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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93% 표만 달라고

전북도민들이 97년 대선 때부터 죽을 힘을 다해 진보후보를 밀어줬지만 지역으로 돌아온 게 별로였다. DJ 노무현 문재인 등 3명의 진보후보를 밀어 대통령으로 당선시켰으나 인재발탁이나 지역발전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도민들이 행동하는 양심으로 똘똘뭉쳐 지난 97년 15대 대선 때 DJ한테 92.3%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노무현 때는 91.58% 문재인 때는 다소 저조한 64.84%를 지지했지만 당선됐고 지난 3년전 20대 때 출마한 이재명 후보 한테도 82.98%를 지지했다. 투표는 총알 보다 강하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선거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각 지역마다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해 지역발전을 꾀하려고 특정당 후보를 지지후보로 내세우고 선거운동에 적극 동참한다. 전북은 역대 대선 때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이심전심으로 진보당 후보를 집중적으로 지지해 3명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기대감으로 충만해 있던 공약사업들이 물거품이 되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채 언제 그랬냐는식으로 흐지부지 되었다. 결국 도민들만 닭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꼴이 되었다. 죽음의 고비를 여러차례 넘기면서 친신만고끝에 대통령이 된 DJ 때는 당정청 요직에 전북 정치인이 대거 기용됐지만 전남 출신 동교동 실세들 눈치 보느라 지역일을 못했다. 새만금사업이 본 괘도에 진입할 수 있었지만 목포 대불항과 여천항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다면서 국가예산 확보 때마다 태클을 걸었다. 부안과 고창을 잇는 노을대교도 얼마든지 전북정치권이 힘을 합치면 할 수 있었지만 DJ가신들 눈치 보느라 허송세월 하고 말았다. 그 때 광주 전남은 DJ 진두지휘하에 서해안고속도로가 건설됐고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육교 사업을 마칠 수가 있었다. 다행히도 전북은 DJ의 신임을 받았던 유종근 전 지사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도민수보다 3배가 큰 소리문화전당과 용담댐 주변도로 건설 그리고 월드컵 경기장을 뱃심좋게 건설했다. 나중에 유 전지사가 DJ측근들의 모함성 비난에 휘말리면서 대선 경선을 포기했고 급기야는 F1그랑프리 사업 과정 때 업체측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르는 불행한 일을 겪기도 했다. 노무현 문재인 정권 때도 전북발전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 누구 하나 총대 매고 소신껏 국가예산을 확보할 정치인이 없어 전북은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6.3 장미대선은 진보가 정권을 잡을 절호의 기회다. 민주당 전북도당도 과거 DJ가 전북서 얻었던 92.3% 보다 높은 93%를 달성하겠다고 기염을 토하지만 그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그 이유는 도민들의 가슴속에 죽어라고 민주당 후보 밀어줘봤자 지역으로 돌아온 게 별로 없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선거유세가 진행중이라서 결과를 예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선거가 막판으로 치닫으면서 보수단일화등 예측불허의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어 민주당이 겸허한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즉생의 각오로 나서야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05.25 18:17

[기고] 무(無)에서 유(有)로, 불안에서 안정으로

임찬희 익산시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지금 대한민국에는 대통령이 없다. 원래 있어야 할 것이 없는 부재(不在) 혹은 무(無)의 상황이다. 미국 관세 대응, 휴전선으로 나뉜 한반도의 대치 상황, 고령사회와 인구 감소 문제, 극심해지는 정치적 갈등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는데 대통령의 공백으로 인한 국정 혼란으로 국민들은 불안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쟁과 독재를 경험한 후 민주사회 시스템을 갖춘 선진국으로 발전한 유일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민주사회에서 선거제도는 그 근간을 이룬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게 국가권력을 정당하게 위임함으로써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선거는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의 희망을 제시하는 범국민운동이다. 이 운동에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6월 3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고 촉박한 일정속에 진행 중이다. 정당은 후보자를 선출하고 정책을 마련하느라 바쁘고, 언론은 매일 새로운 선거관련 속보를 내보내고 있다. 선관위 모든 직원은 이번 선거를 공정하고 정확하게 관리하여 국민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선거종료 시까지 휴식을 멈췄다. 20년 넘게 현장에서 선거를 관리하면서 치열하지 않았던 선거는 한 번도 없었다. ‘승자독식’의 속성 때문이다. 선거에서 2등은 아무런 상을 받지 못할뿐더러 깊은 패배감을 맛보게 된다. 불법이나 편법을 저지르더라도 당선의 영광을 안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하고, 패배의 이유를 자신이 아닌 외부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부정선거 주장이 그 한 예라고 생각한다. 사전투표와 관련된 부정선거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사전투표제도는 2013년에 도입되었다. 사전투표소는 이틀간 운영되고 투표지는 우체국을 통해 우편으로 선관위에 접수되거나 투표함에 담겨 선관위로 이송된 후 보관된다. 우편투표를 접수하여 투표함에 투입하는 작업이 복잡하고 여러 날 계속되는데 이 과정에서 부정선거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합리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고, 유권자에게 편의를 제공하여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사전투표가 부정선거의 근거로 꼽히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선관위는 국민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우편투표함 보관장소 CCTV 24시간 공개, 개표시 수검표 실시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정당학회 관계자로 구성된 ‘공정선거참관단’을 운영하여 사전투표, 선거일투표 및 개표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투표 및 개표 등 선거관리의 주요 업무에 일반인 참여를 축소하고 공무원이 주로 담당하도록 하였다. 정당 가입이 금지된 공무원이 가장 공정하게 처리할 것으로 국민들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합리적인 근거 없는 부정선거 주장을 배척하고 정당, 후보자 및 국민 모두가 선거결과에 승복해서 화합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 다음 달 4일부터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오롯이 직무를 수행한다. 그 후 국정은 신속하게 안정되고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미소 짓는다. 대통령의 무(無)를 유(有)로 만드는 이번 선거는 모두에게 의미가 크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5.25 18:15

