02

시애틀항과 타코마항

‘한 마을에 우물을 두 개 파면 물이 마른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우물을 늘리게 되면 물길이 분산되어 결국 모든 우물이 마른다는 뜻이다.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불과 16km 거리에 두 개의 항만을 운영한다면 한정된 물동량과 투자 예산이 나뉘며 두 항만 모두 위태로워질 수 있다. 겉으로만 보면 두 개의 항만으로 보일 수 있으나,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주장이다. 사업 초기 기획부터 기능과 역할까지 고려한다면,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은 하나로 볼 수밖에 없다. 군산항은 오랜 시간 전북 산업과 물류를 떠받쳐온 핵심 인프라였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반복된 토사 매몰로 수심이 얕아지면서 대형선박의 접안이 어려워졌고, 항만기능 전반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고자 기획된 것이 바로 새만금 신항이다. 단순히 신규 항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군산항의 기능을 보완하고 전북 물류 생태계의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해법이었다. 해수부의 여러 용역과 기본계획에도 새만금 신항의 목적이 군산항의 기능 보완이라고 뚜렷이 명시되어 있다. 두 항만은 처음부터 ‘보완관계’로 설계된 하나의 ‘One-Port’ 시스템인 것이다. 게다가 군산항은 수십 년간 항만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CIQ(세관ㆍ출입국ㆍ검역소) 시설부터 입출항 관리, 화물 적하 및 하역 등 전문인력과 인프라가 이를 증명한다. 군산항의 시스템과 인프라는 새만금 신항의 조기 기능 안정화를 이끌 기반이 되며, 서해안 국제 무역 거점으로 성장하도록 날개 역할을 할 수 있다.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이 ‘One-port’로 운영되어야만 진정한 시너지가 실현된다. 반면, 새만금 신항이 군산항과 별도로 운영된다면 두 항만이 서로 경쟁하며 전북 전체 물류 생태계를 분열시킬 것이다. 투자와 수요가 분산되며 항만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 워싱턴주에 20세기 초부터 100여 년간 경쟁해온 시애틀항과 타코마항이 있다. 불과 64km 거리의 두 항만은 각각 독립항만으로 운영하며 서로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경쟁을 벌여왔다. 물동량 유치를 위해 요금을 인위적으로 낮추고, 인프라 확장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중복으로 투자하며 서로를 갉아먹었다. 그 결과 두 항만 모두 수익이 감소하고 글로벌 경쟁력마저 낮아졌다. 실제로 2012년 시애틀항 관계자는 두 항만의 경쟁으로 발생한 손실이 약 3,500만 달러(약 450억 원)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결국, 2015년 두 항만은 노스웨스턴 시포트 얼라이언스(Northwest Seaport Alliance)를 결성하여 두 항만의 기능을 재정립하며 실질적으로 운영방식을 ‘One-Port’로 변경했다. 시애틀과 타코마는 100년을 돌아 협력의 손을 잡았다.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이 같은 역사를 반복할 이유가 없다. 빛은 함께 모일 때 더욱 강해지고, 더 멀리 퍼진다. 지금은 서로의 빛을 하나로 모아, 지역 발전이라는 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이다. 전북 서해안 전체가 균형 있게 빛나는 길은 ‘각자의 길’이 아닌 ‘함께 가는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신영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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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22 19:01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실체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다시 논란이다. 4월 22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를 맞아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하면서다. 참배에는 초당파 의원연맹인 '다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70여 명이 함께 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참배는 하지 않았으나 몇 각료들과 공물을 봉납했단다. 해마다 불거져온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이제 특별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비교적 온건한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시바 총리까지 이 대열에 동참한 상황은 일본 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에서 숨진 246만여 명의 위패가 안치되어 있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기도 한 이곳이 참배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1978년,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합사되면서다. 야스쿠니 신사에 처음 공식 참배한 일본 총리는 나카소네 야스히로다. 1985년 8월 15일, 그는 각료들을 이끌고 공식 참배했다. 일제 침략을 받은 한국과 중국은 '총리가 전범의 위패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것은 일본의 전쟁책임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후 일본 총리의 공식 참배는 중단됐지만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들어서면서 다시 참배 논란의 불씨를 틔웠다. 일 년에 한 번씩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공약까지 내놓았던 그는 2001년 8월 야스쿠니 신사 공식 참배를 시작으로 퇴임 전인 2006년까지 해마다 참배했다. 한국과 중국이 반발하고 미국까지 비판하자 일본 총리의 공식 참배는 다시 중단됐지만 2013년, 아베 신조 총리가 참배를 공식화하면서 첨예한 외교적 마찰과 논란을 불렀다. 일본은 여러 차례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는 입장을 밝혔었다. 1993년 8월 발표한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담화와 1995년 8월, 전후 50주년 종전기념일을 맞아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의 담화가 그 시작이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강제성을 처음 인정한 ‘고노담화’와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과한 담화로 꼽힌다. 30년 전의 무라야마 담화를 들여다보니 그 의미가 각별하다. ‘우리나라는 멀지 않은 과거의 한 시기, 국가정책을 그르치고 전쟁에의 길로 나아가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으며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여러분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본 정부는 내각이 바뀔 때마다 담화의 계승과 수정을 두고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직시해야 할 일본의 실체가 따로 없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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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4.22 19:01

