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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역대 최악의 산불이 한반도 동남부를 휩쓸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도깨비불 같은 불덩어리가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다녔다. 마을이고 산이고 바닷가 어선까지 화마가 집어삼킨 것이다. 지난달 21일 시작된 산불은 울산, 경북, 경남, 충북, 전북 등 11개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중 경북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과 경남 산청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피해 면적이 서울의 약 80%에 해당하는 4만8000ha에 달하고 인명 피해도 사망 30명, 부상 45명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집 3800여 채가 잿더미가 됐고, 대피소로 옮긴 이재민이 4700여 명이다. 간접피해 인원까지 합하면 4만명에 육박한다. 경제적 손실만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천년고찰인 경북 의성의 고운사, 운람사 등도 전소됐다. 이같이 엄청난 재난은 기후위기와 인간의 부주의가 빚어낸 결과였다. 기후변화로 지구가 빠르게 뜨거워지면서 산불과 폭염, 홍수 등이 잦아졌다. 이번 산불은 성묘객이 라이터로 봉분에 있는 나무를 태우려다 바람에 불씨가 날려 초대형 산불로 번졌다. 쓰레기 소각과 제초작업 중 발생하기도 했다. 산불이 덮친 곳에 숲이 다시 돌아 오는데 30년, 땅까지 완전 복원되는데 100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이번 산불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사망자 30명 중 26명이 노인이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6세였다. 영덕읍에 살던 89세와 83세 노부부는 대피 도중 참변을 당했다. 잿더미가 된 대문 앞에서 꼭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으로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대피 중 할머니가 넘어지자 할아버지가 일으켜 세우다 연기에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 71세 여성은 소아마비 환자로 고립돼 질식해 숨졌고 88세와 86세 남성과 86세 여성은 실버타운 외상환자들로 차량으로 대피하던 중 산불이 확산되면서 차량이 폭발해 숨졌다. 또 대피소에 임시거처하는 주민도 대부분 노인들이다. 이번 산불 피해지역은 전국적으로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첫 발화지역인 의성군은 고령화율이 47.9%로 전국 226개 시·군·구 중 1위다. 청송군은 7위, 100세 노인이 매몰돼 숨진 영덕군은 9위, 영양군은 11위, 경남 산청군은 고령화율 43%로 전국 12위이다. 또 이들 지역은 1인 가구나 노부부 가구가 많다. 거동이 불편해 제때 대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은 일상생활수행능력(ADL)이 낮은데다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고령사회와 인구소멸이 빚은 비극인 셈이다. 현행 화재예방법(제23조)과 재난안전법(제31조의2)은 노인을 화재안전취약자로 분류한다. 하지만 임의규정으로 형식적이다. 미국은 대형산불이 발생하면 강제 대피명령을 내린다. 지난 1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형산불이 났을 때 경찰이 집집마다 방문해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공무원들이 직접 도로를 폐쇄하고 긴급대피소로 주민들을 안내했다. 우리는 재난약자가 가장 먼저 희생당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었다.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4.03 11:56

탄핵심판 결과 겸허한 수용이 최선이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여와 야, 진보와 보수, 호남과 영남, 청년과 중장년들로 양분화 된 대한민국의 미래가 4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크게 좌우될 운명에 처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더라고 이를 깨끗히 수용하고 혼란을 최소화하는게 그나마 최선이다. 만일 어느 한쪽에서 헌재 판결에 불복하고 사회 혼란이 가속화한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않는 최악의 결과일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내전상황에 준하는 최악의 결과가 빚어진다면 그것은 곧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는 전주곡일 수밖에 없다. 시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 어디까지 추락할지 상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고비마다 용케도 살아남았다.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악조건을 뚫고 이젠 세계 최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그것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민초들의 끈질긴 도전과 응전, 그리고 집단지성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하루 앞둔 3일 당력을 총집결하면서 민심얻기에 나섰다. 그런데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섬뜩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천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탄핵을 인용해 파면할 것이다'라는 응답이 55%,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킬 것이다'라는 응답은 34%로 조사됐다. 그런데 응답자 50%는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는 의견을, 44%는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자신의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는 의견도 절반쯤 되기는 하지만 무려 44%의 응답자가 승복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여론조사 결과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탄핵심판 결과에 대해 불복할 것으로 해석되는 징후가 도처에서 감지된다. 우려스런 일이다. 정파적 이해관계와 무관한 수많은 국민들이 제대로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판결이 나와야만 추후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래서 헌재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4월 4일 헌재의 탄핵심판이 과거를 정리하는 사법심사가 돼야지, 또다른 분열과 갈등을 부르는 판결이 돼서는 안된다. 헌재는 말할 것도 없고 국민 모두가 사려깊이 고민해야 할 절대절명의 시점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03 11:34

