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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 유공자 예우 더 과감하게 해야한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헌신한 이들에 대해 대한민국은 부끄럽게도 제대로 예우하지 못했다. 우리 주위에서도 이같은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김구, 안중근, 윤봉길 의사처럼 대표적인 이들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름없는 숱한 호국영령들은 그동안 저 세상에서도 마음편히 쉬지 못했다. 친자식이나 손자손녀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응분의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변곡점마다 헌신했던 수많은 호국영령에 대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부채의식을 가지고 그들의 숭고한 뜻을 높이 받들고 이런저런 이유에 의해 어려움에 처한 가족들이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야한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해 대한민국이 제대로 보답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국가로서의 존재 의미가 없다. 미국의 경우 다양한 인종과 민족, 다른 종교와 출신 성분을 가진 이들로 구성돼 있어도 일단유사시 서로 앞장서서 국가를 위해 나서는 것은 집단을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해 무한한 존경과 보답을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직시절 독립유공자를 3대까지 예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보훈 정책은 안보를 튼튼히 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나 당연한 언급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는 갈 길이 멀다. 신임 대통령도 앞으로는 독입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일례로 유공자의 장례와 유해 해외 봉송 때 의전을 격상하는 것 등은 사소한 듯 해도 상징적 의미가 있다. 며칠전 조국을 위해 헌신했음에도 단순히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관련 사실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국립묘지에 모셔지지 못했던 무연고 국가유공자 유해 3위가 임실호국원에 안장됐다. 국가보훈부는 무연고실에 안치되어 있던 국가유공자 유해 93위를 찾아 전국 6개 국립묘지에서 합동 안장식을 거행했는데 이의 일환이다. 국립임실호국원에는 전남 순천·목포 출신의 6·25, 월남전 참전 유공자 유해 2위와 전주 출신의 월남전 파병 유공자 유해 1위 등 총 3위의 무연고자 국가유공자 유해가 모셔졌다. 늦었지만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수 많은 영웅들의 희생과 공헌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5.01 18:23

[사설] 땅꺼짐·수해 예방, 노후 하수관 정비 급하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일상 공간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가 발생하고,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졌으니 시민들은 심리적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땅꺼짐은 단순한 일회성 사고가 아니다. 도시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다. 이런 땅꺼짐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노후 하수관’이다. 낡은 하수관에서 새어 나온 물에 지하의 흙이 쓸려 나가면서 땅밑에 빈 공간이 생기게 되고, 결국 지표면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7년(2019년~올 4월)간 도내에서 발생한 땅꺼짐 사고는 모두 75건에 이르고, 이 가운데 53건(70.7%)이 하수관 손상으로 인해 발생했다. 30년 이상 된 낡은 하수관이 전국 각 도시의 땅밑에 얽혀 있으니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게다가 노후 하수관은 여름철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를 키우기도 한다. 관이 막히거나 깨져 배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후 하수관으로 인해 물이 빠지지 않고 역류해 도시 한복판에 물난리가 나는 침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땅꺼짐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전국 각 지자체가 노후 하수관 정비사업 추진 계획을 속속 밝히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땅꺼짐 사고 예방을 위한 정밀 지반탐사와 노후 하수관 정비사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20년 이상 경과된 하수관로 3959㎞에 대해 정밀조사를 차질없이 완료하고, 이미 구조적 문제가 확인된 307㎞ 구간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다. 가뜩이나 빠듯한 지자체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노후 하수관 문제는 단순한 시설물 유지 관리 차원을 넘어,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지원에 나서야 하고, 지자체에서도 우선 순위에 두고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예고 없이 발생하는 땅꺼짐 사고는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도시의 불안 요소다. 기후위기 시대, 올여름에도 극한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철저한 사고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하수관 정비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우선 첨단 장비를 동원한 하수관로 정밀 조사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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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01 18:23

[금요칼럼] 따뜻한 5월에 기억되는 일들

'가정의 달'인 5월이 될 때면 머릿속에 기억나는 일들이 있다. 부모님의 은혜와 희생을 생각하며 어버이에 대한 감사한 마음, 제자의 성공을 보면서 기뻐하는 스승의 마음을 회고해보면 봄날씨처럼 마음이 따뜻해진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인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제주 태생의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같은 관식이의 삶에서 우리 부모님 세대 삶의 모습과 자식을 위한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 등의 모습이 비춰지며 매회 드라마를 볼 때마다 마치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눈시울 붉어지며 콧등이 시큰거린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부모님의 모습과 함께했던 일화가 떠오른다. 중학교 시절, 어머니가 정성껏 준비한 점심 도시락을 잊고 등교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내 이름을 외치며 도시락을 들고 뛰어오시는 어머니가 보였다. 아들이 굶을까 싶어 체면 가리지 않던 어머니 모습이 지금도 선연히 남아있는 것은 당시 어머니의 애정을 모르고 부끄러운 마음에 짜증만 냈기 때문이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종종 그때 그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걸 보면 못난 나의 행동에 대한 자책이자 반성이지 않을까 싶다. 아버지와도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필자의 아버지는 당시의 다른 아버지들처럼 희로애락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분이셨고 고생스러운 삶을 그저 담담하게 살던 분이었다.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던 날이 떠오른다. 고사장에서 시험을 보고 있는 동안 아버지는 12월 한겨울 날씨에 교문 앞에서 기도하며 종일 서 계셨다. 시험이 끝나고 나가니 아버지는 '고생했다. 밥 먹으러 가자.'라며 중국집으로 필자를 데리고 가셨고 별말 없이 짜장면을 나누어 먹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그 당시가 뇌리에 남아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사는 여동생과 통화를 하며 처음 듣게 된 이야기인데 필자가 박사학위 시험에 통과했다는 국제전화를 받으시곤 너무 기쁘신 나머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고 한다. 감정표현을 잘 안 하시던 아버지에게 그런 모습이 있었다니! 또, 그렇게 기뻐하셨다니! 돌아가신 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필자를 포함한 네 자녀를 공부시키고 독립할 수 있도록 고생과 희생을 했지만 조용하고 덤덤하고 꾸준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불평 없이 불만 없이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것을 내어주셨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지도해주셨던 헨켈교수님도 부모님과 같은 분이다. 재직 중이던 대학을 휴직하고 유학을 떠났기에 정해진 기간 내에 학위 논문을 마무리해야 했던 사정을 고려하여 필자보다도 훨씬 더 신경을 쓰셨다.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한 필자의 노력을 존중하면서도 '박사논문은 그 분야에 학문을 시작하는 단계이다.'라고 말씀하시며 좀 더 하고 싶은 내용은 박사 후에 심층적으로 연구를 펼쳐나가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책임지듯이 헨켈교수님은 한-독 국제 공동연구를 제안해서 연구과제 제안서를 손수 준비하고 본인의 뛰어난 연구실적을 바탕으로 본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몇 번이고 정부에 설명하였다. 막 박사학위를 취득한 초년병인 필자는 교수님 도움으로 수준 높은 국제연구의 공동기여자가 될 수 있었다. 2년간 열심히 했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신의 일처럼 기뻐하시던 기억이 난다. 무심하게 살아왔지만 돌아보면 온통 감사할 일로 가득하고 특별히 내 인생에 불을 밝혀 앞길을 편히 갈 수 있도록 말 없는 다정으로 나를 응원해주신 분들이 있다. 언제나 묵묵히 곁을 지켜주신 부모님,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등대가 되어주신 스승님. 5월의 푸르고 따뜻한 계절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또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부모님, 스승님을 떠올릴때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가 생각난다. 울창해진 나무가 숲을 보호하며 자연을 살리다가 나중에 장작이 되어 태워지는 것처럼 자녀, 제자를 위한 희생을 기뻐하는 삶을 살아가셨음을 새삼 느낀다. 올해 가정의 달에는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과 스승에 대해 회고하면서 감사를 기억하고 그분들에게 말로 다 전하지 못했던 감사의 마음을 모아서 자녀와 제자들에게 내리사랑의 마음으로 전해주고 싶다. 오덕성 우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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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01 18:22