[오목대] 뽀빠이와 송해

마이크만 잡으면 대중을 울리고 웃겼던 코미디언이자 MC 뽀빠이 이상용이 지난 9일 세상을 떠났다. 감기 기운이 있어 서울 자택 인근 병원에 다녀오다 쓰러진 것이다. 향년 81세로 사인은 심정지. 2022년 6월 원조 MC 송해 역시 같은 원인(급성 심근경색)으로 95세에 별세했다. 이들은 요즘 최고 인기를 모으고 있는 국민 MC 유재석 못지않게 한 시대를 풍미했다. 송해는 1988년부터 KBS 1TV ‘전국노래자랑’의 사회를 맡아 사망하기 22일 전까지 34년을 진행했다. 이 프로는 기네스북에 최고령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로 올라 있다. 뽀빠이도 송해에 앞서 잠깐 이 프로를 맡았으며 1975년부터 15년간 KBS 어린이 노래 프로인 ‘모이자 노래하자’를, 1989년부터 MBC 병영 위문 프로그램 ‘우정의 무대’를 8년간 진행했다. 모두 입담과 순발력이 뛰어난 덕분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 키가 작고 각별하게 건강을 챙겼다는 점이다. 우선 키를 보면 송해는 158㎝, 뽀빠이는 160㎝ 미만이었다. 작은 거인인 셈이다. 송해는 1970∼80년대 서영춘, 구봉서, 배삼룡, 이주일 등과 같이 활동하면서 항상 작은 키가 코미디 소재로 활용되었다. 뽀빠이는 스스로 우리나라 학군장교(ROTC) 가운데 가장 키가 작았다고 밝힌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건강관리에 열심이었으나 수명은 꽤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송해는 생전 자동차, 휴대 전화, 큐카드(일종의 대본) 등 3가지를 가지지 않았다. 자동차가 없는 대신 'BMW'(버스, 지하철, 걷기)를 주로 이용했다. 또 한 달에 두세 번은 치과 가기, 우거지와 우거지국밥 즐겨먹기, 매일 오후 4시에 목욕탕에서 새로운 물로 목욕하기, 밤 10시에 잠자기와 아침 식사 챙겨먹기를 꾸준히 실천했다. 다만 술은 대단한 주당이어서 연예계 후배인 이상벽, 이용식, 김학래 등이 송해와의 술자리를 가장 무서워했다고 한다. 주량은 소주 5병. 알통 근육이 상징이었던 뽀빠이는 병약하게 태어났으나 11세부터 삼촌이 건넨 아령을 시작해 ‘미스터 대전고’ ‘미스터 고대’에 등극했으며 고대 응원단장을 역임했다. 송해와 같이 차를 타지 않고 걸어 다녔으며 하루 2시간 이상 운동을 거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술, 담배, 커피는 태어나 단 한번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런데 뽀빠이는 한국인의 평균수명(남성 80.6세, 여성 86.4세-2023년 통계청)에 그친 반면 송해는 14년을 더 살았다. 평생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두 사람이 지하에서 어떤 익살펀치를 날리고 있을까.(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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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5.22 18:33

[금요칼럼] ‘이재명의 민주당’은 ‘윤석열의 여당’보다 나을까!

‘윤석열의 권력은 실패’다. 통합의 구심점은커녕 권력은 양극화된 진영대결의 한 축으로 전락한다. 대한민국 공동체 미래의 준비와 선도도 물론 불가능했다. 권력의 실패는 ‘정치의 실패’다. 견제와 균형의 붕괴는 입법부의 기능상실과 권력 집중으로 이어진다. 문제해결 능력과 타협 부재의 정치는 정치 리스크를 높이고 결국 국민 신뢰를 잃는다. ‘민폐가 된 정치 리더십’으로의 퇴행이다. ‘권력과 정치의 실패’는 제도적 결함의 결과로 ‘정당의 실패’에서 기인한다. 정당 실패는 정당역할의 상실로 ‘제왕적 대통령과 야당대표 권력’으로의 종속과 당내 민주주의 훼손 나아가 입법부 역할의 포기로 이어진다. 대의 민주주의의 기능 부전이자 위기 심화다. ‘윤석열 권력 종속의 국민의힘’은 대통령 취임 전부터 나타난다. 2022년 4월 ‘검수완박’법안은 대통령 당선인의 반대로 여야 합의 4일 만에 무효화된다. “국민의 뜻”이라는 게 합의 파기에 대한 여당 측의 공식 설명이다. 의원총회에서 추인까지 받았던 여야 협의안의 번복은 입법부의 자율성보다 대통령의 권력이 우선임을 상징한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대통령의 “특정 세력의 유도 가능성”과 “민주당의 여론조작” 그리고 “북한 지령에 따른 행동”등의 발언들은 여당 의원들에 의해 반복 된다. 대통령의 주장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권력 복종’의 전형적인 여당 사람들이다. ‘이준석 대표 축출’과 ‘김기현 대표 당선과 강제(?) 사퇴’ 그리고 ‘한동훈 비대위원장 선임’도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된다. 집권 여당대표의 진퇴를 사실상 대통령 한 사람이 결정한 셈이다. 여당 국민의힘의 정당으로서의 자율성과 당내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이다. 김상욱 의원이 “국민의힘은 정당으로서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라며 “야당이 된다 해도 야당으로서 견제기능조차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하는 이유다. 집권 여당 민주당의 가능성이 높은 지금 ‘이재명 권력의 민주당’은 “삼권분립이 이제 막을 내려야 될 시대”를 구현하려 한다.2022년 대선 슬로선 ‘이재명은 합니다.’의 구체적인 실천이 진행 중이다. ‘이재명 재판 중지법’은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절차를 정지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묻지마 이재명 당선법”은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 구성 요건 가운데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들의 뜻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재명 후보의 해당 혐의는 자동 면소된다. 헌법 제84조의 ‘불소추 특권’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허위사실공표죄의 ‘행위’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021년 합헌결정을 내린 상황이라 위헌소지가 있을 수 있다. “사법권 침해” 우려와 정치적 압박 비판은 무시 된다.민주당은 “사법 쿠데타”나 “사법살인”으로 본다. ‘재판 4심제’로 불리는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확대안과 대법원장 청문회와 탄핵론으로 이어진다. 지난 3년에 걸쳐 완성된 ‘이재명의 민주당’이 가져온 당연한 결과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압도적 당 대표 재선과 “비명횡사”의 2024년 총선공천으로 마무리되었다. 윤석열의 여당과 이재명의 민주당 모두 (대통령이든 야당대표든 제왕적인) 개인권력 중심의 정당이다. 한국 정치에서 정당은 견제와 균형의 원칙보다는 권력의 맹종을 우선 한다. 집권당은 언제나 “청와대(용산) 출장소”였다. 귀결은 입법부로서의 독립적 역할과 견제 기능의 상실이다. 당내 민주주의의 붕괴도 마찬가지다.‘정당-정치-권력의 연쇄 실패’는 한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협이다. ‘이재명 개헌안’은 ‘대통령 권력의 분산과 국회 권한과 기능의 강화’로 요약되는데 입법부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전제 될 때 성공 한다. 대통령과 입법 권력의 민주적 견제와 협력의 동적 균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제도적 협치 시스템은 권력의 건강한 긴장관계에서 시작한다. 정당의 실패는 다양성과 역동성의 당내 민주주의의 파괴로 결말은 정당의 사회적 대표성 약화와 결여다. 유권자 10명 중 6명 이상은 “정당이 자신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현재의 정당체제로 민주주의 유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당의 제자리 찾기(성공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없이 한국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은 담보되지 않는다. 당내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통한 권력 견제의 제도화가 요구된다. “권력은 조심히 사용해야 하고 민주당 안에서 견제와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권력폭주가 있을 때 ‘이러면 안 됩니다.’라고 직언한다.”는 김상욱 의원의 다짐이 민주당에서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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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22 18:33