십승지(十勝地) 운봉고을

역사적으로 전쟁,재해,질병이 없고 거주환경이 좋은 조선 정감록에 기록되어 있는 십승지가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해발450-550m)이다. 필자가 태어나고 자란곳은 가장리(법정리명은 덕산리)다. 마을뒤엔 큰 저수지가 있다. 용왕님이 있다는 검푸른 저수지는 두려움이 있던 곳으로 나에게는 신성한 경외심으로 다가와 용왕님께 두손모아 간절히 소망을 빌었던 기억들이 생각난다. 봄이 오면 수리조합 직원들이 와서 거대한 수문을 열었다. 한번은 친구와 나는 저수지 아래 작은 방죽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데 엄청난 굉음에 놀라 소리난 곳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폭포수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용수철 튀어 오르듯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은 주변을 삼켜버릴 듯한 포악스러운 모습이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친구와 나는 두려움이 엄습해 낚시를 포기하고, 먼 발치에서 수로를 따라 넘실대며 도도하게 흐르는 물살의 위용에 넔을 잃고 한참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리조합 직원들의 안내를 미리받은 아버지와 동네 어른들께서는 큰 축복을 받으신 듯 물길을 내느라 분주히 다들 소란스러웠다. 논에 물이 잠기자 이곳저곳에서 누렁소를 이끌고 논갈이가 시작되었다. 한해의 농사가 물의 공급으로 시작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수지 물은 벼농사를 위해 겨우내 움크리고 추위를 견디며 봄날을 그리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시절 둑방은 아득한 높이여서 친구들과 자주 선착순 경쟁을 했다. 도착하면 가슴은 터질 듯이 숨이 차오르고 수평선을 바라보면 물결은 우리들을 포근히 품어주던 엄마같은 존재였으며 용왕님이 깊은 곳에 있다는 신비를 동경헀었다. 부드러운 물결은 투박한 우리들 마음을 어루만저 주고 푸른 꿈을 심어 주었다. 둑 정상에서 바라본 운봉은 넓은 들녘을 철갑산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전란에서도 우리를 보호하는 요새였고, 평야는 오곡백과로 풍성해 살기좋은 낙원이었다. 성심으로 땀흘리시며 사셨던 선조님과 부모님 세대의 지혜와 삶이 있었기에 미래를 향한 우리들은 도전할 수 있었고 나래를 펼수 있었다. 좋은 환경의 양분은 오늘날 곳곳에서 소금되고 빛이되는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라 말할 수 있다. 여름이면 맑은 개울에서 친구들과 물장구치며 여울목 막아 가물치,쏘가리,피라미,메기,붕어,미꾸라지,모래무지,가재등을 잡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해지는 무렵에야 각자 집을 향해 달음박질 하며 짧은 하루를 보내며 지냈다. 가을날엔 오고가며 길목에서 단감,오이,토마토,자두,복숭아,무우,당근등을 살며시 취해 인적드문 곳에서 깔깔대며 철없는 만찬을 즐기기도 했었다. 지금은 어림없는 얘기다. 당시엔 너그러이 용서해 주고 눈감아 주셨다. 때론 무서운 주인을 만나면 크게 혼이 나고 부모님까지 난처하게 한 상황도 있었다. 겨울이면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길을 형들이 발자국 내어 주면 그곳을 밟으며 등교를 하였다. 운봉고원은 고지가 높아 추위가 매섭고, 눈보라 치는 날이면 온몸이 꽁꽁얼어 교실 공탄 난로의 따뜻함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두려움의 저수지도 작은 호수에 불과하고 마을, 저수지둑방,학교길,개천,정자나무,뒷동산등은 오랜 세월의 풍파에 낡고 왜소해진 모습으로 변해있다. 1년에 한두번 방문하면 필자를 알아보시는 고령의 어르신 몇분이 계신다. 힌머리에 굵은 주름과 구부정한 세월의 낙관(落款)을 볼 때마다 많은 세월이 흘렀음을 알고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느낀다. 오동근 재경남원문인협회 기획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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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2 18:05

정부와 여당의 새빨간 거짓말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엔 말이 없었다. 잿더미가 된 집터를 멍하니 바라보던 이재민의 눈빛, 다 타버린 트럭 옆에 하염없이 서 있는 허리 굽은 농부, 그들이 아무 말 없이 지켜보던 건 삶의 터전이었고 우리의 민생이었다. 이번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대한민국 재난대응시스템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경남과 경북을 중심으로 10일 넘게 이어진 초대형 산불은 30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고, 4만 8000헥타르의 산림을 집어삼켰다. 주택 3000여 건 이 전소, 국가유산 피해 30건, 농업시설 2000여 건 등 시설 피해도 막심했다. 이는 지난번 동해안 대형 산불의 두 배가 넘는 피해 규모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눈물위에서 또다시 정쟁의 깃발을 세우려 한다. 재난을 컨트롤하지 못함에 대해 반성과 책임 통감은커녕 민주당의 ‘예비비 삭감’을 탓하는 가짜프레임 만들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 누구를 탓하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때인가? 피해 복구에 집중해야 할 때 정치 공세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뻔한 수법이다. 국민의 생명에 관한 문제까지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무책임함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똑바로 말하자. 예비비는‘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에 대비해 편성하는 비상 예산’이다. 원칙적으로 기존 예산을 최대한 활용한 뒤, 부족하면 예비비를 쓰고, 그것도 부족하면 추경을 편성하는 게 순서다. 2024년에도 산림청은 1000억 원, 행정안전부는 3600억 원의 재난 대응 예산을 이미 확보해두고 있다. 부처별로 책정된 9720억 원의 재해대책비와 별도로, 정부는 국고채무부담행위로 1조5000억 원의 자금도 운용 가능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예비비 감액으로 재난대응력의 저하되었다며 민주당을 몰아붙이고 있다. 예비비 삭감은 방만하고 과다한 정부안에 대한 합리적 조정이었다. 당시 윤석열 정부가 제출한 올해 예비비 규모는 4조8천억 원으로, 세계적 위기 상황이었던 팬데믹 시기보다도 훨씬 더 많았다. 실제로 2023년 예비비 집행률은 고작 29%, 2024년 10월 말 기준으로도 14.3%에 불과했다. 이조차도 용산 대통령실 이전에 650억, 해외 순방에 532억 등 오롯이 ‘윤석열을 위해’사용됐다. 일부 언론과 국민의힘 의원은 “예비비 삭감 때문에 산불 헬기·진화대 인력 증원이 무산됐다”고 주장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예산증액은 정부의 동의 없이는 국회가 할 수 없다. 2023년 예산심사 당시 예결위 소위가 증액을 시도했지만,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단 한 차례도 긍정적 피드백을 내지 않았다. 그토록 중요했다면 정부가 처음부터 예산안에 반영했어야 한다. 제때 편성하지 않고, 필요해지니 남 탓을 하는 모습은 책임 있는 정부의 태도가 아니다. 목적예비비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국가재정법 제22조에 따라 세입세출예산에 계상해 사용 가능하며, 예산총칙으로 용도를 지정하더라도 최종 집행 여부는 정부의 재량에 달려 있다. 실제로 고교무상교육과 5세 무상보육에 할당된 목적예비비 중 상당 부분은 아직도 집행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사용해서다. 집행도 하지 않으면서 “이 예비비는 묶여 있어 쓸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궤변일 뿐이다. 산불 진압 실패의 원인은 다양하다. 노후화된 장비, 부족한 특수 헬기, 열악한 임도 인프라, 60대 이상 민간 진화대원의 희생까지, 모두가 “예고된 재난”이었다. 하지만 그 책임은 기후변화 만큼이나, 산림청과 중앙정부의 부족한 대응, 예산 편성 실패에 있다. 윤석열 정부가 자화자찬하던 예산 집행 효율성? 존재하지 않았다. 불타버린 산과 삶터 앞에 선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가짜 프레임이 아니라 진짜 대책이다. 2월에 이미 민주당은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9000억 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이 지금 정말 해야 할 일은 재정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 복구를 위한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재난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불은 꺼졌지만, 국민의 삶은 여전히 불탄 자리 위에 있기 때문이다. 김윤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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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2 18:05