[청춘예찬] 펜 한자루에 청춘을 담고-5

코로나19 팬데믹의 시작은 세상 모두에게 비극을 가져왔다. 겨울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봄은 버텨봐야지, 여름이 가기 전엔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겠지... ...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은 지난하기만 했다. 사람들의 이동, 모임, 아주 작은 공간의 공유조차도 제한되는 비극에 우리 모두가 지치고 자포하게 되었다. 경제 활동의 위축은 그림 작업에의 몰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매일 뉴스와 발병 수치, 통계를 들여다보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걱정이 쌓여갔다. 한해, 두 해 전전긍긍하며 버텨내었던 청년몰은 삽시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가장 오래되고 사랑받았던 가게부터 차례로 폐업을 선언했던것이다. 나 또한 수많은 갈등과 고민에 휩싸였다. 이곳을 떠나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곳을 나간들 나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혼자 인적 드문 전주의 곳곳을 거닐게 되는 시간이 길어졌다. 하지만 정겹고 따스한 나의 동네는 어릴적 추억과 함께 복잡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잊게 해주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걸었던 거리는 고달픈 현실을 뒤로한 채 과거의 향수와 감성을 자극했다. 곧 사라질, 언제 허물어질지 모를 옛 건물들의 조악한 슬레이트 지붕마저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몇 번이고 찾아가서 눈에 담았다. 그리고 그 찰나의 시간과 공간, 하늘을 담기 위해, 나는 펜을 들고 그리기 시작했다. 무념무상에 푸욱 빠진 채 드로잉을 하고 있자면 현실과 분리된 채 그린다는 행위의 즐거움만이 나를 지배하곤 했다. 그리곤, 이 소소한 즐거움을 한 장 두 장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시간이 지나며 코로나19 상황은 조금씩 개선 되어 갔다. 백신을 몇 차례 맞고 마스크를 쓴 채 활동과 모임이 자유로워졌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썰렁해졌던 공간에 기웃하며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위로 드로잉들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 골목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며 사람들에게 하트를 하나 둘 받더니, SNS를 통해 외주 작업 의뢰도 한 건 두건 들어오기 시작했다. 꽉 막혀있던 경제 활동에 한 줄기 빛이 새어 들어온 것이다. 전주시 연하장 드로잉 일러스트, 전주시 도정 소식지 삽화,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일러스트, 경기도 광주시 일러스트, 연화정도서관 개관 기념 엽서, 국립현대미술관 소식지 삽화, 태권도원 드로잉 캘린더 제작, 부산항만공사 홍보 일러스트 시리즈 등이 바로 가뭄에 단비같았던 작업들이다. 게다가 <드로잉으로 전주를 담는 작가-박성민>을 타이틀로 KBS전주 방송에도 얼굴을 비추는 행운도 얻었다. 위기가 기회이듯 나는 보다 열정적으로 내 그림의 콘셉트와 콘텐츠를 기획하고 연구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줄, 위로해줄 그림이 무엇일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해석해서 풀어낼지를 매 순간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은 도시의 이름 없는 그림 작가가 마음껏 진정성과 노력을 담아낼 수 있었던 유일한 수단인 SNS에 ‘좋아요’와 팔로워가 늘어갔다. 떠오르는 기억으로 가장 벅찼던 순간은 국립무형유산원 개최 홍보 영상에 주인공으로 출연 제안을 받았던 순간이다. 우리나라 무형 문화 유산을 드로잉으로 펼쳐내는 나의 모습이 영상으로 담기게 될 거라는 담당자의 설명에, 가슴이 뻐근할 만큼 벅차올랐다. 박성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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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01 18:22