[청춘예찬] 수라갯벌에 대모잠자리 조사를 다녀와서

지난 5월 17일 수라갯벌 대모잠자리 조사를 다녀왔다. 현재 수라갯벌은 새만금 신공항의 부지로 결정되어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그 수라갯벌에 서식하는 대모잠자리는 멸종위기 2급에 해당하고 국제적으로도 보호받는 종이다. 새만금 신공항 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서는 수라갯벌에 10개체가 확인되었다고 기술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500 개체 이상의 서식이 확인된 바 있다. 나는 그날 수라갯벌에 처음 들어가 보았다. 먼저 개체수를 기록하는 방식 등의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갯벌에 여러 번 왔던 친구와 같이 조를 이루어 조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오후 1시 30분쯤에 갯벌에 들어갔다. 아침에는 날씨가 흐렸으나 갯벌에 들어갈 때쯤에는 하늘이 맑았다. 날이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면 잠자리가 활동하지 않는다고 들었기 때문에 걱정했었는데 다행이었다. 갯벌 아래로 내려가 무릎까지 오는 얕은 물을 건넜다. 처음 마주친 생물은 도요새들이었다. 앞장서 가며 우리를 이끌어주시던 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어 땅을 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작은 도요새의 발자국이 촘촘하게 찍혀있고 먹이를 먹으려 갯벌을 쪼아놓은 흔적도 볼 수 있었다. 흔적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저 앞을 보니 도요새 무리가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가끔 바닥을 쪼기도 했다. 쌍안경으로 무리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그때 느낀 감각은 나에게 처음이었다. 저들이 여기 살고 있구나. 여기가 저들의 터전이구나.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영역 한가운데 혹은 그 경계에서 보았던 동물들과는 전혀 달랐다. 이번에는 내가 이들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도요새 무리를 지나 계속 갯벌 안쪽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잠자리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 앞섰다.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가면 어쩌지 싶었다. 그러다 한두 마리씩 잠자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잠자리가 너무 빨라서 대모잠자리인지 확인 할 수가 없었다.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잠자리들은 우리를 놀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 어떤 검은 잠자리가 우리 앞을 휙 지나 먼발치의 풀 위에 앉았다. 우리는 거의 숨소리도 내지 않고 천천히 다가갔다. 대모잠자리였다. 날개에 네 개의 삼각형 무늬가 선명하게 보였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우리는 사진을 찍고 좌표를 기록했다. 이후 꽤 많은 개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를 하면서 점점 대모잠자리를 잘 알게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처음에는 잠자리 그림자만 봐도 혼비백산하며 대모잠자리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날아다니는 모습만 봐도 대모잠자리인지 아닌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모잠자리들은 다른 잠자리들보다 예민했다. 다른 잠자리들은 내 근처를 날아다니다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에 앉아 쉬기도 했지만, 대모잠자리들은 경계심이 강했다. 앉아 쉬는 곳을 아주 신중하게 정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절대 일정 거리 이상 가까이 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잠자리마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것이 신기했다. 3시가 넘어가자, 날이 다시 흐려졌다. 그때부터는 대모잠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갯벌은 살아있었다. 여기에 왜 공항이 들어서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새들이 날고 대모잠자리가 나는 수라갯벌의 가치는 이미 공항 따위의 가치를 아득히 초과하고 있었다. 공항이 더 필요하다는 이들에게 수라갯벌에 드는 것을 권하고 싶다. 천기현 시집책방 조림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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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22 18:32