[조상진 칼럼] 이재명과 흑싸리 껍데기 전북

6·3 대선이 41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 아직 알 수는 없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현재로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여야를 통틀어 크게 앞서 있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일 가능성이 높다. 조심스러긴 하나, 그런 전제 하에서 전북과 이재명의 관계를 엿보고자 한다. 전북과 이재명을 이어주는 직접적인 끈은 없다. 태어나지도 살지도 않았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경기도와 서울에서 줄곧 생활했다. 그의 비유처럼 호미질은 성남시(성남시장)에서 했고 쟁기질은 경기도(경기도 지사)에서 했다. 이제 눈앞에 트랙터(대통령)를 몰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는 트랙터를 몰고 한국이라는 논밭을 어떻게 갈 것인가. 이 과정에서 전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를 가늠해 보기 위해선 그동안의 언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몇 차례 전북을 찾았다. 그중 2021년 12월 3일부터 5일까지 2박3일간 전북에 머물렀다. 이때 전주를 비롯해 군산, 익산 등을 두루 누볐다. 당시 그는 “제가 전남·광주를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전북을 들렀더니 ‘우리가 흑싸리 껍데기이냐’고 말하고, 전북을 먼저 가고 전남·광주를 가니 ‘지나가는 길에 들렀느냐’고 하더라”며 “그래서 이번에는 전북의 소외감을 고려해 전북 일정을 따로 잡았다”고 했다. 한시가 바쁜 대선후보로선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전북은 호남이란 이유로 차별받고 지방이란 이유로 또 똑같이 차별받아 일종의 삼중 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고 했다. 전북의 아픈 곳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이에 앞서 이재명은 2021년 9월 14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전북지역 공약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전라북도는 저에게 정치적으로 매우 각별한 지역으로, 제가 추구해온 정치철학이 태동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차별 없이 모두가 함께 잘사는 대동(大同) 사상과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은 이재명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앞으로 걸어갈 사회적 삶의 방향과도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대동사상은 전주출신 정여립(1546∼1589)의 공화제를, 인내천은 고부에서 일어난 동학사상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또 “전북은 우리나라 산업경제가 가파르게 발전하던 시기부터 소외돼 아직도 중앙집중식 불균형 성장전략의 피해지역으로 남아 있다”며 “억울한 사람도 억울한 지역도 없는 공정의 원칙을 바탕으로 전북의 꿈, 전북도민의 염원을 실현하겠다”고 피력했다. 선거운동에 립서비스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전북에 대한 인식은 누구보다 정확하다. 호남 특유의 정서와 맞물려 전북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에게 83%(윤석열 14.47%)를 몰아줬다. 이후 그는 전북특별자치도법 제정과 수소특화 국가산단 조성, 대광법 통과 등 전북현안에 힘을 실었다. 그는 최근 펴낸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는 정치를 왜 하는가를 가끔씩 생각합니다.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제가 탈출해버렸던 그 (소년공과 같은) 웅덩이 속에서 지금도 여전히 좌절하고 고통받고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입니다.” 또 그는 습관처럼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생각과 전북의 처지는 통한다. 전북도민들이 흑싸리 껍데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그를 얼마나 ‘충직한 도구’로 쓸 것인가에 달려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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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4.22 14:46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선공약에 넣어라