[병무상담] 재신체검사를 다시 받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Q 병역처분변경원을 신청하고 신체검사를 받은 결과 7급 재신체검사대상으로 나왔습니다. 재신체검사를 다시 받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현역병 입영 대상자, 보충역, 예비역 중 질병 또는 심신장애가 있는 사람은 병역처분변경원 신청을 통해 신체검사를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병무청에서는 신체검사 결과 일정기간 경과관찰 또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 등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 7급 재신체검사대상으로 처분하고 일정기간의 치유기간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병역처분변경원 신체검사 결과 7급 재신체검사대상인 사람이 재신체검사를 받고 싶지 않다면 별도의 증빙자료 없이 치유기간 만료 전일까지 ‘병역처분변경신청 취하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서식은 ‘병무청홈페이지 - 민원신청 또는 민원서비스 – 민원서식 - 병역처분변경 신청 취하서’를 출력하여 작성 후 방문이나 팩스로 제출가능합니다. 병역처분변경원 신체검사결과 서류보완, 위탁검사가 의뢰된 사람은 각각 기한 만료 전일까지 취하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또한, 중앙병역판정검사소(대구광역시 소재) 신체검사 대상인 사람은 그 신체검사 전일까지 ‘병역처분변경신청 취하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병역처분변경’을 신청한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재신체검사 또는 중앙병역판정검사소 신체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병역처분변경원을 취하한 것으로 봅니다. ‘병역처분변경신청 취하서’를 제출한 사람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재신체검사 또는 중앙병역판정검사소 신체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은 병역처분변경원 신청 전의 역종으로 처분되며, 같은 병명으로 6개월 이내에 병역처분변경원 신청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역종은 병역의 종류(현역, 예비역, 보충역, 전시근로역) 또는 병역판정검사에서 판정되는 신체급수를 의미하며, 신체급수는 1~7급으로 나뉘는데 1~3급은 현역병입영대상자, 4급은 보충역, 5급은 전시근로, 6급은 병역면제, 7급은 재신체검사입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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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01 18:22

[오목대] 유산 14만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 선종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그가 남긴 유산이 100달러(약 14만원)라고 전했다. 평생 그의 청빈한 삶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세계 가톨릭 신자 13억명의 영적 지도자인 교황에게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2500유로(약 405만원) 가량의 월급이 주어진다(월급이 4600만원이라는 보도도 있음). 교황은 재위 12년뿐만 아니라 추기경에 임명된 2001년 이후 월급을 모두 교회에 기부했다. 76세 때인 2013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이름처럼 가난하고 약한 자의 수호성인이었다. 교황청 개혁을 비롯해 빈곤 퇴치, 환경문제, 난민 보호 등에 앞장섰으며 성 소수자와 무슬림, 비신도들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2014년 8월, 4박5일 일정으로 방한한 교황은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의전차량으로 방탄 리무진 대신 소형차인 ‘쏘울’을 택했으며 헌구두에 낡은 가방을 직접 들고 다녔다. 가장 먼저 팔을 벌려 만난 사람은 세월호 사건으로 슬픔에 빠진 유족이었으며 그들이 건넨 노란 리본을 끝까지 단채 기도를 올렸다. 세월호 유족들에게 “울어도 됩니다. 그러나 결코 희망을 놓지 마십시오”라고 위로해 큰 울림을 주었다. 또 위안부 할머니와 장애인, 북한 이탈주민, 외국인 근로자들과도 함께했다. 남북문제에도 관심을 가져 방북도 추진했다. 겸손하고 근검한 평소의 성품처럼 묘지석도 고급 대리석 대신 증조부 고향에서 가져온 돌에 고황의 라틴어 이름 만을 새겼다. ‘프란치스쿠스’. 생몰연도, 재위기간도 새기지 않았다. 이처럼 청빈하게 살다간 종교인은 우리나라에도 없지 않다. 성철스님과 법정스님, 김수환 추기경 등이 그들이다. 법정 스님은 “장례식도, 수의도, 관(棺)도 짜지 말고, 사리도 찾지 마라”고 유언했다. 평소 ‘무소유’ 등 30여권의 베스트셀러에서 나온 인세 수십억원은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부처님에게 3000배를 올려야 만나주기로 유명했던 성철 스님은 돌아가실 때 염의(染衣) 한 벌과 돋보기, 검정고무신 한 컬레만 남겼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추기경인 김수환 추기경은 선종시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비상금 300만원을 통장에 남겼으며, 사후 그의 뜻에 따라 자선단체에 기부되었다. 이들 종교인 외에도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했던 김장하 선생은 종교인 못지않은 유산을 남겼다. 10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평생 번 돈 300억원을 장학금으로 주었으며 “돈은 똥과 같아서 모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된다”는 돈철학을 남겼다.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5.01 18:21

[데스크창] “군산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 정부 결단이 필요하다"

전북자치도와 군산시가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 온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 조성 사업’이 장기 표류의 기로에 서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지역 조선 산업 회생의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던 이 사업은 정부의 지지부진한 움직임 속에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다. 사업 추진을 위해 수년간 발로 뛴 전북자치도와 군산시의 노력과 지역민들의 기대와 열망은 정부의 흐릿한 의지 때문에 허공에 흩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는 단순한 지역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조선업 기반이 붕괴한 전북자치도와 군산이 생존을 걸고 도전하는 일이다. 이는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 구조에 맞서 대한민국 산업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제조업의 뿌리를 지키려는 시도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태도는 무관심 그 자체다. 재정 지원은 감감무소식이고, 사업 타당성 검토는 끝이 없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지방을 철저히 외면하는 중앙정부의 민낯이다. 전북은 이미 ‘새만금 자동차수출복합센터’ 좌초라는 아픈 선례를 경험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뚜렷한 수요 분석과 시장 연계 전략 없이 추진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부지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고, 행정 성과를 앞세운 전시 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마저 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군산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이후, 군산은 경기침체와 고용 위기를 온몸으로 감내해 왔다. 지역 산업생태계는 위축되었고, 인구 유출과 소상공업 붕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 긴 그림자를 되돌릴 유일한 기회가 바로 이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다. 고부가가치 특수선박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세에 있고,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은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이 사업을 단순한 검토 대상처럼 취급하며, 지자체와 줄다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 국가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의 산업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 기반을 조성해야 할 때다. 더는 핑계도, 회피도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운영 전략과 확실한 수요 기반,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다. 정부는 말로만 ‘지역 균형발전’을 외치지 말고,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를 통해 그것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재정 투입을 늦출 이유가 무엇인가. 수요 검토, 입지 분석, 사업 타당성 등은 이미 수년간 검토되었다. 문제는 실현 의지다. 행동이 없으면 의지도 없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전북자치도와 군산시 역시 중앙정부의 책임만을 탓하며 방관해서는 안 된다. 더 강하게 요구하고,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정부 탓만 하며 기다릴 시간이 없다. 실현 가능한 사업 타당성 확보는 물론, 글로벌 수요 분석, 기술 고도화 계획 등 보다 정교한 청사진을 정부에 제시해야 한다. 또한, 조선 기자재 기업들과의 협업 모델,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산학 협력 체계를 구축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는 군산만의 과제가 아니다. 이는 한국 조선업의 미래 경쟁력을 되살릴 시험대이며, 지방 제조업의 부흥을 알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책임을 나누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문정곤
  • 2025.04.30 18:38