[금요수필] 금쪽같은 부모님

나는 종종 시내 나올 때면 대중들과의 소통과 운동 효과를 위해서 자가용보다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그리고 옛 추억도 생각하며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도 있다. 오월의 햇살이 유난히 따뜻했던 어느 날, 버스 창을 통하여 바쁘게 움직이는 도심의 한가운데서 문득 내 시선을 붙잡았다. 고개를 드는 순간, 잿빛 건물 외벽에 선명하게 쓰인 문구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하얀 바탕에 굵은 글씨로 또렷하게 새겨진 '금쪽같은 내 부모님'이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녀를 향한 애틋함과 무한한 애정이 담긴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말에는 익숙하다. 그런데 금쪽같은 부모님'이라니? 어딘가 낯설면서도, 심장 깊은 곳을 툭 건드리는 따뜻함이 밀려왔다. 자식만 귀하다 여겼던 그 마음, 정작 우리를 있게 하고 평생을 헌신하신 부모님께 돌려주는 역발상이지만 당연해야 했을 마음이기에, 이제야 이런 문구를 보고 조금 부끄러워진다. 오가는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멀리 보이는 그 글귀를 보느라 버스 승강장이 지나치는 것도 모른 채 그 문구를 한참 되새겨보며 상념에 젖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금쪽같은 부모님'이 계셨기에 우리가 존재한 것이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든든한 지붕처럼, 흔들리는 삶의 고비마다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부모님, 젊은 날에는 그분들의 희생과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와 어리석은 고집으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기도 하고, 당연한 듯 받기만 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제 와서 지난 삶의 굽이굽이를 돌아보니, 그분들이 나에게 베풀었던 모든 순간들이 얼마나 '금쪽'같았는지 비로소 알 것 같다. 자식들을 위해 잠 못 이루던 밤들, 그리고 오로지 자식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샘에서 막 떠온 맑은 정한 수 한 사발 떠 놓고 두 손 비비며 애끓는 마음, 그 모든 것이 모여 오늘의 내가 있음을 깨닫는 순간, 가슴 한편이 시큰해진다. 때마침 5월,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달이다. 흔한 세파에 휩쓸리기 쉬운 시기지만, 건물 외벽의 문구는 나에게 '가정의 달' 의미를 조용히 일깨워주었다. 부모님을 향한 마음은 특별한 날에만 떠올릴 것이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늘 감사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도리가 아닐까? 북적이는 도심 속에서 만난 '금쪽같은 내 부모님' 그 짧은 글귀가 준 울림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내 삶의 가장 빛나고 귀한 보물은 다름 아닌 부모라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이었다.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부모들의 '금쪽같음'을 마음 깊이 새기고, 감사한 마음을 되새기며 우리 자식들도 그 동안 삶을 반추(反芻)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효도는 부모를 존경하고 사랑하며, 부모를 편안하게 해드리는 행위다. 효도는 부모의 은혜에 대한 보답이며, 가족의 화합을 이루고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가치다. 부모는 자녀를 낳아 키우고 헌신하며, 자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돕는다. 효도는 이러한 부모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보답의 표현이다. 효도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가족 구성원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한다.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더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음을 명심하자. △신백식 수필가는 전북대학교 겸임교수(공학박사) 한국전력 전북지사장 역임했다. 현재 은빛 수필 회원 전북 애향본부 이사와 전북 노인회 부위원장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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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22 18:32

[세무상담] 해외주식 양도하셨나요?

5월 달은 12만 서학개미들에게 중요한 세무일정이 있는데 바로 양도소득세 확정신고입니다. 해외주식은 국내주식과 달리 연간 250만원이 넘는 처분 차익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국내주식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면서 해외주식 양도세에 대한 문의도 많이 들어오는데 이번 시간에는 해외주식 양도세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해외주식 양도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일반 양도소득과 달리 같은 주식이더라도 국내주식의 차익과 해외주식의 차익이 합산이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주식에서 손해를 많이 보고 손절을 하여 해외주식으로 갈아 타서 1억원 정도의 수익을 냈으면 국내주식의 손실과 해외주식의 이익을 합쳐서 양도세를 계산하는게 아니라 해외주식의 이익인 1억원에 대한 세금을 물게 됩니다. 이 때문에 해외주식의 차익 실현을 위해 주식 처분을 신중하게 해야 하는데 연간 250만원의 기본공제가 있기 때문에 몇 년치 수익을 한꺼번에 실현하기 보다는 해마다 나누어서 매도하는 방식으로 전략적으로 활용하는게 유리합니다. 또한 해외주식의 양도세 절세 방법 중 하나는 가족에게 증여하고 매도하게 되면 원래 매입가가 아니라 증여시점의 평균가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하기 때문에 양도차익이 줄어 양도소득세가 줄게되는 효과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에 주의사항이 있는데, 배우자와 자녀가 증여세 공제 한도가 있으니 공제 한도 내에서 계획적으로 증여하는게 중요합니다. 또한 올해부터 개정된 사항인데 기존에는 증여받은 주식을 바로 매도해도 증여당시의 평균가가 취득가로 인정되었지만 이제는 1년 이상 보유한 뒤 팔아야 효과가 발생이 됩니다. 해외주식을 처분할 때 다음해 5월에 양도세를 내야한다는 생각을 항상 인지 하시고 미리 절세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시면서 처분계획을 세워야 세금을 조금 더 아낄 수 있을것입니다.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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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22 18:32

[사설] 아직도 복지 사각지대가 많다

고령화와 1인 가구의 급증, 이혼의 일상화 등이 겹치면서 아직도 우리 주변에 복지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 생활고와 신병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때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지만 곧 잊혀지곤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촘촘하게 사회안전망을 갖춰 생각지도 않은 복지 사각지대가 나타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할것없이 아주 정교한 매뉴얼과 안전 감시망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통계청의 2023년 기준 도내 1인 가구 비율은 37.7%로, 지난 2000년(17.4%)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3가구중 최소 한가구는 1인가구라는 것인데 문제의 심각성은 50대 이상 중고령 1인 가구가 전체의 61.2%나 된다. 배우자가 없거나 자녀와 관계가 단절되면서 혼자사는 중고령층은 매우 심각한 위험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익산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신청주의에 기반한 현행 복지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주민등록상 가족 유무와 실질적인 가족 여부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문제점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사망한 모녀는 과거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돼 매달 약 120만 원의 생계 및 의료급여를 받았으나 다른 가족 구성원의 소득이 합산되면서 가구 소득 기준을 초과해 지난해부터 이 지원이 중단됐다고 한다. 결국 이들 모녀는 이후 20여만 원의 주거급여만 받게돼 생존을 위협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생활 환경과 다른 ‘행정 기준’이 적용되면서 이들은 결과적으로 생존권을 박탈당한 셈이다. 2014년 송파 세모녀 사건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안전망을 갖춘다고 요란을 떨었으나 이후에도 2021년 수원 일가족 사망 사건, 2023년 전주 서신동 40대 여성 사망사건 등 유사 사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023년 위기정보를 파악하는 수집 정보를 44종까지 확대, 정확한 위기가구 발굴과 신속하고 두터운 위기가구 지원, 복지사각지대 발굴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도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이나 위기가구를 책임지기 위한 긴급복지제도나 사회적 돌봄에 대한 확실한 프로그램을 만들것을 거듭 촉구한다. 대선 과정에서도 각 정당이나 후보들은 거창한 구호보다도 이러한 사회적 약자를 구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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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22 18:32