6·3 대선을 코앞에 두고 각 지자체들이 공공기관 2차 이전에 관심을 쏟고 있다. 대통령실 및 국회 이전과 맞물려 산업은행 등 굵직굵직한 공공기관 이전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이 국토균형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전북자치도도 농협중앙회 등을 이전 대상으로 삼고 동향을 살피고 있으나 너무 소극적이다. 전북이 노리는 공공기관 이전을 대선공약에 넣는 등 좀더 공세적인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2019년 이후 정체상태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모두 지역간 치열한 경쟁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었다. 하지만 2차 공공기관 이전의 당위성은 누누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명확하다. 수도권 일극주의를 해소하고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수도권에 있는 300여 개의 공공기관을 추기로 이전해 꺼져가는 지역에 숨을 불어 넣자는 것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토균형발전과 해당 지역발전에 기여한 건 분명하다. 이번 대선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 17일 이와 관련한 공약을 내놓았다. "세종을 행정수도의 중심으로 완성하고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임기 내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21일에는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부산은 공공기관 2차 이전 이슈를 선점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 7일 부산에서 ‘한국산업은행 본사 이전 전국 권역별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산업은행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하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혁신도시가 소재하는 다른 지역들도 너도나도 지역에 필요한 공공기관 유치를 들고 나서는 모양새다. 이와 달리 전북은 너무 몸을 사리고 있다. 전북은 2023년 구성한 공공기관유치추진단에서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 한식진흥원, 한국식품산업협회 등 54개 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럼에도 올해 10월에 완료될 국토연구원의 용역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움직임이 너무 둔하다. 정치권과 힘을 합해 농협중앙회 등 유치를 대선공약에 넣도록 힘써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22 14:32

천혜 관광지 고군산군도 안전시설 확충을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는 전북 군산시 옥도면에 속한 여러 섬을 가르킨다. 선유도는 말할것도 없고 신시도·무녀도·방축도·횡경도·관리도·장자도·대장도·말도·명도 등은 그야말로 천혜의 보고다. 해안의 기암절벽과 낙조 등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선유도의 경우 새만금방조제를 둘러보러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찾는 곳이다. 요즘엔 접근성이 좋아 주말이면 선유도뿐 아니라 고군산군도 대부분 관광명소로 등장했다. 그런데 옥의 티 마냥 일부 섬에서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발빠른 대책이 추진돼야 할 상황이다. 일례로 본보 취재 결과 장자도의 경우 관광명소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각종 안전시설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도가 없어 보행자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고, 난간 등 안전시설도 없어 자칫 차량이나 사람이 바다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거다. 주말이면 운집하는 관광객으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는 상황속에서 안전에 대한 보다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닌게 아니라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도 많이 찾고 있고 특히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히는 일도 많은게 현실임을 감안하면 그냥 방심할 일이 아니다. ‘장자도 2길’에 있는 주차장의 안전사고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난간’이나 ‘주차 스토퍼’ 등 제동시설이 전혀 없는 상태로 바다를 향해 후진 주차를 하는 상황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령자나 운전초보자 등 미숙한 이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 해야한다. 장자도 유람선 선착장도 마찬가지다. 차량들이 바다 바로 앞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차량이 미끄러져 빠지는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주민들의 경고를 주목해야 한다. 고군산군도는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등 4개의 주요 섬이 해상교량으로 연결돼 있어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천혜의 관광지가 가진 장점이 한창 부각되고 있는 이때 자칫 불미스런 사고라도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비단 장자도 만을 말하는게 아니다. 새만금관광지가 한창 뜨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이미지를 흐릴 수 있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군산시와 해경 모두 심혈을 기울여 대처해주길 바란다. 안전 문제는 과할 정도로 짚어보는 가외성의 원리가 작용돼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22 14:27