[타향에서] 백석 시인과 김영한의 거룩한 사랑

살랑살랑 봄바람은 온 누리에 꽃을 피우고, 뽀송한 생명들을 어루만지며 사랑을 피우는 봄날, 아름다운 순정을 전한다. 일제 강점기 때 시인 백석은 천재적인 재능과 훤칠한 외모로 많은 여성들에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가 사랑했던 여인은 기생 김영한 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못지않은 절절하고 가슴 뭉클한 사랑을 나누었다. 백석은 함흥 영생여고에서 영어 교사로 재직하던 1936년 어느 날 회식 자리에 갔다가 기생이던 김영한을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만다. 잘생긴 얼굴에 로맨티시스트 시인은 그녀를 옆자리에 앉히고서 손을 잡으며 하는 말 “오늘부터 당신은 영원한 내 여자야.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기 전 까지는 우리에게 이별은 없어요” 라며 진심을 전한다. 이후 백석은 이백(당나라시대 시인)의 시구에 나오는 자야(子夜)라는 애칭을 김영한에게 지어줬다고 한다. 그렇게 둘은 첫눈에 반해 연인이 되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였다. 부모님께서 기생과 동거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강제로 다른 여자와 혼사를 치르게 한다. 그러자 백석은 첫날밤 집을 나와 연인 자야에게로 간다. 그리고 자야에게 만주로 도망을 가자고 제안을 했다. 자야는 보잘 것 없는 자신이 백석의 장래에 누가 된다는 염려로 단호히 거절을 하였다. 할 수 없이 백석은 혼자 만주로 떠나기로 마음을 먹고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만주에서 홀로 자야를 기다리며 유명한 시 <나와 나타샤와 힌 당나귀>를 짓는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나타샤를 사랑하고/눈은 푹푹 내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다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힌 당나귀 타고/산골로 가자/출출이 흐르는 깊은/산골로 가 살자/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면/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이야기 한다/산골로 가는 /아름다운 나타샤는/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힌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응앙응앙 울 것이다. 그러나 간절한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945년 해방이 되자 백석은 자야를 찾아 함흥으로 왔지만 그녀는 이미 서울로 떠나고 없었다. 그녀를 그리워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3.8선이 그어지고, 이어서 6.25 전쟁으로 남과 북으로 갈라져 영원한 이별이 되고 만다. 이후로 백석은 평생을 홀로 자야를 그리워하며 살다가 북에서 1996년에 운명(殞命)한다. 서울에서 살던 자야(김영한)는 대한민국 3대 요정 중 하나인 대원각을 세워 부를 이루며 성장을 거듭하였다. 훗날 자야는 시가 1,000억 원 상당의 대원각을 아무 조건 없이 법정스님에게 시주를 하였다. 그 대원각이 현재 서울 성북동에 있는 길상사(吉祥寺)다. 자야도 평생 백석을 그리워하며 살았다고 한다. 폐암으로 1999년에 세상을 떠났다. 살아생전에 어느 날 기자가 물었다. “1,000억 원의 재산을 시주한 게 아깝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1,000억 원의 재산은 그 사람 시 한 줄만도 못 합니다” 라고 했다 한다. 평생 동안 백석을 절절한 마음으로 그리워하며 순정으로 살아 왔던 것이다. 유언으로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해서 길상사에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뿌려 달라” 고 하였다니, 백석의 시처럼 눈이 푹푹 내리는 날 백석을 죽어서라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오동근 재경남원문인협회 기획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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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30 18:36

[의정단상] 6·3 대선의 시대정신‘국민통합’

대한민국은 지금 분열 중이다. 12·3 내란은 현직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친위 군사 쿠데타로 대화와 타협을 배제하고, 상대를 말살하고, 군정으로 영구집권을 하겠다는 저열한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탄핵이 판결되는 넉 달의 긴 시간을 겪으면서 우리 대한민국의 오늘에 가장 심각하게 드러난 것이 극단적인 분열이었다. 보수든 진보든 진영의 이익과 권력 앞에서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과 이에 동조하는 여당 정치인, 성직자들이 반대편에 대해 욕설을 일삼고 폭력을 조장했다. 그들의 선동으로 발생한 서부지법 사태와 각종 집회 장소에서의 폭력은 마치 해방 이후 좌우 대립으로 혼란했던 1945년을 보는 듯했다. 대다수의 국민은 6·3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의 첫 번째 과제가 ‘국민 통합’이 되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3년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분열은 극에 달했다. 국민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으며 물가는 치솟고 실업과 폐업이 늘었으며 소득은 줄고 주가는 폭락했다. 또한 우리 사회를 지탱하던 민주주의와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지켜낸 자유와 인권의 가치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말았다. 평화와 안보마저 정쟁과 권력 유지 수단으로 전락하는 동안 대한민국의 국격이 추락하여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과제는 사라지고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화되었다. 의료시스템마저 붕괴되어 병원을 헤매다가 사망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정치와 행정이 과거의 틀에 갇혀 보수니 진보니 다투고 있는 동안 분열의 숙주는 이렇게 3년간 커져왔다.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6·3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의 정치와 행정은 여야를 막론하고 진정 어린 반성과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트럼프 2기가 불러올 약육강식의 무한대결의 세계질서와 AI 중심의 초 과학기술 신문명 시대 앞에서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이니 감정이나 하는 것들은 사소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국민을 통합하고 세계로 나아갈 것”은 물론“내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과 “민생을 회복하고 경제를 살려낼 것”을 주장했다. 민주당의 금기였던 박정희, 이승만 묘역을 참배하고 선대위에 보수인사를 영입하면서 “대통령은 국민을 크게 통합하는 우두머리”임을 강조했다. 아직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 대선후보들 역시 하나같이 분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민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이 국민 통합을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우뚝 설 것인지, 파괴적인 역주행을 계속해서 세계의 변방으로 추락할지가 결정되는 역사적 분수령이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이번 대선을 통해 공존과 소통의 가치를 복원하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되살리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와 그 결과를 고루 나누는 것이 양극화를 완화하고 함께 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기위해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성장을 회복시키며 격차를 완화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국민 통합의 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먹사니즘을 해결하고 불평등과 절망, 갈등과 대결을 극복하는 동시에 국민 대통합으로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국민행복시대’,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윤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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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30 18:35