[사설] 수소경제 육성, 대학-지역 상생모델 만들자

치열한 ‘수소 경쟁’의 시대다. 수소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미래 청정에너지로 주목받아온 수소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지구촌 각국이 수소산업 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수소경제 성장 정책을 역점 추진하고 있다. 수소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주요 수소 제조기술을 100% 국산화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맞춰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인재양성과 산업 육성에 나섰다. ‘대한민국 수소경제 중심지’ 선점을 위한 국내 지자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전북은 ‘그린 수소 생산 1번지’라는 비전을 내걸고 수소산업 육성계획을 야심차게 추진해 왔다. 지난 2019년에는 전주시와 완주군이 국토교통부 ‘수소 시범도시’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냈다. 이어 정부가 완주군에 ‘수소특화 국가산단’을 조성하기로 하면서 전북의 수소산업 육성계획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지금 전주·완주가 장밋빛 청사진처럼 수소도시, 수소산업 중심지로 거듭났다고 자부하기에는 많이 민망한 게 현실이다. ‘수소 중심지'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기업 집적도와 인프라, 전문인력 등에서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석대학교가 21일 ‘국제 수소연료전지 포럼’을 열어 관심을 모았다. 포럼은 지자체와 산업계·학계·연구기관, 그리고 세계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공동 비전과 혁신 모델을 제안하는 ‘논의의 장’이 됐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글로컬대학 30’에 도전장을 내민 우석대는 이번 포럼에서 지역의 수소산업 역량을 알리면서 지방대학과 지역이 상생하는 미래 혁신 모델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다가올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해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소산업 전문인력 양성체계부터 갖춰야 한다. 그리고 대학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모델을 만들어 산·학·연·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수소산업을 전북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해야 할 것이다. 미래 성장동력인 수소산업 분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대학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전북 대전환의 시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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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22 18:31

[사설] 실효성 있는 ‘지방대 육성정책’ 내놓아야

대선을 앞두고 이번에도 각 후보들이 ‘지방대 육성’ 공약을 앞다퉈 내놓았다. 존폐 위기에 몰린 지방대학을 살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역 거점 국립대 9곳에 정부 재정지원을 크게 늘려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을 내놓았다. 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대와 지역 거점대학 간 ‘공동학위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 국립대가 강점을 가진 특정 전공에 한해 서울대와 지역 거점대학 간에 교수, 수업을 공유하고 같은 졸업장을 수여하는 제도다. 언뜻 위기의 지방대를 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공약이 실현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예산확보 대책과 구체적인 실행계획 등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공약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래전부터 역대 정부가 지방대 육성정책을 역점 추진해왔다. 선거 때마다 각 후보들이 지방대를 살리겠다고 역설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명칭의 지방대 지원정책이 나왔다. BK21(두뇌한국21), CK(대학특성화사업), PRIME(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LINC(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 사업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글로컬 대학 30’ 사업을 요란하게 추진했다. 2025년까지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글로컬(Glocal) 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이다. 백약처방에도 불구하고 고사 위기에 놓인 지방대를 어떻게 단기간에 글로벌 수준으로 키워 지역성장을 이끈다는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이처럼 역대 정부가 지방대 육성정책을 중단 없이 추진했지만 대학 혁신과 경쟁력 향상이라는 해묵은 과제는 그대로 남았다. 지방대 지원정책의 명칭만 바뀔 뿐 접근 방식은 차이가 거의 없었고, 결과적으로 큰 성과도 없었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대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우리 사회 이견이 없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사업으로는 기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지방의 위기가 곧 국가 존립의 위기’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사활을 걸고 나서야 한다. 수도권 위주의 국정운영 기조에서 벗어나 지방대와 지방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이고 입체적인 정책,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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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21 18:35

[사설] 공공기관 추가 이전, 황희정승의 지혜 필요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앞두고 기존 혁신도시 집중 배치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분산 배치 사이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전북혁신도시 지역 기관들은 대체로 기존 혁신도시 중심의 집적화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혁신도시 정책의 근본 취지인 국토 균형발전 관점을 감안할 때 전북의 다양한 지역에 공공기관을 분산 배치함으로써 발전 기회의 형평성과 현재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들의 경제적 침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집적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기관들이 분산될 경우, 각 기관의 발전 계획과 지역 발전 전략간 연계성이 약화돼 연쇄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를 하고 있다. 즉, 산업 클러스터 형성을 위해 관련 기관과 기업들의 집적이 필요하며, 분산 배치는 단순 기관 이전에 그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제2혁신도시 신설보다는 전북혁신도시와 인근 지역을 연계한 확장형 구상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편, 분산 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전북혁신도시 추가 개발을 위한 가용부지가 제한적이며, 연구시설이나 실증단지와 같이 넓은 부지가 필요한 기능은 현재 구조에서 실현하기 어렵다는 공간적 제약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은 공공기관 추가이전 문제 해결의 관건은 시비가 붙은 양측의 입장을 최대한 들어주며 스스로 양보할 내용을 찾게 하였던 황희 정승의 현명한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즉, 혁신도시의 전제는 국토 균형발전과 이전기관들을 통한 지역발전이란 두 가지 점에서 이전할 기관의 성격과 기능, 역할 등을 최대한 검토해, 금융 분야처럼 전문 인력 교류와 시스템 연계가 중요한 산업은 클러스터로서의 브랜드 가치 구축과 기존 인프라를 강화하고 지역 내 산업 클러스터 형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집적화는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지역내 합리적 분산배치에 적합한 기관을 기존 산업 등과 연결지을 수 있는 새로운 방안과 지원책도 함께 찾는 노력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새로운 국가정책과 방향을 짜야할 시간이다. 서로 대승적 협력과 지역 전체를 위하는 큰 마음으로 새로운 변화를 성장의 역량으로 만들어내는 황희정승의 지혜와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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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21 18:34