삶의 기대감을 만드는 예술의 힘, 커뮤니티 아트

인지학의 창시자인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는 ‘예술이 삶으로부터 분리되어 있으면, 삶은 예술적 형태로 격상될 수 없다‘고 말하며, 예술과 삶의 일치를 강조했다. 2020년부터 김제시 광활면 용평 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초고령자 대상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는 일상 속 예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세대 공존에 대안을 제시한다. 2018년, 104세의 나이로 조력 죽음을 선택한 호주의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는 “ 100세를 넘긴 뒤에는 삶에서 더 이상 기쁨을 얻지 못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연구, 강의, 봉사 같은 사회적 의미와 연결된 역할이 줄면서 존재의 목적이 약화됐고, 목표감의 상실은 삶의 만족도를 흔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화를 질병이 아닌 자연적 한계로 바라보며 “건강이 점점 나빠져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은 안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조력 죽음을 택했다. 그의 말은 우리가 고령자의 삶을 ‘연장’이 아닌 ‘의미의 복원’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바라봐야 함을 시사한다. 우리는 “내가 여기에 필요하다”라는 경험의 결핍을 쉽게 마주한다. 김제시 용평 마을에 사시는 1932년생 곽귀선 할머니는 “고민은 나 세상 가는 거. 그게 고민이야. 나이가 많은 게 저녁 먹고, 그냥 아무도 몰래 조용히 가는 게 그게 소원이여.”라고 말한다. ‘내일모레 죽을 사람’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반복하는 어르신들에게서 삶의 기대감은 무엇으로 회복할 수 있을까?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곽 할머니는 과거를 회상하며 “내가 노래 부르는 것을 징그럽게 좋아했어. 얼마나 좋아했으면 화장실 가서도 하고 그러겠어. 그렇게 노래를 좋아했어. 지금은 싫어. 그렇게 좋아하는 노래를 다 잊어버리고 하나도 몰라. 아주 바보 되어버렸어.”라고 말했다. 글을 모르시기에 귀로 익혔던 노랫가락은 기억 속에서도 사라졌다. 이랑고랑은 2023년, 역할을 필요로 하는 그림자 연극을 기획했다. 어르신들의 인생사를 재구성한 ‘광활한 사랑’은 정확한 대사보다 자신의 차례를 기억하고 감정을 발산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지나간 세월은 언제나 만족스러웠다는 말로 함구하는 어르신들의 속내를 끌어내기 위해 타로 카드를 활용했다. 타로카드를 다룰 줄 아는 예술가는 없었지만, 해석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열게 하는 장치였다. 어떤 카드가 나와도 꿈보다 해몽으로 해석하니, 어르신들은 저마다 이 집 용하다며 웃음 지었다. 그렇게 모인 이야기들은 연극 대본을 만드는 씨앗이 되었다. 윤리적 고민 끝에 완성된 대본을 받은 어르신들은 내용보다 대사의 분량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곽 할머니는 동년배 할머니를 딸로 생각하며 “오냐”라고 읊어야 하는 대사 웃겨 몇 번을 다시 찍었음에도 “겁나게 재밌었어. 이번 여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라. 기분이 참 좋았어. 이게 누구 덕분이여?”라고 말했다. 슈타이너는 예술과 삶을 교배하여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이 자신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용평 마을에서 펼쳐지는 프로젝트는 고령자가 존중받는 주체로 다시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삶이 길어지는 시대, “나는 아직도 필요하다”라는 감각이 있다면, 노년의 하루가 기쁨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며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다시금 되새겨준다. 황유진 이랑고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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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21 18:29

도내 주택시장  여전히 양극화 지속

국내 부동산 시장은 모든 분야에서 복잡하게 얽혀있어 전문가들까지도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렵고 느끼는 온도차가 크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의견들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예나 지금이나 일관된 질문은 집을 사야 될지, 아니면 팔아야 될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세는 어떠한 지​부터 시작해서 매도 시 양도소득세는 얼마나 될까, 가지고 가는 게 오히려 나을까, 전세로 갈아타야 할까 하는, 등류들이 대세를 이룬다. 미래의 운수 길흉 따위를 미리 판단하는 점 집 점쟁이나 사주팔자 명리 전문가쯤으로 아시는 모양이다. 미루어 짐작하건 데 질문 속에는 수많은 내용들이 함축되어 어느 것도 섣불리 단정할 수 없는 무게와 깊이를 더해준다. 탄핵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다고는 하나 수요층이 관망세로 돌아선 도내 주택시장은 여전히 지역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이 달도 차면 기울고,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주택시장 역시 오르면 내린다는 불변의 법칙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다시 말하면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시장가격이 형성이 되는데 언젠가는 어떠한 형태로든 무너져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면서 변곡점이 무너지기도 한다. 대선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주택시장의 정책은 묻지 마 식 공약으로 얼룩질 것이고 여.야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쏟아 낼 것이다. 신 만이 알 수 있는 장밋빛 공약은 혼란만 가중시키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오랫동안 표류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정부의 규제정책은 대부분 거래 제한이나 대출 규제. 세금 폭탄 정책 등으로 이어져 왔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수요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용수철 효과로 오히려 누르면 누를수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오히려 혼란만 야기했다. 학습 효과는 가득 차다 못해 흘러넘친다. 첫째 풍부한 유동성 자금과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규제지역인 수도권을 돌아 비 규제지역인 우리 지역까지 들어와 도내 전 지역이 풍선효과로 인해 가격이 폭등하고 이제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 않는가. 둘째 흔해 빠진 공청회 한번 없이 공시가 인상은 세금 폭탄으로 이어지고 조세저항에 부딪치면서 결국에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셋째 주택 임대차 보호법은 전세보증금 상승으로 인해 갭투자가 성행하고 전세 사기 사건은 물론 덩달아 전세까지도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넷째 신혼부부 대출. 신생아 특례 대출. 청소년 대출. 첫 생애 대출 등도 집값 상승에 한몫을 했다. 정부는 집값이 안정되기를 원한다면 규제 일변도 정책만이 능사가 아니다. 강도 높은 규제정책이 나올 때마다 매물은 사라지고 오히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보다는 누구나 공감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우리는 요구한다. 주택시장 이란 게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상승이나 하락이 한번 시작되면 양쪽 다 장기화된다는 게 문제다. 여전히 아파트 싹쓸이 원정 쇼핑을 하고 있는 외지인들은 이미 출구전략을 찾아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도내 주택시장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주택시장의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도록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기에 필자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노동식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중앙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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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21 18:29