[오목대] 그레이트 게임과 전북의 입지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은 1813년부터 1907년까지 100년 가까이 계속된 러시아와 영국 사이의 패권 경쟁을 이르는 말이다. 부동항을 찾아 남으로 진출하려는 러시아와 이미 러시아 남쪽 전역에 걸쳐 식민지를 가진 영국은 사사건건 부딪치며 지축을 흔드는 것처럼 국제무대에서 경쟁했다. 크림 반도에서 발발한 크림전쟁을 비롯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 한반도 일대에서 벌어진 러일전쟁 또한 큰 틀에서보면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러일전쟁의 경우 외형상 러시아와 일본의 대결이지만 영국, 미국 등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영국, 러시아, 미국 등과 전쟁을 치른 아프가니스탄은 어쩌면 그레이트 게임의 가장 큰 희생양 이라고 할 수 있다. 1907년 러시아와 영국간 협상을 끝으로 그레이트 게임은 외형상 종결됐으나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을 치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레이트 게임은 진행형이다. 그런데 강자가 아닌 약자의 입장에서는 그레이트 게임 같은 지축을 흔드는 상황이 벌어질 때 판단한번 잘못하면 끝이다. 속된말로 졸면 죽는다. 역사의 변곡점마다 지도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나라가 망하고, 백성이 도륙을 당하는 일은 수없이 많았다. 국제흐름을 읽지 못한채 화를 자초했던 병자호란은 말할 것도 없고 임오군란과 동학혁명때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세를 불러들인 지도층의 무능과 오판은 통탄할 일이다. 프랑스의 침공 위협에 놓였던 태국이 영국을 끌어들여 결과적으로 영ㆍ프의 중립지대로 남으며 독립을 보전했던 실용외교는 상황 판단을 잘못해 식민지로 전락했던 조선과는 너무나 대조된다. 그레이트 게임은 비단 국제관계에서만 벌어지는게 아니다. 지방화 시대를 맞아 각 지역간에 벌어지는 각축전은 흡사 그레이트 게임이 진행되는 국제 외교무대나 마찬가지다. 짧게는 반세기, 길게는 한세기가 넘게 축소지향적 모습을 보여왔던 전북은 지도급 인사들의 잘못된 판단에 기인한 바 크다. 재작년 새만금잼버리 사태는 사실 여야간 그레이트 게임의 희생양 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민주당이 격돌하는 와중에 불거진 것이 바로 전북의 새만금잼버리였다.야당의 한 축을 희생양 삼아야만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집권당 국민의힘은 무서운 노림수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은 화끈하게 전북 편을 들어주지 않은것이 바로 새만금 예산 아니었던가. 막판에 민주당이 힘을 실어주면서 일부 복원되기는 했으나, 타 시도 예산은 모두 늘어난 반면, 전북만 감소하는 기가막힌 일이 벌어졌다. 당초부터 새만금잼버리는 독이 든 성배라는 우려의 시각이 없지 않았으나 어쨋든 이를 두고두고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고래싸움이 격화하면 할 수록 눈치없는 새우는 등이 터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난 일은 잘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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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30 18:35

[사설] ​농진청 개인정보 유출, 2차 피해 예방 손놨나

최근 SK텔레콤 유심(USIM) 정보 해킹 사태로 우리 사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축사로' 회원 정보를 무단으로 보관하던 외주업체의 사이트가 해킹당하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해당 사이트 회원들의 아이디와 이름,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집 주소, 농장 정보 등 농민 30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후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농진청 홈페이지와 농촌진흥사업종합관리시스템 등에서 무려 47만여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그런데 농진청의 사후 대응이 문제다. 사과는 있었지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 예방 조치가 너무 미흡하다. 농진청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해킹 사실과 비밀번호 변경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게 전부다. SKT 해킹 사건과 관련해 사측과 정부 부처, 관련 기관, 금융권 등이 전방위로 협력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선제 조치에 적극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게다가 농진청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의 농민이라는 점에서 더 적극적이고 세심한 대응이 필요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농민들의 불안감을 악용한 보이스피싱·스미싱 등의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농업인 대부분이 디지털 취약계층인 고령자로 웹 접근성이 떨어진다. 2차 피해로 인해 우리 농촌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인구유출과 노령화로 공동체 붕괴 위기에 놓인 우리 농촌의 ‘소멸시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급하다. 더 적극적이고 신속한 2차 피해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유출된 계정 중 아직껏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은 농민 회원을 대상으로 피해 방지 대책을 거듭 안내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금융기관의 협조를 얻어 정보 유출 피해자들의 금융계좌를 특별관리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따라야 한다. 아울러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도 총력을 쏟아야 한다. 사고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면밀한 원인 분석을 통해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인구절벽 시대, 우리 농촌의 기반을 뒤흔드는 엄청난 사회적 문제를 부를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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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30 18:35