공정한 공론 없이 통합도 없다

완주와 전주의 통합 논의가 점차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그 논의가 나아가는 방향은 안타깝게도 '설득'보다는 '강요'에 더 가깝다. 대의명분으로 포장된 주장들이 언론과 단체의 입을 통해 일방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지만, 시민들의 목소리는 회답 없이 되돌아오는 메아리에 불과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통합이라는 정해진 결론이 아니라, 그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공정한 공론장'이다. 최근 완주군의원 전원의 일괄 사퇴 선언은 군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결과라기보다는, 오히려 내부 숙의조차 부족한 일방적 정치적 행동에 가깝다. 군민들의 삶을 결정지을 중대한 사안을 단 몇 사람의 판단만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과연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을까. 더욱이 전주시 역시 이 논의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하려는 노력이나, 의견 수렴의 노력이 부족하다. 통합의 당사자는 완주군민만이 아닌 전주시민이기도 하다. 행정구역의 통합은 곧 주민의 삶과 정체성, 행정 서비스에 직결되는 문제이며, 이로 인해 양 지역 시민 모두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발언할 자격을 갖는다. 정보 접근의 불균형은 더욱 심각하다. 완주군민협의회의 12개 분야 107개 제안과 전북도의 조례 등 핵심 자료들은 대부분의 완주군민 대다수에게 공유되지 않았다. 통합이 무엇을 바꾸고,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찬반 입장을 요구하는 것은 지도자의 설득이 아닌 사실상 관제적 결정이다. 더욱이 일부 공식 발표는 특정 사실만을 부각하고 불리한 내용은 배제하는 등 정보가 왜곡되는 사례도 보인다. 이는 주민의 정확한 판단을 가로막고 진실을 흐리게 만든다. 통합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선 관련 정보가 온전히 공개되고 다양한 시각이 균형 있게 전달되어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진 선별적 정보 제공이 아니라, 주민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전면적이고 객관적인 정보 제공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닌 지역 사회 내 불신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일부 리더들이 갈등을 우려해 논의를 유보하려는 것도 이해되지만, 불신을 잠재우는 방법은 침묵이 아닌 대화다. 전주시장, 완주군수, 국회의원 등 책임 있는 인사들이 직접 공론회에 참여하고, 찬반 단체 및 시민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공론은 회의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시민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지고, 그 목소리는 공식적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형식적 설명회로 공론을 대체하려는 시도는 또 다른 불신을 키운다. 실질적 참여가 보장되고, 이를 위한 구조와 절차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의 찬반보다 그 과정을 결정짓는 ‘정당성’이다. 과정 없는 결정은 늘 후회를 남긴다. 모든 주민에게 동등한 말할 권리를 보장하는 공정한 장은 정치 지도자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진실은 침묵 속에서 자라지 않는다.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응답할 때 비로소 실체가 드러난다. 완주와 전주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 길이 갈등의 골짜기로 향할지, 협력의 언덕을 넘을지는 투명하고 정직한 소통의 자세에 달려 있다. 메아리는 벽이 있어야 돌아온다. 지금 이 지역에 필요한 것은 서로를 향해 열린 길, 그 위에서 마주 앉는 공정한 공론회다. 진실은 바로 그곳에서 드러난다. 성도경 완주전주상생발전 완주군민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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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2 18:05

열등감 없어야 가능한 일

지난달 31일 제299회 진안군의회 본회의 군정질문에서 K의원이 L의원의 시간초과 발언을 저지하려 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날 본회의에서 L의원은 전춘성 군수를 상대로 20분 주어진 군정질문을 이어갔다. L의원은 최근 지역의 핫이슈로 부상한 목조전망대 추진의 문제점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밝히고 있었다. 준비한 원고 없이 메모만 보면서 발언하다 시간이 초과됐다. 그때였다. “저기, 시간 좀 지켜주세요.” K의원이었다. 굳은 얼굴에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난데없는 제지 시도에도 L의원은 흔들림 없이 발언을 이어갔다. 발언의 요지는 주민설명회와 공청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목조전망대 추진에 대한 절차적 문제점은 물론 설치 후 관리상 부작용이 예상되니 재검토하라는 것이었다. L의원의 발언에는 군정발전의 충심이 담겨 있다고 느껴졌다. 시간 초과라는 이유로 제지당한다면 군민의 알권리가 문제 될 듯했다. 발언제지 시도를 한 K의원의 행위에 대해 “동료의원을 돕지는 못할망정 방해한 것”이라거나 “의장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거나 “집행부를 사실상 대변한 것” 등 뒷말이 나온다. K의원은 구두요청 전, 의장석을 향해 손짓과 몸짓으로 제지요청 신호를 두세 차례 보냈다. 그것이 불발되자 자신의 목소리로 의장 역할을 대신하려 했다. 발언시간 제지 권한은 엄연히 사회권과 질서유지권을 가진 의장에게 있는 데도……. 제지시도 이유에 대해 K의원은 “시간준수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생중계를 시청하는 공직자 수백 명 앞에서 동료의원을 곤란하게 하면서 사이 멀어질 만한 행위를 자처하는 것은 "K의원이 집행부와 절친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묻고 싶다. 설사 제한시간이 초과됐다 하더라도 “발언시간을 충분히 보장해 주세요”라는 내용의 지원사격을 하는 건 의정활동 선택지가 아닌지 말이다. 그런 마음은 열등감이나 적대감이 없을 때 가능하다.

  • 오피니언
  • 국승호
  • 2025.04.02 16:24

임진왜란 의병장 이보의 충절을 기리자

임진왜란에 참전해 순국한 충신 이보(李寶) 의병장과 그를 따르던 400여 의병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은천사 춘계대제’가 4월 1일 봉행되었다. 익산지역의 의병장인 이보는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동향인 소행진과 함께 의병 400여 명을 모집하고 군량과 병기를 마련해 일본군과 싸웠다. 당시 왜군은 곡창지대인 호남을 장악하여 군량미를 조달하려고 금산을 거쳐 이치(배티재)를 넘어 전주를 함락하려 하였다. 즉 왜군 1만 6000여 명이 이치를 넘으려 할 때, 이에 맞서 광주목사 권율이 이끄는 1,500여 명의 전라도 군사들과 이보, 소행진의 부대를 비롯한 농민 의병군이 전투에 참여하였다. 이때 이보는 400여 명의 의병들과 함께 온종일 수적으로 우세한 왜병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였다. 이보를 비롯한 의병과 관군의 죽기를 각오한 전투로 결국 왜군은 전주성 진입과 호남 곡창지대 점령을 포기해야 했다. 간악한 일본군은 그 분풀이로 전사한 농민 의병들의 시신을 가족들이 찾지 못하도록 훼손해 산야에 흩뿌린 것으로 기록이 전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충절을 기리기 위해 나라에서는 영조 30년(1754)에 정려(충신에게 내린 붉은 문과 현판)을 하사하였고 헌종 9년(1843)에는 현 익산시 은기동에 있는 은천사(隱泉祠)를 세워 의병장으로 전사한 이보를 비롯해 이보와 함께 창의한 소행진, 임진왜란과 정묘호란 때 활약한 동생 이귀, 병자호란 때 활약한 이시백 등을 기리며 매년 음력 2월 정(丁)일에 이곳에서 제사가 거행하고 있다. 전라도는 예로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특징으로 의향(의병의 고장), 예향(예술의 교장), 미향(맛의 고장)으로 지칭되었다. 그런데 그중 첫 번째가 역사적으로 의병이 가장 많이 일어난 곳이어서 ‘의향’으로 불리었는데 특히, 전북지역이 의병 역사의 중심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보와 같은 대를 이은 의병집안의 역사야 말로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자랑이자 교훈으로 칭송될 일이다. 이제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서 그리고 미래세대를 이끌 청소년들의 귀감이 되는 역사를 부각하기 위해 지역역사교육의 대표 사례로서 지자체와 교육청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02 14:08