[오목대] 대선 후보의 입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입구에 있는 진실의 입은 강의 신인 홀로비오 얼굴을 조각한 것이다. 로마 시대 하수도 뚜껑으로 추정되는 이 조각은 영화 ‘로마의 휴일’로 인해 유명해졌다. 그레고리 펙이 여자주인공 오드리 햅번을 놀리기 위해 진실의 입에 손을 넣고 마치 손이 잘린 듯 익살을 부리는 장면은 너무 생생하다. 그런데 장미대선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요즘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손이 잘린다는 ‘진실의 입’이 아닌가 싶다. 후보들의 발언 하나하나는 단순히 뱉어내는게 아니다. 심모원려한 구상속에서 고도의 상징성과 파급효과를 노린 거라고 봐야한다. 전북은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으나 유력한 대선 후보들의 지역관련 공약은 별무신통이다. 그럴듯한 청사진조차 아예 제시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전북 관련 공약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새만금과 올림픽 이라고 할 수가 있다. 파급효과가 크고 길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이 두가지 사안에 대해 직접적이면서도 강렬한 언급을 하지 않아 답답하기 그지없다. ‘HMM 이전’같은 딱 떨어진 약속이 없다. 후보가 직접 강렬하면서도 확고한 의지를 피력해야만 새정부 출범 후 탄력을 받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 언급한 수준은 도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16일 전주에서 "전주를 중심으로 열리게 될 전북 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유치 경쟁에서 패한) 부산 엑스포처럼 되면 안 된다"며 "결과는 하늘에 맡겨야 하지만, 우리가 노력하면 올림픽 유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하계올림픽 유치를 통해 국가 경쟁력 향상을, 이준석 후보는 하계올림픽 유치 지원을 기점으로 한 숙박, 체육 등 인프라 구축을 약속했다. 새만금과 관련, 이재명 후보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성공적인 국가첨단전략산업단지로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는 새만금 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및 적기 개항, 제2국가산단 조성, 광역 기반 시설 공공 재정 선투자 등을, 이준석 후보는 군산·김제·부안을 아우르는 새만금 메가시티 통합 조성을 언급했다. 지역정가 일각에서는 올림픽의 경우 예선경쟁에서 탈락한 서울 표심에 악영향이 우려되기에 전주올림픽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새만금 역시 타 지역에서 잼버리에 대한 부정 여론이 있는 점을 감안, 가만 놔둬도 몰표가 나오는 전북 민심을 얻으려다가 다른 지역에서 표를 잃는 것을 감안했다는 후문이다. 유력 후보의 입에서 올림픽이나 새만금사업은 단 한두번 오르내렸다. 후보자들이 더 직설적이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직접 설파하길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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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5.21 18:34

[의정단상] 법과 정치의 제자리를 묻다

문득 바라보니 그 경계선이 희미하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사법의 정치화’와 ‘정치의 사법화’가 마치 하나의 고리처럼 아슬아슬하게 맞물려, 서로가 서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결코 바람직하지도, 이롭지도 않은 현상이 곳곳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다. 정치의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대화와 타협의 공간은 줄어들고, 사회적 갈등의 해결을 법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 정치의 시선이 오직 법원으로 향한다면, 되레 민주주의에 위협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사법의 정치화’는 법리적 판단의 신뢰를 훼손하여, 결론을 맺어도 거듭된 부정과 불복을 초래한다. ‘정치의 사법화’는 입법부의 의사결정 기능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삼권분립이 형해화될 우려가 크다. 대법원은 정치의 한복판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이례적인’ 파기환송, 전원합의체, 초고속 심리까지 예외에 예외가 겹겹이 쌓이면, 상식에서 벗어나고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 된다. 단 한 사람을 위한 길을 열었던, 마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처럼 말이다. 사법부 최고기관인 대법원의 판결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재판은 내용뿐 아니라 절차도 공정해야 하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사실을 국민이 굳게 신뢰할 수 있다. 단 9일이라는 시간은 상호 간 설득과 숙고를 거쳤다고 보기에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속도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상고심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느 쪽의 결론이든 그에 이르게 된 논거에 대하여 당사자와 일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실하게 제시할 의무가 있다. 신속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소수의견을 깊이 새겨야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토론이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국민의 헌법상 권리이다. 선거는 그 자체로 고도의 정치적 영역이다. 무수한 공방과 검증 과정에서 오고 가는 다양한 발언은 사실과 의견, 평가가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어 사실의 허위성을 명확히 가릴 수 없는 것이 많다. 그렇기에 정치적 중립에서 단단히 자리를 지켜야 할 법원이 논쟁의 바다로 뛰어들어 공표된 발언의 허위성을 가리는 역할을 자처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법원의 독립성을 중대히 훼손할 수 있다. 더욱이 시대의 물결을 거스르는 일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그동안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억압되지 않도록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제한적 해석을 해왔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겨왔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시기적으로도, 절차적으로 적절하지 못했기에 공동체 구성원 다수가 수긍하기 어려웠다. 재판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것도 사법부의 책무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응당 사법부 신뢰 훼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은 주권자의 시간이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정치인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언론의 검증과 유권자의 결정에 오롯이 맡겨둘 일이다. 선거 과정에서 논의되어야 할 다양한 의제들이 사법적 판단 하나에 잠식되어서는 안된다. 정치의 영역에 사법이 한 끗 잘못된 걸음을 내딛는 순간 법은 자칫 권력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삼권분립의 균형추를 바로 잡아야 한다. 답은 명확하다. 그저 정치는 정치의 역할을, 사법부는 사법부의 역할을 다하면 된다. 각자 제자리를 찾아야 할 때다.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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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21 18:33