[사설] 전북 공공기관, 장애인기업 제품구매 늘려야

전북 지역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의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한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제도 이행이 여전히 미흡하다. 4월 2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도 공공기관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실적'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연간 총구매액의 1% 이상을 지정된 중증장애인 생산품에서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올해는 이 의무 비율이 1.1%로 상향됐다. 이에 도내 지자체와 관련 기관들은 모두 이 기준을 준수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우선구매 비율을 법정 기준치 이상으로 달성하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몇몇 기관은 우수한 실적을 보였지만 대다수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전북자치도는 광역자치단체 중 높은 실적을 보여 구매 비율 2.11%를 기록했다. 기초단체 가운데는 완주군이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율이 10.64%로 전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익산(1.54%), 정읍(1.22%) 등 3개 지역만이 법정 기준을 넘었고, 나머지 11개 지역은 의무 비율에 도달하지 못했다. 군산(0.32%)이 가장 낮았으며, 임실(0.50%), 고창(0.56%), 부안(0.61%), 무주(0.62%), 진안(0.64%) 순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1.06%(전국 7위)의 비율을 기록했다. 산하 교육지원청 중에서는 임실교육지원청이 2.13%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정읍, 고창, 장수, 진안 등이 기준을 초과했고. 최저 수준인 무주(0.30%)를 비롯해 순창, 남원, 부안, 김제, 완주 등 6곳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또 새만금청, 새만금개발공사, 전북대병원 등 기관들이 상당 수 미준수하여 법정 기준치(1.1%)를 충족 못하는 실정이다. 사실 이 같은 의무 미충족 상황은 공공기관들이 사회적 경제 분야 등 다수의 우선구매 제도이행으로 중증장애인 생산품의 구매 비율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 목적을 위한 제도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구매율 미달 시 구체적인 제재 조항을 마련하고,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해 이러한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이를 통해 함께 사는 전북의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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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30 18:34

[사설] 말산업을 전북의 전략산업으로 특화하자

말산업은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시장 잠재력이 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농가소득 증대와 농촌 활력을 높일 수 있는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2017년 <말산업 육성법>을 제정한 이래 ‘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5년마다 세우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2025년 말산업 육성 시행계획’을 발표하는 등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말산업 인프라가 어느 곳보다 잘 갖춰진 전북은 이를 지역의 전략산업으로 특화해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방소멸에 대응했으면 한다. 말산업은 말과 관련된 사육·조련·유통·이용 등에 관한 모든 분야의 산업(말산업 육성법 제2조)으로 정의된다. 프랑스의 경우 18조원 규모로 말 관광, 승마, 말고기 등 전 분야에 걸쳐 발달해 있다. 일본은 48조원 규모로 경마가 크게 발달해 있으며 최근에는 승마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에 비해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말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말 산업 규모는 3조 1934억원이다. 이중 경마가 직접산출액의 80%를 차지해 경마 의존도가 너무 높은 편이다. 승마인구는 2011년 2만5000명애서 2023년 6만7000명으로 2.6배 증가했다. 앞으로 말산업은 승마는 물론 관광·레저, 재활·힐링 등 산업 다각화가 필요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북의 말산업 인프라는 어느 곳 못지 않다. 말 사육두수는 전국 3위며 제주와 경북·경기에 이어 2018년 익산, 김제, 완주, 진안, 장수 등 5개 시군이 말산업특구로 지정되었다. 또 3곳의 인력양성기관이 있다. 이들 중 장수 국제승마장은 국제대회 개최가 가능한 수준이며, 익산과 완주에도 공공승마장이 신설됐다. 이곳을 중심으로 유소년 승마단 육성, 재활승마 프로그램 활성화 등 수요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새만금 농생명용지 6공구에 200ha 규모로 승용·경주마 등 말 관련 복합기능을 갖춘 말산업복합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곳에 경마공원 조성과 한국마사회 본사 유치까지 추진하고 있어 말산업 기반 경쟁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 덕분에 전북은 올해 전국 35개 승마대회 중 70%가 넘는 25개를 유치했다. 이같은 강점을 활용해 말산업을 효자종목으로 육성하는데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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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29 18:56

[사설] 군산 외식산업개발원 외지인 배만 불려서야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전북 군산시의 '외식산업개발원' 사업이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에 과도한 혜택을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추진한 사업이 도마에 오르면서 일부 시민들은 공공기관이 외지 프랜차이즈 업체만 배를 불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하기 때문이다. 군산시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와 협업해 군산시 금동과 장미동 일원에 70억원을 들여 외식산업개발원(2개동)과 창고(1개동)를 지난해말 신축했다. 개발원에는 조리교육장과 이론강의장, 사무실, 카페·베이커리교육장 등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인데, 더본코리아는 연간 3000만원 가량의 사용료를 내고 개발원 전체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시는 지역 외식산업을 육성하고, 원도심 상권을 되살리기위해 이같은 사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요즘 백종원 대표가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이면서 군산시의 외식산업개발원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다. 군산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한 외식산업개발원이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더본코리아만을 위한 특혜성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로 더본코리아의 요구에 맞춰 군산시는 건물 설계를 변경하는가 하면 외식산업개발원 내 조리 집기에 ‘더본’이라는 상호를 새겨 넣기도 했다. 문제는 최근들어 더본코리아의 기업 이미지가 크게 추락하면서 개발원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군산시는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 깊이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당초 계획대로 잘만 운영된다면 더본코리아가 외식산업개발원 운영을 맡아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과 외식업 컨설팅 등 긍정적 효과가 크다. 지역 특색 메뉴 개발과 외식업 종사자 교육, 원도심 상권 활성화 등 도시재생의 촉매제 역할 또한 없지는 않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더본코리아는 올 2월부터 '빽햄'의 품질 논란, 농지법 위반 의혹, 제품의 원산지 표기 오류, 축제 현장에 집기와 재료를 방치하는 등 여러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일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라도 군산시는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강력하면서도 확실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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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29 18:55