지자체 재난 관리‧대응체계 강화 급하다

역대 최악의 산불로 국가 재난상황을 겪으면서 국가의 산불 대응체계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관리‧대응체계에 관심이 쏠린다. 기후위기 시대, 자연재해 및 사회적 재난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다. 그리고 그 일선에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중앙정부와 함께 각 지자체에서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재난안전상황실’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재난 정보 수집‧전파, 상황관리, 재난 발생시 초동조치 및 지휘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상시기구다. 그런데 재난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해야 할 지자체의 재난안전상황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전북지역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전담인력을 배치하지 않아 전문성이 떨어지고, 인력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교대로 근무하는 ‘준전담’ 형태로 운영하다 정부 합동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곳도 적지 않다. 이렇게 지자체의 재난안전상황실이 기피 부서, 재난정보 수집부서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자체의 재난관리 권한과 역할이 한층 확대됐다. 당연히 지자체의 책무도 커졌다. 지금의 허술한 재난 관리‧대응체계를 강화해 재난 상황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우선 재난안전상황실의 기능을 강화해 24시간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신속한 초동대처를 위해 소방서‧경찰서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해수면 상승과 집중호우, 폭염 등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도 적극 대비해야 할 것이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재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보다 효율적인 재난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에서도 지자체의 재난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재정 및 인력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각 지자체에서는 재난 관리‧대응체계를 수시로 점검하고 자체 역량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02 12:56

이창호와 조훈현

전주시 중앙동 웨딩거리에 가면 전주시 미래문화유산 12호인 ‘이시계점’이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이곳은 바로 바둑천재 이창호(50)가 태어난 곳이다. 이창호는 4살때 할아버지(이화춘)에게서 바둑을 어깨너머로 처음 배웠는데 바둑으로 키워보려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이재룡)의 기대는 적중했다. 이창호는 9살때 조훈현 국수 집에서 기거하면서 제자로서 본격적인 수업을 받는다. 10대 중반부터 정상권에 진입한 이창호가 걷는 길은 말 그대로 역사였다. 1991년 국내 14개 프로 타이틀 가운데 7개를 석권, 스승 조훈현을 앞섰고 마침내 1995년에는 15개중 14개를 석권하면서 프로 바둑 세계 최다관왕에 등극했다. 이후 이창호는 세계 최다연승(41연승)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두터운 기풍의 이창호는 조남철, 김인, 조훈현으로 이어지는 국내 1인자의 영역을 뛰어넘어 세계무대를 석권했다. 한동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듯했던 이창호가 요즘 각광받고 있다. 박스 오피스 1위 '승부'에서 그가 등장했다.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영화다. 이 작품은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전설적인 ‘사제 대결’을 담아냈는데 이병헌과 유아인은 인간의 내면적 감정을 너무나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병헌은 얼핏보면 조훈현 그 자체라고 할만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였는데 "바둑돌만은 제대로 잡아달라"는 조훈현 국수의 부탁에 이병헌은 프로 바둑기사에게 1대 1 교습을 받으며 손가락 관절까지 세밀하게 표현했다고 한다. 언필칭 전북을 일컬어 바둑의 메카라고 한다. 이창호를 배출한 곳이 전주이고, 조남철 초대 국수의 고향이 부안 줄포임을 감안하면 틀린말도 아니다. 특히 이창호를 중심으로 짜여진 ‘수소도시 완주’ 바둑팀이 최근 파란을 일으키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수년전 전북바둑연맹 회장을 지낸 유희태 완주군수와 이창호 국수와의 인연으로 지난해 9월 창단한 ‘수도도시 완주’는 정수현 9단이 감독을 맡았으며, 이창호 9단 등 선수 4명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전북뿐 아니라 타 시도에서도 바둑의 메카를 표방하는 곳이 많다. 전남 영암군은 한국 바둑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무대를 제패한 조훈현 국수의 고향이다. 영암군에는 조훈현 바둑기념관이 있고 해마다 굵직한 바둑대회를 열고 있고 특히 국립바둑연수원 유치에도 나섰다. 그런가하면 국내 최초 바둑전용경기장인 ‘의정부시 바둑전용경기장’이 착공됐다. 바둑전용경기장은 2026년 8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수의 프로기사를 배출한 전북은 바둑의 메카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뭔가 좀 부족해 보인다. 차제에 전주와 부안 등에서도 전세계적인 바둑의 메카에 걸맞는 선 굵은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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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4.02 11:57