[타향에서] ‘마당 깊은 집, 전주에서 놀다

내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사)세계신화연구소에는 그리스 신화를 공부하는 ‘신화반’이 있다. 현재 제10기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고 있다. 지난 5월 10일 ‘신화반’ 선후배 포함 총 12명이 ‘마당 깊은 집, 전주에서 놀다’라는 제목으로 1박 2일간 전주를 다녀왔다. 2016년 연구소가 설립된 이래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몇 년 전에는 연구소 회원 50여 명이 서울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다녀오기도 했다. 이번엔 특히 『전라도 천년』의 작가 김화성 전 동아일보 기자가 인솔 교수로 동행했다. 일정은 매년 거의 똑같다. 첫째 날은 전주 시내 비빔밥 전문점에 집결하여 점심을 먹고 교외에 있는 귀신사歸信寺, 금산사, 금산교회, 강일순의 동곡약방, 정여립 집터, 동학 원평집강소, 수류성당 등을 둘러보고 전주 시내로 돌아와 전주 막걸리 전문점에서 저녁을 먹고 가맥에서 가볍게 2차를 한 뒤 숙소로 향한다. 둘째 날은 아침 일찍 숙소 근처인 ‘혼불문학공원’을 거쳐 오송제까지 1시간 정도 산책하고 콩나물국밥으로 아침을 먹은 뒤 한옥 마을 내 경기전, 전주사고, 전동성당, 오목대, 향교 등을 탐방하고 해산한다. 기행에는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 법. 주로 인솔 교수가 탐방지에 숨어있는 일화를 소개하지만, 회원들도 그곳과 관련된 글을 낭독한다. 귀신사에서는 그 절을 배경으로 한 양귀자의 소설 『숨은 꽃』의 한 대목을 낭독하고, 오목대에서는 이성계가 남원 황산에서 왜구를 무찌른 뒤 그곳에서 잔치를 벌이면서 한나라 시조 유방의 ‘대풍가大風歌’를 읊어 은근히 역성혁명의 의지를 내비치자, 동석했던 정몽주가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와 근처 남고산성의 만경대에 올라가 크게 한탄하며 지은 우국시와 관련된 글을 낭독한다. 귀경 후 단톡방에 이번 전주 기행이 성지 순례였다며 귀신사와 금산사는 불교, 금산교회는 개신교, 전동성당과 수류성당은 천주교, 동곡약방은 증산교, 원평집강소는 천도교 성지라는 촌평이 올라왔다. 맞는 말이다. 근처 금구의 원불교 교당까지 포함하면 여러 종교 성지가 이렇게 한곳에 모여있는 경우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전주 기행은 단순한 성지 순례를 넘어 세상 더께에 물들지 않은 신앙인의 참모습을 성찰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게 바로 내가 이 코스를 기획하고 애정하는 이유다. 가령 금산교회는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해 남녀가 따로 앉도록 지은 ㄱ자 한옥교회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교회를 세운 거부 조덕삼의 미덕이다. 그는 당시 엄격한 신분사회였음에도 백정 출신 머슴 이자익과 함께 교회에 다녔고, 함께 세례를 받은 후 집사가 되었다. 그 후 장로 선거에도 두 사람이 함께 출마해, 예상외로 이자익이 당선되자 조덕삼은 하나님의 뜻이라며 깨끗이 승복했고, 자신은 정작 2년 후에 비로소 장로가 되었다. 게다가 그는 사비를 들여 이자익을 평양 신학교로 보내 목사로 만들었다. 그래서 조덕삼에게서는 사도 바울이 개척한 소아시아 초대교회 신자들의 형제애가 엿보인다. 더 나아가 조덕삼은 신분과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며 동학군 김덕명 장군에게 원평집강소를 헌납한 백정 동록개의 분신分身이고, 모두가 평등한 후천개벽의 세상을 기약하며 구릿골에 동곡약방을 열고 천지공사를 펼친 증산교 창시자 강일순의 분신이며, 신분엔 귀천이 없어 누구나 임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다 역적으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정여립의 분신이다. 김원익 홍익대 교수·세계신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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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21 18:33

[기고] 현장과 병원을 잇는 연결고리, 전북형 119구급스마트시스템

응급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판단과 정확한 인계입니다.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알맞은 병원으로 적절히 이송하는 일은 생명을 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현장에서 환자와 처음 만나는 이는 119구급대원입니다. 그 이후 환자를 진료하게 되는 병원 의료진과 정보 전달이 원활하지 않으면 진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전북형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고자 도입되었습니다.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입력한 환자의 증상, 활력 징후, 응급처치 내용 등을 실시간으로 병원에 전송함으로써 병원에서는 환자 도착 전부터 진료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응급실의 혼란을 줄이고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시스템은 병원과 구급대가 “한 팀”처럼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서로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협력하게 되면, 환자에게 더 나은 진료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전북권 내 여러 병원에서 이 시스템을 활용한 결과, 환자 수용 결정이 빨라지고 응급처치 준비가 원활해졌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1월부터는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조정·통제 기능을 한층 강화하여, 119구급상황 전반을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전담 인력을 증원하고, 전문 구급지휘관 제도를 신설하여 현장 혼선을 줄이고 환자 이송 과정에서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전북권 응급의료체계 전반의 대응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전북도는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도내 치료가 어려운 중증 화상환자를 타 시도의 화상치료 전문병원으로 연계하는 협력체계도 구축했습니다. 전북권 내 22개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전북형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통해, 환자 특성에 따라 최적의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구급대원은 현장 응급처치에 집중할 수 있고, 병원은 응급실 과부하를 방지하며 효율적인 자원 분배가 가능해졌습니다. 이 체계는 단순한 병원 이송을 넘어서 전북 전체의 응급의료 네트워크를 견고히 하는 기반이 되고 있으며, 환자의 예후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자료는 교육과 피드백 자료로도 활용됩니다. 구급대원은 병원의 의견을 통해 자신의 대응을 돌아보고, 병원도 현장 상황을 이해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저 역시 구급 의료지도의사로서 이러한 교육과 피드백 과정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현장과 병원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파트너가 되는 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물론 이 시스템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의 숙련도, 병원의 수용 능력, 구급대 상황 등 다양한 조건이 맞아야 비로소 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스템의 꾸준한 개선과 사용자의 의견 반영, 교육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이 시스템이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되고, 구급대원과 병원이 더욱 긴밀히 협력하여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응급의료체계가 튼튼히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전북형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은 단순한 장비가 아닌,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잇는 소중한 연결고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조울림 119종합상황실 지도의사·대자인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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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21 18:33