[위병기 칼럼] 지역맹주 없는 전북정가 각자도생의 길로

프랑스 남부에 가면 론 강을 끼고 있는 아비뇽 이라는 도시가 있다. 중세의 흔적이 물씬 풍겨나는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아비뇽은 카노사와 더불어 교황권의 부침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성 있는 곳이다. 아비뇽 유수는 1309년부터 1378년까지 교황청이 오늘날 프랑스 아비뇽으로 이전했던 시기를 일컫는 용어다. 교황이 외진 곳에 유폐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비뇽 유수와 정반대의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카노사의 굴욕이다. 신성 로마 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가 이탈리아반도 북부의 카노사성에서 교황 그레고리오 7세에게 파문을 취소해 달라고 1077년 추운 겨울날 3일 동안 관용을 구한 대사건이다. 신임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를 앞둔 요즘 아비뇽 유수와 카노사의 굴욕이라는 두가지 사건은 종교의 영역을 떠나 인간세계의 부침과 속성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얼마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이게 남긴 생전 메시지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 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사람들을 자세히 봐라. 제대로 듣지 않는다”며 “말을 듣다 말고 중간에 대답하곤 하는데, 평화에 도움 되지 않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6월 3일로 예정된 장미대선에 나온 대선 후보들은 정치의 속성상 많은 말을 할 수밖에 없겠으나 너나없이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경청하지 않고 독기가 가득한 말만을 뿜어내고 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논리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오늘날 한국정치의 현장이다. 시민들은 요즘 과연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며, 집권 이후 그려질 청사진은 어떻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범위를 좁혀서 전북 정치권에 한정하면 대선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확인하는 하나의 절차일뿐, 관심은 온통 내년 6월 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에 쏠리고 있다. 탄핵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고, 민주당 경선이나 대선 득표율을 운운하는 것 역시 냉정하게 말하면 자신의 입지를 세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뿐이다. 그런데 전북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지역맹주가 없어졌다. 정세균, 정동영 의원이 당 대표나 대권 후보로 뛸때만 해도 적어도 전북에서 일정 부분 지분 비슷한게 있었으나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지금은 전북의 지분을 운운할 이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지역에서 자신을 챙겨줄 사람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지선 후보군들은 너나없이 중앙무대 이런저런 연고를 쫒아 동아줄을 찾고있다. 도지사나 교육감, 시장군수 선거전이 1년 남짓 남있지만 이번 장미대선이 점수를 딸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현직 단제장은 말할것도 없고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후보들은 저마다 유력한 중앙 정치권 실세를 찾아 이리뛰고 저리뛰고 있는게 오늘의 형국이다. 지방권력은 지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도민으로부터 나오는게 상식일 것 같다. 하지만 오늘날 전북정치권의 현실을 보면 “주권은 민주당에 있고 모든 권력은 중앙당 실세로부터 나온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거 같다. 영남도 마찬가지지만 전북에서는 지역민들의 투표는 특정 정당 후보를 추인하는 하나의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맹주가 없는 현실속에서 지역 정치인들은 각자 도생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결국 지역민들이 제대로 대접 받으려면 눈을 부릅뜨고 정당과 지역정치인들의 행태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하고 여기에서도 역시 견제와 감시의 원리가 작동돼야 한다. 화룡점정=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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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4.29 18:55

[기고] 대선 ‘정책의 창’에 전북을 담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장 문승우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른바 정책의 창이 열렸다. 지방정부는 대선이라는 정책의 창에 수없는 정책들을 담아낸다. 지역의 산·학·관·연 모두가 각종 정책의제를 제시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힘을 쏟는다. 대선 후보자들 역시 표심을 겨냥한 정책들을 쏟아내며 대권의 꿈을 꾼다. 그렇다면 전북특별자치도는 대선이라는 절호의 기회 앞에 무엇을 제안하고, 어떻게 새로운 정부의 정책과제로 끌어낼 것인가? 미국의 정치학자 존 킹던(John W. Kingdon)은 ‘정책의 창(Policy Window) 이론’을 통해, 문제(Problem)의 흐름, 정치(Politics)의 흐름, 정책대안(Policies)의 흐름이 맞물릴 때 정책의 창이 열리고, 이 순간 채택된 의제가 실제 정책으로 구현된다고 설명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전북이 오랜 시간 안고 있던 지역발전의 숙제를 이번 대선 국면에서 정책화하고, 다음 정부의 국정과제로 반영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다. 전북의 수많은 현안 중에서도 최소 두 가지는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후보들의 공약에 포함되고, 차기 정부의 핵심과제로 추진돼야 한다. 첫 번째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일, 즉 ‘지역 균형발전’이다. 지금 지방은 고령화, 저출산, 인구 유출 등으로 생존의 경계선에 서 있다. 지역만의 노력으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 시절 단행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혁신도시 조성과 지역산업 기반 재편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이었다. 그러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다. 이제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절실하다. 2005년 지방 이전 계획 당시 수도권 공공기관 346개 중 176개를 대상으로 이전이 추진됐다. 이후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간 153개 기관이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했지만, 수도권에는 여전히 200여 개의 공공기관이 남아 있다. 전북혁신도시에는 지역과 연계된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이 필요하다. 예컨대, 농협중앙회와 축협중앙회 본사, 한국투자공사(KIC), 7대 공제회 등의 이전은 전북혁신도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전북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자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다. 전주와 군산, 익산, 정읍 등을 축으로 하는 의료 바이오산업 생태계의 첨단 기지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전북은 이미 '전북 메가비전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정치권에 제안한 상태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 기반 플라즈마 산업 클러스터 구축사업(군산) △나노 탄소 신소재 중심 혁신의료기기 연구 및 실증 인프라 구축사업 △첨단 재생의료 바이오 허브사업(전주·정읍·익산·새만금 등) △의료용 헴프 산업 클러스터 사업(새만금) △지리산권 천연물 바이오소재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 △우주 방사선 신소재 부품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정읍) 등 총 6개 바이오산업 관련 사업이 포함돼 있다. 2조 532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정책의 창은 이미 열려 있다. 이 창에 전북의 내일을 담아내는 일은 바로 정책선도자(Policy Entrepreneurs)들의 몫이다. 혁신 기업가가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듯, 정책선도자들은 전북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전북의 정계, 산업계, 학계,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모두가 전북의 발전을 위한 ‘정책의 창 캠페인’에 참여하는 정책선도자가 되어주길 제안한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장 문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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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29 18:53