문학인 '한 줄 성명'과 탄핵 선고

1974년 11월 18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문학인들이 섰다. 백낙청 염무웅 고은 신경림 조태일 이문구 박태순 황석영 등이 참여한 <자유실천문인협의회 101인 선언>. 유신정권의 독재와 탄압을 비판하며 문학인들의 현실 참여를 주장하고 나선 이날 시국선언은 문학인들의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민주화 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포고(?)이기도 했다. 실제 이날 시국선언을 계기로 결성된 <자유실천문인협의회>는 1980년대 가장 치열했던 민주화 운동을 중심에서 이끌었다. 돌아보면 사회가 민주주의의 위기에 처할 때마다 사회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은 이어졌다. 퇴행하는 현실을 직시하며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시국선언의 힘은 곧 사그라지기도 했으나 때로는 공동체의 힘을 불러오는 막강한 힘이 됐다. 특히 시대를 직시했던 문학인들의 시국선언은 곧 시대의 기록이 됐다. 지난 3월 25일 한국작가회의가 전국의 문학인 2,487명 이름으로 긴급 시국선언을 하며 ‘윤석열 즉각 파면’을 촉구했다. 이들 중 414명 작가의 ‘한 줄 성명’이 있었다. 탄핵 선고가 늦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 한국 사회를 직면해야 하는 절절한 심정을 담은 글. 이 암울한 시절을 인내심으로 버티고 있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며 위로받을 수 있는 문장들이다.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는다’는 한강은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내란을 공부하는 고통, 헌법을 공부하는 비참, 극우의 배후와 분열의 배후를 공부하는 통증, 공부하는 분노가 반드시 이길 거라는 믿음’(김소연 시인)이나 ‘나는 보았고, 너는 들었고 우리는 알았다. 진실의 뿔을 갈아 너희의 어둠을 찢으리’(김현 시인)같이 저절로 고개 끄덕여지게 하는 글도 있다. 모두가 이심전심, 수많은 사람이 안았을 분노와 다르지 않다. 헌법재판소가 미뤄오던 탄핵 선고기일을 알렸다. 4월 4일 오전 11시 헌재 대심판정이다. 지난해 12월 4일 윤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지 111일, 변론이 종결된 2월 25일로부터 38일 만에 탄핵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방송 생중계와 일반인들의 방청도 허용됐다. 지난 한 달여 간의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 비상계엄의 위헌과 위법성은 변론 과정에서 더 분명해졌지만, 헌재의 결정은 예상 밖으로 길어졌다. 불안과 혼란 속에 무너진 일상은 회복될 수 있을까. ‘앞발에 채찍을 들고 있었다(문지혁 소설가)’ 는 ‘그’를 제대로 심판하는 날. 그 날, 금요일이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날’(김연수 소설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인가. 더 선명해지는 소설가 맹문재의 한 줄 성명이 있다. ‘불법 계엄자 파면은 역사의 명령이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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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4.01 16:25

초등학생에게 디지털교과서를 안길까 문해력교육을 챙길까

최근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하여 찬반이 극명함은 물론 그 우려도 깊다. 어느 쪽의 의견이든 틀린 견해는 없어 보인다. 채택을 하자니 적지 않은 우려를 안고가야 하고, 보류를 하자니 첨단의 학습 도구적 효과가 아쉽다. 무엇보다도 디지털교과서의 논의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맞물려 있다. 앞으로의 인류는 AI와 공존해야 하고 이 상황을 삶에 잘 녹여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교과서의 도입 기반의 전제와 그것의 교육적 효과를 총체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디지털교과서의 도입 기반은 일정 수준의 문해력 도달이 전제되었을 것이다. 그래야 디지털교과서의 유용성이 설득되면서 학생들의 학습 능력 배가도 효과로 증명될 수 있다. 아직 기본적인 문해력에 도달되지 못한 학생에게까지 디지털교과서를 바로 쥐어 주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이 기본 전제를 팽개치고 미래 시대의 도래에만 경도된 채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정책으로 밀어붙인다면 이는 아이들의 교육에 엄청난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이어령 교수는 이미 20년 전에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대한 논리로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선언한바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균형으로 조화를 이루어 한국인의 디지로그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이 논리가 급기야 지금의 화두를 예언한 듯도 하다. 균형과 조화는 쌍방이 동일한 무게감을 갖고 장단점을 보완함은 물론 서로에게 상생의 역할을 해야 함을 말한다. 이 화두로 보면 디지털교과서는 기초 수준을 넘어선 문해력 수준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상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학교교육은 모든 단계에 새로운 교육모델을 바로 적용해야 하지만, 단계별로 노력중점과 교육목표를 다르게 갖는다. 그리고 단계별 실행목표가 상급학교에 연계하여 총체적 성장 교육을 완성해 가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초등교육에서 가장 중점이 되고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것은 바로 문해력 교육이다. 모든 학습의 도구이고 생활의 바탕인 문해력이 미진한 단계에서 교과서가 디지털로 대체되어 버리면 오히려 디지털 학습의 효용마저 얻을 수 없다. 문해력 교육의 기회가 상실되면서, 스토리와 공감과 정서를 갖지 못하는 기계 장치 속에서 인간의 관계 언어 수준은 그나마도 보전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문해력 교육은 많은 어휘와 함께 문맥적 유추, 유사어의 쓰임, 확산과 관용의 의미 등을 터득함으로써 인간 삶을 이해하도록 한다. 이러한 학습 흡수력 가장 좋은 때는 초등교육의 기간이다. 문해력 교육의 기초가 완성된 후에 디지털교과서가 병행되면 이들이 서로 대등하게 조화를 이룰 여지가 많다. 이어령 교수의 화두처럼,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은 균형과 조화, 보완과 상생의 효용을 지향하므로 대체보다는 병행과 도구적 효용이면 될 것 같다. 따라서, 디지털교과서의 전면 도입은 보류, 유예, 선도, 권장 등으로 묶어둘 것이 아니다. 학령별 시기 조정이 먼저 되어야 하고, 방법도 상생의 효용으로 재논의 되어야 한다. 최소한 초등학교에서는 디지털교과서 사용보다는 문해력 교육에 더 큰 힘을 주어야 한다. 수년 간 교육을 실행하고 있는 현장의 교사들이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문제점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음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입장과 정책적 지향으로 갖가지 회유책을 내놓으면서 디지털교과서의 선택을 적극 유도하는 행정은 진정 깊은 교육적 맥락은 아닌 것이다. 송영주 전 군산동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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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1 16:25

전북형 ABCDEF 정책,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북형 ABCDEF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수도권 중심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을 활용한 신산업 육성과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A(AI &Bio), B(Battery &Mobility), C(Culture &Carbon Neutrality), D(Digital Transformation), E(Energy Innovation), F(Future Growth) 등 6대 분야에서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전북은 농·생명 산업의 중심지로서 AI 기반 스마트 농업과 바이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AI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농업과 정밀 의료 연구를 확대하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스마트팜 도입과 바이오 연구단지 조성은 필수 과제다. 자동차 산업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북은 전기차·수소차 부품 산업과 배터리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기존 내연기관 중심에서 벗어나 전북형 배터리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전기차·수소차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활용한 기술 개발과 친환경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전통문화와 관광산업이 강점인 전북은 디지털 기술과 탄소중립을 결합한 지속가능한 관광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전북형 한류문화특구 조성과 AR·VR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관광 플랫폼 구축을 통해 전북의 관광 브랜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형 관광 인프라 조성도 필수적이다. 산업과 경제의 디지털 전환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전북은 스마트 공장과 스마트팜 확대, AI 및 빅데이터 기반 행정 혁신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제조업과 관광산업에도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해 생산성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전북이 대한민국의 신재생에너지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린수소 및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에너지 연구개발(R&D)을 강화해야 한다. 태양광·풍력 발전을 기반으로 그린수소 생산과 저장 기술을 개발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연계한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북은 대한민국의 대표 신재생에너지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전북이 수도권과 경쟁하며 경제적 자립을 이루려면 첨단산업 육성과 기업 유치를 위한 산업 클러스터 조성이 필수적이다. AI·반도체·방위산업 중심의 전북형 미래 산업 클러스터 구축과 혁신도시 연계 스타트업 허브 조성이 필요하다. 전북과학기술원 설립과 미래형 교육 시스템 도입도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추진해야 한다. 전북형 ABCDEF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전북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거점이자 신산업과 전통산업이 융합된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AI·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농업 혁신, 전기차·수소차 중심 배터리 및 모빌리티 산업 육성, 전통문화와 탄소중립을 결합한 관광산업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전북은 차별화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다. 결국, 전북이 ABCDEF 정책을 기반으로 미래 산업과 전통 산업을 균형 있게 발전시킨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수도권 중심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전북이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의 중심이 되도록 지역과 정부의 협력, 산업계의 투자, 정책적 지원이 긴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전북형 ABCDEF 정책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성공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용승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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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1 16:24