[사설] 중복된 대선 공약, 통합아닌 갈등 씨앗된다

빈약한 경제 인프라와 급감하는 인구,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등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도시 전체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 중심에 전북이 있다. 전북도나 일선 시군에서는 발버둥치며 지역발전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없다. 타 시도와 비교한 각종 수치가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재적 성장동력이 빈약한 전북의 발전은 대기업 투자나 중앙정부의 대폭적인 지원 말고는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장미대선에 큰 기대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민통합과 경제발전, 적폐청산과 개혁,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이 최대 화두로 등장한 대선 과정에서 전북은 특히 지역발전 공약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특히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의 약속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무리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고 정밀한 마스터 플랜이 부족했다고 하더라도 이건 너무하다. 민주당이 전북에서 했던 대선 공약이 다른 시도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하면 지역에서 요구하는 것을 모두 대선공약에 담되 지역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특정 사업이나 기관 유치를 하도록 하는게 뭐가 문제냐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철썩같이 전북에 무엇을 해주겠다고 한 공약을 믿었는데 선거가 끝난 뒤 보기좋게 거부당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도민들의 박탈감은 얼마나 크겠는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전북 공약 일부가 타 지역과 겹치는 소위 '중복 공약'으로 판명돼 거센 반발을 사고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인데 전북 남원시와 충남 아산시 모두 대선 공약에 담겼다. 도대체 어느 지역과 약속을 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마사회 본사 유치와 관려된 ‘말산업 인프라 및 수행기관 유치’ 공약도 남원과 순창에 이어 이젠 전남 담양군까지 반영됐다. 저간의 사정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한 기관을 복수 지역에 동시에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는 저의는 과연 무엇인가. 일단 환심을 사고 보자는 것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사회 본사 유치와 관련 추후 전북과 제주, 경북 간 치열한 유치 경쟁이 전개될 것이 뻔하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하나의 약속을 이곳, 저곳에 동시에 하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며 향후 지역간 큰 싸움을 부르는 불씨가 될 수 있음을 거듭 경고한다. 대선 전에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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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20 18:35

[사설] 새만금국가정원 조성사업, 속도 내라

산림청과 전북자치도가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국가정원 조성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실현 가능성을 구체화하면서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 다행히 새만금국가정원 조성사업은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지역 공약으로 채택돼 동력을 얻었으며 이번 21대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역 대선공약에 포함됐다. 그러나 예산 및 부지 확보, 교통 접근성 등 걸림돌이 산적해 이를 해결해야 할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전북자치도가 2022년 발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새만금 국가정원 조성에는 4500억 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며 면적은 200만㎡에 달한다. 이는 순천만 국가정원(112만㎡)의 두 배 규모다. 산림청은 새만금국가정원을 통해 부족한 녹지 인프라를 확충하고 생태·복지·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녹색도시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새만금은 서울시 면적의 약 70%에 해당하는 409㎢의 광활한 지역이지만 녹지 면적은 전체의 0.56%에 불과하다. 이는 새만금종합개발계획에서 목표로 설정한 공원·녹지 비율 20%에 못 미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15년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된 순천만국가정원이 2013년과 2023년 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대박을 터트리면서 정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고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이 2호로 지정되었다. 2023 순천국제정원박람회는 누적 관람객이 980만명에 이르며 333억원의 수익금과 4조원이 넘는 생산 및 취업유발효과를 거뒀다. 산림청은 새만금 국가정원이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정원문화 수혜의 지역 간 불균형 해소 및 여가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권역별로 국가정원이 확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만금국가정원은 농생명용지 6-1공구에 150.6ha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국립새만금수목원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나 자칫 두 사업 모두 예산문제로 터덕거릴 공산이 크다. 나아가 국가정원 일대가 산업단지 확대 대상지역으로 거론되고 있고 순천만이 KTX와 고속도로 등 우수한 교통망을 갖춘 반면 새만금은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새만금국가정원이 남해안의 순천만, 동해안의 태화강국가정원과 함께 서해안의 대표 국가공원으로 조성을 서들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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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20 18:34

[오목대] 국민을 기만하지 않는 대통령

“깊은 슬픔과 함께 우리 동지 페페 무히카의 서거를 알린다.”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이 지난 13일,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너무나 그리울 것'이라는 '오랜 친구’와의 이별을 알렸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린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 전 대통령(1935~2025)의 별세 소식이었다. 무히카 대통령은 우루과이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신망을 받았던 정치인이다. 특히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탄핵한 불운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국민에게 청빈한 리더십의 표상이었던 무히카 대통령은 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도시 게릴라 전사에서 대통령이 되기까지 그의 삶은 특별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무히카는 1960~70년대, 도시 게릴라 단체 ‘투파마로스(국민해방운동)’ 대원으로 반정부 활동을 하며 군사독재에 맞섰다. 13년 동안 독방에 갇히는 등 숱한 고초를 당했던 그는 1985년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의 도움을 받아 석방된 이후 좌파 정치조직에 들어가면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도시 게릴라로는 처음 하원의원이 된 그는 상원의원과 농축수산부 장관을 거치면서 진보적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대통령이 된 것은 2010년이다. 좌파 연합 후보로 우루과이 40대 대통령에 선출됐던 당시 그의 재산은 몬테비데오 변두리에 있던 오래된 농장과 20년이나 지난 낡은 자동차 한 대가 전부였다. 그는 늘 쉬운 말로 대중들을 설득했고, 그 과정에서 남긴 어록들은 세상을 일깨웠다. 201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한 연설로 세계 언론의 뜨거운 반향을 불렀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궁을 노숙자들에게 개방하고 수행원도 없이 자신의 오래된 농장에서 출퇴근하며 일했다. 월급의 90%를 기부했던 그가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은 가난한 국민을 위한 부의 재분배였다. 그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철학으로 진보적 정책을 주도하며 우루과이의 안정과 성장을 이끌면서도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세계 최초로 마리화나 흡연을 합법화하는 등 진보적 가치를 지켰다. ‘나는 조금 더 떳떳한, 조금 더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갖고 싶다’던 무히카를 국민은 ‘페페(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존경과 사랑을 보냈다. 2015년, 그가 퇴임할 때 그들이 보낸 지지율도 당선 때(52%) 보다 더 높은 65%였다. 대통령 탄핵이 가져온 조기 대선이 13일 남았다. 국민을 기만하지 않는 대통령,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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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5.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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