[새벽메아리] AI와의 공존, 이제는 ‘흥미’가 직업의 중심이 되는 시대

부모의 큰 숙제 중 하나는 자녀의 진로 문제다. 어떤 직업을 안내하고 도와야 하는지가 그 문제의 핵심일 것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미래 시대는 부모가 살아왔던 구시대와는 다르므로 아이의 진로 방향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AI 시대를 이미 맞이했다고까지 규정하는 진취적 부모에게도 미래시대를 향한 아이의 진로 문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애착이 강한 부모일수록 아이의 진로를 부모가 끌려는 성향이 강하다. 세상을 경험했으므로 오죽 잘 안내하겠냐는 자부심도 있다. 그러나 모든 판단은 경험의 범주를 뛰어넘기 어려우므로, 수십 년 전의 과거를 기반으로 수십 년 후의 미래를 점친다는 것은 허황할 수 있다. 그래서 자녀의 진로를 놓고 부모와 아이의 판단에 갈등이 있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자녀는 부모가 이론적으로 인식하고 가상하는 새로운 시대를 이미 디폴트로 가지고 있으나, 부모는 이 디폴트가 낯설다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다. 미래에는 시대의 커다란 갭(gap)만큼이나 직업군의 변화도 역동적일 것이다. 위상의 변화는 물론이고 새로운 직업의 등장과 사라짐이 상상을 뛰어넘을 것 같다. 이런 시대 변화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것은 AI의 진입 정도다.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는 AI 시대에 대하여 단순히 디지털 기계 시대의 돌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 AI와 공존하는 시대’의 도래로 이해하는 관점이 더 중요하다. AI 왓슨이 등장한 지는 벌써 10년이 넘었고, 다양한 분야의 슈퍼컴 등장은 미래시대의 향방을 확실하게 결정해 갈 것이다. 인간이 AI와 동일 선에서 능력을 경쟁할 수는 없으므로, 이들과의 공존을 위해 어떤 영역을 어떻게 함께 해야 하는지가 앞으로 직업 선택의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이를 이해하는 방법에 적성과 흥미 검사가 있다. 적성 결과는 직업 선택에서 꽤 유의미해 왔다. 그러면서‘흥미는 취미, 적성은 직업’이라는 등식을 형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적성은 학습의 결과를, 흥미는 기질을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 또 적성은 주어진 과업에 대한 뛰어난 성취를 추구하는 반면, 흥미는 탐구적 창조와 새로움의 발굴을 지향한다. 그래서 AI 이전에는 인간의 적성 능력에 가치를 두었지만, AI와의 공존 시대는 자유로운 몰입과 새로운 발굴을 가능케 하는 흥미 역량에 관심을 둘 수 있다. 앞으로 AI는 인간의 적성 능력을 완벽하게 대체해 갈 것이니, 이제는 AI의 적성 능력을 보완하고 창조하는 흥미 역량의 조화로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아이들의 미래시대 삶의 방식이다. 이렇게 보면, 미래에는 아이의 ‘적성’보다는 ‘흥미’에 무게를 둔 관찰과 지원이 부모의 진로교육 해법이 될 만하다. 부모에게 놀라운 변화로 다가온 현재의 이 시대를 이미 기본 값으로 세팅한 아이들은 이제 새 시대의 주인공이다. 새 시대를 살아갈 아이를 과거에 뿌리를 둔 부모가 고집스럽게 끌어당길 일은 아니다. 사랑의 마음으로, 소중함의 가치로, 아이를 지켜보면서 ‘적성’을 살피되‘흥미’를 잘 챙겨주어야 한다. 인간의 삶에 군림하지도, 배타적 존재로 맞서지도 않는 AI, 그리고 AI와 인간의 공존, 이렇게 인간과 AI는 상호작용하고 보완하며 미래 시대를 도도히 흘러갈 것이다. 이제 부모는 자녀의 흥미를 알고 그것을 장려함으로써 적성과 흥미가 조화를 이루는 AI와의 공존 시대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송영주 전 군산동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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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29 18:53

[오목대] 한지 장인을 지켜야 하는 이유

전통 한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도전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한지는 우리보다 앞서 종이를 발명한 중국으로부터 제작기술을 들여왔지만, 중국의 선지나 일본의 화지와는 기법이 다르다. 한지가 선지나 화지보다 내구성과 보존성에서 빼어난 품질을 인정 받는 것도 이 독창적 기법 덕분이다. 한지는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지 오래다. 기록유물 보수에 화지나 선지를 활용해온 루브르 박물관이 내구성과 보존성에 문제가 생기자 대체 종이를 찾아 나선 끝에 보존성이 뛰어난 한지의 기능에 감탄하며 이제는 유물복원까지 한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만하다. 우리나라 세계기록유산 중에서도 보존성을 돋보이는 <조선왕조실록>이나 <훈민정음> 등 대부분 유물은 한지로 만들어졌다. 사실 한지의 등재 추진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선지와 화지는 2009년과 2014년에 이미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된 터다. 한지의 등재 신청 내용은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이다. 문화재청은 한지를 ‘닥나무 채취에서 과정에 이르기까지 장인의 기술과 지식, 마을 주민들의 품앗이가 더해져 우리나라의 공동체 문화를 잘 보여주는 유산’으로 설명한다. 단순히 전통 종이 한지가 아니라 오래 계승되어온 고도의 숙련된 기술과 경험, 그리고 그것을 보전해온 역사와 문화를 가치로 내세웠으니 장인들의 ‘오래된 경험과 기술’은 온전히 계승되고 있어야 함이 옳다. 그러나 한지가 처한 현실은 다르다. 전통 한지를 만드는 장인은 줄어가고 단절 위기에 놓인 기능도 있다. 한지를 뜰 때 기본이 되는 한지발 제작 기능도 그 하나다. 전주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지발을 만드는 장인이 있었다. 2023년 작고한 유배근 명장이다. 전통한지발을 만드는데 온 생애를 바쳤던 그는 2005년 도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됐다. 그 덕분에 한지발장 종목이 만들어졌지만, 뒤를 이을 전수자는 아직 지정되지 않고 있다. 평생 한지발 만드는 일을 함께해온 그의 아내와 아들이 있는데도 기능보유자나 전수자가 지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안타깝다. 한지의 인류문화유산 등재는 2026년 12월,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목록에 많은 유산이 올라있는 국가는 2년에 한 건씩만 심의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등재된 ‘장담그기 문화’까지 23개 종목이 인류무형유산 등재되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다등재’ 국가다. 한지 등재를 앞두고 한지 도시를 자처하는 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반가운 일이지만 정작 챙겨야 할 일은 놓치고 있는 형국이 불편하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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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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