선출직 잘 뽑아야 전북이 산다

도민들이 앞으로 할일은 선출직 공직자를 잘 뽑아야 한다.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그리고 지방의원 대다수가 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되었기에 그들을 잘뽑아야 전북을 살릴 수 있다. 문제는 민주당 일당독식구조가 악의 근원으로 자리잡아간다는 것. 세상사 경쟁없이 발전할 수 없는 법인데 30년 이상 민주당이 지역을 완전 장악해 그쪽 공천을 못 받으면 제아무리 유능해도 선출직이 될 수 없다. 도민들이 전북 낙후를 걱정하면서도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오불관언이다. 모두가 한마음 한통속으로 천하태평이다.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신선놀음이나 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관세폭탄이 떨어져 대기업이나 수출기업들이 난리법석인데 도민들은 긴장감 없이 요지부동이다. 지금 전북은 낙후라는 중병에 걸렸으나 그 누구도 병든지 조차 모르고 허송세월한다. 이 병은 무기력증을 동반해 곧바로 원천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만성병으로 고질화돼 치료가 불가능해진다.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가 없어 해마다 만명 이상씩이 수도권 등지로 떠나 가면서 인구소멸이 가속화되었다. 유일하게 완주군만 인접 전주시 등지에서 인구가 유입될 뿐 나머지 시군은 그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백약이 무효다. 이 모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야만 전북병을 치유하면서 전북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전례없는 혁신을 하지 않고 지금처럼 누이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적당히 살다가는 전북발전은 백년하청이 되면서 인구감소로 지방소멸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전북은 그간 유능한 정치지도자가 없어 광주 전남에 예속되면서 바람부는대로 물결치는대로 움직였다. 도지사나 국회의원 시장 군수들이 그들 눈치나 살피면서 입신양명하기에 바빴다. 사실 전북은 DJ를 대통령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고 스스로 살길을 찾았어야 옳았다. 지역주의에 휩쓸려 선거때마다 지역 이익도 못챙기면서 민주당 일변도로 간게 잘못이었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다보니까 유권자들은 표만 찍어 주고 정치인들은 입신양명을 위해 공천권자 한테만 아부하고 굴신하기에 급급했다. 크게 보면 지역주의가 빚어낸 병폐지만 광주 전남이나 TK PK핵심들은 집권했을때 물불 안가리고 지역발전을 도모했다. 그 당시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은 광주 전남 실세들의 눈밖에 날까봐 곁불만 쐬면서 무사안일로 일관했다. 유종근 전 지사가 아웃된 것도 광주 전남 실세들한테 고분고분하지 않고 독불장군식으로 비춰지면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간 전북 출신들은 노을대교(부창대교)정도는 얼마든지 가설할 수가 있었는데도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다가 실기해 도민들로부터 비난만 받아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무투표 내지는 당선은 떼논당상이라고 여기고 모두가 민주당 공천을 받기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데 그렇다고 무작정 표를 줘선 안된다. 공천을 받았다고해도 깜냥이 되는지 그 여부를 따져서 표를 줘야 한다.사실상 지구당 위원장인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매개로 당운영을 쥐락펴락 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충성심 강한 사병노릇만 하고 있다. 민주당이 전북을 장악하고서도 아직도 중앙정치무대에서 전북몫을 챙겨오지 못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무능 탓이 크다. 특히 야성이 약해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다. 김관영지사가 2036년 하계올림픽유치로 전북발전의 물코를 텄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공천만 받았다고 무작정 찍어주는 일은 안해야 전북이 산다. 전주나 군산시의회 일부 의원들의 외유성연수나 막말과 행패를 부리는 모습은 수준이하로 공천때 탈락시켜야 할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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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4.01 16:24

최악의 산불 복구 위해 온정의 손길 모으자

역대 최악의 산불이 경북과 경남 일대를 휩쓸었다. 이로 인해 인명과 산림 손실, 재산 피해, 문화재 손실 등 엄청난 피해가 났다. 이번 산불은 기후 위기로 인해 언제든 대형산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과 장비와 인력 확충 등 평소 철저한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줬다. 이제 남은 것은 절망에 빠진 이재민들이 슬픔과 고통을 딛고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피해 복구를 돕는 일이다. 또 전국민이 나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난달 21일 시작된 산불은 울산, 경북, 경남, 충북, 전북 등 11개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특히 이 산불은 경북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과 경남 산청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피해 면적이 서울의 약 80%에 해당하는 4만8000ha에 달하고 인명 피해도 사망 30명, 부상 45명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집 3600여 채가 잿더미가 됐고, 대피 생활을 하는 이재민이 4700여 명이다. 간접피해 인원까지 합하면 4만명에 육박한다. 경제적 손실만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천년고찰인 경북 의성의 고운사, 운람사 등도 전소됐다. 가장 급한 것은 피해 복구와 이재민의 거처 마련, 생필품 지원 등이다. 당장 대피소에 머무는 이재민을 위해 모듈러 주택 1600채와 임시조립주택 등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먼저 나서야 하고 민간에서도 자발적으로 도와야 한다. 정부는 재난안전특별교부세 307억원을 경북과 경남에 지원하고 여야는 탄핵 정국 가운데서도 추경 10조원 편성에 합의했다. 또 지자체와 기업, 구호단체의 기부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전북에서도 지자체와 민간에서 이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뜻을 모으고 있다. 전북자치도가 재해구호기금 2억원을 기탁했으며 전북시장군수협의회가 성금 2000만원을 전달했다. 또 안동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전주시가 밥차와 구호물품, 자원봉사자를 현장에 급파했다. 폐지를 팔아 양말 1000컬레를 기부한 민간인도 있다. 기부와 나눔은 어려움으로 실의에 빠진 산불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을 준다. 반드시 금전적인 도움이 아니어도 좋다. 재난 앞에서 하나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01 12:55