춘향제와 백종원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축제다. 지역사회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오는 30일부터 1주일간 95번째 잔치를 여는 ‘춘향제’다. 춘향제 하면 바로 남원, 광한루, 미스춘향, 판소리 등이 연상된다. 그런데 최근 이 전통축제에 뜻밖의 인물이 연계되면서 논란이다. 성공한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다. 남원시는 지역축제 ‘바가지요금’ 논란이 거셌던 지난해, 뜬금없이 ‘백종원 대표와의 춘향제 협업’을 발표했다. 당시 명성이 자자했던 백 대표를 축제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렇게 백 대표는 남원의 ‘이도령’이 됐다. 축제 직후 남원시는 ‘춘향제 대성공’을 자랑했다. 언론은 ‘백종원 매직이 또 통했다. 남원을 살렸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면서 백 대표와 갈등을 빚거나 문제점을 지적한 일부 지역 상인들을 ‘악덕 장사꾼’으로 치부했다. 남원시민의 소중한 자산인 춘향제가 일순간에 백종원의 춘향제로 각인됐다. 물론 바가지요금 근절 성과를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는 해당 지자체 차원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게 올봄 곳곳의 꽃축제에서도 확인됐다. 옛 명성을 찾지 못하던 춘향제가 지난해 ‘백종원 이름값’을 톡톡히 본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 춘향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바가지요금이 아니라 백종원 대표다. 최근 백 대표의 권위와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지역축제장 위생 논란을 비롯해 온갖 구설에 오르면서 그동안의 사회적 신뢰와 존경, 호의는 꼭 그만큼의 불신과 분노, 반감으로 바뀌었다. 서로 동행을 자랑한 춘향제에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백 대표의 춘향제 참여를 재고해 달라는 민원도 있었다. 그런데도 남원시는 백 대표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올해 백 대표의 참여폭을 더 확대하고, 향후 ‘백종원 테마거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대한민국 대표 축제 춘향제가 백 대표의 브랜드 홍보와 돈벌이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그냥 흘려버렸다. 어이없는 일이다. 새로 그린 ‘춘향영정’을 둘러싼 논쟁이면 몰라도, 그 이름값에 막대한 혈세를 들여 끌어들인 사람이 논란과 지탄의 대상이 됐으니 말이다. 모두 남원시가 자초한 일이다. 특정 인물, 그것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존 인물의 명성에 기댄 사업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적지 않다. 굳이 백종원이어서가 아니다. 누구여도 마찬가지다. 지역축제는 지자체가 주도해야 한다. 외부 기업의 힘을 빌리면 ‘반짝 효과’는 낼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리스크를 함께 떠안으면서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여러모로 올 춘향제를 상세히 들여다볼 일이다. 축제의 정체성과 자생력, 지역경제 파급효과, 기업참여의 명암 등을 선입견 없이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부정적 여론 속에 백종원 대표와의 동행을 고집한 남원시 자체 평가에 객관성을 기대할 수 없다. ‘춘향제 100년’을 준비하는 남원시민의 몫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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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4.2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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