새만금 제2산단, 적기에 조성하는게 핵심

새만금 제2산단이 100만평 규모로 오는 2027년에 착공해 2031년부터 산단 용지가 공급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를 시기에 맞게 밟아가면서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새만금 산업단지는 분양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제2산업단지 조성은 아예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2차전지 붐이 일어나면서 수요가 폭증, 기존에 조성했던 새만금 산업단지가 거의 소진되는 상황을 맞았다. 그래서 나온게 바로 제2산단 조성이다. 새만금개발공사는 공식적으로 '새만금 제2산단 조성' 사업 시행자로 지정됐다. 새만금 사업지역 4권역 배후도시 용지 면적 약 10㎢ 중에서 최소 3.3㎢(약 100만평) 이상 규모의 신규 산업시설용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첨단 전략산업 거점, 스마트 융복합단지, 탄소중립도시, 일과 삶의 동행도시 등을 개발컨셉으로 설정했다. 기존 산단이 제조업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의 새만금 사이언스파크와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앞서 전북도는 새만금 대규모 투자유치에 따른 산업용지 적기 공급을 위해 새만금 산업단지 3.7.8공구 조기 매립을 추진한 바 있다. 전북도는 새만금 산업단지 3·7·8공구 산업용지 우선 공급과 수변도시 2·3·4공구 착공이 차질 없이 추진되는데 역점을 뒀다. 사실 새만금사업의 성패는 사람과 기업이 모이는 곳으로 만드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 산업단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된지 오래다. 그런데 산단 조성은 말로 되는게 아니다. 최소 1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수많은 절차를 밟아나가는 와중에 어느 하나만 터덕거려도 지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업 시행을 맡은 새만금개발공사는 무엇보다도 치밀하게 기반시설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 자치단체나 한전 등 관계기관과 주도면밀하게 협의해서 매끄럽게 처리하길 기대한다. 올해 안에 개발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하고, 2027년 공사 착공을 거쳐 2031년부터 산업시설용지를 공급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된다. 새만금개발공사는 지금부터 말의 성찬을 선보일 필요가 없다. 제2산단 조성을 차질없이 적기에 공급하는 과정, 과정에서 열정과 역량을 계량화 한 수치로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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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4.01 11:53

우리 가족, 마을의 자연재해 대피 규칙 정하기

꺼지지 않는 산불을 보면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우리 가족은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만날 장소가 바로 생각나시나요? 오늘은 개인과 마을에서 진행할 수 있는 제일 기초적인 매뉴얼 "우리 가족, 마을의 자연재해 대피 규칙 정하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우리 가족 피난 장소 정하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 통신이 끊기면서 가족끼리 어디에서 만나야 하는지, 누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가족의 피난 장소 정하기"를 캠페인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집 주변이나 아이들의 학교가 있는 근처의 피난소를 지자체가 나누어 준 피난안내지도에서 찾아 피난 약속장소로 결정하고, 해당 약속장소의 이름, 위치를 현관문에 붙이거나 각자의 지갑에 보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용카드 크기의 "피난 카드"를 배포하여 이름, 주소, 피난 장소 외에도 생년월일, 긴급연락처 등을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피할 상황이 설마 오겠어?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딱 한번 피난 장소를 가족들과 약속해 공유해보시는 것을 어떨까요? 피난카드에 적는 긴급 연락처는 같은 지역에 사는 가족보다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친척의 연락처를 적는 것이 유리하다고 합니다. 재해 시에는 지역 내 통신이 끊기는 경우가 많아서 거리가 가까운 가족끼리 연락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00고모에게 전화한다"라는 룰을 정해서 00고모가 각자 오는 연락의 네트워크 역할을 해주도록 해야 합니다. # 피난 타임라인 정하기 피난장소를 정하였다면 가족 간의 역할 분담과 타임라인을 정합니다. 비가 어느 정도 왔을 때 대피해야 하는지, 며칠 전부터 어떤 준비를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룰을 정하는 것입니다. 지진이 왔을 때 누가 무엇을 사서, 혹은 누구를 픽업해서 피난소로 집합해야하는지 등을 정해두면 더욱 좋습니다. # 피난 장소까지의 동선 확보, 방재 마을 만들기 피난 장소와 타임라인을 정했다면 가족과 함께 집, 학교, 회사에서부터의 동선을 조사해보세요. 특히 아이들을 부모님이 픽업하기 위한 피난 동선을 꼼꼼하게 정해, 이동 동선 상에서 물건이 떨어지거나 쓰러질 위험성이 많은 곳들을 피할 수 있도록 체크해야 합니다. 해당 동선은 아이들과 공유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동선과 상황을 알수록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동선 조사를 기반으로 일본의 많은 동네들이 위험요소를 없애기 위해 주민들이 함께 블록 벽을 생울타리 벽으로 바꾸거나 자판기를 고정하고, 공원 등의 공공 공간들을 만들어 피난 장소들을 늘리는 등의 방재 마을 만들기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딱 한 번이라도, 장난이라도 말해두어라 가족끼리 딱 한 번만 이야기해보시길 권유해드립니다. 우리나라에 자연재해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 한 번이 당신의 가족을 지킬 수도 있습니다. 정수경 즐거운도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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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31 18:19

전북, 그리고 새만금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할리우드의 만능엔터테이너로 활동하는 벤 스틸러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가 있다. 한 잡지사의 사진 편집인으로 일하는 평범한 남성 월터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때때로 멋진 모험을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는 일하던 잡지사의 폐간이 결정되고 마지막 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진작가 숀 오코넬의 25번 사진이 누락된 사실을 알게 되며 사진을 찾기 위해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히말라야 등 전 세계 다양한 곳을 여행하고 결국 마지막 사진을 회사에 가져다주는 임무를 완수한 후 퇴직한다. 월터가 퇴직 후 거리를 걷다 발견한 잡지의 마지막 호에 실린 25번 사진은 숀 오코넬이 16년간 본인의 사진을 현상하고 편집해 준 월터에 대한 애정과 잡지사의 이름인 ‘Life’의 마지막에 어울리는 ‘삶의 정수’를 담은 사진이었다. 영화는 월터가 마지막 사진을 찾는 과정을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고, 상상만 했던 일을 실제로 이뤄가며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도전한다면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최근 2036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에 선정되었다. 처음 올림픽 개최에 뛰어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불가능할 것이라고들 했다. 경쟁상대인 서울은 우수한 인프라와 예산, 그리고 올림픽을 치른 경험이 있기에 전북이 국내 후보지로 선정될 것이라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관영 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북도의 공무원, 경제인, 체육인 등 많은 이들의 노력 덕분에 꿈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는 영화에서 월터가 그랬던 것처럼 전북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믿고 한마음으로 움직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물론 카타르, 인도 등 올림픽 개최를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국내 유치 후보지가 된 것처럼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서도 우리의 상상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최근 개최지 선정에서 중요한 요소는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이다. 기존 시설 활용을 통한 비용 절감이 중요한데, 인근 지자체와 협력으로 기존의 경기장 및 기반 시설을 활용하는 전략은 전북의 국내 유치 후보지 선정에 큰 역할을 했으며 향후 최종 후보지 선정에서도 유리한 부분이다. 시설물 사후 활용도 중요하다. 올림픽 종료 후 철거하는 일회성 건축은 지양하고 시설 방치로 인한 비용 낭비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만금은 올림픽 전북 유치에 힘을 보탤 수 있다. 항만, 공항, 철도, 도로 등 SOC 시설은 완공되었거나 공사가 진행 중이기에 기반 시설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으며 새만금 호, 고군산군도, 방조제 등 자연환경 및 기존 시설을 활용한 수상 종목 유치는 물론 천혜의 마라톤 코스도 완비되어 있다. 또한 우리 公社가 준비 중인 스포츠 콤플렉스에 경기장 계획을 반영하고 수변도시에 공동주택을 건설, 선수촌 활용 후 분양·임대를 시행한다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만금은 IOC 위원들에게 친환경 올림픽을 어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태양광과 연계한 RE100 경기장과 선수촌, 편의시설은 탄소중립 올림픽을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며 타국의 후보지와 차별화될 수 있는 요소이다. 많은 어려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가능성을 믿고 원팀으로 노력한다면 전북과 새만금의 상상은 다시 한번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경균 새만금개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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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31 18:19

꽃보다 먼저 온 불청객, 그리고 꽃잔치

불쑥 찾아와 쑥대밭을 만들었다. 기다렸던 봄날, 피하고 싶었던 불청객이다. 새 생명이 움트는 계절, 남녘의 ‘꽃소식’을 기다렸는데 ‘불소식’이 먼저 왔다. 봄의 전령 매화와 산수유, 그리고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이 전국의 산과 들에서 다투어 피어나야 할 때, 우려했던 그 괴물이 몸집을 불려가며 국토를 삼켰다. 현장의 주민들은 물론 멀리서 하릴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도 속이 새까맣게 탔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이 더해지는 계절, 거세게 타오른 불길을 잡는 건 쉽지 않다. 결국은 애타게 기다린 봄비가 아주 적은 양이었지만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가까스로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상처가 깊다. 이번엔 유난히 크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화마는 물러갔어도, 돌아갈 곳이 없는 이재민이 적지 않다. 소중한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잃고 결국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우리 산골, 우리네 고향은 더 적막해진다. ‘폭풍이 지난 들에도 꽃은 핀다. 지진으로 무너진 땅에도 맑은 샘은 솟아난다. 불에 탄 흙에서도 새싹은 움튼다.’ 주옥 같은 명문으로 유명한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이 남긴 명언이다. ‘절망 속에 잉태되는 희망’을 새삼 강조한 표현이다. 바이든이 노래한 것처럼 자연의 치유력은 대단하다. 시간 문제다. 불에 탄 숲이 복원되려면 수십 년이 걸리고, 토양이 살아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올봄 화마가 할퀴고 간 폐허에도 생명의 불씨, 희망의 불씨는 분명 다시 살아날 것이다. 산불이 사그라들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꽃소식이 올라온다. 따스한 봄날을 알리는 벚꽃이 여기저기서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고 있다. 꽃잔치 소식도 속속 들려온다. 당장 축제를 눈앞에 두고 행사 취소·연기를 심각하게 고민했을 지자체들이 앞다퉈 꽃잔치 소식을 전하며 상춘객을 유혹하고 있다. 그래도 봄은 축제다. 좌절을 딛고 함께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생각 없이 꽃잔치에 취해 있을 때는 아니다. 봄날의 이 악몽을 해마다 되풀이할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산불이 대형화·장기화하고 있다. 산불 대응체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국가재난사태를 겪으면서 ‘산불 예방과 초기 대응을 위해 임도(林道) 확충이 시급하다’거나 ‘산불에 저항력이 강한 활엽수림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온다. 대형 산불이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지적이다. 산림청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임도 확충’을 놓고는 ‘조기 진화에 효과가 적고, 산사태 위험만 키운다’는 반론이 맞서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쨌든 지금의 산불 예방 체계를 재점검해야 하고, 장비와 인력 보강을 포함한 진화 대책의 전환도 요구된다. 긴 겨울을 보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한 생명의 계절, 모두가 기다리는 남녘의 꽃소식이 화마에 묻히는 일은 이제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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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3.31 18:18

[법률상담] 전재산은 가족의 힘으로 지키세요!

“부부가 모두 신용불량자라서 어쩔 수 없이 장모님을 임차인으로 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집에서 잘 지내던 중 장모님께서 일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면서 전입신고도 이사한 집으로 했다. 그런데 1달도 지나지 않아 집이 경매가 개시되었다. 걱정이 돼서 보증금은 잘 돌려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니 임차인인 장모님께서 다른 곳으로 전입신고를 했기 때문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 전재산인 보증금을 다 날리게 생겼는데 어떡하면 좋냐”며 울부짖는 부부를 전화로 만났다. 너무 슬퍼하는 목소리에 집 없는 설움도 힘드실 텐데, 보증금까지 돌려받지 못하면 얼마나 더 힘드실까 하는 마음에, 먼저 해결방법이 있으니 진정하시라고 안심시켜 드렸더니, 이제는 빨리 해결방법을 알려달라고 하신다. 전세사기 홍수시대인 요즘, 임대차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기 위해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주택을 인도 받고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치면 해당 주택의 매수인과 같은 제3자에게 임차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대항력이 생기고(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추가로 주민센터 등에서 확정일자를 받으면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를 갖게 된다(동법 제3조의2 제2항). 이때 임차인은 점유보조자로 하여금 임차주택을 점유하게 할 수 있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민등록이라는 대항요건은 임차인 본인 뿐 아니라 그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의 주민등록을 포함한다(대법원 1995. 6. 5. 94마2134 결정 등 참조). 따라서 장모님이 이사한 집으로 전입신고를 해도 그 자녀인 딸이 전입신고를 유지하고 있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과 우선변제효력은 유지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장모님 명의로 경매법원에 보증금액 만큼을 배당요구하면 주택의 인도, 주민등록, 확정일자를 모두 갖춘 날을 기준으로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으니, 가족의 힘을 믿으시라고 했다. 그렇게 웃으며 전화를 마무리 했다. 박형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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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3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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